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1일 취임, 8월 2일 민주당의 탄핵으로 직무 정지… 헌법재판소의 결정 남아
⊙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방문진 이사 선임했다”
⊙ “2012년도 MBC의 불법적 파업에서 이긴 것, 종군기자 이상으로 자랑스러워”
李眞淑
1961년생. 경북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한국외대 영어통역대학원 한영과 졸(석사), 美 존스홉킨스대학 공공정책학 석사, 서강대 정치학·언론학 석사 / MBC 기자·워싱턴 특파원·워싱턴 지사장·홍보국장·대변인·기획홍보본부장·보도본부장, 대전 MBC 사장, 윤석열 대선캠프 언론특보·시민사회 총괄본부 대변인 역임. 現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방문진 이사 선임했다”
⊙ “2012년도 MBC의 불법적 파업에서 이긴 것, 종군기자 이상으로 자랑스러워”
李眞淑
1961년생. 경북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한국외대 영어통역대학원 한영과 졸(석사), 美 존스홉킨스대학 공공정책학 석사, 서강대 정치학·언론학 석사 / MBC 기자·워싱턴 특파원·워싱턴 지사장·홍보국장·대변인·기획홍보본부장·보도본부장, 대전 MBC 사장, 윤석열 대선캠프 언론특보·시민사회 총괄본부 대변인 역임. 現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방송통신위원장 직책을 수락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한 적 있습니까.
“없습니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더는 이래서는 안 됩니다.”
―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고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 뉴스에 매일 이름이 거론되기 전에 자진 사퇴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과거에 노조와 싸우면서 온갖 수모와 고통을 겪었습니다. 저한테는 공영방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제가 물러난다면 ‘부정의(不正義)의 승리를 만들어준다’는 예를 남길 겁니다. 그래서 저는 물러날 수 없습니다.”
이진숙(李眞淑)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은 담담했다. 그가 지금 이 시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요약하면 이 정도일 것이다.
이틀 만에 탄핵당한 장관
이진숙 위원장의 한 달은 숨 가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4일에 대전 MBC 사장을 지낸 이진숙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극우(極右) 성향을 가진 데다 과거에 노조를 탄압했고,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7월 24~26일 인사청문회를 거쳤고, 7월 31일에 방통위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당일에 임기 만료를 앞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후임 이사를 뽑았다.
민주당은 8월 1일에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8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방통위원장은 장관급이다. 이 위원장은 장관에 오른 뒤 이틀 만에, 최단 시간에 탄핵 소추된 사람이 됐다. 이진숙 위원장이 국회에서 탄핵당할 정도로 위법(違法)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다. 헌재는 6개월 안에 이 위원장에 대한 판결을 마쳐야 한다. 이진숙 위원장을 지난 8월 10일에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만났다.
― 방통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얘기를 언제 들었습니까.
“지난해에 국민의힘이 저를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추천했는데 민주당이 국회 표결을 미뤄 취임이 무산됐습니다. 그때 방통위와 관련한 업무를 눈여겨보기는 했지만 이번에 위원장에 지명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이동관(李東官) 위원장, 김홍일(金洪一) 위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임은 누가 될까 궁금했는데 7월 3일 늦은 오후에 정진석(鄭鎭碩) 대통령실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내일 지명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을 후보 시절에 지지했고 제가 국민의힘 시민사회총괄본부 대변인을 맡았을 때 세미나에서 한 번 뵀습니다. 그때 제가 《워싱턴포스트》의 슬로건인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를 인용하며 ‘MBC가 특정 진영의 편에 서 있어서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이 외에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은 없습니다.”
내정 소감을 6분 넘게 얘기해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진숙 위원장에게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소감을 간단히 준비하라고 했고 그는 전날에 생각을 가다듬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방송과 언론은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더 큰 관심을 기울여달라. 두 전임 위원장은 업무 수행에서 어떤 불법적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정치적 탄핵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방송과 통신이 담당하는 기관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를 떠난 분들이다. 왜 이런 정치적 탄핵 사태가 벌어졌나. 탄핵을 한 정당(민주당)에서는 현(現) 정부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탄핵을 발의했다고 말한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은) 모두 이 정부 출범 이후에 나온 보도들이다. 윤석열 정부가 방송 장악을 했다면 이런 보도가 가능했겠느냐. 그럼에도 특정 진영, 특정 정당은 이 정부가 방송 장악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저는 공영방송과 공영언론이 정치, 상업 권력뿐 아니라 노동 권력, 노동단체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영방송 다수 구성원이 민노총의 조직원이다. 언론이 정치 권력, 상업 권력의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스스로 노동 권력에서 독립해야 한다. 언론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공기라 불리지만, 지금은 공기가 아닌 흉기로 불리기도 한다. (중략) 조만간 MBC, KBS, EBS 등 공영 방송사의 이사 임기가 끝나며,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수락 소감은 상식적인 선에서 얘기했다”
― 대통령 인선 브리핑에서 전례 없이 6분 넘게 수락 소감을 밝혔습니다.
“전날 내정 소감을 준비했는데, 안 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얘기한 줄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 간단히 요약하면 ‘현 정부는 방송을 장악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은 노동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MBC·KBS·EBS 등 공영방송사의 임기가 끝난 이사들을 그대로 둘 이유가 없다’였습니다.
“틀린 말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제 소감 이후에 민주당은 선전포고로 받아들인 모양인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MBC는 ‘바이든 날리면’이라는 가짜 방송을 버젓이 내보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방송을 장악했다면 그런 방송이 어떻게 나갈 수 있었겠습니까? 공영방송은 말 그대로 공적인 이익, 공익성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날 특정 진영을 위한 도구가 됐습니다. 게다가 임기가 끝난 이사는 후임을 바로 정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임기가 끝났는데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이 맞습니까? 저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얘기했습니다.”
― 너무 비장하게 말해서 그렇게 받아들인 걸까요.
“비장한 것이 맞습니다. 방송계 선배 중에서 ‘어쩌다 공영방송이 이렇게 됐나’고 개탄하시는 분들이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방통위원장을 두고 난리가 난 이유
방통위의 업무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야 오늘날의 사태가 이해가 간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대한민국 중앙 행정기관으로, 전신인 방송위원회는 1981년 3월에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어졌고 2008년 2월에 정보통신부의 해당 부문과 통합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방통위 위원은 총 5명으로, 위원장 한 명, 부위원장 한 명, 상임위원 세 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임위원 셋은 국회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국회 추천은 야당이 2명, 여당이 1명이다. 이들 5명의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진숙 위원장 이전에 두 명의 방통위원장이 있었다.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동관 전(前) 위원장, 검사 출신으로 부산고검 검사장·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홍일 전 위원장이다. 임기는 3년이지만 이동관 위원장은 73일, 김홍일 위원장은 181일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수락 소감에서 “두 전임 위원장은 업무 수행에서 어떤 불법적인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정치 탄핵이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불법행위’가 없었음에도 임기의 6분의 1도 채우지 못한 채 스스로 물러났다는 얘기다. 이런 일이 일어난 데에는 방통위의 여러 권한 중 공영방송(MBC·KBS·EBS)에 대한 관리 권한이 있어서다.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와 감사, EBS 이사 임명권을 갖고 있고 KBS 이사 추천권이 있다. MBC를 관리·감독하고 방송 문화를 진흥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방문진은 MBC 사장 임명 및 해임권을 갖고 있다. 쉽게 정리하면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며, 방문진 이사는 MBC 사장을 선임하고 또 해임할 수 있다.
“건강한 사회 위해 左右가 균형 있어야”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청문회는 7월 24~26일로 사흘 동안 진행됐다. 장관급 인사청문회를 사흘 동안 진행한 것은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진숙 위원장은 지명되고 약 20일간 청문회를 준비했다.
“13대 7의 싸움이 뻔했습니다. 민주당의 최민희, 김현, 김우영, 박민규, 노종면, 이훈기, 이정헌, 정동영, 조인철, 한민수, 황정아….(이진숙 위원장은 이들의 이름을 한 명도 빼지 않고 모두 나열했다.) 그리고 조국혁신당의 이해민과 개혁신당의 이준석.(이준석 의원은 사안마다 입장을 달리하기는 했다.) 이들이 저에 대해 공격을 퍼부을 것이고 ‘이견 듣겠습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이견 있으니 표결 들어가겠습니다. 찬성하는 분 손 들어주세요’…. 청문회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불 보듯이 뻔했습니다.”
― 청문회 자리는 당연하고 지명 직후부터 각종 공격에 시달렸습니다.
“네. 그들이 제가 하지 않았던 행동까지 싸잡아서 인신공격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볼게요. 민주당이 ‘이진숙은 윤석열 캠프 언론 특보였는데 극우적 언론관이 드러나서 퇴출당했다’고 했습니다.
“캠프에서 해촉당한 것은 나중에 언론을 보고 알았습니다. 캠프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 이유라는데 그 어디에도 제가 극우적인 표현을 써서 퇴출당했다는 말은 없으며 저는 극우도 아닙니다. 완전히 가짜 뉴스입니다.”
― ‘이진숙은 문화예술인, 특정 영화에 대해 좌파, 우파로 갈라 치기 하고 갈등을 유발했다. 좌파 낙인찍기다’라고 했습니다.
“좌파 영화라고 하는 〈기생충〉 〈설국열차〉를 재밌게 봤고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좌파를 없애야 한다, 우파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좌우(左右)가 균형 되게 형성돼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공영방송이라고 하면 좌(左)든 우(右)든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나는 좌도 우도 아니고 중도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 좌파로 낙인찍은 것이 아니라는 거죠.
“하도 답답해서 ‘낙인찍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더니 ‘벗어나기 어려운 부정적 평가를 하다’라고 하더군요. 제가 무슨 권한으로 누군가에게 벗어날 수 없는 프레임을 씌웁니까. 오히려 좌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 좌파는 맞는지, 가짜 좌파는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 ‘이진숙은 세월호 유족 혐오 방송 보도를 했다’고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 민간인 잠수부가 수색 작업을 하다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고, 이를 MBC가 보도했습니다. 저는 보도본부장이었고요. 세월호로 숨진 이들이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이듯이 잠수부의 죽음 또한 그러하다는 취지였습니다. 전혀 누군가를 폄훼할 의도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출근 당일에 MBC 인사권 가진 방문진 이사 선임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하루 더 연장돼 사흘째 이어졌다. 역대 사흘간 청문회를 실시한 사례는 국무총리 후보자와 대법관 후보자 정도였다. 이진숙 위원장은 예정대로 7월 31일에 과천에 있는 방통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했다. 취임식은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한 물리적인 충돌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8시 20분쯤부터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취임식을 마치고 낮 12시 무렵에 김태규(金泰圭) 방통위 부위원장과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첫 업무는 열흘 뒤에 임기가 만료되는 방문진 신임 이사를 지명하는 것이었다. 이진숙 위원장의 얘기다.
“방문진 임원 임기가 8월 12일로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후임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 방문진 임원 6명을 교체했는데 후보자가 30여 명 정도였다고 하죠.
“민주당에서는 제가 반나절 만에 그 많은 서류를 봤느냐, 졸속으로 이사를 선임했다며 맹공을 퍼붓더군요.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된 이후에 상당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방문진 이사직에 지원한 분들에 대한 기사가 언론을 통해 나오기도 했고요. 사전에 검토할 시간이 있었고 지원자 중 결격 사유가 있는 분들에 대한 자료는 일일이 살펴서 부위원장과 논의했습니다. 어떤 절차를 통해 방문진 이사를 선임했는지는 앞으로 속기록이 공개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 용산 대통령실에서 ‘누구는 꼭 방문진 이사로 넣어달라’고 주문받으신 것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습니다.”
― 어떤 기준으로 방문진 이사를 선임했습니까.
“공영방송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최우선 조건이었습니다. 방통위 관련 법에 적시된 사안에 충실하게 선임했습니다.”
―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아니면 현재의 MBC를 겨냥해서 넣은 건가요.
“개인적인 친분에 따라 이사를 선임한다면 제가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은 MBC 출신 아니겠습니까? 개인적 인연은 전혀 중요치 않고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격 있는 분들을 선임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접 알게 된 사람,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아예 모르는 사람만 선임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MBC, KBS 이렇게 겨냥한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은 공공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방통위 역할과 규정은 법으로 모두 규정”
― 김태규 부위원장과는 평소 알고 지냈습니까.
“취임식 날 처음 봤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중요한 시기에 김 부위원장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출근 당일에 방문진 이사를 선임한 것은 이 위원장 뜻입니까.
“생각을 해보세요. 제가 임명되기도 전부터 ‘불법적인 의결을 하면 탄핵을 한다’고 하면서 ‘2인 체제의 불법성’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이진숙은 노조를 탄압했다’고 했습니다. 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이미 만들고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탄핵은 당연한 순서고, 언제 표결을 할 것인지 시점만 남아 있었습니다. 과거에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무리수를 둬가며 표결한 전례가 있는 정당인데 이번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 저쪽의 수가 빤히 보였습니다. 방문진 이사가 바뀌면 현재의 MBC가 바뀔까 봐, MBC를 지키기 위해서 저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 민주당의 행동은 MBC를 지키기 위한 것이군요.
“당연합니다. 자기들의 입맛에 가장 맞는 방송을 해줄 곳이 MBC인데 그마저 바뀌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게다가 방문진 이사들은 불과 열흘 뒤면 이사 임기가 만료됩니다. 회사에서 임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면 후임을 고르지 않나요? 너무나 당연한 절차 아닙니까? 방통위의 업무 중 하나가 방문진 이사 선임인데 이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없죠. 그래서 빨리 처리했습니다.”
― 민주당은 ‘방문진 이사라는 중책을 선임하면서 인터뷰가 없었다. 코로나19 때에도 줌 인터뷰를 했다’며 졸속 선임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면접을 했느냐 안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방통위는 법으로 그 역할과 규정이 모두 정해져 있습니다. 방문진 임원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면접’을 한다고 돼 있습니다. 면접을 하고 말고는 위원회의 재량과 판단 영역입니다.”
“방통위가 2인 체제인 이유는 민주당 때문”
― 방통위 위원이 5명인데, 위원장과 부위원장 단둘이 방문진 이사를 결정한 것에 대해 딴죽을 겁니다. 그들이 말하는 ‘2인 체제의 불법(不法)’이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야 할 사안입니다.
“방통위법에 두 명이 결정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왜 2명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을까요? 야당에서 자신들이 추천권을 가진 방통위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아서입니다. 두 명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든 것은 민주당입니다. 제가 최민희 위원장에게 ‘야당 측 인사 2명을 빨리 추천해달라’고 수없이 얘기했습니다. 야당이 두 명을 추천하면, 여당이 한 명을 추천할 것이고 그러면 ‘5인 체제’가 될 것 아닙니까.”
― 왜 민주당은 야당 몫의 두 명을 지명하지 않는다고 합니까.
“최민희 위원장이 ‘2023년 4월에 국회 표결까지 됐는데 대통령이 임명을 안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추천해봐야 앞으로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안 하겠다’고 하더군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국회는 국회의 일, 방통위는 방통위의 일, 대통령은 대통령의 일을 하면 됩니다. 민주당이 방통위 상임위원을 추천했는데 결격 사유 등으로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다면 다음번에 또 추천하면 되는 겁니다. ‘어차피 안 될 테니까 안 할래?’ 대체 뭐 하자는 걸까요. 이번에 대통령이 재가할지 안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2012년도 MBC 총파업 때 당해봐서 그들의 수법을 빤히 안다”
민주당뿐 아니라 지금의 방문진 위원들도 반발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 6명을 선임하자, 열흘 뒤에 임기가 만료되는 현재 방문진 이사 6명이 8월 5일에 새로 선임된 방문진 위원에 대한 자격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오는 26일까지 방문진 이사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법원이 방통위의 신문기일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8월 26일까지 임명의 효력을 잠정 정지했을 뿐, 신청인의 주장을 인용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 현재 방문진 이사가 반발할 것도 예상했습니까.
“네. 신임 이사에 대한 자격정지가처분 신청을 할 것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2012년도 MBC 총파업이 100일 넘게 이어졌을 때 노조와 싸워본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수법, 그들이 어떻게 여론을 왜곡하고 이용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들로서는 하나 남은 MBC마저 뺏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이번 방문진 이사의 선임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겁니다. 그러니 임기가 고작 열흘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이 법원에 신청을 한 거죠. 아마 임기가 반나절 남아 있다고 해도 그들은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 2012년에 MBC가 100일 넘게 파업했을 때 김재철 사장 측에 서서 ‘김재철의 입’이라고 불렸죠.
“기자님부터 그런 단어를 쓰고 있잖아요. 저는 ‘김재철의 입’이 아니고 ‘MBC 홍보국장’이었습니다. 저는 개인 김재철을 위해 일을 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좌파들은 ‘이진숙은 김재철의 입이다, 김재철은 부도덕하다, 따라서 이진숙도 부도덕하다’라는 프레임 속에 저를 가뒀습니다. 그들이 특정인을 몰아붙일 때 자주 쓰는 방법입니다. 제가 직접 당한 당사자입니다.”
― 실수를 했네요. ‘내가 12년 전에 그들에게 당해봤기 때문에 오늘의 공격이 놀랍지 않다’고 정리하면 될까요.
“2012년 4월엔 총선, 12월엔 대선(大選)이 있었습니다. MBC는 1월부터 총파업을 했는데,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제가 내부에서 보니까 완전한 정치 투쟁이고, 정치 세력화가 형성돼 있고 민노총 강령에 충실한 집단으로 전락했더군요. 제가 아끼던 직장이었는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국민 눈높이’를 논하는데 그 ‘국민’은 대체 누구입니까? 제가 내부에서 보니 민노총에 의해 장악된 MBC 1100명이 대한민국 담론을 지배하는 국민이었습니다. 이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김대중, 노무현을 존경하면 세련된 지식인으로 취급받는 나라’
― 일부에서는 ‘이진숙도 과거에는 노동운동을 했는데 완전히 변절했다’고 합니다.
“제가 MBC에 들어간 것이 1986년도인데 그즈음에 민주화 열기로 나라가 들끓었을 때 저도 거기에 동조했습니다.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제가 밀알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를 이룬 이후에도 노조의 반발은 끊임없었고 어느 순간부터 노조운동이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012년도는 그것이 극대화됐던 때였고요. 그들의 얘기 중에 ‘우리는 월급 갖고 싸우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 왜요.
“월급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장엄하고 숭고한 투쟁을 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내가 회사를 위해 온 힘을 바치고 있으면 회사가 최소한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월급을 주고 복리 후생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본인과 자기 가족의 생존, 존엄성을 위하는 것인데 그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들은 마치 자기들은 돈과 상관없는 듯, 고상한 투쟁을 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저는 2012년 MBC 민노총 언론노조의 불법적 파업에 맞서서 이겼고, 아직도 종군기자를 했던 것 이상으로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좀 부드럽게 싸울 수는 없었습니까.
“상대를 알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광고 카피처럼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칫하면 대한민국이 대한인민민주주의공화국으로 갈 판인데 제가 어떻게 부드럽게 싸울 수 있겠습니까. 그럴 단계는 지난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청문회 때 ‘이승만, 박정희를 존경한다고 하면 극우라고 하고, 김대중, 노무현을 존경한다고 하면 세련된 지식인 취급을 받는 나라가 됐다’는 말을 했는데, 속 시원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회를 누가 만들었습니까.”
― 앞으로도 할 소리는 돌직구로 하겠다는 뜻이군요.
“제 할 일을 하겠다는 겁니다. 저한테 ‘낙인을 찍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정말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낙인찍는 것은 저들입니다. 2012년도에 노조와 대척점에 섰던 이후 대전 MBC 사장을 맡았고, 임기 중인 2017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그때부터 저에 대한 공격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자마자 ‘이진숙 퇴진 운동’
이진숙 위원장이 과거 자료를 가방에서 꺼냈다.
‘이라크 종군기자 이진숙은 가짜, 공영방송 MBC 망친 언론 부역자 이진숙.’ ‘MBC는 이진숙 사장의 놀이터가 아니다.’
자극적인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아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전 시내 곳곳에 붙어 있던 플래카드였다.
“저들은 누군가를 한 번 찍으면 그 사람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밀어붙입니다. 진짜 웬만한 사람들은 못 버팁니다. 부역자가 뭡니까? 하지만 저는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제 인사권을 가진 주주들이 그만두라는 것도 아니고, 노조가 물러나라고 해서 제가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말을 끝내며 이진숙 위원장은 MBC 사장이었던 김장겸(金張謙) 국민의힘 의원과 최승호(崔承浩) 전 MBC 사장의 얼굴이 실린 사진을 기자 앞에 펼쳐 보였다. 김장겸 의원은 2017년 2월부터 11월, 최승호 사장은 그해 12월~2020년 1월까지 MBC 사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원래 사장 자리에 있던 김장겸 의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후임으로 최승호 사장이 자리를 꿰찼다. 이진숙 위원장의 얘기다.
“김장겸 사장이 물러날 때 MBC의 민노총 언론 노조원 수백 명이 그를 에워싸고 빨리 나가라고 했습니다. 사진 속 분위기만 봐도 등 떠밀린 듯 걸어가는 김장겸 사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얼마 뒤에 최승호 사장의 취임식 사진을 보세요. 최 사장을 맞이하기 위해 노조위원장이 로비까지 마중을 나왔고, MBC 직원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그를 환영했습니다. 플래카드에는 ‘다시, 좋은 친구 MBC’라고 썼고요. 불과 한 달 만에 MBC 내부의 분위기가 이토록 달라질 수 있습니까. MBC 조직이 얼마나 편파적인지를 알 수 있는 사진입니다. 인사청문회 때 이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후보자가 자료를 보여주는 것도 철저히 통제했다.)”
“MBC의 自淨 능력 기대하기 어려워”
― 직무 정지 당하고 열흘가량 됐는데 뭐 하셨습니까.
“청문회 준비도 하고, 방송·통신 쪽의 이슈들을 되짚어보고 있었습니다.”
― 용산과 소통합니까.
“꼭 용산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다.”
― 민주당이 이진숙 위원장의 방문진 이사 선임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는데 왜 안 나가셨습니까.
“처음에 나갈까도 생각을 했는데 청문회 명칭부터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및 방송 장악’에 관한 청문회더군요.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저는 불법으로 이사를 선임하고 방송 장악을 시도한 사람 아닙니까. 저는 불법을 저지른 적도, 방송을 장악하려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거기에 나가야 하는지, 그곳에 나가는 것 자체가 그들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청문회 때 무리를 했던지 건강이 좋지 않았던 사정도 있었고요.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 확인을 위한 청문회’라고 했어야 옳습니다.”
― 결국 모든 것이 MBC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영방송은 특정 진영의 진지(陣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MBC 민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답할 부분은 아닙니다.”
― MBC 내부의 자정(自淨)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요.
“제가 사담 후세인 정권 때 여러 차례 이라크를 드나들었잖습니까. 사담 후세인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제가 하기는 어렵지만, 이라크에 드나들 당시 ‘롱 리브 사담(Long Live Saddam)’이라며 마치 사담 후세인이 영원할 것처럼 얘기들을 했었어요. 하지만 결국 외부의 힘이 강하게 작동하니 무너지더라고요. 내부에서는 해결하지 못했고 외부에서 해결한 거죠. 그렇게 빗대어 얘기하고 싶습니다.”
― 반대로 균형 잡힌 인물이 MBC 사장이 되더라도 한동안 진통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상당히 시간이 걸리겠죠. 정말 상당히…. 그래서 더 늦어져서는 안 됩니다.”
“헌재가 빨리 결정 내릴 수 있기를 기대”
이진숙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별도의 질문 대신에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시라’고 하자 이 위원장이 말을 이어갔다.
“대한민국은 굉장히 먼 길을 걸어왔고, 또 많은 사람이 선진국의 문턱이라고 말을 합니다. 선진국은 이념이든 사상이든, 사회 담론이든 균형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저는 국민의 공공복지, 사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애쓰고 싶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공영방송의 공익성을 되찾고, 해외에서는 K-드라마의 인기를 이어서 우리 콘텐츠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그런 방통위를 꿈꿨습니다. 헌재가 판단하겠지만, 방통위 내부에 구글 인앱결제, 포털 알고리즘 조작 문제 등 중요한 사안들이 많습니다. 빨리 결정 내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이전의 두 위원장은 자진 사퇴를 하셨는데 끝까지 버티실 건가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좀 웃기잖아요. 이틀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요. 저에 대한 불명예라고 생각합니다.”
― ‘이진숙의 전쟁’이 바그다드, 2012년 언론노조와, 그리고 2024년에 다시 시작된 모양입니다.
“어찌 보면 제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진짜 전쟁터에서 죽을 각오도 했는데 뭐가 두렵겠습니까. 요즘은 환갑이 별 의미가 없다지만 이미 환갑도 지났습니다. 더는 제 개인의 명예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발 디디고 선 이곳, 제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마지막 사선(死線)을 지키고 있습니다.”⊙
“없습니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더는 이래서는 안 됩니다.”
―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고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 뉴스에 매일 이름이 거론되기 전에 자진 사퇴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과거에 노조와 싸우면서 온갖 수모와 고통을 겪었습니다. 저한테는 공영방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제가 물러난다면 ‘부정의(不正義)의 승리를 만들어준다’는 예를 남길 겁니다. 그래서 저는 물러날 수 없습니다.”
이진숙(李眞淑)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은 담담했다. 그가 지금 이 시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요약하면 이 정도일 것이다.
이틀 만에 탄핵당한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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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월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은 7월 4일에 대전 MBC 사장을 지낸 이진숙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극우(極右) 성향을 가진 데다 과거에 노조를 탄압했고,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7월 24~26일 인사청문회를 거쳤고, 7월 31일에 방통위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당일에 임기 만료를 앞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후임 이사를 뽑았다.
민주당은 8월 1일에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8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방통위원장은 장관급이다. 이 위원장은 장관에 오른 뒤 이틀 만에, 최단 시간에 탄핵 소추된 사람이 됐다. 이진숙 위원장이 국회에서 탄핵당할 정도로 위법(違法)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다. 헌재는 6개월 안에 이 위원장에 대한 판결을 마쳐야 한다. 이진숙 위원장을 지난 8월 10일에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만났다.
― 방통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얘기를 언제 들었습니까.
“지난해에 국민의힘이 저를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추천했는데 민주당이 국회 표결을 미뤄 취임이 무산됐습니다. 그때 방통위와 관련한 업무를 눈여겨보기는 했지만 이번에 위원장에 지명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이동관(李東官) 위원장, 김홍일(金洪一) 위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임은 누가 될까 궁금했는데 7월 3일 늦은 오후에 정진석(鄭鎭碩) 대통령실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내일 지명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을 후보 시절에 지지했고 제가 국민의힘 시민사회총괄본부 대변인을 맡았을 때 세미나에서 한 번 뵀습니다. 그때 제가 《워싱턴포스트》의 슬로건인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를 인용하며 ‘MBC가 특정 진영의 편에 서 있어서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이 외에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은 없습니다.”
내정 소감을 6분 넘게 얘기해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진숙 위원장에게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소감을 간단히 준비하라고 했고 그는 전날에 생각을 가다듬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방송과 언론은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더 큰 관심을 기울여달라. 두 전임 위원장은 업무 수행에서 어떤 불법적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정치적 탄핵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방송과 통신이 담당하는 기관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를 떠난 분들이다. 왜 이런 정치적 탄핵 사태가 벌어졌나. 탄핵을 한 정당(민주당)에서는 현(現) 정부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탄핵을 발의했다고 말한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은) 모두 이 정부 출범 이후에 나온 보도들이다. 윤석열 정부가 방송 장악을 했다면 이런 보도가 가능했겠느냐. 그럼에도 특정 진영, 특정 정당은 이 정부가 방송 장악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저는 공영방송과 공영언론이 정치, 상업 권력뿐 아니라 노동 권력, 노동단체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영방송 다수 구성원이 민노총의 조직원이다. 언론이 정치 권력, 상업 권력의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스스로 노동 권력에서 독립해야 한다. 언론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공기라 불리지만, 지금은 공기가 아닌 흉기로 불리기도 한다. (중략) 조만간 MBC, KBS, EBS 등 공영 방송사의 이사 임기가 끝나며,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수락 소감은 상식적인 선에서 얘기했다”
― 대통령 인선 브리핑에서 전례 없이 6분 넘게 수락 소감을 밝혔습니다.
“전날 내정 소감을 준비했는데, 안 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얘기한 줄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 간단히 요약하면 ‘현 정부는 방송을 장악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은 노동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MBC·KBS·EBS 등 공영방송사의 임기가 끝난 이사들을 그대로 둘 이유가 없다’였습니다.
“틀린 말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제 소감 이후에 민주당은 선전포고로 받아들인 모양인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MBC는 ‘바이든 날리면’이라는 가짜 방송을 버젓이 내보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방송을 장악했다면 그런 방송이 어떻게 나갈 수 있었겠습니까? 공영방송은 말 그대로 공적인 이익, 공익성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날 특정 진영을 위한 도구가 됐습니다. 게다가 임기가 끝난 이사는 후임을 바로 정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임기가 끝났는데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이 맞습니까? 저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얘기했습니다.”
― 너무 비장하게 말해서 그렇게 받아들인 걸까요.
“비장한 것이 맞습니다. 방송계 선배 중에서 ‘어쩌다 공영방송이 이렇게 됐나’고 개탄하시는 분들이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방통위원장을 두고 난리가 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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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2일,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윤석열 정부 들어 이진숙 위원장 이전에 두 명의 방통위원장이 있었다.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동관 전(前) 위원장, 검사 출신으로 부산고검 검사장·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홍일 전 위원장이다. 임기는 3년이지만 이동관 위원장은 73일, 김홍일 위원장은 181일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수락 소감에서 “두 전임 위원장은 업무 수행에서 어떤 불법적인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정치 탄핵이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불법행위’가 없었음에도 임기의 6분의 1도 채우지 못한 채 스스로 물러났다는 얘기다. 이런 일이 일어난 데에는 방통위의 여러 권한 중 공영방송(MBC·KBS·EBS)에 대한 관리 권한이 있어서다.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와 감사, EBS 이사 임명권을 갖고 있고 KBS 이사 추천권이 있다. MBC를 관리·감독하고 방송 문화를 진흥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방문진은 MBC 사장 임명 및 해임권을 갖고 있다. 쉽게 정리하면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며, 방문진 이사는 MBC 사장을 선임하고 또 해임할 수 있다.
“건강한 사회 위해 左右가 균형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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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후보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13대 7의 싸움이 뻔했습니다. 민주당의 최민희, 김현, 김우영, 박민규, 노종면, 이훈기, 이정헌, 정동영, 조인철, 한민수, 황정아….(이진숙 위원장은 이들의 이름을 한 명도 빼지 않고 모두 나열했다.) 그리고 조국혁신당의 이해민과 개혁신당의 이준석.(이준석 의원은 사안마다 입장을 달리하기는 했다.) 이들이 저에 대해 공격을 퍼부을 것이고 ‘이견 듣겠습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이견 있으니 표결 들어가겠습니다. 찬성하는 분 손 들어주세요’…. 청문회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불 보듯이 뻔했습니다.”
― 청문회 자리는 당연하고 지명 직후부터 각종 공격에 시달렸습니다.
“네. 그들이 제가 하지 않았던 행동까지 싸잡아서 인신공격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볼게요. 민주당이 ‘이진숙은 윤석열 캠프 언론 특보였는데 극우적 언론관이 드러나서 퇴출당했다’고 했습니다.
“캠프에서 해촉당한 것은 나중에 언론을 보고 알았습니다. 캠프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 이유라는데 그 어디에도 제가 극우적인 표현을 써서 퇴출당했다는 말은 없으며 저는 극우도 아닙니다. 완전히 가짜 뉴스입니다.”
― ‘이진숙은 문화예술인, 특정 영화에 대해 좌파, 우파로 갈라 치기 하고 갈등을 유발했다. 좌파 낙인찍기다’라고 했습니다.
“좌파 영화라고 하는 〈기생충〉 〈설국열차〉를 재밌게 봤고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좌파를 없애야 한다, 우파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좌우(左右)가 균형 되게 형성돼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공영방송이라고 하면 좌(左)든 우(右)든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나는 좌도 우도 아니고 중도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 좌파로 낙인찍은 것이 아니라는 거죠.
“하도 답답해서 ‘낙인찍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더니 ‘벗어나기 어려운 부정적 평가를 하다’라고 하더군요. 제가 무슨 권한으로 누군가에게 벗어날 수 없는 프레임을 씌웁니까. 오히려 좌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 좌파는 맞는지, 가짜 좌파는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 ‘이진숙은 세월호 유족 혐오 방송 보도를 했다’고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 민간인 잠수부가 수색 작업을 하다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고, 이를 MBC가 보도했습니다. 저는 보도본부장이었고요. 세월호로 숨진 이들이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이듯이 잠수부의 죽음 또한 그러하다는 취지였습니다. 전혀 누군가를 폄훼할 의도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출근 당일에 MBC 인사권 가진 방문진 이사 선임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하루 더 연장돼 사흘째 이어졌다. 역대 사흘간 청문회를 실시한 사례는 국무총리 후보자와 대법관 후보자 정도였다. 이진숙 위원장은 예정대로 7월 31일에 과천에 있는 방통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했다. 취임식은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한 물리적인 충돌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8시 20분쯤부터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취임식을 마치고 낮 12시 무렵에 김태규(金泰圭) 방통위 부위원장과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첫 업무는 열흘 뒤에 임기가 만료되는 방문진 신임 이사를 지명하는 것이었다. 이진숙 위원장의 얘기다.
“방문진 임원 임기가 8월 12일로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후임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 방문진 임원 6명을 교체했는데 후보자가 30여 명 정도였다고 하죠.
“민주당에서는 제가 반나절 만에 그 많은 서류를 봤느냐, 졸속으로 이사를 선임했다며 맹공을 퍼붓더군요.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된 이후에 상당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방문진 이사직에 지원한 분들에 대한 기사가 언론을 통해 나오기도 했고요. 사전에 검토할 시간이 있었고 지원자 중 결격 사유가 있는 분들에 대한 자료는 일일이 살펴서 부위원장과 논의했습니다. 어떤 절차를 통해 방문진 이사를 선임했는지는 앞으로 속기록이 공개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 용산 대통령실에서 ‘누구는 꼭 방문진 이사로 넣어달라’고 주문받으신 것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습니다.”
― 어떤 기준으로 방문진 이사를 선임했습니까.
“공영방송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최우선 조건이었습니다. 방통위 관련 법에 적시된 사안에 충실하게 선임했습니다.”
―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아니면 현재의 MBC를 겨냥해서 넣은 건가요.
“개인적인 친분에 따라 이사를 선임한다면 제가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은 MBC 출신 아니겠습니까? 개인적 인연은 전혀 중요치 않고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격 있는 분들을 선임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접 알게 된 사람,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아예 모르는 사람만 선임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MBC, KBS 이렇게 겨냥한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은 공공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방통위 역할과 규정은 법으로 모두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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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8월 5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취임식 날 처음 봤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중요한 시기에 김 부위원장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출근 당일에 방문진 이사를 선임한 것은 이 위원장 뜻입니까.
“생각을 해보세요. 제가 임명되기도 전부터 ‘불법적인 의결을 하면 탄핵을 한다’고 하면서 ‘2인 체제의 불법성’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이진숙은 노조를 탄압했다’고 했습니다. 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이미 만들고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탄핵은 당연한 순서고, 언제 표결을 할 것인지 시점만 남아 있었습니다. 과거에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무리수를 둬가며 표결한 전례가 있는 정당인데 이번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 저쪽의 수가 빤히 보였습니다. 방문진 이사가 바뀌면 현재의 MBC가 바뀔까 봐, MBC를 지키기 위해서 저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 민주당의 행동은 MBC를 지키기 위한 것이군요.
“당연합니다. 자기들의 입맛에 가장 맞는 방송을 해줄 곳이 MBC인데 그마저 바뀌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게다가 방문진 이사들은 불과 열흘 뒤면 이사 임기가 만료됩니다. 회사에서 임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면 후임을 고르지 않나요? 너무나 당연한 절차 아닙니까? 방통위의 업무 중 하나가 방문진 이사 선임인데 이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없죠. 그래서 빨리 처리했습니다.”
― 민주당은 ‘방문진 이사라는 중책을 선임하면서 인터뷰가 없었다. 코로나19 때에도 줌 인터뷰를 했다’며 졸속 선임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면접을 했느냐 안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방통위는 법으로 그 역할과 규정이 모두 정해져 있습니다. 방문진 임원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면접’을 한다고 돼 있습니다. 면접을 하고 말고는 위원회의 재량과 판단 영역입니다.”
“방통위가 2인 체제인 이유는 민주당 때문”
― 방통위 위원이 5명인데, 위원장과 부위원장 단둘이 방문진 이사를 결정한 것에 대해 딴죽을 겁니다. 그들이 말하는 ‘2인 체제의 불법(不法)’이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야 할 사안입니다.
“방통위법에 두 명이 결정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왜 2명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을까요? 야당에서 자신들이 추천권을 가진 방통위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아서입니다. 두 명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든 것은 민주당입니다. 제가 최민희 위원장에게 ‘야당 측 인사 2명을 빨리 추천해달라’고 수없이 얘기했습니다. 야당이 두 명을 추천하면, 여당이 한 명을 추천할 것이고 그러면 ‘5인 체제’가 될 것 아닙니까.”
― 왜 민주당은 야당 몫의 두 명을 지명하지 않는다고 합니까.
“최민희 위원장이 ‘2023년 4월에 국회 표결까지 됐는데 대통령이 임명을 안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추천해봐야 앞으로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안 하겠다’고 하더군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국회는 국회의 일, 방통위는 방통위의 일, 대통령은 대통령의 일을 하면 됩니다. 민주당이 방통위 상임위원을 추천했는데 결격 사유 등으로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다면 다음번에 또 추천하면 되는 겁니다. ‘어차피 안 될 테니까 안 할래?’ 대체 뭐 하자는 걸까요. 이번에 대통령이 재가할지 안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2012년도 MBC 총파업 때 당해봐서 그들의 수법을 빤히 안다”
민주당뿐 아니라 지금의 방문진 위원들도 반발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 6명을 선임하자, 열흘 뒤에 임기가 만료되는 현재 방문진 이사 6명이 8월 5일에 새로 선임된 방문진 위원에 대한 자격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오는 26일까지 방문진 이사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법원이 방통위의 신문기일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8월 26일까지 임명의 효력을 잠정 정지했을 뿐, 신청인의 주장을 인용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 현재 방문진 이사가 반발할 것도 예상했습니까.
“네. 신임 이사에 대한 자격정지가처분 신청을 할 것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2012년도 MBC 총파업이 100일 넘게 이어졌을 때 노조와 싸워본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수법, 그들이 어떻게 여론을 왜곡하고 이용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들로서는 하나 남은 MBC마저 뺏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이번 방문진 이사의 선임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겁니다. 그러니 임기가 고작 열흘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이 법원에 신청을 한 거죠. 아마 임기가 반나절 남아 있다고 해도 그들은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 2012년에 MBC가 100일 넘게 파업했을 때 김재철 사장 측에 서서 ‘김재철의 입’이라고 불렸죠.
“기자님부터 그런 단어를 쓰고 있잖아요. 저는 ‘김재철의 입’이 아니고 ‘MBC 홍보국장’이었습니다. 저는 개인 김재철을 위해 일을 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좌파들은 ‘이진숙은 김재철의 입이다, 김재철은 부도덕하다, 따라서 이진숙도 부도덕하다’라는 프레임 속에 저를 가뒀습니다. 그들이 특정인을 몰아붙일 때 자주 쓰는 방법입니다. 제가 직접 당한 당사자입니다.”
― 실수를 했네요. ‘내가 12년 전에 그들에게 당해봤기 때문에 오늘의 공격이 놀랍지 않다’고 정리하면 될까요.
“2012년 4월엔 총선, 12월엔 대선(大選)이 있었습니다. MBC는 1월부터 총파업을 했는데,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제가 내부에서 보니까 완전한 정치 투쟁이고, 정치 세력화가 형성돼 있고 민노총 강령에 충실한 집단으로 전락했더군요. 제가 아끼던 직장이었는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국민 눈높이’를 논하는데 그 ‘국민’은 대체 누구입니까? 제가 내부에서 보니 민노총에 의해 장악된 MBC 1100명이 대한민국 담론을 지배하는 국민이었습니다. 이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김대중, 노무현을 존경하면 세련된 지식인으로 취급받는 나라’
― 일부에서는 ‘이진숙도 과거에는 노동운동을 했는데 완전히 변절했다’고 합니다.
“제가 MBC에 들어간 것이 1986년도인데 그즈음에 민주화 열기로 나라가 들끓었을 때 저도 거기에 동조했습니다.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제가 밀알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를 이룬 이후에도 노조의 반발은 끊임없었고 어느 순간부터 노조운동이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012년도는 그것이 극대화됐던 때였고요. 그들의 얘기 중에 ‘우리는 월급 갖고 싸우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 왜요.
“월급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장엄하고 숭고한 투쟁을 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내가 회사를 위해 온 힘을 바치고 있으면 회사가 최소한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월급을 주고 복리 후생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본인과 자기 가족의 생존, 존엄성을 위하는 것인데 그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들은 마치 자기들은 돈과 상관없는 듯, 고상한 투쟁을 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저는 2012년 MBC 민노총 언론노조의 불법적 파업에 맞서서 이겼고, 아직도 종군기자를 했던 것 이상으로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좀 부드럽게 싸울 수는 없었습니까.
“상대를 알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광고 카피처럼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칫하면 대한민국이 대한인민민주주의공화국으로 갈 판인데 제가 어떻게 부드럽게 싸울 수 있겠습니까. 그럴 단계는 지난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청문회 때 ‘이승만, 박정희를 존경한다고 하면 극우라고 하고, 김대중, 노무현을 존경한다고 하면 세련된 지식인 취급을 받는 나라가 됐다’는 말을 했는데, 속 시원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회를 누가 만들었습니까.”
― 앞으로도 할 소리는 돌직구로 하겠다는 뜻이군요.
“제 할 일을 하겠다는 겁니다. 저한테 ‘낙인을 찍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정말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낙인찍는 것은 저들입니다. 2012년도에 노조와 대척점에 섰던 이후 대전 MBC 사장을 맡았고, 임기 중인 2017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그때부터 저에 대한 공격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자마자 ‘이진숙 퇴진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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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위원장이 대전 MBC 사장이었던 시절에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대전 시내에 걸려 있다. 사진=본인 |
‘이라크 종군기자 이진숙은 가짜, 공영방송 MBC 망친 언론 부역자 이진숙.’ ‘MBC는 이진숙 사장의 놀이터가 아니다.’
자극적인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아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전 시내 곳곳에 붙어 있던 플래카드였다.
“저들은 누군가를 한 번 찍으면 그 사람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밀어붙입니다. 진짜 웬만한 사람들은 못 버팁니다. 부역자가 뭡니까? 하지만 저는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제 인사권을 가진 주주들이 그만두라는 것도 아니고, 노조가 물러나라고 해서 제가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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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MBC 사장으로 취임할 때와 2017년 11월 김장겸 MBC 사장이 퇴임할 때의 상반된 모습. 사진=본인 |
“김장겸 사장이 물러날 때 MBC의 민노총 언론 노조원 수백 명이 그를 에워싸고 빨리 나가라고 했습니다. 사진 속 분위기만 봐도 등 떠밀린 듯 걸어가는 김장겸 사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얼마 뒤에 최승호 사장의 취임식 사진을 보세요. 최 사장을 맞이하기 위해 노조위원장이 로비까지 마중을 나왔고, MBC 직원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그를 환영했습니다. 플래카드에는 ‘다시, 좋은 친구 MBC’라고 썼고요. 불과 한 달 만에 MBC 내부의 분위기가 이토록 달라질 수 있습니까. MBC 조직이 얼마나 편파적인지를 알 수 있는 사진입니다. 인사청문회 때 이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후보자가 자료를 보여주는 것도 철저히 통제했다.)”
“MBC의 自淨 능력 기대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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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통위원장이 7월 31일, 과천정부청사의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청문회 준비도 하고, 방송·통신 쪽의 이슈들을 되짚어보고 있었습니다.”
― 용산과 소통합니까.
“꼭 용산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다.”
― 민주당이 이진숙 위원장의 방문진 이사 선임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는데 왜 안 나가셨습니까.
“처음에 나갈까도 생각을 했는데 청문회 명칭부터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및 방송 장악’에 관한 청문회더군요.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저는 불법으로 이사를 선임하고 방송 장악을 시도한 사람 아닙니까. 저는 불법을 저지른 적도, 방송을 장악하려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거기에 나가야 하는지, 그곳에 나가는 것 자체가 그들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청문회 때 무리를 했던지 건강이 좋지 않았던 사정도 있었고요.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 확인을 위한 청문회’라고 했어야 옳습니다.”
― 결국 모든 것이 MBC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영방송은 특정 진영의 진지(陣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MBC 민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답할 부분은 아닙니다.”
― MBC 내부의 자정(自淨)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요.
“제가 사담 후세인 정권 때 여러 차례 이라크를 드나들었잖습니까. 사담 후세인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제가 하기는 어렵지만, 이라크에 드나들 당시 ‘롱 리브 사담(Long Live Saddam)’이라며 마치 사담 후세인이 영원할 것처럼 얘기들을 했었어요. 하지만 결국 외부의 힘이 강하게 작동하니 무너지더라고요. 내부에서는 해결하지 못했고 외부에서 해결한 거죠. 그렇게 빗대어 얘기하고 싶습니다.”
― 반대로 균형 잡힌 인물이 MBC 사장이 되더라도 한동안 진통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상당히 시간이 걸리겠죠. 정말 상당히…. 그래서 더 늦어져서는 안 됩니다.”
“헌재가 빨리 결정 내릴 수 있기를 기대”
이진숙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별도의 질문 대신에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시라’고 하자 이 위원장이 말을 이어갔다.
“대한민국은 굉장히 먼 길을 걸어왔고, 또 많은 사람이 선진국의 문턱이라고 말을 합니다. 선진국은 이념이든 사상이든, 사회 담론이든 균형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저는 국민의 공공복지, 사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애쓰고 싶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공영방송의 공익성을 되찾고, 해외에서는 K-드라마의 인기를 이어서 우리 콘텐츠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그런 방통위를 꿈꿨습니다. 헌재가 판단하겠지만, 방통위 내부에 구글 인앱결제, 포털 알고리즘 조작 문제 등 중요한 사안들이 많습니다. 빨리 결정 내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이전의 두 위원장은 자진 사퇴를 하셨는데 끝까지 버티실 건가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좀 웃기잖아요. 이틀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요. 저에 대한 불명예라고 생각합니다.”
― ‘이진숙의 전쟁’이 바그다드, 2012년 언론노조와, 그리고 2024년에 다시 시작된 모양입니다.
“어찌 보면 제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진짜 전쟁터에서 죽을 각오도 했는데 뭐가 두렵겠습니까. 요즘은 환갑이 별 의미가 없다지만 이미 환갑도 지났습니다. 더는 제 개인의 명예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발 디디고 선 이곳, 제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마지막 사선(死線)을 지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