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주희의 라운지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전대협 의장 수령론이 민주당의 정치문화가 됐다”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주사파 지하조직 수괴에서 대기업 상무, 국정원 북한담당기획관으로
⊙ “현 정권은 얼치기 친북·친중 운동권 파벌연대”
⊙ “문빠의 본질은 주사파 친화적인 세대와 케이팝 오빠부대 출신 3040 여성들의 결합”
⊙ “박지원 원장의 김정은 위임통치 논란은 국정원이 박 원장의 사적 서비스 기관으로 전락한 걸 보여주는 사례”
⊙ “2018년 북미·북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북한의 국가경쟁력이 남한 추월했다”
⊙ “북한은 사실상 핵전략국가, 군사적 도발 경계해야… 미국 대선 직후가 가장 위험한 시기다”

具海雨
1964년생. 고려대 법대 졸업, 同 대학원 박사 / 前 민화협 청년위원장, SK텔레콤 남북경협 담당 상무, 통일 IT 포럼 공동대표, 하버드대학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중앙대 북한개발협력학과 겸임교수, 국가정보원 북한담당기획관(1급). 現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 저서 《김정은 체제와 북한의 개혁개방》 《미중 패권전쟁과 문재인의 운명》
사진=조준우
  진짜 위험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닐지도 모른다. 대선을 앞둔 미국과 굴기(屈起) 중인 중국, 두 나라 사이의 패권전쟁. 북한은 어느덧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어버렸다. ‘죽창을 들자’며 반일 민족주의를 외치는 무리가 나타나자, 일본과는 단교 수준의 이상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하얀 마스크에 국민의 시선이 잡혀 있는 사이, 한반도 상공엔 검은 베일이 일렁이고 있는 게 아닐까.
 
 
 
  반국가단체 수괴에서 대기업 임원으로
 
구해우 원장의 저서 《미중 패권전쟁과 문재인의 운명》.
  지난 8월 31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을 만났다. 그는 고려대 법대 재학 시절, 주사파 지하조직 자민통(자주민족통일)의 리더였다. 지하에서 운동권 리더들에게 마르크스-레닌주의, 주체사상을 가르쳤다. ‘반국가단체 수괴’로 지명수배된 끝에 체포됐다.
 
  반국가단체는 이적단체와 ‘급’이 다르다. 이적단체는 꽤 있어도 반국가단체는 몇 개 없다. 이를테면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반국가단체다. 지명수배 시절, 잡히기만 잡히면 사형 혹은 무기징역이라고들 했다. 그는 항소심에서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증거 불충분, 조사받는 동안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아서다. 지하조직의 특성상 최종 책임자, ‘수괴’가 입을 닫아버리면 전체적인 윤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를 조사하던 안기부 직원은 훗날, ‘운동권 지하조직 수사 역사에서 끝까지 입을 다문 건 (구 원장 포함) 5명뿐’이라고 말했단다.
 
  출옥 후 동구권의 몰락과 중국의 현실을 목도했다. 이후 SK텔레콤 북한담당상무로 남북 통신협력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협의를 위해 평양에 머무를 때, 김정일에게서 ‘면담 제의’를 받았는데 거절한 건 유명한 일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북한담당기획관(1급)을 역임했다. 그의 이력엔 한국이 마주한 과제가 응축되어 있다.
 
 
  현 정권은 ‘얼치기 親北·親中 운동권 파벌연대’
 
  어떤 것부터 물어야 할까, 듣고 싶은 말이 많았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 일색이었다. 편하게 화제를 옮겨 다니기로 했다. 그의 이력 가장 첫머리에 관한 얘기부터 꺼냈다. 주사파다.
 
  ― 현 정권의 대북 정책이나 외교 정책을 두고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있습니다. ‘주사파’ ‘사회주의’라는 단어들이 오갑니다.
 
  “문재인 정권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들은 주사파도 아니고 사회주의자도 아닙니다. 정치적인 성격으로는 얼치기 친북・친중, 조직의 측면에선 운동권 파벌연대, 정치 행태로 보면 ‘변종 전체주의자’예요. 변종 전체주의는 주사파도 아니고 사회주의도 아닙니다. 요약하자면 ‘얼치기 친북・친중 좌파 운동권 파벌연대’입니다.”
 
1990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5차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가고 있는 전대협 3기 의장 임종석. 사진=조선DB
  ― 왜 앞에 ‘얼치기’가 붙죠.
 
  “친북・친중 모두 논리적인 사고의 결과로 하고 있는 게 아니란 뜻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얘들은 변종일 뿐이에요. 기회주의자, 종파주의자들이지요. 그들이 오로지 패거리의 이익 중심으로 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봐야 합니다. 현 정권의 주력부대는 86그룹입니다. 그들이 정치권에 잘못된 문화를 만들었어요.”
 
  86그룹은 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운동권을 뜻한다. 순서대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4기 의장이었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경수, 우상호 등이 86그룹에 속한다. 구 원장의 말이 이어졌다.
 
  “잘못된 정치 문화의 근본적인 출발점이 ‘전대협 의장 수령론’입니다. 운동권 내에서 전대협 의장을 우상숭배하듯이 수령처럼 모셨단 말입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조직부장을 맡고 있던 반미청년회가 주도해서 의장 수령론을 확산시켰습니다. 이건 주체사상에 기초해서 봐도 잘못된 겁니다. 그들이 정치적 욕심 때문에 이용한 겁니다. 정치권 들어와서도 수령을 중심으로 모이는 패거리 문화를 유지한 거죠.”
 
  ― 전대협 의장이 운동권 내에서는 왕 같은 존재였나요.
 
  “그랬죠. 의장이 마음대로 결정하고 밑에서는 수령처럼 모셨으니까요. 전대협 의장 수령론에서 나온 패거리 문화가 현 정부·여당의 기본적인 문화가 된 겁니다. 추구하는 가치라는 게 없잖아요. 오로지 자기 우상이나 패거리 대장 중심으로 무조건 지지하고,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아무 논리 없이 감정적으로 비난합니다. 젊은 정치인들도 특정 패거리에 몸담지 않으면 손해를 보니까 패거리에 줄 서는 식이 된 겁니다. 정치판에 원래도 그런 게 있었지만 86세대가 훨씬 심화시켰어요.”
 
 
  운동권과 오빠부대의 잘못된 만남
 
2017년 5월 대선 당시, 파란 풍선을 든 지지자들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그들을 지지하는 층이 전부 소위 ‘운동권’ 세대인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이 힘을 얻게 된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바로 케이팝 오빠부대였던 3040 여성들입니다. 이들이 ‘맘카페’에서 활동하는 ‘친문(親文) 아줌마부대’를 형성한 거죠. 케이팝 오빠부대의 우상숭배와 전대협 의장 수령론이 접목이 된 겁니다. 그러면서 변종 전체주의가 된 거죠.”
 
  ― 내 편은 무조건 절대 옹호하는 일종의 ‘수령무오류론’이네요.
 
  “1986년부터 1992년까지 형성된 주사파 활동가들이 10만명가량 사회로 배출됐습니다. 주사파 영향권의 학습서클까지 감안하면 그 시기 배출된 주사파 친화적인 세대는 30만명쯤입니다. 이들이 거의 다 민주당 쪽에 있으니까요. 이들에다 케이팝 오빠부대 30만명이 합쳐져 친문 ‘문빠’를 형성한 겁니다. 60만명 내외인 거죠.”
 
  ― 왜 두 세력이 만난 거죠.
 
  “전대협 의장 수령론이라는 게 대단히 잘못된 이론이고 사고입니다. 민주화운동이라는 베일 속에서 대충 좋게 포장이 돼버린 겁니다. 마치 반독재 투쟁 지도자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케이팝 오빠부대 출신들에게도 사회적인 에너지가 있었던 거죠. 86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겐 ‘반독재 투쟁’을 한 명분이 있고, 이들이 정치판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것 같으니 대세를 따라간다고 할까요, 이들에게 결합한 거죠. 60만명의 주력부대가 형성된 겁니다.”
 
 
  현 정권은 근대국가 시스템 파괴 중
 
  ― 이번 전공의들 파업을 두고 전문가 집단까지 통제하려는 운동권 레짐과 전문가 집단의 충돌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럴까요.
 
  “그게 근대국가 시스템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근대국가 문명’이란 게 뭔지 보수 세력이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어찌 보면 인류 정치사에서 가장 큰 발명품이 근대국가 문명, 근대국가 시스템입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전환점은 르네상스 운동과 종교개혁입니다. 이 두 사건의 본질적 포인트는 ‘인간 존재에 대한 자각’입니다. ‘교황, 황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중요하다.’”
 
  ― 왜 갑자기 중세인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됐죠.
 
  “칭기즈칸 때문입니다. 13~14세기에 칭기즈칸이 유럽을 흔들었습니다. 폴란드부터 모스크바까지 싹 다 점령했잖아요. 유럽연합군까지 박살 냈으니까요. 유럽인들이 교황이나 황제가 더 이상 별것 아니라고 느낀 겁니다. 거기서부터 자각이 생기면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으로 이어졌어요.”
 
  ― 그게 근대 문명으로 어떻게 이어졌나요.
 
  “인간 존재에 대한 자각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깨달음이 있습니다. 첫째, 인간이라는 존재가 대단히 귀중하다. 여기에서 천부인권설이 나옵니다. 둘째,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해입니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 여기에서 법치주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 기관의 독립성의 중요성이 나옵니다. 이게 근대국가 문명입니다.”
 
  ― 결국 근대국가 시스템이라는 건 앵글로·색슨족이 만든 거네요.
 
  “그렇지요. 두 번의 역사적 사건을 거치며 확립됩니다. 첫째,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 둘째 미국의 독립과 미국 건국헌법입니다. 근대국가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주변부에선 급진주의 모델이 시도됐다가 실패합니다. 실패한 1차 급진주의 모델이 프랑스혁명입니다. 실패한 2차 급진주의 모델은 러시아혁명, 3차 급진주의 모델이 중국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사회주의입니다.”
 
 
  인간의 불완전성 인정하는 게 보수
 
1차 급진주의 모델인 프랑스혁명을 고찰한 영국의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 얘기지만 주의 깊게 경청했다. 지금 한국의 보수에 필요한 건 두루뭉술한 푸념이 아니라 예리한 원인 분석과 냉철한 상황 판단이다.
 
  ― 프랑스혁명이 실패한 첫 번째 급진주의 모델이군요.
 
  “그걸 밝힌 게 에드먼드 버크입니다. 프랑스혁명을 성찰해서 ‘급진주의 모델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어요. 당시 유럽의 지식인 중 90% 이상이 프랑스혁명을 상찬했어요. 버크와 몇몇 지식인만 프랑스혁명을 비판했지요. 급진주의 모델에는 특히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데서 급진주의의 반대인 보수의 철학이 시작되는 거겠네요.
 
  “그렇죠. 보수라고 할 때는 근대국가 이후의 보수를 생각해야 합니다. ‘전통을 존중한다’ ‘유교를 숭상하고 조상을 모신다’ 이런 게 보수라고 착각하면 안 돼요. 근대국가 문명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정리된 보수주의가 나오는 겁니다. 버크는 프로비던스(providence), 즉 신의 섭리, 역사의 섭리에 대한 존중, 신중한 변화… 이런 핵심 개념을 제시했어요. 이게 근대국가 문명입니다. 2차 급진주의였던 러시아혁명은 실패했죠. 이제 남아 있는 게 3차 모델, 아시아 사회주의입니다.”
 
 
  국정원, 사적 서비스 기관으로 전락
 
지난 8월 19일 열린 북한 노동당 7기 6차 전원회의. 김정은이 주재했다. 사진=《로동신문》 캡처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 전 미국 하원의장은 저서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네 번의 도전을 받았다. 미국 독립전쟁, 남북전쟁, 제2차 세계대전, 미소냉전, 그리고 현재 중국과의 대결이 다섯 번째 도전이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대결을 문명 간의 충돌로 보는 것은 조금 과도하다. 체제 대결이다”라고 말했다. 키런 스키너(Kiron Skinner) 전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미중 패권전쟁은 문명의 충돌’이라고 했다.
 
  구 원장은 “문명 대결과 체제 대결이 겹쳐져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미중 패권전쟁을 두고 깅리치는 미국이 겪는 다섯 번째 체제 도전이라고 본 겁니다. 세계사 흐름에서 계속 실패하고 있는 모델의 마지막 모델인 중국 급진주의, 전체주의 모델을 바로 한국의 좌파들이 따르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의사 같은 전문가나 기관의 독립성을 다 허물고 있어요.”
 
  그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최근 “김정은이 통치 스트레스로 김여정에게 권력을 위임했다”는 발언을 또 다른 예로 들었다.
 
  “박지원 원장 발언의 본질은 국정원의 독립성을 완전히 망가뜨렸다는 겁니다. 객관적인 정보에 기반한 분석이 아니에요. 국정원의 독립성은 지난 20년 동안 훼손되어왔습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 최악의 상태로 가고 있는 겁니다. 이번 사건은 상징적 사례예요. 박 원장 발언이 8월 20일에 나왔습니다. 8월 19일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가 열렸어요. 김정은은 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노동당 8차대회 준비를 선언해요. 유튜브만 좀 찾아봐도 다 나옵니다. 이걸 국정원이 몰랐을까요.”
 
  ―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도 권한을 위임했느니 하는 보고를 했다는 얘깁니까.
 
  “우리나라 국정원은 원장이나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거기에 맞게 맞춤형으로 정보를 생산합니다. 객관적으로 정보를 분석하지 않아요. 좌파 정부 들어서면 햇볕정책에 맞는 보고서를 올리고, 우파 정부 들어서면 봉쇄정책을 옹호하는 보고서를 올립니다. 그런데 이번 박 원장 사건은 친문 일파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기보다는 박 원장 개인의 이익 때문에 벌인 일입니다.”
 
  ― 국정원이 하다하다 한 개인을 위한 서비스 기관이 됐다는 말씀이네요.
 
  “국정원이 최악으로 가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얘깁니다. 수천명의 요원이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 유튜브 몇 개 찾으면 다 가짜라는 게 확인이 되는 근거 없는 정보보고를 단지 박 원장이 원한다는 이유로 한 거예요. 친문 파벌, ‘문빠’들이 얼마만큼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권력·돈만 중시하는 정치적 괴물들
 
  ― 86운동권 중 주체사상에 경도됐던 무리는 훗날 자기반성을 했나요.
 
  “어쨌든 전두환 군사독재를 밀어낸 주력은 학생운동이었거든요. 80년대 민주화에 공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과도하게 이념화되어 있어요. 근대성, 근대국가 문명, 인권, 개인의 자유, 인간의 불안전성에 대한 이해가 돼야 근대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데, 지금도 반독재민주화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민주화에 참여한 사실 중심으로만 기억을 하는 겁니다. ‘우리가 잘못한 건 별로 없다’ 이렇게 되는 거죠.”
 
  ― 본인들은 주체사상을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기억한다는 건가요.
 
  “그때 분위기가 그랬어요. ‘88년 남북학생회담’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등 민족주의적이었어요. 주체사상을 전체주의가 아니라 민족주의로 해석하며 받아들였다는 거죠. ‘북한의 전체주의를 숭상한 건 아니지 않으냐’ 그러니 죄의식이 별로 없는 겁니다.”
 
  ― 그러면 86운동권 집권 세력은 민족주의자들인가요? 그들은 얼치기 친중좌파라고 하셨는데요.
 
  “반일 민족주의를 선동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이지, 제대로 된 민족주의도 아닙니다. 북한 같은 경우는 좌파 민족주의지요. 베트남도 좌파 민족주의예요. 베트남은 중국이 패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면 한 번씩 달려들고 싸웁니다. 현 정부는 그것도 아니잖아요. 변종일 뿐이지. 자신들의 권력, 돈, 이해관계에 달라붙어 있는 정치적 괴물들일 뿐입니다.”
 
 
  주사파라 불러주면 안 돼
 
  ― 조국 서울대 교수, 윤미향 민주당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현 집권 세력과 관련된 논란이 끊임없이 일고 있습니다.
 
  “이인영 장관도 보세요. 이 장관의 부인이 속한 시민단체가 박원순 서울시에서 7억원 이상 지원을 받았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이 장관의 아들도 박원순 서울시에서 700만원짜리 프로젝트 용역을 수주했어요. 관련 경력이 없는데도요. 겉으로 통일이다 민족주의다 내세우지만 내면에선 돈과 권력인 거죠.”
 
  ― 반미(反美)를 외쳤거나 지금도 외치는 분들이 본인 자식들은 주로 미국·영국으로 유학을 보냈더군요.
 
  “그들은 제대로 된 주사파도, 사회주의자도 아니에요. 보수가 잘못 보고 있는 겁니다. 그들은 타락한 정치적 괴물에 불과한데 주사파라든가 사회주의자라고 불러주면 오히려 그들의 부패를 덮어주는 꼴이 됩니다. 이념이라는 것엔 일정한 명분이 있으니까요.”
 
  그들은 이념이고 뭐고 없는 부패한 집단에 불과한데, 우파가 사회주의자라고 불러주는 탓에 이 사회에서 떳떳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 얘기다.
 
  10여 년간 마르크스-레닌주의, 주체사상을 공부하고 실천했던 그는, 출옥 후 10년간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맸다. SK텔레콤의 제의를 받고 북한담당상무로 들어갔다. 주체사상에 바친 10년 세월을 어떻게든 발전적으로 승화해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 SK엔 왜 들어갔나요.
 
  “당시 같은 시기에 김대중 정권에서 청와대 국장 자리를 제안받았어요. 앨빈 토플러가 ‘21세기 가장 선진적인 조직은 기업조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SK를 택했어요. 남북 경협을 현장에서 직접 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 그때 청와대를 선택하지 않은 걸 후회하진 않나요.
 
  “후회 안 합니다. 그때 청와대 들어갔으면 지금 민주당 애들처럼 됐겠지요. 저는 운동권에서 성골 중의 성골이었습니다. 호남 출신에 주사파 지하조직의 책임자. 지하조직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안기부에 갔을 때 어떻게 했느냐입니다. 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어요. 그러니 평양 갔을 때 김정일이 만나자고 했지요.”
 
  ― 왜 거절하셨어요? 한번 만나나보시지.
 
  “노동당 간부가 그럽디다. ‘국방위원장님(김정일)이 보고 싶어 한다.’ 김정일이 SK의 대북사업 때문에 직접 저를 만나겠습니까? 대남 지하당(地下黨) 사업에 끌어들이려는 의도지요.”
 
  운동권 성골이었던 그는 소위 ‘전향(轉向)’을 하며 아웃사이더가 된다.
 
  “우파에 와선 6두품이 되어버렸지요. 친박계 모 전직 의원은 ‘당신 같은 경력이면 민주당 가면 공천도 잘 받고 훨씬 잘될 텐데 왜 여기 왔느냐’는 말을 하더군요. 결국 우파도 친이(親李)다, 친박(親朴)이다 하며 패거리로 나뉘어온 겁니다.”
 
 
  한반도의 세 가지 전선
 
  그는 현재 한반도엔 세 가지 전선이 있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전쟁, 남북 체제경쟁, 한국 사회 좌우대결이다.
 
  ― 미중 패권전쟁에서 누가 이길까요.
 
  “미국이 패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요. 중국이 경제 규모가 워낙 크니 2030년부터 미국을 초월할 거라는 시각이 있지요. 문명사적 이해가 부족한 겁니다. 미국은 미국 한 국가가 아닙니다. 근대국가 문명을 만든 앵글로・색슨족의 후예,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으로 이뤄진 기밀정보 첩보 동맹)가 같이 움직입니다. 같은 기독교 문명인 이스라엘도 함께 움직이지요.”
 
  ― 미중 경쟁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론 영어문화권 vs 중국이군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일본과 인도는 중국과 같이 갈 수 없다는 겁니다. 적대적 관계에 경쟁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파이브 아이스에 동참한다는 얘기도 있어요. 인도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독립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미중 패권전쟁을 세계질서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미국은 질 수가 없어요.”
 
  ― 중국도 우방이 있잖아요.
 
  “미중 패권전쟁 과정에서 시진핑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가 패권적 민족주의를 드러낸 겁니다. 단순한 전체주의 모델이 아니라 패권적 민족주의와 결합한 겁니다. 그러자 베트남이 친미 국가로 돌아서 버렸거든요. 북한도 친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고요. 중국공산당의 가장 큰 패착입니다.”
 
 
  미국이 패할 가능성 제로
 
  ― 그러면 중국은 어떻게 될까요.
 
  “중국이 완전히 무릎 꿇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중국을 망하게 하려면 미중 패권전쟁 시작할 때 중국과 러시아를 분리시켰어야 했어요. 트럼프가 그걸 못 했습니다. 자꾸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는 러시아 스파이’니 운운하니 중국과 러시아를 분리 못 했어요.”
 
  ― 국내 정치 때문에 외교에서의 이익 극대화를 못 했네요.
 
  “중국과 러시아가 연대하는 이상 중국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습니다.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이념적으로도 올바를 뿐 아니라, 판세에서도 미국이 질 수 없는 구도라는 거죠. 그렇다고 중국이 완전히 지는 것도 아닙니다.”
 
  2012년 구 원장의 한 인터뷰를 본 후였다. 그의 주장을 눈여겨본 것이 말이다. “86운동권들은 필연적으로 친중(親中)이 된다”던 그의 예언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주중대사 시절인 2017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장 제정식 때 방명록에 ‘만절필동(萬折必東) 공창미래(共創未來)’라 썼다. 만절필동은 조선시대에 명나라에 대한 사대를 표할 때 주로 쓴 말이다.
 
  구 원장은 지금까지 북한 내부에 대한 진단과 예측을 하면서 거의 틀린 적이 없다. 그는 장성택 숙청 후 김정은 체제가 안정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 예언 때문에 국정원을 그만두게 됐다.
 
  “8개월 만에 스스로 사직서를 썼습니다. 두 가지 이유였어요. 첫째, 남재준 원장의 주관적인 대북 정책입니다. ‘2015년까지 조국통일 하겠다, 북한 체제 붕괴시키겠다.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체제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조금만 밀어붙이면 조국통일 할 수 있다.’ 당시 국정원 간부 중 99%가 그 말에 찬성했는데 전 반대했어요. ‘아니다, 장성택 숙청 후에 더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밀려난 거죠.”
 
 
  장성택이 숙청된 이유
 
2012년 8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장성택(왼쪽) 당시 국방위 부위원장이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장성택은 이듬해 숙청당했다. 사진= 뉴시스
  ― 두 번째 이유는 뭐였습니까.
 
  “친중 문제입니다. 사드 배치, 화웨이 문제가 사실 2013년에 이미 불거졌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잘못된 조언을 듣고 있었어요. ‘북핵 문제 등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황장엽씨의 말을 믿은 거죠. 전 박근혜 정부의 친중 정책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거라고 봤어요. 그 문제에 있어선 남 원장과 저의 의견이 비슷했습니다.”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 천안문에서 열린 ‘항일 전쟁 및 세계 反 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시진핑(맨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두 번째)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천안문 성루에 올라간 장면을 잊을 수가 없네요.
 
  “실무적으로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이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입니다. 그런데 이때 윤 장관의 오른팔, 왼팔이 조태용 의원(당시 외교부 차관)과 신범철 정책기획관이었어요. 어떤 조직이든 완벽하게 잘할 순 없습니다. 실수도 할 수 있지요. 중요한 건 평가를 하는 겁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미래통합당)이 조 차관에겐 비례대표, 신 기획관에겐 지역구 공천을 줬잖아요. 미중 패권전쟁 국면에서 미국은 가면 갈수록 한국은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 이걸 볼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 균열시킨다고 비판하면서, 박근혜 전반기 친중 정책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아무 평가 없이 중용한 겁니다. 한미동맹 중시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미국이 믿겠습니까?”
 
  ― 장성택이 숙청된 이유는 뭡니까.
 
  “장성택 문제는 2009년에 시작됐습니다. 2009년 5월에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어요. 그때 북한이 미국에는 핵실험 2시간 전에 통보했고, 중국에는 30분 전에 알려줬습니다. 미국에 먼저 알려준 거죠.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시쳇말로 ‘꼭지’가 돌았어요. 역사상 가장 큰 제재를 하겠다고 결의하고 실제 실행했어요. 한편에선 한반도공작소조를 만들어서 북한 문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연구했습니다. 이때 한반도공작소조 조장이 바로 지금의 시진핑 주석이었어요.”
 
 
  중국공산당의 공작
 
  ― 그만큼 중국에는 중요한 사안이었군요.
 
  “공작소조는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해서 해결한다. 북핵 문제는 당장 해결하기 힘드니 중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 대신 북한 내부에 친중 세력을 육성한다. 이걸로 정책 결정을 바꿔보자.’ 2009년 8월 한반도공작소조 회의에서 내린 결정입니다. 이때부터 중국이 키운 친중파의 최종 결과물이 장성택인 겁니다.”
 
  ― 그래서 장성택을 죽였군요.
 
  “장성택과 황장엽 사이엔 일정한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원활한 연결고리는 아니었지만요. 중국공산당 차원에서 공작을 한 겁니다. 상당히 힘을 키워줬지요. 장성택에겐 독특한 정치력도 있었고요. 엄청 세력이 커졌어요. ‘잘라내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만 정리하자’…. 그래서 2013년에 김정은이 고모부를 처형한 겁니다.”
 
  ― 북한과 중국이 혈맹(血盟) 관계라고 하잖아요.
 
  “북중 관계를 제대로 이해 못 하면 한반도 정세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북한 노동당 간부가 북중 관계에 대해 제게 한 얘기가 있어요. ‘중국을 어떻게 믿냐’고 하면서 세 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첫째, 한중 수교. 소련 동구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북한으로선 최악의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았는데, 혈맹이라던 중국이 북한 뒤통수를 친 겁니다.”
 
  두 번째는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이다.
 
  “그때 식량난 때문에 북한에선 100만명 내외가 죽었습니다. 그때 중국이 북한에 식량 지원을 안 해줬어요.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도 아니고 사람들이 굶어 죽는 상황이었어요. 미국이라면 우리가 그런 상황이면 원조나 차관을 주지 않았겠어요?
 
  세 번째가 바로 장성택 숙청입니다. ‘공식적인 관계가 있는데 뒤에서 공작해서 우리 뒤통수 치려고 한 거 아니냐’고 말하더군요.”
 
 
  2018년에 북한의 국가경쟁력이 남한 추월
 
지난 6월 출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의 회고록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이 지점에서 주사파와 북한 노동당이 생각이 달라진다.
 
  “한국의 얼치기 친북・친중 좌파와 북한 노동당 주사파의 가장 중요한 차이가 바로 중국 문제입니다. 북한 노동당은 친중이 아니에요. 막상 북한은 베트남처럼 친미・비중(親美・非中) 국가가 되려 하는데, 한국의 얼치기 친북・친중 좌파들이 얼치기 친중을 하고 있어요.”
 
  그는 남북한 체제경쟁 구도가 역전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이 바닥이었던 거예요. 2002년, 2003년부턴 계속 올라갑니다. 핵,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과장해서 얘기하는데 경제도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한국은 2002년, 2003년부터 국가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결국 2018년 북미·북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역전이 됐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골든크로스, 한국 입장에선 데드크로스예요.”
 
  ―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거 아닙니까.
 
  “안보리 상임이사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핵과 ICBM을 다 갖춘 나라’. 미국 북부 지역 사령관이 올해 초 미 상하원에 보고할 때 북한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핵은 갖고 있지만 ICBM이 없어요.”
 
  ― 미국 국방부는 이미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상정하고 전략을 짜는 걸까요.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부 장관. 이 두 사람 다 북한의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고 말했어요. 북한을 현실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협상해야 한다고 2018년부터 주장했습니다. 두 사람은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가장 깊숙이 들여다본 사람들이에요.”
 
  ―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한때 있었습니다.
 
  “북폭은 말도 안 됩니다. 이미 그 시기가 지났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미국의 북폭이 가능하다고 말했던 게 2017년 가을입니다. ‘미국의 북폭 가능성 30% 내외’, 이번에 나온 존 볼턴 회고록에 이런 대목이 나와요. 2017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폭론’을 주장하러 갔다고요.”
 
  ― 왜 북폭을 안 했나요.
 
  “미국 전문가들이 검토해보니 리스크가 큰 거죠. ‘핵전쟁으로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그해 북한이 6차 핵실험하고, 11월에 ICBM 성공시키고 상황이 바뀌었어요. 2019년부턴 북한이 군사적 옵션 사용할 가능성이 30% 내외예요.”
 
 
  미국 대선 직후가 가장 위험
 
  북한이 올해는 별도의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보고를 발표했는데 이게 실질적인 신년사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이런 표현이 있다.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로 넘어갈 것.’
 
  ―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이 뭘까요.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하겠다는 거예요. 한반도를 먹겠다는 거지. 차마 그렇게까지 해석하는 사람이 없지만 제가 봤을 땐 그 얘기를 하는 거예요.”
 
  ― 말이 그렇지 북한이 도발을 할까요.
 
  “가장 위험한 시기는 미국 대선 직후부터 취임식 할 때까지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도발 시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의 개입입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가 상당히 좋은 건 사실이지만, 트럼프는 본인의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게 있으면 언제든지 그 어떤 수단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경우에 따라선 리스크를 감수하고 북폭을 할 수도 있어요.”
 
  ― 미국 대선 이후라면요.
 
  “그때는 북한이 군사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트럼프가 용인을 해줄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은 미국에 ‘북한 주도 한반도 통일을 하더라도 우리는 베트남처럼 친미로 간다’는 메시지를 보냈어요. 미국은 ‘그럼 괜찮다’고 할 수 있어요.”
 
 
  “전쟁 나면 3일 안에 끝난다”
 
  ― 군사적 도발이라면 북한이 핵을 쏜다는 말씀인가요.
 
  “핵폭탄을 터뜨릴 수도 있고 전략적 지역에 미사일을 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전쟁이 일어나도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 사흘 안에 상황이 끝날 수 있어요. 문재인 정권은 바로 항복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미군이 바로 출동해서 북한을 핀셋타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는데요.
 
  “주관적 바람일 뿐입니다. 저는 북한 핵무기가 80개 내외라고 봅니다. CIA는 2017년에 북한의 핵무기가 60개 내외라고 분석했어요. 저는 북한이 매년 많으면 20개, 적으면 10개 정도를 양산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현재 보유량은 적어도 80개 이상인 거죠. 여기에 ICBM을 갖고 있어요. 지금 상태에선 북한은 미국에 반격할 수 있는 모든 걸 갖고 있는 겁니다. 미국이 그걸 감수한다? 그건 코미디입니다.”
 
  ― 미국이 한국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트럼프와 가장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이 3년쯤 전에 이런 말을 했어요.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도 그들끼리 싸우는 거지, 미국 본토만 안전하면 우리는 신경 쓸 것 없다.’ 이게 트럼프주의입니다. ‘불가피하지 않은 한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번 재선 연설에서도 반복했어요. ‘우리는 더 이상 해외 분쟁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
 
  ― 한국 국민으로선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인데요.
 
  “좌파 우파 모두 깊이 생각을 안 하는데, 지금이 근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1945년, 1953년엔 이승만이라는 지도자가 있었거든요. 구한말엔 그런 지도자가 없었어요. 지금은 지도자가 없는 구한말 같은 상황이에요.”
 
 
  “트럼프와 김정은은 형제 같은 관계”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엔 여러 가지 중요한 지적이 담겨 있다. 그중 한 가지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친밀도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는 거의 형제와도 같다고 볼턴은 묘사했어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다고 하는데, 그때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거예요.
 
  ‘회담이 결렬되면 경제 제재가 계속될 텐데 힘들어지는 거 아니냐.’
 
  마치 형이 동생 걱정하듯이 걱정해줬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제가 힘들더라도 형님에게 부담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로 대화가 오갔다는 거예요.”
 
  ―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는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대하는 태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디스데인(disdain·경멸)이라는 겁니다. 판문점 회담 할 때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서요. 청와대에선 미국과 북한 사이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양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동석을 거부했다는 거예요.”
 
 
  미국과 핵 공유해야
 
  ―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국과 핵 공유를 하고, 중거리미사일 배치만 해도 많은 부분이 정리됩니다. 핵 방어가 없을 때는 언제든 먹힐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 김정은 유고설이 한 번씩 등장합니다.
 
  “김정은이 죽는다 해도, 다른 사람을 또 내세울 겁니다. 서기실 체제의 특징입니다.”
 
  ― 북한의 약한 부분이 뭘까요.
 
  “결국 전체주의라는 거죠. 인류 역사에서 실패한 모델로 확인된 체제니까요.”
 
  ― 같은 전체주의라도 중국은 어쨌든 ‘강성대국’이 됐잖아요.
 
  “어떤 단계에서는 전체주의 모델이 효율을 발휘합니다. 소련도 일정 단계에서는 미국을 앞서기도 했어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우주인을 보내고. 집중적인 투자를 할 수 있어 효율성 면에선 앞서니까요. 그러나 역사를 조망해보면 전체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체제입니다.”
 
 
  김종인과 독대해 쓴소리
 
사진=조준우
  지난 7월 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구 원장을 만나 여러 얘기를 나눴다. 김 위원장이 “대선주자로 외부 인사를 영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한참 던지던 시점이다.
 
  ― 김 위원장과 무슨 얘기를 나눴나요.
 
  “쓴소리를 몇 가지 했습니다.
 
  ‘미중 신냉전시대에 맞는 신(新)국가전략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고 본다. 국가지도자가 없는 지 20년 가까이 됐다. 대통령들은 각 분파의 지도자였을 뿐이다. 노무현은 친노, 이명박은 친이, 박근혜는 친박, 문 대통령은 친문 패거리의 지도자일 뿐이다. 북한은 한국을 추월했다. 보수의 위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위기다.’”
 
  구 원장과 헤어진 후 광화문 거리를 잠시 걸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사이 햇살은 한결 차분해지고 바람은 시원해졌다. 어느덧 여름의 끝이었다. 미국 대선을 전후해 한반도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가을이 오는 게 이렇게 불안했던 적이 또 있었던가 헤아려봤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01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