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을 이야기하는 독특함이 사람들을 〈인사이드 아웃〉으로 이끌어”
⊙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키덜트들이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트렌드
⊙ 한국은 TV용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강점… 일본 애니메이션 전망 밝지 않아
취재지도 : 崔秉默 月刊朝鮮 편집장
⊙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키덜트들이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트렌드
⊙ 한국은 TV용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강점… 일본 애니메이션 전망 밝지 않아
취재지도 : 崔秉默 月刊朝鮮 편집장
〈인사이드 아웃〉은,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감정을 조종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본부 안에 살고 있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가 사람의 행동을 결정한다. 어떤 감정이 머릿속의 단추를 누르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 11세 소녀 라일리는 어릴 때부터 살던 미네소타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간다. 다섯 가지 감정은 낯선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일리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우연한 사고 때문에 기쁨이와 슬픔이가 본부 밖으로 날아가고, 감정들을 이끌던 기쁨이가 사라지자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는 당황한다. 본부 밖으로 떨어진 기쁨이와 슬픔이는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던 중, 라일리의 어릴 적 상상친구인 ‘빙봉’을 만나서 도움을 받는다. 본부에서는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가 감정의 단추를 잘못 작동하여, 아무리 단추를 눌러도 라일리가 반응을 하지 않게 된다. 다행히도 기쁨이와 슬픔이가 본부로 돌아와서 슬픔이가 문제를 해결한다. 라일리도 기쁨이와 슬픔이가 없는 동안 생겼던 문제를 해결하고, 차츰 샌프란시스코에 적응해 나간다.
이렇듯 단순한 내용이기 때문인지 〈인사이드 아웃〉은 개봉 첫 주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힐링 애니메이션’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 결과 역대 최다 관객 애니메이션 2위인 〈쿵푸팬더2〉의 506만4083명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은 아직도 몇몇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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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
사람들이 〈인사이드 아웃〉을 많이 본 이유를 최원호 박사에게 물었다. 최 박사는 부모 교육 및 인성교육 전문가로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 국내에 개봉하기 몇 달 전에 같은 이름의 청춘심리학 책을 펴내기도 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감정에 대해 깨닫고 책임감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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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호 (사)국제청소년문화교류협회 이사장. |
“막 돌이 지난 아이들도 애니메이션의 신기한 장면을 보면서 웃습니다. 그러나 〈인사이드 아웃〉의 내용을 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인 라일리 또래의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나이여야 합니다. 자신이 전학을 가고, 학원을 다니는 등의 생활을 하고 있어야 라일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애니메이션이 20~30대 어른에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분명 아이들도 이 애니메이션을 볼 수는 있겠지만, 〈인사이드 아웃〉은 어른들에게 더 울림이 큽니다. 그건 ‘진짜 나를 만날 시간’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카피를 통해서도 알 수 있어요. 라일리 또래 초등학생의 안에는 아직 또 다른 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른은 달라요. 자신이 사는 환경에 따라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에 솔직하지 않죠. 이처럼 감정을 바꾸기 때문에 자신만의 틈이 생기고, 그 안에 나의 진짜 모습을 숨깁니다. 이렇게 숨겨놓은 나는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해요. 그러니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아, 내 속에 나도 모르는 내가 있었구나!’라는 감동을 느끼는 것이죠. 더군다나 20~30대의 경우 얼마 전까지 10대였기 때문에, 라일리의 상황이 내 이야기처럼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또한 다섯 가지 캐릭터의 색과 그림이 어른들 속에 숨겨져 있던 아이적인 부분을 깨우고 활동을 시켰다고 봅니다. 이렇듯 키덜트적인 요소가 충분했던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인 피트 닥터는 오랜 시간 동안 심리학자와 뇌과학자 등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합니다.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이 애니메이션은 어떻습니까?
“저는 이 애니메이션을 ‘심리학의 교과서’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눈으로 볼 수는 없죠.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을 머리로는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막상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인사이드 아웃〉은 이런 복잡한 개념을 어렵지 않게 보여주고 있어요. 이렇게 감정을 이야기한 애니메이션은 〈인사이드 아웃〉의 제작사인 픽사에서도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독특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성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일리의 나이인 초등학교 때는 성격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제일 중요한 시기죠. 이 시기에 부모와 자녀가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서 다른 성격과 사회적 성 역할이 만들어져요. 그렇기에 40~50대의 부모들에게도 이 애니메이션이 크게 다가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라일리의 부모를 통해서 자신이 자녀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이죠. 애니메이션을 보며 아이들의 감정에 대해 깨닫고 책임감을 느끼는 거예요. 동시에 자신이 어렸을 때는 어땠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遺産)은 성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만약 이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이 정도로 인기가 있었을까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인간의 심리를 다룬 실사 영화는 많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인기가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실사 영화는 시나리오 속의 캐릭터와 연기하는 배우의 캐릭터가 달라요. 영화 속의 역할을 맡은 배우가 누구인지를 아는 순간, 우리는 선입견을 갖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아무리 그 배우가 시나리오에 충실하게 연기한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우리는 영화를 보며 배우가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 위에 우리가 알고 있던 배우의 모습을 덮어씌워요. 이럴 때 배우에 의해 캐릭터가 ‘오염’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전혀 몰랐던 캐릭터가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편견을 가질 수가 없죠. 게다가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나리오 속의 캐릭터로 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NG가 나지 않고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죠. 그렇기에 〈인사이드 아웃〉은 눈으로 볼 수 없어 표현하기 어려운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대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인사이드 아웃〉의 인기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 최초의 진화심리학자인 경희대학교 전중환 교수는 “한국 어른들은 꾸준히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왔고, 픽사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갔습니다. 다만 〈인사이드 아웃〉의 경우, 여전히 어른들이 극장에 많이 갔는데, 이전의 다른 애니메이션들보다 훨씬 많은 어른이 보러 간 것이죠”라고 이야기했다.
‘키덜트(Kidult)’의 시작,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과 같은 애니메이션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키덜트 현상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키덜트 현상의 대표적인 예로, 패스트푸드점의 이벤트를 들 수 있다. 한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정해진 날에 특정 어린이용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장난감을 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이 행사가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사람들이 가게로 몰려든다. 이 줄에 어른들이 많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이처럼 키덜트를 겨냥하여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을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한때는 이러한 어른들을 ‘오타쿠’라고 부르며 어른답지 못하다고 했다. 오타쿠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는 관심이 많지만, 그 외에는 잘 알지 못하면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것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거쳐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와 비슷한 정도의 수준을 보이는 사람’까지 의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본에서의 의미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오타쿠를 초기의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에 열광하며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을 가리켜 오타쿠라고 불렀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즐기던 세대가 사회의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학자들은 오타쿠가 ‘유아적 퇴행 (退行)’을 보이는 성인이라고 생각하고, 하나의 사회현상으로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오타쿠를 대신해서 ‘키덜트(Kidult)’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키덜트는 키드(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처럼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 등을 좋아하는 어른을 말한다. ‘성인의 유아적 퇴행’에서 알 수 있듯이, 키덜트도 막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키덜트적인 성향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비록 오타쿠라는 용어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그들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방송에서 오타쿠라는 단어는 보기 어렵지만, 키덜트라는 용어는 자주 볼 수 있다.
여전히 한국 애니메이션은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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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역대 최다 관객 애니메이션 상위 10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은 찾아볼 수 없다. 수입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흥행에 성공한 한국 애니메이션은 2011년에 개봉하여 220만2154명의 관객을 모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한국 어른들은 왜 한국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두 사람을 만났다.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이다. 김 위원장은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일해 왔으며, (사)한국애니메이션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한 교수는 현재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있으며 (사)한국애니메이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이외에도 만화 및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다양한 방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1990년대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실시했다. 이들이 교수로 있는 세종대는, 교육부와 협조하여 1996년에 국내에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최초로 만화 관련 학과를 개설한 학교로, 현재 많은 학생이 진학하기를 원하고 있다.
좋은 작품이 편견 바꾸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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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
“〈인사이드 아웃〉은 기쁨, 슬픔, 화남, 까칠함, 소심함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용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임에도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렵죠. 하지만 어른들만 좋아할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처럼 감성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어른들 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애니메이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빠르고 역동적인 내용 전개 등은 덜했기에, 평가가 갈렸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김세훈 위원장)
“〈인사이드 아웃〉의 신선한 콘셉트 아이디어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죠. 사람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사회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것이 영화의 흥행과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베테랑〉은 한 대기업의 후계자 논란이, 〈암살〉은 광복 70주년이, 〈겨울왕국〉은 소치 동계올림픽과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 선수가 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다시피 사회적 분위기는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구분하지 않고 영향을 미쳐요. 그렇기 때문에 신선함을 찾는 영화 관객들에게 〈인사이드 아웃〉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로 다가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한창완 교수)
—애니메이션이 흥행하기 위해서는, 영화표를 살 수 있는 어른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 어른들은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에 가지 않았던 것일까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편견 때문입니까?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을 일본이나 미국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먼저 말해두고 싶습니다. 일본에선 굉장히 오래전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탄탄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타쿠’라는 마니아층들이 이 문화를 이끌어왔죠. 그랬기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TV를 가장 많이 보는 시간대인 프라임타임에 〈심슨〉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방송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심슨〉은 주인공이 어린이일 뿐, 그 내용이나 유머는 어른들이 보고 웃을 수 있어요. 이처럼 미국은 어릴 때부터,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문화가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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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편견은 한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 존재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영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행히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을 영화의 한 장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드림웍스에서 디즈니에 저항하여 만든 〈슈렉〉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슈렉〉 이전까지는 어린이와 그 가족을 겨냥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 〈슈렉〉 이후로 성인들이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느끼고 보러 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어도 극장에서 해주지 않으면 볼 수 없겠죠. 그렇기에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스크린 수가 늘어난 것이,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게 만든 또 다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한창완 교수)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적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흥행에 성공하는 대부분의 미국 애니메이션이 순수 제작비만 1000억원이 훨씬 넘는 것에 비해, 대개의 한국 애니메이션은 저예산 작품입니다. 이처럼 제작비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과 수입 애니메이션을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이 실사 영화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요구합니다. 실사 영화도 100억원 정도를 투자하면 대작이라고 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그 이상의 애니메이션 제작비는 기대하기 어렵죠. 한국 애니메이션이 실사 영화만큼 흥행할 것이라는 확신이 아직은 부족하여 투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글로벌 합작 애니메이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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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1기. |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기본적인 제작비가 1000억원이고, 〈겨울왕국〉의 제작비가 약 1200억원이었습니다. 일루미네이션이나 소니 픽쳐스 같은 신생(新生) 스튜디오들은 평균 제작비를 700억원에 맞추고 있죠. 이제 디즈니나 드림웍스도 1000억원 이상은 위험성이 크다고 생각하여 제작비를 낮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제작비는 순수 제작비예요. 영화 한 편을 개봉하기 위해서는 순수 제작비와 P&A 비용이 5:5의 비율로 들어갑니다. 영화 한 편을 만들면 개봉하는 극장 수만큼의 필름을 만들어야 하고(Print) 광고를 해야(Advertising) 하죠. 이때 드는 비용이 P&A(Print and Advertising) 비용입니다. 가장 흥행했던 한국 애니메이션인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제작비가 약 30억원이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과 〈겨울왕국〉의 싸움은 60억원과 2000억원의 싸움인 것이죠. 이처럼 적은 제작비는 전문성의 문제를 가져옵니다. 할리우드는 각 부분마다 완전히 일이 나뉜 것에 반해, 한국은 한 명의 감독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넛잡〉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아이디어를 좋게 평가하여 캐나다에서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500억~600억원 정도의 프로젝트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감독과 제작진은 캐나다인으로 한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한국에는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가 필요하지만, 현재 해외에서는 한국에서의 애니메이션 성공에 대한 기대가 낮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뽀롱뽀롱 뽀로로〉 〈로보카 폴리〉 등의 TV용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성공했고, 이 성공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제작형식에 맞는 에듀테인먼트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라바〉 〈빼꼼〉과 같이 대사가 없는 슬랩스틱 애니메이션의 수출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를 통해 〈겨울왕국〉 같은 초대형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해외투자를 끌어와야 합니다. 시장의 규모에 따른 정책도 필요합니다. 주요 시장은 스스로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주되, 그렇지 못한 시장은 지원금을 통해 도와줘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만든 좋은 애니메이션은, 잠재고객으로 기대하는 키덜트와 뮤지컬 마니아들로 하여금,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가게 만들 것입니다.”(한창완 교수)
1000억원의 애니메이션 제작비?
두 전문가의 이야기에는 공통적인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애니메이션의 제작비가 실사 영화의 제작비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100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가 발생하는 것일까. 그 까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애니메이션은, 여러 개의 장면을 촬영하여 이어 붙여서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영상이다.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예를 들어 보겠다. 눈 깜빡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눈을 감은 그림과 뜬 그림이 필요하다. 각각의 그림을 촬영한 후 이어 붙이면 눈을 깜빡이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그림이 아닌 점토와 같은 재료로도 나타낼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상관없이, 눈 깜빡임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모든 영상을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한다. 눈을 감은 그림, 뜬 그림과 같은 하나의 그림은 ‘만화’이다. 그리고 이런 만화를 이어 붙여서 영상으로 만든 것이 ‘만화영화’이다. 그렇기에 만화영화는 애니메이션에 속한다. 우리가 흔히 만화영화라고 부르는 것들 중에도, 실제로는 만화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듯 애니메이션이라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장면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장면들을 하나씩 만들기 때문에 많은 제작비가 발생한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풀 애니메이션(Full Animation)’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영상을 찍을 때, 1초에 24장을 찍는 것을 정상속도라고 말한다. 이 속도는, 영상 제작자들이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들기 위해,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서 정한 속도이다. 정상속도에 맞춰 1초에 24장면을 이어 붙이면, 동작이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할 수 있다. 이러한 풀 애니메이션 방식은 월트 디즈니가 만든 방법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제작비가 많이 든다. 이때 발생하는 높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서 개발한 방법으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Limited Animation)’방식이 있다. 모든 동작을 다 나타내지 않고 중요한 동작만 이용하여 1초에 24장보다 적은 수의 장면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제작 비용과 제작 기간이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TV용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주로 이용한다. 이 방법도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개발했지만, 모순적이게도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 반감을 가졌던 애니메이터들에 의해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방식을 거쳐 만든 장면에 CG까지 더해지면 그 비용은 훨씬 높아진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다. 반면에 실사 영화는 여러 장면을 끊지 않고 한번에 촬영할 수 있다. 이처럼 제작 방식에서의 차이 때문에 실사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훨씬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 장담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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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 |
—만화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는 어른들이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극장에 많이 가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많이 갑니다. 어른들을 극장으로 이끈 애니메이션은 〈우주전함 야마토〉라고 볼 수 있죠. TV용 애니메이션이었지만 기존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어른들도 진지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학생운동이 막 끝났을 무렵 〈우주전함 야마토〉를 극장용으로 다시 만들었는데, 대학 신입생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서 극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어른들을 극장으로 향하게 한 애니메이션은 〈기동전사 건담〉이라고 봅니다. TV에서 방송할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재방송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 작품을 극장용으로 만들어서 개봉하자 많은 20대 이상의 성인들이 몰렸죠. 모든 세대가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문화를 만든 사람은 미야자키 하야오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튜디오 지브리는 원작이 따로 있지 않은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에 집중했습니다.”
—한국은 극장용 애니메이션보다는 TV용 애니메이션이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탄탄하게 자리 잡은 일본은 어떻습니까?
“미야자키 하야오 등의 감독들의 작품 외에는, 대부분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TV에서 인기를 확인한 작품을 다시 만든 것들입니다. 원작이 탄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할 수 있죠.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마냥 밝지는 않습니다. 〈철완 아톰〉의 감독인 데즈카 오사무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데즈카 오사무는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만든 TV용 애니메이션을 빨리 일본에 보급하고 싶어했습니다. 그 욕심 때문에, 작품의 수준과 달리 지나치게 낮은 단가를 제시했죠. 그 부작용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애니메이터들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적은 임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어요. 스튜디오 지브리가 이에 반발해 애니메이터들의 임금을 현실화하려고 했지만, 그조차 해체하면서 업계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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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
“일본은 애니메이션 학과보다는 학원 체제입니다. 애니메이터가 3D 직업으로 불릴 정도로 좋지 않은 환경이죠. 앞에서 말씀드린 문제 때문에 애니메이터를 제외한 제작사, 프로듀서, 투자자가 상당한 이익을 거두는 구조입니다. 이전 세대까지만 해도 이러한 상황을 무시한 채 열정 하나만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업계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요. 또한 좋은 작품이 줄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높은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감독들 중에는 엘리트 대학생 출신이었던 사람이 많습니다. 1960~1970년대의 학생운동 경력으로 인해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던 그들을 애니메이션 업계가 받아들였고, 그 결과 1970년대부터 이전과는 다른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죠. 그들의 작품을 보고 자극을 받은 우수한 인재들이 열정만으로 업계에 뛰어들어, 최근까지도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열악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 때문에 더 이상 열정적인 신인들도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아직은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 많이들 보러 가지만 당장 10년 후의 상황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 좋은 본보기다.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만화왕국도 정책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자 점차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 한 번의 실수로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이 변했다. 이제는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애니메이션을 재미있어 한다. 사회는 더 이상 이러한 어른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키덜트라고 불리며 하나의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