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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다시 읽기 (박정자 지음 | 기파랑 펴냄)

비축과 사치가 문명을 만든다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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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도에 표착한 로빈슨 크루소는 비록 혼자지만 행복했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항아리와 상자에 가득 차 있는 식량’이었다.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의 삶은 한마디로 그 안에서 ‘작은 문명’을 건설해나가는 것이었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서 씨앗을 뿌려 곡물을 거두어 들이고 밀가루로 만들어 빵을 만들었다. 사로잡은 염소는 키워 젖을 짜 먹었다. 또 그는 음식물을 비축하기 위해 흙을 빚어 토기를 만들다가 나중에는 이를 도기(陶器)로 발전시켰다.
 
  저자는 “인간적인 삶이란, 그리고 문명이란 결국 여분의 비축을 의미한다”면서 “그 여분의 비축이 바로 사치의 기원”이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흔히 우리 사회에서 ‘이기적’ 혹은 ‘반(反)사회적’인 것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하는 ‘사치’ ‘낭비’ ‘과소비’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저자는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수백만, 수천만원짜리 나이키 운동화, 루이 비통과 샤넬, 앤디 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BTS(방탄소년단), AI(인공지능), 비트 코인, 우리 일상을 덮친 팬데믹 등을 소재로 현대 소비사회의 형성과 발전, 현대인의 소비행태, 보통 사람들에게는 난해하게만 느껴지는 현대 예술에 대한 이야기 등을 풀어나간다.
 

  물 흐르듯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대 소비사회의 풍요, 아니 현대문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결국은 ‘자유’임을 부지불식간에 깨닫게 된다. 걸핏하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쇼’로 국민들을 현혹하려 드는 문재인 정권, 자본주의의 적(敵)인 운동권 사회주의자들과의 교유를 자랑하는 겉멋 든 재벌 총수나 언론사 사주에 대한 따끔한 지적은 속이 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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