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당시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국가위난(危難)을 맞아 10대 소년병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사선(死線)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15살이던 필자도 소년병으로 참전했다. 많은 전우(戰友)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유명(幽明)을 달리하거나 전상(戰傷)을 입었다. 그들을 생각하면 전장(戰場)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것이 미안하고 죄스럽기만 하다.
7년 가뭄 속에서도 살아남는 동식물이 있듯이 전화(戰禍)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살아남았다. 그렇게 살아남은 6·25 세대는 전쟁의 폐허에서 국가를 재건했고, 산업역군으로 경제발전에 일익을 담당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후진양성에 전력(全力)을 다해 오늘날과 같은 대한민국을 이룩했다. 정치가 혼란하고 ‘관피아’니 뭐니 하는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국을 세계 10위권의 선진 경제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바로 우리 6·25 참전세대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 6·25 참전세대가 이제는 80대의 노령(老齡)에 접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노인 빈곤율이 제일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노인자살률도 높다고 한다. 나이 들고 병들어 삶의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하는 것이다. 평균연령이 84~85세에 이른 6·25 참전세대 중에도 그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공헌한 사람은 국가에서 ‘꼭’ 지켜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참전용사들이 체감(體感)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어 그러한 다짐은 공언(空言)으로 끝났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정상(非正常)의 정상화’를 공언(公言)했다. ‘비정상의 정상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참전용사들이 사회와 국가에서 존경받고 대접받는 그러한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 것이다. 나라를 지킨 ‘호국영웅’들을 이제는 나라가 지켜 줄 차례다. ‘호국영웅’들을 모른 척 외면한다면 어찌 국가라 하겠는가.
이제는 나라가 ‘호국영웅’들이 품위를 지켜며 여생(餘生)을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서의 국격(國格)이다.
물론 지금도 6·25 참전용사들에게는 월(月) 18만원의 명예수당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명예수당’이라는 이름에 값할 만큼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명예수당’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평가와 가치를 인정받는 업적을 이룬 사람들에게 주는 일종의 품위유지비라 하겠다. 나라 재정이 어려운 것은 안다. 하지만 한 달에 18만원이라는 액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 등을 생각할 때 너무 적은 액수다. 적어도 참전용사들이 명예수당을 받으면서 ‘아, 국가가 그래도 내가 젊은 시절 몸 바쳐서 나라를 지킨 것을 기억해 주는구나’ 하고 긍지를 느낄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액수가 얼마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가끔 외출해서 사람들과 만나서 식사하고, 손주들에게 사탕값이라도 주려면 월 30만원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6·25에 참전했던 노병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마 10년 안에 6·25 관련 유관단체들은 사실상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 여생도 얼마 남지 않은 그들에게 나라에서 조금 더 배려해 준다고 해서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젊은 시절 이 나라를 지켜 낸 이들에게 해 주어야 할 도리이기도 하다.⊙
〈신영식·전 숙명여대 체육학과 교수, 6·25 참전자〉
7년 가뭄 속에서도 살아남는 동식물이 있듯이 전화(戰禍)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살아남았다. 그렇게 살아남은 6·25 세대는 전쟁의 폐허에서 국가를 재건했고, 산업역군으로 경제발전에 일익을 담당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후진양성에 전력(全力)을 다해 오늘날과 같은 대한민국을 이룩했다. 정치가 혼란하고 ‘관피아’니 뭐니 하는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국을 세계 10위권의 선진 경제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바로 우리 6·25 참전세대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 6·25 참전세대가 이제는 80대의 노령(老齡)에 접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노인 빈곤율이 제일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노인자살률도 높다고 한다. 나이 들고 병들어 삶의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하는 것이다. 평균연령이 84~85세에 이른 6·25 참전세대 중에도 그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공헌한 사람은 국가에서 ‘꼭’ 지켜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참전용사들이 체감(體感)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어 그러한 다짐은 공언(空言)으로 끝났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정상(非正常)의 정상화’를 공언(公言)했다. ‘비정상의 정상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참전용사들이 사회와 국가에서 존경받고 대접받는 그러한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 것이다. 나라를 지킨 ‘호국영웅’들을 이제는 나라가 지켜 줄 차례다. ‘호국영웅’들을 모른 척 외면한다면 어찌 국가라 하겠는가.
이제는 나라가 ‘호국영웅’들이 품위를 지켜며 여생(餘生)을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서의 국격(國格)이다.
물론 지금도 6·25 참전용사들에게는 월(月) 18만원의 명예수당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명예수당’이라는 이름에 값할 만큼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명예수당’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평가와 가치를 인정받는 업적을 이룬 사람들에게 주는 일종의 품위유지비라 하겠다. 나라 재정이 어려운 것은 안다. 하지만 한 달에 18만원이라는 액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 등을 생각할 때 너무 적은 액수다. 적어도 참전용사들이 명예수당을 받으면서 ‘아, 국가가 그래도 내가 젊은 시절 몸 바쳐서 나라를 지킨 것을 기억해 주는구나’ 하고 긍지를 느낄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액수가 얼마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가끔 외출해서 사람들과 만나서 식사하고, 손주들에게 사탕값이라도 주려면 월 30만원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6·25에 참전했던 노병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마 10년 안에 6·25 관련 유관단체들은 사실상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 여생도 얼마 남지 않은 그들에게 나라에서 조금 더 배려해 준다고 해서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젊은 시절 이 나라를 지켜 낸 이들에게 해 주어야 할 도리이기도 하다.⊙
〈신영식·전 숙명여대 체육학과 교수, 6·25 참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