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日 모두 소형견 선호해
⊙ 美 대통령 90% 이상은 ‘반려인’…트럼프는 동물 키우지 않아
⊙ 푸틴, 반려견 앞세워 獨 메르켈 압박하기도
⊙ 英 화가 브리튼 리비에르, 개는 인간의 친구라는 오랜 사실 잘 그려내
⊙ 美 대통령 90% 이상은 ‘반려인’…트럼프는 동물 키우지 않아
⊙ 푸틴, 반려견 앞세워 獨 메르켈 압박하기도
⊙ 英 화가 브리튼 리비에르, 개는 인간의 친구라는 오랜 사실 잘 그려내
- 몰티즈. 사진=게티이미지
국가별로 어떤 견종이 인기가 있을까? 국내외 지도자들은 어떤 동물을 반려동물로 길렀을까? 또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와 그림엔 어떤 것이 있을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2년 말 전국 20세 이상 69세 이하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견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러고 펴낸 ‘2023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견종 1위는 몰티즈(25.9%)였다. 몰티즈는 지중해 몰타 섬이 고향으로 알려진 흰색 소형견으로 앙증맞은 외모와 애교 넘치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선 ‘국민 강아지’ 격 지위를 얻었다. 실제 2018년, 2021년 시행한 같은 조사에서 1위는 늘 몰티즈 차지였다. 몰티즈는 활발한 성격으로 산책을 좋아하며 배변 교육 등 반려견 교육도 쉽다.
몰티즈, 푸들 꾸준한 사랑
2위는 푸들(21.4%)이었다. 푸들 역시 앞선 2번의 설문조사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한 인기 견종이다. 프랑스 태생의 푸들은 원래 야생 물새 사냥에 활용됐다. 다정다감하고 충성심 강한 성격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 지능이 높아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 또 털이 거의 빠지지 않아 털 날림 문제나 털 알레르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한국인들은 주로 작은 크기의 토이푸들을 선호하지만, 어깨 높이가 60cm에 달하는 스탠더드 푸들, 어깨 높이가 45cm가량의 미디엄 푸들도 최근 들어 인기가 높아졌다.
3위는 믹스견(20.3%)이 꼽혔다. 시골에선 흔히 ‘똥개’로 불리지만, 사실 이 믹스견도 요즘엔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컨대 몰티푸는 몰티즈와 푸들 사이에서 나온 종이며, 코카푸는 코커스패니얼과 푸들의 교배종이다. 이들은 믹스견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종이다.
4위는 포메라니안(10.3%)이다. 독일이 원산지인 포메라니안은 사모예드와 스피츠를 교배시켜 소형화한 실내견이다. 풍부한 모량 때문에 마치 솜사탕이 뛰어다닌다는 귀여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만큼 털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5위로는 진돗개(5.6%)가 꼽혔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는 전라남도 진도군이 고향이다. 흰색 진돗개는 백구나 흰둥이, 황색은 황구나 누렁이, 검은색은 검둥이나 흑구로도 불린다. 이 밖에도 황색과 검은색이 섞인 종, 검은색과 황색이 섞인 종 등이 있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 예부터 집 지키는 개로 길러져 왔다.
한편 2021년 조사에서는 1위 몰티즈(23.7%), 2위 푸들(19.0%), 3위 포메라니안(11.0%), 4위 믹스견(1.7%), 5위 치와와(10.1%) 순이었다. 2018년 조사에서는 1위 몰티즈(23.9%), 2위 푸들(16.9%), 3위 시추(10.3%), 4위 포메라니안(9.3%), 5위 치와와(8.4%) 순이었다.
그렇다면 외국에선 어떤 견종이 인기일까?
세계 최대 애견 등록 단체인 미국반려견협회(AKC)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견종 1위는 프렌치 불도그였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미국인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5년 처음으로 선호 견종 10위권에 진입한 프렌치 불도그는 2021년 2위를 기록했으며 이듬해 1위 자리에 올랐다. 프렌치 불도그는 주름진 얼굴과 납작한 코, 뾰족한 귀가 매력적이다. 밝고 다정한 성격을 지녔으며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크기가 작아 실내에서 기르기 적합하지만, 체력이 좋고 활동량이 많아 매일 산책시켜줘야 한다. 그만큼 식욕이 높아 비만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먹이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털은 짧지만 털 빠짐은 심한 편이다. 코의 깊은 주름에 피부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2위엔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이름을 올렸다. 프렌치 불도그가 1위에 오르기까지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무려 31년간 선호 품종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개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으로도 유명한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높은 지능을 가진 개다. 또 뛰어난 후각 능력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어 마약 및 폭탄 탐지견과 수색 및 구조견으로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과거 뱃사람들의 그물을 회수해오던 역할을 해온 개라 수영 능력 역시 뛰어나다. 커다란 꼬리가 방향타가 돼준다. 온순한 성격을 지녔지만, 생후 2년까지는 말괄량이다. 이 기간 집안 물건을 부수거나 어지럽히는 것은 일상 다반사라고. 식탐이 많아 식사량 조절에 유의하지 않으면 비만이 되기 쉽다.
프렌치 불도그, 래브라도 리트리버 제쳐
3위엔 골든 리트리버가 꼽혔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골든 리트리버는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한 견종이다. 생김새와 다르게 사냥용 개였다. 사냥한 새를 물어오는 용으로 교배됐다. 지능이 높으며 사회성 역시 탁월하다. 물을 좋아하는데 발에는 물갈퀴도 달렸다. 이 덕분에 뛰어난 수영 능력을 갖췄다.
이웃 일본의 경우엔 어떨까? 일본 역시 우리와 같이 소형 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 라쿠텐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인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견종 1위는 소형 믹스견이었다. 소형 믹스견은 최근 몇 년간 같은 조사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왔다. 하지만 1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위는 토이푸들이 차지했다.
3위엔 치와와가 이름을 올렸다. 치와와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추정되며 전 세계 견종 중 가장 작다. 하지만 작은 덩치와 다르게 성격이 매우 거칠고 공격성을 보인다. 고집이 무척 세고, 질투심이 많으며, 겁이 없는 개다. 이런 성격 때문에 멕시코에선 귀신 쫓는 개로도 여겨진다. 시신을 매장할 때 치와와 뼈를 같이 묻으면 악령을 쫓아내 준다는 믿음이 있을 정도. 그러나 이렇게까지 거친 성격에도 사랑받는 이유는, 덩치가 작아 아무리 화를 내고 난장을 피워도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4위는 시바견이 차지했다. 일본어로 ‘붉은 개’라는 뜻의 시바견은 일본의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충성심과 경계심이 강해 집 지키는 개로 알맞다. 추위에 잘 견디고 지구력이 강해 밖에서 기르기 좋다. 하지만 오랜 기간 혼자 방치할 경우 분리불안을 겪을 수 있다. 산책이나 놀이는 매일 해줘야 한다. 명랑한 성격이지만 엄살과 고집이 심한 편이다. 겁먹을 경우 고음으로 크게 울부짖는 특징이 있다.
5위엔 포메라니안이 이름을 올렸다.
‘애견인’ 이승만
국내외 지도자들도 반려동물을 곁에 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임 대통령 모두 반려견을 길렀다. 그중 이승만 전 대통령은 지금으로 치면 ‘애견인’이었다. 그는 스패니얼 강아지 여러 마리를 키웠는데, 이들에겐 ‘해피’ ‘스마티’ ‘그리티’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식이 없던 그에게 이 강아지들은 자식과 같았다. 특히 해피와 스마티는 이승만을 잘 따랐다고 한다. 이승만이 나갔다 돌아올 때면 자동차 소리만 듣고도 쫓아나갔다.
6·25 전쟁이 발발해 서울이 위태롭게 되자 이승만은 부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이들 강아지는 경무대에 방치됐다. 유엔군의 서울 수복으로 이승만 내외가 서울로 돌아와 경무대로 귀환하고 사흘 뒤 해피가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4·19 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은 미국 하와이로 망명을 갔다. 이때 해피를 데리고 가지 못했지만, 측근의 도움으로 해피는 몰래 하와이로 옮겨졌다.
DJ의 풍산개, 남북 평화의 상징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인 2000년 북한 김정일로부터 풍산개 2마리를 선물 받았다. 당시 이름은 ‘단결’과 ‘자주’였는데, 그는 ‘우리’와 ‘두리’로 이름을 바꿨다. 둘은 그해 11월까지 청와대에서 관리하다가 이후 국민의 공개 요청에 따라 서울대공원 내 어린이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3대에 걸쳐 새끼 여러 마리를 남긴 우리와 두리는 2013년에 세상을 떠났다.
英 여왕 신혼여행 따라간 웰시코기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은 반려견으로 웰시코기를 키웠다. 웰시코기는 여우를 닮은 외모에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은 웨일스산 개다.
영국 왕실 견공들은 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가 확립한 엄격한 수칙에 따라 사육된다. 저마다 자기 몫의 바구니에 들어가 생활해야 하며 전용 사료와 함께 토끼고기와 쇠고기 등이 섞인 먹이가 제공된다. 여왕의 웰시코기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 출연)가 여왕을 호위하는 장면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2세는 1933년 아버지 조지 6세에게 선물 받은 ‘두키’를 시작으로 평생 30여 마리의 웰시코기를 키웠다. 18세 생일 선물로 받은 ‘수잔’은 여왕의 신혼여행에 동행하기도 했다.
케네디의 애마 ‘마카로니’
지금껏 미국 대통령을 지낸 인물은 총 46명이다. 이 중 4명을 제외하면 모두 반려동물을 들였다. 반려동물의 절대다수는 개였는데, 전체 가구의 60% 이상이 개를 키우는 미국에서 대통령 역시 반려견을 키우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또 한편으론 유권자에게 다정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참고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4명 중 1명이다. 트럼프는 과거 “개를 싫어하지는 않는데, 도저히 시간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조랑말 ‘마카로니’를 퍼스트 펫으로 키웠다. 1962년 9월 케네디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이 마카로니를 타고 찍은 사진이 주간지 《피플》 표지로 사용되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당시 무명가수였던 닐 다이아몬드는 《피플》 표지를 보고 ‘스위트 캐럴라인’이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케네디 전 대통령은 고양이, 토끼, 햄스터, 잉꼬와 카나리아, 강아지까지 수많은 반려동물을 곁에 뒀다.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퍼스트 도그 ‘챔프’가 세상을 떠났다. 대통령 부부는 “지난 13년간 우리의 변함없고 소중한 동반자였다”며 “가장 즐거운 순간과 가장 슬펐던 날에 우리와 함께하며 교감했던 다정하고 착한 소년, 우리는 그를 항상 그리워할 것이다”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셰퍼드 종인 ‘메이저’를 키우고 있다. 메이저는 유기견으로 보호소 생활을 하다 지난 2018년 바이든 대통령에게 입양됐다.
‘21세기 차르’ 푸틴, 반려견에겐 약해
‘21세기 차르’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래브라도 리트리버 ‘코니’에겐 한없이 약했다. 푸틴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나갈 때에 코니를 데려가기도 했다. 지난 2014년 15세 나이로 사망했다. 코니란 이름의 뜻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는데, 푸틴이 자신과 사이가 나빴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의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푸틴은 지난 2007년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 때 코니를 데려간 적이 있었다. 과거 개 물림 사고를 당한 적 있던 메르켈 총리는 회담 내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는데, 푸틴이 개를 무서워하는 메르켈을 겁주려고 일부러 코니를 데려갔다는 분석도 있었다. 푸틴은 이 일로부터 무려 9년이 지난 뒤에야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르켈에게 사과했다.
히틀러의 개 사랑, 마오쩌둥의 개 혐오
히틀러는 수많은 유대인을 죽였지만, 자신의 개만큼은 끔찍이 사랑했다. ‘블론디’라는 이름의 독일산 셰퍼드였다. 지하 벙커에서 지내는 동안 히틀러는 매일 밤 블론디와 함께 잠을 잤다. 그러나 블론디의 말로는 비참했다. 연합군이 독일로 진격해오자 히틀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자살 직전 히틀러는 블론디에게 청산가리를 먹였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개를 몹시 싫어했다. 개를 키우는 것은 타락한 부르주아 문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해 모조리 죽이라고까지 지시했다.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문화혁명기까지 중국에서 반려동물은 일종의 금기 대상이었다. 반면 시진핑 현 국가 주석은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려 치타와의 우정 그리다
영화 〈듀마〉(2005)는 인간과 반려 치타와의 우정을 그린다. 반려 치타라니, 다소 특이한 설정 같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남아프리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사는 잰은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던 중 어미 잃은 새끼 치타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온다. 잰은 새끼 치타에게 스와힐리어로 치타를 뜻하는 ‘듀마’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기른다.
시간이 흘러 듀마는 성체가 됐고, 잰은 듀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아버지와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잰의 아버지가 갑작스레 사망하게 되고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말한다. 잰은 듀마를 도시로 데리고 와 기르려고 했지만 이내 듀마는 도시 생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잰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듀마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듀마를 비싼 돈을 주고 팔아넘기려는 빌런을 만나기도, 악어와 하이에나 떼를 만나기도 하는 등 위기를 겪지만, 결국 듀마는 야생으로 돌아간다.
명화 속 반려견
네덜란드 화가 얀 반 에이크의 대표작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에는 벨기에 전통 개 브뤼셀 그리펀이 등장한다. 이 그림은 부부의 정절과 사랑을 표현하는 요소로 가득한데 이 개도 그중 하나다. 여기서 개는 부부 사이의 신의를 상징한다. 브뤼셀 그리펀은 중세 시기 벨기에 왕실에서도 사랑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성격은 명랑활발하고 다정다감하며 공격적인 면은 거의 없다. 놀이를 좋아하고 훈련에도 잘 따르지만, 줄에 묶이는 것은 싫어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 브리튼 리비에르는 ‘반려견 화가’로 유명하다. 왕립 아카데미에서 그림 교육을 받고 12세 때 전시를 여는 등 천재로 불렸지만, 그가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던 데에는 반려견 그림의 역할이 컸다.
그가 그린 그림 〈공감〉에는 울적한 소녀의 어깨에 꼭 기댄 강아지 1마리가 등장한다. 엄마에게 혼이 나 벌을 받는 중인 소녀는 반성보단 억울함이 더 커 보인다.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표정이다. 이런 소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오직 반려견뿐이다. 또 다른 작품 〈충직〉에서도 반려견은 주인을 위로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그림 속 소년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떨어뜨린 채 울고 있다. 팔엔 붕대가 감겨 있다. 아마 친구들과 놀지 못해 우는 걸까? 그런 소년에게 반려견은 따뜻한 친구가 돼준다. 보더콜리 종으로 보이는 반려견은 소년의 허벅지에 턱을 괴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년을 올려다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개는 인간의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2년 말 전국 20세 이상 69세 이하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견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러고 펴낸 ‘2023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견종 1위는 몰티즈(25.9%)였다. 몰티즈는 지중해 몰타 섬이 고향으로 알려진 흰색 소형견으로 앙증맞은 외모와 애교 넘치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선 ‘국민 강아지’ 격 지위를 얻었다. 실제 2018년, 2021년 시행한 같은 조사에서 1위는 늘 몰티즈 차지였다. 몰티즈는 활발한 성격으로 산책을 좋아하며 배변 교육 등 반려견 교육도 쉽다.
몰티즈, 푸들 꾸준한 사랑
2위는 푸들(21.4%)이었다. 푸들 역시 앞선 2번의 설문조사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한 인기 견종이다. 프랑스 태생의 푸들은 원래 야생 물새 사냥에 활용됐다. 다정다감하고 충성심 강한 성격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 지능이 높아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 또 털이 거의 빠지지 않아 털 날림 문제나 털 알레르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한국인들은 주로 작은 크기의 토이푸들을 선호하지만, 어깨 높이가 60cm에 달하는 스탠더드 푸들, 어깨 높이가 45cm가량의 미디엄 푸들도 최근 들어 인기가 높아졌다.
3위는 믹스견(20.3%)이 꼽혔다. 시골에선 흔히 ‘똥개’로 불리지만, 사실 이 믹스견도 요즘엔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컨대 몰티푸는 몰티즈와 푸들 사이에서 나온 종이며, 코카푸는 코커스패니얼과 푸들의 교배종이다. 이들은 믹스견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종이다.
4위는 포메라니안(10.3%)이다. 독일이 원산지인 포메라니안은 사모예드와 스피츠를 교배시켜 소형화한 실내견이다. 풍부한 모량 때문에 마치 솜사탕이 뛰어다닌다는 귀여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만큼 털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5위로는 진돗개(5.6%)가 꼽혔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는 전라남도 진도군이 고향이다. 흰색 진돗개는 백구나 흰둥이, 황색은 황구나 누렁이, 검은색은 검둥이나 흑구로도 불린다. 이 밖에도 황색과 검은색이 섞인 종, 검은색과 황색이 섞인 종 등이 있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 예부터 집 지키는 개로 길러져 왔다.
한편 2021년 조사에서는 1위 몰티즈(23.7%), 2위 푸들(19.0%), 3위 포메라니안(11.0%), 4위 믹스견(1.7%), 5위 치와와(10.1%) 순이었다. 2018년 조사에서는 1위 몰티즈(23.9%), 2위 푸들(16.9%), 3위 시추(10.3%), 4위 포메라니안(9.3%), 5위 치와와(8.4%) 순이었다.
그렇다면 외국에선 어떤 견종이 인기일까?
세계 최대 애견 등록 단체인 미국반려견협회(AKC)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견종 1위는 프렌치 불도그였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미국인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5년 처음으로 선호 견종 10위권에 진입한 프렌치 불도그는 2021년 2위를 기록했으며 이듬해 1위 자리에 올랐다. 프렌치 불도그는 주름진 얼굴과 납작한 코, 뾰족한 귀가 매력적이다. 밝고 다정한 성격을 지녔으며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크기가 작아 실내에서 기르기 적합하지만, 체력이 좋고 활동량이 많아 매일 산책시켜줘야 한다. 그만큼 식욕이 높아 비만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먹이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털은 짧지만 털 빠짐은 심한 편이다. 코의 깊은 주름에 피부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2위엔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이름을 올렸다. 프렌치 불도그가 1위에 오르기까지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무려 31년간 선호 품종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개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으로도 유명한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높은 지능을 가진 개다. 또 뛰어난 후각 능력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어 마약 및 폭탄 탐지견과 수색 및 구조견으로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과거 뱃사람들의 그물을 회수해오던 역할을 해온 개라 수영 능력 역시 뛰어나다. 커다란 꼬리가 방향타가 돼준다. 온순한 성격을 지녔지만, 생후 2년까지는 말괄량이다. 이 기간 집안 물건을 부수거나 어지럽히는 것은 일상 다반사라고. 식탐이 많아 식사량 조절에 유의하지 않으면 비만이 되기 쉽다.
프렌치 불도그, 래브라도 리트리버 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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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불도그. |
이웃 일본의 경우엔 어떨까? 일본 역시 우리와 같이 소형 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 라쿠텐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인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견종 1위는 소형 믹스견이었다. 소형 믹스견은 최근 몇 년간 같은 조사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왔다. 하지만 1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위는 토이푸들이 차지했다.
3위엔 치와와가 이름을 올렸다. 치와와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추정되며 전 세계 견종 중 가장 작다. 하지만 작은 덩치와 다르게 성격이 매우 거칠고 공격성을 보인다. 고집이 무척 세고, 질투심이 많으며, 겁이 없는 개다. 이런 성격 때문에 멕시코에선 귀신 쫓는 개로도 여겨진다. 시신을 매장할 때 치와와 뼈를 같이 묻으면 악령을 쫓아내 준다는 믿음이 있을 정도. 그러나 이렇게까지 거친 성격에도 사랑받는 이유는, 덩치가 작아 아무리 화를 내고 난장을 피워도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4위는 시바견이 차지했다. 일본어로 ‘붉은 개’라는 뜻의 시바견은 일본의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충성심과 경계심이 강해 집 지키는 개로 알맞다. 추위에 잘 견디고 지구력이 강해 밖에서 기르기 좋다. 하지만 오랜 기간 혼자 방치할 경우 분리불안을 겪을 수 있다. 산책이나 놀이는 매일 해줘야 한다. 명랑한 성격이지만 엄살과 고집이 심한 편이다. 겁먹을 경우 고음으로 크게 울부짖는 특징이 있다.
5위엔 포메라니안이 이름을 올렸다.
‘애견인’ 이승만
국내외 지도자들도 반려동물을 곁에 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임 대통령 모두 반려견을 길렀다. 그중 이승만 전 대통령은 지금으로 치면 ‘애견인’이었다. 그는 스패니얼 강아지 여러 마리를 키웠는데, 이들에겐 ‘해피’ ‘스마티’ ‘그리티’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식이 없던 그에게 이 강아지들은 자식과 같았다. 특히 해피와 스마티는 이승만을 잘 따랐다고 한다. 이승만이 나갔다 돌아올 때면 자동차 소리만 듣고도 쫓아나갔다.
6·25 전쟁이 발발해 서울이 위태롭게 되자 이승만은 부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이들 강아지는 경무대에 방치됐다. 유엔군의 서울 수복으로 이승만 내외가 서울로 돌아와 경무대로 귀환하고 사흘 뒤 해피가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4·19 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은 미국 하와이로 망명을 갔다. 이때 해피를 데리고 가지 못했지만, 측근의 도움으로 해피는 몰래 하와이로 옮겨졌다.
DJ의 풍산개, 남북 평화의 상징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인 2000년 북한 김정일로부터 풍산개 2마리를 선물 받았다. 당시 이름은 ‘단결’과 ‘자주’였는데, 그는 ‘우리’와 ‘두리’로 이름을 바꿨다. 둘은 그해 11월까지 청와대에서 관리하다가 이후 국민의 공개 요청에 따라 서울대공원 내 어린이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3대에 걸쳐 새끼 여러 마리를 남긴 우리와 두리는 2013년에 세상을 떠났다.
英 여왕 신혼여행 따라간 웰시코기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은 반려견으로 웰시코기를 키웠다. 웰시코기는 여우를 닮은 외모에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은 웨일스산 개다.
영국 왕실 견공들은 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가 확립한 엄격한 수칙에 따라 사육된다. 저마다 자기 몫의 바구니에 들어가 생활해야 하며 전용 사료와 함께 토끼고기와 쇠고기 등이 섞인 먹이가 제공된다. 여왕의 웰시코기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 출연)가 여왕을 호위하는 장면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2세는 1933년 아버지 조지 6세에게 선물 받은 ‘두키’를 시작으로 평생 30여 마리의 웰시코기를 키웠다. 18세 생일 선물로 받은 ‘수잔’은 여왕의 신혼여행에 동행하기도 했다.
케네디의 애마 ‘마카로니’
지금껏 미국 대통령을 지낸 인물은 총 46명이다. 이 중 4명을 제외하면 모두 반려동물을 들였다. 반려동물의 절대다수는 개였는데, 전체 가구의 60% 이상이 개를 키우는 미국에서 대통령 역시 반려견을 키우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또 한편으론 유권자에게 다정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참고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4명 중 1명이다. 트럼프는 과거 “개를 싫어하지는 않는데, 도저히 시간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조랑말 ‘마카로니’를 퍼스트 펫으로 키웠다. 1962년 9월 케네디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이 마카로니를 타고 찍은 사진이 주간지 《피플》 표지로 사용되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당시 무명가수였던 닐 다이아몬드는 《피플》 표지를 보고 ‘스위트 캐럴라인’이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케네디 전 대통령은 고양이, 토끼, 햄스터, 잉꼬와 카나리아, 강아지까지 수많은 반려동물을 곁에 뒀다.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퍼스트 도그 ‘챔프’가 세상을 떠났다. 대통령 부부는 “지난 13년간 우리의 변함없고 소중한 동반자였다”며 “가장 즐거운 순간과 가장 슬펐던 날에 우리와 함께하며 교감했던 다정하고 착한 소년, 우리는 그를 항상 그리워할 것이다”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셰퍼드 종인 ‘메이저’를 키우고 있다. 메이저는 유기견으로 보호소 생활을 하다 지난 2018년 바이든 대통령에게 입양됐다.
‘21세기 차르’ 푸틴, 반려견에겐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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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 때 반려견 코니를 데려갔다. 사진=AP/뉴시스 |
푸틴은 지난 2007년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 때 코니를 데려간 적이 있었다. 과거 개 물림 사고를 당한 적 있던 메르켈 총리는 회담 내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는데, 푸틴이 개를 무서워하는 메르켈을 겁주려고 일부러 코니를 데려갔다는 분석도 있었다. 푸틴은 이 일로부터 무려 9년이 지난 뒤에야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르켈에게 사과했다.
히틀러의 개 사랑, 마오쩌둥의 개 혐오
히틀러는 수많은 유대인을 죽였지만, 자신의 개만큼은 끔찍이 사랑했다. ‘블론디’라는 이름의 독일산 셰퍼드였다. 지하 벙커에서 지내는 동안 히틀러는 매일 밤 블론디와 함께 잠을 잤다. 그러나 블론디의 말로는 비참했다. 연합군이 독일로 진격해오자 히틀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자살 직전 히틀러는 블론디에게 청산가리를 먹였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개를 몹시 싫어했다. 개를 키우는 것은 타락한 부르주아 문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해 모조리 죽이라고까지 지시했다.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문화혁명기까지 중국에서 반려동물은 일종의 금기 대상이었다. 반면 시진핑 현 국가 주석은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려 치타와의 우정 그리다
영화 〈듀마〉(2005)는 인간과 반려 치타와의 우정을 그린다. 반려 치타라니, 다소 특이한 설정 같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남아프리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사는 잰은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던 중 어미 잃은 새끼 치타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온다. 잰은 새끼 치타에게 스와힐리어로 치타를 뜻하는 ‘듀마’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기른다.
시간이 흘러 듀마는 성체가 됐고, 잰은 듀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아버지와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잰의 아버지가 갑작스레 사망하게 되고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말한다. 잰은 듀마를 도시로 데리고 와 기르려고 했지만 이내 듀마는 도시 생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잰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듀마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듀마를 비싼 돈을 주고 팔아넘기려는 빌런을 만나기도, 악어와 하이에나 떼를 만나기도 하는 등 위기를 겪지만, 결국 듀마는 야생으로 돌아간다.
명화 속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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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 리비에르, 〈공감〉, 1878, 캔버스에 유화 |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 브리튼 리비에르는 ‘반려견 화가’로 유명하다. 왕립 아카데미에서 그림 교육을 받고 12세 때 전시를 여는 등 천재로 불렸지만, 그가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던 데에는 반려견 그림의 역할이 컸다.
그가 그린 그림 〈공감〉에는 울적한 소녀의 어깨에 꼭 기댄 강아지 1마리가 등장한다. 엄마에게 혼이 나 벌을 받는 중인 소녀는 반성보단 억울함이 더 커 보인다.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표정이다. 이런 소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오직 반려견뿐이다. 또 다른 작품 〈충직〉에서도 반려견은 주인을 위로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그림 속 소년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떨어뜨린 채 울고 있다. 팔엔 붕대가 감겨 있다. 아마 친구들과 놀지 못해 우는 걸까? 그런 소년에게 반려견은 따뜻한 친구가 돼준다. 보더콜리 종으로 보이는 반려견은 소년의 허벅지에 턱을 괴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년을 올려다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개는 인간의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