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이 핵무기체제 완비하면, 作計 5027, 韓美동맹 無力化
⊙ 美국무부 대변인, “우리는 어떤 대안도 배제하지 않는다”
⊙ 중국에 대한 외교적 설득, 한국의 동의 병행되어야
李春根
⊙ 61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同 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 저서: 《미국에 당당했던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 美국무부 대변인, “우리는 어떤 대안도 배제하지 않는다”
⊙ 중국에 대한 외교적 설득, 한국의 동의 병행되어야
李春根
⊙ 61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同 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 저서: 《미국에 당당했던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 2011년 9월 부산항에 들어온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미 항공모함이 탑재한 항공기들은 북한을 타격하는 데 중요한 전력이다.
작년 12월 12일 북한은 국제사회의 준엄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금년 1월 2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응징하기 위해 더욱 강화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87호를 채택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 전원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은 결의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히려 더욱 도발적으로 나왔다.
북한은 한국을 향해서는 유엔의 대북(對北) 제재조치에 동참할 경우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을 향해서도 ‘혹독한 대가(代價)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후 핵(核)실험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 온 북한은 결국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하고 말았다. 이는 이제까지 국제사회가 북한 핵을 저지하기 위해서 취해 온 모든 방법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핵 실험에 앞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었다. 한국군 합참의장은 지난 2월 6일 국회 증언에서 “북한이 실제로 핵을 무기화해서 사용할 임박한 징후가 있을 경우에는 선제(先制)타격도 방책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존 케리 신임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관리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어떤 옵션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미(韓美) 양국 고위 당국자들의 이러한 언급은 모두 북한의 핵실험 그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핵실험을 한 이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두 달도 안 된 시점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행동은 북한이 핵무기 체계(Nuclear Weapons System)의 완성을 위해 일로매진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핵무기 체계란 적정규모의 폭발력과 무게를 가진 핵폭탄과 이를 적국(敵國)의 표적에 정확하게 도달시킬 수 있는 능력(주로 미사일)을 완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北核,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북한은 이미 한국·일본 등 이웃 국가들을 공격하기에 충분한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의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만km가 넘는 대륙간미사일로 미국 본토에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일뿐이다. 북한으로서는 핵보유의 마지막 단계를 위해 필수적인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적대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위험한 상황에 당면한 이웃 국가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위협에 당면한 국가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이론적으로 4가지 중 하나다.
첫째 방법은 적이 핵을 보유하기 이전에 핵시설을 무력(武力) 공격해 제거해 버리는 ‘이스라엘식(式) 방법’ 이다.
두 번째 방법은 적국과 같은 수준의 핵무기를 스스로 갖추는 것이다. 이는 가장 전통적이고 흔한 방법이다. 현재 핵보유국 대부분이 적대적 상대방의 핵보유에 대응해서 채택한 방법이다.
세 번째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이 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네 번째 방법은 방법이라고 말하기조차 곤란한 것이지만 수수방관하거나 상대방에 대해 아부함으로써 상대방의 자비심을 통해 핵위협을 피해 보려는 방법이다.
한국이 이제껏 택한 방법은 네 번째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전통적인 다른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북핵 해결방식으로 제시하는 사람들을 진보를 자처하는 정부 당국자나 국민들은 전쟁광(戰爭狂)이라고 매도했다.
적의 핵위협을 제거하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론 첫 번째 방법이다. 동시에 제일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제일 쉬운 방법이 네 번째 것이지만 동시에 이는 자신의 국가안보를 결국 상대방의 자비심에 맡기는 극도의 비(非)전략적이며, 위험한 방법이다.
본 기고문은 북핵 관련 주요국인 미국이 북한 핵을 저지하기 위해 취할 대안(代案) 중 그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은 선제공격론(preemptive strike)을 분석해 보려는 것이다. 미국은 과연 선제공격을 통해 북한 핵을 제거해 버릴 수 있는 능력과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미국이 그 같은 공격을 구상한 적은 있는가? 만약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면 어떻게 작전이 전개될 것인가?
北,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核무장
한국을 공격하기 충분한 미사일을 이미 갖춘 북한은 지난 1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과시했다. 북한은 이제 미사일에 장착하기에 적당한 무게를 갖춘 핵폭탄만 갖추면 된다. 2월 12일의 핵실험을 포함, 세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작업에 진일보했을 것이다. 1·2차 핵실험은 북한이 핵폭탄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무게가 수 톤 단위여서 미사일에 장착하기에는 무겁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현재 북한의 핵폭탄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발력 약 2만 톤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3차 핵실험 결과를 알기는 아직 이르지만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 많은 진전을 이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미사일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폭발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폭탄 무게를 수백kg대로 줄일 필요가 있다. 핵실험은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각종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핵폭탄의 무게와 크기를 줄여 나가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북한이 이번 핵실험에 성공, 핵탄두를 소형화시킬 수 있게 된다면 북한은 금명간 ‘핵무기 체계’를 완비한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게 되느냐를 보통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북한이 서울을 핵공격할 것이라며 다 죽게 되었다고 공포에 떠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이 오로지 서울을 폭파하려는 목적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는 날 북한은 문자 그대로 싸움도 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을 통째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1차적 목표다.
核으로 韓美동맹 無力化
현재 한국과 미국은 작전계획 5027이라는 ‘공세적 방어전략’을 통해 북한의 남침(南侵)을 억지하고 있다. 북한이 선제 남침공격을 해 올 경우, 한미 양국은 북한의 공격을 전면전쟁으로 간주, 방어만 하지 않고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공격해 올라갈 것이며, 궁극적으로 북한정권을 궤멸시켜 자유민주통일을 이룩한다는 내용의 작전계획이다. 좌파들은 이 작전계획을 ‘침략전쟁 계획’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작계(作計) 5027은 북한이 선제공격하지 않는 한 발동할 이유가 전혀 없는 그야말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다.
북한이 휴전선 접경인 철원을 공격하든, 게릴라부대로 대전을 공격하든 한미 양국군이 북한의 공격을 되받아쳐서 휴전선을 돌파, 북한으로 올라갈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이 전략은 북한으로 하여금 여하한 꼼수도 쓰지 못하게 하는 ‘억제력’의 근간이었다. 재래식 무기만 가지고도 전쟁 억지가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작계 5027은 ‘재래식 전쟁억지(conventional deterrence)’ 전략의 전형이 되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비한 후 휴전선의 일부를 치고 내려오거나 한국의 후방에서 게릴라 전쟁을 시도할 때 한미 양국은 작계 5027에 의거, 북한지역으로 전역(戰域)을 확대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어떻게 북한 땅에서 전쟁을 벌일 수 있겠는가? 멸망의 위기에 당면한 북한 정권은 정말 서울을 핵공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까지 공격할 수 있는 핵폭탄과 미사일을 갖춘 북한은 대남(對南)전쟁을 먼저 도발한 후, 미국에 “이 전쟁은 민족 내부의 전쟁이니 개입하지 말라!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개입한다면 우리는 할 수 없이 미국의 도시 하나를 핵공격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할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을 지키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의 파멸을 각오해야 할 것인가?’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비하는 날, 한미동맹의 전쟁억지 전략은 실행 불가능한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르며 미국의 핵우산은 그 신뢰성을 알 수 없는 찢어진 우산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핵무기 체계를 완비한 북한은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을 위협할 수 있고, 한국은 ‘핵전쟁을 통해 다 죽느냐’, 아니면 ‘차라리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며 사느냐’의 괴로운 선택에 당면할 것이다.
核 보유한 북한이 한반도 통일 주도할 수도
냉전(冷戰)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미국 사람들은 ‘소련과 핵전쟁을 해서 다 죽는 것과 공산주의 치하에서라도 연명하고 살아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에 대해 논쟁했었다(better red than die or better die than red?). 핵을 가진 미국도 이처럼 번민했는데 핵을 가지지 않은 한국이 핵보유국 북한 앞에서 어떤 상황에 당면하게 될지 상상하기도 싫다.
많은 한국 사람이 통일을 하면 북한 핵은 우리 것이 된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비하고 한국은 현재 상태로 남아 있는다면, 북한이 한반도 통일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될 통일한국을 건설한 북한은 그때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질 터이니 미국과 협상을 통해 두둑한 보상을 받은 후 핵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중국과 각을 세우는 미국의 편을 들어 핵무기도 그대로 보유하고 미국의 지원도 얻어내는 그런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이 남북 간의 여하한 무력충돌보다 낫다고 말하는 종북(從北)주의자들의 선동에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 채 동의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미국은 3대세습 최악의 독재정권이 통치하는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는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을 나라가 아니다. 미국의 전략 전통은 “악마와 협상하지 않는다. 악마를 제압할 뿐이다”(We don’t negotiate with evil, we defeat it)라는 말로 요약 된다. 그러면 미국은 핵무기 체계 보유를 목전에 두고 있는 북한을 어떻게 할까?
美, 군사적 옵션 배제 안 해
적대적인 의도와 행동을 제거하는 가장 확실하고 궁극적인 방법은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가장 택하기 힘든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과 같이 믿을 수 없는 불량국가(rogue state)가 핵을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 중 가장 효과가 높은 방법이 무력사용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의 핵보유를 막기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뤄 낸 기왕의 각종 약속들은 모두 북한의 핵보유를 위한 시간을 약간 지연시킨 것 외에는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핵무기 체계 완비를 목전에 둔 북한을 미국이 무력 공격할 수 있는 근거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위협이 존재할 때 그 위협을 회피하기보다는 위협을 제거하는 방식을 선호해 온 나라다. ‘국가의 정의(正義)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무려 80%의 국민이 동의하는 나라다. 영국·프랑스 국민들은 약 20%가 이 같은 물음에 동의한다. 한국 국민은 몇 %가 이 같은 물음에 동의할까?
미국이 북한 핵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사용하겠다고 말할 때 거기에는 반드시 군사적 옵션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2월 7일 미국 국무부의 빅토리아 놀런드 대변인은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안도 배제하지 않는다’,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하기 위해 선제 무력공격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체계 보유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인가?
美의 對北 타격능력
이에 대한 대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5년 5월 27일 미국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군사기술의 발달은 전쟁의 방식을 바꿔 놓았다. 미국은 이제 죄 없는 사람들의 틈에 숨어 자신의 안녕을 도모하는 독재자와 테러리스트를 골라서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선언한 바 있었다. 군사시설을 넘어 개인을 핀 포인트(pinpoint) 공격하는 것조차 가능한 것이 작금 미국의 군사능력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 상공을 정찰비행한 미국은 북한의 표적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 자료들을 이미 획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스텔스 전폭기인 F-117기들이 북한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는 사실이 F-117 조종사의 증언으로 밝혀진 바 있다. 2010년 12월 초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 바다에 진입해서 한미합동훈련을 전개했을 당시 미국 최신예 F-22 랩터 전폭기도 훈련에 참가했다. 당시 김정일은 훈련이 지속되는 동안 지하벙커에 숨어 있었고, 그 후 김정일 전용 열차에 스텔스 회피 장치를 부착하고 다녔던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미국은 현재 괌(Guam) 미 공군기지에 정밀타격이 가능한 폭탄 JDAM(합동정밀직격탄)을 2280발이나 장착할 수 있다는 B-1 폭격기를 다수 배치하고 있다. 오키나와에는 최신에 F-22 스텔스 전투기를 고정 배치해 놓고 있다. F-22기는 이륙 후 30분에 북한 전역(全域)에 도달할 수 있다. 북한의 레이더 능력으로는 이 비행기의 접근을 사전에 포착할 수 없다. 미국은 스텔스 폭격기 B-2를 한반도에 발진시키는 방안도 가지고 있다. 공군뿐 아니라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군함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등도 북한의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동해 혹은 서해에 진입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의 탑재기들도 북한의 표적들을 정밀 공격할 수 있는, 미국이 보유한 수단들이다.
美, 제한적 공격 가능
1994년 6월 미국은 북한의 핵시설, 특히 영변을 폭격하겠다는 대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다. 당시 미국은 이 계획을 ‘오시락 옵션(Osirak Option)’이라고 불렀다. 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 공군기가 파괴했던 이라크 핵시설 지역명이 오시락이었다. 이라크의 오시락은 북한의 영변과 같은 곳이다. 당시 미국은 서울에 있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가족을 소개(疏開)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했을 정도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가한 위협은 실제적인 것이었다.
미국이 북한에 무력공격을 위협했던 또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는 2012년 4월 김정은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4월 13일)에 실패한 직후, 금명간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던 무렵이었다. 당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하고 있던 미국은 4월 17일 서울의 미8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언급을 통해, “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시도할 경우 핵실험 기지에 대해 정밀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로클리어 사령관의 언급은 북한의 핵실험을 9개월 정도 지연시킨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미국의 선제공격설에 대해 여러 가지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는 주로 미국이 큰 전쟁을 각오할 수 없다는 사실, 한국이 반대할 것이라는 사실, 미국이 아무리 훌륭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완벽하게 북한 핵시설을 다 제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 등에 근거한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가능성은 위의 논리와 정반대의 논리에 근거한다. 우선 미국은 북한이 전면전(全面戰)으로 되받아칠 수 없는, 제한된 표적을 선정해서 제한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6월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영변의 재처리 시설’ ‘재처리 시설과 5메가와트 원자로, 사용한 연료봉을 저장하는 저장수조(水槽) 등을 포함한 핵시설’ ‘영변의 핵시설 전체 파괴 및 북한의 반격에 대비한 중요한 군사능력까지 함께 파괴’ 등의 몇 가지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2012년 4월 로클리어 사령관이 언급한 공격대상은 ‘북한의 핵실험장’이었다.
斬首공격
미국은 북한에 ‘미국은 결코 북한의 핵보유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무력공격을 가하면 된다. 미국의 목표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데 있는 것이지, 북한을 모두 파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한 주변국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무력공격을 제한할 것이다. 마치 6·25 당시 미국이 결코 만주를 폭격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중국 등 관련국에 미국의 목표와 작전의 한계, 즉 미국의 작전목표가 북한 정권의 궤멸, 혹은 미국군의 북한 진주(進駐)가 아니라는 사실도 사전에 통보하는 등 외교적 조치들도 취할 것이다.
북한의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은 스텔스 폭격기나 토마호크 미사일 혹은 무인(無人) 폭격기 등 북한이 직접 공격을 당한 후에나 공격을 당한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기습공격을 단행할 것이다.
물론 미국은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무력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대남 전면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폭격전략은 1991년 걸프전쟁 이후 대폭 바뀌었다. 특히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전략은 독재국가와 전면전쟁을 벌일 경우 적국의 독재자를 표적으로 삼아 참수(斬首) 공격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난 2세기 동안 서양 강대국을 지배한 전략사상인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의하면 적국의 ‘급소(center of gravity)’는 그 나라의 ‘군사력’이었다. 적의 급소를 정확히 공격하는 것이 전략의 요체다.
미국은 1991년 클라우제비츠의 가르침에 따라 이라크 군사력을 궤멸시키는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군사력이 궤멸한 후에도 10년 이상 이라크 국민들을 학살해 가며 당당히 권좌를 유지하고 있던 사담 후세인의 모습을 본 미국은 ‘독재국가의 급소는 독재자 그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군사기술의 혁명적 발달로 인해 독재자를 참수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전략이 변화하는 원인이었다.
미국의 전쟁전략 변화는 핵시설 및 일부 군사시설을 파괴당한 북한이 전면전쟁을 일으킬 수 없게 하는 막강한 억제장치가 된다. 김정은과 북한 지휘부는 확전(擴戰)하는 순간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美의 공격에 동의할 것인가?
물론 미국은 단독으로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 반드시 한국정부와 사전에 긴밀한 협력을 이룬 후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1994년 당시 미국정부는 ‘충분한 군사력 증강이 이뤄진 후에’, 그리고 ‘한국정부에 통고한 후에’ 선제공격 작전을 실시한다는 원칙을 수립해 두고 있었다. 결국 한국은 미국의 대북 선제 무력공격 단행 여부에 대해 적지 않은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한국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 무력공격을 묵인 혹은 협조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필사적으로 반대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좌절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핵무기 개발사의 마지막 분기점이 될 수 있는 2013년이라는 엄중한 시점에서 한국은 어떤 대안을 택해야 할까.
한국이 미국의 대북 선제 무력공격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미국을 향해 ‘우리는 핵무기 체계를 완비한 북한의 위협 아래 살아갈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과 동의어가 되지 않을까?⊙
북한은 한국을 향해서는 유엔의 대북(對北) 제재조치에 동참할 경우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을 향해서도 ‘혹독한 대가(代價)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후 핵(核)실험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 온 북한은 결국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하고 말았다. 이는 이제까지 국제사회가 북한 핵을 저지하기 위해서 취해 온 모든 방법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핵 실험에 앞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었다. 한국군 합참의장은 지난 2월 6일 국회 증언에서 “북한이 실제로 핵을 무기화해서 사용할 임박한 징후가 있을 경우에는 선제(先制)타격도 방책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존 케리 신임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관리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어떤 옵션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미(韓美) 양국 고위 당국자들의 이러한 언급은 모두 북한의 핵실험 그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핵실험을 한 이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두 달도 안 된 시점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행동은 북한이 핵무기 체계(Nuclear Weapons System)의 완성을 위해 일로매진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핵무기 체계란 적정규모의 폭발력과 무게를 가진 핵폭탄과 이를 적국(敵國)의 표적에 정확하게 도달시킬 수 있는 능력(주로 미사일)을 완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北核,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북한은 이미 한국·일본 등 이웃 국가들을 공격하기에 충분한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의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만km가 넘는 대륙간미사일로 미국 본토에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일뿐이다. 북한으로서는 핵보유의 마지막 단계를 위해 필수적인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적대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위험한 상황에 당면한 이웃 국가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위협에 당면한 국가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이론적으로 4가지 중 하나다.
첫째 방법은 적이 핵을 보유하기 이전에 핵시설을 무력(武力) 공격해 제거해 버리는 ‘이스라엘식(式) 방법’ 이다.
두 번째 방법은 적국과 같은 수준의 핵무기를 스스로 갖추는 것이다. 이는 가장 전통적이고 흔한 방법이다. 현재 핵보유국 대부분이 적대적 상대방의 핵보유에 대응해서 채택한 방법이다.
세 번째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이 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네 번째 방법은 방법이라고 말하기조차 곤란한 것이지만 수수방관하거나 상대방에 대해 아부함으로써 상대방의 자비심을 통해 핵위협을 피해 보려는 방법이다.
한국이 이제껏 택한 방법은 네 번째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전통적인 다른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북핵 해결방식으로 제시하는 사람들을 진보를 자처하는 정부 당국자나 국민들은 전쟁광(戰爭狂)이라고 매도했다.
적의 핵위협을 제거하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론 첫 번째 방법이다. 동시에 제일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제일 쉬운 방법이 네 번째 것이지만 동시에 이는 자신의 국가안보를 결국 상대방의 자비심에 맡기는 극도의 비(非)전략적이며, 위험한 방법이다.
본 기고문은 북핵 관련 주요국인 미국이 북한 핵을 저지하기 위해 취할 대안(代案) 중 그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은 선제공격론(preemptive strike)을 분석해 보려는 것이다. 미국은 과연 선제공격을 통해 북한 핵을 제거해 버릴 수 있는 능력과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미국이 그 같은 공격을 구상한 적은 있는가? 만약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면 어떻게 작전이 전개될 것인가?
北,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核무장
한국을 공격하기 충분한 미사일을 이미 갖춘 북한은 지난 1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과시했다. 북한은 이제 미사일에 장착하기에 적당한 무게를 갖춘 핵폭탄만 갖추면 된다. 2월 12일의 핵실험을 포함, 세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작업에 진일보했을 것이다. 1·2차 핵실험은 북한이 핵폭탄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무게가 수 톤 단위여서 미사일에 장착하기에는 무겁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현재 북한의 핵폭탄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발력 약 2만 톤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3차 핵실험 결과를 알기는 아직 이르지만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 많은 진전을 이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미사일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폭발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폭탄 무게를 수백kg대로 줄일 필요가 있다. 핵실험은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각종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핵폭탄의 무게와 크기를 줄여 나가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북한이 이번 핵실험에 성공, 핵탄두를 소형화시킬 수 있게 된다면 북한은 금명간 ‘핵무기 체계’를 완비한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게 되느냐를 보통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북한이 서울을 핵공격할 것이라며 다 죽게 되었다고 공포에 떠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이 오로지 서울을 폭파하려는 목적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는 날 북한은 문자 그대로 싸움도 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을 통째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1차적 목표다.
核으로 韓美동맹 無力化
현재 한국과 미국은 작전계획 5027이라는 ‘공세적 방어전략’을 통해 북한의 남침(南侵)을 억지하고 있다. 북한이 선제 남침공격을 해 올 경우, 한미 양국은 북한의 공격을 전면전쟁으로 간주, 방어만 하지 않고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공격해 올라갈 것이며, 궁극적으로 북한정권을 궤멸시켜 자유민주통일을 이룩한다는 내용의 작전계획이다. 좌파들은 이 작전계획을 ‘침략전쟁 계획’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작계(作計) 5027은 북한이 선제공격하지 않는 한 발동할 이유가 전혀 없는 그야말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다.
북한이 휴전선 접경인 철원을 공격하든, 게릴라부대로 대전을 공격하든 한미 양국군이 북한의 공격을 되받아쳐서 휴전선을 돌파, 북한으로 올라갈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이 전략은 북한으로 하여금 여하한 꼼수도 쓰지 못하게 하는 ‘억제력’의 근간이었다. 재래식 무기만 가지고도 전쟁 억지가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작계 5027은 ‘재래식 전쟁억지(conventional deterrence)’ 전략의 전형이 되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비한 후 휴전선의 일부를 치고 내려오거나 한국의 후방에서 게릴라 전쟁을 시도할 때 한미 양국은 작계 5027에 의거, 북한지역으로 전역(戰域)을 확대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어떻게 북한 땅에서 전쟁을 벌일 수 있겠는가? 멸망의 위기에 당면한 북한 정권은 정말 서울을 핵공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까지 공격할 수 있는 핵폭탄과 미사일을 갖춘 북한은 대남(對南)전쟁을 먼저 도발한 후, 미국에 “이 전쟁은 민족 내부의 전쟁이니 개입하지 말라!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개입한다면 우리는 할 수 없이 미국의 도시 하나를 핵공격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할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을 지키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의 파멸을 각오해야 할 것인가?’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비하는 날, 한미동맹의 전쟁억지 전략은 실행 불가능한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르며 미국의 핵우산은 그 신뢰성을 알 수 없는 찢어진 우산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핵무기 체계를 완비한 북한은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을 위협할 수 있고, 한국은 ‘핵전쟁을 통해 다 죽느냐’, 아니면 ‘차라리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며 사느냐’의 괴로운 선택에 당면할 것이다.
核 보유한 북한이 한반도 통일 주도할 수도
냉전(冷戰)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미국 사람들은 ‘소련과 핵전쟁을 해서 다 죽는 것과 공산주의 치하에서라도 연명하고 살아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에 대해 논쟁했었다(better red than die or better die than red?). 핵을 가진 미국도 이처럼 번민했는데 핵을 가지지 않은 한국이 핵보유국 북한 앞에서 어떤 상황에 당면하게 될지 상상하기도 싫다.
많은 한국 사람이 통일을 하면 북한 핵은 우리 것이 된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비하고 한국은 현재 상태로 남아 있는다면, 북한이 한반도 통일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될 통일한국을 건설한 북한은 그때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질 터이니 미국과 협상을 통해 두둑한 보상을 받은 후 핵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중국과 각을 세우는 미국의 편을 들어 핵무기도 그대로 보유하고 미국의 지원도 얻어내는 그런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이 남북 간의 여하한 무력충돌보다 낫다고 말하는 종북(從北)주의자들의 선동에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 채 동의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미국은 3대세습 최악의 독재정권이 통치하는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는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을 나라가 아니다. 미국의 전략 전통은 “악마와 협상하지 않는다. 악마를 제압할 뿐이다”(We don’t negotiate with evil, we defeat it)라는 말로 요약 된다. 그러면 미국은 핵무기 체계 보유를 목전에 두고 있는 북한을 어떻게 할까?
美, 군사적 옵션 배제 안 해
적대적인 의도와 행동을 제거하는 가장 확실하고 궁극적인 방법은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가장 택하기 힘든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과 같이 믿을 수 없는 불량국가(rogue state)가 핵을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 중 가장 효과가 높은 방법이 무력사용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의 핵보유를 막기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뤄 낸 기왕의 각종 약속들은 모두 북한의 핵보유를 위한 시간을 약간 지연시킨 것 외에는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핵무기 체계 완비를 목전에 둔 북한을 미국이 무력 공격할 수 있는 근거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위협이 존재할 때 그 위협을 회피하기보다는 위협을 제거하는 방식을 선호해 온 나라다. ‘국가의 정의(正義)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무려 80%의 국민이 동의하는 나라다. 영국·프랑스 국민들은 약 20%가 이 같은 물음에 동의한다. 한국 국민은 몇 %가 이 같은 물음에 동의할까?
미국이 북한 핵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사용하겠다고 말할 때 거기에는 반드시 군사적 옵션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2월 7일 미국 국무부의 빅토리아 놀런드 대변인은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안도 배제하지 않는다’,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하기 위해 선제 무력공격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체계 보유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인가?
美의 對北 타격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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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117 스텔스 전폭기가 폭탄 투하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 상공을 정찰비행한 미국은 북한의 표적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 자료들을 이미 획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스텔스 전폭기인 F-117기들이 북한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는 사실이 F-117 조종사의 증언으로 밝혀진 바 있다. 2010년 12월 초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 바다에 진입해서 한미합동훈련을 전개했을 당시 미국 최신예 F-22 랩터 전폭기도 훈련에 참가했다. 당시 김정일은 훈련이 지속되는 동안 지하벙커에 숨어 있었고, 그 후 김정일 전용 열차에 스텔스 회피 장치를 부착하고 다녔던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미국은 현재 괌(Guam) 미 공군기지에 정밀타격이 가능한 폭탄 JDAM(합동정밀직격탄)을 2280발이나 장착할 수 있다는 B-1 폭격기를 다수 배치하고 있다. 오키나와에는 최신에 F-22 스텔스 전투기를 고정 배치해 놓고 있다. F-22기는 이륙 후 30분에 북한 전역(全域)에 도달할 수 있다. 북한의 레이더 능력으로는 이 비행기의 접근을 사전에 포착할 수 없다. 미국은 스텔스 폭격기 B-2를 한반도에 발진시키는 방안도 가지고 있다. 공군뿐 아니라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군함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등도 북한의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동해 혹은 서해에 진입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의 탑재기들도 북한의 표적들을 정밀 공격할 수 있는, 미국이 보유한 수단들이다.
美, 제한적 공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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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사령관. |
미국이 북한에 무력공격을 위협했던 또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는 2012년 4월 김정은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4월 13일)에 실패한 직후, 금명간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던 무렵이었다. 당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하고 있던 미국은 4월 17일 서울의 미8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언급을 통해, “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시도할 경우 핵실험 기지에 대해 정밀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로클리어 사령관의 언급은 북한의 핵실험을 9개월 정도 지연시킨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미국의 선제공격설에 대해 여러 가지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는 주로 미국이 큰 전쟁을 각오할 수 없다는 사실, 한국이 반대할 것이라는 사실, 미국이 아무리 훌륭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완벽하게 북한 핵시설을 다 제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 등에 근거한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가능성은 위의 논리와 정반대의 논리에 근거한다. 우선 미국은 북한이 전면전(全面戰)으로 되받아칠 수 없는, 제한된 표적을 선정해서 제한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6월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영변의 재처리 시설’ ‘재처리 시설과 5메가와트 원자로, 사용한 연료봉을 저장하는 저장수조(水槽) 등을 포함한 핵시설’ ‘영변의 핵시설 전체 파괴 및 북한의 반격에 대비한 중요한 군사능력까지 함께 파괴’ 등의 몇 가지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2012년 4월 로클리어 사령관이 언급한 공격대상은 ‘북한의 핵실험장’이었다.
斬首공격
미국은 북한에 ‘미국은 결코 북한의 핵보유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무력공격을 가하면 된다. 미국의 목표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데 있는 것이지, 북한을 모두 파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한 주변국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무력공격을 제한할 것이다. 마치 6·25 당시 미국이 결코 만주를 폭격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중국 등 관련국에 미국의 목표와 작전의 한계, 즉 미국의 작전목표가 북한 정권의 궤멸, 혹은 미국군의 북한 진주(進駐)가 아니라는 사실도 사전에 통보하는 등 외교적 조치들도 취할 것이다.
북한의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은 스텔스 폭격기나 토마호크 미사일 혹은 무인(無人) 폭격기 등 북한이 직접 공격을 당한 후에나 공격을 당한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기습공격을 단행할 것이다.
물론 미국은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무력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대남 전면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폭격전략은 1991년 걸프전쟁 이후 대폭 바뀌었다. 특히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전략은 독재국가와 전면전쟁을 벌일 경우 적국의 독재자를 표적으로 삼아 참수(斬首) 공격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난 2세기 동안 서양 강대국을 지배한 전략사상인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의하면 적국의 ‘급소(center of gravity)’는 그 나라의 ‘군사력’이었다. 적의 급소를 정확히 공격하는 것이 전략의 요체다.
미국은 1991년 클라우제비츠의 가르침에 따라 이라크 군사력을 궤멸시키는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군사력이 궤멸한 후에도 10년 이상 이라크 국민들을 학살해 가며 당당히 권좌를 유지하고 있던 사담 후세인의 모습을 본 미국은 ‘독재국가의 급소는 독재자 그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군사기술의 혁명적 발달로 인해 독재자를 참수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전략이 변화하는 원인이었다.
미국의 전쟁전략 변화는 핵시설 및 일부 군사시설을 파괴당한 북한이 전면전쟁을 일으킬 수 없게 하는 막강한 억제장치가 된다. 김정은과 북한 지휘부는 확전(擴戰)하는 순간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美의 공격에 동의할 것인가?
물론 미국은 단독으로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 반드시 한국정부와 사전에 긴밀한 협력을 이룬 후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1994년 당시 미국정부는 ‘충분한 군사력 증강이 이뤄진 후에’, 그리고 ‘한국정부에 통고한 후에’ 선제공격 작전을 실시한다는 원칙을 수립해 두고 있었다. 결국 한국은 미국의 대북 선제 무력공격 단행 여부에 대해 적지 않은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한국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 무력공격을 묵인 혹은 협조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필사적으로 반대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좌절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핵무기 개발사의 마지막 분기점이 될 수 있는 2013년이라는 엄중한 시점에서 한국은 어떤 대안을 택해야 할까.
한국이 미국의 대북 선제 무력공격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미국을 향해 ‘우리는 핵무기 체계를 완비한 북한의 위협 아래 살아갈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과 동의어가 되지 않을까?⊙
이진영
(201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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