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무병장수를 위한 ‘성양생법(性養生法)’의 비밀 : 월간조선

기원전 221년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장수불사(長壽不死)는 인간이 실현할 수 없지만 끝없이 바라던 꿈이었다. 장수불사의 꿈을 접은 인류가 선택한 것은 무병장수(無病長壽) 또는 장수불로(長壽不老)였다. 이 무병장수, 장수불로의 핵심이 한방(韓方)에서는 양생법(養生法)이다.

인터넷상에서는 요즘 양생법이 화제다. 한방에서 이야기하는 양생법이란 무엇인가. 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은 양생법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양생은 각종 방법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고 체질을 증강하며 질병을 예방하는 일련의 심신단련 행위를 가리킨다. 양생의 범주에는 심신을 조절하는 내면적 활동에서부터 음식 섭취와 운동을 포함한 적극적인 신체활동이 포함된다.”

양생법은, 요약하자면 ‘병 없이 오래 사는 건강한 수명을 위한 건강법’이다. 우리가 한방에서 보약을 지어 먹는 행위도 양생법에 해당한다. 이 양생법은 성(性·sex)과 관련한 수많은 속설들을 잉태했다. 성을 위한 수단, 즉 정력을 건강의 첩경으로 봤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서양보다 동양에서 강한데 동양에서는 성생활을 건강, 장수, 쾌락을 조화시키는 양생법으로 이해했다.

성양생법은 동양 한의학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황제내경》이나 우리 한의학의 원전인 《동의보감》에 성과 관련한 이야기가 간접적으로 짧게 언급돼 있지만 직접적인 언급은 거의 없다고 한다. 물론 성양생법과 관련한 최고(最古)의 원전은 방중술(房中術) 등을 다룬 중국의 《소녀경》이 꼽힌다.

윤성중 경희장수한의원 원장은 “《황제내경》이나 《동의보감》에 양생에 관한 부분이 나오지만 성 양생에 관한 부분이 거의 없어 한의학계에서 두 책을 바탕으로 성양생법에 대해 연구하는 분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소녀경》은 도교(道敎) 쪽 서적으로 그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책이 만들어진 시대 배경상 남성우월주의적 시각에서 남성 위주로만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 등 한의사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성양생법의 대부분은 도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도교사상에도 조예가 깊은 곽병준 제원한의원 원장의 설명이다.

“도교가 출발할 때 보면 외단(外丹)사상이 있고 내단(內丹)사상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외단사상, 즉 몸에 좋은 물질이나 약, 이런 것을 만들어서 그걸 몸에 넣음으로써 몸을 변화시키고 오래 살 수 있는 상태를 만들자는 것이었죠. 그게 나중에는 내단사상으로 바뀌어요. 자기가 몸 안에서 특정한 흐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 내는 거예요. 예를 들어 팔을 안 움직이고도 팔에 집중을 해서 팔이 움직인다는 느낌 같은 감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방중술 같은 것도 거기에 해당하죠. 이런 것들이 지금처럼 논문으로 발표되거나 한 것이 아니라 거의 1인 전승식으로 도제처럼 내려왔다고 하죠. 실제 그런 인물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요. 《소녀경》 같은 데 보면 키스를 하면서 여자의 침을 몇 번 삼킨다든지 하는 등의 성 양생과 관련한 기법이 있습니다. 이런 게 대표적인 외단사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쪽을 반대하는 입장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그런 사상이나 소위 비술이라는 것에 빠져서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생불로(長生不老)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조선 시대 김홍도의 〈운상신선도〉. 도가에서는 적절한 성생활을 통해 신선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곽병준 원장은 성과 관련한 비술에 빠져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하지만 성적 힘을 곧 젊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성양생법이 전통 한의학의 영역이 아니고 도교의 영역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 무병장수를 위한 수단으로 쾌락을 주는 성이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을 위한 성양생법에는 우리 인간들이 생각하는 ‘성적 쾌락’은 없다.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절제만 있을 뿐이다. 다음은 손해복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양생법 하면 성양생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왜입니까.

“성은 먹는 것과 함께 인간의 2대 본성입니다. 불균형한 식생활이 건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생활에도 법도가 필요하죠. 성생활이 과도하거나 난잡하여 리듬을 파괴했을 때는 갖가지 병을 유발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동양의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양생법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 성에 대한 활력을 되찾는 것이 장생불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지요.

“중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오래전부터 불로장생을 추구하여 왔습니다. 장생불사의 소망은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 봄직한 것인데 진시황은 이를 드러내 놓고 추구했고 깊은 곳에 은거하면서 이를 찾았던 은자들, 소위 도가의 도인들도 많았다고 전해지는데 이들의 삶이나 흔적이 단편적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현실에서 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오래 살기 위한 양생법을 왜 특히 성적인 부분에서만 찾게 된 걸까요.

“성적인 부분에서만 찾은 것은 아닙니다. 도가에서 말하는 장생술(長生術)의 흐름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첫째는 곡식을 익혀서 먹는 화식을 금하고 솔잎, 대추, 밤 등의 열매와 동식물의 정수를 생것으로 섭취하여 선인이 되고자 했던 벽곡법(辟穀法)이고, 둘째는 탕약을 제조하거나 금, 수은 따위를 식용으로 가공하여 복용함으로써 선인의 경지에 가고자 했던 복식법(服食法)이 있다고 하죠. 셋째는 호흡이나 운동 등 신체의 여러 가지 움직임을 연마하여 선인이 되고자 했던 조식(調息)과 도인술(導引術)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가 음양교접, 즉 남녀간의 성생활을 통해 불로장생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방중술이라고 하죠.”

— 방중술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방중술을 요약하면 접(接)하되 설(泄)하지 않음으로써 정기를 보존하고 그 정기를 뇌수(腦髓)로 다시 되돌려 본연의 자리로 찾아가게 함으로써 불로장생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장생술의 이 네 가지를 배타적으로 보지 않고 상호보완적으로 원용하여 그 효과를 배가시킴으로써 큰 목적을 이루려고 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방중술 등 담은 ‘성전(性典)’ 《소녀경》 이야기

— 성전(性典)으로까지 불리는 《소녀경》은 누가 쓴 겁니까.

“《소녀경》의 소녀는 궁녀나 나이 어린 보통 여인이 아니라 전설 속의 선인(仙人)입니다. 소녀(少女)가 아니고 소녀(素女)죠. 방중술의 비법을 터득하고 음양교접의 여러 철학과 기술, 그리고 질병치료, 섭생 등 다양한 방면에 득도를 하고 여선(女仙)이 되어서 선계에 들었다고 하는 도인입니다. 《소녀경》은 소녀와 더불어 역시 득도한 하늘나라의 선인인 채녀(采女), 현녀(玄女)와 그들의 스승인 팽조(彭祖)가 황제의 건강과 장수를 위하여 황제의 물음에 답해 주고 조언해 주는 대화의 형식을 빌려 기술한 책입니다. 완역본소녀경(完譯本素女經)을 해역(解譯)한 최형주(崔亨柱) 한의학 박사에 따르면 황제나 소녀, 채녀, 현녀, 팽조 같은 전설 속의 이름들이 나온다고 해서 이들이 소녀경의 내용을 작성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장생술과 관련한 도가가 흥성했고 사상적으로 용광로 같은 열기가 피어났던 당(唐)나라나 그 전의 수(隨)나라 아니면 그보다 더 이른 한(漢)나라 시절 어떤 야심적인 인물이 황제나 소녀, 현녀, 팽조 같은 전설 속 선인들의 이름에 가탁(假託)해서 자신의 생각과 체험을 기록해 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성양생법 중 하나가 ‘교접하되 사정을 하지 않는다’는 접이불루(接而不漏))인 것 같습니다. 유독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왜입니까.

“음양의 법도와 교접의 원리를 일컫기 때문입니다. 즉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는 절도 있는 섹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이기 때문이죠. 특히 《소녀경》에서는 사정하고 싶어져도 그것을 참고 사정하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10가지 효과를 나타낸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한 번 사정하고 싶어질 때 이를 억제해서 사정하지 않으면 기력이 왕성해진다. 두 번 사정하려 할 때 이를 억제하면 귀와 눈이 밝아진다. 세 차례 그렇게 하면 만병이 없어진다. 네 차례 그렇게 하면 오장의 상태가 모두 안정된다. 다섯 차례 그렇게 하면 혈맥(血脈)이 충만해서 신장된다. 여섯 차례 그렇게 하면 허리와 등이 강인해진다. 일곱 차례 그렇게 하면 엉덩이와 가랑이에 힘이 붙게 된다. 여덟 차례 그렇게 하면 몸에 윤기가 흐르게 된다. 아홉 차례 그렇게 하면 수명이 연장된다. 열 차례 그렇게 하면 이윽고 신선이 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말이죠.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이러한 시각은 동양의학적인 견해가 피는 기(氣)가 형태화한 것으로 피와 정액을 본래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정을 하면 정액을 방출하는 것과 함께 기와 열도 함께 방출되는 것이며 이는 결국 장수를 해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 그런 생각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됩니까.

“적절한 섹스는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인 것 같습니다. 한 번 관계를 하면 일주일 동안 몸이 나른해지고 이명 증세와 함께 피곤하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접하되 불사하게 되면 전립선 질환에 안 좋을 듯싶습니다.”

접이불루와 관련해서 《소녀경》에는 현녀가 황제에게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있다.

“방중술에서 으뜸은 사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을 환정(還精)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신선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행할 수 없습니다.”

그 효과 여부를 떠나서 우리네 범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는 실천하기 어렵다는 말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접이불루가 전립선 비대 불러올 수도

윤성중 원장도 접이불루와 관련해서는 “현대의학적으로 봐서는 틀린 말로 전립선 비대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안 좋은 행위”라고 말해 손 원장과 같은 견해를 보였다. 윤 원장은 “젊어지게 하는 양생법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다.

“한의학적인 양생법의 기본적인 내용은 《동의보감》에 다 나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자연의 섭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곧 양생이라는 거죠. 생활 속에서 욕심을 내지 말라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겁니다. 인간이 젊어진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좀 더 젊은 상태를 유지해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요. 나이가 들었는데 갑자기 젊어진다? 그게 가능한 소리인가요?”

한국밝은성연구소 소장인 이은주 대화당 한의원 원장은 “접이불루라는 것은 지금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분들 중에 접이불루에 대해 묻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성클리닉도 하기 때문이겠죠. 그분들이 관계 중에 사정을 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제게 물어요. 그러면 제가 ‘과거 황제나 임금들이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10명하고는 성관계를 못하겠냐. 그럴 때마다 사정을 하는 게 가능하겠냐. 접이불루가 정말 건강을 증진시켜 주는 일이라면 그 시절에는 가능했겠지만 지금 가능한 일이냐’라고 말해 줍니다. 그러면서 ‘전립선 건강을 위해서는 적절하게 사정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주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접이불루(이 원장은 접이불사라고 표현하나 같은 뜻이다)의 효과를 전면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매일 즐기면서도 늙지 않고 기운이 쇠하지 않는다는 방중양생(房中養生)의 기본은 접이불사의 교합에서 시작합니다. 정(精)을 소진하지 않고 아끼면 기운을 보전하고 몸이 지치지 않아서 건강과 정력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지나치게 참는 섹스는 요도의 충혈이나 전립선 비대를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소녀경》에도 ‘오랫동안 사정하지 않으면 큰 종양이 생기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접이불사 이론의 요체는 교합하되 사정만은 자제하고 체력조건에 따른 범위에서 사정하라는 것입니다. 전립선을 위해서는 주기적인 사정이 권장되지만 그것 또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제력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죠.”

양의사들(기사작성 편의상 여기서는 한의사에 대비해 양의사로 지칭한다)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접이불루가 건강에 끼치는 효용성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낸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은 “근거가 없는 것은 의학적으로 인정을 안 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접이불루니 하는 것들은 어떤 의학적 근거도 없는 속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효용성을 따지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설현욱 서울성의학클리닉 원장은 “나이 든 분들 가운데 접이불루 같은 성양생법을 믿는 분들이 꽤 많다”면서 “아마 나이 든 분들은 사정 후에 느끼는 피로감 때문에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다 엉터리 같은 소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 원장은 접이불루와 관련해서 자신이 쓴 〈접이불루는 잘못된 상식〉이라는 글을 소개했다. 다음은 그 글의 일부다.

〈… 접이불루라는 말은 중국의 소녀경에 나온다. ‘교접을 하되 사정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남성이 사정 후에 느끼는 일시적인 피로감을 막기 위해 ‘정액을 아끼라’는 당부다. 그리고 또 이것이 정력증진의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큰 착각이다. 오히려 오랜 금욕생활을 한 사람들 가운데 전립선에 울혈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배설되지 못한 정액이 마치 고인 물이 썩듯이 생긴 것이다. 만성전립선염 환자에게는 전립선 마사지나 규칙적인 성관계를 권한다. 정상적인 정액의 통로를 열어 주어 염증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수(隋)나라의 2대 황제인 양제(煬帝)는 성을 즐긴 대표적인 임금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성 파트너는 왕비 1명과 후궁 등 80여 명이었다. 또 전국에서 모아 온 왕궁 시녀가 3000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하루에 상대해야 할 여성이 너무 많을 수밖에 …. 사정을 가급적 하지 말아야 불응기(사정 후 다음 발기 때까지 시간)가 없어져서 다른 여성과 관계를 가질 수 있고 사정 후에 급격히 찾아오는 성적 권태를 줄일 수 있다. 접이불루는 그의 성적 흥미와 힘(?)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처럼 접이불루는 황제에게만 국한된 처방이지, 일부일처제가 확립된 지금 써먹을 얘기는 아니다.

서구에서도 비교적 최근까지 과도한 성교는 사람을 쇠약하게 하고 자위는 온갖 병의 근원이라고 가르쳐 왔다. 적절한 자위는 정상적인 성적 발달에 중요한 기초를 이루는 것이고 성행위는 소모되는 에너지 양에 비한다면 가장 지치지 않는 육체적 오락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성관계는 기분을 부드럽게 하고 원기를 왕성하게 하며 남성호르몬 수치를 올리기도 한다.

신체의 장기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것이 용불용설(用不用說)이다. 규칙적인 성관계는 오히려 폐경기 이후의 여성의 분비물 부족에 도움을 주고 남성의 성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에 와서 접이불루를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다.〉

소녀(少女)동침 효과 있나

신윤복의 〈삼추가연(三秋佳緣)〉. 젊은 사내가 어린 기생의 초야권(初夜權)을 사서 관계를 맺은 후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성양생법과 관련해서 또 하나의 속설로 접이불루만큼이나 강한 믿음으로 이어져 오는 것이 소녀동침(少女同寢)이다. 혹자는 ‘소녀 회춘법’이라고도 한다. 나이 어린 소녀를 몸 가까이 하면 그 처녀의 젊음이 옮겨와 회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숫처녀가 처음으로 흘리는 애액(愛液)을 취하면 정기가 살아나 회춘한다’는 도교의 양생법도 있다고 한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왕들은 물론이고 퇴계 이황이나 다산 정약용 같은 경우에도 늘그막에 어린 여자와 동침했다는 기록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정말 회춘을 위해 어린 소녀를 취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해서 회춘에 성공했다는 기록도 없다. 반면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고 있다. 고려 28대 충혜왕의 경우가 그렇다고 한다.

충혜왕의 신하 중에는 유○○이라는 어의(御醫)가 있었다. 그는 왕에게 숫처녀 100명과 잠자리를 하면 회춘하여 100세가 넘도록 장수한다고 부추겼다. 왕은 어의의 말대로 여염집 숫처녀 100명을 구해 100일 동안 잠자리를 가졌다. 왕이 그 과정에서 어의가 마련해 준 각종 강정제를 복용했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결과는 충혜왕이 모든 행사를 끝낸 후 코피를 쏟고 병석에 누워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것이다(이것은 야사에 전해오는 얘기다. 충혜왕이 황음무도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충혜왕은 1343년 12월 원나라 순제에 의해 폐위되어 귀양을 가던 중 이듬해 1월 호남성 악양에서 사망했다).

소녀동침과 유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설현욱 서울성의학클리닉 원장은 놀랍게도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를 그 예로 들었다.

간디는 37세에 부인과 해혼(解婚·결혼 관계를 푼다는 의미로 이혼과는 다르다)한 후 힌두교 의식에 따라 평생을 혼자 살겠다는 맹세를 했다. 간디는 17세 소녀였던 소니아 슈레딘을 포함해서 여러 소녀들을 비서 겸 간호사로 주변에 두었다.

간디는 소녀들을 곁에 두었지만 힌두교 교리에 따라 성욕을 자제했다. 그는 60이 넘어도 끊이지 않는 몽정을 속죄하기 위해 발가벗은 아가씨들과 함께 자는 ‘고통의식’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성욕을 자제했던 간디는 60대 후반에 “성적으로 결백하게 산다는 것은 마치 칼날 위를 걸어 다니는 것과 같다”는 고백을 했다고 한다.

밤만 되면 오한에 시달렸던 간디의 몸을 데워 준 것은 그의 주변에 있던 소녀들이었다. 알몸인 채로 간디의 체온을 따뜻하게 해 준 것이다. 간디는 직접적인 성행위를 자제했다지만 이 같은 일은 그가 79세에 사망할 때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간디는 이런 생활을 통해서 금욕을 실천했다고 하지만 그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간디의 그런 행위는 서양의 오랜 전통인 슈나미티즘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비판한다. 슈나미티즘은 동남동녀(童男童女)와 동침함으로써 그들의 기운을 흡수해 장수를 도모한 서양의 습속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서양의 회춘법인 셈이다.

슈나미티즘

네이버 《두산백과》는 슈나미티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 말은, 구약성서 ‘열왕기(列王記)’에 다윗왕이 쇠약해지자, 팔레스타인의 수넴 마을에 사는 나이 어린 슈나미인(人)을 왕에게 바치어 동침하게 함으로써 왕의 몸을 따스하게 했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러한 습속은 고대 로마시대에도 있었고 특히 18세기 말 파리에서는 슈나미티즘 살롱까지 등장, 14~15세 된 동녀 40여 명으로 하여금 노인들의 양쪽에 붙어 자도록 하였다고 한다. 9세기 중엽의 전설상의 여왕(女王) 요하나는 1주일에 2번씩 동남을 바꾸는 것으로 장수를 꾀했다고 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1590)에도 11세 이전의 동남동녀와 동침하면 그 기운을 흡수하여 양생(養生)에 좋다 하였으며, 이 의서의 영향을 받은 조선 후기 이후의 한국에서도 노부모에게 효도하는 방법으로 14~15세의 동남동녀를 물색, 동침시킨 관습이 8·15광복 전까지 남아 있었다.〉

이 슈나미티즘에 대해 한의사들은 일단 “과학적 근거는 없다”, “반인륜적이다” 등의 이유를 들어 비판적이다. 하지만 그런 행위가 효능이 있는지에 대해서 일부 한의사들 중에는 유보적 견해를 밝히는 이도 있다. 한 한의사는 “어린 소녀와 동침한 어른은 그 아이에 동조화돼서 몸이 가벼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성적으로 흥분하면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통화를 하는 것과 같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그 분야를 연구한 분들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의사는 “여자든 남자든 관계를 가질 때 나이 든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의 기를 가져오는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 “그걸 게로코미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쨌든 그냥 속설로서만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양의사들은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그냥 속설일 뿐”(노환규 원장), “다 웃기는 얘기”(설현욱 원장)라는 말로 그 효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렇다면 심리학자는 이런 성양생법들을 어떻게 볼까.

심리학 박사인 김정인 다양성문제연구소 소장은 “건강과 젊음 유지의 비결을 성적 힘과 능력에서 찾으려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이런 속설들이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 같다”면서 “효과를 본 사람들이 혹시 있다면 다분히 심리적 효과 즉 위약효과(plecebo effect)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위약효과도 효과는 효과이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의 인식세계에서 이미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무조건 효과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그 효과 여부를 떠나 이러한 성양생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과연 누구였고 현실에서 사용 가능한 사람은 누구인가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양생과 관련한 문제를 취재하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결론은 얻었다. 나이에 맞는 활발한 성생활이 건강 유지와 활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과학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