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덕분에 현재 해외여행 즐기는 중상층을 가진 것”(류석춘)
⊙ “귀족 노동자들은 전태일의 이름을 입에 올릴 자격 없어”(남정욱)
⊙ “박정희는 특권을 혐오한 노동자·농민 출신 대통령”(조갑제)
⊙ “귀족 노동자들은 전태일의 이름을 입에 올릴 자격 없어”(남정욱)
⊙ “박정희는 특권을 혐오한 노동자·농민 출신 대통령”(조갑제)
- 지난 2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4회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박정희시민강좌’가 4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월간조선》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연중기획으로 진행 중인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시민강좌가 회를 거듭할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 2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행사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450여 명이 참석했다. 좌석이 부족해 많은 이가 뒤쪽에 서거나 연단 앞쪽과 청중석 사이의 공간에 앉아서 강연을 들어야 했다.
제4회 강연은 ‘박정희 시대의 산업인력 양성-박정희 시대의 노동자들은 정말 착취당했나?’라는 주제로,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발표를 했고, 이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공동대표)가 토론을 맡았다.
주제 강연을 맡은 류석춘 교수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우리나라 일반 경공업 노동자(평화시장)와 대기업 노동자(현대중공업)의 임금상승과 계층이동 현황 등의 통계자료를 통해 박정희 시대가 결코 노동자 착취 시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류 교수는 “박정희가 이끈 자본주의 시장경제 대한민국은 노동자를 착취하기는커녕 그들을 중산층으로 육성시키며 국가발전의 핵심 역량으로 키워냈다”며 “박정희 시대의 노동자들이 정말로 착취를 당했다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광범위한 중산층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라고 열변했다. 그는 박정희 임기 때만 국한해도 기술·기능 교육을 통해 계층 상승 이동을 경험한 노동자가 100만명 이상이라고 집계했다.
이어 남정욱 교수가 ‘1970년대 노동운동, 전태일 그리고 불편한 진실’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남 교수는 “전태일은 자신의 처지를 분개했다기보다 여공들의 참담한 삶에 분노를 느낀 사람이며, 그 분노의 원천은 사랑이었다”는 말로 전태일의 삶을 평가했다. 이어 남 교수는 “‘나만 잘살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던 전태일의 삶과 대비되는 것이 오늘날 대기업 노조로 대변되는 ‘귀족 노동자’들”이라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이들을 비판했다.
남 교수에 이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박정희는 두 마리 토끼(성장과 분배)를 다 잡았다’는 주제로 토론을 이어갔다. 조 대표는 “박정희의 기본적 국정 철학은 자조(自助), 자립(自立), 자주(自主) 정신이었다”며 “박정희는 자조정신이 있어야 자립경제를 만들고, 자립경제가 있어야 자주국방을 하고, 자주국방이 있어야 자유통일을 한다는 네 단계 국정운영 전략을 한결같이 유지했으며, 이런 일관성 속에서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래 제4회 강연 내용을 지상(誌上) 중계한다. 참고로 류석춘 교수의 주제강연 내용은 《월간조선》 2016년 12월호와 2017년 2월호에 기고한 내용과 중복되기 때문에 별도 요약 소개를 생략한다. 본 행사의 전체 동영상은 월간조선 홈페이지(monthly.chosun.com)를 통해 볼 수 있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좌우 마찰의 핵심 근원에는 카를 마르크스가 있다. 마르크스는 1860년대 《자본론》이라는 책을 써서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창조하는 모순된 체제”라고 선언했다. 그는 “자본주의를 청산하고 사회주의로 가야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마르크스의 이 책이 바로 ‘의혹’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18~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대규모 생산과 기업이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모두가 가난하게 살던 농경사회에서 자본을 축적해 잘사는 사람도 나왔지만, 반면 일부에서는 어린이를 혹사하는 등 이전 세상에서 보지 못했던 자본주의의 험한 모습도 등장했다. 이런 자본주의의 생산방식이 인류를 불평등하게 만들고, 착취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그런 인식의 위에서 쓰인 것이 바로 《자본론》이다. 하지만 마르크스 이후에 많은 학자가 연구한 결과 바로 그 시대가 인류가 궁핍에서 벗어나고, 영양이 좋아지고, 아이를 많이 낳는 등 모두가 살기 좋아지는 시대로 가는 길이자 과정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의혹에서 출발한 사회주의 이념은 전 세계를 휩쓸었고 수십억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이런 마르크스의 그림자가 오늘날 대한민국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마르크스 이념을 따르는 좌파들은 박정희 시대를 ‘착취의 시대’ ‘불균형을 만들어 낸 시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가 진짜 그러했던가? 결단코 그렇지 않다. 나는 지금까지 박정희 시대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동반성장이라는 금자탑을 이룬 시대였다고 주장해 왔다. 그것은 이미 객관적인 자료로 모두 증명이 되어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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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부고속도로의 대전-대구 간 공구를 시찰하는 박정희 대통령(왼쪽). |
지금 대한민국의 혼란한 현실은 바로 박정희에 대한 잘못된 의혹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런 세미나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부닥친 온갖 의혹이 사그라져서 안정된 나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기원한다.
우리나라에는 386세대를 포함하는 운동권 세력이 가진 정신적 동력이 있다. 하나는 ‘광주사태’이며, 나머지 하나는 바로 노동운동가인 ‘전태일’이다. 우리 교과서에 이병철, 정주영은 안 나오지만, 전태일은 수십 번이나 등장한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앞에서 재단사였던 전태일이 분신을 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마라!” 불길이 기도(氣道)를 타고 들어갔던지 그의 마지막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다가 어려웠던 나머지 ‘대학생 친구가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한 전태일의 일기가 공개되면서 수많은 대학생이 산업 현장으로 뛰어든다.
사실도 그럴까? 실은 좀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일단 전태일에게는 대학생 친구는 물론이고 대학생 멘토(조언자)까지 있었다. 솔 알린스키(1909~1972)라는 인물이 있다.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모두 존경하는 미국의 급진적 사회운동가로, 1939년 시카고 빈민촌에서 주민들을 조직화하는 등 실천적 조직과 이론을 정립했다. 그의 이론 중에 ‘지역사회이론’이란 게 있다. ‘잠자는 민중을 깨워 리더를 양성시킨 뒤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전까지는 활동가가 지역에 침투해서 직접 조직을 꾸리는 방식이었다. 그것이 알린스키에 의해 현장에서 발굴한 리더를 통해 운동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알린스키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옆에 앉아 조용한 말로 설득했다. “당신을 구할 사람은 당신뿐”이라고 부추기며 그 선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 사회개혁의 근간이라고 알린스키는 주장했다. 운동이 시작될 때 조직가는 그 바람을 타고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되며 훈련된 조직가는 선택한 현장에서 3년 이내에 운동을 일으키고 운동이 일어나면 바로 그곳을 떠나라고 그는 가르쳤다.
1966년 알린스키에게 교육을 받고 귀국한 오재식 한국기독학생총연맹 사무총장은 1967년부터 학생사회개발단(학사단)을 꾸려 빈민촌에 학생을 투입했다. 훈련받은 학생들은 두세 명씩 한 팀을 이루어 현장에 투입됐다. 이들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스며들어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인자(운동 인자)를 발굴했다.
당연히 조직은 교육을 통해 이루어졌다. 1970년대 열혈 운동권인 양국주씨의 증언에 의하면 전태일은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이승종 목사가 교육시켰다. 한 사람의 말만 가지고 속단하기에 이 사안은 매우 민감하다.
전태일과 관련된 부분은 솔 알린스키의 책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의 추천사를 쓴 오재식씨의 추천사에도 나온다. 이렇게 되어 있다.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선동하지 않고 차분하게 그들을 조직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렇게 접근한 수많은 현장 가운데 하나가 1970년 전태일 분신 사건이었다.”
위험한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최종 결정은 과연 누구의 몫이었을까. 분신의 현장에는 과연 누가 있었을까.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IS(이슬람국가)는 항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발표를 한다. 모쪼록 노동운동의 성과를 자신들의 것으로 하고 싶었던 운동 세력의 증명 불가능한 회고담이기를 바랄 뿐이다. 추측대로라면 김지하가 말한 죽음의 굿판은 이미 1970년대부터 펼쳐지기 시작한 셈이다.
“전태일은 따뜻한 사람”
그렇다면 전태일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조영래가 지은 평전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만으로 온도가 느껴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기는 쉽지 않다. 1995년에 개봉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는 영화가 있다(영어 제목이 ‘A Single Spark’인 이 영화는 이창동이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영화 속의 전태일은 속 깊고 예의 바른 청년이다. 영화 속 이미지는 사실을 넘어 존재하고 나중에는 사실을 압도한다. 감독 박광수가 그린 전태일은 조영래가 그린 전태일의 이미지를 가져오면서 1970년대 선각(先覺)한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하게 조영래가 추상(抽象)한 ‘각성한 노동자’ 전태일의 모습일 뿐이다.
실제 전태일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과격하고 다혈질이었으며 충동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그 증언을 따라 읽으면 평전의 몇몇 대사가 예사롭지 않게 읽힌다.
“한두 목숨 없어져야 근로조건 개선이 이루어진다.”
평전에 나오는 김개남 등과 바보회를 결성할 당시의 발언이다. 이런 유(類)의 발언은 평전의 후반부로 가면서 더욱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그는 자기의 죽음이 어떤 성과를 거두리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무렵 그는 친구들에게 이따금 지나가는 말처럼, “나 하나 죽으면 뭔가 달라지겠지…” 하고 말하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개정판 평전 p.277 중).
지금까지 말한 것은 전태일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전태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재야 운동가인 장기표는 “인간의 명석함이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얻어지고 깨달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태일은 자신의 처지를 분개했다기보다는 여공들의 참담한 삶에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그 원천은 사랑이었다. 전태일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진실을 알아야 거짓 선동에 넘어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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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의 일생을 다룬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근로기준법 책을 든 채 분신하는 전태일의 모습. |
여기에 대비되는 것이 2016년 현재 노조를 끌어안고 있는 소위 ‘귀족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임금 상승분이 제품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의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모른 척 외면한다. 이들이 전태일을 입에 올리는 것은 그래서 부당하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이 프로세스에서 전태일의 이름은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 전태일 분신 후 12일 뒤인 11월 25일에는 조선호텔 하급직 이상찬이 분신자살을 시도한다. 1971년에는 아시아 자동차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방해하면 집단자살을 하겠다고 나섰고, 2월에는 식당 종업원 김차호가 가스통을 껴안고 소동을 피운다.
목숨을 담보로 발언권을 신청하는 극단적인 방법이 열병처럼 번졌다. 이것이 전태일이 남긴 부정적인 유산이다. 이 죽음의 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전태일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4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죽음을 불사하는 투쟁도 좋지만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얻어야 하는 세상은 없다. 자기가 있고서야 세상이 있는 것이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은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태일이의 죽음을 따르지 말고 살아서 싸워야 한다.”
우리가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진실을 통해 사람들이 거짓 선동에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좌파들은 거짓 선동을 통해 대한민국이 이룬 70년의 번영을 한번에 휩쓸어 버리려고 하고 있다. 나는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어떤 나라가 잘살게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를 알게 되었다. 더 무서운 것은 그렇게 잘살게 된 나라가 한번 무너지면 다시는 일어선 사례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 번 주저앉으면 우리에게는 두 번 다시 기회가 없다. 그래서 기필코 이 번영의 구도를 끌고 가야 한다. 박정희는 민주주의는 번영 뒤에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박정희가 가졌던 리더의 정신을 기리고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흔들리지 않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앞서 발표하신 분들의 토론을 받아 전태일에 대해서 한마디 보태자면, 전태일은 훌륭한 사람이다. 남정욱 교수의 발표문에도 나오듯이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료를 위해서 고민했고, 동료를 위해 몸을 불사른 사람이다. 그 후에 좌파 세력이 전태일을 우상화한 것이 나쁘다.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해 몸을 불사르고, 그렇게 하는 동기에 사랑이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는 기독교적인 것과 통한다.
《성경》 고린도전서 13장에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분신자살을 해도 증오심을 가지고 하면 헛것이라는 무서운 이야기다. 좌익들이 하는 분신자살은 대부분 여기 포함될 것이다. 그들은 대개 증오심 혹은 거짓에 선동되어 분신을 한다. 전태일의 분신자살은 그런 게 아니었다. 더욱이 분신 순간 전태일의 머릿속에는 주체사상이나 계급투쟁론이 들어가 있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현상을 볼 때 너무 이데올로기적으로 본다든가 선입관을 가지고 본다면 사람에 대한 판단을 그르칠 수가 있다. 사람은 사람이다. 진영논리나 좌우에 치우쳐서 그 틀 속으로 어떤 인물을 집어넣으려고 하면 물론 들어가긴 하겠지만, 사실과는 맞지 않게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통계가 보여주는 진실… 성장과 분배에 성공한 한국
박정희는 두 마리 토끼, 즉 성장과 분배를 거의 동시에 이룬 사람이다. 이는 굉장히 드문 경우다. 세계은행이 1965~1989년 사이 세계 40개 주요국 평균 경제 성장률과 소득분배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 성장률에서 세계 1위, 소득분배의 평등성에서도 아주 양호한 국가로 나타났다. 소득분배의 평등성을 재는 기준은 소득 상위 20%가 소득 하위 20%의 몇 배를 차지하느냐를 보는 것이다. 한국은 약 7배, 브라질은 약 26배, 말레이시아는 약 16배, 수단은 약 12배, 멕시코는 약 20배, 태국은 약 9배, 필리핀은 약 11배였다. 일본과 대만은 약 5배, 싱가포르는 약 9배, 홍콩은 약 9.5배였다.
이 기간에 1인당 소득성장률이 연 4% 이상이고, 소득분배 지수가 10(즉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소득의 10배) 이내인 우량국가는 동아시아의 6개국, 즉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일본, 태국뿐이었다. 이는 군사정권 때 한국 사회의 빈부 차이가 더 커졌다는 속설을 무효화시키는 통계이다. 군사정권 때 한국은 전체적인 국부(國富)와 개인소득도 세계에서 가장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소득분배도 가장 공평해졌다.
남미의 군부는 경제성장이나 소득 재분배보다는 기득권층의 축재(蓄財)를 위해 일했지만 한국의 군부 엘리트는 특권층보다는 국민 전체를 위해 경제정책을 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965~1989년 사이 한국을 이끌었던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과 국가 엘리트에게 우리는 “고생했다”는 말을 해도 되지 않을까.
1965~1980년 사이, 즉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 거의 겹치는 16년간 한국의 연(年)평균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은 9.5%로서 세계 9위였다. 1980~1990년의 11년간, 즉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 한국의 GDP 성장률은 연평균 10.1%로서 세계 1위였다. 군인 출신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던 30년간 한국은 GDP 규모에서 세계 37위(1960년)로부터 15위, 1인당 GDP에선 83위에서 30위, 무역 부문에선 세계 51위에서 11위로 도약하였다. 한국은 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거론되지 않는 아시아의 두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박정희 시대에 빈부격차가 심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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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대통령이 경기도 내 농촌주택 개량사업현장을 돌아보며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
이 기간에 상위・하위를 불문하고, 국민소득은 다 같이 올라갔다. 네가 잘되었기 때문에 내가 가난해진 게 아니고 너나 나나 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통계는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고도성장이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의 격차를 만들었다고 공격하는 이들의 무식을 폭로한다. 한국의 경제개발은 모든 국민의 소득이 비교적 골고루 올라가는 경로를 걸었다. 1975년 세계은행의 조사에서도 한국은 전체 조사대상 국가 66개국 중 소득의 평등도 순위가 14위였고, 42개 개발도상국 중에선 6위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고도성장을 추진하면서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계급혁명론으로 빈곤층을 공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유교 가치관 또한 평등 지향이라 남미식(南美式)의 빈익빈부익부는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1964~1970년 사이 한국의 평균 GDP 성장률은 연간 9.5%였다. 이 기간 중 소득 하위 40%의 소득증가율도 9.5%였다. 이는 경제성장의 혜택이 특수층에만 돌아가지 않았고 저소득층에게도 똑같이 돌아갔음을 보여준 것이다. 박정희의 경제개발전략은 고도성장과 균형분배를 함께 이룬 것이다.
진정한 평등을 이루려 한 노동자·농민 출신 대통령
어떻게 박정희는 성장과 균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가 있었을까? 그 이유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바로 ‘인간 박정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정희라는 사람의 인간성이 성장과 분배의 동시 성취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박정희는 성품상 반골(反骨)정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박정희는 교사, 혁명가, 군인, CEO적 품성을 동시에 가졌던 사람인데, 특히 권력남용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강했다. 그런 그가 권력을 잡자 그런 반골 의식이 국정에 반영되었다. 문제는 이런 반골 의식을 가진 사람이 국정을 운영하면 보통 평등 지향적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정희는 균형 감각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이 두 가지를 같이 추진한 인물이다. 물론 이는 노동자·농민 출신 대통령인 박정희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다음 박정희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성공시킨 배경을 분석하면 역시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박정희는 이승만과 함께 이념 무장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좌익을 경험했던 사람이었는데, 이런 사람이 우파로 들어오면 굉장히 입체적 시각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은 박정희를 이야기할 때 그의 경제개발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공산화를 막은 것이 가장 중요한 업적이다. 박정희가 집권기간 내내 제일 신경을 쓴 분야는 바로 안보였다. 증언에 의하면 그는 안보제일주의자였다.
박정희는 공산군의 남침을 휴전선에서 저지하는 것으로는 체제를 지키기에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체제를 유지하려면 후방이 좌경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여겼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농촌을 잘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바로 새마을운동이다. 또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주국방을 이루어야 하고, 자주국방을 하려면 중화학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공산화를 막겠다는 이념적 발상에서 경제개발의 전략이 부수적으로 나온 것이고 이것이 성공한 것이다.
“공짜로 돈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착취하는 것”
하지만 아무리 뜻이 좋아도 방법이 잘못되면 그 뜻은 한낱 꿈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정희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돈을 공짜로 주겠다는 사람이 아니었다. 취직 못 했다고 젊은이들에게 공짜로 돈을 주는 것은 그들의 인생을 착취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의 인생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이 세상 불변의 진리를 하나 꼽으라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다. 박정희는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박정희가 일관되게 가지고 있던 국정 철학은 바로 자조·자립·자주 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자조 정신이 있어야 자립경제를 만들고, 자립경제가 있어야 자주국방을 하고, 자주국방이 있어야 자유통일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박정희는 이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항상 국민을 교육하려고 했고,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경쟁을 시켰다. 박정희의 성공은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이념적 일관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