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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국민의힘 5選 김영선 의원

“국민의힘은 사실상 야당이라는 절박함 갖고 일해야”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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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 최초 여성 대변인과 한나라당 대표 지낸 金映宣, 10년 만에 국회 복귀
⊙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5선 고지 올라
⊙ “변호사 생활 하며 검수완박 문제점 절실히 느껴”
⊙ “점점 낙후돼가는 경남 발전시키고파”
⊙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 유력 후보
  대한민국 헌정 사상 국회의원 최다선은 9선(選)이며 6선 이상 경력을 보유한 정치인은 50여 명이다. 2000년대 이후 여야 모두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다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현재 정치권에서 6선 이상인 현역 정치인은 볼 수 없게 됐다. 현재 21대 국회 최다선은 5선으로 국회 수장인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이 5선이다.
 
  지난 6월 1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또 한 명의 5선 의원이 탄생했다. 경남 창원의창에서 당선된 김영선 의원(15·16·17·18·21대)이다. 21대 여성 의원 중에서는 최다선이며 유일한 5선이다. 이로써 김 의원은 역대 최다선 여성 의원 중 하나가 됐다. 제헌국회 이후 여성 5선 의원은 박순천·박근혜·이미경·추미애 단 4명이다.
 
  김영선 의원에게서 다선 기록보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10년 만에 국회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내리 4선을 지내며 정당의 첫 여성 대변인, 한나라당 당대표 등을 역임하며 정치권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10년간 야인 생활을 해야 했다. 제6회와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출마를 시도했지만 공천을 받는 데 실패했고, 점점 잊힌 정치인이 되는 듯했다.
 
  재기의 기회는 다시 한 번 찾아왔다. 고향 창원의 현역 국회의원인 박완수 현 경남도지사가 제8회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내놨고 보궐선거가 결정됐다. 김 의원은 이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여의도로 돌아왔다.
 
  한동안 여의도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김 의원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여당 최다선 의원으로 향후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 궁금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10년 만의 컴백
 
6월 1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영선 의원(가운데 단상 앞)이 7월 4일 국회에서 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정확히 10년 만에 다시 국회의원이 됐는데 현재 정치권 상황은 예사롭지가 않죠. 당선되자마자 여야는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장기간 대립했고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징계와 비대위 체제 전환 등 국회와 당 모두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치권이야 늘 바쁘게 돌아가는 곳 아니겠어요. 다만 밖에서 볼 땐 정쟁만 가득한 국회인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돌아와 보니 정쟁도 있지만 각각의 의원이 모두 적극적이고 의욕적이어서 좀 놀랐습니다.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려는 국회의원들은 여론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권력 중심으로 줄 서는 국회의원들, 목소리 큰 의원들에게만 너무 많은 포커스가 가고 있어서 아쉬워요. 의원들 개개인의 능력과 의욕은 충분한데 국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당(국민의힘)도 당대표 징계와 집권 석 달 만에 비대위 체제 전환 등 평범한 상황은 아닙니다. 최다선 중진 의원으로 책임감도 느낄 것 같은데요.
 
  “여당이라고는 하지만 당과 대통령의 협조 체계가 갖춰졌다기보다는 이제 형성돼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예전 보수 정당은 늘 대통령 또는 유력 대권 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확립하고 안정적으로 힘을 모으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와 당이 처음부터 합심해서 후보를 만들어낸 건 아니잖아요. 당과 대통령의 관계와 시스템도 이제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협조하고 미래를 설계해나가는 건데 그러면서 여러 얘기가 나올 수 있겠죠. 이건 우리 당뿐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그런 것 같아요. 기존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는 게 아니라 이제 리더십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보니 여야 모두 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준석에 대한 생각
 
  ― 당 내홍을 거치면서 중진 모임이 몇 차례 있었는데요, 중진들이 모이면 주로 어떤 얘기를 합니까.
 
  “아무래도 경험들이 많으니까 이슈가 정제된 형태로 빨리 정리되는 것 같아요. 사건이나 문제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확산될 것인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에 대해 신속하게 판단을 내리는 분들이 있고, 다들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확실하게 결론을 내는 분위기입니다.”
 

  ― 중진들은 이준석 대표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분위기 아닌가요.
 
  “개인적인 감정이야 다 다르겠지만 중진들이 본인의 시각으로 논쟁을 하지는 않았어요. 결론은 당원들이 뽑은 대표를 향해 중진들이 사퇴와 관련한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압박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사퇴를 하느냐 마느냐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어요.”
 
  ― 한동안 중앙정치권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본인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의견은.
 
  “당대표가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은 유감이지만 당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국민들이 걱정하는 바를 염두에 둔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런 사람도 (당에) 좀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많이 했죠. 이 대표가 보여준 새로운 시각, 열린 사회를 만들려는 의지, 국민의 편에서 세상을 보려 했던 태도 등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고 그런 자세는 지속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저런 의견을 존중해가면서 힘을 합치고 국민 앞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드리는 게 국민의힘의 의무 아닐까요.”
 
 
  총선 두 차례 낙선 후 고향 창원으로
 
김영선 의원은 2006년 6월 당시 대선 출마를 위해 대표직을 사임한 박근혜 의원 후임으로 한나라당 대표에 취임했다. 사진=조선DB
  김영선 의원은 2012년부터 공백기를 맞는다. 2012년 총선에서 경기 고양에 출마했다 낙선한 후 2014년 경기도지사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실패했고, 2016년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김 의원은 새로운 정치 인생을 찾아 고향인 경남 창원으로 향하게 된다.
 
  ― 경기 지역에서 정치를 계속했는데 먼 거리인 경남으로 간 계기가 있습니까.
 
  “고양 일산에서 꽤 오래 살았고 지역구를 오래 관리했는데요, 하다 보니 수도권은 제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고향인 경남을 돌아보게 됐죠. 지금 형제들과 친지들이 거주하고 있기도 하고요.
 
  경남은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무역, 해양, 첨단산업 등 여러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경남 내부의 연결성도 좋지 않은 겁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메가시티로 함께 발전을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경남이 부산과 울산의 들러리만 하는 형국이 되겠더라고요. 들러리만 서면 그래도 괜찮은데 부산과 울산 뒷받침만 해주거나 심지어 특장점을 뺏기는 일도 많을 걸로 보였고 경남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지사 출마를 준비했었죠. 결국 김태호 전 지사가 전략공천을 받았지만요.
 
  “당시 경남도지사 물망에 오른 사람들 중에는 제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여러 곳에서 나왔고, 지방자치제 실시 후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이 되겠다는 명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가 당대표의 지위를 이용해 전횡을 했고 저는 게임몰수(편집자 주-스포츠경기에서 심판 재량으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한쪽팀의 패배를 선언하는 룰)를 당한 거죠.”
 
  당시 김 의원은 공천무효 확인 소송과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투쟁에 나섰고 이른바 ‘괘씸죄’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의 정치적 생명도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 홍준표 당시 대표(현 대구시장)가 경남도지사를 지냈으니 해당 지역 공천과 관련해 여러 생각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홍준표 대표가 경남지사로서 내세웠던 가장 큰 업적이 재정건전화였어요. 그런데 경남은 그동안 낙후됐던 만큼 적극적으로 발전을 해야 하는 곳이지 재정건전화 같은 걸 하고 있을 형편이 아니란 말이죠. 안 그래도 낙후된 지역이 그동안 더 낙후된 겁니다. 그분은 자신의 정치적 우월성을 유지하는 데만 관심이 있지 경남 발전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경남 지역구 첫 여성 의원
 
  김영선 의원은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천 신청자가 8명에 달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그러나 공천관리위원회는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대선 승리 기여도와 정부를 위해 일할 인재를 발탁한다는 취지로 경선을 치르지 않고 김영선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경남 지역구에서 여성 국회의원이 당선된 것은 김 의원이 처음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이 지역은 총선에서 여성 후보가 공천을 받은 사례도 거의 없었다.
 
  ― 최근에는 공천 때마다 세대교체론이 나오고 다선 의원들은 공천에 어려움을 겪었고요, 김영선 공천이 의외라는 반응도 꽤 있었습니다.
 
  “절치부심의 결과죠. 제가 지역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알려주는 증거 아니겠어요. 당에는 경남 최초의 여성 지역구 의원이 될 거라고 아주 강하게 어필을 했죠. 공천 과정에 당에서도 지역에서도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장벽이 아주 세고 저항도 굉장해서 힘들었지만 결국 그 두꺼운 벽을 뚫을 수 있었습니다.”
 
 
  당면과제는 창원 발전
 
김영선 의원은 6월 24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 창원 의창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요청했다. 해당 지역은 6월 30일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사진=김영선 의원실 제공
  5선 여당 의원이 탄생하면서 창원 시민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힘 있는 의원’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김 의원은 당선 직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 의창구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강력히 요청했고, 6월 30일 해제가 결정돼 주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 여당의 최다선 의원이니 지역에서 거는 기대도 클 것 같습니다.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들을 하고 계시죠. 창원이 1970~1980년대 기계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는데 요즘은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인건비가 중요한 산업은 중국이 약진을 했잖아요. 그러니 창원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속도에 맞춰 빠른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부가 항공우주청을 만들기로 하면서 항공 관련 사업이 진주·사천으로 가고, 자동차 산업은 울산이 잡고 있고 창원에는 원자로 산업이 있었는데 원자로 산업은 전 정부 때문에 사실상 고사(枯死) 상태입니다.”
 
  ― 창원은 비수도권에서 유일한 특례시(인구 100만 명 이상)인데요.
 
  “그런데 요즘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한때 109만 명까지 갔었는데 103만까지 줄었고 이대로 가면 100만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요.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접근성도 높이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강원도가 산악 지역이고 수도권에서 먼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고속철도에 도로도 계속 늘어나서 접근성이 엄청나게 좋아졌잖아요. 그런데 경남은 여전히 수도권에서 제일 멀고 불편한 지역이 그대로입니다. KTX가 있다고 하지만 대구 아래로는 고속철이 아니어서 서울에서 창원까지 3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뿐만 아니라 경남 내부 교통도 불편한 만큼 남부내륙철도를 속히 만들어 내부 연결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인구 100만인 창원에 지하철 없어”
 
  ― 산업체 유치와 교통수단 확충은 모든 지자체가 원하는 것 아닙니까.
 
  “정부에 무작정 지원을 해달라는 게 아니고 창원에 지원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기계 산업이 발달해 있는 창원에 나노, 수소, 바이오, 스마트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이 결합되면 효율성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전(前) 정권이 지역 발전을 나눠주기식으로 하다 보니 경쟁력과 효율성이 너무 떨어져 있어요. 산업 기반이 전혀 없는 산간벽지에 나노산단을 구성하는 일도 있었는데 그건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또 정부가 경남 지역에 불합리한 계획을 내놓으면 경남지사가 제동을 걸고 지역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동안 지사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제가 고양에서 정치를 하다 보니 융복합단지라든가 한류월드 등등 특화된 산업이 지속적으로 유치되는 모습을 지켜봐 왔어요. 경남과 창원도 그렇게 만들고 싶습니다.”
 
  ― 사실 많은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죠.
 
  “수도권 집중현상이 너무 심해요. 소비도 수도권으로 몰리다 보니 지방은 거의 고사 직전입니다. 생활편의도 마찬가지죠. 서울에는 지하철 노선이 9개에 수도권 노선도 많은데 인구 100만 도시인 창원에는 지하철이 없어요. 비수도권의 인구 30만 이상 도시들은 자체적으로 경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산업 분산과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각 도시의 기존 산업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산업을 적절히 배치하는 방안이 필요하겠죠.”
 
  ― 부울경 메가시티가 제대로 형성되면 수도권과 함께 한 축이 되지 않을까요.
 
  “아까 말한 대로 부울경 메가시티는 경남이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있고요. 뿐만 아니라 그 경우 경남 동부는 이점이 있겠지만 경남 서부는 사실상 버림받는 지역이 되는 겁니다. 이전 경남지사들(홍준표·김경수)은 지역 발전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지역 발전과 주민의 생활 수준 향상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인들이 경남에 더 많아져야 해요.”
 
 
  보수 정당 최초 여성 국회부의장 될까
 
  김 의원은 자신이 정치적으로 재기하도록 해준 고향 창원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그러나 김 의원을 필요로 하는 곳은 창원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21대 후반기 여당 몫 국회부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전반기 부의장인 김상희 의원과 후반기 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이 모두 여성이다. 여당에서도 여성 부의장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부의장 후보 경선을 하지 말고 김 의원을 단독 부의장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5선인 조경태 의원, 서병수 의원 등 다른 부의장 후보군도 있지만 여성 부의장의 상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당내 최다선인데 국회에서든 당에서든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민의힘이 국회에선 소수당이니 정부 정책을 강하게 뒷받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 지금 국회 시스템의 문제점은 뭘까요. 개선 방향이 있다면.
 
  “의원 각각은 모두 개성이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런 의원들에게 장을 열어주지 못하는 걸로 보입니다. 의원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국회가 아니라 리더들의 권력투쟁의 장이 된 것 같아요. 10년 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고요. 민생에 앞장서려 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의원들은 부각이 안 되고 여야로 나뉘어서 자기주장만 하는 국회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겠어요? 그러니 국민들은 더 국회를 불신하게 되고, 악순환만 계속되는 겁니다. 의원들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고 싶어요.”
 
  ― 21대 국회에서는 개헌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김진표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개헌에 대한 의견은.
 
  “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활용을 제대로 못 하는 것 아닙니까. 이미 우리 헌법과 법률에는 내각제의 요소를 가진 여러 시스템이 있어요. 권한 분산을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고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면 되는데 모든 게 대통령 책임이고 대통령 중심제 때문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어불성설이죠.”
 
 
  여성 정치 참여에 앞장서
 
2003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임명된 김영선 의원(오른쪽)은 국내 정당 최초의 여성 대변인이었다. 사진=조선DB
  김영선 의원이 21대 국회부의장이 되지 못하더라도 22대 총선에서 6선에 성공한다면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은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정치권에 데뷔한 인물이다. 1996년 신한국당이 총선을 앞두고 젊은 정치 신인들을 영입하면서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였던 김 의원이 합류했고 미모의 미혼 여성 변호사는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15대 비례대표 의원이 된 김 의원은 부대변인, 대선 후보 비서실 부실장 등을 거쳐 2003년 한나라당 대변인이 됐는데, 국내 정당에서 여성이 대변인으로 임명된 사례는 김 의원이 처음이다. 이후 여야에서 여성 대변인 임명이 ‘유행’이 됐고, 2000년대는 전여옥·나경원·조윤선 대변인, 민주당 김현미·김유정 대변인, 열린우리당 박영선 대변인 등 여성 대변인 전성시대가 됐다. 이후 김 의원은 한나라당 최고위원, 당대표, 국회 정무위원장 등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 앞장서왔다. 김 의원이 초선 의원이던 15대 국회의 여성 의원은 12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여성 의원 비율이 20%에 달한다.
 
  ― 지금까지 정치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여성 의원 비율이 두 자릿수가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데, 그렇게 된 데는 제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자부합니다. 이회창 총재 시절 법률특보, 비서실 부실장, 대변인 등으로 일하면서 ‘여성 공천 30%’를 당헌·당규에 포함되도록 했습니다. 또 최병렬 대표 시절엔 비례대표 절반 여성 공천을 당론으로 만들었고요. 제가 최고위원과 대표직을 맡았을 때(2006년)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전국 선거구에서 예외 없이 여성 후보를 한 명 이상 공천하도록 당론을 정하고 독려해 딱 세 곳 빼고는 모두 여성 후보를 공천했습니다.”
 
  ― 모든 선거구에서 여성 후보를 공천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텐데요.
 
  “물론 내놓을 만한 여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당협위원장들이 많았죠. 그래서 제가 그 지역에 일 잘하는 간호사·요리사 이런 전문 직종 여성들도 많을 텐데 인재가 없을 리가 있느냐, 진짜 없으면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이 있지 않으냐, 그것도 안 되면 사모님이라도 내놓으라고 요구했어요. 어찌 보면 억지처럼 보이겠지만,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데 기득권을 가진 남성 위주로 공천이 이뤄지는 상태가 계속 이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보수 정당도 좀 더 체계적으로 여성 정치인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책임감도 물론 느끼고 있어요. 21대 여성 의원 중 최다선인 만큼 앞으로 당내는 물론 여야 간 여성 네트워킹에도 앞장설 생각입니다.”
 
 
  야인 생활에서 얻은 점
 
  김 의원은 몇 차례 낙선과 공천 실패 등을 겪으며 한동안 중앙정치권에서 멀어진 듯 보였지만 정치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 4선 고지에 오르면서 당대표, 도지사, 국회부의장 등 직책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예상외로 10년간 공백이 있었습니다.
 
  “제가 30대 중반에 국회의원이 돼서 연속 4선, 16년 동안 국회의원 생활을 했잖아요. 의원직에서 물러나 보니 공직자로서의 생활과 일반 국민으로서의 생활이 얼마나 다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백수’로 있었던 시절도 약 6년인데요, 국회의원 시절에는 제가 억울하게 당할 일이 거의 없었지만 백수가 돼보니 입법과 행정이 국민의 삶과 매치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국민의 삶과 밀접한 입법 활동을 하고 싶어요.”
 
  ― 정치권에서 한 발짝 떨어져 정치 뉴스를 보면서 화가 나거나 안타까운 마음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기사를 퍼오거나 공유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했어요. 제가 정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직접 의견을 쓰지는 않았지만 제 마음 같은 《조선일보》 사설을 보면 바로 퍼오곤 했거든요. 페이스북에는 글을 잘 쓰는 재미있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정부가 황당한 일을 할 때면 페친(페이스북 친구)들과 공감하면서 위로받기도 했고요. TV조선 〈미스터 트롯〉에서 많은 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웃음) 재능 있는 사람들이 서로 사이좋게 도와가며 뭔가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이더라고요.”
 
  ― 정치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습니까. 두세 번 낙선하면 다른 길을 찾을 법도 한데요.
 
  “특별히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변호사일 하면서 정당 활동과 시민단체 활동도 계속 하다 보니 정치와 계속 연결이 돼 있었죠.”
 
 
  “검수완박, 포괄적 차별금지법… 민주당의 무리수”
 
  30대에 정치를 시작해 5선 관록을 지닌 김 의원이지만 여소야대라는 지금의 상황에는 근심이 적지 않은 듯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독선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부는 국민의힘이 여당이지만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여당입니다. 양쪽 모두 이 점을 인정하고 취할 것은 취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그게 국회의원의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숫자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어요. 숫자만 믿고 독선을 이어나간다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는 겁니다. 이런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합의와 조정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실 여태까지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어땠습니까. 대통령이 탄생했으면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인사청문회를 아예 열지 않고, 사소한 일로 인신공격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등 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이 너무 많아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그토록 공격하고 부정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는 것 아닙니까. 일단 일을 하도록 도와주고 일한 결과에 따라 평가를 했으면 좋겠어요.”
 
  법조인 출신인 김 의원은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지역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많은 억울한 사람들을 만났던 경험을 토대로 한 얘기였다.
 
  “보통 사람들이 검찰에 갈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사건이 생기면 대부분 경찰에서 수사를 받잖아요. 경찰을 폄훼하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고 사건을 맡아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경찰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지 모릅니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으면 검찰로 갈 수 있어야 하는데 검수완박이 되면 경찰 수사가 불합리하더라도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일반 국민에게 무서운 건 검찰이 아니라 경찰입니다. 검찰이 모든 일을 다 수사할 필요는 없지만 여러 상황에 대비해 검찰이라는 안전장치는 꼭 필요해요. 솔직히 변호사 생활 하면서 현장에서 얼마나 불합리한 수사과정을 많이 봤는지 모릅니다. 일부 부패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법을 잘 모르는 국민은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거예요.”
 
  김 의원은 자신이 직접 겪은 부패경찰의 사례를 여러 건 들려주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무리수”라고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건 희생과 부담이 따르는 일이고 인구를 늘리는 일이니 국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호를 해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동성혼은 왜 똑같이 보호를 해줘야 하나요. 인권이나 약자를 보호하는 취지라면 관련 법이 그것 말고도 많습니다. 사람들이 자세히 알 수도 없는 이런 법들을 다수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밀어붙이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대통령, 非지지층도 포용해야”
 
  정치 입문 27년 차 5선 의원답게 김영선 의원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15대 국회 출신으로 지금까지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정치인은 그와 더불어민주당의 설훈, 김민석 의원이 전부다. 현재 정치권에선 가장 고참인 셈이다.
 
  계파색은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친윤(친윤석열)이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며 대학 시절 윤 대통령과 고시공부를 함께 하기도 했고, 윤 대통령의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선배다. 대선 때는 후보 선거대책본부 민생안정특별본부장 겸 특별위원장을 맡아 힘을 보탰고 특히 경남 지역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런 ‘공로’ 덕에 보궐선거에서 단수공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정권을 잡은 게 끝이 아니고, 절박함이 필요하다”며 “다음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기 전까지는 야당이라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하겠다고 했던 공약들을 강하게 추진해나가는 모습은 바람직하며 그런 모습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본다”며 “다만 국회에서 절대다수인 야당, 그리고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의 의견도 인정하고 포용해나간다면 국정 운영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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