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드디어 고택(古宅) 옥내(屋內)에 화장실과 샤워실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1989년 경북 안동 지례예술촌을 열고부터 문제였던 문화재 고택 화장실 현대화가 4반세기 만에 드디어 성사가 된 것이다. 이제까지 문화재 건물의 화장실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당국이 허가하는 옥외의 장소에만 신축할 수 있었다.
2006년 봄 사단법인 고택문화보전회 회원 7명은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실에서 이미경 위원장과 여야 위원들, 문광부 담당자들을 모시고 고택 편의시설 설치 문제 간담회를 열었다. 우리는 “고택을 관광자원화하자는 건의가 문광부에 받아들여져서 고택에 수세식 화장실, 샤워실, 입식부엌 등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문화재청이 가로막아 진행이 안 되고 있으니 이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논산의 명재(明齋)고택 주인은 아흔 살 노모의 방 윗목에 좌변기를 설치해 드렸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벌금형이나 징역은 살겠으니 우리 어머니 방 좌변기만은 철거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탄원했더니 “검사는 당신이 지키려 한 것은 ‘효(孝)의 문화’요, 당국이 지키려 한 것은 구린내 나는 ‘통시’에 불과하다” 면서 기소를 유예해 주었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들이 시골집의 무섭고 더러운 화장실을 본 후 다시는 할아버지를 뵈러 오지 않는다.”는 등의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문화재보호법상 기존 건물을 변형하기는 어려우니 기존의 재래식 화장실이나 창고, 곡간, 헛간, 마구간이나 닭장의 내부에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설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당국은 전국 각 고택당 8000만~1억 원씩의 예산을 지원해 줄 테니 기와 용마루 얹은 럭셔리한 화장실을 지으라고 했다. 그 나마 20%는 자부담(自負擔)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화장실을 지을 수 있게 되었지만, 위치 선정, 설계 및 시공에 주인의 의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당국이 우리 지촌제청(芝村祭廳)에 지어 준 화장실은 주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사당을 지으려고 하는 위치에 지어 놓았다. 구조나 시설도 이래저래 부실했다. 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 화장실을 짓기는 했지만, 눈비 오거나 추운 밤에 옷을 갖춰 입고 캄캄한 시골집 마당을 가로질러 더듬더듬거리며 다녀오는 게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 특히 노약자에겐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곤욕이었다.
나는 언론 기고, 강연, 세미나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본 고택의 화장실은 옥내에 있다, 런던타워에는 꼭대기부터 층층마다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이 없기로 유명한 베르사유궁전에도 관광객을 위한 변기들이 새로이 설치되었다는 것을 사진을 찍어 와서 보여 주기까지 해도 개선되지 않았다.
당국은 우리 예술촌 구내 한 건물의 화장실을 재래식으로 설계해 주었다. 그것도 8000만원이나 들여서! 용마루 올리는 돈으로 정화조를 묻어 달라고 했더니 이 지역은 상수원 보호지역이어서 정화조 매설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고 했다.
한번은 이 화장실에 뚱뚱한 백인 여자가 용변을 보고는 일어나질 못해서 내가 밀대를 밀어넣어 잡게 한 후 끌어냈다. 이후 아예 못을 박아 폐문해 버렸다.
그러던 것이 드디어 고택 옥내에 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게 법규가 바뀐 것이다.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고택관광사업의 승패는 화장실 현대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국이 그걸 깨닫는 데 25년이 걸린 것이다.⊙
〈김원길 경북 안동 지례예술촌〉
2006년 봄 사단법인 고택문화보전회 회원 7명은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실에서 이미경 위원장과 여야 위원들, 문광부 담당자들을 모시고 고택 편의시설 설치 문제 간담회를 열었다. 우리는 “고택을 관광자원화하자는 건의가 문광부에 받아들여져서 고택에 수세식 화장실, 샤워실, 입식부엌 등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문화재청이 가로막아 진행이 안 되고 있으니 이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논산의 명재(明齋)고택 주인은 아흔 살 노모의 방 윗목에 좌변기를 설치해 드렸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벌금형이나 징역은 살겠으니 우리 어머니 방 좌변기만은 철거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탄원했더니 “검사는 당신이 지키려 한 것은 ‘효(孝)의 문화’요, 당국이 지키려 한 것은 구린내 나는 ‘통시’에 불과하다” 면서 기소를 유예해 주었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들이 시골집의 무섭고 더러운 화장실을 본 후 다시는 할아버지를 뵈러 오지 않는다.”는 등의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문화재보호법상 기존 건물을 변형하기는 어려우니 기존의 재래식 화장실이나 창고, 곡간, 헛간, 마구간이나 닭장의 내부에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설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당국은 전국 각 고택당 8000만~1억 원씩의 예산을 지원해 줄 테니 기와 용마루 얹은 럭셔리한 화장실을 지으라고 했다. 그 나마 20%는 자부담(自負擔)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화장실을 지을 수 있게 되었지만, 위치 선정, 설계 및 시공에 주인의 의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당국이 우리 지촌제청(芝村祭廳)에 지어 준 화장실은 주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사당을 지으려고 하는 위치에 지어 놓았다. 구조나 시설도 이래저래 부실했다. 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 화장실을 짓기는 했지만, 눈비 오거나 추운 밤에 옷을 갖춰 입고 캄캄한 시골집 마당을 가로질러 더듬더듬거리며 다녀오는 게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 특히 노약자에겐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곤욕이었다.
나는 언론 기고, 강연, 세미나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본 고택의 화장실은 옥내에 있다, 런던타워에는 꼭대기부터 층층마다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이 없기로 유명한 베르사유궁전에도 관광객을 위한 변기들이 새로이 설치되었다는 것을 사진을 찍어 와서 보여 주기까지 해도 개선되지 않았다.
당국은 우리 예술촌 구내 한 건물의 화장실을 재래식으로 설계해 주었다. 그것도 8000만원이나 들여서! 용마루 올리는 돈으로 정화조를 묻어 달라고 했더니 이 지역은 상수원 보호지역이어서 정화조 매설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고 했다.
한번은 이 화장실에 뚱뚱한 백인 여자가 용변을 보고는 일어나질 못해서 내가 밀대를 밀어넣어 잡게 한 후 끌어냈다. 이후 아예 못을 박아 폐문해 버렸다.
그러던 것이 드디어 고택 옥내에 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게 법규가 바뀐 것이다.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고택관광사업의 승패는 화장실 현대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국이 그걸 깨닫는 데 25년이 걸린 것이다.⊙
〈김원길 경북 안동 지례예술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