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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보다 재미있다는, ‘수제맥주’ 내 맛을 찾는 것이 재미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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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도 성이 차지 않으면 ‘폭탄’(보일러 메이커) 만들어
⊙ 맛의 경계 없어, ‘강한 맛을 찾는 여성도 많아’
⊙ 역시 우리 맥주(라거)는 치맥이 적격
⊙ 소규모 양조장에서 창의적으로 만든 맥주
수제맥주 전문점의 생맥주 탭. 사진=조선DB
  물 대신에 먹는 가벼운 술을 맥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너무 가벼워 소주와 함께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문화도 생겼다.
 
  술은 크게 과일주와 곡주(穀酒)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과일주는 영어로 와인(wine), 곡주는 비어(beer)로 통한다. 비어를 맥주(麥酒)라고 번역하기에, 흔히 보리로 만든 술만 맥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쌀로 빚은 술도 비어라고 해야 맞다. 흔히 막걸리를 ‘라이스 와인(rice wine)’이라고 번역하는데 이는 틀린 것이다. 라이스 비어가 맞다. 왜 굳이 라이스 와인으로 이름을 붙였을지 생각해보면, 와인이 비어보다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맥주는 왠지 가벼운 술이다.
 
  가벼운 술 맥주가 진지해지고 있다. 흔히 ‘수제(手製)맥주’ 열풍으로 표현한다. 최근 LG전자는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수제맥주 기계까지 선보였다. 그만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맥주가 아닌, 개성 강한 맥주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과거 비슷한 열풍이 있었다. 1980년대 생맥주 열풍이다. 생맥줏집은 흔히 ‘호프집’이라고 불리는데, 맥주에 사용되는 홉(hop)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독일어로 ‘광장’을 뜻하는 호프(hof)에서 나온 말이다. 흔히 생맥주에서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은 효모다. 양조장에서 발효를 마치고 난 후 살균과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용기에 담아 나온 맥주다. 안타까운 것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생맥줏집 맥주는 대부분 살균 과정을 거친 맥주다. 양조장에서 살균과 여과 과정을 거쳐 생맥주 통에 담기면 호프집에서 생맥주로 팔리고, 병에 담기면 병맥주가 되는 것이다.
 
 
  “된장 빚는 것과 맥주 만드는 것 비슷”
 
  보리로 만든 술을 맥주라고 한다면 우리 역사에도 맥주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리를 사용한 술에 대한 기록이 있다. 유럽에서 맥주가 발전한 것은 그곳에서 가장 흔한 곡물이 보리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쌀이 흔했기에 쌀로 빚은 술이 발전했다.
 
  우리도 맥주의 전통이 있다는 것은 자랑이지만, 현재의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혹평에 시달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한 것은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맞는 맥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맥주에 빠지는 사람들은 왜, 그리고 어떤 맥주를 좋아하는가?
 
  요즘 나에게 맞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스스로 만드는 사람도 있다. 맥주・양주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소마공방을 운영하는 김성준 매니저에게 물었다.
 
  ― 좋은 맥주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맥주다.”
 
  ― 맥주 만드는 재미는.
 
  “요리하는 느낌이다. 재료가 다양해서 수많은 맛을 낼 수 있다.”
 
  선문답(禪問答) 같은 느낌이라 이야기가 계속 맴돌았는데, 김 매니저는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무더운 여름, 양조장을 운영하는 사장이 골프를 치다가 그늘집에서 잠시 쉬고 있었죠. 그곳에서 맥주를 한잔 마셨는데, 아주 맛이 있었어요. 이런 맥주라면 잘 팔릴 것 같아서 알아봤더니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국산 맥주였죠. 그 양조장 사장은 평소 국산 맥주가 맛 없다고 말하곤 했어요.”
 
  내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느낄 때 가장 좋은 맥주를 찾으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된장 빚는 것과 맥주 만드는 것이 비슷하다”며 “된장이라는 한 가지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 수도 없는 것처럼 맥주도 수천 가지가 있다”는 말이다. 수천 가지 맥주 가운데 내게 맞는 맥주를 찾는 사람이 수제맥주 애호가다.
 
 
  기계로 만들면 수제가 아니다?
 
수제맥주 양조장. 사진=조선DB
  맥주 마니아들은 수제맥주라는 표현을 불편해한다. 지난 7월 말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전영우 전(前) 인천대 교수의 과거 전공은 신문방송학이었지만, 이제는 ‘맥주학’이다. 지난 7월 책 《수제맥주 바이블》을 발간했고, 현재는 맥주인문학을 인천에서 강의하고 있다. 맥주의 역사와 양조방법, 풍미, 색깔감별법 등 맥주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 역시 수제맥주라는 표현을 불편해했다. “수제라고 하면 기계로 안 만들었다는 의미인데, 요즘 기계로 만들지 않는 양조장은 없다”며 “영어 ‘크래프트(craft·수공예) 비어’를 번역하다 보니, 수제맥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미양조협회(The Brewers Associ-ation in America)는 크래프트 맥주를 ‘외부 자본의 지배를 받지 않고, 소규모 양조장에서 소량으로 전통방식을 존중해 생산되는 창의적 맥주’로 정의한다.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맥주가 아닌 나만이 맛볼 수 있는 맥주를 수제맥주라고 부른다.
 
  과거 와인 열풍처럼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맥주 열풍은 시중에서 파는 맥주가 맛없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전 교수에게 ‘한국 맥주가 맛없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물었다.
 
  “우리 주세법상 몰트 함량이 10% 이상이면 맥주로 분류해요. (우리) 맥주 제조사는 몰트 함량을 낮추고, 옥수수나 쌀 등 첨가물의 비중이 높은 맥주를 주로 만들었어요. 몰트가 적다 보니 보리 몰트의 풍미는 약해지고, 다소 밍밍한 맥주가 되었죠. 하지만 강하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한국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요.”
 
  무언가 부족한 우리의 대중 맥주(라거 맥주)는 ‘폭탄주’ 문화를 만들었다. 전 교수는 서양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미국도 맥주로 성이 차지 않는 사람들이 있죠. 보일러 메이커(boiler maker)라고 불러요. 바(bar)에서 주문하면 맥주와 위스키 한잔을 줍니다. 위스키 잔을 통째로 빠뜨려 먹거나, 먼저 위스키를 들이켜자마자 맥주를 곧바로 마시는 것이죠. 노동자들이 빨리 취하려고 시키는 술이죠.”
 
  무언가 다르고 강렬한 것을 찾아 수제맥주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수제맥주 하면 IPA(India Pale Ale·인디아 페일 에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과거 영국에서 인도로 맥주를 보낼 때 부패되지 않게 홉을 많이 넣으면서 시작된 술이다. 쓴맛이 특징이다.
 
  다만 처음부터 쓴 맥주를 찾는 것은 좋지 않다. 계단을 오르듯 맛을 바꿔가는 것이 좋다. 전 교수는 “우리가 즐기는 라거와 비슷한 것, 독일 밀 맥주를 권하고 싶다”고 했다. 밀 맥주라고 해서 100% 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통상 보리 맥아를 같이 사용한다.
 
 
  맥주 맛의 새바람, ‘4캔 만원’
 
  한국 맥주에 새바람이 분 것은 외국 맥주가 편의점에서 ‘4캔 만원’ 행사로 팔린 것이 큰 영향을 줬다.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보고, 소규모 브루어리(brewery·맥주공장)를 차려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인호 미스터리 양조장 대표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현재 서울 공덕역 부근에서 양조장을 운영한다. 이 대표는 “원래 소주보다 맥주를 좋아했다”고 말한다. 막연히 소주보다는 맥주가 낫다고 여기던 그는 2009년 회사 회식에서 우연히 맛본 독일 맥주 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독일 에딩거(Erdinger)였는데 달랐어요. 과일 향이 조금 나고 맛이 풍부해, ‘맥주도 이런 맛이 있구나’ 했어요.”
 
  점차 다양한 맥주 맛에 빠져들면서, “내 뜻에 100% 맞는 맥주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양조장 문을 열었다. 양조장과 식당이 붙어 있는 구조다.
 
  ― 수제맥주 산업이 발전하려면.
 
  “미국은 동네마다 특색 있는 양조장이 있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양조장에 가서 맥주를 즐기는 구조다. 우리도 동네 양조장이 많이 생겨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양조장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김포, 남양주, 여주, 이천으로 나간다. 맥주를 만들어 도매로 판매하는 구조다.”
 
  ―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맥주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재료를 가지고 만든 맥주가 나오면 좋겠다. 우리는 농촌진흥청과 협력해 우리 과일로 맥주를 만들고 있다.”
 
  ― 수제맥주를 즐기기 위한 방법은.
 
  “양조장에 가면 소량씩 맛을 볼 수 있는 샘플러를 판다. 조금씩 맛을 보고 나서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르면 좋다.”
 
  ― 본인이 추구하는 맥주는.
 
  “정통 아메리칸 크래프트 비어를 추구한다. 개인적으로는 독일 필스너(Pilsner)를 좋아한다. 깔끔하고 개운하다. 맛과 향이 세지 않아서 많이 마실 수 있다. 다만, 겨울에는 진하고 독한 것을 좋아한다.”
 
 
  소주가 싫어서 맥주로 전향
 
  우리에게 술은 수단이다.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꺼내기 힘든 말을 전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 목적과 효과를 위해 술을 마시지, 즐기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무(無)알코올 맥주는 잘 안 팔린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술인데, 안 취하는 술이 잘 팔릴 리 없다. 이런 한국 직장문화에 반기를 들고 직접 맥줏집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
 
  성연규 DIBS 펍 대표는 “술을 즐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고 진단한다. 성 대표는 펍을 차리기 전에 직장 생활을 했는데, 그 시절 소주를 싫어했다. “소주의 역한 느낌이 싫어 술자리 가는 것이 싫을 정도였다”며 “소주를 못 마셔서,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시게 됐다”고 기억한다. “(편의점) 4캔 만원 행사를 통해 다양한 맥주를 알게 되었고, 세계 맥주 전문점에 들러 본격적으로 다양한 맥주를 즐기게 되었다”며 맥주에 서서히 빠져든 과정을 전했다.
 
  가게를 직접 운영해보니, 사람들이 어떤 맥주를 많이 찾는지 궁금했다. 어려운 술일 것 같았는데 대답은 의외였다.
 
  ― 손님들은 어떤 맥주를 많이 찾는가.
 
  “한국 맥주는 맛없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막상 우리 매장에 오면 원래 맥주(라거)를 찾는 경향이 있다. 혀에서 느끼는 고소함 과일 향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수제맥주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다. 당연히 손님들의 기호도 각양각색이다.
 
  ― 손님들의 반응은.
 
  “주관적인 것이다. 처음부터 강한 맥주를 먹고 빠져드는 사람도 많다. IPA가 대표적이다. 크래프트 비어의 대표적인 것이 아메리칸 IPA다. 라거와는 상극이다. 반대로 독일 밀 맥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가벼우면서 풍미가 있다.”
 
  ― 남녀 차이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여자도 강한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가 가벼운 것을 찾는 경우도 많다. 구분은 무의미하다.”
 
 
  맥주 마니아의 평범한 성향
 
  맥주를 배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요즈음은 인터넷으로 배운다.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4만명 가까운 회원을 보유한 ‘맥만동(맥주만들기동호회)’이 유명하다. 온라인 카페의 윤현 운영자는 맥주와 관련 없는 회사원이다. 대표적인 맥주 마니아로 알려져 있어, 독특한 맥주를 좋아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평범한 맥주를 좋아했다.
 
  ― 어떤 맥주를 좋아하는가.
 
  “밀로 만든 바이젠(Weizen)을 좋아한다. 쓴맛을 내는 IPA는 좋아하지 않는다. 곡물 향이 진한 맥주가 좋다. 홉 향이 진한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 보통 강한 맛을 내는 맥주는 수제맥주라 하지 않는가.
 
  “미국에서 크래프트 비어가 태동한 것도 흔한 라거 맥주와 다른 강한 맛을 찾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우리도 비슷하다.”
 
  윤현 운영자와 이야기를 나눠 보니, 무난한 맛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맛은 무난한 것을 좋아하지만, 맥주가 가지는 복잡성은 즐기고 있었다. 즉 “맥주는 재미있다”며 “단맛, 신맛, 짠맛, 탄맛 등 맛이 다양해 재미있다”고 했다.
 
  맥주만 먹기가 그럴 때, 안주는 무엇이 좋은지 물었다. 역시 종류마다 달랐다.
 
  “까만 스타우트 맥주는 구수한 맛이 난다. 굴과 잘 어울린다. 굴전과 함께 마시기를 권한다. 밀로 만든 맥주는 케이크와 잘 어울린다. 주변의 흔한 라거 맥주는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린다. 치킨과 맥주(치맥)는 그래서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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