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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韓 거주 12년 차 英 기자, 라파엘 라시드가 ‘독설’을 아끼지 않는 이유

“‘문빠’든, ‘尹파’든, ‘박사모’든 내 눈엔 다 같은 극렬 지지자”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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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이방인에게 인정받으려고 할 필요가 없는 나라다. 스스로 자부심을 느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국뽕’ 외국인 너무 많아… ‘嫌韓’ 지적에 현실 전하는 게 내 몫
⊙ 2년 전 쓴 ‘신천지는 정치적 희생양’ 기사로 아직도 ‘문빠’ 공격
⊙ 영국 보수당·노동당의 협력? 한국에서는 구현 불가
사진=라파엘 라시드 제공
  익숙한 이름이었다. 가만히 떠올려보니, 2년 반 전에 봤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발발 초기. 한 외신 기자가 《뉴욕타임스》에 쓴 기사가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신천지가 한국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바이라인에 있던 라파엘 라시드(36). 그 이름이 이번에는 서점 ‘신간 베스트셀러’ 가판대에 있었다.
 
  제목은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내용을 훑어보니, 그간 한국에서 듣던 ‘통상적인 외국인의 말’과는 달랐다. 연신 ‘한국 사랑해요’를 외치기보다, ‘독설’을 쏟아내는 쪽에 가깝다. 이미 우리에게는 익숙한, 그래서 망각한, 혹은 쉬쉬하는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지난 7월 28일 그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 비판적 시각으로 한국을 봤는데, 책을 쓰게 된 배경은.
 
  “한국에 온 외신기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관례처럼 책을 낸다. 그중 90%는 북한 얘기고, 나머지는 한국의 미(美)에 관한 내용이다. 그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다. ‘슬픈 탈북자’와 ‘아름다운 나라 한국’에 관한 콘텐츠는 이미 많다. 이면의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타국에서 낸 첫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소감은.
 
  “(다소 민망해하며) 베스트셀러의 기준이 뭔가? 물론 책 내용에 100% 공감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텐데, 주변 지인들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들 하더라.”
 

  ― 다수의 한국인이 ‘외국인이 보는 한국’에 관심이 큰 것 같은데 공감하는지.
 
  “특히 한국보다 뭐랄까, 선진국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선진국’이라는 표현은 좀 예민할 수 있겠지만 다른 용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외침(外侵)의 슬픔을 지닌 동방의 작은 나라’라는 과거 때문인 걸까. 그런데 이제 이는 옛날 얘기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으니 이해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위상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일본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
 
  ― 외국인 패널이 나와 한국을 치켜세우는 예능은 여전히 많고, 꾸준히 인기인데.
 
  “영국에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으니 처음에는 흥미롭게 봤다. 지금은 너무 많아서 지루하다. 내용도 매한가지 아닌가. 가령 다들 ‘한국 사랑해요’ ‘김치 맛있어요’ 한다. 소위 말하는 ‘국뽕(맹목적 애국심)’ 방송이다. 몇 년 전 내게도 제안이 왔는데 거절했다.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라서다. 영국인은 정서가 기본적으로 냉정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비판적인 성향이 있다. 모이면 정치에 대해, 사회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기 마련인데, 예능에 나오는 이들은 좋은 얘기만 하더라. 어떻게 늘 아름다울 수 있나. 과장·왜곡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이방인에게 인정받으려고 할 필요가 없는 나라다. 스스로 자부심을 느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신천지 기사 후폭풍 아직도
 
2020년 3월 9일 라파엘 라시드 기자가 《뉴욕타임스》에 쓴 신천지가 한국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 외교부는 즉각 반박문을 냈다.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프랑스인 어머니와 방글라데시인 아버지 사이에서다. 세 쌍둥이 중 둘째. 그래선지 ‘남들과 다른 것’에 관심이 많았다. 런던에서 우연히 접한 불고기와 영화 〈올드보이(2003)〉 포스터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런던에서 벗어나고 싶어 요크대에 진학했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탄 장학금으로 2006년 한국으로 배낭여행을 왔다. 호기심이 관심으로 바뀌었다. 영국으로 돌아가 소아스(SOAS)런던대에서 한국학·일본학을 전공한 뒤 2011년 다시 한국으로 왔다. 고려대에서 한국학 석사를 끝낸 후 햇수로 12년째 거주 중이다.
 
  사회 초년병 때는 3년간 홍보회사를 다녔다. 지금은 프리랜서 기자로 일한다. 《가디언》 《뉴욕타임스》 《텔레그래프》 《닛케이아시아》 등의 외신에 한국 관련 기사를 기고한다. 북한과 K팝 등의 내용이 대부분인 여타 해외 언론에서 주로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쓴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20년 3월 9일 《뉴욕타임스》에 쓴 기사다. 한국의 ‘코로나19는 신천지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지적한 내용이다. 이 기사에서 그는 “한국 정부는 2월 중순 ‘코로나19는 곧 종식될 것’이라고 태평하게 대응하다가,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전염병을 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신천지에 강경한 기조를 보이는 인물로 이재명·추미애·박원순을 든 후 “대중의 편견과 정치적 기회주의에 신천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신천지가 정치적 목적으로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당시 해당 기사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고, 외교부는 《뉴욕타임스》에 반박 기고문까지 냈다.
 
  ― 그 기사가 굉장히 화제였다.
 
  “후폭풍을 아직까지 맞고 있다.”
 
  ― 어떤 후폭풍?
 
  “이른바 ‘문빠’들로부터 악성 메시지를 아직도 받는다. 영국인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신조어), 신천지한테 얼마 받았느냐.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아직도 받고 있다. 댓글, 쪽지, 이메일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마치 광신도, 사생팬 같다. 그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 싫어요’라는 내용이 아니었다. 읽는 사람들은 그렇게 느꼈던 걸까. 북한과 다름없다고까지 느껴졌다. 감히 우리 ‘리더’를 욕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나는 욕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신천지 신도도 아니고, 당연히 돈도 받지 않았다.”
 
  당시 외교부는 즉각 반박문을 기고했다. 그가 기사를 게재한 지 이틀 만이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단계부터 빠르고, 투명하게 선제 대응을 위해 노력했다는 게 요지다. “신천지 신도 중 확진자가 다수 나온 이유는 한국의 신속하고 투명한 방역 시스템 때문”이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외교부의 이상한 반박문
 
  ― 반박문을 읽어봤나. 무슨 생각이 들던지.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틀린 말을 쓴 것도 아닌데 반박을 하니 말이다. 내용을 읽어보니 사실상 ‘반박’도 아니었다. 기사가 가짜뉴스거나 왜곡됐으면 어떤 부분이 어떻게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우리는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읽으면서 ‘그래, 노력하는 건 나도 알아, 이제 내 비판에 대한 답을 해줘’라고 생각했다. 만일 사실관계가 틀린 게 있다면 받아들이려 했다. 끝까지 그런 내용은 없었고 정부의 노력을 치하하는 내용이었다.”
 
  ― 여전히 그 기사 내용을 견지하나.
 
  “물론이다. 있는 그대로의 내용을 쓴 것이고,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의 경우에도 만일 문제점이 있었다면 이를 밝혀내는 것이 맞고, 국민들 또한 진실을 알아야 함이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이 또한 정치적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변함없는 진실을 두고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의 정치권 행태를 지적한 셈이다.
 
  ―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관해서도 기사를 쓸 생각인지.
 
  “(또 다른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표정으로) 아니, 안 쓸 거다. 다만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3년 전 발생했을 때와 지금 사건 자체에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헌법에 위배된 일임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부 광신도들은 이를 끝까지 방어하려고만 하고, 반대 진영에서는 이를 정치적인 기회, 혹은 정치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여야와는 상관없이 진실을 밝혀야 하는 문제인데 정권 교체 이후 온도차가 난다는 것이 안타깝다.”
 
 
  “文빠든, 尹파든 다 똑같아”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올렸다 삭제한 귤 사진. 라시드 기자는 이를 지적한 뒤 윤 대통령 지지자로부터도 악성 메시지를 받는다고 했다. 사진=소셜미디어 캡처
  그는 “이 같은 얘기를 풀어내면, ‘누구 편이냐’는 질문이 따라붙는다”고 했다.
 
  “어느 쪽도 아니다. 진보, 혹은 보수라도 문제가 있으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한국 사회에서는 자기편에 대한 맹목적 추종과 무조건적 편들기가 종종 목격된다. 맹목적 지지자들에게 옳고 그름이나 객관적인 시각은 불필요하거나 불가능에 가깝다. 피아를 빠르게 구분해 지지하거나 공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 보인다.”
 
  그는 이어 “그런 차원에서 사실 문빠든, 윤파든, 박사모든 다 똑같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이번 정부에 대한 비판 글도 꾸준히 쓰고 있다. 지난 3월 1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합니다(We stand with Ukraine)’라는 글과 함께 사람 얼굴을 그려놓은 귤 사진을 첨부했다. 라시드 기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 보수 정당 윤석열 대선 후보의 기이하고, 눈치 없는 귤 사진이 삭제되기 전에 올려둔다”며 “(이는 윤 후보의) 귀여운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는 계정인데, 전쟁에 귀여움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후부터 윤 대통령 지지자에게서도 ‘악성 메시지’를 받고 있다”면서 “광신도는 어디에나 있다”고 했다. 그는 편향적인 비판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극렬 지지자가 있다는 점을 꼭 언급해달라”고 다시 한 번 당부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첫 시정연설에서 우리나라가 매우 위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협력 사례를 모범 사례로 들었는데, 이를 어떻게 봤는지.
 
  “당을 떠나 공유하는 공통적인 지향점, 목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한국에서는 무리라 생각한다.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사실 한국에 보수, 진보가 따로 있나. 내 눈에는 그냥 다 보수다.”
 
  ― 영국 보수당과 한국 보수 정당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복잡한데, 단순하게 보면 영국 보수당은 영속성이 있다. 보수로서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메시지와 아이디어가 있고, 이를 유지해나간다. 당을 관통하는 메시지와 추구하는 이념의 일관성이 있는데 한국에는 없다. 비근한 예로 박근혜, 윤석열 정권은 같은 보수인데도 다르지 않나.”
 
  ― 최근 국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뭐라고 보나.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정부마다 국민들과 공유하는 ‘메시지’가 있기 마련이고 이것이 구심점 역할을 한다. 사견이지만 이번 정권은 그런 차원의 아이덴티티(정체성), 키워드, 철학 등 그만의 메시지가 없어 보인다. 정권 교체는 했는데, 그 후에는?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갈 건지, 그 비전을 명확히 알고 있나. (정치적 발자취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 윤 대통령이 어떤 사람(정치인)인지도 잘 모른다. 극렬 지지층이 있긴 하지만 ‘팬덤’이 공고한 것도 아니고, 정치권 내부에서도 기반이 약하니 지지대 역할을 못 해주는 것 같다.”
 
 
  한국에서 가장 객관적인 언론은?
 
   ― 윤 대통령이 매일 아침 기자들을 만나 대화하는 건 어떻게 보는지.
 
  “기자들과 소통하는 게 실은 당연한 건데, 전(前) 정권들에서 이 같은 모습이 너무 없었다. 요컨대 예전이 이상했고, 지금이 정상이다. 정상적인 모습을 두고 너무 높게 평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 한국 언론에서는 이 같은 행위를 ‘도어 스테핑’이라고 표현하는데.
 
  “틀린 표현인데 계속 쓰고 있다. 정치인 등 유명인사 집 앞에 급습해서 인터뷰를 요청한다는 뜻이다. 굳이 영어를 써야겠다면 ‘로프 라인 프레스 콘퍼런스(Ropeline press conference)’ 혹은 ‘커뮤트 인터뷰(Commute interview)’ 정도가 맞지 않을까 싶은데, 그냥 ‘출근길 (기자) 회견’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어쨌든 ‘도어 스테핑’은 아니다.”
 
  이야기는 곧 한국 언론 환경에 대한 쓴소리로 번졌다.
 
  “팩트 체크의 누락, 과장과 표절, 추측성 기사, 언론 윤리의 부재…. 중대한 부분은 차치하고 한국 언론은 익명성에 너무 많이 기댄다. ‘업계 관계자’가 도대체 누구냐. 실명이 없는 기사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나. 영미(英美)의 대형 언론사에서는 기명 보도 시 취재원의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실명을 쓴다. 물론 나 또한 한국에서 취재하면서 왜 이런 구조가 탄생했는지 짐작하긴 했다. ‘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묻자 ‘민감한 문제’라고 답변을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인의 연애와 결혼’ 심지어 ‘포켓몬빵’에 대해 물어보는 데에도 ‘죄송하지만 답변이 곤란하다’고 하더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의견을 말하는 것을 꺼리더라.”
 
  ― ‘좋은 기사’의 정의를 내리자면.
 
  “단순하다.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기사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 한국에서 가장 객관적인 언론은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미안하지만, 없다.”
 
  ― 정치 문제를 떠나, 한국 사람들은 요즘 어디에 ‘미쳐’ 있는 것 같나.
 
  “워낙 유행에 민감한 민족이라 시시각각 바뀌는데, 요즘은 다들 MBTI(성격유형검사)에 미쳐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MBTI가 뭔지’를 꼭 묻는다. ‘모른다’고 하면 ‘10분이면 된다’며 테스트 항목을 내민다. ‘기다릴 테니 빨리 해보라’고 해서 한 뒤 결과를 알려주면 하나같이 ‘역시, 그럴 것 같더라’고 한다.(웃음)”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사회
 
  ― 부동산에 과하게 몰입해 있는 것 같지는 않은지.
 
  “아, 부동산. 엄밀히 말하면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처음엔 아파트에도 브랜드가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아파트에 살기 위해 서울을 벗어나 외곽 지역으로까지 이사 가는 모습에 또 놀랐다. 나는 서울 중심지의 조용하고 예쁜 동네에 살고 있다. 빌라인데, 넓고 깨끗해 친구들 초대하기도 좋다. 이 이상 바랄 게 없다. ‘왜 빌라에 사느냐’는 질문을 심심찮게 받는다. 서울시내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헤어질 때, 외곽 지역 아파트에 사는 친구는 먼 길을 가야 한다. 그러면서 나보고 ‘가까워서 좋겠다’고 한다. 물어봤다. ‘그거 진짜 네가 살고 싶은 집’이냐고. ‘어쩔 수 없이’ 산다고 한다. 왜 어쩔 수 없다는 건지 모르겠다. 자산의 사다리(property ladder)를 오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일상의 행복을 놓치는 것 같다. 가령 영국 젊은이들은 자신의 처지에 맞게 산다.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는 책에 “엇비슷한 목표를 향해 모두가 무한경쟁을 벌이는 곳이 대한민국”이라고 썼다. 예컨대 다들 ‘사자’ 직업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삶의 목표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인만의 자질을 발견하고 배움을 통해 이를 구체화시켜 직업세계에서 실현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이런 제한적 범주의 직종에 종사하도록 타고난 것은 아닐 텐데, 모두가 유사한 목표를 향해 돌진하다 보니 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고 소수만이 성공을, 다수는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이런 천편일률적이고 허무맹랑한 목표를 꿈이라는 허망한 수식어로 포장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자크 라캉의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사회다.”
 
  ― 그런 치열함 때문에 단기간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 아닐까.
 
  “물론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행복 없는 현재를 살고 있다. 미지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오늘을 포기하며 살다가 내일 당장 죽으면 그 인생은 무슨 의미인가. 국가는 단기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개개인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나. 사회가 기대하는 바와 내가 진짜 원하는 것과의 간극을 억지로 맞추려고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게 스스로를 행복하지 않게 만든다.”
 
 
  혐한? 애정 바탕으로 한 지적
 
한국 거주 12년째인 그는 《가디언》 《뉴욕타임스》 《텔레그래프》 《닛케이아시아》 등에 한국 관련 기사를 기고한다. 사진=라파엘 라시드 제공
  ― 스스로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라 여기나.
 
  “물론 아직도 배울 게 진짜 많다. 나보다 더 깊이 한국을 이해하는 외국인도 많을 거다. ‘한국에서 약 10년 거주한 외국인 기자’의 시각 정도는 된다고 본다.”
 
  ― 이처럼 비판적인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것이 한국 사회에 어떤 순기능을 할 거라 판단하나.
 
  “글쎄. 그저 있는 그대로를 말할 뿐이다. 혹자는 말한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를 욕해요? 욕하는 게 아니다. 사실을 전할 뿐이다. 오히려 이를 하지 않는 것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사 작성뿐만 아니라, 3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일같이 여러 국내 기사를 공유하고 있다.
 
  ― 훑어보니 한국의 정치권 갈등, 사건사고, 범죄 등 부정적인 소식들을 주로 올리던데.
 
  “외신 기자를 포함해 예능인, 각종 유튜버 등 한국을 홍보하는 이들은 많다. 그들이 말하는 것이 한국의 전부는 아니다. 이면의 이야기들도 실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인데, 이 같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룹 ‘빅뱅’의 팬인 영국인 친구가 한국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 미담 일색인 한국 소식만 접하고 나서다. 한국에 둥지를 틀고 불과 일주일 뒤부터 극성 스토커가 따라붙어 한바탕 고생을 했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다. 밝은 면이 있고, 어두운 면도 있다. 양쪽 소식 모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주로 하니, ‘혐한 기자를 추방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는데.
 
  “혐한, 인종차별주의자 등 여러 얘기를 듣는다. 내가 만일 영국에서 기자로 거주한다면 당연히 그곳의 정치, 시스템 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것이다. 물론 영국도 문제가 많다.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나는 한국에 살고 있고, 기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뿐이다.”
 
  ― 악성 메시지를 받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는지.
 
  “동료 중에는 악성 메시지로 정신과 상담까지 받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그런 메시지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이름도, 얼굴도 없는 그저 ‘픽셀’에 불과한 것 아닌가.”
 
  ― 비판적 시각의 저변에 한국에 대한 애정은 있는 건지 궁금한데.
 
  “당연히 애정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다. 이 나라가 정말 싫다? 그럼 이런 얘기를 할 필요도 없고 진작 떠났을 거다. ‘국뽕’ 이미지에 거부감이 커서 표현을 잘 안 해서 그렇지,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우선 음식이 맛있고, 의료서비스, 인터넷, 대중교통 등 시스템이 잘 돼 있으며 치안도 좋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이다. 한국인 친구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 앞으로 계속 한국에서 살 건지, 계획이 있다면.
 
  “미래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생각이다. 작은 우연들이 모여 한국에서 살게 됐는데 이제는 떠나려야 떠나기 힘들 정도로 이곳 생활이 익숙하다. 영국은 전통을 지켜가는 점은 좋지만 갈 때마다 같은 풍경이라 지루하다. 한국에서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고 매 순간 새롭다. 그렇기 때문에 다루고 싶은 기사 주제가 아직도, 상당히 많다. 기회가 되면 다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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