[단독입수] 李外秀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강연 녹취록 살펴보니 : 월간조선

국방부는 2013년 9월 프로젝트 ‘행군’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행군’은 ‘행복한 군 생활의 줄인 말’로 격오지(隔奧地) 부대 장병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다. 한 달여의 논의 끝에 국방부는 10월 25일 행군 프로젝트의 시행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국방부가 내놓은 자료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육·해·공·해병대의 격오지 장병을 격려하기 위해 유명인 강연과 걸 그룹 공연이 어우러진 토크 콘서트 ‘행군’을 주최한다. 오는 10월 30일 해병대 연평부대를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의 육군 전방부대(11월 5일), 평택의 해군 2함대 사령부(11월 16일), 대관령 황병산의 공군부대(11월 20일)를 방문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격오지 장병에게 힘을 주는 응원의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할 계획이다.>

‘행군’ 프로젝트 시행계획을 발표한 국방부는 며칠 뒤인 10월 말 해군 2함대 사령부 행사일정과 MBC <진짜사나이> 촬영 일정이 겹치는 것을 알게 됐다. 국방부 정책홍보과는 MBC <진짜사나이> 제작팀에 연계(連繫)하는 방향에서 진행하자는 뜻을 전했다. <진짜사나이>는 연예인들이 군부대를 찾아가 일반 병사들과 일주일 동안 군 생활을 함께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MBC <진짜사나이>팀은 제의(提議)에 동의하되 ‘강연자’와 ‘걸 그룹’ 섭외는 자신들이 하겠다고 요청했다. 검토 끝에 국방부는 합의한다는 뜻을 전했다.

소설가 李外秀 섭외 경위

지난 11월 5일 MBC <진짜사나이>팀은 국방부에 강연자는 소설가 이외수(李外秀)씨, 걸 그룹은 ‘나인뮤지스’를 섭외했다고 알려왔다. 이틀 뒤인 11월 7일 국방부 정책홍보과장은 MBC <진짜사나이>팀 작가에게 강연자 교체를 요구했다. 이씨의 혼외자 문제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춘천지법에 따르면 경북 지역에 사는 오모씨는 지난 2월 1일 이씨를 상대로 친자 인지와 2억원의 양육비 소송을 냈다. 경북 모 대학을 휴학 중인 오씨의 아들이자 이외수의 혼외자 오 군은 4월 1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소송에) 반대했지만, 그동안 고생한 어머니가 보상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긍했다”고 했다.

국방부 정책홍보과장의 요청에 MBC <진짜사나이>팀 작가는 “정신 교육이 아닌 젊은 병사를 대상으로 한 인생 강연인 만큼 문제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고, 지금 교체하는 것은 시간상으로도 무리”라고 난감해 했다.

국방부 정책홍보과는 애초부터 섭외는 MBC <진짜사나이>팀이 하기로 합의한 만큼 한발 물러섰다. 이때만 해도 이 결정이 향후 큰 파문을 일으킬지 국방부와 MBC <진짜사나이>팀 모두 눈치채지 못했다. 계획대로 지난 11월 16일 MBC <진짜사나이>팀은 이씨가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강연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씨는 이날 강연을 마친 뒤 자신의 트위터에 “MBC TV 진짜사나이 초청으로 천안함 제2함대 사령부에서 강연. 평택은 처음 가보았는데 산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고장이었습니다. 인천함에서 수병들과 기념사진. 돌아오는 길에 서평택 휴게소에서 돈가스를 먹었는데 주인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었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 이씨는 강연 후 아내 전영자씨와 인천함을 방문해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찍은 사진도 올렸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나흘 뒤인 20일 ‘조선닷컴’은 이런 사실을 보도했고, 논란은 시작됐다.

천안함 爆沈을 바라보는 이씨의 視角

이씨가 2010년 5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한국에는 소설 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가진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30년 넘게 소설을 써서 밥 먹고 살았지만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는 딱 한마디밖에 할 수가 없다. 졌다”란 글을 남긴 것이 문제가 됐다.

천안함 폭침을 ‘소설’로 치부하며 조롱했던 사람이 어떻게 천안함 부대 강연자로 나설 수 있느냐는 이유였다.

이씨는 천안함 관련 글에서 누구에게 졌는지 상대를 정확히 지칭하지 않아, 이것만으로는 ‘소설 쓰기’의 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같은 날(2010년 5월 10일), 이 글을 다룬 《스포츠경향》의 기사는 “이씨의 부인인 전양자씨는 ‘누구에게 졌다는 소리냐’는 질문에 ‘그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냐. 가슴으로 느끼고, 물을 것이 있으면 정부에 물어보라’며 ‘옆에서 선생님이 웃으신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이씨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북한 개입설을 추리소설에 가까운 내용으로 보도한 일부 언론과 그런 사실을 언론에 흘린 정부 관계자에게 졌다는 얘기를 에둘러 말한 셈”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2010년 5월 20일 미국·스웨덴·호주·영국 등 4개국 전문가 24명이 참여한 천안함 합동조사단은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6일, 메가박스가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을 이틀 만에 전격 중단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대한민국이 엄청나게 추운 나라로 변해버린 듯한 느낌이다” 등 5건의 글을 연달아 작성 혹은 리트윗(RT·재전송)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5일 후인 2013년 9월 11일에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오히려 매진행렬”이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기사를 트위터에 링크한 뒤, “예술은 밟으면 더 시퍼렇게 살아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씨가 강연을 한 해군 2함대는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부대로, 2010년 3월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船體)를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性범죄자가 성범죄 예방 캠페인 펼치는 꼴”

이런 이유로 네티즌들은 해군 게시판과 MBC <진짜사나이> 시청자 게시판에 “천안함 폭침에 대해 비아냥댄 사람을 불러서 강연을 시키다니 제정신이냐” 등의 비판 의견을 다수 올렸다.

이씨가 해군 2함대에서 강연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2013년 11월 20일 하루 동안 올라온 비판의 글만 해도 500건이 넘었다.

여권(與圈)도 비판에 가세했다. 새누리당 심재철(沈在哲) 최고위원은 “천안함 폭침을 소설이라 조롱한 이씨가 폭침된 천안함이 전시된 제2함대에서 장병을 상대로 강연한 것은 어이가 없다”며 “국방부 관련자를 즉각 문책하고 해당 방송사에 방송 보류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당시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새누리당 김성찬(金盛贊) 의원도 같은 날 “있어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져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주장했다.

제34회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소원>의 원작 소설을 쓴 소설가 소재원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외수 선배는 도덕적 사과와 용서가 먼저 아닌가요?”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도덕을 이야기하고 젊은 용사들의 정의를 퇴색시켰으면서 젊은이들에게 정의를 연설하는 모습에 부끄럽고 화가 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마치 성범죄자가 성범죄 예방 캠페인을 하는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소씨는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도덕과 용서를 말하는 겁니다”고 강조한 뒤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 당시 신문사 소설 연재를 중단하고 추모사로 대신했던 저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논리가 아닌 도덕과 부도덕, 스스로의 말에 대한 과오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친북(親北) 성향의 대학 운동권에서 전향한 새누리당 하태경(河泰慶) 의원은 이 문제를 두고 이씨와 설전(舌戰)을 벌였다. 하 의원은 11월 20일 이런 내용의 논평을 냈다.

河泰慶, 이씨와 舌戰

“황당하고 당혹스러움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다. 천안함 잔해가 전시된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천안함 폭침을 ‘소설’로 규정하고 ‘내가 졌다’며 조롱하던 이외수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그것이 MBC <진짜사나이>를 통해 방송된다니…. 이번 초청 강연을 주선한 측과 그것을 승인한 제2함대 사령부 측에 모두 깊은 반성을 촉구한다. MBC 측에는 즉각 공개사과와 함께 해당 부분에 대한 방송 중지를 요청한다.”

하 의원이 논평을 낸 사실을 접한 이씨는 곧바로 자신의 입장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의원님, 군대 안 가려고 국적 포기한 고위층 자녀들보다 황당하겠습니까. 저는 그래도 병역은 필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씨의 트윗에 하 의원은 바로 다시 대응했다. 하 의원은 “제가 왜 논평 냈는지 파악이 안 되신 모양입니다. 아직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인 것을 소설로 생각하십니까?”라고 적었다. 그는 또 “이외수님, 지금이라도 천안함 북한 소행을 소설이라고 조롱한 것에 대해 국민과 순국 천안함 장병 46 영령들께 사죄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우리 국민 마음이 너그러워 진심으로 사과하시면 용서해 주실 겁니다”라고 했다.

이에 이씨는 “저는 북한군이 그토록 신출귀몰하는 초과학적인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인정 못 했을 뿐입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의원님은 북한을 그토록 위대한 능력을 갖춘 집단으로 보십니까”라고 사과요구를 일축했다.

두 사람의 다툼이 계속되자 정의당에 입당(2013년 12월 5일)한 진보 성향의 논객인 진중권(陳重權) 동양대 교수는 11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하태경 의원은 주사파였죠. 극좌에서 전향한 사람들은 ‘극’은 놔둔 채 ‘좌’를 반성합니다. 그래서 ‘우’로 가도 ‘극우’의 성향을 띠죠. 자신들의 말을 믿지 않은 사람의 강연이라고 방송을 들어내겠다는 극단성에서 유신 시절의 광기를 봅니다. 이외수 형님이 군대에서 강연해서는 안 될 반국가분자라면 박근혜 후보는 왜 대선 때 그분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었는지…. 친노종북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다. 하 의원과 지난 2012년 9월 26일 이씨에게 지지를 요청한 박근혜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을 비꼰 것이다.

당시(2012년 9월 26일)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강원 양구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둘러본 뒤 화천군의 이씨 자택을 방문, “국민행복을 모색하는 것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때 이씨는 “특정 정당에 소속돼 정치에 조언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고, 어떤 정당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도울 것이다. 국민을 위해 박 후보가 하는 일도 돕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文在寅) 의원의 광화문 유세에 전화로 참여했다. 문재인 세 글자로 3행시를 지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세에는 직접은 물론, 간접적으로도 참여하지 않았다.

입장 바꾼 국방부

이씨가 해군 2함대 사령부 강연 이후 아내 전영자씨와 인천함을 방문해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찍은 사진.

이씨의 해군 2함대 강연 논란이 촉발(觸發)했지만 국방부는 아무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1월 20일 국방부가 이씨의 강연과 관련 국회에 보낸 공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행사 취지와 강연 내용 등을 고려해 볼 때, 이외수 작가는 초청강사로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MBC와 협의해 진행한 것입니다. 실제 이외수 작가 강연 내용도 젊은 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했으며, 군 복무가 행복을 지키는 의미 있는 일임을 강조하고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공문을 본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국방부가 천안함에 대해 북한이 범인이라는 것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 인물을 강연자로 섭외하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월간조선》은 이날 이 관계자를 통해 국방부에 ▲이씨의 천안함 폭침 관련 트위터 글 인지 여부 ▲이씨 섭외의 최종결정권자 ▲MBC <진짜사나이>팀과 국방부가 섭외자와 관련해 주고받은 공문 내용에 대해 질의했다.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곧장 답변을 보내왔다.

<최종결정권자는 국방부 정책홍보담당관이고, 그와 실무자는 이씨의 과거 천안함 폭침 관련 트윗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채, MBC의 강사 섭외를 승인했다. 국방부 주관의 ‘행복한 군대(행군)’ 기획과 MBC ‘진짜사나이’의 촬영 연계를 함에 공문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

하루 뒤인 11월 21일 국방부는 “이씨의 강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국방부 실무자들은 이외수씨의 과거 천안함 폭침 관련 트윗 등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국방부는 이로 인해 야기된 논란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향후에는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겠습니다”라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하루 전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었다.

MBC 통편집 결정

이씨는 2010년 5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썼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MBC <진짜사나이>팀은 11월 21일 제작진 내부회의를 열고 이씨의 촬영 분량을 통편집하기로 결정했다.

<진짜사나이>의 김민종 PD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사그라지길 바랐는데 정치적으로 더욱 확산됐다. 〈진짜사나이〉가 ‘군’의 협조하에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인데 논란에 휩싸여 개인적으로도 안타깝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11월 22일 MBC <진짜사나이>팀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MBC ‘일밤-진짜사나이’ 평택 2함대 편 촬영 과정에서 제작진은 과거 이외수씨가 했던 천안함 관련 트위터 발언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섭외하게 됐습니다”라고 해명하며 “제작진은 논의 끝에 전사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이외수씨 강연 부분은 편집하여 방송하지 않을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같은 날 트위터에 “대한민국은 국민이 정부의 발표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면 국회의원이 외압을 가해서 강연이나 TV 출연을 금지시키는 민주(헐)공화국입니다. 사살당한 기분입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씨는 해군 2함대 강연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이는 아마도 많은 이가 궁금해하는 바일 것이다.

《월간조선》이 이씨의 해군 2함대 강의 녹취록을 입수해 살펴보니 강의의 주제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와 군 복무의 당위성이었다.

이씨가 평소 천안함 폭침은 소설이라는 식으로 말해온 만큼 강연 중간중간 북한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먼저 눈길이 갔다.

이씨는 강연 초반 소통이 안 되고 단절된 북한사회를 지적했다. 해당 부분 녹취록을 그대로 옮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젊음을 보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일전에 제가 하나원이라고 하는 데 탈북자들 교육시키는 뎁니다. 한 달 조금 넘은 기간에 탈북자 기관에 가서 강연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거의 강연의 무덤 속을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었어요. 왜 그런가 하면은 소크라테스가 모든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산다고 말했단 얘기를 전하려고 소크라테스 얘기를 하니까 그게 누군데 하는 표정이에요. 그쪽은 역시 김일성이나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얘기 아니면 안 먹힙니다. 소크라테스가 누군지도 몰라요. 근데 더 어이없었던 것은 사흘도 안 돼서 계획을 포기하거나 취소해 버릴 경우에 이것을 사자성어로 뭐라고 하는가 하는 것을 어느 초등학교에서 시험문제로 냈습니다. 작O삼O 이렇게요. 정답은 작심삼일이죠? 근데 어느 초등학생이 정답보다 더 기가 막힌 정답을 써 냈어요. ‘작은삼촌’이라고요. 이 이야기를 탈북 교육기관에 해줬는데 반응이 없어요. 왜 그런고 하면 북한에는 사자성어가 없어요. 저를 보고 보통 ‘트위터 대통령’ ‘소통의 대가’라고 표현을 합니다만 그날만큼은 전혀 소통이 안 되는 캄캄한 강연의 무덤 속에 들어온 것 같았어요.”

그는 북한이 예술을 체제찬양에만 활용하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북한) 체제는 추종할 수가 없고 용인할 수가 없는 체제입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는 올해 70 바라보고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예술을 종교처럼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너 소설 쓰겠냐’고 하면 전 다시 ‘소설 쓰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음악·미술·문학은 전부 체제를 예찬하기 위한 딱 하나의 목적과 소재로 쓰입니다. 이것은 예술이 아닙니다. 예술은 창조로부터 출발합니다. 오로지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기술을 뛰어넘는 정신적 에너지이자 영적 에너지가 입혀져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것이 부정되는 사회입니다.”

이씨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와 관련 트위터에 남긴 글.

“北, 체제 유지 위해 핵 만들어 세계 위협”

북한의 핵개발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도 있었다.

“이 친구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계를 위협합니다. 핵을 만듭니다. 바로 우리의 머리맡에 있습니다. 마치 시한폭탄을 베고 자는 것 같은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초연합니다. 대인뱁니다. 눈도 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과연 이것은 옳은 것일까. 외국 사람이 볼 때는 소름 끼치는 환경에 처해 있는데도 저래도 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젊음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군대에서 그야말로 박박 기어야 하는가? 이거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왜 그토록 우리가 통일을 염원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젊음은 아깝지 않은 것인지. 재고해 봐야 되겠죠. 제가 연평도 사건 때 트위터에다 올렸습니다. 내 나이 60이 넘었지만, 그러나 아직도 방아쇠를 당길 힘이 있기 때문에 내 나라가 위협받을 때는 나는 총을 들고 나가겠다. 그것이 사나이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실제 이씨는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트위터에 “나는 비록 늙었으나 아직도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길 힘은 남아 있다. 위기 상황이 오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전장으로 달려가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씨는 군 복무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군 복무하던 시기(1968년)에 김신조 일당의 1·21 청와대 습격사건, 2·3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태 등이 발생해 고생했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가 자대 배치받고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김신조가 넘어왔습니다. 그때 사흘 후면 제대하는 고참들도 있었는데 제대가 무제한 연기됐습니다. 기분이 어땠겠습니까. 거의 광분하는 상태였는데, 각오를 단단히 하고 군대를 갔어도 (군기가 너무 강해) 참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미국 정찰함인 푸에블로호가 북괴군한테 납북됐습니다. 어떻게 되겠습니까. 전 세계가 위기상황이 됐습니다. 갑호 비상령이 내렸습니다. 전시체제와 똑같은 체제가 되었습니다. ‘야 난 이제 제대 못 하는구나! 이건 전쟁이다.’ 당시 분위기가 다 그랬어요. 전부 실탄 지급받고 매일 보초 한 6시간씩 서고 그랬습니다. 당시 군대 모토가 ‘주는 대로 처먹고 패는 대로 맞아라’였는데 지금은 그런 군대 없습니다. 오늘날 여러분의 군 생활과 저 때의 군 생활을 비교한다면 문자 그대로 천국과 지옥일 것입니다. 군대 안 가고 피해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사나이가 오죽 못났으면 그럽니까. 저는 체중 48kg으로 갔다 왔습니다. 여러분은 당면해 있는 상황만 생각하기 때문에 군대를 괴로워하고 낭비로 생각하고 불편해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대한민국 국방부 시계는 전 세계에서 제일 늦게 갑니다. 하지만 낭비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군대는) 무의미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오늘을 계기로 보이는 모든 것 들리는 모든 것 떠오르는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가지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군대 생활은 절대로 억울한 것이 아니고 허송세월이 아닙니다.”

천안함과 연평도의 차이

이씨의 해군 2함대 강연 내용과 관련 그의 측근은 “이씨는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이외수 문학관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문명사회에 3대 세습이 웬 말이냐’고 비판한다”며 “군부대를 돌며 안보 강연도 자주 하기도 한다”고 했다. 투철한 국가관·안보관이 이씨의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화랑무공훈장을 받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군인가족’이다. 이런 이씨가 유독 천안함에 대해 북한이 범인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안함 폭침 이후 국민 여론은 엇갈렸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믿지 않거나 반신반의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국민의 ‘천안함 불신’은 심각했다.

천안함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는 합동조사단 결론을 믿지 않는다는 응답이 30% 정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씨에게 “방아쇠를 당길 힘이 있기 때문에 내 나라가 위협받을 때는 나는 총을 들고 나가겠다”는 글을 올리게 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의 국민 여론은 천안함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다수의 언론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연평도 포격에 대해 우리 국민 70% 가까이가 ‘제한적 군사조치’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팔로워 168만명을 거느린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가 이런 별명을 얻기까지는 대중적 인기에 편승한 글을 많이 썼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