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부장악, 장마당경제도 활성화
⊙ ‘2012-2013년도’ 식량생산 494만t으로 늘어 식량부족 사태 완화
尹洪錫
⊙ 46세. 한국외대 정치학 박사. 와세다대 객원연구원.
⊙ 한국외대 겸임교수, 現 (재)극동문제연구소 동북아연구실장, 명지대·한국외대 강사.
⊙ 저서: 《갈등과 통합의 국제정치》(2008) 《남북회담: 7·4에서 6·15까지》(2004).
⊙ ‘2012-2013년도’ 식량생산 494만t으로 늘어 식량부족 사태 완화
尹洪錫
⊙ 46세. 한국외대 정치학 박사. 와세다대 객원연구원.
⊙ 한국외대 겸임교수, 現 (재)극동문제연구소 동북아연구실장, 명지대·한국외대 강사.
⊙ 저서: 《갈등과 통합의 국제정치》(2008) 《남북회담: 7·4에서 6·15까지》(2004).
- 김정은(가운데)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맨왼쪽)과 2013년 3월 24일 대남 공작 총괄 부서인 정찰총국 직할 제1501군부대를 방문한 모습.
지난 2월 12일 제3차 핵실험 직후 북한은 “핵 억제력 강화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대응한 실제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핵실험이 미국을 상대로 한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후 북한은 ‘남한 최종파괴(final destruction)’ 발언을 비롯하여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철수, 서울과 워싱턴에 대한 핵타격 위협 등 극단적인 위기국면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급기야 4월 9일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남북 화해의 최후 보루 개성공단의 잠정 폐쇄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도발위협이 극단적으로 고조됨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과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에 없던 북한의 초강경 자세의 의도와 배경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극단적인 도발위협은 김정은의 권력기반 확립, 핵보유국 지위 확보 및 그를 통한 핵군축과 평화체제 구축,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를 통한 남북관계의 주도권 확보라는 다차원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최근 북한의 국내 동향이 과거의 벼랑끝 전술을 전개할 당시와는 변화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위협 배경과 의도에 대해서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변화된 북한 내부정세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파악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를 대상으로 북한의 정치·군사·경제·사회 동향과 주민의식 변화에 대해 매년 연구조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해 6월 이후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에 대한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연일 계속되고 있는 북한 김정은의 도발위협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과거 벼랑끝 전술때와 차이
김정은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은 크게 ①권력기반 구축 ②체제 안정화 ③체제 공고화라는 세 단계를 거친다고 볼 수 있다. 각 단계는 순차적으로 진행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 정세에 따라서는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고, 때로는 역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파행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4월 11일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되면서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하였다.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볼 때 김정은 체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년 동안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체제의 안정과 유지, 그리고 국정운영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다만, 나이 어리고 경험과 업적이 일천한 김정은으로서는 김일성·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종신(終身) 지배’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당면한 최우선 목표는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이라 할 수 있으며, 최근 북한의 극단적인 도발위협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유지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김정은의 자신감은 ▲3대세습의 조기정착을 통한 권력기반 확립, 당 중심의 통치체계 재구축을 통한 공산주의 ‘정상국가’로 회귀, ▲김정은의 군부에 대한 통제권 장악과 군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제고, ▲반정부 움직임에 대한 감시와 통제 강화,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3차 핵실험 및 주민 지지의 상승, ▲장마당 활성화와 식량생산 증가에 따른 주민생활의 상대적 개선 및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 상승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3대세습의 조기 정착
탈북자 심층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주민은 김씨 일가가 대대손손 후계자로 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나 의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일 시대에 접어들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수많은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했고, 특히 2009년 11월 화폐개혁의 영향으로 장마당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주민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지자 김정일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따라서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진심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주민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주민들에게 김정일은 ‘살아 있을 때 고통만 안겨준 지도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 이후 주민들은 그의 아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는 것, 즉 3대세습에 대해서는 불만보다는 당연한 것(숙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장기간의 세뇌교육과 교양에 의해 ‘김씨 일가의 세습’은 김일성의 유훈에 의해 이미 ‘전통화(傳統化)’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민인식은 김정은 권력기반의 조기 구축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김정일 시대에 국방위원회가 최고권력기관의 역할을 담당한 것은 국내외적인 위기상황에서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한 한시적 대응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9월과 2012년 4월 당대표자회를 통해서 그동안 공석이었던 당의 요직에 김정은의 측근을 전면 배치하고, 당 조직과 운영체계를 재정비하였다. 특히 2012년 4월 당대표자회에서는 당규약 개정으로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에 추대되었으며, 곧이어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개정과 함께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되었다.
이러한 제도개선과 인적쇄신을 통해 군부 중심의 통치체계를 당 중심으로 전환하여 공산주의 ‘정상국가’의 통치체계를 재구축함으로써 김정은 유일영도체계의 확립기반을 강화하였다.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는 북한의 통치체계가 국방위원회에서 노동당 중심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필자가 심층조사한 탈북자들은 “북한이 선군정치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군부는 당의 지도를 받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무력과 경제의 병진(竝進) 건설을 채택하고 주요 인사를 단행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최근 북한의 통치체계는 군부가 아닌 당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군부의 충성 결집
아울러 김정은 권력기반의 선결과제는 군부에 대한 장악력에 있다. 2012년 7월에는 김정일 시대 군부실세로 알려진 리영호를 숙청하고, 김정은이 공화국 원수(元帥)에 오름으로써 군부를 완전 장악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였다.
또한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의 숙청,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의 좌천, 그리고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김격식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군 총참모장,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등 장령급(장성급) 군부 핵심인사의 계급 재조정, 기타 군부 요직에 새로운 인물 배치 등을 통해 김정은은 자신이 최고권력자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권력기반을 확고히 하였다.
현재 김정은은 군부 내의 반대세력을 상당 부분 제거했고, 자신의 권력기반을 상당히 안정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작년 1년간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은 총 27회 있었는데, 그중에 9월 이후 연말까지 군부대 시찰은 1차례에 그쳤다. 이는 김정은의 군통수권이 작년 하반기 들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탈북자 심층조사 결과, 일반 군부대의 식량과 보급품 사정은 예년에 비해 다소 나아진 편이지만, 아직도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가 있을 정도로 일반병사의 병영생활은 여전히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 인해 김정은에 대한 병사들의 충성도는 다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군부의 충성도는 높게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군인정신이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당과 수령에 대한 총폭탄 정신(결사옹위 정신)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식량 등 배급사정이 좋아지면 개별 병사들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는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로켓 발사 성공과 3차 핵실험에 대한 주민들의 자긍심 높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낙서, 삐라 등 반정부 움직임은 예년에 비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의 급변 사태나 붕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에 이르려면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군부내에 김정은 반대세력은 출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군부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집단에서도 반정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정부 활동을 위해서는 조직화가 필요하지만 북한당국의 전체 사회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통제로 인해 조직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출범 이후 북한당국은 당, 행정기관, 보안서, 보위부, 인민반, 청년동맹, 단속 그루빠(그룹) 등 7, 8개 기관과 조직이 전체사회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일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감시와 통제가 강하기 때문에 어떠한 반정부 움직임이라도 사전에 적발될 수밖에 없다.
2010년 4월 개정헌법 서문에서 ‘선군정치로 조국(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전변시켰다’고 명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핵보유국이며 이를 김정일의 혁명유산이자 유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정일의 유훈통치인 선군정치의 지속과 함께 핵포기 불가를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후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고,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금년 2월에는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악화나 그들의 대북제재 참여보다 핵보유국 지위 확보가 선결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핵보유국 지위 획득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공고화에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당국은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3차 핵실험을 김정은의 최대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실제로 핵보유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주민결속에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주민은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핵무기 보유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고, 그로 인해 주민생활도 매우 곤란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북한을 침범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고난의 행군기처럼 아사자가 나오지 않을 정도라면 주민들은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국의 장마당 통제 완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배급이 사라진 북한사회에서 주민들은 자신의 생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공장·기업소의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주민의 80% 이상이 장마당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2011년을 지나면서 침체되었던 장마당이 정상화되고, 특히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당국의 시장에 대한 통제가 대폭 축소되면서 장마당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고양이 뿔 빼고는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종류와 수량이 크게 늘어났다. 여전히 40세 미만 여성의 장마당 장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20~30대 젊은층도 장사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북한당국의 조치가 있다면 바로 ‘장마당 활성화’라고 꼽고 있을 정도이다. 이제 주민들 사이에서는 ‘장사만이 살길이다. 장마당이 없으면 굶어 죽는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김정은 시대에 장마당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당국은 체제 위협적인 요소 이외에는 장마당에 대한 단속과 규제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마당에 유통되는 상품의 90% 이상이 중국산이라는 점에서 북한당국의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은 주민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중심으로 국내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정은 세습 이후 식량생산 크게 늘어
김정은의 집권 이후 가장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농업부문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가을 수확기 이전까지는 일부 간부도 식량을 배급받지 못할 정도로 식량사정이 매우 열악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제로 지난해 4월까지 1kg에 북한화폐로 2000원대였던 식량가격은 6월 3000원대, 8월 4000원대, 10월 이후에는 6000원대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참고로, 북한 대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은 2000~3000원이다.
지난해 12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12-2013 양곡연도’ 기준으로 전년도보다 10.6% 늘어난 492만t(정곡 기준)으로 추정하였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식량생산 증가에 대해 김정은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지만, 금년 평양을 다녀온 인사의 진술과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북한당국은 지난해 식량생산량을 예상을 크게 웃도는 550만t(도정 전 조곡)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도정 후 정곡으로 환산하면 약 494만t에 달한다.
주민 1인당 연간 곡물소비량을 174kg으로 잡았을 때 북한의 식량수요는 543만t 정도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북한의 식량부족분은 50만t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자체 수입목표인 30만t을 비롯하여 개인 텃밭과 소토지에서 생산되는 곡물생산량을 더하면 금년도 식량수급은 거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식량생산이 크게 증가되자 일부 협동농장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군량미 지원분을 생산분에서 제하고, 농민에게는 100% 분배가 이루어졌으며, 능력 있는 공장·기업소에서는 도매물가로 식량을 구입하여 노동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농민이 크게 반기는 가운데, 김정은에 대한 지지와 기대도 한층 올라갔다.
식량생산의 증가 요인
북한의 식량생산 증가는 예년에 비해 기후조건의 양호했다는 점 이외에도 비료 수입 증가, 자체 생산 비료의 증가, 농자재의 효율적 보급, 토지정리사업의 성과, 군부 산하 농장의 내각 이전 등 북한당국의 적극적인 농업정책의 성과 때문으로 파악된다. 다만, 식량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수확기 이후에도 식량가격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13년 3월 말에는 8000원까지 상승한 지역이 있을 정도이다.
이는 무엇보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해 외화난이 심각하고, 금수산궁전 및 혁명시설 재단장, 능라유원지 건설 등 도심 재정비를 위해 외화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은 작년 12월 이후 수확기에 걷어들인 식량을 달러와 위안화를 받고 주민에게 되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분간 식량가격이 하락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인 식량수급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28조치’와 ‘12·1조치’를 통해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단행해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에 인센티브와 자율성 확대 및 독립채산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각 생산단위에 실제로 생산, 판매, 가격결정, 이익에 대한 배분 등의 권한을 부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실태는 확인할 수 없었다. ‘6·28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일부지역에서 시범실시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조치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확대해야 하지만, 북한의 경제여건상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특히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시장이 활성화되고 식량사정이 좋아지면서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상당히 줄었고, 주민생활도 과거에 비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생활여건의 상대적 개선
북한경제에서 가장 심각한 분야는 에너지 분야, 특히 전력난이 심각하다.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2011년까지만 해도 평양과 지방 대도시의 일반주택은 하루 2~3시간 정도씩 시간제로 전력을 공급했으나,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전력공급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과 지방의 일부 대도시는 하루 7~8시간 공급하는 지역도 있었다.
전력공급이 늘어나고 중국과의 합영기업이 생겨나면서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군수공장, 탄광, 일부 생필품 생산공장 등은 가동률이 이전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연탄 생산량의 증가는 화력발전소의 가동률 증가로 이어졌고, 그에 따라 전력사정도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가정에서 텔레비전과 전기밥솥 등 전기제품을 갖추고 있으며 냉장고, 세탁기, DVD플레이어, 컴퓨터 등을 갖추고 있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주민생활이 나아지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학교교육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 육성발표 모습을 보고 대부분의 주민은 “마치 김일성을 보는 것 같았다”면서 놀라워했다. 김정은이 19년 만에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한 이유는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 김일성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여 최고지도자로서의 지위와 열정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새로운 통치방식을 엿보이게 북한의 미래도 새롭게 열릴 것이라는 희망과 신념을 심어 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김정은에 대한 주민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9년 초 후계자로 공식 결정된 이후 김정은의 최우선 목표는 권력기반 구축을 통한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같은 극단적인 도발 위협은 당 조직과 운영체계의 재정비 및 인적쇄신을 통한 권력기반 구축, 핵보유와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및 그에 따른 주민의 긍정적 인식, 식량 생산량 증가, 전력공급의 호전, 시장 활성화와 그에 따른 주민생활의 상대적 개선 등에 의해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김정은에게 체제 안정과 유지 및 통치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심어 주는 계기가 되었고, 그에 따라 북한의 대내외 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는 ‘핵보유 국가’임을 내세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제재 장기화되면 김정은 체제 불안정하게 될것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3차 핵실험은 북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핵탄두의 소형화를 통해 무기화에 근접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은 인도와 파키스탄과 같은 과정을 거쳐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은 엄존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정책변화 가능성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비핵화’가 아니라 추가 핵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기존 핵능력을 인정해 주는 ‘비확산(Non-proliferation)’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은 여러 차례 한국의 입장을 외면한 채 북한정책을 급변시킨 경험이 있다. 따라서 미국의 북한 핵정책이 ‘비확산’으로 전환되는 것을 견제해야 할 것이며, 그를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권력의 안정화를 뛰어넘어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 주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주민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지지는 인민생활 향상 여부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이 단시일 내에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개혁·개방 등 경제정책 변화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외부의 기대 수준과는 괴리를 보일 것이다. 이미 지난해 북한은 공장·기업소 및 협동농장의 자율성 확대를 강조한 ‘6·28조치’와 ‘12·1조치’ 등 개혁·개방으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그와 관련하여 아직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최근 김정은의 높은 신뢰를 얻으면서 권력의 전면에 부상한 인물 중에 김격식, 김영철 등 군부 강경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관여한 인물들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보다 커질 수 있다고 분석된다. 이들의 부상과 발언권 강화는 북한의 대남정책이 보다 강경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차 핵실험 이후 북·미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의 고립 심화, 특히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70%가 넘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제재가 장기화되어 장마당에 유통되는 중국상품이 축소되고 주민생활이 곤란해진다면 김정은 체제는 급속도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의 도발이 오히려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에 없던 북한의 초강경 자세의 의도와 배경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극단적인 도발위협은 김정은의 권력기반 확립, 핵보유국 지위 확보 및 그를 통한 핵군축과 평화체제 구축,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를 통한 남북관계의 주도권 확보라는 다차원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최근 북한의 국내 동향이 과거의 벼랑끝 전술을 전개할 당시와는 변화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위협 배경과 의도에 대해서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변화된 북한 내부정세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파악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를 대상으로 북한의 정치·군사·경제·사회 동향과 주민의식 변화에 대해 매년 연구조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해 6월 이후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에 대한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연일 계속되고 있는 북한 김정은의 도발위협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과거 벼랑끝 전술때와 차이
김정은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은 크게 ①권력기반 구축 ②체제 안정화 ③체제 공고화라는 세 단계를 거친다고 볼 수 있다. 각 단계는 순차적으로 진행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 정세에 따라서는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고, 때로는 역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파행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4월 11일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되면서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하였다.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볼 때 김정은 체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년 동안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체제의 안정과 유지, 그리고 국정운영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다만, 나이 어리고 경험과 업적이 일천한 김정은으로서는 김일성·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종신(終身) 지배’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당면한 최우선 목표는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이라 할 수 있으며, 최근 북한의 극단적인 도발위협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유지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김정은의 자신감은 ▲3대세습의 조기정착을 통한 권력기반 확립, 당 중심의 통치체계 재구축을 통한 공산주의 ‘정상국가’로 회귀, ▲김정은의 군부에 대한 통제권 장악과 군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제고, ▲반정부 움직임에 대한 감시와 통제 강화,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3차 핵실험 및 주민 지지의 상승, ▲장마당 활성화와 식량생산 증가에 따른 주민생활의 상대적 개선 및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 상승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3대세습의 조기 정착
탈북자 심층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주민은 김씨 일가가 대대손손 후계자로 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나 의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일 시대에 접어들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수많은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했고, 특히 2009년 11월 화폐개혁의 영향으로 장마당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주민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지자 김정일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따라서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진심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주민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주민들에게 김정일은 ‘살아 있을 때 고통만 안겨준 지도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 이후 주민들은 그의 아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는 것, 즉 3대세습에 대해서는 불만보다는 당연한 것(숙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장기간의 세뇌교육과 교양에 의해 ‘김씨 일가의 세습’은 김일성의 유훈에 의해 이미 ‘전통화(傳統化)’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민인식은 김정은 권력기반의 조기 구축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김정일 시대에 국방위원회가 최고권력기관의 역할을 담당한 것은 국내외적인 위기상황에서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한 한시적 대응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9월과 2012년 4월 당대표자회를 통해서 그동안 공석이었던 당의 요직에 김정은의 측근을 전면 배치하고, 당 조직과 운영체계를 재정비하였다. 특히 2012년 4월 당대표자회에서는 당규약 개정으로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에 추대되었으며, 곧이어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개정과 함께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되었다.
이러한 제도개선과 인적쇄신을 통해 군부 중심의 통치체계를 당 중심으로 전환하여 공산주의 ‘정상국가’의 통치체계를 재구축함으로써 김정은 유일영도체계의 확립기반을 강화하였다.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는 북한의 통치체계가 국방위원회에서 노동당 중심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필자가 심층조사한 탈북자들은 “북한이 선군정치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군부는 당의 지도를 받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무력과 경제의 병진(竝進) 건설을 채택하고 주요 인사를 단행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최근 북한의 통치체계는 군부가 아닌 당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군부의 충성 결집
아울러 김정은 권력기반의 선결과제는 군부에 대한 장악력에 있다. 2012년 7월에는 김정일 시대 군부실세로 알려진 리영호를 숙청하고, 김정은이 공화국 원수(元帥)에 오름으로써 군부를 완전 장악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였다.
또한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의 숙청,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의 좌천, 그리고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김격식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군 총참모장,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등 장령급(장성급) 군부 핵심인사의 계급 재조정, 기타 군부 요직에 새로운 인물 배치 등을 통해 김정은은 자신이 최고권력자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권력기반을 확고히 하였다.
현재 김정은은 군부 내의 반대세력을 상당 부분 제거했고, 자신의 권력기반을 상당히 안정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작년 1년간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은 총 27회 있었는데, 그중에 9월 이후 연말까지 군부대 시찰은 1차례에 그쳤다. 이는 김정은의 군통수권이 작년 하반기 들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탈북자 심층조사 결과, 일반 군부대의 식량과 보급품 사정은 예년에 비해 다소 나아진 편이지만, 아직도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가 있을 정도로 일반병사의 병영생활은 여전히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 인해 김정은에 대한 병사들의 충성도는 다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군부의 충성도는 높게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군인정신이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당과 수령에 대한 총폭탄 정신(결사옹위 정신)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식량 등 배급사정이 좋아지면 개별 병사들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는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로켓 발사 성공과 3차 핵실험에 대한 주민들의 자긍심 높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낙서, 삐라 등 반정부 움직임은 예년에 비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의 급변 사태나 붕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에 이르려면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군부내에 김정은 반대세력은 출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군부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집단에서도 반정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정부 활동을 위해서는 조직화가 필요하지만 북한당국의 전체 사회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통제로 인해 조직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출범 이후 북한당국은 당, 행정기관, 보안서, 보위부, 인민반, 청년동맹, 단속 그루빠(그룹) 등 7, 8개 기관과 조직이 전체사회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일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감시와 통제가 강하기 때문에 어떠한 반정부 움직임이라도 사전에 적발될 수밖에 없다.
2010년 4월 개정헌법 서문에서 ‘선군정치로 조국(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전변시켰다’고 명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핵보유국이며 이를 김정일의 혁명유산이자 유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정일의 유훈통치인 선군정치의 지속과 함께 핵포기 불가를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후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고,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금년 2월에는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악화나 그들의 대북제재 참여보다 핵보유국 지위 확보가 선결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핵보유국 지위 획득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공고화에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당국은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3차 핵실험을 김정은의 최대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실제로 핵보유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주민결속에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주민은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핵무기 보유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고, 그로 인해 주민생활도 매우 곤란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북한을 침범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고난의 행군기처럼 아사자가 나오지 않을 정도라면 주민들은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국의 장마당 통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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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지난해 식량생산량은 492만t(정곡 기준)으로 늘어나 올해 식량부족 문제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신의주 인근 압록강 둑에서 북한 군인들이 식량을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2011년을 지나면서 침체되었던 장마당이 정상화되고, 특히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당국의 시장에 대한 통제가 대폭 축소되면서 장마당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고양이 뿔 빼고는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종류와 수량이 크게 늘어났다. 여전히 40세 미만 여성의 장마당 장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20~30대 젊은층도 장사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북한당국의 조치가 있다면 바로 ‘장마당 활성화’라고 꼽고 있을 정도이다. 이제 주민들 사이에서는 ‘장사만이 살길이다. 장마당이 없으면 굶어 죽는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김정은 시대에 장마당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당국은 체제 위협적인 요소 이외에는 장마당에 대한 단속과 규제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마당에 유통되는 상품의 90% 이상이 중국산이라는 점에서 북한당국의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은 주민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중심으로 국내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정은 세습 이후 식량생산 크게 늘어
김정은의 집권 이후 가장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농업부문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가을 수확기 이전까지는 일부 간부도 식량을 배급받지 못할 정도로 식량사정이 매우 열악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제로 지난해 4월까지 1kg에 북한화폐로 2000원대였던 식량가격은 6월 3000원대, 8월 4000원대, 10월 이후에는 6000원대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참고로, 북한 대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은 2000~3000원이다.
지난해 12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12-2013 양곡연도’ 기준으로 전년도보다 10.6% 늘어난 492만t(정곡 기준)으로 추정하였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식량생산 증가에 대해 김정은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지만, 금년 평양을 다녀온 인사의 진술과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북한당국은 지난해 식량생산량을 예상을 크게 웃도는 550만t(도정 전 조곡)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도정 후 정곡으로 환산하면 약 494만t에 달한다.
주민 1인당 연간 곡물소비량을 174kg으로 잡았을 때 북한의 식량수요는 543만t 정도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북한의 식량부족분은 50만t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자체 수입목표인 30만t을 비롯하여 개인 텃밭과 소토지에서 생산되는 곡물생산량을 더하면 금년도 식량수급은 거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식량생산이 크게 증가되자 일부 협동농장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군량미 지원분을 생산분에서 제하고, 농민에게는 100% 분배가 이루어졌으며, 능력 있는 공장·기업소에서는 도매물가로 식량을 구입하여 노동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농민이 크게 반기는 가운데, 김정은에 대한 지지와 기대도 한층 올라갔다.
식량생산의 증가 요인
북한의 식량생산 증가는 예년에 비해 기후조건의 양호했다는 점 이외에도 비료 수입 증가, 자체 생산 비료의 증가, 농자재의 효율적 보급, 토지정리사업의 성과, 군부 산하 농장의 내각 이전 등 북한당국의 적극적인 농업정책의 성과 때문으로 파악된다. 다만, 식량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수확기 이후에도 식량가격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13년 3월 말에는 8000원까지 상승한 지역이 있을 정도이다.
이는 무엇보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해 외화난이 심각하고, 금수산궁전 및 혁명시설 재단장, 능라유원지 건설 등 도심 재정비를 위해 외화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은 작년 12월 이후 수확기에 걷어들인 식량을 달러와 위안화를 받고 주민에게 되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분간 식량가격이 하락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인 식량수급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28조치’와 ‘12·1조치’를 통해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단행해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에 인센티브와 자율성 확대 및 독립채산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각 생산단위에 실제로 생산, 판매, 가격결정, 이익에 대한 배분 등의 권한을 부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실태는 확인할 수 없었다. ‘6·28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일부지역에서 시범실시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조치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확대해야 하지만, 북한의 경제여건상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특히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시장이 활성화되고 식량사정이 좋아지면서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상당히 줄었고, 주민생활도 과거에 비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생활여건의 상대적 개선
북한경제에서 가장 심각한 분야는 에너지 분야, 특히 전력난이 심각하다.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2011년까지만 해도 평양과 지방 대도시의 일반주택은 하루 2~3시간 정도씩 시간제로 전력을 공급했으나,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전력공급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과 지방의 일부 대도시는 하루 7~8시간 공급하는 지역도 있었다.
전력공급이 늘어나고 중국과의 합영기업이 생겨나면서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군수공장, 탄광, 일부 생필품 생산공장 등은 가동률이 이전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연탄 생산량의 증가는 화력발전소의 가동률 증가로 이어졌고, 그에 따라 전력사정도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가정에서 텔레비전과 전기밥솥 등 전기제품을 갖추고 있으며 냉장고, 세탁기, DVD플레이어, 컴퓨터 등을 갖추고 있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주민생활이 나아지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학교교육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 육성발표 모습을 보고 대부분의 주민은 “마치 김일성을 보는 것 같았다”면서 놀라워했다. 김정은이 19년 만에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한 이유는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 김일성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여 최고지도자로서의 지위와 열정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새로운 통치방식을 엿보이게 북한의 미래도 새롭게 열릴 것이라는 희망과 신념을 심어 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김정은에 대한 주민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9년 초 후계자로 공식 결정된 이후 김정은의 최우선 목표는 권력기반 구축을 통한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같은 극단적인 도발 위협은 당 조직과 운영체계의 재정비 및 인적쇄신을 통한 권력기반 구축, 핵보유와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및 그에 따른 주민의 긍정적 인식, 식량 생산량 증가, 전력공급의 호전, 시장 활성화와 그에 따른 주민생활의 상대적 개선 등에 의해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김정은에게 체제 안정과 유지 및 통치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심어 주는 계기가 되었고, 그에 따라 북한의 대내외 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는 ‘핵보유 국가’임을 내세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제재 장기화되면 김정은 체제 불안정하게 될것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3차 핵실험은 북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핵탄두의 소형화를 통해 무기화에 근접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은 인도와 파키스탄과 같은 과정을 거쳐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은 엄존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정책변화 가능성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비핵화’가 아니라 추가 핵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기존 핵능력을 인정해 주는 ‘비확산(Non-proliferation)’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은 여러 차례 한국의 입장을 외면한 채 북한정책을 급변시킨 경험이 있다. 따라서 미국의 북한 핵정책이 ‘비확산’으로 전환되는 것을 견제해야 할 것이며, 그를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권력의 안정화를 뛰어넘어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 주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주민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지지는 인민생활 향상 여부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이 단시일 내에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개혁·개방 등 경제정책 변화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외부의 기대 수준과는 괴리를 보일 것이다. 이미 지난해 북한은 공장·기업소 및 협동농장의 자율성 확대를 강조한 ‘6·28조치’와 ‘12·1조치’ 등 개혁·개방으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그와 관련하여 아직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최근 김정은의 높은 신뢰를 얻으면서 권력의 전면에 부상한 인물 중에 김격식, 김영철 등 군부 강경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관여한 인물들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보다 커질 수 있다고 분석된다. 이들의 부상과 발언권 강화는 북한의 대남정책이 보다 강경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차 핵실험 이후 북·미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의 고립 심화, 특히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70%가 넘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제재가 장기화되어 장마당에 유통되는 중국상품이 축소되고 주민생활이 곤란해진다면 김정은 체제는 급속도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의 도발이 오히려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