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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지금이 바로 문득 당신이 그리운 때 (박찬호 지음 | 천년의시작 펴냄)

기도 같고 고백 같고 기억 같고 구원 같은 詩들

글 :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ksd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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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아프게 하는 것은 ‘나’의 죽음이 아닌, ‘사랑하는 너’와의 작별이다. 그래서 ‘죽음’은 ‘사랑하는 이’를 필연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이때의 ‘죽음’은 역설적으로 가장 뜨겁게 빛나는 ‘삶’이다.
 
  최근 나온 시인 박찬호의 두 번째 시집이 관통하는 이야기를 정리하면 그렇다. 해설을 쓴 이승하 시인은 박찬호 시편의 화자는 “누군가를 영결”하고 있다며, “가족은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진다”는 불변의 진리에 새삼 주목한다. 시의 화자는 “유서를 세 통 쓰는데, 한 통은 아내에게, 한 통은 딸에게, 한 통은 아들에게 남기”며 살아 있는 순간 오히려 더욱 절실하게 먼 곳의 죽음을 호명한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는 ‘시인의 말’처럼 “기도 같고 고백 같고 기억 같고 구원 같은 것”이다. 시인이 아내에게 작별을 고하며 쓴 시는 ‘기도·고백·기억·구원 같은 것’의 압권이다. 빛나는 별 같은 사랑의 동행에 따뜻해지고 외롭고 쓸쓸한 필연의 담대한 이별에 저릿해진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음… 내게 남은 날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때는 오로지 당신을 생각하는 그때야 그날이 얼마나 남아야 부족하지 않을까. 지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들 이 슬픔이 곧 별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은 빨리 눈물을 닦고 이제 서서히, 그리고 담대하게, 차분히 이 현실을 품어 안아야 한다는 얘기일 거야.
 

  사실은, 꼭 별처럼 반짝이며 달처럼 은은하게 항상 당신을 비춰 주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못하고 당신에게 무심히 살았던 아픈 지난날에 미안해.
 
  이제 그날이 곧 와. 그 다가온 그날을 미소로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는 것은 그간 잊힌 많은 것들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했으면 해. 그리고 남겨진 모든 것이 또 지나간 어제와 다름없는 일상이라 생각했으면 해.〉(하략) 시 ‘유언1-아내에게’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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