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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민기

서른세 살의 ‘學田’, 문 닫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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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DB
  1991년 3월 17일 자 한 일간지에 〈김민기(金民基)씨 소극장 차려 대학로 ‘학전’ 기념공연〉이란 기사가 단신으로 실렸다. 기사는 ‘아침이슬’과 ‘친구’의 작곡가 겸 가수 김민기씨가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소극장을 열고 개관 기획 공연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김민기의 나이는 마흔이었다.
 
  이 학전(學田)이 33년 만에, 그것도 생일날 문을 닫았다.
 
  지난 3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 객석 167석을 다 채운 관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폐관 기념공연을 지켜봤다.
 

  폐관 전 오후 7시 무대는 약 2시간 반 동안 김민기의 곡만으로 채웠다. 박학기, 노찾사, 권병호, 권진원, 황정민, 알리, 정동하, 한영애 등이 ‘아침이슬’ ‘상록수’ ‘백구’ ‘가을편지’ 등을 불렀다. 학전의 주인장 김민기는 항암치료로 릴레이 공연에 자리하지 못했다. 대신 병원에서 콘서트 영상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김민기는 한때 학전 그린과 블루란 이름의 소극장 두 곳과 극단 학전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늘 “소극장은 어머니 자궁 같은 존재요, 농사로 치면 못자리 농사”라며 “소극장이 문화인을 키워낸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이 자부심이 만성 적자라는 긴 세월의 풍상(風霜)을 견디게 했다.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조승우, 이정은, 장현성 등이 학전이 낳은 배우다. 또 고(故) 김광석(학전에서 콘서트 횟수가 1000회에 이른다)을 비롯해 들국화, 안치환, 이소라, 장필순, 윤도현, 성시경, 유리상자, 장기하 등의 가수가 학전이란 모에서 싹을 틔워 알곡 가득한 벼로 자랐다.
 
  그렇게 학전을 거쳐간 공연자들은 배우 329명, 연주자 91명, 제작진 359명, 더하면 780명에 이른다. 1994년 학전 초연(初演) 뮤지컬인 〈지하철 1호선〉의 누적 공연 수가 4257회에 이르고 누적 관객수는 73만 명에 달한다.
 
  학전은 IMF로 당시 대학로 소극장이 대부분 개점 휴업의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도 “소극장이 보여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럼에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주머니는 늘 비었다. 그러나 폐관을 앞둔 ‘학전, 어게인 콘서트’로 빚은 해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연은 지난 2월 28일부터 20회로 이어져, 총 3000명 관객이 함께했다. 출연진 전원이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이날 마지막 공연에서 김민기의 곡 ‘공장의 불빛’과 ‘아름다운 사람’을 노래한 권진원은 “신기하게도 선생이 쓴 노래엔 사랑이란 가사가 없다. 노랫말엔 없지만 그 누구보다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신 분”이라고 고백했다.
 
  ‘작은 연못’을 부른 배우 황정민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첫 회 관객이 20~30명, 쫄딱 망했다. 김광석 형이 공연하면 내가 나가서 티켓도 팔고 관객분들한테 자리도 안내하곤 했다. 나의 20대는 여기서 먹고 자고 웃고 울었다”고 했다.
 

  마지막 콘서트를 기획한 박학기는 “학전은 저희가 첫발을 내디딘 꿈의 장소였다. 거기서 뿌리를 내리고 나무로 성장한 것 같다”며 “우리 모두는 학전에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린 학전은 당분간 ‘동숭동 1-79번지’의 이름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학전 공간을 인수·재정비해 정체성을 계승하겠다고 밝혔었다. 다만 김민기의 의사를 존중해 학전이란 이름은 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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