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방색으로 왕권의 존엄을 드러내는 그림이 〈일월오봉도〉
⊙ 방글라데시 콘서트의 성공은 인도주의적 프로젝트의 모델이 돼
⊙ 방글라데시 콘서트의 성공은 인도주의적 프로젝트의 모델이 돼
-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일월오봉도〉. 청·홍·녹·백·흑의 다섯 가지 단청 안료로 그렸다.
오방색, 한국인의 맵시와 빛깔
특별전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렸다. 순우리말인 ‘때깔’은 맵시와 빛깔을 뜻한다.
특별전은 오방색(五方色)을 주목했다. 오방색 하니 ‘최순실’이 떠올라 역겨운 느낌이 들었다. 항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의원실과 해외 공관에 돌렸다는 달력과 오방끈이 최순실이 믿는 종교와 관련 있다는 ‘가짜뉴스’가 떠돌았다. 더민주 이재정 의원은 작년 12월 11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서 오방끈을 황교안 총리(대행)에게 들이밀며 “뱀보다 더 소름끼치는 오방끈이다. 최순실이 믿고 있는 종교가 관료사회까지 지배한다는 사실이 끔찍하지 않으냐”고 했다.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인지 몰라도, 전시회 측은 ‘용기있게’ 오방색의 문양과 색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방색은 중심(中心)과 동서남북 사방(四方)을 의미하는 오방(五方)과 청(靑)·백(白)·적(赤)·흑(黑)·황(黃)의 오색을 가리킨다. 해설사인 김영선씨는 “노랑을 중심으로 파랑은 동(東)을 의미하고 나무를 뜻한다. 하양은 서(西)와 쇠, 빨강은 남(南)과 불, 검정은 북(北)과 물, 노랑은 중앙(中)과 흙을 상징한다. 이것이 한국 전통의 색채철학”이라고 말했다.
순조가 효명세자를 책봉하면서 내린 교명(敎命)이 전시돼 있었다. 그런데 교명의 배색이 오방색이다. 오른쪽부터 홍·황·청·백·흑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오색의 위엄이 느껴졌다.
오방색으로 왕권의 존엄을 드러내는 그림이 〈일월오봉도〉다. 해와 달, 5개의 산봉우리가 그려져 있다. 어좌 뒤에서 왕과 신하를 병풍처럼 둘러싸는 위치다. 왕의 기품을 상징하는데 청·홍·녹·백·흑의 다섯 가지 단청 안료면 충분하다는 것일까. 자세히 보니 산봉우리마다 노란색 실선이 보인다. 금박으로 윤곽을 그려 넣은 것이다. (지폐 1만원에 그려진 세종대왕 배경 밑그림이 바로 〈일월오봉도〉다.)
그런데 오방색은 내재된 순환개념에 따라 상생(相生)의 색도, 상극(相剋)의 색도 존재한다. 이를 간색(間色)이라 부른다.
청과 황, 청과 백, 적과 백, 흑과 적, 흑과 황 사이에 상극간색인 녹·벽·홍·자·유황(綠·碧·紅·紫·硫黃)이, 상생간색인 불·규·훈·정·암(黻·硅·纁·靘·黯)이 있다.(불은 잿빛, 규는 연주황, 훈은 분홍, 정은 남색, 암은 짙은옥색을 뜻한다.)
김영선씨는 “우리 선조들은 오행 중 하나가 너무 강하면 화가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에, 오행의 상생과 상극을 맞추어 색을 써서 조화롭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오행 중 화(火)의 기운이 너무 강하면 상극의 수(水)를 써서 눌러 주고 목(木)이 너무 약하면 상생의 토(土)를 써서 기운을 더해 줬다”고 했다. 빨강 곁에 검정을 배치, 불의 기운을 눌러 주거나 파랑 곁에 노랑을 써서 목의 기운을 살리는 식이다.
전시물 중에 색동두루마기와 오방낭자도 눈에 띄었다. 색동두루마기의 안감과 동정은 흰색, 길(저고리·두루마기 등의 옷섶과 무 사이)은 연두색, 섶은 노란색, 무(윗옷의 양쪽 겨드랑이 아래에 대는 폭)는 자주색, 깃과 고름은 남색이며 소매는 색색의 옷감을 이어 붙인 색동으로 이뤄져 있었다. 또 오방낭자는 청색과 적색, 백색과 흑색의 비단을 각각 동서남북 방위에 맞춰 배열하고 중앙에는 사각형의 황색 비단을 대어 만들었다.
오방색은 오랜 우리 민족의 때깔이 스며든 색채미학이다. 최순실의 종교와 오방색은 아무 관련이 없다. 더욱이 오방색은 죄가 없다.
주황, 따스한 콘서트 《The Concert for Bangladesh》
《The Concert for Bangladesh》는 비틀스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이 방글라데시 난민을 돕기 위한 콘서트 앨범이다. 뉴욕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두 차례(1971년 8월 1일 오후 2시30분, 저녁 8시) 공연 실황을 담았다. 이듬해(72년) 그래미어워드 최우수 앨범상을 수상했다.
앨범 커버가 주황색이다. 밝고 따스한 색감의 주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부정이나 증오를 덜어내게 한다. 일렁이는 주황색 촛불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서양에서는 식사 전 초를 켜 기분을 안정시킨 뒤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방글라데시를 돕기 위해 마련된 콘서트 앨범의 표지가 주황색인 것도 그런 이유다. 당시 방글라데시는 ‘자유전쟁(the Bangladesh Liberation War)’이란 독립전쟁을 겪었고 끔찍한 폭우와 홍수로 수백만의 난민이 기아에 처했을 때였다.
방글라데시 콘서트는 두 사람의 생각이 보태져 이뤄졌다. 인도 출신의 시타(Sitar·인도 현악기) 연주자 라비 샹카르(Ravi Shankar)의 제안과 비틀스 출신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기획력이 빚은 결과다. 여기에 비틀스의 전 멤버 링고 스타(Ringo starr), 음유시인 밥 딜런(Bob Dylan),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흑인 블루스 연주자 빌리 프리스턴(Billy Preston)이 가세했다. 당시로선 최고의 대형 콘서트였다고 한다.
4만여 명이 공연장을 찾았고 25만 달러가 모아져 유니세프(UNICEF)에 전달됐다. 얼마 후 앨범과 콘서트 영상이 제작되고 거기서 받는 로열티 역시 유니세프에 보내졌다. 기부금은 방글라데시 난민들에게 음식과 식수·의류를 제공하는 데 쓰여졌고, 일부는 오염된 식수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건강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자금에 보태졌다. 방글라데시 콘서트로 인해 1985년까지 모은 각종 기금은 45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콘서트의 성공은 인도주의적 프로젝트의 모범이 됐으며 에티오피아 난민을 돕기 위해 마련된 ‘라이브 에이드(Live Aid, 1985년)’ 같은 초대형 콘서트에 영향을 미쳤다. 훗날(1992년) 조지 해리슨은 이렇게 말했다.
“방글라데시 콘서트는 라비와의 관계 때문에 일어났다. 나는 라비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나를 끌어들이기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런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If you want me to be involved, I think I'd better be really involved).’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앨범 가격은 미국에서는 12.98달러, 영국에서는 5.50파운드로 당시로선 매우 비쌌다. 그도 그럴 것이 앨범이 3장이기 때문이었다. 불필요한 세금 문제를 낳았지만 어쨌든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 빌보드(Billboard Top LPs) 차트에서 2위를 6주간 차지했다. 당시 1위는 돈 매클린(Don McLean)의 〈American Pie〉였다.
1972 년 캐시 박스(Cash Box)와 레코드 월드(Record World)가 집계한 다른 미국 차트에서 이 앨범은 2위와 1위를 기록했다.
당시 공연의 최대 화제는 밥 딜런이었다. 은둔하며 지내던 그를 무대 위로 세운 이가 조지 해리슨이었다. 밥 딜런은 ‘Just Like A Woman’을 불러 과거 그의 대표곡이었던 ‘Blowin′ In The Wind’, ‘Mr. Tambourine Man’, ‘It Takes al Lot To To Laugh’와 함께 화제가 됐었다. 당시 언론은 밥 딜런을 빗대어 ‘비틀스 2세의 출연’이라며 이렇게 표현했다.
‘비틀스마니아가 도시를 쓸어 내다.(Beatlemania Sweeps a City.)’⊙
특별전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렸다. 순우리말인 ‘때깔’은 맵시와 빛깔을 뜻한다.
특별전은 오방색(五方色)을 주목했다. 오방색 하니 ‘최순실’이 떠올라 역겨운 느낌이 들었다. 항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의원실과 해외 공관에 돌렸다는 달력과 오방끈이 최순실이 믿는 종교와 관련 있다는 ‘가짜뉴스’가 떠돌았다. 더민주 이재정 의원은 작년 12월 11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서 오방끈을 황교안 총리(대행)에게 들이밀며 “뱀보다 더 소름끼치는 오방끈이다. 최순실이 믿고 있는 종교가 관료사회까지 지배한다는 사실이 끔찍하지 않으냐”고 했다.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인지 몰라도, 전시회 측은 ‘용기있게’ 오방색의 문양과 색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방색은 중심(中心)과 동서남북 사방(四方)을 의미하는 오방(五方)과 청(靑)·백(白)·적(赤)·흑(黑)·황(黃)의 오색을 가리킨다. 해설사인 김영선씨는 “노랑을 중심으로 파랑은 동(東)을 의미하고 나무를 뜻한다. 하양은 서(西)와 쇠, 빨강은 남(南)과 불, 검정은 북(北)과 물, 노랑은 중앙(中)과 흙을 상징한다. 이것이 한국 전통의 색채철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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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조가 효명세자를 책봉하면서 내린 교명(敎命). 오른쪽부터 홍·황·청·백·흑이 길게 펼쳐져 있다. |
오방색으로 왕권의 존엄을 드러내는 그림이 〈일월오봉도〉다. 해와 달, 5개의 산봉우리가 그려져 있다. 어좌 뒤에서 왕과 신하를 병풍처럼 둘러싸는 위치다. 왕의 기품을 상징하는데 청·홍·녹·백·흑의 다섯 가지 단청 안료면 충분하다는 것일까. 자세히 보니 산봉우리마다 노란색 실선이 보인다. 금박으로 윤곽을 그려 넣은 것이다. (지폐 1만원에 그려진 세종대왕 배경 밑그림이 바로 〈일월오봉도〉다.)
그런데 오방색은 내재된 순환개념에 따라 상생(相生)의 색도, 상극(相剋)의 색도 존재한다. 이를 간색(間色)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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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정해조의 2015년작 〈오색광률(五色光律)〉. 호칠로 여러겹의 삼베를 겹쳐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겹겹이 옻칠을 쌓아 올려서 적, 청, 황, 백(녹), 흑의 화려하고 강렬한 한국의 색감을 자아낸다. |
김영선씨는 “우리 선조들은 오행 중 하나가 너무 강하면 화가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에, 오행의 상생과 상극을 맞추어 색을 써서 조화롭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오행 중 화(火)의 기운이 너무 강하면 상극의 수(水)를 써서 눌러 주고 목(木)이 너무 약하면 상생의 토(土)를 써서 기운을 더해 줬다”고 했다. 빨강 곁에 검정을 배치, 불의 기운을 눌러 주거나 파랑 곁에 노랑을 써서 목의 기운을 살리는 식이다.
전시물 중에 색동두루마기와 오방낭자도 눈에 띄었다. 색동두루마기의 안감과 동정은 흰색, 길(저고리·두루마기 등의 옷섶과 무 사이)은 연두색, 섶은 노란색, 무(윗옷의 양쪽 겨드랑이 아래에 대는 폭)는 자주색, 깃과 고름은 남색이며 소매는 색색의 옷감을 이어 붙인 색동으로 이뤄져 있었다. 또 오방낭자는 청색과 적색, 백색과 흑색의 비단을 각각 동서남북 방위에 맞춰 배열하고 중앙에는 사각형의 황색 비단을 대어 만들었다.
오방색은 오랜 우리 민족의 때깔이 스며든 색채미학이다. 최순실의 종교와 오방색은 아무 관련이 없다. 더욱이 오방색은 죄가 없다.
주황, 따스한 콘서트 《The Concert for Banglad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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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해리슨의 《The Concert for Bangladesh》 커버(왼쪽). 방글라데시 콘서트의 포스터(오른쪽). |
앨범 커버가 주황색이다. 밝고 따스한 색감의 주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부정이나 증오를 덜어내게 한다. 일렁이는 주황색 촛불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서양에서는 식사 전 초를 켜 기분을 안정시킨 뒤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방글라데시를 돕기 위해 마련된 콘서트 앨범의 표지가 주황색인 것도 그런 이유다. 당시 방글라데시는 ‘자유전쟁(the Bangladesh Liberation War)’이란 독립전쟁을 겪었고 끔찍한 폭우와 홍수로 수백만의 난민이 기아에 처했을 때였다.
방글라데시 콘서트는 두 사람의 생각이 보태져 이뤄졌다. 인도 출신의 시타(Sitar·인도 현악기) 연주자 라비 샹카르(Ravi Shankar)의 제안과 비틀스 출신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기획력이 빚은 결과다. 여기에 비틀스의 전 멤버 링고 스타(Ringo starr), 음유시인 밥 딜런(Bob Dylan),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흑인 블루스 연주자 빌리 프리스턴(Billy Preston)이 가세했다. 당시로선 최고의 대형 콘서트였다고 한다.
4만여 명이 공연장을 찾았고 25만 달러가 모아져 유니세프(UNICEF)에 전달됐다. 얼마 후 앨범과 콘서트 영상이 제작되고 거기서 받는 로열티 역시 유니세프에 보내졌다. 기부금은 방글라데시 난민들에게 음식과 식수·의류를 제공하는 데 쓰여졌고, 일부는 오염된 식수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건강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자금에 보태졌다. 방글라데시 콘서트로 인해 1985년까지 모은 각종 기금은 45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콘서트의 성공은 인도주의적 프로젝트의 모범이 됐으며 에티오피아 난민을 돕기 위해 마련된 ‘라이브 에이드(Live Aid, 1985년)’ 같은 초대형 콘서트에 영향을 미쳤다. 훗날(1992년) 조지 해리슨은 이렇게 말했다.
“방글라데시 콘서트는 라비와의 관계 때문에 일어났다. 나는 라비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나를 끌어들이기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런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If you want me to be involved, I think I'd better be really involved).’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앨범 가격은 미국에서는 12.98달러, 영국에서는 5.50파운드로 당시로선 매우 비쌌다. 그도 그럴 것이 앨범이 3장이기 때문이었다. 불필요한 세금 문제를 낳았지만 어쨌든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 빌보드(Billboard Top LPs) 차트에서 2위를 6주간 차지했다. 당시 1위는 돈 매클린(Don McLean)의 〈American Pie〉였다.
1972 년 캐시 박스(Cash Box)와 레코드 월드(Record World)가 집계한 다른 미국 차트에서 이 앨범은 2위와 1위를 기록했다.
당시 공연의 최대 화제는 밥 딜런이었다. 은둔하며 지내던 그를 무대 위로 세운 이가 조지 해리슨이었다. 밥 딜런은 ‘Just Like A Woman’을 불러 과거 그의 대표곡이었던 ‘Blowin′ In The Wind’, ‘Mr. Tambourine Man’, ‘It Takes al Lot To To Laugh’와 함께 화제가 됐었다. 당시 언론은 밥 딜런을 빗대어 ‘비틀스 2세의 출연’이라며 이렇게 표현했다.
‘비틀스마니아가 도시를 쓸어 내다.(Beatlemania Sweeps a C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