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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당이 살지 못하면 나라도 살지 못한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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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국민의힘에 가장 필요한 가치는 희생”
⊙ “정치적으로도 한강의 기적 일으켜야”
⊙ “중진 불출마 및 험지 출마는 꼭 실행할 것, 안 되면 더 센 藥 쓰겠다”
⊙ 문재인 정부에서 마녀사냥 시달려… 2년여간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 “국민의힘, 보궐선거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치고 나가야”
⊙ “민주당은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 그들 핍박한 전두환 정권 닮아가는 중”
사진=조준우
  2023년 11월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국민의힘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다. 그는 취임 후 연일 화제의 언사를 쏟아내며 정치권에 메기효과(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오는 메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거침없는 행보로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인요한 위원장을 국민의힘 당사에서 만났다.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중앙당사에서 혁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매일 뉴스의 인물이 되고 있습니다. 내부 반발 등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은데요.
 
  “힘들긴요.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 정치와는 인연이 거의 없었는데 왜 혁신위원장직을 받아들였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이 뭘 원하는지, 정치인들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모두들 알고 있지만 실천을 못 하지 않습니까. 가야 할 길을 안 갈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다들 한강의 기적을 엄청나게 그리워하고 부러워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를 부러워하는 나라는 없어요. 정치적인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야 합니다. ‘정치는 한국처럼 해야 한다’라는 말을 듣는 게 소원이에요.”
 
  ― 호남 출신이고 여러 차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에 힘을 보태는 이유가 있습니까.
 
  “국민의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개혁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저를 단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어요. 일평생. 민주당 사람들은 모두 DJ를 잊었습니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나니 기억상실증이 온 것 같아요. 어떤 행사를 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모시는 적이 없어 굉장히 섭섭했습니다.”
 

  ― 오히려 보수 정당에서는 더 인 위원장을 찾았죠.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당시 사회통합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부탁받아 일했고, 비례대표 제안도 두 번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사회통합과 남북관계, 동서화합, 다문화 등 제가 아는 분야에 대해 도와달라고 해서 도왔고 정치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도와달라고 할 때 거부감은 없었습니까.
 
  “거부감이 있을리가요. 새누리당이 북한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비교적 부족하고 노력하기 위해 저를 찾았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분 중 한 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잘못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사람입니다. 미국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잘못한 일이 있어도 잘한 점을 더 부각시키고 존경의 대상으로 삼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고 비교적 사소한 잘못들을 많이 부각시킵니다.”
 
  ― 한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 드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5000년 역사 중 드물게 관(官)을 앞세우지 않고 민(民)을 앞세웠습니다. 역사 속에 그런 인물이 없었습니다. 지금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는 게 박정희 경제모델을 따른 것 아닙니까. 박 전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을 앞세워 패배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들 정신에 힘을 불어넣었어요. 우리도 잘살 수 있다고 이끌어나간 박정희 대통령은 진심으로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
 
  2023년 10월 23일 출범한 국민의힘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인요한 혁신위원회)는 11월 중순까지 세 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내놓았다. 10월 30일 내놓은 1호 안건은 당내 통합과 화합을 위한 징계취소안이다. 이 안은 이준석, 홍준표, 김재원, 김철근 등 당내 징계를 받은 인사들을 사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1월 3일 내놓은 2호 안건은 공천 관련 5대 혁신안이다. 내용은 ▲원내지도부, 중진, 친윤 인사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험지)에 출마할 것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 관철 ▲현역 국회의원 등 선출직 평가 후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이다.
 
  11월 9일 선보인 3호 안건은 청년 및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한 진입장벽 완화 혁신안이다. 내용은 ▲비례대표 당선가능권 순번에 청년 50% 할당 의무화 ▲당선 우세 지역에 청년 전략지역구 선정 ▲전 정부기구 및 지자체 모든 위원회에 청년위원 일정비율 할당 의무화 등이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채택되는데, 최고위는 1~3호 안건 중 1호만 의결한 상태다. 특히 2호 안건 중 지도부와 중진이 불출마하거나 험지에 출마하도록 권고한다는 내용과 관련해 중진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태다. 혁신위는 11월 20일 이후 경제 및 민생과 관련된 4호 안건을 내놓을 계획이며, 당헌·당규상 활동기한은 12월 24일까지다.
 
  “야당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
 
  ― 민주당은 왜 인요한이라는 인물을 찾지 않았을까요. 동교동계와도 친분이 깊지 않습니까.
 
  “저는 권노갑·한화갑·정대철·정세균 등 정치인들과도 친합니다. 지금의 민주당이 DJ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면 저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한 번도 손을 내민 적이 없어요. 지금 민주당에 DJ 정신은 전혀 없습니다. DJ 정신을 이어갈 인물도 없고요. 굳이 꼽자면 김민석 의원은 인정할 만한 인격자이지만 이외엔 인물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얘기는 꾸준히 해왔습니다.
 
  “정권 교체와 남북평화, IMF 금융위기 극복 등의 성과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포용’입니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취임식에 모셨어요. 그 자체가 노벨평화상 감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권은 보복투성이입니다. 특히 민주당은 김대중을 잊은 것은 물론 정치의 목적과 방향도 잃어버렸어요.”
 
  ― 혁신은 국민의힘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민주당도 시급한 과제죠.
 
  “민주당, 그러니까 야당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한 겁니다. 서로 건강한 견제를 해야죠. 제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직을 받아들인 것도 여당이 저에게 전권을 주고 바꿔달라고 하는데 이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우리 정치권을 고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지금은 정치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뜻 그런 것 같지만 분명한 색깔을 띠고 있는 세력은 좌우로 20%에 불과해요. 보수 20%, 진보 20%를 제외한 60%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저에겐 그 60%가 가장 소중합니다.”
 
  ― 진보 세력과 가까이하는 모습은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일과 정치권의 접점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인데요, 진보 세력은 북한에 대해 굉장히 이상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벗어나지 못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그렇게 우리 정부가 구애를 해놓았는데 뒤에선 갑자기 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하는 나라가 북한 아닙니까. 그런 실수를 반복하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의 ‘마녀사냥’
 
인요한 위원장이 2012년 3월 특별귀화 1호로 선정돼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받고 태극기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사진=조선DB
  ―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문제도 그렇지만, 원전 가동을 중단시킨 것도 말도 안 되는 상식 밖의 얘깁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우리 원전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마라톤대회에서 힘차게 달리는 사람을 붙들어 억지로 쉬고 다시 뛰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 과오가 적지 않죠.
 
  “정말 크게 잘못했다고 제가 생각하는 점은 전직 대통령들을 사면하지 않은 겁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임기 내내 감옥에 붙들어뒀죠.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감옥에 있다니, 외국 나갈 때마다 창피해 혼났습니다. (20대)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처음으로 한 얘기가 두 전직 대통령을 빨리 사면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 대선 때 윤 대통령을 도왔습니까.
 
  “도울 형편이 못 됐죠. 제가 문재인 정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2년간 받았습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상당한 시간을 들여 토로했다.
 
  “2년 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저와 제 주변을 샅샅이 조사했습니다. 말하자면 전두환의 방법이잖아요. 너는 우리하고 같은 편 아니니 가만히 있는 사람 흠을 잡아서 내쫓겠다는 것 아닙니까. 제가 외국인 및 유학생 등에 대한 신체검사 비용을 다른 병원하고 담합했다는 혐의를 씌우더라고요. 공정위가 대학병원 교수를 담합 혐의로 조사한 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저를 조사해서 안 되니까 간호사들까지 세종시로 불러 조사했어요. 그런데 한 국가 내에서 외국인 신체검사 비용은 전국이 동일하게 하도록 국제법상으로 정해져 있어요. 그걸 왜 공정위가 조사합니까. 그걸 건드리는 건 국제법 위반이에요. 그걸 제가 주동했다뇨. 조사 자체가 제 손발을 묶어놓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던 겁니다. 그때 공정위 위원장이 김상조 교수였고 위원장직 마치고 바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가더군요. 제가 박근혜 인수위에 참여했다는 것 말고는 저를 괴롭힐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저는 정당에 참여하지도 않았고요. 그저 제가 ‘박근혜 편’이라고 보고 우리 집안에까지 먹칠을 하려고 했던 겁니다. 정말 사악한 목적 아닙니까?”
 
  ‘마녀사냥’은 그의 추측이지만, 2년여간 그와 주변인들이 공정위에 불려 다녔다는 사실은 팩트였다.
 
  “처음 조사실에 가니 조사관이 ‘당신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으니 자백을 하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 헌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내가 위법을 했으면 여기서 조사하지 말고 빨리 검찰로 넘기라고 했습니다. 제가 흔들리지 않으니까 우리 병원 간호사들, 다른 병원 교수들까지 줄줄이 불러대는 겁니다. 인요한이 주동자 아니냐고 계속 압박했다고 합니다. 프레임을 미리 짜놓고 끼워 넣으려 한 거죠. 결국 위법 사실이 없고 제가 1원 한 푼 이득을 본 것도 없어 불기소로 끝났어요.”
 
인요한은 어떤 인물인가
 
인요한 위원장이 어린 시절 부모형제와 찍은 가족사진. 맨 앞 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인 위원장이다. 사진=조선DB
  1959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자랐다. 인요한의 친할아버지 윌리엄 린턴은 미국인으로 22세 때 한국에 와 48년간 전주와 군산 일대에서 선교와 교육, 의료봉사를 했고, 3·1운동 당시 기미독립선언서 작성에 참여하고 해외 홍보를 맡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한 바 있다. 윌리엄 린턴의 장인은 1896년 한국에 와 학교와 병원을 설립한 미국인 선교사 유진 벨이다. 윌리엄 린턴의 3남이며 인요한의 아버지인 휴 린턴은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으며, 윌리엄 린턴의 한국 선교 활동을 이어받았다. 인요한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대 의학과 가정의학교실 교수 겸 국제진료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외신기자 통역 역할을 했다. 교육과 의료 활동 등 대한민국 사회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복수국적) 1호가 됐다. 2012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박근혜 대통령)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확실히 바뀔 때까지 계속 흔들겠다”

 
  다시 국민의힘 혁신위 이야기로 돌아가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인요한 위원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을 빌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강조한 바 있다.
 
  ― 혁신위가 바꿀 국민의힘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다 바꾸는 겁니다.”
 
  ― 당 내부로 들어와 보니 어떤 느낌인지요.
 
  “사실 잘 안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는 저에게 전권을 줬어요. 당의 전권이 아니고 당 변화의 전권이죠. 어떻게든 바꿀 겁니다. 확실히 바뀔 때까지 계속 흔들어야죠.”
 
  ― 3차에 걸쳐 혁신안을 내놓았는데, 앞으로 나올 혁신안까지 모든 혁신안을 관통하는 가치가 있다면.
 
  “변화라는 가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그다음 가치는 희생입니다. 정치는 국민을 섬기는 거예요. 국민을 위해 정치인이 희생하고 국민은 이득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정치인이 희생하고 변화하면 사회는 바뀝니다.”
 
  ― 민주당도 이전의 ‘김은경 혁신위’는 실패했지만 최근 지도부에 험지 출마를 권유하는 등 달라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기분이 좀 좋습니다. ‘국민의힘이 바뀌면 민주당도 바뀌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 때문이라면 과대망상일까요.(웃음)”
 
  ― 그동안 보수 정당도 혁신위원회를 여러 차례 만들었지만 특별히 보여준 것이 없었죠.
 
  “큰 변화를 갈망했기 때문에 저를 부른 거 아니겠습니까.”
 
  ― 거침없는 언행이 계속되다 보니 인 위원장이 대통령의 뜻을 사실상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에게는 예의라는 게 있어요. 제가 대통령과 같은 급으로 생각하겠습니까. 당대표께도 함부로 얘기하지 않아요. 제가 특정 중진 정치인 이름을 언급한 적도 한 번도 없습니다. 언론이 자꾸 콩가루 집안으로 만드는 거예요.”
 
 
  “대표 갈아치우고 당에 계속 있을 사람 아니다”
 
  ― 혁신위의 중진 험지 출마 권유가 뜨거운 이슈입니다. 실명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요?
 
  “지금까지는 없었어요. 하지만 다음 주(11월 20일)부터는 입장이 바뀔 수 있습니다. 솔직히 누구누구인지 다 알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사람들이 얼마나 머리가 좋은데요.”
 
  ― 일부 영남 중진 의원들이 해당 권고에 대해 대놓고 반발하는 모습입니다.
 
  “두고 봅시다. 변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요. 안 변하면 못 삽니다. 당이 살지 못하면 나라도 살지 못하는데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국회의원 상당수는 당과 나라보다 자신의 당선을 중요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안 되면 더 센 약(藥)을 쓰려 합니다. 원래 의사가 환자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진 않아요. 하지만 죽어갈 때는 약을 먹이고 치료를 해야 합니다.”
 
  ― 험지 출마 등은 혁신위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지 않습니까. 항의도 들어올 것 같고요.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원회 내부에서 계속 토론이 이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위원회 밖 당내에서 혁신안에 대해 저에게 직접 항의나 불만을 표시한 사람은 없습니다.”
 
  ― 혁신위는 언제까지 활동합니까. 당헌·당규상으로는 12월 중에 마무리해야 하는데요.
 
  “기한을 정하지 않았어요.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결정될 겁니다. 다음 주에는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하고 경제와 관련한 혁신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지금 세계 경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고 우리 경제에 대한 비전을 정치권이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일각에서는 인요한 위원장이 사실상 당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월권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고요.
 
  “제가 대표 갈아치우고 당에 계속 있을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런 몰상식한 얘길 누가 합니까. 김기현 대표는 저에게 변화의 전권을 주며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고 서로 소통도 잘하고 있습니다.”
 
 
  “옳은 길은 간단하다”
 
  ―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편이죠.
 
  “대통령은 그렇게 부지런한 대통령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뛰고 있어요. 이 정도로 세일즈맨 같은 대통령은 여태껏 없었습니다. 다만 외부에 자신의 공적을 드러내는 과정이 좀 매끄럽지 못한 것 아닌가, 그래서 실제 공적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네요.
 
  “솔직히 여당이 대통령의 얼굴 아닙니까. 그분들이 진심으로 나라를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통령을 생각하고 잘해야 하는데 지금 못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희생하라고 한마디만 합니다. 이런저런 얘길 하고 있지만 답은 굉장히 간단해요. 심플 이즈 그레이트(Simple is great)라는 말이 있잖아요. 간단한 것이 위대한 겁니다. 다만 옳은 길은 간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는 건 어렵죠.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야 하는데 인정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희생에 앞서 용기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 당내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요. 인상적인 인물이 있습니까.
 
  “미국은 정치에 유머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거든요. 한국은 그렇지 못한데, 이번에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고 와서 그분의 유머에 감탄했습니다. 거침없이 얘기하는데 맞는 말이 많아요. 헤어지면서 다시 한 수 배우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만났죠.
 
  “날카로운 비판을 많이 하시더군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을 보여주는 거라 말씀하시기에 저와 의견이 다르다는 생각도 좀 했습니다. 저는 국민의힘이 보궐선거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치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준석 전 대표는 결국 못 만났죠. 계속 함께 가자고 설득할 생각입니까.
 
  “(이 전 대표는) 많이 억울해하고 아파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은 설득해서 같이 가야 합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만났는데 당과 나라를 많이 걱정하는 분입니다.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저와 의견을 많이 나눴고요. 국민의힘은 구성원 전체를 포용하고 끌어안을 겁니다.”
 
 
  민주당이 빠져 있는 ‘스톡홀름 신드롬’
 
2012년 10월 인요한 위원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부터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임명장을 받고 있다. 사진=조선DB
  인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11월 8일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참석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대표님, 이제 정쟁 좀 그만하자”고 외쳤다. 그러자 현장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런 말은) 윤석열한테 해라” “너네가 멈춰라”라며 항의를 쏟아냈고, 인 위원장이 행사장을 떠날 때 일부 진보 성향 유튜버들이 그를 향해 심한 말을 퍼붓기도 했다.
 
  “그날 유튜버들이 쫓아 나오면서 아주 불미스러운,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고요. 소리 지르고 야유하고… 제가 한 인사말은 김대중 대통령의 화해와 용서를 잊지 말자는 내용이었는데 정쟁하지 말자는 그 한마디 때문에 난리를 치는 게 상식적입니까? 제가 정쟁 그만하라고 한 게 그렇게 엄청나게 잘못된 일입니까? 국민은 정쟁하는 정치인들을 당연히 싫어하지 않습니까. 국민 앞에서 그만 싸우고, 독단도 그만하고 국회 내에서 싸우고 타협하라고 한마디 한 겁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왜 들먹입니까. 민주당 자신들이 잘못해서 당선된 대통령을 자기들이 왜 끌어내리려 해요?”
 
  ― 민주당에 섭섭한 점이 많군요.
 
  “저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입니다. 민주당 정권에서 제 흠 잡아내려고 제가 재직 중인 학교와 순천에 있는 우리 집안 학교, 재단 등을 탈탈 털며 조사했잖아요. 건강보험 관련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공정위에서 조사도 2년이나 불려 다녔고요. 제가 성공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 명문가 출신 의사를 왜 정치권에서 견제합니까.
 
  “제가 박근혜 인수위에 참여했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죠. 저는 사회통합위원회에 있었을 뿐 정치적 역할을 한 게 없는데 그걸 갖고 평생 그러는 겁니다. 솔직히 유치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예요.”
 
  ― 지금의 민주당을 평가한다면.
 
  “거대 야당으로 부리는 횡포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떻게 자기를 괴롭힌 사람을 그대로 닮아가는지 신기할 정도예요. 나쁜 시어머니에게 구박당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똑같이 행동하기도 하고, 가정폭력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 나중에 또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사례들이 있잖아요. 민주당이 딱 그렇습니다. 전두환 정권 때 핍박당했던 세력 아닙니까. 그런데 전두환 정권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어요.”
 
  ― ‘전두환 정권 같다’는 건 민주당 입장에선 가혹한 말 아닐까요.
 
  “자기들이 가혹하게 가잖아요. 야당이면 비판을 하고 싸우고 협의하고 절충안을 만들고 하면 되지 어떻게 야당 자기들끼리 법을 통과시키고 상대 당(여당)에 대해서는 콧방귀도 뀌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입니까. 전두환 정권 때랑 다를 게 없어요. 숫자가 많다고 독선적으로 하는 게 독재 정권하고 뭐가 다릅니까?”
 
  ― 미워한 사람 닮아가는 케이스가 더러 있죠.
 
  “미워한 사람과 똑같이 하면 안 되죠.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이라고 알죠? 패티 허스트라는 여성이 범죄자들에게 인질로 잡혔는데 1년쯤 후엔 그 범죄자들과 함께 은행을 털고 범죄자들을 옹호하더라는 겁니다. 민주당이 지금 그 증후군에 걸려 있어요.”
 
 
  적을 포용한 김대중
 
인요한 위원장이 지난 11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김대중 100주년 기념사업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인 위원장은 민주당이 ‘김대중 정신’으로 돌아가야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신의 기본은 포용입니다. 제가 199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독대(獨對)했는데, ‘왜 전두환을 그대로 두느냐’고 물었어요. 저도 전두환 정권 당시 핍박을 받았고 혈기왕성한 30대였죠. 군사 정권도 끝났는데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사람에게 보복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런데 그분은 ‘보복이라는 건 못쓸 것이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 만델라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강의를 30여 분 정도 들었어요. 미워한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면 안 된다고요. 그리고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갔는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와서 앉아 있기에 처음엔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분들을 품더란 말이에요. 그때 저는 우리 민족에게 희망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뿐만이 아니라 직접 실천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는 그분의 뜻을 이어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김대중 정신인 포용과 타협, 화해 이런 것들이 전혀 안 보여요.”
 
  그는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들은 비화도 소개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박지원 실장 편으로 전두환·노태우한테 ‘5년(임기) 동안 괴롭히지 않을 테니 편안하게 계시라’는 말을 전했다더군요. 사실 자신한테 사형선고를 내리고, 납치당하고, 가택연금을 그렇게 오래 당했는데 보복하지 않고 품은 겁니다. 나를 괴롭힌 사람을 괴롭히면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거죠.”
 
  그는 역대 대통령 중 특히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세 명을 존경한다고 했다.
 
  “제 또래는 대부분 그 세 분을 존경하는 것 같아요. 나라를 세운 분, 나라를 일으킨 분, 포용과 화합을 몸소 보여주신 분입니다.”
 
  ― 다른 대통령들은 어떻게 봅니까.
 
  “제가 정치권과 접점이 있는 경우는 대부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일인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너무 ‘로맨틱’했어요. 저에게 ‘우리가 잘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북한을 너무 모르는 게 아닌가 해서 그건 절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핵은 이념과 사상이 아닌 생존 문제라고요. 그랬더니 언짢은 기색을 보였고, 그 후로는 만남이 없었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지만 인도적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저에게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다는 데 동감을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특별한 접점이 없었습니다.”
 
 
  “민주당·이재명, 보복정치에 집중”
 

  인요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혁신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 문화가 바뀌길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보복정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부인을 겨냥한 특검? 이건 곧 전두환 시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대한민국이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부패 등으로 인한 정국불안과 심한 대외 경제 의존을 겪는 국가를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 되는 거죠. 우리 당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고 하지만 솔직히 정치판 전체가 희망이 없어 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제가 여러 번 하는 얘기지만 한국 사람들이 머리가 좋아요. 혁신위가 하듯 길만 내주고 우리부터 변하면 다들 변하게 됩니다. 옛날에는 정치가 멋있었잖아요. 낮에는 싸우고 밤에는 화해하고 낭만이 있었죠. 대립되는 의견은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서로 사람을 미워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정치인들이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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