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자수첩

어느 허무주의자의 설날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즐겨 보던 ‘웹툰’이 있다. 지난 1월 12일 완결한 〈타인은 지옥이다〉. 지방의 한 청년이 상경해 고시원 생활을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처음엔 희망에 부풀었지만, 타인들과 부딪치며 그는 점차 ‘괴물’이 된다. 만화적 요소로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주거불안과 취업난, 고립된 인간관계까지 현 2030세대가 겪는 고질적 문제를 잘 녹여낸 작품이다. 이 웹툰은 줄곧 상위권 순위에 올랐다. 특히 청년들이 열광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 ‘지옥’ 같은 만화에 몰입하고 공감했다는 건 씁쓸한 얘기다. 이내 납득도 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대치였다. 특히 체감 청년실업률은 22.8%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문득 구직 시절을 되돌아보고 싶었다. 10여 년 전 수첩을 찾아봤다. 2월 설날께 그해 다짐을 적은 글자가 눈에 보였다. 삐뚤빼뚤하게 ‘初心’이라 적혀 있었다. 그 후로, 언젠가부터는 신년 다짐을 적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1분이 60초라는 것, 설이 되면 한해가 시작되는 건 사실 질서와 동력(動力)을 위해 인간이 설정한 장치일 뿐, 12월 31일의 해와 1월 1일의 해는 다르지 않다는 걸 새삼 인지해서다. 한 유명인사의 말도 크게 한몫했다. ‘마크 타이슨’의 얘기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그간 너무 ‘쳐맞았던’ 탓인지, 거창한 다짐이나 계획보다는 그저 “올해도 ‘시시한 고민’을 하며 살게 해 달라”고 중얼거리는 편이다. 오늘 점심 뭐 먹지, 같은. 이를 압도할 만한 큰 걱정이 없음에 고마워하면서. 행복이 뭐, 별건가. 20년 친구는 이에 “허무주의자 같다”고 했다. 한데 반갑게도, 얼마 전 새해 인사를 위해 만난 은사(恩師)는 이 생각을 지지해 줬다. “적당한 허무주의는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근거로 일본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이야기를 했다. 어려운 나라에 안주(安住)해 버린 세대를 분석한 책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조회 : 671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903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