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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訪韓 우크라이나 장교가 말하는 우크라이나 전황과 드론전쟁

“적이 ‘당신을 죽이거나 침략하겠다’고 하면, 믿어야 한다”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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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세계·민주주의가 질 수 없는, 져서는 안 되는 전쟁”
⊙ “푸틴, 우크라이나 점령하면 우크라이나인을 ‘러시아 보병’으로 동원해 폴란드로 진출할 것”
⊙ “북한 미사일, 우크라이나를 미사일 시험 장소로 활용”
⊙ “중국산 드론 쓰는 한국, 중국이 언제든 공급망 끊을 수 있어”
⊙ “한국군, 분쟁 지역에 파견돼 실전 능력 기르고, 경험 있는 사람이 진급해야”
⊙ “500달러짜리 FPV 드론이 250만 달러 전차 무력화”
⊙ “우크라이나군 90여만 명 중 여군은 5만5000명… 5000명은 일선에서 전투”
⊙ “한국의 우수한 방공체계와 포탄 지원 희망”
⊙ “여전히 전차는 중요해… 드론 대응 능력 갖춰야”
우크라이나 국방부 소속 페트로 야첸코 소령이 한국의 창끝전투학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9월 말 우크라이나군 소령 2명이 한국을 찾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국제협력관실 소속 페트로 야첸코(46) 소령을 비롯해 장교 2명이다.
 
  이들은 ‘창끝전투학회(학회장 조상근)’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창끝전투학회는 대대급 이하 소부대 군사혁신을 추구하는 민간단체다. 이번에 두 우크라이나 장교를 초청한 이유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벌어지고 있는 드론 활약상에 대해 듣기 위해서이다.
 
  일부 학자들은 돈바스 전쟁(2014년)을 1차, 2022년 전면 침공을 2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책 14권 쓴 작가, 전쟁 나자 소령으로 動員
 
지난 8월 25일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러시아군 진지 상공에서 FPV 자폭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우크라이나 리비우(Lviv) 출신인 야첸코 소령은 통신·항공공학 석사다. 2022년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는 우크라이나 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며 책 14권을 썼고 문학상도 받았다. 전시(戰時) 동원령에 따라 2022년부터 소령으로 입대해 복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예비역 장교 양성 과정을 운영하는데 본인 의사에 따라 지원하며 유사시에는 동원(動員)된다. 야첸코 소령은 장교 양성 과정을 거쳤다. 기자는 영관급 장교에 불과하지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현역 장교들을 통해 전쟁의 현황, 특히 드론 전쟁을 비롯한 현대 전쟁의 새로운 양상을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이들을 인터뷰했다. 기자의 질문에는 모두 야첸코 소령이 답했으며 민감한 사안에는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표현합니다.
 
  “명백한 전쟁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분쟁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당초 전면전이 아닌) 짧은 시일에 끝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침공했기 때문입니다.”
 
  — 러시아의 초기 계획은 무엇이었습니까.
 
  “2주 안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고 수주일 내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었습니다. 러시아는 대규모 전면전을 계획하지도,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 증거가 있습니까.
 
  “노획한 문서, 러시아 전쟁 포로의 증언, 다양한 군사 정보를 통해 확보한 내용입니다. 러시아는 키이우를 점령한 후 행진을 위한 옷도 따로 준비해놓았었습니다. 수도 점령 축하 행사용 차량까지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계획이 실패하자 러시아는 침공의 규모를 축소하려고 계속해서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예측했습니까.
 
  “네. 러시아 전문 연구기관의 분석을 통해 침공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기관은 오래전부터 러시아의 침공 준비 과정을 분석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점령 위해 30년간 준비”
 
지난 9월 24일 충남 계룡시 계룡문화의전당에서 창끝전투학회가 드론을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 어떤 분석입니까.
 
  “우선 러시아는 자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30년가량 여론전, 심리전(선전전)을 전개했습니다.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뒤섞어 자국(自國)과 상대국에 유포했죠. 러시아는 자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데 매우 능숙합니다. ‘소련 붕괴는 큰 비극’ ‘소련 시대의 삶이 매우 좋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그때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선전했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인은 매우 위험하고 극도로 민족주의적’이라고 ‘보이지 않는 세뇌’를 했죠. 저도 2003년 러시아에 있을 때 이를 경험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내부에도 러시아 동조 세력이 있지 않았습니까.
 
  “친러 성향 정치인들이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이들을 지렛대로 삼았죠. 대표적으로 빅토르 야누코비치(2014년 러시아 망명) 전 대통령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끼쳐 이익을 취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죠.”
 
  — 어떤 식입니까.
 
  “러시아 정보기관(구 KGB, 현 FSB)의 영향력 행사 전략은 소련 시절부터 이어져 왔으며, 주로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는 갈등 유발 단계입니다. (목표 대상인 나라) 내부에서 최대한 많은 분쟁이 일어나게끔 움직입니다. 주로 종교적, 사회적 갈등입니다. 여기에는 극좌·극우 정치 운동에 대한 지원, 인종 간 갈등 유발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앞서 조장한 갈등을 바탕으로 그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든 후 러시아의 ‘문화적 영향력’으로 통제합니다. 세 번째는 ‘안정화’ 단계입니다. 해당 국가의 유력 인사, 정치인 등에게 돈과 정보를 제공하고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듭니다.”
 
  야첸코 소령은 2차 아편 전쟁(1856~1860년) 당시 러시아가 당시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동아시아(極東) 연해주를 획득한 것도 앞서 소개한 이론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무력 침공은 러시아의 마지막 수단”
 
지난 2월 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공격으로 아파트 건물에 화재가 났다.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해 러시아는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샤헤드 드론을 발사했다. 사진=뉴시스/AP
  — 러시아는 왜 무력을 사용한 겁니까.
 
  “두 번째(불안정화) 단계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침공은 마지막 수단이죠. 러시아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십 년에 걸쳐 준비합니다. 절대로 ‘즉각적인’ 침공을 하지 않습니다.”
 
  야첸코 소령은 친러 성향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2014년 실각한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크름반도 사태, 돈바스 사태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내부 분열로 인해 두 침공에 군사적인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러시아는 모든 제재를 예측하고 대비했습니다. 전면 침공을 앞두고는 대량의 루블을 달러로 바꿔 비축해놓았죠. 또 ‘미르(Mir)’라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대비했습니다.”
 
  미르는 2015년 러시아가 도입한 국내 결제 카드 시스템이다. 2022년 서방의 제재로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하자 미르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 러시아의 현재 전략은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하이브리드전(군사와 비군사적 수단 결합)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군사력만이 아니라 러시아 사회 전체, 언론, 기업, 종교 등 모든 분야를 동원합니다.”
 
  — 2022년 침공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사회는 어땠습니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한쪽에선 ‘전면 침공이 불가능하며 푸틴 군대가 더 이상 진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쪽에선 ‘침공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 왜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까.
 
  “전쟁을 대비하는 태도가 달랐기 때문이죠. 전쟁이 두렵고 또 비용도 많이 듭니다. 상당수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의 위협을 환상처럼 여기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사 개혁 덕분에 선전”
 
  — 2014년 돈바스 사태, 크름반도 사태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계속해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 (군사) 훈련하며 대비했기 때문입니다. 드론을 생산하는 비정부기구를 만들고,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시험하는 등의 준비를 해놓았었습니다. 또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미국 등과의 협력으로 군사 개혁도 이루어놓았었습니다. 이 개혁은 전쟁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야첸코 소령은 “우크라이나 군대는 작고, 러시아 군대는 크고 강하다는 편견이 있다”면서 “이 전쟁은 명백히 제국주의적 전쟁이다.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인적 자원, 천연자원을 점령하는 것”이라고 했다.
 
  —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모두 점령하면 전쟁이 끝나는 겁니까.
 
  “푸틴의 의도를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푸틴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모두 점령한 뒤에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점령지(우크라이나)를 바탕으로 또 다른 영토 확장에 나설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주민을 세뇌하고 이들을 전장에서 소모되는 ‘미래의 러시아 보병’ ‘전쟁 기계’로 동원할 것입니다.”
 
  — 주변국을 추가 침공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 다음은 폴란드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2022년 침공을 앞두고 ‘NATO가 1997년 국경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 국경선에 폴란드(1999년 가입)는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응과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러시아의 계획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진출 방향을 바꿀 것입니다. 몰도바, 카자흐스탄, 조지아처럼 구소련 소속이었던 나라에 ‘서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 ‘러시아가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침공할 수 있습니다. 이미 해당 국가에서는 이러한 선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푸틴의 야망이 구소련 지역 전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나토와 유럽연합에는 큰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점령 실패 시 구소련 국가로 우회”
 
우크라이나 시청 인근에 전시된 전사자 추모 사진전에서 류드밀라 멜리크가 전사한 남편 올렉산드르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AP
  —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규모는 어떻게 됩니까.
 
  “90여만 명입니다. 이 중 여군은 약 5만5000명입니다.”
 
  — 전선에 나가 있는 여군은 얼마나 됩니까.
 
  “약 5000명 수준입니다. 제가 아는 여군은 유탄발사기 사수, 의무병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 전쟁이 지속되면서 징집 연령이 높아졌다고 하던데요.
 
  “러시아 침공 이전에는 보병의 경우 35~40세였습니다. 이들은 주로 주(州)방위군 형태로 복무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평균 연령은 이보다 높아졌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평균 연령은 2024년 후반기를 기준으로 45~48세로 추정된다.
 
  —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는 전쟁 초기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2년 반이 넘도록 싸웠기에 처음과 같은 투지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친 뒤 치료 후 다시 싸우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후방 병력을 적절히 교체해줘야 하는데 병력난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군인은 기꺼이 전선으로 복귀해 계속 싸우기를 희망합니다.”
 
  — 지금은 러시아를 상대로 격렬히 저항하는데 왜 소련 시절에는 저항하지 않았습니까.
 
  “우크라이나 군대는 소련에 맞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3년까지 8년 동안 열심히 싸운 역사가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후에는 문화적 저항 운동을 폈습니다. 정치범도 많았어요. 우크라이나 출신 문인,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편입되는 걸 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저항한 역사가 분명히 있습니다.”
 
  —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는 어느 정도입니까.
 
  “약 65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월(月)평균 3만 명이고, 일(日)평균 12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군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규율이 엄격하고 강압적입니다. 러시아군의 통신을 감청하면 무서운 이야기가 오갑니다. 주어진 위치에서 후퇴하려고 하면 지휘관은 이들에게 ‘처형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항복하여 전쟁 포로가 되는 것보다는 자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항복하면 패배자’라는 틀을 씌웁니다. 이래서인지 러시아 군인들이 기관총이나 수류탄으로 자살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브라질, 말레이시아, 쿠바 출신도 PMC로 참전”
 
지난 10월 4일 충남 계룡시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2024에서 페트로 야첸코 소령이 대(對)드론 전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일선에서 싸우는 러시아 병력은 어떤 계층으로 구성됐습니까.
 
  “러시아 본토,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소외 계층, 소수민족 출신이 많습니다. 포로들의 출신을 보면 수십 개의 민족(국가)이 섞여 있습니다. 러시아인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체첸인들로 구성된 부대는 후방에 주둔하는데 이는 체첸 출신을 정예 병력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수감자나 사회적 약자들로 구성된 부대가 최전선에서 싸우는데 일선에 배치된 러시아군 병사들은 대체로 싸울 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 전쟁 포로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본부에는 전쟁 포로를 인도적으로 대우하기 위한 기구인 ‘전쟁 포로 처우에 관한 조정 본부(KSHPPV)’가 있습니다. 전쟁 포로에 대한 인도적 처우와 포로 교환 등의 업무를 맡습니다. 충분한 음식과 의료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쿠바 출신 27세 남성 포로의 경우 ‘제발 쿠바로 돌려보내지 말고 수십 년이라도 좋으니 우크라이나 감옥에 있게 해달라’고 할 정도입니다.”
 
  — 쿠바인은 어떻게 전쟁에 참전하게 된 겁니까.
 
  “PMC(민간군사기업) 소속입니다.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이 PMC 용병으로 러시아 편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5일 우크라이나에서 연락이 왔다. 북한군의 참전이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우선 3000명 규모로 파병이 이뤄졌고 최다 1만2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곧이어 18일에는 국가정보원이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을 공식 확인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 받았으며, 북한인과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
 
지난 10월 16일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연병장 내 북한군 추정 400여 명 운집) 촬영 자료. 사진=국가정보원 제공
 
나진항 출항 북한 무기선적 러시아 선박(Lady R호). 사진=국가정보원 제공
  — 우크라이나군 내부에 러시아에 정보를 제공하는 간첩도 있습니까.
 
  “있습니다.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점령한 지역 출신 군인들이 정보를 유출하는 식입니다. FSB(러시아 연방보안국, 우리나라의 국정원에 해당) 같은 조직이 우크라이나 군인의 부모, 친척들을 협박해 벌어지는 일입니다.”
 
  — 방첩(防諜) 활동은 어떤 식으로 합니까.
 
  “스파이를 찾는 특별한 기법이 있습니다만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수가 간첩 혐의로 유죄(有罪)를 선고받았습니다.”
 
  — 전쟁에서 전차(탱크)나 장갑차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탱크나 장갑차 없이는 공격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전차와 장갑차는 전장에서 유용한 수단으로 존재할 겁니다.”
 
  — 전차 무용론(無用論)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의하지 않습니다. 드론으로부터 전차·장갑차를 방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미래 전장에선 전자전(電子戰) 대응이 필수입니다. 현재 러시아 전차가 고전하는 이유는 드론에 대응하기 위한 전자전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장거리 드론 개발 추진
 
  — 러시아 공군은 세계 2위 공군력을 자랑했지만 이번 전쟁에선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방공망(防空網)이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완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는 영토가 넓습니다. 유럽의 모든 방공망을 우크라이나에 집중적으로 배치한다고 해도 충분치 않을 겁니다. 전쟁 초기만 해도 러시아는 우리 방공 체계를 모두 무력화(無力化)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고정된 방공망은 파괴됐지만 이동식 방공망은 안전하게 대피해 기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전쟁 두 달 만에 항공기 200대 이상이 격추됐습니다.”
 
  — 우크라이나 공군의 활약은 없었습니까.
 
  “물론 우리 조종사의 선전도 한몫했습니다. 여기에 장거리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공군기지 중 일부를 타격하는 전과(戰果)도 올렸습니다. 러시아 공군기지를 우리가 먼저 타격하면 러시아 공군의 활동이 위축돼 일선의 우크라이나 보병기지는 더 강한 저항력(생존성)을 가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 러시아가 공군 전력에 투자를 소홀히 했기 때문은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러시아 공군은 정예 병력입니다. 훈련도 많이 받았습니다. 러시아 공군이 시리아 내전(2015년)에서 활약한 걸 떠올려보십시오. 러시아가 미국의 F-35처럼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를 갖고 있진 않지만, MIG-29·31과 같은 전투기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 러시아는 공군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습니까.
 
  “우크라이나 영공으로 진입하지 않고 러시아 영토 내에서 순항미사일 등을 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강점은 R-37(사거리 400km)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유한 F-16에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긴 것은 160km에 불과합니다.”
 
  러시아 공군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해 후방 기지에 공군력을 배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사정거리가 긴 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러시아는 항공기 운용에 제한이 생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미국·영국 등 서방을 향해 무기의 사거리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비행 드론 개발 프로그램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기에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고도 밝혔다.
 
 
  “값비싼 미사일 대신 드론”
 
지난 5월 10일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시 중심부에서 도시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한 FPV 드론 800개. 이들은 1년 동안 우크라이나군에 드론 약 7300개를 전달했다. 사진=뉴시스/AP (AP 포토/미콜라 티스)
  야첸코 소령은 러시아의 전술과 이에 대응하는 드론 전술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의 현대적 전술은 우선 공중에서 KAB-300·400·500과 같은 정밀 유도 폭탄으로 폭격을 가하거나 포병으로 목표 지역(아군 전초기지나 여단·연대본부)을 타격합니다. 이어 ‘많은 인명 피해를 감수’하고 보병을 투입합니다. 전차와 장갑차가 보병을 호위해야 함에도 드론에 쉽게 공격받을 수 있어 보병을 앞세워 위험을 무릅쓰고 전진하는 겁니다. 순서가 뒤바뀐 겁니다. 전자전 능력이 부족한 장갑차량은 드론에 의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병이 먼저 움직인 후 전차가 뒤따르는 게 최근 러시아의 전술 경향입니다. 전차나 장갑차가 홀로 기동한다면 전장에서 생존 시간이 채 5분도 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되도록 전차나 장갑차는 투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과거 이라크전에서 미 공군이 전투기와 미사일로 이라크군 탱크를 타격한 것처럼 지금도 상황은 거의 비슷합니다. 값비싼 미사일 대신 드론이라는 저렴한 방식으로 대응 방법이 진화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무인기(無人機)에 대응하기 위해 소대나 중대 단위에 전자전·대(對)드론 능력을 갖춘 방공 무기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는 전력 열세(劣勢)를 극복하기 위해 무인 전투 체계(드론, 로봇 등)를 활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드론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데, 용도에 따라 크게 정찰·감시 드론과 자폭 드론으로 나뉜다. 자폭 드론은 일회용이다.
 
 
  Army of Drones
 
  우크라이나는 사양이 낮은 저가 드론을 개발해 보급하는 프로젝트인 ‘아미 오브 드론스(Army of Drones)’를 실행 중이다. 디지털혁신부 장관 페드로프(Fedorov)는 국내 정보통신 전문가들을 동원해 저렴하게 대량으로 드론을 생산하여 공중, 지상, 해상 등 다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바이락타르와 스위치블레이드(미국 에어론바이런먼트), FPV(First Person View·일인칭 시점) 소형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FPV 자폭 드론은 적을 발견함과 동시에 타격이 가능하다.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을 가상현실(VR) 고글로 전송받아 조종하기에 FPV 드론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FPV 드론의 가격은 대당 500달러(우리 돈 65만원) 선이다. 이 드론이 250만~450만 달러(34억~60억원)에 이르는 러시아 전차를 타격해 무력화한다.
 
  이란이 개발해 러시아에 수출한 샤헤드-136(사거리 1000~2500km, 탄약 30~50kg)도 대표적인 자폭 드론이다. 대당 약 5만 달러 수준이며 러시아는 샤헤드-136 6000대를 들여왔다. 이후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샤헤드-136의 제작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 생산을 하고 있다.
 
  — 현재 전장에서 사용되는 무인 전투 체계를 소개해주십시오.
 
  “무인수상정 마구라(MAGURA)는 배나 교량, 해양 시설을 파괴하는 데 씁니다. FPV 드론은 장비와 병력을 공격하고 기지를 파괴합니다. 보급품을 전달하거나 군인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샤헤드-136, 바이락타르처럼 날개가 길고 동체가 상대적으로 큰 무인기는 정찰과 함께 장거리 타격용으로 씁니다. 4족 보행 로봇이나 무인탄약 보급 차량도 있으나 널리 보급되진 않았습니다. 여기에 시속 350km 이상을 낼 수 있는 쿼드콥터 드론은 헬리콥터나 다른 드론을 격추하는 데 활용합니다.”
 
 
  “대전차미사일 1발 비용=드론 215개”
 
우크라이나 군인이 FPV 드론을 들고 있다. 위에 얹힌 사각 물체가 대용량 배터리. 사진=뉴시스/AP
  — 드론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대전차미사일 ‘재블린’은 한 발에 10만7500달러입니다.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대전차미사일 ‘스키프’는 27만5000달러입니다. 드론은 500달러밖에 안 합니다.”
 
  대전차미사일의 사거리는 통상 2~3km라고 알려졌지만 실제 전장에선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1km 이내에서 사용한다. 이 때문에 대전차미사일 사수는 전차에 근접해야 하고 위험에 노출된다.
 
  — 드론의 타격 범위는 어떻게 됩니까.
 
  “초기 FPV 드론은 3~5km에서 활동했는데 이제는 드론 배터리 용량을 키워 20km 이상 비행할 수 있습니다.”
 
  — FPV 드론은 장거리 타격이 어렵지 않습니까.
 
  “먼 거리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땐 그에 맞는 장거리 드론[바이락타르(튀르키예제 자폭 드론) 등]을 사용합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지난 9월 21일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 있는 탄약고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많은 무기를 잃는 손실을 입었는데, 여기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KN-23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키이우에서 직선거리로 약 800km 떨어진 곳이다.
 
  — FPV 드론보다 파괴력이 더 높은 대형 드론의 사용 빈도는 왜 이리 낮습니까.
 
  “드론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립니다. 또 기체가 클수록 방공망에 취약해요.”
 
 
  “전차 1대 격파에 드론 10개 투입”
 
  — FPV 드론 1개로도 전차를 파괴할 수 있습니까.
 
  “단 한 개만으로도 파괴할 수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드론을 연속적으로 사용해 전차를 파괴합니다. 장갑차량 1대를 파괴하기 위해 최다 10개의 드론을 사용합니다. 탄두나 폭약을 장착한 드론이 전차와 충돌하면 전차의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포탑이 분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차 승무원은 공황 상태에 빠져 도망칩니다. 뒤이어 다른 드론이나 포병이 멈춰 선 탱크를 완전히 파괴합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자폭 드론이 목표물을 향해 비행하고 공격하는 모습은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단거리 정찰 드론을 활용해 타격 장면을 공개한다. 이는 드론 전술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 우크라이나군은 자폭 드론과 정찰 드론 여러 대를 한데 모아 군집(群集) 형태로 운용합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하나의 전술 시스템입니다. 운전자와 항법사(정찰 드론)가 따로 있다고 보면 됩니다. 자폭 드론 운용자는 자폭 드론 조종에 집중하고, 정찰 드론은 자폭 드론 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에요. 첫 번째 자폭 드론이 타격에 실패하면 그다음 자폭 드론이 연달아 목표물을 파괴하는 방식입니다. 제파(wave)식, 연속 타격입니다.”
 
  — 우크라이나군은 하루에 드론을 몇 대나 사용합니까.
 
  “최소 수백 대, 많게는 1000대 이상 사용합니다. 드론은 소모품입니다.”
 
  — 드론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습니까.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우리의 합참에 해당) 공식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장갑차량(전차·장갑차 등) 2만5700대 이상을 파괴했습니다. 이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확인된 수치입니다. 러시아 흑해함대 함정의 30%(60척)도 무인수상정 공격으로 파괴됐습니다. 야포 수천 문, 수만의 인명 손실도 입혔는데, 이 중 약 33%는 드론이 올린 전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23년 9월 25일부터 10월 2일, 일주일 동안 드론으로만 ▲전차 33대 ▲장갑차 37대 ▲트럭 41대 ▲연료 창고 17곳 ▲야포 69문 ▲박격포 10문 등을 파괴했습니다. 러시아군도 52명을 사살했습니다.”
 
 
  “분대 수준에서부터 드론 연구”
 
개인용 드론 탐지기. 100달러밖에 하지 않는다.
  ‘2만5700’이라는 수치를 두고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지난 7월 1일을 기준으로 8000대가량 파괴했다고 밝혔다.
 
  — 러시아군도 드론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전선은 양측의 드론으로 포화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두 나라 모두 전자전(EW)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100달러밖에 안 되는 드론 탐지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러시아 정찰 드론이나 자폭 드론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렌치 EW’라는 장비도 개발돼 있습니다. 기지국과 드론 사이의 주파수를 가로챈 뒤 드론 제어 신호를 차단해 드론을 격추하는 방식입니다. 제한 사항은 짧은 거리(1km 이내)에서만 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물을 쏘거나 직접 충돌해 드론을 격추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드론에 어떻게 대응합니까.
 
  “드론은 다양한 전자기 신호를 방출합니다. 주로 ▲통신 신호[드론(수신기)-조종기(송신기) 간 통신] ▲GPS 신호[드론 위치 파악] ▲모터에서 발생하는 전자기 잡음 등입니다. 러시아 EW 장비는 주파수 대역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드론의 통신·GPS 신호를 방해합니다.”
 
  — 대(對)드론 역량도 함께 발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입니까.
 
  “AI 기술을 드론에 접목하는 겁니다. 주파수 공격을 받거나 위성과의 통신이 끊겨 궤도에서 이탈하더라도 AI를 활용해 목표물까지 날아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드론이 발사 직후 자율성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의 조종 없이 알아서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으로요.”
 
  — 우크라이나군 일선 부대에서는 어떻게 드론 교육을 하고 관리합니까.
 
  “분대 수준에서부터 드론을 연구합니다. 각 부대가 임무에 맞도록 드론을 조립·개조하는 거죠. A라는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전자전 장비로 특정 주파수를 방출해 드론 비행을 방해한다면, 기존의 안테나를 떼고 새로운 주파수로 작동하는 걸 새로 끼워 넣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전자전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드론을 다룰 수 있는 기술자를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드론을 조립하는 데 그리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탄도미사일 방공 체계 지원 희망”
 
  — 무인기 분야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우크라이나는 정보 획득, 의사 결정 등에 필요한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집니다. 러시아가 수직적이라면 우리는 수평적입니다. 이 분야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합니다. 우리가 내놓은 개선책을 두 달 후엔 러시아가 따라 합니다. 우위를 잃지 않기 위해 매번 러시아보다 한 발 앞서 혁신해야 합니다.”
 
  — 우크라이나의 선전에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쟁 초기에는 임시방편으로서 큰 도움이 되었지만 결국 우리가 자율적·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통신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군은 여러 통신 체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스타링크는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 스타링크를 러시아도 쓰고 있습니까.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만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러시아의 샤헤드-136이 우크라이나의 전자전과 방공망에 의해 무력화되자 러시아는 무인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드론에 스타링크 수신기를 부착해 날렸습니다. 공식적인 발표 내용과 실상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답은 ‘러시아도 스타링크를 (불법적인 방법 또는 우회적으로) 사용하고 있다’입니다.”
 
  —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입니다. 한동안 탄약 부족을 겪어 전선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서방 국가들이 푸틴의 위협 때문에 지원 속도를 조절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 한국은 러시아와의 관계 때문에 비살상 무기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이란은 러시아를 직접 돕고 있습니다. 푸틴이 ‘레드라인’을 언급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어떤 무기를 지원하길 원합니까.
 
  “우선적으로 탄도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방공(防空)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다음은 포탄과 드론입니다.”
 
 
  한국의 천궁-2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이유
 
  앞서 우크라이나는 한국 정부 측에 대(對)드론 체계와 관련해 대기업 H사의 장비 수출을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는 러시아를 의식한 듯 난색을 보이고는 중소기업 W사의 제품을 권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고도 50km 이하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장거리 대탄도탄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충족시키는 무기는 LIG 넥스윈이 만든 ▲신궁(휴대용 지대공 무기), ▲천궁-1(항공기 등 요격) ▲천궁-2(항공기, 탄도탄 등 요격) 등이 있다. 우리는 이미 이 무기들을 실전 배치했다. 우크라이나가 필요하다면 생산만 하면 된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시급한 무기 체계는 천궁-2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에 대탄도탄 미사일 체계인 최신형 패트리엇 미사일 ‘PAC-3’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탄도 미사일을 자체 개발해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한국, 이스라엘, 중국, 러시아 정도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공동 개발한 ‘Arrow 3’이 있으나 전쟁을 치르고 있어 타국에 수출할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드론 개발 협력 가능”
 
우크라이나군이 획득한 북한제 KN-23 잔해. 사진=국가정보원
  — 한국에는 드론 공급망이 없습니다.
 
  “한국도 드론 생태계를 빨리 구축해야 합니다. 미래전은 드론 전쟁입니다. 우크라이나에는 많은 드론 제조업체가 있기에 대부분의 드론을 국내에서 만듭니다만 부품은 수입하기도 해요. 드론 구매 경로를 다양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한국은 중국산 부품을 조립해 한국산 드론이라고 속입니다.
 
  “드론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이 언제든지 공급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북한의 드론 공격에 무방비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협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드론에 관한 현대적인 전술과 운용법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십수 년간 발전시켜왔어요. 우리의 노하우와 한국의 드론 부품 공급을 결합하면 훌륭한 협력이 될 겁니다.”
 
  — 우크라이나는 포탄이 부족한데 드론으로 이를 보완할 순 없습니까.
 
  “포탄과 드론은 그 역할이 다릅니다. 함께 사용할 때 상승효과가 나는 것이지 드론이 포탄, 포병을 대신할 순 없습니다.”
 
  —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제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포탄 약 150만 발과 KN-23 탄도미사일이 대표적입니다. KN-23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매우 유사하지만, 구성품은 다릅니다. 부품에서 ‘ㄱ’처럼 한국어 글자가 적힌 부품 일부를 발견했어요. 최소 24개, 많으면 40개 이상의 미사일이 사용됐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연장 로켓포(방사포)도 지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8일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는 122mmㆍ152mm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이었다.
 
  그간 북-러를 오간 화물선에 선적됐던 컨테이너 규모를 감안하면 지금까지 122mm‧152mm 포탄 등 총 800여 만발 이상이 러시아에 지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북한제 무기의 성능은 어떻습니까.
 
  “매우 부정확합니다. 미사일은 특정 목표물을 (정확히) 맞춰야 하는데 북한제는 목표 지점이 아닌 곳에서도 폭발해요. 문제는 북한이 이번 전쟁을 미사일 시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는 북한 미사일이 더욱 정밀해지도록 기술적 조언을 할 겁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정확도가 훨씬 더 높아져 있을 겁니다.”
 
 
  “우크라이나가 이겨야만 하는 전쟁”
 
  —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로 진격했습니다.
 
  “푸틴이 그간 밝힌 ‘레드라인’을 우리는 여러 번 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쿠르스크와 크름반도 지역 일부를 확보한 사례입니다. 쿠르스크 지역을 우리가 확보했다는 것은 푸틴이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레드라인을 넘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병참선이 길어진다는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이미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보급선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병력과 탄약 부족입니다.”
 
  — 이번 전쟁을 두고 ‘우크라이나가 서방을 대신해 대리전을 하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런 표현은 러시아의 프로파간다(선전)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자주권과 독립성이 없고 서방에 조종당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만든 표현입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지키는 전쟁’이자 ‘자유세계, 민주주의가 질 수 없는, 져서는 안 되는 전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유세계가 동참해야 한다고 말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인한 파급 효과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까지 퍼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공격적인 주변국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 강화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합니다.”
 

  — 대리자 대신 대표자라는 표현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대리자 또는 대표자였다면 (서방으로부터) 전쟁에 필요한 모든 걸 지원받지 않겠습니까?(웃음)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가 3일 만에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단합해 지금껏 싸움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없는 전쟁, 러시아가 질 수 없는 전쟁’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아요.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이겨야만 하는 전쟁’입니다.”
 
  — 인구의 3.5%가 정부에 적극 저항하면 정권이 교체된다고 주장합니다. 러시아에서 시민 저항을 통한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봅니까.
 
  “2022년 2월 전면 침공 이후 4월과 여름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러시아 사회에 알리는 정보 캠페인을 했습니다. 직접적인 연결을 만들고자 많은 자원을 투입했어요. 러시아군 가족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목소리로 녹음된 전화를 걸어 ‘푸틴의 결정이 매우 나쁘며 러시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했습니다. 수십만 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에리카 체노웨스는 2011년 《시민 저항이 통하는 이유》에서 1900년부터 2006년까지의 323개 주요 비폭력 및 폭력 저항 운동을 분석한 결과 인구의 3.5%가 적극적으로 비폭력 저항 운동에 참여하면 정권 교체나 중대한 정치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왜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까.
 
  “앞서 소개한 이론이 전체주의 국가에는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인들은 자국에서 자유를 누리는 데 전혀 익숙하지 않습니다. 언론도 통제됩니다. 우리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푸틴의 측근을 중심으로 하는 6000명이 국가의 핵심입니다.”
 
 
  “하이브리드전의 수단에는 종교도 포함”
 
  — 일반 러시아 국민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지난 30년 동안 러시아의 선전은 자국민을 매우 수동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러시아 포로나 시민들과 대화하면 자신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단지 ‘우크라이나에 가서 싸우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라며 ‘푸틴이 당신들을 공격하는 것은 매우 나쁘지만, 그냥 우리에게 항복하세요’라고 말합니다.”
 
  — 그럼에도 푸틴의 지지율은 높습니다.
 
  “러시아 국민 중 침공에 대한 실제 지지율은 40% 미만입니다. 나머지 60% 이상은 무관심하거나 반대합니다.”
 
  — 일반 국민이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남자들은 동원되면 직장을 잃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어 두려워합니다. 러시아는 이전의 동원이 성공적이지 않았기에 현재는 돈으로 유인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주로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매월 3만 명 이상을 모집해 전쟁 기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 정교회가 전쟁을 반대하면 전쟁이 끝날 수 있지 않습니까.
 
  “핵심은 러시아 정교회가 완전히 정부 통제하에 있다는 것입니다. 스탈린 시대에 실제 교회의 모든 수장을 제거하고 통제·대체 가능한 사람들로 채웠습니다. 우리는 많은 러시아 정교회 사제들이 전직 KGB나 현직 FSB(연방보안국,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의 대위, 소령, 대령 등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정교회는 어떤 행동을 했습니까.
 
  “소련 붕괴 이후 수십 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사제를 파견해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정보를 퍼뜨려왔습니다. 크름반도 사태, 돈바스 사태에서도 러시아 정교회가 투입돼 내부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푸틴이 말한 하이브리드전의 수단에는 종교도 포함됩니다. 혹시라도 우크라이나에서 사제가 죽기라도 하면 우크라이나에는 불리한 여론이 퍼질 겁니다.”
 
  2009년 러시아 정교회 총주교가 된 키릴은 KGB 출신으로 알려졌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를 지지하는 입장을 냈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하면 죄가 씻겨 천국에 간다’라고도 했다.
 
 
  “러시아 뒤에는 이란·북한 있다”
 
  — 우크라이나 국민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입니다. 마치 핵폭탄을 맞은 것처럼 도시가 황폐해지고 집들은 파괴됐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는 아름다운 도시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막과 같습니다. 오데사, 마리우폴, 아우디이우카, 바흐무트와 같은 많은 우크라이나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어 그저 폐허로만 남아 있습니다. 이제 그곳에서는 아무도 살 수 없습니다.”
 
  — 미사일과 드론에 대한 공포가 가장 커 보입니다.
 
  “맞습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미사일과 드론이 가장 큰 위협입니다. 매일 미사일이 날아오고 공습경보가 울립니다. 장거리 드론은 밤낮으로 우리 국민을 공격합니다.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방공 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합니다. 러시아는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수력) 발전소 대부분을 파괴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시간이 갈수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줄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와 각 국가는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한다는 걸 이해합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미래에는 더욱 줄어든다는 점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자유세계와 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국제사회는 이 전쟁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러시아 뒤에는 북한과 이란이 있습니다. 만약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이 지원하는 무기로 승리한다면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조성된 (안정된) 체제가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 세 개의 거대한 국가와 싸울 수 없습니다.”
 
 
  “전쟁, 항시 대비해야”
 
  — 우크라이나가 생각하는 휴전, 종전 조건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데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면 전쟁은 즉시 멈출 것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계속해서 싸우자고 한다면 우리는 계속 싸울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도 핵무장한 북한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전쟁에 항시 대비해야 합니다. NATO와 같은 안보 동맹에 참여하는 것도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적성국이 ‘당신을 공격하겠다’고 말하는 걸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당신을 죽이거나 침략하겠다’고 말하는 적(敵)의 말을 믿어야 합니다. 적이 침공하겠다고 하면 이를 사실로 믿고 대비해야 합니다.”
 
  — 최근 북한이 한국으로 쓰레기를 담은 풍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드론을 드론으로 격추하거나 포획합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종류의 드론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필요하면 우리가 북한 오물 풍선에 대응할 수 있는 (드론) 전술을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 한국군은 출신과 보직, 병과가 진급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크라이나는 어떻습니까.
 
  “전쟁 이전만 해도 한국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난 뒤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2022년 이후 전투(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게 됐습니다. 2020년만 해도 2014년 크름반도 사태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약 50%는 실전(實戰) 경험이 있는 군대이기도 했습니다. 한국군도 분쟁 지역에 파견돼 실전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 진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중간중간에 민감하거나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목표가 침공 이전의 영토를 회복하는 것인지, 러시아가 전쟁 자체를 종결하도록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 묻자 “정치적인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서두르지 않고 EU에 먼저 가입해 일종의 ‘전(前) 단계’를 밟았다면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고도 나토에 가입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EU 가입과 나토 가입은 별개”라면서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았을 수 있지 않으냐’는 물음에는 “자신은 그에 대해 답할 위치가 아니다”고 밝혔다.
 
 
  자신감과 투지로 가득 찬 우크라이나 장교
 
  우크라이나 장교들은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입장이기에 표현이 정제되고 신중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이 일치단결해 러시아를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와 맞서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지원 동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계속해서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면서 북한은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데 왜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는지 잘 이해를 못 하는 듯했다.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한눈에도 이들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과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투지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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