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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의 인간탐험

시사만평가 김경수의 ‘한 컷의 테러리즘’

“진영으로 찢어진 대한민국에서 직업 드러내놓고 밝히지 못해 통탄”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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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의 심장’ 대구서 발행하는 신문 만평으로 전국 관심 모아
⊙ “이재명 대표야말로 믿고 쓰는 (만화의) 재료이자 양념”
⊙ “극렬 커뮤니티와 특정 정치 팬덤 등이 1차적인 댓글 공격 시작… 자기 검열화 압박”
⊙ “시사만화가, 설자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전달 수단 달라졌을 뿐”
⊙ 1996년 《조선일보》 시사만화 공모전 대상 받으며 등장… 여러 필화 사건 겪으며 최고 만평가 반열에
⊙ 뉴스보다는 뉴스 이면을 봐… 찰나의 짧은 시간에 독자의 무릎 치게 해야

金鏡秀
1968년생. 계명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 1996년 《조선일보》 전국시사만화 공모전 대상, 《매일신문》 《내일신문》 《신동아》 《시사IN》 등에 시사만평 게재 /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한 걷기 여행》(1, 2, 3), 《개소리들 하지 마》 《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생각》 등 다수
스스로 풍운아라고 말하는 김경수 화백.
  신문 만화가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매일신문》 시사만평 〈매일희평〉의 작가 김경수(金鏡秀) 화백만큼 오랫동안 힘차게 한길을 걸어온 이가 또 있을까. 김 화백의 뒤를 봐도, 앞 세대를 훑어봐도 현시점에서 만평다운 만평은 잘 보이지 않는다.
 
  탄핵 정국 시대에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발행하는 신문이어서일까? 《매일신문》 없는 김경수, 김경수 없는 《매일신문》은 특히나 요즘 상상하기 어렵다.
 
 
  ‘재밌다’ ‘씁쓸하다’ ‘아프다’
 
  김 화백의 유머와 신랄함, 풍자, 냉소, 비꼬기는 ‘한 컷의 테러리즘’이라 불릴 만큼 위력이 크다. 똥침을 제대로 맞은 듯 독자들은 ‘재밌다’ ‘씁쓸하다’ ‘아프다’로 반응하며 화장실 문을 발로 차고 나서듯 ‘내일 자 매일희평’을 기다린다.
 
  김 화백은 작년 8월 서명수 《매일신문》 객원 논설위원과 《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생각》(서고 간)이라는 책을 펴냈다. 서 위원이 글을 쓰고 김 화백이 그림을 그렸다. 이 책에서 ‘그’는 다름 아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리킨다. 책에서 이 대표는 역사상 최악의 정치 악당 내지 교주(敎主)로 묘사되어 있다. 김 화백은 이 대표를 신흥종교 JMS를 연상시키는 JM’S(재명이의 ‘개딸’) 교주로, 그의 발아래 정의당, 언론, 패널, 친명, 법조, 친문, 반명, 비명이 오징어처럼 널브러지게 묘사했다.
 
  기자는 지난 2월 5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김 화백을 만나 시사만평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 김 화백의 시사만평을 ‘한 컷의 테러리즘’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한 컷이 강렬하기 때문이지요. 만평에 관한 ‘김경수론(論)’이 궁금합니다.
 
  “농구 경기와 고릴라 실험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인간의 제한적인 인지 능력을 증명해 보이는 실험인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실험 도중에 누군가의 눈에는 지나가는 고릴라가 보였다는 사실이죠. 이게 시사만화가에게 꼭 필요한, 살아 숨 쉬는 눈이 아닐까 합니다.”
 

  김 화백의 비유는 1999년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 실험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현상을 말한다.
 
  각각 흰색과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6명의 학생들이 공을 주고받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피실험자들에게 흰색 팀의 패스 횟수를 세어보라고 명령한다. 이들이 잔뜩 신경을 곤두세워 공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 고릴라 의상(衣裳)을 입은 이가 걸어와 가슴을 치고 가다 말다를 반복한다. 그 후 피실험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고릴라를 보셨나요?”
 
  놀랍게도 실험에 응한 이들의 절반이 고릴라를 못 봤다고 답했다. 이 실험은 인간의 사고체계가 얼마나 미덥지 못하고 허술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 화백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뉴스 이면의 고릴라를 발견하게 돕는 일이 시사만평가의 역할”이라고 한 문장으로 일축해서 정의했다.
 
 
  ‘야! 이것 가지고 이런 맛도 내네’
 
김경수 화백은 “만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신선한 재료”라며 “뉴스의 이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우리 사회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듭니까.
 
  그는 냉소적이게도 “보수와 진보라는 틀 자체가 의미 없다”고 했다.
 
  “시사만화 그리기 30년에 체득한 결과물이라고 봐도 되겠죠. 제 눈에는 진보와 보수는 기독교냐 불교냐, 트로트냐 로큰롤이냐 정도쯤으로 취향(趣向)의 전리품처럼 보입니다.
 
  젊은 시절 구국의 열사들이 나이 들어 배 나온 586 꼰대 소리를 듣고 살면서도 진보, 보수로 가르며 손에 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네요. 저는 오늘도 그들의 논리와 가치의 모순을 까발리고 있고요.”
 
  ― 시사만평 작업의 단계가 궁금합니다.
 
  “일단 뉴스 속 인물 중심의 포커스를 좁히면서 작업이 시작된 후 최대한 상황 묘사의 극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끌어오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를 위해 평소 축적한 직간접 경험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합니다.
 
  다음 단계는 ‘한 컷’의 완성을 위한 마무리에 들어가는데 일종의 열심히 그리기 노동의 단계죠. 마지막으로 만평에 생명을 불어넣어 줄 한 줄의 카피와 교정·교열을 거칩니다.”
 
  ― 한 컷을 그리기 위해 뉴스를 검색하고 시청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은데요.
 
  “뉴스를 보는 이유는 시사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체크하는 측면이 크죠. 채널마다 동일한 내용을 반복·확대 재생하는 요즘은 뉴스에 큰 의미가 없을 정도예요. 오히려 뉴스의 이면을 보려는 측면이 강합니다.”
 
  ― 만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요리를 생각해 보세요. 음식 재료가 신선하고 좋아야 맛이 있죠. 그 재료에 따라 음식이 한식도, 중식도, 서양식도 됩니다.
 
  제일 중요한 건 신선한 재료입니다. 지나간 뉴스, 즉 상한 재료로 만들면 아무도 안 보는 거지.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핫하고 즐겨 찾는 재료를 갖다가 ‘야! 이것 가지고 이런 맛도 내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게 재료고 그다음이 그걸 갖다가 버무리는 요리사의 역할이에요.”
 
 
  ‘밥은 먹고 다니냐?’
 
1996년 《조선일보》 주최 ‘요즘 세상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타이틀의 전국시사만화 공모전에서 김경수 화백이 대상을 차지했다. 그해 7월 10일 열린 시상식에서 김 화백이 당시 방상훈 사장으로부터 상장과 상금을 받고 있다.
  ― 요즘 꼭 들어가는 재료는….
 
  “요즘은 광고 카피 문구처럼, 이재명 대표야말로 믿고 쓰는 재료이자 양념이죠.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모든 요리의 베이스에 가까운….”
 
  ― 이재명 대표에 대한 풍자가 많은데 그를 악인(惡人)으로 봅니까.
 
  “시사만화가 인생 30년 동안 듣도 보도 못한 세상 정치 잡놈으로 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측은함마저 들더군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맞닥뜨린다면 어느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인용해 주고 싶은 캐릭터라고 할까? ‘밥은 먹고 다니냐?’”
 
  김경수 화백은 1968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계명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작품으로, 마크 펜으로 삽화를 그려 낼 만큼, 그는 일찍부터 시사만평가의 길을 향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실제로 17세 때, 전국 그림대회에서 보충수업 폐지를 주제로 한 4컷 만화로 수상할 정도로 그 열정과 재능이 남달랐다.
 
  선친이 대구 정치의 야당 거물이자 체육인이었던 신도환(辛道煥·1922~2004년)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이었다. 아버지(故 金相弘)를 따라다니며 더러 정치인을 만났다고 한다. “‘저 집은 장택상이가 살던 집’이라시며 정치 비화를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형우 같은 역할을 신 의원에게 하셨다”고 떠올렸다. 아마도 김 화백의 정치감각은 물려받은 것이리라.
 
  ― 어떤 계기로 시사만화의 길로 들어섰나요.
 
  “1996년 《조선일보》 주최 ‘요즘 세상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타이틀의 전국시사만화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면서 세상에 나왔죠. 이후 지금까지 2~3개 일간지와 주·월간지에 만평을 실었습니다.”
 
  ― 습작 시절을 회고한다면….
 
  “형식의 완결성을 글로벌 수준에 맞추고 싶어서 파키스탄 출신의 패트릭 차패트, 미국에서 활동하는 마이크 루코비치, 홍콩 《명보》지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 왕금송을 많이 참고했죠.
 
  구도와 선을 그대로 따라 해본 적도 있었을 정도예요. 지금은 게을러져서 웹 사이트 주소도 잊어버렸으니….”
 
  그는 자신이 ‘게을러졌다’고 말하지만 자신만의 독보적인 ‘컷’을 위해 얼마나 바쁘게 달려왔을까.
 
 
  진영과 이권의 카르텔에 의한 자기 검열
 
  ―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에 대한 입장이 있습니까. 시사만화[만평]가는 풍자와 비판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만, 그게 진리에 근접하다고 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또 선(善)한 누군가를 상처 입히기도 할 것 같은데, 그럴 경우 스스로 어떻게 자신을 다독이나요.
 
  “김대업 광풍에 휩쓸려 나간 이회창, 파병과 한미FTA로 휩쓸려 나간 노무현, ‘청산규리’가 내몬 이명박 때는 일방적인 상처 입히기였다면 요즘은 만평에 대한 무차별 댓글 몰이와 집단행동 등으로 난도질당하니 장군 멍군으로 볼 수도 있어요.”
 
  ― 5·16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소속의 군 검열관으로부터 일일이 신문 내용을 사전검열받았다고 합니다. 군사 정부나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풍자할 경우 삭제되는 일이 허다했고 원고 마감시각에 쫓겨 대체 가능한 만화 원고를 또다시 창작하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민주당의 ‘개딸’처럼 집단지성이라는 명목으로 극렬 커뮤니티와 특정 정치 팬덤 등이 1차적인 댓글 공격을 시작하죠. 심하게는 매체 광고 압력 진영 간의 갈등 확전 등으로 작가나 편집진의 자기 검열화를 압박하는 추세가 이미 수년 전부터 자리 잡아버렸다고 볼 수 있죠.”
 
  ― 시사만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십니까. 설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언론의 건강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는 지적에 동의하십니까.
 
  “시사만화가 위기를 맞았다기보다는 올드미디어, 특히 지면 매체들의 위기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시사만화는 이제 모바일을 통해 일파만파되는 경우도 있으니 설자리가 줄어든 게 아니라, 전달 수단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 언론의 검열 환경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요.
 
  “독재 권력 이후 사주(社主)의 눈치를 봤다면 이젠 진영과 이권의 카르텔에 의한 자기 검열이 존재하는 매체들이 즐비해지면서 특정 진영의 정부 광고나 정당 지자체 광고 등으로 연명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온오프 일간지들 속의 시사만화가가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낼지는 명약관화하지 않나요?”
 
 
  “아직 전성기 오지 않아”
 
  ― 시사만화가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있을까요? 또 후회스러운 기억이 있으면 들려주십시오.
 
  “무엇보다 만평 한 컷이 전국적으로 일파만파될 때겠죠. 보람은 물론이고 에너지가 솟아났어요.
 
  후회라면 세상을 그 누구보다도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과 함께 특히 요즘같이 진영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막장 대한민국에서 주변인들에게 직업을 드러내놓고 밝히지 못하는 점에 왜 이 길을 택했나… 통탄할 노릇이죠.”
 
  ―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이 시사만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십니까. 긍·부정의 영향 관계를 말씀해 주십시오.
 
  “발전이라는 표현보다는 지대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시사만평 한 컷은 휘발성이 짙어요. 찰나의 짧은 시간에 독자의 무릎을 치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모바일은 확증 편향의 알고리즘이 보편화되면서 내용의 즉자적임은 물론 표현의 신뢰성보다는 진영의 목소리 반영을 더 크게 요구받는 편입니다.”
 
  ― 시사만화가들에겐 재충전의 기회나 연수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꿈같은 얘기죠. 재충전이나 연수 역시 작가 개인의 마감과 마감 사이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 〈두꺼비〉의 안의섭 등 시사만화가에게 열광하던 시대가 돌아올까요.
 
  “아마 〈미스 트롯〉처럼 뛰어난 기획자가 나타난다면 가능할지도….”
 
  ― 다시 태어나도 시사만화가의 길을 걷겠습니까.
 
  “젊은 나이부터 시작해 평생을 했으니 한번 해봤으면 됐지 않나 싶네요.”
 
  ― 앞으로 이루고 싶으신 꿈이 있습니까.
 
  “지금의 제 모습이 시사만평을 시작하던 시절의 한결같은 꿈이죠.”
 
  ― 롱런 비결이 궁금합니다.
 
  “글쎄요, 시사만평 내지 만화가로 롱런이라면 앞으로 20~30년은 더 해야 들을 만한 소리이지 않을까요? 아직도 저만의 완성된 형식이 없어 아쉽죠.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다룬 뉴스의 내용을 종합 농축해 일필휘지(一筆揮之)의 한 컷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했다. 또한 작업실 가득한 삽화집을 보면서 그가 단숨에 그려내는 한 컷을 위해 수십 수백 번의 숨을 고르는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생산하고 난 후에는 탄성과 박수 외에도 검열과 지탄이라는 군장(軍裝)을 홀로 어깨에 메고 ‘풍운아’ 언덕길을 무겁게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풍자하는 라퐁텐의 〈팔려가는 당나귀〉 우화의 의미를 김경수 화백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것이라는 것도….
 
 

  김경수 화백이 고른 만평 8選
 
〈만평1〉 ‘평화경제’
  〈만평1〉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저앉아 붓으로 평화경제라고 쓸 때 김정은은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세발자전거를 타는 그림이다. 자전거 바퀴자국이 평화경제라는 글씨를 더럽히고 있다. 김 화백의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결 구도 종식을 위해 떠드는 구호가 다음 날 터지는 김정은의 장·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뉴스 등으로 물거품 되어 버린 것을 풍자한 그림입니다.”
 
〈만평2〉 ‘즐기고 있는 식구들??’
  〈만평2〉는 문재인 정권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드잡이 갈등을 소재로 한 만평. 추미애의 막장 드라마를 친문(친문재인) 패밀리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 화백의 말이다.
 
  “점입가경 일일 연속극화되어 버린 추미애의 광질은 훗날 윤석열 정권 탄생의 여우조연상을 받기에 충분했죠.”
 
〈만평3〉 ‘토지 독재 개념’
  〈만평3〉은 문재인 정부 당시 건보료, 재산세, 종부세 폭탄을 광주 5·18 계엄군으로 묘사한 그림으로 엄청난 논란을 빚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국가 폭력에 비유한 지방 일간지(《매일신문》)의 만평이 초유의 전국적 난리법석을 떨게 했던 한 컷이죠. 물론 전라도 광주 언론들로부터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 과거에도 만평으로 탄압을 많이 받았지요.
 
  “이명박 정권 때는 4대 강과 관련해 줄곧 비판적인 내용을 연재하다 결국 약 5년간 계약 해지를 당했었죠. 유감스럽게도 논조와 다른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박수 치던 그 누구도 막상 나서서 수습하는 이 하나 없었죠.
 
  박근혜 정부 때는 수차례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았습니다.”
 
  ― 어떤 이유로.
 
  “배신자 유승민(전 의원)을 우호적으로 묘사했다가 청와대로부터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서운하다는 뜻을 전해 들었죠.
 
  《매일신문》이 아닌 다른 매체였지만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반론 보도를 청구한 일도 있었죠. 돌아보니 시사만화 일생에 전 풍운아였네요.”
 
〈만평4〉 ‘사과하라! 다시 한번 더!!’
  〈만평4〉는 지난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공천을 받았다가 번복된 도태우 변호사에 대한 억울함을 담았다. 도 변호사의 사과문에는 이재명 대표를 비꼬는 내용이 가득하다. 인용하면 이렇다.
 
  〈저 도태우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입에 담지 못할 패륜 쌍욕 한번 찰지게도 못하고 간이 콩알만 해서 천문학적 개발 비리에 위증교사, 검사 사칭은 근처에도 못 가보고 (중략) 선거법 주무르며 공천 학살은 꿈도 못 꾸고 법카 시원하게 유용하는 배짱도 없었고(하략)〉
 
  김 화백은 이 만평을 이렇게 기억했다.
 
  “국민의힘의 의석수가 초토화돼 버린 작년 4월 총선에서 한동훈식 공천 후 낙천 파동이 빚어졌죠. TK 집토끼마저 떠나게 하면서 민주당은 역대급 대승을 거두고 ‘여의도 대통령’ 이재명 시대가 열리게 되었죠.”
 
〈만평5〉 ‘이게 다 내 업보다’
  〈만평5〉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살모사’로 묘사하며 거대 구렁이(아마도 국민의힘을 묘사한 듯)를 삼키고 있다. 살모사 한동훈의 말풍선에는 ‘누구든 날 무시하면 난 살모사가 되고, 하지만 누구든 날 대접하면 난 보약 같은 친구야’라고 적고 있다. 김 화백의 설명이다.
 
  “총선 폭망 윤석열 ‘식물 정권’은 급기야 한동훈 책임론과 살모사 정치 등 내부 총질 사태로 확산되면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의 불씨로 확산됐죠.”
 
 
  이재명과 한동훈, 김수미
 
〈만평6〉 ‘한동훈판 혜경궁 김씨 의혹’
  〈만평6〉은 국민배우 고(故) 김수미를 등장시켜 한동훈 전 대표의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을 꼬집고 있다. 영화 〈사랑이 무서워〉의 한 장면을 오버랩하며 김수미의 “사람 사는 방에 개밥 쉰내가 나냐”라는 말이 적혀 있는데, 웃프게 느껴진다. 김 화백의 계속된 설명.
 
  “전국적으로 조회수 폭등의 만평이 될 정도로 고 김수미의 사망과 반 한동훈 정서가 맞물리던 시기의 한 컷이었죠.”
 
〈만평7〉 ‘뒤통수 뚫리고 똥줄타고…’
  〈만평7〉은 선거법 확정 판결을 앞두고 똥줄 탄 이재명 대표가 한 손엔 두루마리 화장지를, 다른 한 손엔 항문을 부여잡고 화장실(일명 ‘윤퇴진 해우소’)로 달려가고 있지만, 그곳엔 ‘배신 낙인 변비’(한동훈 전 대표)가 변기에 눌러앉아 있다. 이 만평의 제목은 〈뒤통수 뚫리고 똥줄 타고…〉다.
 
  “이재명과 한동훈이 동병상련의, 말 그대로 똥줄 타는 정국을 묘사한 만평이죠. 서로가 비슷한 처지지만 서로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을 그렸어요.”
 
〈만평8〉 ‘역사를 잊은 민족’
  〈만평8〉은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 역전 현상을 두고 민주당이 카톡 검열과 여론조사 기관을 압박한 것을 풍자한 그림이다. 이재명 대표를 전두환 계엄사령관에 비유했다. 김 화백의 말이다.
 
  “〈서울의 봄〉이 한쪽 진영의 홍보영화가 되어버린 현실이지만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와 폭거가 하나회의 군사정변과 다름이 없는 현 시국을 묘사했어요. 하지만 몇 시간 만에 민주당 쪽의 항의가 예상되어 이재명과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의 모습은 지운 채로 만평을 교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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