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라이더, 경성을 누비다 (김기철 지음 | 시공사 펴냄)

100년 전에도 ‘미스 트롯’ ‘대장동 사건’이 있었다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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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5월 초 배달 라이더들이 기본 배달료 4000원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94년 전인 1929년 4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평양냉면의 본고장 평양에서 자전거 음식 배달원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것이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역시 근래 나타난 새로운 풍경이 아니다. 1930년대에도 음반사와 신문사가 손잡고 개최한 ‘가수선발대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해 가수 고복수, 작사가 반야월 등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비트코인 열풍에 비견할 만한 일도 있었다. 1930년대에 금광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당시 연희전문 교수였던 조병옥, 소설가 채만식과 김기진 등도 ‘황금광 시대’의 열풍에 휘말렸다. ‘대장동 사건’을 연상케 하는, 총독부 고관을 움직여 토지를 특혜 분양받아 막대한 이익을 챙긴 ‘신당동 특혜 분양 사건’도 있었다. 또 요즘 인터넷상에서 펼쳐지는 20대 남녀의 날 선 페미니즘 논쟁과 닮은 ‘여성 해방’을 둘러싼 지상(紙上) 논쟁도 있었다. 오늘날 BTS가 있다면, 그 시절에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남미까지 가서 공연을 하고 인기를 끌었던 무용가 최승희가 있었다.
 

  《조선일보》 문화부 학술전문기자인 저자는 100년 전 신문과 잡지를 뒤져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 식민지 조선의 풍경들을 복원해낸다. 이 책을 읽어 가다 보면 그 시대는 ‘강점’과 그에 맞선 ‘저항’만 있었던 흑백(黑白)의 시대가 아니라, 소시민들의 소소한 일상, 탐욕과 일탈, 지식인들 간의 치기 어린 다툼, ‘모던’을 향한 착실한 진전 등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어우러진 컬러풀한 시대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의 바다는 단칼에 자르기에는 너무 넓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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