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노화방지 전문가 권용욱 박사의 안티에이징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이 일상 용어가 되고 있다. ‘스트레스= 나쁜 것’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진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이사를 하는 것도 일종의 스트레스인데, 이런 스트레스는 몸과 정신에 활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감당할 능력이 약화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채 오래되면 불안과 갈등이 생긴다. 결국 자율신경계가 계속 긴장상태에 있어 정신적·신체적 기능장애나 질병을 유발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면역계, 내분비계,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쳐 노화를 촉진한다. 만성 스트레스는 암, 심장병, 뇌졸중, 위염, 위궤양의 위험인자인 동시에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의 원인이 된다. 또 스트레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화를 촉진하는데,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생물학적 연령이 무려 16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협심증·심근경색을 진행시켜

스트레스의 원인은 외적 원인과 내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외적 원인은 통근길 교통체증 같은 사소한 것부터 소음, 한정된 공간 같은 물리적 환경, 타인과의 갈등, 조직사회의 규칙, 실직, 직장이나 가정의 복잡한 일,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등이다. 내적 원인은 수면부족, 과중한 스케줄, 나쁜 생활양식, 비관적인 생각, 자기비하 등이다. 공격적인 성향의 A형 성격, 완벽주의자, 일벌레 등은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반응은 매우 다양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중요한 기관으로 더 많은 혈액을 보내기 위해 맥박과 혈압이 증가한다. 더 많은 산소를 얻기 위해 호흡이 빨라진다. 싸우거나 즉각 도망칠 수 있도록 근육이 긴장하고, 상황판단과 빠른 행동을 위해 정신이 더 또렷해지고 감각기관이 더 예민해진다.

위험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뇌와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증가한다. 반면에 피부, 소화기관, 신장, 간, 성기로 가는 혈류는 감소한다. 필요할 때 폭발적인 힘을 쓸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혈액의 당, 지방, 콜레스테롤 농도가 증가한다. 만약 외상을 입으면, 출혈을 줄이기 위해 혈소판이나 혈액응고 인자도 증가한다.

스트레스에 대한 이런 반응이 일시적인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만성적으로 진행되면 여러 신체적 이상이 나온다. 정신과 육체가 항상 긴장해 있기 때문에 피로하고, 두통과 불면증이 나타나며, 근육의 긴장이 지속돼 목과 어깨 근육이 딱딱해지고 통증이 생긴다. 혈액 속의 당과 콜레스테롤, 혈액응고 인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 소화가 잘 안 되고 배가 아프기도 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교감신경이 흥분하므로 맥박이 빨라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며, 얼굴이 달아오르고 식은땀이 난다.

정신적으로는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불안, 신경과민, 우울증, 분노, 좌절감, 근심, 걱정, 참을성이 없어지는 등 감정적 증상이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폭식, 과음, 흡연을 자극한다. 이런 신체적·정신적 증상은 노화를 촉진시킨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가장 손상받는 곳은 뇌세포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진시키는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1. 스트레스는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많이 만든다. 또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각종 스트레스 호르몬들도 활성산소의 생성을 증가시켜 노화를 촉진한다.

2. 스트레스는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줘 노화를 촉진한다. 혈압이 올라가고 동맥이 수축되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 혈액이 쉽게 응고되므로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등 혈관 질환이나 관상동맥 질환, 심근경색 등 심장병을 일으킬 수 있다. 질병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혈관이 노화되면 전신이 노화되는 것과 같다. ‘사람은 혈관이 늙는 만큼 늙는다’는 말과 같다.

3.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노화를 촉진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졸이 많이 분비되는데, 이 코티졸은 면역세포가 만들어지지 못하게 해 감기 등 각종 질병에 잘 걸리게 된다. 감염성 질환에 자주 시달리면 빨리 노화되는 것은 당연하며,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면 각종 암의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4. 만성 스트레스는 남녀 모두에게 성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스트레스로 의욕이 없어지고 우울증까지 생기므로 성욕을 감퇴시키고 남성에게는 발기부전, 여성에게는 생리불순과 불임을 일으킨다.

5. 스트레스는 행동양식에 변화를 줘 노화를 촉진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뭔가 먹고 싶어지고 단것이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찾는데, 모두 호르몬인 코티졸의 영향 때문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체중증가와 비만의 원인이 된다. 또 스트레스를 해소한답시고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되어 노화가 촉진된다.

6. 스트레스는 뇌의 노화를 촉진한다.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오래 지속되면 가장 많이 손상되는 것은 뇌세포이다. 코티졸은 기억과 감성 등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를 파괴하여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치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어느 한 시기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발생하는 것이므로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살기는 어렵다.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모두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지만 같은 스트레스라도 대응하는 개인의 성격과 환경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스트레스 지수 체크표는 각자 자신의 스트레스 정도를 간단히 점검해 볼 수 있는 표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 척도를 나타낸다.

각 문항에 대한 점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 0점, 약간 그렇다 1점, 대체로 그렇다 2점, 매우 그렇다 3점으로 계산한다.

스트레스지수 체크표

● 쉽게 짜증이 나고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한다.
● 피부가 거칠고 피부 질환이 심해졌다.
●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고 여기저기 쑤신다.
● 잠이 잘 안 오거나 깊은 잠을 못 자고 자주 잠에서 깬다.
●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자주 자기 비하에 빠진다.
●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하다.
● 쉽게 피곤해진다.
● 매사에 집중이 안 되고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 식욕이 없어 안 먹다가 갑자기 폭식을 하게 된다.
● 기억력이 나빠져 잘 잊어버린다.

총점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는 다음과 같다.

▶0~5점     스트레스를 거의 받고 있지 않음
▶6~10점    약간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
▶11~15점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므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함
▶16~20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으므로 정기 건강검진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함
▶21점 이상 스트레스를 매우 심하게 받고 있으므로 당장 전문가와 상담해야 함

스트레스는 기억력, 집중력에 치명적

노화방지클리닉의 한 사례를 소개한다.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는 46세의 H씨는 늘 피곤하고 잠을 못 자며 집중이 안 되고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했다. 좋기로 소문났던 그의 기억력은 놀랍게도 50대 후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혈액검사에서도 코티졸이 약간 높고 식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특성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려 있고 내성적인 성격이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책만 읽는 탓에 운동량이 하루 3000보를 넘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마땅한 취미생활도 없었고, 주당 45시간이 넘는 업무 시간도 모자라 집에 가서도 자주 일을 하곤 했다.

결국 업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내성적 성격, 마땅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없는 단조로운 생활이 만성피로에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를 가져온 것이다. 이 경우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려면 내성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는 단시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필자는 우선 일을 집에 가져가지 말도록 조언했다. 대신 저녁에는 유산소 운동을 하도록 했다. 사무실에서는 일하는 중간중간에 가벼운 스트레칭과 근육이완 운동을 하도록 했다. 피로 감소와 뇌기능 개선을 위해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제를 주사하는 정맥 주사요법을 시행했다.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를 처방했다. 불면증 해소를 위해 멜라토닌을 복용하고 취미생활을 한 가지 반드시 찾을 것을 주문했다. H씨의 기억력과 집중력은 3개월부터 점차 호전됐다.

운동·명상·요가의 힘

스트레스는 노력하면 피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한다. 깐깐한 상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공부 못하는 자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자신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다. 마음에 안 든다고 상사를 바꿀 수도 없고, 자식의 공부를 대신 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그 상황을 인정하고 스트레스가 병이 되지 않도록 적절히 해소해야 한다.

노화방지에서 얘기하는 스트레스에 좋은 대처법을 알아보자.

1. 운동을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땀을 흘리면 긴장된 근육이 풀리고 엔도르핀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진다. 가장 좋은 운동은 속보,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증가된 호르몬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흥분된 뇌가 진정된다. 스트레칭이나 체조 같은 유연성 운동도 좋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 어깨, 허리 근육이 가장 많이 굳어지므로 스트레칭이나 체조로 굳어진 근육들이 풀어지면 정신적으로도 긴장이 풀리면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두통이 올 수 있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은 목과 어깨 근육이 뭉쳐서 나타나는 근막통증후군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때에도 스트레칭이나 지압, 마사지 등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 주면 대부분 증상이 사라진다.

2. 근육의 긴장을 푼다.
긴장된 근육을 푸는 데는 야콥슨이 개발한 근육이완요법이 좋다. 한 근육을 5초간 힘을 주어 긴장시켰다가 45초간 힘을 완전히 빼서 이완하는 방법이다. 자주 뭉치는 어깻죽지 근육을 어깨가 귀에 닿을 정도로 5초간 올렸다가 45초간은 완전히 힘을 빼며 털썩 내려놓는다. 힘을 주었다가 완전히 빼는 방식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중요한 근육을 차례로 이완시킨다. 그냥 단순히 힘을 빼서 근육을 이완하려는 것보다 이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3. 명상을 한다.
명상을 하면 호흡과 심장박동과 뇌파가 안정되며, 근육이 이완되고 적혈구 신진대사가 줄어들며 뇌의 혈액량은 증가한다. 초보자들은 조용한 곳에서 편안히 앉아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생각을 가라앉히는 것부터 해 본다.

4. 요가를 한다.
요가는 혈압을 안정시키고 혈중 코티졸 수치를 낮춰 주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5. 자연과 교감한다.
산책, 등산, 여행을 하면서 자연을 접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탁 트인 산이나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지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연이 주는 색과 향기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면 스트레스가 달아나고 활력이 생긴다.

6. 취미생활을 갖는다.
취미생활을 통해 모든 것을 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남편과 자식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고 사는 주부들은 가끔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써 보기 바란다. 가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직장에서 눈치 보며 집에서는 하숙생 대접을 받는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이다.

7. 충분한 휴식과 잠을 잔다.
스트레스가 숙면을 방해하지만 반대로 잠이 부족해도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피로가 누적되어도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피로를 느낀다면 가능하면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다.

그 밖에 마음이 맞는 친구와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가벼운 산책이나 따뜻한 목욕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