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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현대인 마음 건강 회복하는 ‘마음챙김 명상’

“마음이 고요해질 때 직관이 피어났다”(故 스티브 잡스)

글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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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 이 순간”의 ‘나’를 되찾는 명상법
⊙ “치매 예방, 인지기능 강화, 부정적 정서 개선”
⊙ 2019년 ‘마음건강길’의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
지난 5월 23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마음챙김 명상 강좌 ‘마음디톡스 - 인생 후반전 준비하기’. 사진=마음건강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2017년 4년간 우울증·공황장애·불안장애를 앓는 사람이 각 15.1%, 55.7%, 20.6%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1월 직장인 4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5.1%가 직장에서 ‘번아웃(burnout)증후군’을 경험했다. ‘탈진·소진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번아웃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만성피로와 무기력증을 느끼는 현상이다.
 
  현대인들의 ‘마음’이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직장과 가정, 공적·사적 인간관계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피로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취업·이직·결혼 고민부터 실적 압박, 사내 경쟁, 가정 불화, 노후 불안 등 마음을 괴롭히는 문제들은 도처에 산적해 있다. 소셜미디어도 진정한 소통보다는 ‘욕망의 전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주말과 휴가철에 다녀온 여행지도, 지인과의 흥겨운 술자리도, 땀 흘려 즐기는 스포츠도 스트레스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상처를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마음근육’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음챙김 명상’이 하나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승불교(小乘佛敎)의 마음 수행 전통에서 유래한 마음챙김 명상은 “모든 대상에 마음을 열고 ‘지금, 여기, 이 순간’ 알아차림을 중시하는 명상”이다. 이 명상법은 특정한 생각을 잊으려고 애쓰거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거나,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려는 게 아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흘러가는 구름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좋고 싫음을 판단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을 꾸준히 실천한 사람들은 ▲심신 이완 ▲인격 성숙 ▲주의력 상승 ▲공감력 향상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마음챙김 명상’
 
지난 3월 20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마음챙김 명상 강좌 ‘21세기 마음, 인문과학으로 풀다’. 사진=마음건강길
  마음챙김 명상은 현재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사내 복지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만큼 각광받고 있다. 이 기업들이 위치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는 10년 전부터 매년 2월이면 IT계 인사들과 의학·명상·심리학계 인사들이 모여 토론하는 ‘위즈덤 2.0’ 콘퍼런스가 열린다. 차드 멩 탄 구글 엔지니어는 ‘내면검색’이라는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호주 정부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고, 영국 의회에서는 공립 교육과정에 명상을 도입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4년 2월 커버스토리로 서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의) 혁명(Mindful Revolution)’을 다뤘다. 2003년에는 ‘명상의 과학’을 다루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마음챙김 명상은 여러 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경북 문경 소재의 명상 힐링센터를 운영 중이고,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경북 영덕에 위치한 명상연수원 건립에 1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라이나생명 또한 ‘마음챙김 경영’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KT는 지난해 11월 5일 명상 콘텐츠 400여 건을 제공하는 TV 프로그램 서비스를 선보였다.
 
  장현갑 한국명상학회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 14일 열린 ‘21세기 명상, 과학을 만나다’ 강연에서 “하루 40분씩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 마음챙김 명상을 한 사람들은 인지·공감·기억능력·알아차림 등을 담당하는 특정 뇌 부위의 용적이 5% 정도 더 커진 반면, 불안·공포·분노감을 촉발하는 부위의 용적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했다. 장 회장은 “이것은 명상수련이 주의·기억·공감 같은 능력을 증강시켜 인지기능의 강화 유지 및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부정적 정서를 개선해 심리치료 효과도 있음을 의미하는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했다.
 
  민아란 정신과 전문의는 지난 3월26일자 《조선일보》 칼럼에서 “마음챙김 명상은 편안한 자세를 취한 후 몸의 감각과 호흡을 의식하며 명상하는 방법으로 휴식 효과가 입증됐다”며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등장하면서 현대인의 정신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제대로 쉬려면 의식적으로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불안함과 대화하라, 떨어져서 나를 봐라”
 
존 카밧진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는 현대인들의 마음 건강이 위태로운 이유는 ‘생각의 過食’ ‘생각의 과부하’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조선DB
  마음건강 전문 매체인 조선뉴스프레스 ‘마음건강길’ 대표를 맡고 있는 함영준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위즈덤하우스, 2017)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울증이 있을 때는 아침에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자는 동안에 불안감이 서서히 찾아와 의식을 지배한다. 땀이 나고 숨이 가빠졌고 심장이 벌떡벌떡 뛰기도 했다. 그 감정을 바로잡을 때가 왔다.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정을 지배하도록 말이다…. ‘불안아, 너도 얼마나 힘들겠니? 나는 너를 인정해주지 않고 늘 외면했었지. 그동안 미안했다. 너를 더욱 이해하고 보듬어 안도록 노력할게.’ 이렇게 내가 혼자 대화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내 마음이 평화롭게 변해갔다. 이날 나는 불안을 다루는 법을 한 가지 배웠다.”
 
  마음챙김 명상의 본질도 이와 같다. 불안을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객관화’시켜 바라보며 대화하는 것이다. 존 카밧진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는 마음챙김 명상을 의학적으로 발전시킨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의 7원칙에 대해 “판단하지 마라, 인내심을 가져라, 초심을 견지하라, 믿음을 가져라, 너무 애쓰지 마라, 수용하라, 내려놓아라”라고 말한 바 있다. ‘떨어져서 나를 보는 것’은 마음챙김 명상을 통한 스트레스 통제법 중 하나에 속한다. ‘내 마음(생각·감정·감각) 상태에 이름(라벨)을 붙여서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이다. 이 밖에도 ‘멈추고 심호흡하기’ ‘사건을 사건으로만 바라보기’ ‘긍정심리 활용하기’ 등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다.
 
생전 마음챙김 명상에 몰두했던 故 스티브 잡스는 “(명상을 통해)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에 더 미묘한 것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애플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도 마음챙김 명상에 몰두한 사람 중 하나다. 잡스는 청년 시절 인도를 여행하던 중 명상 세계에 입문했다. 그로부터 30여 년간 매일같이 수련했다. 잡스는 “(명상을 통해)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에 더 미묘한 것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며 “그때 바로 직관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더 명료하게 사물을 보게 되며,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호흡과 감각에 집중하라”
 
  카밧진 교수는 현대인들의 마음건강이 위태로운 이유는 ‘생각의 과식(過食)’ ‘생각의 과부하’ 때문이라고 했다. 너무 많고 복잡한 생각을 계속 반추하기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고 봤다. 그는 마음챙김 명상의 첫 단계로 ‘호흡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집중해서 호흡하게 되면 자연스레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잡념(雜念)이 들어설 여념(餘念)이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나 자신’을 알아차리게 된다. 두 번째는 ‘건포도 먹기’ 훈련이다. 작은 건포도 한 알을 만지고, 냄새 맡고, 씹어 넘기는 과정에 주의를 기울여서 집중하게 되면 마음이 초연해진다. 마음의 3대 구성 요소인 생각(정신·이성), 감정(희로애락), 감각(오감) 중에서 ‘신체 감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를 4가지 원칙으로 정리할 수 있다. ▲생각하기와 느끼기를 구별하라 ▲내 몸을 샅샅이 스캔하라(보디스캔) ▲불편한 부위에 집중하면서 호흡을 반복하라 ▲복식호흡을 중요시하라.
 
  마음챙김 명상에는 호흡과 정좌(正坐), 걷기와 먹기 명상 외에 ‘요가명상’과 ‘자비명상’도 있다. 요가명상이란 호흡법에 더해 여러 스트레칭 동작을 구사하면서 스스로 신체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이다. 골반 흔들기, 몸 전체 늘리기, 옆으로 누워 다리 들기, 한 팔과 다리로 균형 잡기, 소·고양이·코브라 자세 취하기 등이다. 자비명상이란 나부터 시작해 모든 존재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전해주는 명상이다. 포인트는 ‘나 자신부터 사랑하라’는 것이다. 우선 내가 건강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고 성장하기를 기원하면서 서서히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웃에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비의 마음을 점진적으로 보내는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 강좌·콘퍼런스부터 힐링여행까지

 
함영준 마음건강길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양희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함 대표 왼쪽)의 ‘스트레스 해방 8주 마음챙김 명상’ 강좌가 지난 3월 서울 광화문 TV조선 빌딩 1층 스페이스 라온에서 열렸다. 사진=마음건강길
  조선뉴스프레스는 2015년부터 ‘마음챙김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그때부터 2017년까지 현대인들의 마음 회복에 초점을 두고 인문학 강연과 음악 공연, 예술 전시 등을 망라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듬해에는 본격적으로 4주·8주 단위의 ‘마음챙김 클래스’를 열었다. “명상과 문화예술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고 두뇌감성 능력을 제고시켜 일상의 행복과 삶의 가치를 재발견한다”는 게 강좌 개설 취지였다. 장현갑 한국명상학회 명예회장, 김정호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 김종우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 조옥경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빙해 마음챙김 명상과 요가·뇌과학·한의학·긍정심리의 관계에 대해 논했다.
 
  마음건강 전문 매체인 ‘마음건강길’이 창간된 올해부터는 관련 프로그램을 ▲강좌 ▲콘퍼런스 ▲1일 집중수련 ▲해외 ‘힐링여행’ ▲2박3일 숲속 명상 & 요가 등으로 세분화·체계화했다. 8주 단위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은 기초반·고급반으로 나눠 진행했고, 4주 단위 ‘스티브 잡스의 스트레스 관리법’ 강좌를 개설해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치유에 나섰다. 마음챙김 명상을 구성하는 세부 명상, 즉 호흡·정좌·요가·걷기·자비·먹기명상과 보디스캔 수련법을 단계별로 익히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양평에서 2박3일 단위로 숙식을 함께 하며 마음챙김 명상에 집중했고, 현재 고야·오쿠히다·가미코지·구마노고도 등 일본 명승지로 힐링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강사진은 함영준 대표를 비롯해 마가 스님,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이정은 음악명상 심리치유연구소장, 김병전 ㈜무진어소시에이츠 대표,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가연·양희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등이다.
 
  함영준 대표는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마음근력’을 기르게 되면 머리도 가슴도 편해지고 창의력·직관력·아이디어도 샘솟게 된다. 내 마음이 안정되니까 타인에 대한 공감도 가능해진다”며 “현재 예정된 프로그램 외에 다보스포럼(각국의 재계·정관계 인사들이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개최하는 세계경제포럼) 같은 ‘마음챙김 명상 포럼’도 기획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상 전문가들과 마음산업 종사자들이 ‘마음과 명상에 대한 생산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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