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기습 이후 ‘대일본제국’이 기세등등하고 조선의 젊은이들도 마땅히 거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공기가 감돌던 1942년 봄 어느 날, 전북 남원의 한 아버지는 둘째 아들을 앉혀놓고 이렇게 말한다.
“군속(軍屬)은 군인이 아닌 군대 소속 공무원이다. 전쟁에서 직접 총을 들고 싸우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월급도 많이 주니 좋은 기회다. 그리고 너는 평소에 바깥세상에 나가 견문을 넓힐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 ‘남방’은 영국과 네덜란드 식민지였으니 그들의 선진 문물도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날 밤 둘째 아들은 잠을 못 이루며 번민하다가 결심한다.
“형님이 우리 집안 기둥인데, 동생 완우도 아직은 어려. 그래, 그러면 내가 가야지. 내가 가는 게 맞겠지.”
그때는 몰랐다. 그 결정으로 인해 그의 인생이 빗나가게 될 줄은…. 군속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는 그렇게 해서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는 포로수용소 감시원이 된다. 이후 3년 동안 그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의 여러 포로수용소를 전전한다. 수송선을 타고 가다가 공습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현지인 여성을 마음에 두고 가슴 설레기도 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 귀국할 날만을 기다리던 최영우와 그의 동료들은 ‘감시원’에서 ‘전범(戰犯)’이 되어 수용소로, 감옥으로 옮겨 다니는 신세가 된다. 다행히 그는 1947년 3월 석방되어 귀국하지만, 2002년 작고할 때까지 그의 삶은 ‘잉여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늘그막에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고, 그 유고(遺稿)를 외손자가 발견해 책으로 엮었다. ‘대일본제국’의 신민(臣民)으로 태어나 ‘대일본제국’을 조국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이름 없는 조선인의 아프고 슬픈 기록이다.⊙
“군속(軍屬)은 군인이 아닌 군대 소속 공무원이다. 전쟁에서 직접 총을 들고 싸우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월급도 많이 주니 좋은 기회다. 그리고 너는 평소에 바깥세상에 나가 견문을 넓힐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 ‘남방’은 영국과 네덜란드 식민지였으니 그들의 선진 문물도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날 밤 둘째 아들은 잠을 못 이루며 번민하다가 결심한다.
“형님이 우리 집안 기둥인데, 동생 완우도 아직은 어려. 그래, 그러면 내가 가야지. 내가 가는 게 맞겠지.”
그때는 몰랐다. 그 결정으로 인해 그의 인생이 빗나가게 될 줄은…. 군속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는 그렇게 해서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는 포로수용소 감시원이 된다. 이후 3년 동안 그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의 여러 포로수용소를 전전한다. 수송선을 타고 가다가 공습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현지인 여성을 마음에 두고 가슴 설레기도 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 귀국할 날만을 기다리던 최영우와 그의 동료들은 ‘감시원’에서 ‘전범(戰犯)’이 되어 수용소로, 감옥으로 옮겨 다니는 신세가 된다. 다행히 그는 1947년 3월 석방되어 귀국하지만, 2002년 작고할 때까지 그의 삶은 ‘잉여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늘그막에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고, 그 유고(遺稿)를 외손자가 발견해 책으로 엮었다. ‘대일본제국’의 신민(臣民)으로 태어나 ‘대일본제국’을 조국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이름 없는 조선인의 아프고 슬픈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