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안산에 해당하는 한양대는 좋은 터에 자리 잡아
⊙ 성균관대와 중앙대는 좀 더 좋은 터를 찾아봐야 할 듯
⊙ 陸士가 투구봉이 정상인 불암산 지맥에 자리 잡은 것은 인연
金聖洙
⊙ 78세. 건국대 경제과 졸업.
⊙ 전매청, 건설부 근무. 한국풍수지리학회 회장. 저서로 《명당》 《운명 디자인》
《명당에서 인물 난다》 등이 있음.
⊙ 성균관대와 중앙대는 좀 더 좋은 터를 찾아봐야 할 듯
⊙ 陸士가 투구봉이 정상인 불암산 지맥에 자리 잡은 것은 인연
金聖洙
⊙ 78세. 건국대 경제과 졸업.
⊙ 전매청, 건설부 근무. 한국풍수지리학회 회장. 저서로 《명당》 《운명 디자인》
《명당에서 인물 난다》 등이 있음.
- 풍수지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서울대는 이전하기 전의 동숭동 캠퍼스가 관악 캠퍼스보다 더 좋은 터에 자리를 잡았었다고 볼 수 있다.
신년 벽두에는 으레 덕담이 오가게 마련이다. 언론들도 많은 덕담을 내놓았는데 그 가운데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조선일보》가 어느 해외 석학의 입을 빌려 “2030년대에는 한국이 세계 5위권에 들 정도로 국력이 신장될 것”이라고 예측한 부분이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 석학의 말에서 빠진 부분을 하나 첨언한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가능할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물론 가진 것 없이 노력만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되는 세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일까. 필자는 단언컨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은 인재(人材)라고 생각한다.
인재는 원광석(原鑛石)과 같아서 그 자체로는 돌 속에 녹아 있는 금처럼 쓸모가 없다. 이것을 추출하고 제련해서 디자인하는 공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보석이 된다. 인재도 마찬가지다. 인재를 발굴하고 정제해서 보석으로 만드는 곳이 학교다. 학교 중에서도 대학은 그 정점이다.
풍수 전문가로서 ‘공익 풍수’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학은 명당에 터 잡아야 국가와 민족의 융성과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립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각 대학 대부분이 명당에 터를 잡은 것이 우리 민족과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대학들을 통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어떤 대학은 좋은 자리를 외면함으로써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주요 대학의 터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풍수지리 고려한 일제 관료들
서울대학교는 설립부터 일본제국의 음모가 숨어 있는 곳이다. 1910년 한일(韓日) 합방으로 국가가 소멸되자 민족 지도자들은 국채보상운동을 벌이는 한편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종합대학을 설립해 민족 지도자 양성의 요람으로 삼고자 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일제는 이 운동을 철저히 봉쇄했다.
이 운동이 다시 불붙은 것은 3·1 운동 직후다. 1920년대 초 이상재, 이승훈, 윤치호 등 독립운동가 100인이 재단법인 조선교육회를 발기하면서 조선민립대학 설립운동을 본격화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일제는 민간 종합대학에 맞서 관립 종합대학을 만들었다. 그것이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교였던 것이다.
일제가 설립한 6번째 제국대학인 경성제국대학의 설립목적은 명확했다. 조선인 인재를 길러 내어 우리 민족의 융성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조선 사정에 밝은 일본인 인재를 양성해 장기적으로 한국 통치에 이용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따라서 학생들 대부분은 일본인이었다. 1924년 개교 이래 일제 패망으로 문을 닫을 때까지 배출된 졸업생 중 한국인은 고작 800여명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경성제국대학은 통치인력의 양성이라는 목적에 어울리게 법문학부와 의학부만 두고 이공계는 제외시켰는데, 동숭동에 있던 법문학부는 해방 후 문리대와 법과대가 되었다. 그 외에 일제는 청량리에 예과(豫科)대학을 두었고 1941년에 가서야 공릉동에 이공대를 설립했다. 그리고 동숭동 길 건너인 연건동에 의학부를 두었는데 지금의 서울대학 병원 자리다.
동숭동의 대학본부와 법문학부 및 연건동의 의학부는 모두 명당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필자는 일제의 한민족 말살정책의 이면에 있는 저들의 풍수지리학적 원모심려를 발견하고 놀랄 때가 많은데 일제가 만든 관립대학의 풍수지리학적 소견도 놀랄 만한 것이었다.
대학의 설립목적이 어디에 있었든 대학을 설립하면서 일제 관료들은 풍수지리학적인 요소를 최대한 고려하고 정책에 반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옛 지혜라면 무조건 집어던지는 오늘날의 정치인, 관료들과는 정반대였다.
경성제국대학은 해방 후 1946년 미군정청이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안을 공표하고 경성사범학교, 경성공업전문학교, 수원농림전문학교 등 9개 대학 및 전문학교를 통합함으로써 국립 서울대학교로 재출범했다. 서울대학으로 통합된 각 전문학교들 역시 좋은 터에 자리 잡아 이들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빠른 시간 안에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동숭동 명당 터에 대학본부를 두고 있던 서울대학은 1970년대에 관악산으로 이전한다. 지금의 서울대 관악 캠퍼스는 동숭동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정도로 드넓은 대지 위에 세워졌다. 풍수 전문가로서 볼 때 관악 캠퍼스 터는 동숭동 터에 못 미친다. 필자는 서울대가 관악산으로 옮겨가면서 대한민국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본다. 동숭동을 떠나 화산(火山)인 관악으로 옮겨가면서 감당해야 할 당연한 응보였다고 생각한다.
私學들 대부분 좋은 터에 위치
우리나라 교육기관의 대부분은 사학(私學)이다. 사학이 인재양성의 중추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학은 더욱 그렇다.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양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건국대, 홍익대, 동국대 등이 손꼽히는 명문 사학이라고 할 수 있다.
풍수 전문가로서 사학들이 캠퍼스를 옮길 때 풍수지리학적 요건도 감안해서 옮겨 주기를 간청하고 싶다. 지금까지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많은 대학이 서울 도심의 비좁은 캠퍼스를 재개발 사업에 눈독 들이는 건설업자들에게 넘기고 신도시나 서울 외곽지역으로 옮겨갔다. 그 학교들을 유심히 보면 제대로 된 터를 골라 이전한 학교는 발전하고 반대로 경제논리에 따라 인재양성의 터를 별생각 없이 정해 버린 학교는 까닭 모르게 시들어 가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학을 얘기하면서 제일 먼저 언급해야 할 학교는 성균관대학이다. 역사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성균관이라는 이름이 처음 역사에 등장하는 때는 고려 말인 충렬왕 때(1289년)이고 조선 건국 이후 본격적인 대학으로 문을 연 때는 1395년이다. 6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대학인 것이다. 다만 과거에는 국립이었고 지금은 사립이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조선시대 전 기간을 통해 건국이념이기도 한 유학을 가르치는 최고의 학부였던 성균관은 안타깝게도 주산인 북악(北岳)의 행룡(풍수지리에서 높았다 낮았다 하며 멀리 뻗어 나간 산맥)이 창덕궁과 창경궁 일우(一隅)를 스쳐 낙산(洛山)으로 흐르는 주맥에서 살짝 비켜난 지점에 위치함으로써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다하지 못한 감이 있다. 이곳 출신 유생들이 젊은 기백으로 조정의 불의에 항거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시대정신의 본류를 형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문연구라는 본령(本領)도 구축하지 못했으며, 다만 출세를 위한 거점으로 인식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해방 후 삼성그룹이 인수해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좀 더 넓은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좋은 터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기서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소위 우리나라 최고 명문 사학의 터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자 한다. 오늘날의 그 학교 위상이 어떠한지를 보면 그 대학들이 어느 곳에 터를 잡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와 경희대학교는 모두 명당에 자리 잡았다. 특히 한양대는 서울을 큰 국면(局面)으로 볼 때 안산에 해당하는 위치에 자리 잡았다. 이 학교 출신의 토목, 건축 기술자들이 서울을 설계하고 건설한 주역으로 일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불교전문 학교인 혜화전문학교의 후신인 동국대학교는 마당 한가운데 있는 불상을 중심으로 본관까지 약 50m에 이르는 긴 생기맥이 흐르고 있어 앞날이 밝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흥선 대원군의 집터와 인접한 장소에 최초로 세워졌던 건국대학교와 동덕여자대학교 역시 발상지는 아주 좋은 명당이었다.
불암산의 생기
효창동의 숙명여대와 서교동의 홍익대학도 기가 살아 있어 더 많은 발전이 기대되는 대학들이다. 세종대학과 상명대 그리고 돈암동의 성신여대 등도 터는 나무랄 데가 없기 때문에 추임새를 얻는다면 더 좋은 인재들이 모여들 것이다.
강 건너 흑석동의 중앙대학교는 교통의 편리성 등 좋은 점도 있으나 금계포란형인 국립현충원의 청룡맥 뒷등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더 좋은 터를 잡아 옮기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학에 준하는 교육기관으로 태릉의 육군사관학교가 있다. 학교가 앉은 자리가 불암산 지맥이고 불암산 정상이 우연찮게도 투구봉인 것도 범상치 않은 인연이다. 이 학교 출신들이 국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태릉은 원래 조선시대 궁중 여걸의 한 사람이었던 문정왕후의 무덤을 일컫는 이름이다. 문정왕후릉 자체는 생기가 없으나 불암산에서 흘러내린 용맥이 곳곳에 명당을 빚어 육군사관학교를 낳고 또 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담금질하는 태릉선수촌을 낳은 것이다. 이곳에서 연습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해 당당하게 메달을 걸고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도 덩달아 가슴이 먹먹해지던 경험도 이곳의 생기와 무관치 않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말하자면 명당 기운이 없는 곳에 제아무리 넓고 보기 좋은 땅을 캠퍼스로 삼았을지라도 좋은 인재를 모으기는 어려운 법이다.⊙
<구술 정리 : 金成東 月刊朝鮮 기자>
물론 가진 것 없이 노력만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되는 세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일까. 필자는 단언컨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은 인재(人材)라고 생각한다.
인재는 원광석(原鑛石)과 같아서 그 자체로는 돌 속에 녹아 있는 금처럼 쓸모가 없다. 이것을 추출하고 제련해서 디자인하는 공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보석이 된다. 인재도 마찬가지다. 인재를 발굴하고 정제해서 보석으로 만드는 곳이 학교다. 학교 중에서도 대학은 그 정점이다.
풍수 전문가로서 ‘공익 풍수’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학은 명당에 터 잡아야 국가와 민족의 융성과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립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각 대학 대부분이 명당에 터를 잡은 것이 우리 민족과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대학들을 통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어떤 대학은 좋은 자리를 외면함으로써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주요 대학의 터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풍수지리 고려한 일제 관료들
서울대학교는 설립부터 일본제국의 음모가 숨어 있는 곳이다. 1910년 한일(韓日) 합방으로 국가가 소멸되자 민족 지도자들은 국채보상운동을 벌이는 한편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종합대학을 설립해 민족 지도자 양성의 요람으로 삼고자 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일제는 이 운동을 철저히 봉쇄했다.
이 운동이 다시 불붙은 것은 3·1 운동 직후다. 1920년대 초 이상재, 이승훈, 윤치호 등 독립운동가 100인이 재단법인 조선교육회를 발기하면서 조선민립대학 설립운동을 본격화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일제는 민간 종합대학에 맞서 관립 종합대학을 만들었다. 그것이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교였던 것이다.
일제가 설립한 6번째 제국대학인 경성제국대학의 설립목적은 명확했다. 조선인 인재를 길러 내어 우리 민족의 융성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조선 사정에 밝은 일본인 인재를 양성해 장기적으로 한국 통치에 이용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따라서 학생들 대부분은 일본인이었다. 1924년 개교 이래 일제 패망으로 문을 닫을 때까지 배출된 졸업생 중 한국인은 고작 800여명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경성제국대학은 통치인력의 양성이라는 목적에 어울리게 법문학부와 의학부만 두고 이공계는 제외시켰는데, 동숭동에 있던 법문학부는 해방 후 문리대와 법과대가 되었다. 그 외에 일제는 청량리에 예과(豫科)대학을 두었고 1941년에 가서야 공릉동에 이공대를 설립했다. 그리고 동숭동 길 건너인 연건동에 의학부를 두었는데 지금의 서울대학 병원 자리다.
동숭동의 대학본부와 법문학부 및 연건동의 의학부는 모두 명당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필자는 일제의 한민족 말살정책의 이면에 있는 저들의 풍수지리학적 원모심려를 발견하고 놀랄 때가 많은데 일제가 만든 관립대학의 풍수지리학적 소견도 놀랄 만한 것이었다.
대학의 설립목적이 어디에 있었든 대학을 설립하면서 일제 관료들은 풍수지리학적인 요소를 최대한 고려하고 정책에 반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옛 지혜라면 무조건 집어던지는 오늘날의 정치인, 관료들과는 정반대였다.
경성제국대학은 해방 후 1946년 미군정청이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안을 공표하고 경성사범학교, 경성공업전문학교, 수원농림전문학교 등 9개 대학 및 전문학교를 통합함으로써 국립 서울대학교로 재출범했다. 서울대학으로 통합된 각 전문학교들 역시 좋은 터에 자리 잡아 이들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빠른 시간 안에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동숭동 명당 터에 대학본부를 두고 있던 서울대학은 1970년대에 관악산으로 이전한다. 지금의 서울대 관악 캠퍼스는 동숭동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정도로 드넓은 대지 위에 세워졌다. 풍수 전문가로서 볼 때 관악 캠퍼스 터는 동숭동 터에 못 미친다. 필자는 서울대가 관악산으로 옮겨가면서 대한민국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본다. 동숭동을 떠나 화산(火山)인 관악으로 옮겨가면서 감당해야 할 당연한 응보였다고 생각한다.
私學들 대부분 좋은 터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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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는 서울의 안산에 해당하는 자리에 터를 잡아 좋은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
풍수 전문가로서 사학들이 캠퍼스를 옮길 때 풍수지리학적 요건도 감안해서 옮겨 주기를 간청하고 싶다. 지금까지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많은 대학이 서울 도심의 비좁은 캠퍼스를 재개발 사업에 눈독 들이는 건설업자들에게 넘기고 신도시나 서울 외곽지역으로 옮겨갔다. 그 학교들을 유심히 보면 제대로 된 터를 골라 이전한 학교는 발전하고 반대로 경제논리에 따라 인재양성의 터를 별생각 없이 정해 버린 학교는 까닭 모르게 시들어 가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학을 얘기하면서 제일 먼저 언급해야 할 학교는 성균관대학이다. 역사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성균관이라는 이름이 처음 역사에 등장하는 때는 고려 말인 충렬왕 때(1289년)이고 조선 건국 이후 본격적인 대학으로 문을 연 때는 1395년이다. 6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대학인 것이다. 다만 과거에는 국립이었고 지금은 사립이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조선시대 전 기간을 통해 건국이념이기도 한 유학을 가르치는 최고의 학부였던 성균관은 안타깝게도 주산인 북악(北岳)의 행룡(풍수지리에서 높았다 낮았다 하며 멀리 뻗어 나간 산맥)이 창덕궁과 창경궁 일우(一隅)를 스쳐 낙산(洛山)으로 흐르는 주맥에서 살짝 비켜난 지점에 위치함으로써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다하지 못한 감이 있다. 이곳 출신 유생들이 젊은 기백으로 조정의 불의에 항거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시대정신의 본류를 형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문연구라는 본령(本領)도 구축하지 못했으며, 다만 출세를 위한 거점으로 인식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해방 후 삼성그룹이 인수해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좀 더 넓은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좋은 터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기서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소위 우리나라 최고 명문 사학의 터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자 한다. 오늘날의 그 학교 위상이 어떠한지를 보면 그 대학들이 어느 곳에 터를 잡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와 경희대학교는 모두 명당에 자리 잡았다. 특히 한양대는 서울을 큰 국면(局面)으로 볼 때 안산에 해당하는 위치에 자리 잡았다. 이 학교 출신의 토목, 건축 기술자들이 서울을 설계하고 건설한 주역으로 일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불교전문 학교인 혜화전문학교의 후신인 동국대학교는 마당 한가운데 있는 불상을 중심으로 본관까지 약 50m에 이르는 긴 생기맥이 흐르고 있어 앞날이 밝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흥선 대원군의 집터와 인접한 장소에 최초로 세워졌던 건국대학교와 동덕여자대학교 역시 발상지는 아주 좋은 명당이었다.
불암산의 생기
효창동의 숙명여대와 서교동의 홍익대학도 기가 살아 있어 더 많은 발전이 기대되는 대학들이다. 세종대학과 상명대 그리고 돈암동의 성신여대 등도 터는 나무랄 데가 없기 때문에 추임새를 얻는다면 더 좋은 인재들이 모여들 것이다.
강 건너 흑석동의 중앙대학교는 교통의 편리성 등 좋은 점도 있으나 금계포란형인 국립현충원의 청룡맥 뒷등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더 좋은 터를 잡아 옮기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학에 준하는 교육기관으로 태릉의 육군사관학교가 있다. 학교가 앉은 자리가 불암산 지맥이고 불암산 정상이 우연찮게도 투구봉인 것도 범상치 않은 인연이다. 이 학교 출신들이 국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태릉은 원래 조선시대 궁중 여걸의 한 사람이었던 문정왕후의 무덤을 일컫는 이름이다. 문정왕후릉 자체는 생기가 없으나 불암산에서 흘러내린 용맥이 곳곳에 명당을 빚어 육군사관학교를 낳고 또 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담금질하는 태릉선수촌을 낳은 것이다. 이곳에서 연습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해 당당하게 메달을 걸고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도 덩달아 가슴이 먹먹해지던 경험도 이곳의 생기와 무관치 않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말하자면 명당 기운이 없는 곳에 제아무리 넓고 보기 좋은 땅을 캠퍼스로 삼았을지라도 좋은 인재를 모으기는 어려운 법이다.⊙
<구술 정리 : 金成東 月刊朝鮮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