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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불교 ‘가교 역할’ 자임한 법성종 묘심 종정

“자비정사의 〈만다라〉엔 한일 양국 ‘화해의 메시지’ 숨어 있어”

글 :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취재기획위원·군사전문기자  goms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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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비정사, 일본 최고의 불교유산 〈유가오 만다라〉 소장 중
⊙ 무로마치 막부 초대 쇼군 아시카가의 전투복 비단으로 배접
⊙ ‘문화 1번지’ 종로에 위치한 자비정사,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선정
⊙ “수장공간을 마련하는 대로 일반에 영인본 〈만다라〉를 공개할 것”
사진=오동룡
  지난 7월 13일 기자가 서울 종로구 구기동 북한산 자락의 한국불교 법성종(法性宗) 본찰 자비정사(慈悲精舍)를 찾았을 때,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일주문(一柱門) 앞에는 국립공원공단이 자비정사를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했다는 현수막이 펄럭였고, 절 맞은편 보현봉(普賢峯)을 중심으로 한 북한산 영봉들은 비구름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묘심(妙心) 종정은 한국 불교 사상 최초의 비구니 종정(宗正)이다. 묘심 종정은 《빙의》 《영혼》 《대한민국과 결혼한 박근혜》 《한반도 전쟁 대예언》 등 저서를 9권이나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 때문에 필명 묘심화(妙心華)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법성종은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617~686년)가 분황사에서 창종(創宗)한 교종(敎宗) 종파의 하나로, 13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일체의 만물은 법성(法性)을 가졌고, 모두 성불할 수 있다는 교의(敎義)를 기반으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기본 경전으로 하고 있다.
 
  자비정사 내 종무소(宗務所)인 용루보전(龍樓寶殿)에서 만난 묘심 스님은 “법성종은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자는 화쟁(和諍) 사상, 중생에게 성불의 해법을 제시한 일승(一乘) 사상을 근본으로 하는 종단”이라며 “조선왕조 때 소멸됐던 법성종은 1964년 혜성(慧聖) 종사께서 원효 대사의 법성종을 재창종했고, 수제자인 제가 종정을 이어받아 북한산 자락에 자비정사를 건립하고 기도정진하고 있다”고 했다.
 
 
  자비정사 일대,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
 
  — 최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자비정사 일대를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자비정사는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문화유산을 보전할 시설도 건축할 수 없었어요. 이 때문에 대웅전도 무너질 위기에 있었고요. 얼마 전 국립공원공단이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하면서 자비정사가 보유한 문화재를 보전할 시설의 설치가 법적으로 가능해졌죠. 공원문화유산지구 지정을 위해 20년 동안 공을 들였는데, 이제야 결실을 본 겁니다. 종로구와 협의해 시설을 짓는 대로 소장한 문화재를 국민들께 공개할 예정입니다.”
 
  현재 자비정사는 보물 1점(장승법수)과 서울시 유형문화재 1점(선종유심결)을 소장하고 있다. 《장승법수(藏乘法數)》는 공양왕 1년(1389년) 무학 대사가 지은 일종의 불교사전으로 대장경을 차례대로 배열해 찾기 쉽게 편찬한 책이다. 원나라 서암 가수(西菴 加遂)가 1365년 간행한 판본을 저본(底本)으로 해 여말선초의 무학 대사가 판각한 회귀본이다. 《선종유심결(禪宗唯心訣)》은 조계종의 종조인 보조국사 지눌(知訥) 스님의 대표적 저술이다. 불자의 기본인 마음을 닦는 선수행(禪修行)의 비결로 깨침과 수행의 원리를 밝힌 책이다. 현재 《선종유심결》은 문화재청의 보물 지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또 자비정사는 화승 의겸(義謙)이 그린 조선 경종의 친모인 장희빈 탱화(幀畵)도 소장하고 있다. 묘심 스님은 “경종 임금이 비운에 간 어머니를 기려 불사를 일으킨 탱화 작품이 지금 자비정사에 와 있는 것도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며 “최근엔 일본 니치렌(日蓮) 스님의 친필 〈만다라(曼茶羅·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한 상징물)〉의 백미로 꼽히는 〈유가오 만다라〉를 모시고 있다”고 했다.
 

  — 자비정사 일대가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되면서 ‘정치 1번지’ 종로구가 조만간 ‘문화 1번지’로 변모할 것 같네요.
 
  “정문헌(鄭文憲) 종로구청장도 이런 역사, 문화자산을 가진 종로를 ‘문화 1번지’로 만들겠다는 열의를 갖고 있습니다. 그 거대 문화벨트의 중심에 자비정사가 자리하고 있고요. 종로구에는 경복궁, 창경궁, 운현궁, 경희궁 등 궁궐이 네 개에 이르고, 청와대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함께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한옥 지구인 서촌과 북촌이 연결되는 등 종로구의 문화자산을 거대한 문화벨트로 묶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원효 제자 심상, 일본에 불교 전파
 
  묘심 종정은 “한일 불교의 교류를 강화해 70년간 응어리진 양국 관계의 오해와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불교는 한반도와 불가분의 관계다. 원효 대사가 제자 심상(審祥)을 통해 729년부터 749년까지 나라(奈良)의 다이안지(大安寺)에 《묘법연화경》과 《화엄경》을 전래했고, 불상(佛像)과 불구(佛具)를 전달했다. 이후 일본 불교는 서기 624년 승제(僧制)가 정해져 백제의 관륵(觀勒)을 승정(僧正)으로 받아들이는 등 크게 번창했다.
 
  묘심 종정은 “일본은 원효 대사를 원효(元曉)의 일본식 발음인 ‘강교(がんぎょう)’라 부르며 교토 고잔지(高山寺·일본 차의 발상지)에 초상화를 모셔놓고 있다”며 “일본 불교계에서는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원효를 논하지 않고서는 마명보살(馬鳴菩薩·서기 80년경의 최초의 불교 시인)이 남긴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을 풀어 해석할 수 없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묘심 종정은 “원효가 671년(문무왕 11년) 저술한 현존 최고(最古)의 한국 불경 《판비량론(判比量論)》의 일본판엔 최초 소장자인 나라 시대의 쇼무(聖武) 천황의 부인 고묘(光明) 황후의 ‘내가사인(內家私印)’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다”며 “고묘 황후는 고대 일본을 대표하는 보물창고인 쇼소인(正倉院)을 처음 만든 인물로, 《판비량론》에 찍힌 신라 구결(口訣)의 각필(角筆) 흔적은 일본 가타카나 문자의 기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토착 불교를 만든 니치렌
 
14~15세기에 그린 니치렌 스님의 초상화. 니치렌종 총본산 구온지(久遠寺)가 보관하고 있는 초상화다.
  일본의 니치렌(日蓮·1222~ 1282년) 스님이 창시한 니치렌종(日蓮宗)은 한국의 법성종, 중국의 불교와 마찬가지로 《묘법연화경》을 기본 경전으로 하면서 대중불교와 호법(護法)불교를 주창한다는 점에서 본질이 같은 계통이다. 니치렌 스님은 《묘법연화경》을 바탕으로 말법(末法) 시대에 개인의 구제뿐만 아니라 사회의 전체적 구제, 즉 ‘입정안국론(立正安國論)’을 주장하는 독자적 사상체계를 수립해 일본의 불교 문화를 수립한 인물이다.
 
  묘심 종정은 “부처님 열반 이후 불교에는 인도의 용수(龍樹) 보살, 중국의 천태 대사 지의(智顗), 한국의 원효 등 3대 성인(聖人)이 있었다”며 “일본의 니치렌 스님은 불교의 4대 성인에 올릴 만큼 시공(時空)을 뛰어넘어 후세인들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고 했다.
 
  니치렌종은 불교의 대표적 대승경전인 《묘법연화경》의 신앙을 일본의 사회적 상황에 맞게 토착화시켰다. 니치렌 사후, 니치렌의 여섯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닛코(日興)가 1290년 니치렌정종(日蓮正宗)을 개종했고, 니치렌정종은 1950년 이후 신도단체인 창가학회(創價學會)를 통해 급속히 발전했다. 1964년 공명당(公明黨)이란 정당을 창당해 자민당(自民黨)과 연립해 여당이 됐다. 현재 창가학회는 전 세계에 190여 개의 지부를 두고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
 
  묘심 종정은 “원효 스님이 설파한 《묘법연화경》은 불교 경전의 진수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이 담겨 있다”며 “일본의 니치렌 스님도 800년 전 한반도에서 《묘법연화경》을 전수받고, 이 경전만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며 《묘법연화경》이 어렵다면 〈만다라〉를 걸어두고 《묘법연화경》만 외치라며 불교를 대중화시켰다”고 했다.
 
 
  니치렌의 〈만다라〉 소장
 

  자비정사는 니치렌 스님이 54세(1276년)에 썼다는 진필(眞筆) 〈만다라〉를 소장하고 있다. 이 〈만다라〉는 니치렌 스님의 친필 〈만다라〉 가운데 최고 경지의 〈만다라〉다. 묘심 종정은 “〈만다라〉의 형상은 언론에 자세히 공개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니치렌 스님은 〈만다라〉를 제작하면서 중앙에 ‘숭배의 대상은 나무묘법연화경’이라고 적고, 이 문구를 중심으로 부처와 보살들의 이름, 니치렌 등 불교 성직자의 이름, 신들의 이름을 적었다”고 했다.
 
  〈만다라〉에는 니치렌 스님의 친필로 ‘천조대신(天照大神)’ ‘팔번대보살(八幡大菩薩)’이 적혀 있는데, 한국·일본·중국의 고서에 따르면, 천조대신은 가야의 김수로왕과 인도 공주인 허 황후의 둘째 딸인 묘견(妙見) 공주가 일본 규슈 지방으로 가 여왕으로 추대된 히미코(卑彌呼) 여왕으로,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과 태양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기자가 대웅전에서 확인한 니치렌 스님의 〈만다라〉 영인본(影印本)조차도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현수막으로 가려진 〈만다라〉 틈새로 제작 시기를 말하는 ‘불멸후(佛滅後)’라는 글씨가 보였다. 750년이란 세월의 무게에도 〈만다라〉에 새겨진 ‘日蓮(니치렌)’이란 글씨는 엊그제 쓴 것처럼 또렷했다.
 
 
  《겐지모노가타리》의 여인 ‘유가오’ 등장
 
무로마치 막부 초대 쇼군 아시카가 다카우지(足利尊氏). 〈유가오 만다라〉는 그가 전국시대 전투 현장에서 입었던 전투복의 비단 일부를 배접하는 데 사용했다. 사진=위키피디아재팬
  니치렌 스님이 남긴 〈만다라〉에 관한 역사적 고증(考證)은 에도 시대의 고카쿠(光格) 천황 7년(1787년)에 만든 《슈우이미야코메이쇼즈에(拾遺都名所圖繪)》에 등장한다. 당시 니치렌 스님이 쓴 〈만다라〉는 스님이 입적한 후 중국산 비단으로 배접해 표구(表具)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배접용으로 사용한 비단이 예사롭지 않다. 가마쿠라(鎌倉) 막부를 타도하고 무로마치(室町) 막부를 연 초대 쇼군(將軍) 아시카가 다카우지(足利尊氏·1305년~1358)가 전국시대의 전장(戰場)에서 입은 전투복의 비단 일부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에도 시대 초기 작품으로 알려진 《모리야스본 겐지모노가타리 그림책(盛安本源氏物語)》에 등장하는 유가오(夕顔)의 죽음 장면. 죽음을 맞이하는 유가오를 바라보며 한탄하는 히카루 겐지(光源氏)의 모습이 사실적이다.
  게다가 니치렌 스님의 〈만다라〉엔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곡절(曲折)을 품은 사랑스럽고도 신비스러운 여인 유가오(夕顔)도 등장한다. 니치렌 스님의 〈만다라〉 이면(裏面)에는 ‘授與日照御本尊(수여일조어본존)’ ‘닛쇼(日昭)에게 〈만다라〉를 주었다’는 기록과 함께 ‘박꽃’이라는 뜻의 ‘夕顔(유가오)’라는 부문(浮文)이 적혀 있다. 어떤 연유로 소설 속 인물, 유가오가 〈만다라〉에 들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후대 사람들은 이 〈만다라〉를 〈유가오 만다라〉로 부르기 시작했다.
 
  유가오는 《겐지모노가타리》에 등장하는 이야기 속 여성이다. 《겐지모노가타리》는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973~1014년)가 1008년 무렵 쓴 세계 최고(最古)의 근대소설이다. ‘일본판 카사노바’인 천황의 아들 히카루 겐지(光源氏)의 출생과 시련, 그리고 영화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는 헤이안 시대를 대표하는 모노가타리 문학이다. 정편(正篇) 41권, 속편(續篇) 13권으로 이뤄진 작품으로, 〈정편 4첩 유가오편〉에 등장하는 유가오란 여성은 가인박명(佳人薄命)한 여성이다. 히카루 겐지의 애인(愛人)으로, 히카루 겐지와 하룻밤의 사랑을 나누고 모노노케(원령)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법성종이 한일 불교 교류 앞장설 것”
 

  묘심 종정은 “지금으로부터 750년 전인 1276년에 쓴 니치렌의 진필 〈유가오 만다라〉가 21세기 자비정사에 나투신(깨달음이나 믿음을 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나타냄) 것은 부처님의 인연법(因緣法)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며 “니치렌 스님의 〈유가오 만다라〉엔 한일 간 복잡한 정치와 문화적 난제를 화합과 화쟁, 포용의 정신으로 풀어나가라는 부처님의 ‘화쟁(화해)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고 했다.
 
  묘심 종정은 “자비정사가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선정됐고, 보물들의 수장공간을 마련하는 대로 일반에 영인본 〈만다라〉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무묘법연화경》이란 하나의 경전을 종지(宗旨)로 삼고 있는 한국의 법성종과 일본의 니치렌종(日蓮宗)이 한일 간의 정치와 문화, 예술 교류에 앞장선다면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유가오 만다라〉가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묶는 성보(聖寶)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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