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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화제의 右派서적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번역 /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번역

미국이 세계질서 유지 역할 계속할지 모른다는 헛된 생각을 버려라

글 : 홍지수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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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자립국 된 미국, 국제문제에서 손을 떼… 中東은 이란, 유럽은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전쟁 휩싸일 것
⊙ 美中 무역전쟁은 覇權전쟁… 결국 미국이 이길 것
⊙ 미국이 손 떼면, 한국의 끔찍한 지리적 여건은 다시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게 될 것

홍지수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미국 컬럼비아대 국제학대학원·하버드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 졸업 / KBS 앵커, 美매사추세츠州 정부 정보통신부 차장, 리인터내셔널 무역투자연구원 이사 역임. 現 미디어펜, 펜앤드마이크 객원 칼럼니스트 / 저서 《트럼프를 당선시킨 PC의 정체》, 역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등
  이 책의 추천사를 써준 이춘근 박사는 2014년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서점을 둘러보다 《The Accidental Superpower》라는 책이 눈에 꽂혔다.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의 준말)’인 피터 자이한이라는 저자가 처음으로 쓴 책인데, 이춘근 박사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제목과 부제(副題) 때문이었다. ‘미국은 어쩌다 보니 초강대국이 됐다’는 제목에다 ‘앞으로 다가올 무질서 시대에 미국의 탁월한 지위는 더욱 공고해진다’는 부제를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춘근 박사에게 간택되어 태평양을 건넌 이 책은 2018년 7월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또한 지난 1월 후속편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가 출간되었다. 이 두 권의 책은 출간된 이후로 교보문고 정치·사회 부문 1위를 오랫동안 차지했다. 그동안 순위가 오르내리긴 했지만 정치·사회 부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미국에서는 두 권 모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 출간되었다. 그런데 마치 도널드 트럼프가 펼칠 정책을 예견한 듯하다.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는 “경제적 굴복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부터는 무역관계가 더 공정하고 호혜적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 없으며, 미국은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세계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로 퇴행’하고 있고 전통적인 안보 동맹국들을 ‘배신’하고 있다”며 펄펄 뛴다. 과연 트럼프라는 돌출 인물이 등장해 도자기 가게에 난입한 황소처럼 좌충우돌하며 미국과 세계를 무질서와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것일까?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지금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은 천박하고 흉측하나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뛰어난 흥행사 트럼프가 벌이는 리얼리티 쇼가 아니다. 세계에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고, 미국은 그 변화의 물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冷戰과 ‘利他的 미국’
 
  우리는 평화가 자연스러운 상태이고, 전쟁과 갈등이 돌발사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가 누린 경제적 풍요와 평화는 미국이 인위적으로 구축한 세계 질서 덕분에 가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무렵 미국은 연합국 대표들을 미국 뉴햄프셔주(州)의 브레튼우즈로 불러 전후(戰後) 세계 질서를 논의했다. 연합국들은 승전의 주역인 미국이 (과거에 자신들이 그랬듯) 제국을 구축하고 자신들은 그 제국 안에서 조공(租貢)을 바치는 처지로 전락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미국은 바닷길의 안전과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테니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미국 시장에 팔라고 했다. 대신 연합국들은 미국이 쳐놓은 안보의 울타리 안에서 경제적 근력을 키워 잘살기만 하면 됐다.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리한 제안에 연합국들은 미국이 변심할까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자유무역과 안보동맹을 토대로 한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했다. 이로써 연합국들은 더 이상 시장과 자원을 놓고 다툴 필요가 없어졌고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 마지막으로 냉전시대의 적국인 중국까지 이 체제에 합류했다.
 
  미국은 왜 이런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책을 폈을까? 이타적(利他的)이어서? 천만에!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에 경제 전략이 아니라 냉전시대의 숙적(宿敵) 소련에 맞서기 위한 안보 전략이었다. 경제적 지원과 안보비용 절감이라는 미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매수해 자기편으로 만든 셈이다. 그리고 이 꾐에 마침내 소련과 한편이어야 할 중국마저 넘어오면서 소련을 봉쇄하는 미국의 전략은 완성되었다.
 
  미국은 소련과 접한 서유럽을 경제적으로 키우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안보동맹으로 방어했으며, 경제개발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인 중동(中東)의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국가로서 존재하는 데 필요한 여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국이 모래 위에 세운 ‘마법의 왕국’이나 다름없다.
 
 
  中東과 유럽의 전쟁
 
2014년 4월 우크라이나내전 당시 동부 크라마토르스크로 진입하는 친(親)러시아군. 러시아는 안전한 국경선 확보를 위해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사진=뉴시스/AP
  그런데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국의 안보 환경이 변했다. 환경이 변했으니 당연히 전략도 변하게 된다. 자국에 더 이상 이득을 안겨주지 않는 체제를 유지하느라 비용을 대고 있다면 본전 생각이 나는 게 당연하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에너지를 자급자족(自給自足)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수출 국가로 전환한다. 따라서 중동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이해관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중동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은 한때 25만명이 넘었는데 이제 1만5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중동 지역에 주둔하는 미국의 초대형 항공모함도 일 년의 반 이상을 페르시아만을 떠나 있다. 미국이 중동 지역에 예전만큼 신경을 쓰지 않게 되면 지역 맹주(盟主) 지위를 노리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동 정세는 불안정해진다. 그리고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이란 군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油田) 지대를 장악하기 위해 사막을 건너게 된다.
 
  서유럽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 시들해진다. 러시아는 예전의 소련이 아니고 서유럽은 더 이상 전쟁의 폐허가 아니다. 러시아는 서유럽을 침략할 정도로 강하지 않고, 서유럽은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당할 만큼 약하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순간, 러시아 군대는 국경을 넘게 된다. 러시아는 소련 해체 후 국경선이 후퇴하면서 완충 지대는 줄어들고, 방어해야 할 국경선 길이는 오히려 더 길어졌다. 인구구조가 붕괴 직전인 러시아는 늦기 전에 국경선 길이를 줄여서 소규모 군대로도 충분히 방어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서쪽으로 팽창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따라서 러시아와 서유럽 사이에 있는 넓은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결과가 유럽과 러시아의 경계선을 결정하게 된다.
 
 
  東北亞의 유조선 전쟁
 
  미국이 바닷길을 예전처럼 보호하지 않으면 중동 수입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동북아시아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현재 유럽에 대량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러시아와 유럽 간 갈등이 깊어지면 유럽은 에너지 수입원을 과거 아프리카 식민지와 중동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러면 중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에너지 공급 사슬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중국·일본·한국 등은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리게 된다. 그리고 에너지를 확보하더라도 수천 마일을 항해해 페르시아만까지 가서 원유를 구매하고, 또 이를 실은 유조선을 직접 호송해 먼 길을 다시 되돌아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유(原油) 확보와 수송을 위해 남중국해와 동남아시아의 거점을 장악해야 하는 중국과 일본이 해상에서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은 위 세 지역에서 발생하는 무질서가 자국의 이익을 지나치게 해친다고 판단할 때까지는 직접적인 개입을 회피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은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큰 위 세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동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를 자신의 영향권에 두는 데 집중하게 된다. 동남아시아는 중국을 대신해 미국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수출시장이 되어준다. 지리적으로 중국의 해상 진출을 봉쇄하는 안보동맹 역할도 한다. 라틴아메리카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뒷마당이라 이 지역에 대한 외세의 침투를 미국은 극도로 경계해왔다. 라틴아메리카에는 미국을 위협할 만한 나라는 없으나 이 지역을 거점 삼아 미국을 위협하려는 세력은 늘 있어왔다. 과거에는 유럽 열강이, 지금은 러시아와 중국이 경계 대상이다.
 
 
 
美中 무역전쟁은 覇權전쟁

 
  중국은 바로 미국이 구축한 브레튼우즈 체제를 발판으로 대국(大國)으로 부상했다. 브레튼우즈 체제 덕분에 유럽과 일본의 제국주의 야심에서 해방된 중국은 내부로 시선을 돌려 정치적 통일과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그만 키워줘야 했을 중국을 미국은 30년 동안 내버려두었다. 자유무역 질서를 어기고 편법을 써서 경제성장을 해도 눈감아줬다. 경제적으로 자유화되면 정치적으로도 자유화되리라는 순진한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전체주의 성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고,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지위를 넘보고 있다. 그 어떤 나라도 자신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에 자국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패권경쟁이자 체제의 싸움이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중국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은 미국이 브레튼우즈 체제를 유지하지 않으면 패권 도전은커녕 국가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면, 중국은 석유·원자재·해외시장을 확보하는 데 엄청난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중동 석유를 실은 중국의 유조선은 미국과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동맹관계에 있는 나라들이 위치한 바닷길을 통과해야 한다. 중국이 세계 다른 시장에 다 접근한다고 해도 미국 시장이 차단되면 미국이 20세기 초 겪은 경제 대공황 세 번을 한꺼번에 겪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이 경제 침체로 국내 민심이 흉흉해지고 불만이 폭발하면 통일된 하나의 중국을 유지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무역전쟁에서는 쌍방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중국이 감내해야 할 극심한 고통에 비하면 미국이 입는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다. 미국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자유무역 체제에서 소외되어 있는 아프리카 국가 정도 수준으로 매우 낮고,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게 되면서 무역의존도는 더욱 낮아지게 된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은 피부(겉)는 경제 갈등이지만 살(속)은 패권다툼이고 뼈는 세계관과 체제의 충돌이다. 미국은 경미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패권을 유지하고 서구 문명의 세계관과 체제를 지키려 할 것이다.
 
 
  ‘미국 없는 세계’ 속 한국의 운명은?
 
2017년 5월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함께 훈련하는 미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호. 사진=미 태평양사령부
  한국은 지난 70여 년 동안 미국의 안보 울타리 속에서 살아왔다.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도 일본도 한국을 넘보지 못했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해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한국은 미국이 소련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 진영을 지키기 위한 최전선(最前線)이었고, 자유 진영에 대한 미국의 안보 의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였다.
 
  소련이 무너진 지금, 한국은 미국에 어떤 전략적 가치가 있을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야 할 상대로 보는 한 여전히 한국은 미국에 전략적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이 더 이상 중국을 경쟁자로 간주하지 않게 된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저자 피터 자이한은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국이 손을 떼게 되면 한국의 끔찍한 지리적 여건은 다시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게 된다. 나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진퇴양난에서 벗어날 해법은 고사하고 한국에 헛된 희망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다가오는 무질서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그 윤곽을 그려보고 크고 작은 여러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제시할 뿐이다.… 그리고 미국이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계속할 거라는 헛된 생각을 떨쳐버리도록 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든 자리는 표 안 나도 난 자리는 표 난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힘은 미국의 부재(不在)로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위에서 소개한 예측이 황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저자는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세계는 그야말로 지옥을 향해 가는데 미국은 여기서 쏙 빠지게 된다. 세월이 지나면 내가 틀렸다는 게 증명될 거라고? 2040년에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내게 연락하라. 그때 다시 얘기하자. 그때면 내 나이가 예순여섯인데 아마 베이비붐 세대 뒷바라지하느라고 때늦은 은퇴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게다. 날 찾아올 때는 구미 당기는 술 한 병 사 들고 오시길.”
 
 
 
한국의 나아갈 길은?

 
  이 두 권의 책을 읽은 독자들의 서평을 보면 두 갈래로 명확히 구분된다. 저자의 팩트 폭격에 반박불가라며 한국은 미국을 꼭 붙들고 절대로 놓지 말아야 살아남는다는 독자들이 있는 반면, 저자의 논리에 대한 반박은 없고 미국 찬양 일변도의 ‘미국 뽕’ 맞은 책이라며 막연히 불쾌감을 표시하는 독자들도 있다. 내 친구가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해줬다.
 
  “내가 페이스북에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를 이번 휴가에 읽을 책이라고 올렸어. 그런데 어느 ‘좌빨’이 책 제목이 맘에 든다고 읽어봐야겠대… 진짜? 하고 생각해보니… 이 세상에서 미국이 사라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듯. ㅍㅎㅎㅎㅎ 무식한 것들 진짜 미쳐요.”
 
  역시 책 제목은 잘 지어야 한다. 권위 있는 국제정치학자의 눈에도 들고 반대편도 읽어보게 만들려면 말이다. 저자는 한국이 살아남을 해법 한 가지를 넌지시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다. 책에서 직접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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