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鏞頊
⊙ 51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 51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커피전문점이 정말 많이 생겼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대로변이나 사거리처럼 목이 좋은 곳에만 들어서던 커피전문점이 이제는 골목 구석구석까지 들어와 있다. 심지어 한 건물에 여러 곳의 커피전문점이 들어가 있는 경우나 같은 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서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브랜드는 다양해져서 몇 년 전만 해도 수입 브랜드가 인기를 끄나 싶더니 이제는 토종 브랜드도 많이 생겼다. 바야흐로 커피전문점 전성시대다.
커피전문점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커피를 즐기는 사람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에 프랜차이즈 커피집이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나이 지긋한 분들도 흔히 만나는 전(全) 국민 사교의 장이 되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약 312잔(2010년 기준)으로 하루에 한 잔 꼴이었다. 2011년에는 1인당 하루 1.5잔으로 보고 있다. 세계 20위권 수준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커피 소비량이 선진국일수록 높다는 것이다. 국민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이 가장 높고 미국과 일본이 그 다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이 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가까이 간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기호식품이고 선진국의 지표라니 마시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데, 커피를 많이 마셔도 건강에 해롭지는 않을까? 젊은 사람들은 몰라도 건강이 좋지 않거나 나이가 드신 분들은 걱정을 한다. 사업상 사람을 만날 때에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보니, 하루에 2~3잔은 기본이고 어떤 사람들은 하루 4~5잔까지 마신다.
다른 모든 식품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다. 마시는 사람의 체질과 마시는 양과 방법에 따라 좋은 효능을 나타내기도 하고 나쁜 영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만성질환의 원인인 유해활성산소 제거하는 기능
그럼 커피의 효능과 부작용, 그리고 건강하게 커피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각성 효과다. 이는 인류가 커피를 발견하게 된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소년이 자신이 돌보는 염소들이 어떤 열매를 먹으면 흥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그 열매의 맛이 궁금해 먹어 봤더니 피로감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는 이 사실을 이슬람 사제들에게 알려줬고, 이 빨간 열매가 잠을 쫓고 집중력을 향상시켜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사제들에 의해 커피가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다.
필자도 의과대학 시절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이려고 시험기간 중에는 하루에 10잔 정도를 마시면서 버틴 경험이 있는데, 이는 잘 알려진 것처럼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카페인’ 때문이다. 각성 효과 외에도 정기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단기 기억력, 반응속도, 언어능력 등이 더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화방지를 전공한 학자로서 필자가 커피에 주목하고 스스로도 하루 2~3잔 정도를 즐기는 것은 카페인 외에도 커피에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항산화물질이란 암·동맥경화·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노화의 원인이 되는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물질을 말하는데 커피에는 ‘폴리페놀’이라고 하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폴리페놀은 암세포 발생을 억제하고 심장병과 동맥경화 발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식물성 항산화물질이다. 실제로 일본의 연구결과를 보면 커피를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이 위암, 대장암, 간암 발생률 및 사망률이 낮았다고 한다.
커피는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커피는 신체 대사를 항진시켜 체중감량을 도와주는데, 카페인이 신체의 에너지소비량을 10% 정도 올리고 글리코겐보다 먼저 피하지방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신체는 일반적으로 글리코겐을 먼저 에너지로 사용하고 글리코겐이 바닥나면 그때서야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로 이용하는데 이때부터 비로소 살이 빠진다. 그런데 카페인은 피하지방을 먼저 에너지로 사용하도록 하므로 살이 빠지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커피는 지구력을 증가시켜 쉽게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는 효과도 있다. 카페인은 이뇨작용도 있는데 이 역시 체중감량에 도움을 준다.
커피는 천식에 도움을 주는데 혈관을 수축시켜 기관지 점막의 분비물을 적어지게 하고 기침을 억제하기도 한다. 커피는 음주 후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카페인이 일시적으로 간기능을 활발하게 해서 알코올의 대사 산물로서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빠르게 하고 이뇨작용을 통해 배설을 촉진시킨다. 물론 수분과 비타민, 당분, 단백질 등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동시에 커피를 마셔야 한다.
식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입이 개운하지 않다고 커피를 마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는 맞는 말이다. 커피는 입냄새를 줄여 주는 효과가 있는데,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퓨란(Furan)류가 특히 마늘냄새를 없애는 효과가 높다. 커피는 편두통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골다공증 위험 있거나 배뇨장애 있으면 가려 마셔야
커피의 부작용 중 대표적인 것이 수면방해다.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자극해서 각성 효과와 기억력 향상 등이 나타나지만 이것이 지나치거나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들에겐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주 예민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 심하게 흥분되어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거나 손이 떨리고 잠을 못 자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한다. 이런 현상을 카페니즘(Cafenism)이라고 한다.
커피는 피로를 일시적으로 해소시켜 줄 수 있지만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 카페인의 피로감소 효과는 각성 효과와 신진대사 증진 때문인데 이는 근본적인 피로 해소책은 아니다. 피로를 해소하려면 적절한 휴식을 취하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피로를 느낄 때마다 휴식을 취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면 일시적으로는 피로가 없어지지만 나중엔 피로가 누적돼 결국엔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커피는 위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커피가 위산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위장이 예민하거나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면 위산분비를 촉진해 위염·위궤양·역류성 식도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커피를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들은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다. 커피를 마시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가지만 곧 정상화되고 장기적으로는 혈압을 약간 떨어뜨린다고 하므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분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커피에 타서 마시는 설탕이나 크림이 콜레스테롤을 올릴 수 있고 체중증가로 인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은 부정맥이 있는 사람들이다.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들은 커피를 한 잔만 마셔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심계항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장의 전기자극에 영향을 일으켜서 부정맥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부정맥이 있는 분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커피는 골다공증을 악화시키므로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은 폐경기 여성이나 노인들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커피가 이뇨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배뇨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주의를 요한다. 요즘 커피전문점의 커피 한 잔은 보통 300cc가 넘는데 이 정도의 수분과 이뇨작용이 있는 커피를 마신다면 몇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소변이 만들어진다. 소변을 잘 참는 사람도 장시간 차를 타거나 회의에 들어갈 때는 주의를 요하는데 나이가 들어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분이나 요실금이 있는 분들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분들도 주의해야 하는데 방광이 꽉 차서 소변을 보아야 하는데 잘 나오지 않으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설탕·크림 없이 블랙으로 마셔야
커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알아보았으니 건강하게 커피를 마시는 방법을 알아보자.
일단 신선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식품이 그렇듯 커피도 열매 또는 곡물의 일종이므로 신선한 것이 좋은 것이다. 원두 상태로는 비교적 오래 보관이 가능하나 그래도 유기농으로 재배해서 잘 말린 신선한 원두를 갓 볶아서 바로 갈아서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일단 원두를 갈게 되면 그때부터 공기에 노출되어 산화가 급속히 진행되므로 2~3주 안에 먹어야 맛은 물론이고 각종 영양성분과 항산화물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시는 양인데 카페인 기준으로 하루 300mg 이하로 먹는 것이 좋다. 현재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에서 팔리고 있는 300cc 정도의 레귤러 사이즈 아메리카노 커피의 경우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는데 91~196mg으로 다양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 3잔 이내가 적당할 것으로 보이며 예민한 사람이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라면 1~2잔 이하로 마시는 것이 권장된다.
필자가 클리닉에서 환자분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커피는 좋지만 설탕과 크림이 좋지 않으니 피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써서 어떻게 먹느냐고 하소연한다. 10년 전보단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기기보다는 설탕과 크림의 달콤한 맛에 커피를 마시는 분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얘기했듯이 설탕하고 크림은 건강에 해로우니 커피만 마시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쓰고 시큼하고 떫기도 하지만 차차 커피 고유의 향을 음미하게 될 것이라고 권유하지만 입맛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사람들은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반감기가 보통 4~6시간 정도이므로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마신 커피는 모두 몸 밖으로 배출되므로 수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구한말에 첫선을 보이고 6·25전쟁 때 미군들에 의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커피가 어두컴컴한 지하 다방의 모닝커피를 지나 믹스커피를 거쳐 이제 전국민이 즐기는 기호식품이 됐다. 바쁜 일상 속에서 홀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고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매개체로서도 커피만 한 것이 없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게 적당히 즐긴다면 커피는 정신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나 훌륭한 노화방지 식품이 될 것이다.⊙
커피전문점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커피를 즐기는 사람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에 프랜차이즈 커피집이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나이 지긋한 분들도 흔히 만나는 전(全) 국민 사교의 장이 되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약 312잔(2010년 기준)으로 하루에 한 잔 꼴이었다. 2011년에는 1인당 하루 1.5잔으로 보고 있다. 세계 20위권 수준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커피 소비량이 선진국일수록 높다는 것이다. 국민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이 가장 높고 미국과 일본이 그 다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이 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가까이 간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기호식품이고 선진국의 지표라니 마시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데, 커피를 많이 마셔도 건강에 해롭지는 않을까? 젊은 사람들은 몰라도 건강이 좋지 않거나 나이가 드신 분들은 걱정을 한다. 사업상 사람을 만날 때에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보니, 하루에 2~3잔은 기본이고 어떤 사람들은 하루 4~5잔까지 마신다.
다른 모든 식품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다. 마시는 사람의 체질과 마시는 양과 방법에 따라 좋은 효능을 나타내기도 하고 나쁜 영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만성질환의 원인인 유해활성산소 제거하는 기능
그럼 커피의 효능과 부작용, 그리고 건강하게 커피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각성 효과다. 이는 인류가 커피를 발견하게 된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소년이 자신이 돌보는 염소들이 어떤 열매를 먹으면 흥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그 열매의 맛이 궁금해 먹어 봤더니 피로감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는 이 사실을 이슬람 사제들에게 알려줬고, 이 빨간 열매가 잠을 쫓고 집중력을 향상시켜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사제들에 의해 커피가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다.
필자도 의과대학 시절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이려고 시험기간 중에는 하루에 10잔 정도를 마시면서 버틴 경험이 있는데, 이는 잘 알려진 것처럼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카페인’ 때문이다. 각성 효과 외에도 정기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단기 기억력, 반응속도, 언어능력 등이 더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화방지를 전공한 학자로서 필자가 커피에 주목하고 스스로도 하루 2~3잔 정도를 즐기는 것은 카페인 외에도 커피에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항산화물질이란 암·동맥경화·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노화의 원인이 되는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물질을 말하는데 커피에는 ‘폴리페놀’이라고 하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폴리페놀은 암세포 발생을 억제하고 심장병과 동맥경화 발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식물성 항산화물질이다. 실제로 일본의 연구결과를 보면 커피를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이 위암, 대장암, 간암 발생률 및 사망률이 낮았다고 한다.
커피는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커피는 신체 대사를 항진시켜 체중감량을 도와주는데, 카페인이 신체의 에너지소비량을 10% 정도 올리고 글리코겐보다 먼저 피하지방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신체는 일반적으로 글리코겐을 먼저 에너지로 사용하고 글리코겐이 바닥나면 그때서야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로 이용하는데 이때부터 비로소 살이 빠진다. 그런데 카페인은 피하지방을 먼저 에너지로 사용하도록 하므로 살이 빠지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커피는 지구력을 증가시켜 쉽게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는 효과도 있다. 카페인은 이뇨작용도 있는데 이 역시 체중감량에 도움을 준다.
커피는 천식에 도움을 주는데 혈관을 수축시켜 기관지 점막의 분비물을 적어지게 하고 기침을 억제하기도 한다. 커피는 음주 후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카페인이 일시적으로 간기능을 활발하게 해서 알코올의 대사 산물로서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빠르게 하고 이뇨작용을 통해 배설을 촉진시킨다. 물론 수분과 비타민, 당분, 단백질 등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동시에 커피를 마셔야 한다.
식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입이 개운하지 않다고 커피를 마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는 맞는 말이다. 커피는 입냄새를 줄여 주는 효과가 있는데,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퓨란(Furan)류가 특히 마늘냄새를 없애는 효과가 높다. 커피는 편두통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골다공증 위험 있거나 배뇨장애 있으면 가려 마셔야
커피의 부작용 중 대표적인 것이 수면방해다.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자극해서 각성 효과와 기억력 향상 등이 나타나지만 이것이 지나치거나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들에겐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주 예민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 심하게 흥분되어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거나 손이 떨리고 잠을 못 자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한다. 이런 현상을 카페니즘(Cafenism)이라고 한다.
커피는 피로를 일시적으로 해소시켜 줄 수 있지만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 카페인의 피로감소 효과는 각성 효과와 신진대사 증진 때문인데 이는 근본적인 피로 해소책은 아니다. 피로를 해소하려면 적절한 휴식을 취하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피로를 느낄 때마다 휴식을 취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면 일시적으로는 피로가 없어지지만 나중엔 피로가 누적돼 결국엔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커피는 위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커피가 위산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위장이 예민하거나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면 위산분비를 촉진해 위염·위궤양·역류성 식도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커피를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들은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다. 커피를 마시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가지만 곧 정상화되고 장기적으로는 혈압을 약간 떨어뜨린다고 하므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분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커피에 타서 마시는 설탕이나 크림이 콜레스테롤을 올릴 수 있고 체중증가로 인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은 부정맥이 있는 사람들이다.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들은 커피를 한 잔만 마셔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심계항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장의 전기자극에 영향을 일으켜서 부정맥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부정맥이 있는 분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커피는 골다공증을 악화시키므로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은 폐경기 여성이나 노인들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커피가 이뇨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배뇨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주의를 요한다. 요즘 커피전문점의 커피 한 잔은 보통 300cc가 넘는데 이 정도의 수분과 이뇨작용이 있는 커피를 마신다면 몇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소변이 만들어진다. 소변을 잘 참는 사람도 장시간 차를 타거나 회의에 들어갈 때는 주의를 요하는데 나이가 들어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분이나 요실금이 있는 분들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분들도 주의해야 하는데 방광이 꽉 차서 소변을 보아야 하는데 잘 나오지 않으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설탕·크림 없이 블랙으로 마셔야
커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알아보았으니 건강하게 커피를 마시는 방법을 알아보자.
일단 신선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식품이 그렇듯 커피도 열매 또는 곡물의 일종이므로 신선한 것이 좋은 것이다. 원두 상태로는 비교적 오래 보관이 가능하나 그래도 유기농으로 재배해서 잘 말린 신선한 원두를 갓 볶아서 바로 갈아서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일단 원두를 갈게 되면 그때부터 공기에 노출되어 산화가 급속히 진행되므로 2~3주 안에 먹어야 맛은 물론이고 각종 영양성분과 항산화물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시는 양인데 카페인 기준으로 하루 300mg 이하로 먹는 것이 좋다. 현재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에서 팔리고 있는 300cc 정도의 레귤러 사이즈 아메리카노 커피의 경우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는데 91~196mg으로 다양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 3잔 이내가 적당할 것으로 보이며 예민한 사람이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라면 1~2잔 이하로 마시는 것이 권장된다.
필자가 클리닉에서 환자분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커피는 좋지만 설탕과 크림이 좋지 않으니 피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써서 어떻게 먹느냐고 하소연한다. 10년 전보단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기기보다는 설탕과 크림의 달콤한 맛에 커피를 마시는 분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얘기했듯이 설탕하고 크림은 건강에 해로우니 커피만 마시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쓰고 시큼하고 떫기도 하지만 차차 커피 고유의 향을 음미하게 될 것이라고 권유하지만 입맛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사람들은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반감기가 보통 4~6시간 정도이므로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마신 커피는 모두 몸 밖으로 배출되므로 수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구한말에 첫선을 보이고 6·25전쟁 때 미군들에 의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커피가 어두컴컴한 지하 다방의 모닝커피를 지나 믹스커피를 거쳐 이제 전국민이 즐기는 기호식품이 됐다. 바쁜 일상 속에서 홀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고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매개체로서도 커피만 한 것이 없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게 적당히 즐긴다면 커피는 정신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나 훌륭한 노화방지 식품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