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긴급진단] 북한은 왜 核을 고집할까 : 월간조선

2월 12일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핵 실험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사일 등 운반체계에 핵을 실어보낼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다종화’란 표현도 썼다. 이번 실험에 고농축 우라늄탄을 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북핵 문제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사거리 1만km 장거리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까지 남은 건 ‘대기권 진입’ 기술 확보뿐이다. 여기에 핵무기를 전력화할 수 있는 핵탄두 기술을 확보했다면 북한은 실질적인 핵 무장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봐야 한다. 이미 확보한 원심분리기 2000기로 우라늄을 농축하면 연간 2~3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북한은 왜 이렇게 핵을 가지려는 것일까, 또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안보, 북한 전문가에게 물었다.

협상용인가, 체제 선전용인가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수석연구위원.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핵 실험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미 협상용’ ‘체제 선전용’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수석연구위원 정성장 박사는 “미국과 협상하기 위한 몇 가지 기술 중 ICBM에 장착할 핵무기 기술 확보가 주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미국과 무엇을 협상하려는 것일까. 정 박사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전상태로 있으면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대외경제활동을 제한받을 수밖에 없죠. 미국 입장에선 굳이 가만히 있는 북한과 대화할 이유가 없는 거고요. 그래서 미국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미·북 간 평화체제가 성립되면 한미동맹이 흔들리지 않겠습니까.

“동맹이야 유지되겠지만, 주한미군의 성격에는 변화가 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우릴 도와주겠습니까.

“미국이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아닌 북한과 관계개선을 해도 한계는 명백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관계를 개선하는 거지, 우리처럼 가치를 공유하고 그럴 순 없는 거죠. 지나친 우려라고 판단합니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은 대(對)북한 적대정책 때문에 대북제재가 계속된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에 자기들의 핵 능력을 보여주고 협상할 건지, 핵 능력 향상을 방치할 건지 택일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협상 목적에 대해서도 정 박사와 같은 의견이었다.

“협상 목적은 적대관계 해소입니다. 국제법상으론 북한과 미국이 전쟁 관계 아니겠어요. 그걸 해소하려는 거죠.”

“남한을 핵 볼모로 잡기 위한 목적”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핵 개발은 우리를 노리고 하는 것 아닌가요.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는 남북관계에서 재래식 전력 비대칭의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과거 북한이 공세적이었다면 지금은 수세적이라고 볼 수 있죠.”

—지금 북한이 수세적이란 말인가요.

“정권을 지키는 목적으로 사용하니까요. 왜냐하면 그걸 사용해서 일시적으로 우리를 공격할 순 있지만, 이길 수는 없습니다. 북한이 전쟁해서 이길 수 있겠어요?”

—북핵이 공격용이 아니라는 건가요.

“억지(抑止)죠.”

이들의 말처럼 북한은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희망하고 있다. 평화협정이란 정전협정 당사자 간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맺으면 유엔사령부는 해체되고, 주한미군도 주둔 명분을 잃게 돼 철수가 불가피해진다. 이후 북한이 무력 남침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외부의 지원 여부는 불투명하다.

1973년 1월 월남, 미국, 월맹, 베트콩은 파리평화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주월미군은 철수했다. 월남은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 미국과 방위조약을 맺었다. 이후 군사력, 경제력이 우세했던 월남은 월맹의 무력침공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지원하지 않았고, 월남은 적화됐다. 따라서 미·북 평화협정 체결은 한반도 적화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희상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역임한 김희상(金熙相) 예비역 중장은 “언론에서 나오는 얘길 들어보면 미국 얘기만 한다”며 “북핵은 남한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끊고,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2006년 1차 핵 실험 때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알려진 조미평화연구소 소장 김명철이 김정일은 핵을 ‘통일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했다잖아요. 김정일이 원하는 통일이 적화통일이잖아요. 그럼 북한이 핵을 만들어서 누구에게 쏘겠어요. 미국한테 써요? 일본에 써요? 우리에게 쏘는 겁니다. 북핵이 기정사실로 되면 우리는 핵 인질이 되고, 우리 군사력은 손발이 묶이는 겁니다. 보복도 못 합니다. 자유 대한의 조종(弔鐘)이 울리는 거예요.”

핵 정책과 핵 전략을 전공한 전 통일연구원 원장 김태우(金泰宇) 박사는 “북한의 핵 개발 목적은 3가지”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핵은 대내적으로 체제유지, 내부결속, 충성심 유지 등을 위한 강력한 통치수단이 됩니다. 대외적으론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하고, 핵을 포기한다고 해도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카드이기도 하고요. 남한 전력의 질적 우세를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이게 핵무기의 특징입니다. 저는 이걸 ‘핵 그림자’ 전략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핵 그림자를 남한에 드리우면서 겁박하고, 원조를 받아내는 거죠.”

“金大中·盧武鉉 정권이 북핵 개발 방조”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사실 북핵 위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핵무기로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스커드 등 단거리 미사일, 폭격기, 잠수함 등, 이미 우리는 북한의 ‘핵 인질’이 됐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뜻한다.

그 원인에 대해 김희상 장군은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대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대성(宋大晟) 세종연구소 소장은 “북한을 왜곡해서 인식한 정권이 두 번이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북한은 적이 아닌 형제이기 때문에 핵을 만들어도 우리에게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두 정권(김대중, 노무현)은 북핵 개발을 방조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봅니까.

“대화도 못 했고, 강경책도 쓰지 못했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강경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건 북한을 지원하는 세력들이 말하는 거죠. 북한에 보복 한 번 못 했는데, 그게 무슨 강경입니까. 북한은 지난 15년 동안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핵 개발을 한 겁니다.”

우리가 아무리 강력한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군사적으로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하는 건 버거운 일이다. 국제사회의 외교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과의 공조가 강화돼야 한다.

과거에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6자 회담’과 같은 외교적 시도가 있었지만, 북한의 일관된 핵 개발 의지와 참가국들의 엇갈린 이해관계로 성과를 내진 못했다. 현재 북한의 핵 능력은 예전과 차원이 다른 문제로 발전했다. 역내 주요 국가들의 북핵 해결 접근법은 무엇일까.

북한 도발할 때마다 중국 영향력은 커져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 원장.

미국은 북한 핵 실험을 계기로 그간 유지한 ‘전략적 인내’에서 ‘적극적 대응’으로 대북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월 13일(현지시각) 2기 행정부 출범 첫 국정연설에서 “동맹국들과 일치단결해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할 것이고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백악관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선 “며칠 내에 유엔에서 강경한 결론이 나오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1·2차 핵 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 관련, 세 건의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점으로 미뤄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2월 13일 에드 로이스 미(美) 하원 외교위원장은 중국에 대북 경제 지원과 교역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중국이 북한 정권을 압박해 핵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협조를 얻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국은 대북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참여했더라도 이행은 하지 않았다. 뒤로는 북한에 막대한 양의 식량과 에너지를 지원했다. 또 북한이 핵 실험을 할 때마다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하지만, 대북 제재에는 반대해 왔다. 이번에도 중국은 “북한 핵 실험을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도 “6자회담 틀 안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중·북 관계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중국 동의하에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안 ▲북한의 3차 핵 실험 ▲중국 반대 성명 등 이전과 다른 기류를 보였다. 그 때문에 향후 중·북 관계가 중대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 그런 전조는 없다.

이에 대해 김희상 장군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다”면서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는 건 그리 불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북핵 해결 방법은 대화뿐이라고 한 건 북한을 격려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영향력은 있지만, 결정적 힘이 없어 중국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송대성 소장도 “우리가 미국 핵을 두려워하지 않듯, 중국은 북한과 동맹이기 때문에 자국을 위협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인식 차이 때문에 강경한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 타격 주장은 정치적 쇼”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

결국 북핵은 중국의 전향적인 대북정책 변화가 선행되지 않고선 외교적 접근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단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핵을 보유한 북한을 상정해 그에 걸맞은 도발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

2월 6일 정승조 합참의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는 징후가 있으면 선제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핵 실험 직후 국방부는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고 밝혔다. 당국이 실전배치했다고 밝힌 미사일은 사거리 최대 1500km인 국산 순항미사일 ‘현무 3’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성장 박사는 “북한 핵무기가 어디 있는지도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지하시설로 이동이 가능하므로 말은 좋지만 비현실적”이라고 평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합참의장, 노무현 정부에선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조영길(曺永吉) 예비역 대장은 “공격을 억제하는 대책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입으로 떠들어서 될 일이 아니다”며 “쉽게 얘기하는 건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제 타격을 위해선 적을 억제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 그걸 사용할 수 있는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용남 전 합참의장.

김영삼 정부 때 합참의장이었던 윤용남(尹龍男) 예비역 대장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북한이 1000여 기에 달하는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다 잡아내겠습니까. 또 북괴가 핵을 쏘려고 한다는 걸 누가 확정합니까? 국방부 정보본부장이 ‘적이 핵을 쏘려고 한다’고 해도, 장관이 ‘때리자’고 보고해도 대통령이 할 수 있겠습니까? 일단 정보본부장부터 확정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종합하면 ‘선제 타격’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대안은 어떤 것들인지 물었다.

조영길, 김희상 장군은 “한미연합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장군은 “작전계획 5027의 전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한미연합작전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연합작전을 하겠다면서 일사불란하게 작전을 지휘하는 연합사를 없애겠다는 건 군인의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에 대해서도 “전 정권에서 북한에 가까운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저질러놓은 일인데, 친북이 아니라는 정권에서조차 그대로 답습하는 건 우리의 비극”이라며 “연합지휘기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연합사를 해체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국가 안보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核은 核으로 풀어야”

김희상 장군도 “미국 장성이 사령관으로 있는 연합사가 서울에 있는 게 최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북핵에 대처하려면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합사처럼 좋은 체제가 없습니다. 미국의 핵우산도 연합사가 있어야 가능한 겁니다. 킬 체인(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도발 징후 포착 시 30분 내에 탐지에서 타격까지 완료하는 공격 체계)도 미국의 전폭적인 협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연합사 해체를 주도했던 사람들이 현 정부에서 국방·안보 분야를 장악했고, 새 정부도 그런 것 같아 걱정입니다.”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게 돼도 지금과 같은 연합작전, 유사시 증파 약속이 이뤄질까요.

“그것도 걱정입니다. 동맹은 기본적으로 공동 위협에 대응하는 상호관계인데, 한국이 미국에 특별한 존재여야 지원해 주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투자를 안 했거든요.”

—어떤 투자를 말하는 건가요.

“2003년 미국이 이라크 파병을 요청했을 때 우리가 3000명 보낸다고 하니까 기자회견에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손가락 3개를 펴들면서 ‘3000명’이라고 떨떠름해 했어요.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한반도 자유통일’을 얘기했고, 미국 국방위원들이 방한했습니다. 아프간에 파병해 달라는 거였죠. 이때도 320명 보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동맹국인 우리에게 섭섭함을 느낀다는 건가요.

“미국 사람들 만나보면 한국이 동맹으로서 제 몫을 다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2009년 바이든 부통령을 만난 후배가 말하길 ‘바이든이 미국은 한국과 잘 지내고 싶은데 제 몫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거예요. 그나마 연합사가 있으니까 이렇게 얽혀 있는 거지. 앞으로 우리도 미국에 투자를 넉넉하게 해야 합니다.”

송대성 소장은 단기적 방안으로 미군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를 주장하는 한편 “장기적으론 우리도 핵을 만들어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다.

“북한은 누가 뭐래도 결국 했잖아요. 우리가 북한을 제재하려면 그 이상으로 독해야 합니다. 이거 못 하면 우리는 죽는 겁니다. 국가 지도자라면 ‘우리도 핵 개발 한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미국과 상의할 문제가 아닙니다. 나중에 합리화되는 겁니다.”

윤용남 장군은 핵 무장을 비롯한 북핵 대처 전략을 피력했다. 다음은 윤 장군의 말이다.

“핵은 핵으로 풀어야 합니다. 우리가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거죠. 핵 무장을 할 능력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미국이 가만있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국제적으로 고립된다고 얘기합니다. 우리 경제가 그 정도도 버티지 못하겠습니까.”

—그래도 핵 무장에 따른 피해는 클 텐데요.

“어려워진다고 해도 우리는 살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건 존망이 달린 문제입니다. 핵을 가질 수 없다면 미국 전술핵이라도 한반도에 들여와야 합니다.”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 피해를 감수하고 북한 핵 시설을 파괴했다면 어땠을까요.

“우리에겐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고, 클린턴이 때린다고 하니까 김영삼 대통령이 반대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북괴 핵 시설을 예방 차원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폭파시켜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북괴 정권을 붕괴시키는 전략을 펴야 합니다.”

20년간 낮잠만 잔 대한민국

군사적 대응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의 연이은 핵 실험으로 선(先) 핵 폐기 정책은 한계를 드러냈다”며 “오바마 2기 행정부와 한국 새 정부는 핵 동결과 핵 통제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더는 북한 핵이 향상되거나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 수순에 따라 최종적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핵 정책 우선순위와 수순을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고 교수의 말이다.

“북한 급변사태론과 붕괴론 관점에서 북핵 문제를 다뤄서는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북한 붕괴론에 사로잡히게 되면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북한이 붕괴하면 핵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오판하게 되거든요. 특히 중국 협조를 받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해요. 그동안 중국은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는 핵을 가진 북한이 낫다는 정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어요. 따라서 북한 붕괴론으로 북핵 문제를 다룬다면 중국 측 협조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 김태우 박사는 “북핵은 핵만 가지고 접근해선 소용이 없다”며 “북핵 문제는 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 종교, 언론 등의 외부 소식을 조금씩 알리면서 점진적인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살펴본 것처럼 북핵 대응책은 여러 가지다. 이 중 실현 가능한 방안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효과도 미지수다. 체계적이고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조영길 장군은 “1994년 북한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핵을 보유한 북한을 가정하고 대책을 준비한 적이 있다”며 “1995년까지 1년 동안 군 무기체계를 검토했다”고 한다. 당시 획득을 논의한 무기체계는 패트리엇, 이지스함, 크루즈미사일, 핵추진잠수함 등이다.

조 장군은 “새 정부가 국가전략을 다룬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많이 모아서 장기간 진지한 논의 끝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20년이란 세월을 허송세월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국가라고 하기도 부끄럽습니다. 핵 도미노 현상이라고 있잖아요. 어떻게 우리는 도미노 현상도 없이 20년 동안 낮잠만 잤습니까? 그래서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맞은 겁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말 전문가들이 모여서 몇 달 몇 년이 걸리더라도 대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노력마저 하지 않으면 국가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