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편성·이동성·低비용이 核心
⊙ 시장 규모는 미국, 정책 지원은 영국, 성장 기회는 중국이 세계시장 주도
⊙ 편리한 만큼 해킹 등 늘어나는 保安 사고에도 대비해야
⊙ 시장 규모는 미국, 정책 지원은 영국, 성장 기회는 중국이 세계시장 주도
⊙ 편리한 만큼 해킹 등 늘어나는 保安 사고에도 대비해야
- 애플·구글·삼성의 ‘핀테크 三國志’.
#오늘은 월급날. 10명 남짓한 직원과 회식하기로 했다. 소기업 사장인 김철수(가명)씨는 스마트폰으로 주거래은행과 연결된 자금관리시스템(CMS)을 활용해 직원 급여를 이체한다. 거래처 대금지급을 위해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간단하게 대출받는다. 점심 식사 후 회사 근처에서 스마트폰 증강현실(增强現實·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로 할인 쿠폰을 받아 맛집을 예약한다. 물론 음식점을 직접 방문하는 일은 없다. 회식을 마친 후 김 사장은 스마트폰 간편결제로 음식 값을 낸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아내에게 선물할 유명 미국 브랜드의 화장품을 저렴한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간편결제로 즉시 산다.
금융서비스 진화의 핵심 ‘핀테크’
가상의 얘기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대부분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들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라면 사내(社內) 경리담당을 두지 않고도 제각각인 전(全) 직원의 급여를 손쉽게 이체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 하나로 간편하게 회식비용을 지불할 수 있고,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도 구매·결제한다. 지점이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도 조만간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서비스 진화에는 핀테크(FinTech)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신조어(新造語)다. 모바일·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빅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해 차별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대표적 금융서비스는 간편결제다. 중국 알리페이나, 미국 페이팔 등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한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있다. G마켓의 경우 ‘심플페이’로 결제를 하고 있다. 각종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기존 결제 서비스보다 사용이 간편해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이미 도입한 인터넷 전문은행도 핀테크를 활용한 대표적 금융서비스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은행 등 금융회사처럼 오프라인 영업점을 두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운영한다. 낮은 수수료를 적용한 소액대출 등을 원하는 이용자가 대상이다.
인터넷 기반 크라우드 소싱 기업도 핀테크 활용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개인간(P2P) 금융거래에서 진화한 형태다. 온라인 기반으로 자금을 모으거나 빌려주는 금융업을 수행한다. 미국에서는 상당수 스타트기업이 온라인 기반 크라우드 펀딩을 받는다. 국내서도 일부 업체가 서비스를 개시했다.
핀테크 서비스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간편결제와 대출을 비롯해 개인자산·재무관리, 기관투자, 자금조달, 리서치, 보험, 소매 투자 등 다양하다. 적용 산업도 은행과 카드 외 증권·보험·유통·문화 등 폭넓게 퍼져 있다.
simple
핀테크 서비스는 간편성, 이동성, 저비용 등의 이유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우선 간편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복잡한 절차를 요구했던 기존 금융서비스와 달리 아이디와 패스워드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계좌번호를 몰라도 전화번호나 메신저 아이디만으로 송금 할 수 있다. 음성으로 송금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동성은 또 다른 특징이다. 핀테크 서비스는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이뤄진다. 스마트폰이 개인 지갑도 되고 은행 영업점 창구와 자동현금입출금기(ATM), 보험사와 증권사 창구 역할도 수행한다. 이동 중에도 언제 어디서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저렴하다는 것이다. 많은 인력과 시설투자가 필요 없어 낮은 수수료 적용이 가능하다. 사용자 수에 따라 서비스 수준과 종류는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사용자 요구를 실시간 반영할 정도로 프로세스가 유연하다. 신기술 결합으로 가치를 끊임없이 만든다. 차별화한 금융서비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유통·문화 등 다양한 산업 융합으로 경계를 파괴한다.
세계적으로 핀테크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대형 벤처캐피털 업체는 지급결제, 대출, 개인재무관리, 비트코인 든 핀테크 관련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지급결제 분야는 전체 핀테크 투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P2P 금융과 개인자산관리, 데이터 분석 등 관련 분야 투자 규모도 늘었다.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P2P 금융은 지난 2008년 전체 핀테크 중 투자 비중이 10%에 불과했는데 최근 29%까지, 데이터 분석은 6%에서 19%로 커졌다”고 말했다.
국가별로 시장 규모는 미국이, 정책 지원은 영국이, 성장 기회는 중국이 주도한다. 미국은 세계 핀테크 투자의 83%를 차지하고, 영국은 최근 5년간 투자 규모가 6배 증가했다. 영국무역투자청은 핀테크 육성을 위한 전담 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중국은 핀테크 기반 온라인 국경 간 상거래 규모가 조만간 미국의 두 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도 최근 관련 규제 완화와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국내 핀테크 전문가는 “우리나라 핀테크 수준은 해외 대비 3~5년 뒤처져 있다”며 “금융실명제, 금산분리 규정, 외환관리법 개정, 크라우드펀딩 등 관련 제도의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급결제, 핀테크의 각축장
지급결제 서비스는 현재 핀테크 분야의 각축장이다. 금융회사는 물론 유통·통신·인터넷·온라인쇼핑·스타트업 등 다양한 기업이 대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로서는 전자상거래 기반 기업인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마존의 아마존페이먼트, 이베이의 페이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대명사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우리나라 지급결제 서비스와 달리 아마존,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기업 스스로가 계좌(어카운트) 기능을 갖고 결제 처리를 한다. 계좌 기능이 은행 등 금융사에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결제 처리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다.
운용체계(OS)나 단말기 제조 기업도 지급결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구글은 구글월렛을, 애플은 애플페이를, 삼성전자는 삼성월렛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인 루프페이를 인수, 삼성페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SNS 업체로는 카카오가 LGCNS 엠페이 지급결제 솔루션 기반으로 카카오페이를 선보였다.
모든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지출 계획을 돕는 개인재무관리 서비스 시장도 치열하다. 민트닷컴은 2006년부터 은행·증권·대출계좌와 기타자산 등을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1만6000개 이상의 북미(北美) 금융회사로부터 조회 권한을 부여받아 고객 계좌정보를 분석한다. 지출내역 자동분류, 자산가치 변동정보 등 금융정보 흐름을 일괄 제공한다.
미국의 핀테크 기업인 빌가드(Billguard)는 빅데이터 분석 기반 예측, 신용카드 사용과 계좌이체 내역 감시, 오류 및 과다청구 등을 파악한다. 수상한 거래 발생 시 자동 파악해 통보한다. 은행계좌와 카드사용 내역을 모니터링하고 고지서 자동납부와 납부일 잔고 부족 시 이를 알려준다. 페이스북에서 계정 생성 후 앱을 내려 받으면 구매 내용이 실시간으로 자산관리에 반영된다. 우리나라도 체크카드로 자녀 지출 행위를 관리하는 서비스가 출시됐다. 아마존과 이베이는 P2P 대출도 수행한다.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확산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경 간 송금시장에서 전통 금융기관보다 월등한 비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핀테크 서비스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국경 간 송금과 상거래에 비트코인이 제격이다. 비트코인은 송금뿐 아니라 결제 등으로 활용폭을 넓혀 가고 있다. 델·애플·이베이 등이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도입 가맹점이 확대되는 추세다.
향후 4년간 핀테크 투자 규모는 현재보다 2.7배 늘어난 80억 달러(약 8조7888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후적 규제 확대, 기술적 중립성 준수, 핀테크 육성으로 경쟁 환경 조성 등 서비스 효율성과 혁신을 요구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기술적으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활용이 우수한 비(非)금융 사업자가 금융서비스 주체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핀테크 서비스가 뒤처진 이유
우리나라의 기존 모바일 결제 시장은 급성장했지만 간편결제 도입은 부진했다. 결제 절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는 스마트월렛·S월렛·모카·페이핀·페이나우·뱅크월렛·하나N월렛·삼성월렛 등이 있다. 일부 서비스는 중단됐거나 더 이상 기능이 확대되지 않는다.
SK플래닛이 제공하는 스마트월렛과 페이핀은 2011년과 2012년 출시됐다. 모두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지만 오프라인은 스마트월렛만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바코드로 이용 가능하다. 120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400개 브랜드와 제휴를 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제공하는 S월렛은 2012년 출시돼 온·오프라인 이용이 가능하다. KT 모카는 온·오프라인 모두 사용 가능하지만 서비스 확대는 중단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페이나우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하나N월렛을 2012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개인 간 충전금액 송금이 가능하다. 금융결제원은 국내 전 은행과 연계된 뱅크월렛을, 삼성전자는 삼성월렛을 선보였다.
우리나라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반으로 이뤄지는 모든 지급결제는 카드사와 연계돼 있다. 30만원 미만 국내 신용카드 인증 절차는 크게 두 가지다. BC카드·국민카드·우리카드 등이 사용하는 ISP 안전결제와 신한카드 등 그 외 카드사가 이용하는 안심클릭이 그것이다.
이용자가 가맹점에 인증정보를 입력하면 ISP안전결제나 안심클릭 인증 절차를 거쳐 카드사로부터 거래 승인을 얻는다. 부가통신사업자(VAN)가 중간에 카드승인이 이뤄지면 지불대행(PG)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대금을 입금한다. 반면 페이팔 등 간편결제 서비스는 계정기반의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존 결제 시스템은 복잡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핀테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 전자금융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안성 심의제도 폐지와 사후적 점검 강화, 인증방법평가위원회 제도 폐지, 민간기관에서 자율적 인증평가업무 수행 등이 이뤄져야 한다. 계좌이체 등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폐지, 비금융회사도 금융사고 공동책임으로 책임부담 명확화가 요구된다.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제도 개편도 필요하다. 비대면(非對面) 실명확인 허용, 계좌개선 실명확인 및 금융거래 시 본인확인 절차 정비 등으로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빅데이터 활용 근거 마련, 모바일카드 발급 허용, 전자금융업 진입장벽 완화, 전자지급 수단 이용한도 확대 등도 이뤄져야 한다.
최근 정부도 핀테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IT와 금융융합 관련 금융거래와 규제 환경의 종합적 개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 핀테크 서비스를 창출,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핀테크 산업이 요구하는 사전 규제 최소화, 기술 중립성 원칙 구현, 책임부담 명확화 실현을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제도를 개편,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도 지원한다. 빅데이터 활용 지원을 위해 결제분야의 낡은 규제도 정비한다. 김동환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규제 개혁이 이뤄지면 이용자는 다양한 IT융합형 금융서비스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크라우드 펀딩 제도 마련으로 우수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창업자는 온라인으로 사업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핀테크 활성화, 보안 우려는 확대
핀테크 산업 활성화 논의가 확대되면서 보안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핀테크의 핵심 속성은 간편성이다. 보안(保安)과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1억원의 금액도 개인용컴퓨터(PC)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보안 소프트웨어(SW) 설치 등 높은 보안성을 요구한다. 반면 해외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거래 이용이 가능하나 결제는 하루, 송금은 이틀에서 닷새가 소요된다. 송금액이 200만원으로 한정돼 있고 사전 지정자에게만 가능하다. 금융거래 보안을 위해 결제·뱅킹 서비스에 사용되는 보안 SW는 대부분 사용자 PC에서 설치해야 하는 형태다. 결제 편의를 저하시키는 원인이다. 해킹 기법의 고도화와 지능화로 보안SW 추가 설치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서 핀테크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보안정책이 나오고 있다. 이상 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이 대표적이다. 사용자정보와 거래정보를 관찰·분석해 이상거래를 탐지하고 차단한다.
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IC카드에 개인 신원 정보 탑재 후 NFC 형태로 인증하는 기술이 있다. 통신사와 사용자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간 채널을 이용, 사설인증망(PKI)으로 인증하는 방식과 지문 등 이용자 바이오 정보를 신원확인용으로 사용하는 방식도 있다.
임형진 금융보안연구원 팀장은 “핀테크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보안이슈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신·변종 금융사기로부터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서비스 진화의 핵심 ‘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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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결제시장은 미국과 영국,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이다. |
금융서비스 진화에는 핀테크(FinTech)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신조어(新造語)다. 모바일·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빅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해 차별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대표적 금융서비스는 간편결제다. 중국 알리페이나, 미국 페이팔 등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한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있다. G마켓의 경우 ‘심플페이’로 결제를 하고 있다. 각종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기존 결제 서비스보다 사용이 간편해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이미 도입한 인터넷 전문은행도 핀테크를 활용한 대표적 금융서비스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은행 등 금융회사처럼 오프라인 영업점을 두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운영한다. 낮은 수수료를 적용한 소액대출 등을 원하는 이용자가 대상이다.
인터넷 기반 크라우드 소싱 기업도 핀테크 활용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개인간(P2P) 금융거래에서 진화한 형태다. 온라인 기반으로 자금을 모으거나 빌려주는 금융업을 수행한다. 미국에서는 상당수 스타트기업이 온라인 기반 크라우드 펀딩을 받는다. 국내서도 일부 업체가 서비스를 개시했다.
핀테크 서비스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간편결제와 대출을 비롯해 개인자산·재무관리, 기관투자, 자금조달, 리서치, 보험, 소매 투자 등 다양하다. 적용 산업도 은행과 카드 외 증권·보험·유통·문화 등 폭넓게 퍼져 있다.
simple
핀테크 서비스는 간편성, 이동성, 저비용 등의 이유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우선 간편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복잡한 절차를 요구했던 기존 금융서비스와 달리 아이디와 패스워드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계좌번호를 몰라도 전화번호나 메신저 아이디만으로 송금 할 수 있다. 음성으로 송금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동성은 또 다른 특징이다. 핀테크 서비스는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이뤄진다. 스마트폰이 개인 지갑도 되고 은행 영업점 창구와 자동현금입출금기(ATM), 보험사와 증권사 창구 역할도 수행한다. 이동 중에도 언제 어디서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저렴하다는 것이다. 많은 인력과 시설투자가 필요 없어 낮은 수수료 적용이 가능하다. 사용자 수에 따라 서비스 수준과 종류는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사용자 요구를 실시간 반영할 정도로 프로세스가 유연하다. 신기술 결합으로 가치를 끊임없이 만든다. 차별화한 금융서비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유통·문화 등 다양한 산업 융합으로 경계를 파괴한다.
세계적으로 핀테크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대형 벤처캐피털 업체는 지급결제, 대출, 개인재무관리, 비트코인 든 핀테크 관련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지급결제 분야는 전체 핀테크 투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P2P 금융과 개인자산관리, 데이터 분석 등 관련 분야 투자 규모도 늘었다.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P2P 금융은 지난 2008년 전체 핀테크 중 투자 비중이 10%에 불과했는데 최근 29%까지, 데이터 분석은 6%에서 19%로 커졌다”고 말했다.
국가별로 시장 규모는 미국이, 정책 지원은 영국이, 성장 기회는 중국이 주도한다. 미국은 세계 핀테크 투자의 83%를 차지하고, 영국은 최근 5년간 투자 규모가 6배 증가했다. 영국무역투자청은 핀테크 육성을 위한 전담 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중국은 핀테크 기반 온라인 국경 간 상거래 규모가 조만간 미국의 두 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도 최근 관련 규제 완화와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국내 핀테크 전문가는 “우리나라 핀테크 수준은 해외 대비 3~5년 뒤처져 있다”며 “금융실명제, 금산분리 규정, 외환관리법 개정, 크라우드펀딩 등 관련 제도의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급결제, 핀테크의 각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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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회장이 2014년 9월 애플 아이폰6와 아이워치 등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애플페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간편결제 서비스는 우리나라 지급결제 서비스와 달리 아마존,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기업 스스로가 계좌(어카운트) 기능을 갖고 결제 처리를 한다. 계좌 기능이 은행 등 금융사에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결제 처리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다.
운용체계(OS)나 단말기 제조 기업도 지급결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구글은 구글월렛을, 애플은 애플페이를, 삼성전자는 삼성월렛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인 루프페이를 인수, 삼성페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SNS 업체로는 카카오가 LGCNS 엠페이 지급결제 솔루션 기반으로 카카오페이를 선보였다.
모든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지출 계획을 돕는 개인재무관리 서비스 시장도 치열하다. 민트닷컴은 2006년부터 은행·증권·대출계좌와 기타자산 등을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1만6000개 이상의 북미(北美) 금융회사로부터 조회 권한을 부여받아 고객 계좌정보를 분석한다. 지출내역 자동분류, 자산가치 변동정보 등 금융정보 흐름을 일괄 제공한다.
미국의 핀테크 기업인 빌가드(Billguard)는 빅데이터 분석 기반 예측, 신용카드 사용과 계좌이체 내역 감시, 오류 및 과다청구 등을 파악한다. 수상한 거래 발생 시 자동 파악해 통보한다. 은행계좌와 카드사용 내역을 모니터링하고 고지서 자동납부와 납부일 잔고 부족 시 이를 알려준다. 페이스북에서 계정 생성 후 앱을 내려 받으면 구매 내용이 실시간으로 자산관리에 반영된다. 우리나라도 체크카드로 자녀 지출 행위를 관리하는 서비스가 출시됐다. 아마존과 이베이는 P2P 대출도 수행한다.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확산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경 간 송금시장에서 전통 금융기관보다 월등한 비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핀테크 서비스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국경 간 송금과 상거래에 비트코인이 제격이다. 비트코인은 송금뿐 아니라 결제 등으로 활용폭을 넓혀 가고 있다. 델·애플·이베이 등이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도입 가맹점이 확대되는 추세다.
향후 4년간 핀테크 투자 규모는 현재보다 2.7배 늘어난 80억 달러(약 8조7888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후적 규제 확대, 기술적 중립성 준수, 핀테크 육성으로 경쟁 환경 조성 등 서비스 효율성과 혁신을 요구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기술적으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활용이 우수한 비(非)금융 사업자가 금융서비스 주체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핀테크 서비스가 뒤처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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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카드의 모바일카드 결제 시스템. |
SK플래닛이 제공하는 스마트월렛과 페이핀은 2011년과 2012년 출시됐다. 모두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지만 오프라인은 스마트월렛만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바코드로 이용 가능하다. 120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400개 브랜드와 제휴를 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제공하는 S월렛은 2012년 출시돼 온·오프라인 이용이 가능하다. KT 모카는 온·오프라인 모두 사용 가능하지만 서비스 확대는 중단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페이나우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하나N월렛을 2012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개인 간 충전금액 송금이 가능하다. 금융결제원은 국내 전 은행과 연계된 뱅크월렛을, 삼성전자는 삼성월렛을 선보였다.
우리나라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반으로 이뤄지는 모든 지급결제는 카드사와 연계돼 있다. 30만원 미만 국내 신용카드 인증 절차는 크게 두 가지다. BC카드·국민카드·우리카드 등이 사용하는 ISP 안전결제와 신한카드 등 그 외 카드사가 이용하는 안심클릭이 그것이다.
이용자가 가맹점에 인증정보를 입력하면 ISP안전결제나 안심클릭 인증 절차를 거쳐 카드사로부터 거래 승인을 얻는다. 부가통신사업자(VAN)가 중간에 카드승인이 이뤄지면 지불대행(PG)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대금을 입금한다. 반면 페이팔 등 간편결제 서비스는 계정기반의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존 결제 시스템은 복잡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핀테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 전자금융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안성 심의제도 폐지와 사후적 점검 강화, 인증방법평가위원회 제도 폐지, 민간기관에서 자율적 인증평가업무 수행 등이 이뤄져야 한다. 계좌이체 등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폐지, 비금융회사도 금융사고 공동책임으로 책임부담 명확화가 요구된다.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제도 개편도 필요하다. 비대면(非對面) 실명확인 허용, 계좌개선 실명확인 및 금융거래 시 본인확인 절차 정비 등으로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빅데이터 활용 근거 마련, 모바일카드 발급 허용, 전자금융업 진입장벽 완화, 전자지급 수단 이용한도 확대 등도 이뤄져야 한다.
최근 정부도 핀테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IT와 금융융합 관련 금융거래와 규제 환경의 종합적 개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 핀테크 서비스를 창출,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핀테크 산업이 요구하는 사전 규제 최소화, 기술 중립성 원칙 구현, 책임부담 명확화 실현을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제도를 개편,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도 지원한다. 빅데이터 활용 지원을 위해 결제분야의 낡은 규제도 정비한다. 김동환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규제 개혁이 이뤄지면 이용자는 다양한 IT융합형 금융서비스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크라우드 펀딩 제도 마련으로 우수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창업자는 온라인으로 사업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핀테크 활성화, 보안 우려는 확대
핀테크 산업 활성화 논의가 확대되면서 보안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핀테크의 핵심 속성은 간편성이다. 보안(保安)과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1억원의 금액도 개인용컴퓨터(PC)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보안 소프트웨어(SW) 설치 등 높은 보안성을 요구한다. 반면 해외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거래 이용이 가능하나 결제는 하루, 송금은 이틀에서 닷새가 소요된다. 송금액이 200만원으로 한정돼 있고 사전 지정자에게만 가능하다. 금융거래 보안을 위해 결제·뱅킹 서비스에 사용되는 보안 SW는 대부분 사용자 PC에서 설치해야 하는 형태다. 결제 편의를 저하시키는 원인이다. 해킹 기법의 고도화와 지능화로 보안SW 추가 설치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서 핀테크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보안정책이 나오고 있다. 이상 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이 대표적이다. 사용자정보와 거래정보를 관찰·분석해 이상거래를 탐지하고 차단한다.
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IC카드에 개인 신원 정보 탑재 후 NFC 형태로 인증하는 기술이 있다. 통신사와 사용자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간 채널을 이용, 사설인증망(PKI)으로 인증하는 방식과 지문 등 이용자 바이오 정보를 신원확인용으로 사용하는 방식도 있다.
임형진 금융보안연구원 팀장은 “핀테크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보안이슈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신·변종 금융사기로부터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