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그래도 살아남았다 (한은미 지음 | 조갑제닷컴 펴냄)

북한에서 벗어나고 찾은 사람다운 삶에 대한 희망

  • 글 : 문지은 월간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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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파산, 아버지의 외도, 갚아도 자꾸 생겨나는 빚, 3일에 한 번 간신히 먹는 끼니, 동냥, 끝나지 않는 중노동, 정신을 잃을 정도의 매질, 부모님의 처참한 죽음, 꽃제비, 인신매매, 강제적인 성관계, 원하지 않은 임신… 이 모든 일이 한 사람에게서 일어났다.
 
  유치원 때까지 북한 소녀 한은미의 집안은 평범했다. 그러나 가세는 계속 기울고 아버지마저 다리를 쓰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한은미는 어린 나이에도 맏이라는 책임감으로 ‘돌격대’에 지원한다. 하루종일 이뤄지는 중노동, 부실한 식사, 아파도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 건장한 성인 남자의 몸으로도 버티기 힘든 곳이었지만 야무진 일처리 덕분에 간부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힘들어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텼다.
 
  그러나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생활이 끝나지 않고, 부모님마저 돌아가시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동생과 꽃제비 생활을 한다. 그러다가 동생과도 이별하고 탈북을 결심한다. 위험했던 탈북 과정 후 찾은 중국이었지만, 북한보다 정도만 덜할 뿐 여전히 지옥 같았다. 18살이나 많은 남자에게 인신매매로 팔려 가고, 매일 밤 성폭행을 당했다. 결국 원하지 않은 임신까지 한다.
 
  이 책은 평범했던 북한의 한 가정이 체제의 모순으로 인해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탈북민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여러 번 들어 왔다. 하지만 이처럼 처참하고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은 적이 있을까. 이들의 인생에서 희망이 존재한 적은 없었을까.
 
  그녀가 한족(漢族) 남자와의 동거생활을 견디지 못해 쥐약을 먹고 누워 있을 때, 비슷한 처지의 북한 여자가 “왜 죽어, 이 머저리야…. 잘살아 보자고 왔잖아. 우리도 희망은 있을 거야”라며 위로한다. 이 말처럼 한은미는 아들 이재흥과 종교,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희망을 스스로 찾는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간호사가 되어 탈북민들을 돕고 싶다는 한은미. 이제 그녀의 희망은 살아남는 것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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