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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앨범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99센트 숍〉, 알 그린의 〈Let’s Stay Together〉

거대하고 익명적인 이미지의 배설, 가슴 무너질 듯한 탄식의 솔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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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술 巨匠의 전시회… 지저분한 장소가 한순간에 뒤집히는 마술이 美術
⊙ 미국의 솔(Soul) 가수 알 그린… 성공 이후 목사가 돼. 대중음악과 복음 모두에서 자유로워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99센트 숍〉.
  지난 1월 22일부터 서울 강남구 아르떼22 갤러리에서 현대 아트 포스터전(展)이 열렸다. ‘샤비워크샵’이 주최한 첫 전시로, 일상(日常)의 예술화를 표방한 현대미술 거장(巨匠) 50인의 작품들이 관객을 만났다. 독일의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65)의 〈99센트 숍(86×142cm, 1999년 作)〉이 눈에 띄었다. 그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를 의미하는 거대하고 익명적인 인공 구조물을 주로 피사체에 담아왔다. 〈99센트 숍〉도 그런 유(類)의 작품이다. 〈99센트 숍〉은 한국으로 치면, 다이소나 ‘1000냥 숍’ 같은 곳이다.
 
  사진에는 99센트, 그러니까 1달러가 안 되는 저렴한 상품들이 빽빽이, 숨이 멎을 듯 진열돼 있다. 누구도 어떤 생산 과정을 거쳤는지 묻지 않는다. 규격화・파편화한 이미지의 배설물 같다. 그저 주머니 속 동전이 찰랑댈 것만 같다. 사진 초점이 어느 한 대상이 아니라 앞부터 뒤까지 이어져 있다. 사진에서만 가능한 비현실적 이미지를 창조하고 있다고 할까. 그는 주로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멀리서 사진을 찍는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샤비워크샵의 김성민 대표는 “작품 〈99센트 숍〉은 인간이 물질성에 매몰되어 버린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며 “만든 이의 손끝에 묻은 땀이나 시간, 수고로움을 사진 속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조나스 우드의 〈정글 키친〉.
  미국 보스턴 출신의 조나스 우드 (Jonas Wood·57)의 〈정글 키친(49×49cm, 2017년 作)〉도 유명한 작품이다. 그림값이 보통 20억~3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일상의 소재, 예컨대 주방이나 거실, 화초, 그리고 오래되고 낡은 건물을 캔버스에 담아왔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조나스는 단순한 그림이지만 대상이나 물체가 일으키는 심리적 흐름에 주목한다. 작품 〈정글 키친〉은 만화처럼 단순하다. 마치 주방인지 정글인지 구분이 안 간다. 날갯짓하는 새가 날아오를 듯 생동감을 준다. 이 주방에 서면 사라져야 할 도시의 기억을 자연스레 지워줄 것 같다. 또 새와 짐승의 발자국이 그릇이나 냄비에 찍혀 있을 것만 같다.
 
 
  만화를 회화로, 흑백에서 컬러 사진으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신문을 읽는 틴틴〉.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1923~1997)은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던 만화를 회화에 도입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작가다. 팝아트의 선구자인 앤디 워홀과 자주 비교된다고 할까.
 
  몇 해 전 삼성 비자금 사건과 연루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은 〈행복한 눈물〉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대중문화의 상징인 만화책을 베껴 그렸다. 만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밝은 색채와 단순화된 형태, 뚜렷한 윤곽선, 기계적인 인쇄로 생긴 점(Dot) 등이 리히텐슈타인 그림의 상징이다.
 
  〈신문을 읽는 틴틴(Tintin Reading, 78×60cm, 1993년 作)〉은 장난스럽다. 무슨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잠시 헷갈린다. 다리를 꼬고서 신문을 읽고 있는 틴틴의 모습과 함께 앙리 마티스의 작품 〈댄스(Dance)1〉이 리히텐슈타인만의 스타일로 묘사되어 있다. 그는 마티스, 세잔, 피카소의 대표작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개작하고, 그들의 중후한 이미지를 팝아트 영역으로 가볍게 묘사하는 작업에 한동안 전념했다. 이를 두고 평론가들은 “대중문화와 고급 미술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던 위계질서를 완전히 뒤집었다”고 평한다.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81)은 ‘미국 컬러사진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는 사진작가다. 이전까지 흑백사진만 예술로 본 미국 사진예술계의 선입견을 불식시켰기 때문이다.
 
윌리엄 이글스턴의 〈뉴올리언스로 가는 길〉.
  작품 〈뉴올리언스로 가는 길(En route to New Orleans, 59×42cm, 1971~74년 作)〉은 멋진 사진이다. 비행기 창으로 하늘이 보이고, 투명한 유리잔, 잔에 담긴 붉은색 음료와 얼음덩어리, 창에서 쏟아지는 빛에 투과된 유리잔의 그림자(마치 값비싼 보석과 같다)에는 색채에 대한 이글스턴 특유의 해석이 담겨 있다.
 
  그는 묘사된 상황이나 사물을, 전에 한 번도 의식해본 적이 없는 감정 또는 여태 우리에게 숨겨져 있던 사물의 일면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평소 자신의 예술관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어떤 것도 더 중요하거나 중요한 것은 없다. 가장 볼 것도 없고 지저분한 장소가 한순간에 뒤집히는 마술이 일어난다.”
 
 
  알 그린, ‘시대를 초월한 100명의 위대한 예술가’
 
알 그린의 앨범 〈렛츠 스테이 투게더〉.
  미국의 솔(Soul) 가수 알 그린(Al Green· 74·본명 Albert Greene)이 1972년 발표한 앨범 〈렛츠 스테이 투게더(Let’s Stay Together)〉는 26세의 무명 청년을 스타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알 그린을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시대를 초월한 100명의 위대한 예술가(100 Greatest Artists of All Time)’로도 만들었다. 아니, 만들었다기보다 밑천이 되었다는 표현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1995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에 헌액되었다.
 
  그린은 미국 아칸소주(州) 포리스트시티 출신이다. 1946년 4월 13일생. 10대 때 친형들과 함께 가스펠 그룹 그린 브라더스(Green Brothers)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세속적인 노래를 부른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1964년쯤 팝그룹인 크리에이션스(The Creations)를 결성했으며 솔 메이츠라는 R&B 그룹에서 노래했다. 소소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대박은 없었다.
 
  1969년 프로듀서 윌리 미첼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두 사람의 첫 작품이 바로 〈렛츠 스테이 투게더〉였다.
 
  미첼의 음악은 R&B풍의 강렬한 오르간 사운드에 바탕을 둔다. 현란한 리듬이 가슴을 절절하게 만드는 요소다. 여기다 현악기와 관악기의 화려한 편곡을 더하면 세련되고 유혹적인 사운드가 완성된다. 미첼의 제작 테크닉은 알 그린의 음반 몇 장에서 잘 드러나는데, 대부분 그린의 뛰어난 목소리에 힘입은 것이다. 평론가들은 그린의 보컬을 이렇게 말한다.
 
  “그의 목소리는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거친 함성에서 가슴 저미는 가성으로 도약하는 놀랍도록 유연한 악기다.”
 
  앨범 〈렛츠 스테이 투게더〉는 음악적으로 놀라운 도전이었다. 타이틀 트랙 ‘렛츠 스테이 투게더’는 멜로디가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데, 이는 상업적인 팝 음악의 상식에서 상당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라라 포유(La-La for You)’는 잘 조화되지 않은 단조의 음들을 탐색하는 노래다.(참조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팝송 1001》)
 
  알 그린은 비지스의 ‘하우 캔 유 멘드 어 브로큰 하트(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를 다시 불렀는데, 비지스가 한 해 전에 불러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히트곡이다. 평론가들은 그의 리메이크를 이렇게 평가한다. “듣기는 좋지만 별로 개성은 없던 비지스의 노래를 알 그린이 가슴 무너질 듯한 탄성의 대작으로 바꾸어 놓았다.”
 
 
  牧師 알 그린의 귀환
 
미국 솔 가수 알 그린.
  알 그린 버전의 ‘하우 캔 유…’는 섬세하면서도 노련한 격정이 담겨 있다. 술로 치면 열무김치에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과 닮았다. 그야말로 영혼을 위한 풍성한 양식과 같은 곡이다. 맷 데이먼과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년작)〉에 삽입되면서 20여 년이 지나 다시 사랑을 받았다. 덴절 워싱턴과 게리 올드만이 주연한 영화 〈일라이(the Book of Eli, 2010년작)〉에서도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렛츠 스테이 투게더〉 성공 이후 전성기를 달리던 그린은 1970년대 중반부터 노래 대신 ‘설교’에 시간을 쏟아붓는다. 멤피스에 예배당을 짓고 목사가 된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서다. 1974년 10월 18일, 알 그린의 동거녀 메리 우드슨(Mary Woodson)이 펄펄 끓는 죽을 그에게 들이붓고 자살하고 말았다. 3도 화상을 입은 그린은 얼마 후 회복되었지만 음악 세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린의 변화는 여성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남자를 노래한 ‘벨(Belle)’에서 드러난다.
 
  ‘하느님(the Lord)과 난 오랫동안 친구였지. 우우, 벨. 그분(Him)을 떠나는 건 결코 내 마음이 떠난 건 아니야. 한 가지만 말할게. 난 결코 멀리 가지 않을 거야. 내가 원하는 것은 너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분(Him)이야.’
 
  알 그린은 영적인 삶을 살려 했지만 세속적인 노래도 멈추지 않았다. 마치 두 세계를 살았다고 할까. 혹자는 ‘두 세계에서의 작업(Working in Two Worlds)’이라고 표현한다. 알 그린이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1981년 5월, 세계가요제에 미국 대표로 참가해 ‘Oh! No’라는 곡으로 금상을 차지했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점점 사람들에게 잊혔다.
 
  언젠가부터 그는 세속적인 음악과 영적인 삶, 양쪽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프로듀서 윌리 미첼과 다시 의기투합해 지난 2003년 앨범 〈아이 캔트 스톱(I Can’t Stop)〉을 발매했다. 가스펠만 고집하지 않고 그간 부르지 않던 솔풍의 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대중음악과 복음 모두에서 편안해진 것이다. 사람들은 잊힌 알 그린을 새삼 떠올리며 휑하던 가슴 한쪽에 그의 노래를 차곡차곡 저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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