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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의 라운지

‘미스터 쓴소리’ 이석연 변호사

“수도 이전 원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투표 부쳐라”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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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수도 아닌 천도가 올바른 표현… 2004년 수도 이전 違憲 판결 이후 위헌성엔 변화 없다. 여전히 위헌”
⊙ “전 세계 헌법재판소 역사에서 위헌을 合憲으로 뒤집은 경우 全無”
⊙ “헌재가 이번에 수도 이전을 합헌 판결한다면 히틀러 정권 만든 ‘授權法’ 상황 되는 것”
⊙ 2017년 대선 직전 문재인 후보 만나서 질문, “빨갱이 아니냐고 보는 사람들 있다”
⊙ “총선 공천, 막천·사천 아니었다. 박근혜 옥중 편지엔 절망”

李石淵
1954년생. 전북대 법학과 졸업, 同대학원 법학석사,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 23회 행정고시(1979), 27회 사법고시(1985) 합격 / 前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법제처장(제28대),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총장,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21대 총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 / 現 법무법인 ‘서울’ 대표 변호사, 헌법포럼 대표, 책 권하는 사회 운동본부 상임대표 / 저서 《책 인생을 사로잡다》 《사마천 한국견문록》 《헌법은 살아있다》 등
사진=조준우
  계기는 ‘수도 이전’ 논란이었다. 더불어민주당식 표현을 빌리면 ‘행정수도 완성’이다. 이석연 변호사를 만나러 갔다. 지난 8월 4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법무법인 서울’ 사무실이었다. 주인장이 석 달 남짓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정치판을 지켜보느라 잠시 떠나 있던 공간이다. 지난 21대 총선 공천 뒷얘기를 하자 했으면 아마 만남이 조금 미뤄졌을 것 같다. 사석(私席)에서 만난 이 변호사는 총선 후유증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공천 소회를 털어놓는 표정 어딘가에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
 
 
  고교 진학 대신 3년여간 500권 독서
 
  크지 않은 사무실엔 그마저도 책들이 가득했다. 한쪽 벽에 늘어서 있는 책장엔 책들이 물론 이중으로 꽂혀 있다. 책 무게를 이기지 못해 선반이 휘어져 생긴 공간마저도 놓치지 않고 책들이 빼곡하다. 손님 응대용 책상은 이미 책더미가 차고 앉았다.
 
  사실 이 변호사는 ‘선수들’이 인정하는 독서가다. ‘틈이 날 때마다 읽는다’ 식의 수준이 아니다. 독서 이력이 일단 유장(悠長)하다. 그는 중학교 졸업 후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새 나왔다. 고등학교 대신 책을 택했다.
 
  고졸 검정고시를 반 년 만에 합격한 후 김제 금산사에 들어갔다. 2년 반 동안 절에 틀어박혀 책만 읽었다. 그 수보단 어떤 책이냐가 중요하겠지만, 이 시기에 소화한 책의 수만 일단 400~500권. 본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괴테의 《파우스트》, 사마천의 《사기》 같은 책들을 만났다. 지금까지 쓰고 있는 인생 밑천을 그 시절에 쌓았다.”
 
  언젠가 책 얘기를 본격적으로 나누려 인터뷰를 아껴두고 있던 이유다. 보수의 연이은 선거 참패, 위헌성 정책의 출몰, 수도 이전 논란… 몰아치는 시국이 한가로운 화제를 허락하지 않는다.
 
 
  新행정수도 위헌 결정 받아내
 
이석연 변호사(오른쪽 두 번째)가 2004년 7월 12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청구 헌법소원 서류를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그와 ‘행정수도’의 관계는 간단치 않다. 짧게 설명하면 이렇다.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제출 형식으로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신행정수도 건설’은 노 대통령의 대 선 공약이었다. 법안은 그해 12월 국회에서 가결된다. 찬성 167, 반대 13, 기권 14.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도 찬성했다는 얘기다. 그렇게 얌전히 충청남도 연기군(현재는 세종시에 편입), 공주 일대에 ‘신행정수도’가 생길 참이었다.
 
  이듬해인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해당 법안에 위헌 (違憲)선고를 내렸다.
 
  “대한민국의 수도(首都)가 서울이라는 건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不文)헌법이다. 국민투표라는 헌법 개정 절차 없이 헌법보다 하위인 일반 법률을 제정해 수도를 옮기는 건 위헌이다.”
 
  최상철 외 221인이 청구한 위헌 소송이었다. 이들을 대리해 소송 청구를 이끈 이가 바로 이석연 변호사였다.
 
  행정수도 건설, 수도 이전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밀어붙인 건이었다. 위헌 결정은 결국 노무현 정부의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변호사 사무실엔 협박 전화까지 걸려왔다. 살해 협박이었다. ‘이석연 변호사가 왜 협박 받아야 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그리고 2020년, 노무현 정권 후임자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권이 집권 3년 차에 ‘수도 이전’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행정수도 완성이 아니라 천도
 
  그는 “이 정부는 ‘행정수도’라는 말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완성’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천도(遷都)’입니다. 언론도 ‘행정수도’라는 말을 씁디다. 만약 순수한 의미의 행정수도 완성이라면 대통령 집무실만 세종시로 옮기면 됩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까지 모두 옮겨 가면 천도지요. 여기에 사법부인 대법원, 헌법재판소까지 세종시로 옮기자는 얘기 아닙니까.”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행정수도특별법은 청와대는 물론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까지 모두 세종시로 옮겨 가는 안이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서울은 600년 이상 수도였어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세 나라가 서로 차지하려 했던 ‘한강 유역’이 바로 서울이거든요. 한강 유역을 차지한 나라가 한반도 전체를 통할했어요. 백제, 고구려, 그리고 신라가 순서대로 차지했잖아요.”
 
  심지어 북한 정권도 한반도의 수도는 서울이라고 인정했다.
 
  “북한도 헌법 제103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는 서울’이라고 규정했어요 1972년에 헌법을 개정하면서 평양으로 고쳤지요. 2004년 위헌 결정 후 15년이 지나서 이 600년 동안 내려온 사유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습니까? 수도 이전의 위헌성이 해소된 게 아닙니다. 천도가 필요한 이유로 드는 ‘수도권 과밀화’는 정책 실패 때문이지요. 이런 건 헌법 사유가 아닙니다.”
 
 
  균형발전하려면 지자체에 재정권을
 
이석연 변호사(왼쪽 첫 번째)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을 맡아 시민단체 활동을 하기도 했다. 사진=조선DB
  ― 정부와 여당 주장대로 수도를 옮기면 균형발전이 이뤄질까요.
 
  “사실상 행정기관이 분할돼 꽤 내려갔어요. 공공기관의 3분의 2가 제주도부터 전국 곳곳으로 옮겨 갔단 말이지요.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고비용·비능률’이에요. 수도를 옮긴다고 지역발전이 되는 거 절대 아닙니다. 터키가 수도를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로 옮기고, 브라질이 상파울루에서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옮겼어요. 호주는 캔버라를 행정수도로 삼았고요. 그래서 시드니, 이스탄불, 상파울루의 과밀화가 해소됐습니까? 더욱 집중됐어요.”
 
  ― 그럼 이 정부가 진짜로 균형발전을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권 수준의 지방자치로 가야지요. 지자체에 재정적 권한을 줘야 합니다. 지자체 대부분이 재정자립도가 20~30% 수준입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을 대폭 조정하면 됩니다. 지자체에 재정권이 있으면 지역 특색에 맞게 도시계획을 할 수 있어요. 지금은 말로는 지역균형발전이 목표라면서 중요한 권한은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어요.”
 
  ― 자꾸 수도를 옮기려는 이유가 뭘까요.
 
  “2022년 대선까지 재미를 보겠다는 거죠. 충청권뿐 아니라 남쪽 지방의 표를 얻겠다는 겁니다. 수도를 옮기겠다고 하니 벌써 충청권 일부 지역은 땅값이 치솟았어요. 정략적인 국민 편 가르기입니다. 정말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통일을 대비해 지정학적으로 서울에 모여 있어야지요. 과밀화가 문제라면 차라리 철원 같은 곳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지요.”
 
 
  수도 이전은 국면 전환 카드
 
  ― 수도 이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서울이 수도라는 건 관습헌법’이라는 헌재 논리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1조입니다.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 마찬가지로 관습헌법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규범적 효력이 당연히 있습니다. 영국 같은 나라는 불문의 관습헌법으로 국가가 운영되잖아요. ‘관습헌법은 말이 안 된다,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법조인으로서 기본을 갖추지 못한 거예요.”
 
  ― 헌재를 운영하는 나라에선 행정수도 위헌 재판을 어떻게 봤습니까.
 
  “2004년 가을에 독일을 찾았습니다. 헌재 위헌 결정 후였지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갔어요. 자료를 찾으려고 개인적으로 갔습니다. 한국 헌재는 독일 헌재를 거의 모방해서 만들었지요. 독일 헌재 연구관과 연구원들을 만나서 인사를 했어요. ‘나도 한국 헌재에서 연구관으로 근무했다. 최근엔 행정수도 헌법소원을 대리했다’고 하자, 이 사람들이 반색하는 겁니다.”
 
  ― 왜 반가워했나요.
 
  “한국의 이번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은 아주 획기적인 헌법 판례라는 겁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관습헌법으로까지 확대해서 보장한 거다. 헌법재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제가 직접 들은 겁니다.”
 
  ― 일각에선 관습헌법이라는 논리에 기반했기 때문에 헌재 결정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헌재 판례에 대해 학문적으로 비판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헌재 결정이 잘못됐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거나 약하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헌재가 판례로 채택했으면 인정해야 합니다. 이걸 ‘헌법적 기속력’(羈束力)이라고 합니다. ‘다시 특별법을 만들어서 진행하고, 만약 위헌 주장 나오면 헌재로 다시 가겠다’ 이 자체가 명백히 헌법 파괴적인 발상이에요. 더구나 국가기관은 두말하면 안 돼요.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나서서 이런 선동을 한다는 건 정상적인 헌법 규범이 작동하는 국가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수도 이전 再발의는 위헌
 
이석연 변호사는 MB정권 시기 법제처장을 맡았다. 당시 ‘정권 속의 야당’ 역할을 해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을 얻었다. 2008년 3월 법제처 업무보고 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한 모습.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 3차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헌재에 신행정수도 완성의 안건이 올라간다면, 지금의 헌재 재판관들은 과거의 관습헌법을 빌려서 했던 위헌의 논리를 번복할 것이다. 그렇게 확신한다.”
 
  ― 헌재에서 위헌 여부를 번복할까요.
 
  “한국뿐 아니라 세계 헌법재판 역사에서 헌재가 한 번 위헌으로 결정해 폐기된 법률을 합헌(合憲)이라고 번복한 예가 없어요. 반대의 예는 꽤 있어요. 합헌 판정을 받은 법이 나중에 위헌 결정을 받는 경우이지요. 간통죄(위헌)나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헌법 불합치)이 그렇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폐지된 법률을 다시 만드는 것 자체가 위헌입니다. 탄핵 사유예요. 헌재로 다시 가져가겠다? 만약 헌재가 종전 판례를 뒤엎고 헌법 개정이나 국민투표 같은 헌법적 절차 없이, 여당과 정부 주장대로 특별법을 통해 수도를 이전하는 법을 합헌이라 한다면 그 자체가 ‘수권법(授權法)’이 되는 거예요.”
 
  수권법은 입법부가 행정부에 입법권을 넘기는 걸 뜻한다. 1933년 독일 수권법의 예가 너무 충격적이었기에, 보통 수권법 하면 당시 독일 국회가 나치 정권에 입법권을 위임하기로 한 법을 뜻한다.
 
  “당시 독일 헌법이던 ‘바이마르 헌법’을 헌법학자들은 모든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법률로 꼽습니다. 수권법을 인정함으로써 완전히 휴지 조각이 됐어요. 만약 수도 이전 위헌을 헌재가 번복하면 우리 헌법도 그렇게 될 겁니다. 헌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정치적 사법 기능입니다. 그중에서도 권력의 독선과 위헌적 공권력 행사에 대한 통제가 가장 중요해요. 전 헌재의 양식(良識)을 믿습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
 
  ― 그럼에도 헌재가 만약 수도 이전을 합헌으로 판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는 대한민국이 법치주의를 포기하는 겁니다. 헌재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요. 외국에서도 ‘한국의 헌법재판은 죽었다. 더 이상 입헌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할 겁니다. 헌재 재판관들을 믿습니다. 만약 최소한의 양식을 다 버린다면, 역사의 감시와 평가가 있을 겁니다.”
 
  그는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강 건너 불구경 할 게 아니에요. 국민 간 분열과 갈등을 대통령이 막아야 하는데 즐기고 있는 거 같아요. 수도 이전은 국가 안위가 걸린 사안입니다. 외교·국방·통일 다 관련되어 있어요.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국가 안위가 걸린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했어요. 이건 부칠 수 있다는 자유재량이 아니고 부쳐야 한다는 ‘기속 재량’이에요. 부쳐야 한다는 겁니다.”
 
  ― 대통령의 의무라는 말씀이네요.
 
  “국민투표에 부쳐서 통과하면 헌법 개정이나 다름 없어요. 헌법 개정 절차와 국민투표 절차가 똑같습니다. 국민은 의견을 표할 당연한 권한이 있어요.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하면 올해 하반기 바로 부칠 수 있어요. 거기서 통과되면 저도 인정합니다. 노무현 정권 때 헌법소원 낼 때도 헌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도 ‘행정수도’에 협조해준 걸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당시 야당이었습니다. 국회에서 법률안 통과에 찬성했어요. 같이 만들었단 얘깁니다. ‘어차피 4월 총선에서 우리가 이기면 개정한다, 그러니 협조해주자’ 이러면서요. 몇 사람은 소신껏 반대를 했습니다. 오세훈 당시 의원도 수도이전법에 찬성했어요. 이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잖아요. 당시 저를 한나라당, 《조선일보》 《동아일보》, 헌법재판소와 함께 ‘오적(五賊)’으로 지목한 참여연대의 박원순 변호사는 이후 서울시장을 두 번이나 했고요.”
 
  그러고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서울을 지켰다’는 자부심 덕인 듯했다. 그가 두 차례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한 이유 말이다.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는 바람에 치러진 2011년 시장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 때였다.
 
  “그랬지요. 법무법인 이름도 ‘서울’이잖아요.”
 
  그는 직계 조상과 서울의 인연을 들려줬다.
 
  “조선을 건국하고 태조가 수도를 한양으로 옮겼잖아요. 정종이 즉위한 후 개경으로 수도를 다시 옮겼어요. 태종 이방원이 등극하고 수도를 다시 옮기자고 했어요. 태종은 한양, 개경, 무악을 두고 고민하다가 사촌인 이천우(李天祐)에게 동전을 던지게 했어요. 일종의 점을 친 거죠. 그 결과 한양이 뽑혔어요. 실록에 다 기록되어 있어요.”
 
  그는 전주 이씨 완풍대군 양도공(襄度公)파 후손이다. 이천우가 바로 양도공이다. 1404년 이천우가 동전 던지기, ‘척전(擲錢)’을 통해 수도의 지위를 찾아준 한양을, 정확히 600년 후 그 직계후손이 헌법소원으로 다시 수도로 지켜낸 셈이다. 이낙연 의원도 양도공파 직계 후손이다.
 
  ― 이낙연 의원과 본래 집안끼리 교류가 있었습니까.
 
  “완풍대군 양도공파 본가가 전남 영광에 있습니다. 종친회 시제 드리고 할 때 만나지요. 촌수로 따지면 12촌이나 16촌쯤 될 겁니다. 이 의원이 수도 옮기자고 말하며 다니던데, 이런 역사나 아는지 모르겠어요.”
 
 
  “5共 시절보다 못하다”
 
이 변호사 사무실 책장엔 각종 서류와 책들이 가득하다. 사진=조준우 객원기자
  이번 정부 들어 유난히 위헌 논란이 자주 일고 있다. ‘주택거래허가제’나 ‘임대차 3법’ 소급 입법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위헌 가능성이 거듭 제기되어도 정부와 여권의 태도가 한결같다는 점이다. 그럴 리 있겠냐마는 헌법이 언제까지 강고한 울타리로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변호사의 생각은 이렇다.
 
  “대북정책부터 시작해 부동산정책, 탈원전, 사법권, 특히 검찰 권력에 대한 관여, 위헌성 정책이 너무 많습니다. 현 상황은 헌법의 공황 상태입니다. 법치주의의 쌍방통행이 무너진 상태예요. 무슨 얘기냐면 권력기관이 국민과 반대세력을 상대로 권한을 행사하고 권력을 휘두를 때만 헌법적 절차와 효력을 중시합니다. 국회에서 다수당이란 이유로 상임위원장 다 차지하고 다수결로 밀어붙이고 있는 게 대표적 예예요. 헌법은 그런 권한을 행사할 때 국민적 합의 절차 거쳐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했어요. 5공화국 때도 이렇게는 안 했어요. 5공 때보다 못한 상황이 됐습니다.”
 
  ― 사법부 상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역사를 보면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에선 사법권이 뼈대만 겨우 남아 있습니다. 형해화(形骸化)됐다고 표현합니다. 법조인들의 지위도 낮았어요. 중국에는 재판기관이 전국민인민대표대회(전인대) 밑에 있었어요. 사법권이 형해화되면 국가 권력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립니다. 현 정부가 검찰권을 형해화시키고 있잖아요. 윤석열 검찰총장이 발버둥치고 있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법원도 기울어진 판결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사법부가 관료화됐어요. 공무원화된 겁니다. 헌법을 고칠 것도 없이 순치(馴致)가 되는 게 가장 안타까워요. 권력의 횡포를 막지 못하면 국민의 기본권, 인권은 없어져버립니다. 통제받지 않는 거대한 권력이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 침투합니다. 재산권, 언론의 자유가 하나하나 무너집니다. 헌법을 고칠 것까지도 없어요. 국민들은 어어! 박수치다 끝나는 거예요. 양식과 헌법 정신을 갖추고 자기 몸을 던질 수 있는 판검사들이 나와서 집단행동을 할 때입니다.”
 
 
  부동산 소급 입법은 명백한 위헌
 

  ― 사회주의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수당이 밀어붙여서 ‘20억원 이상 재산은 환수한다, 저소득층한테 나눠주자’는 법을 만들어도 짝짝짝 박수 치면 통과되는 겁니다. 그런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건데… 그들이 위헌적 정책을 밀어붙이는 건 이런 생각 때문이겠지요. ‘헌재 가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우리 사람으로 다 채워져 있다, 헌재를 장악했다’고. 글쎄요, 저는 마지막까지 헌재 재판관들의 헌법적 양심을 믿고 싶습니다.”
 
  ― 소급 입법은 어떻게 보십니까.
 
  “헌법 제13조 2항을 보세요.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아주 명백해요. 임대차법이라면, 법 시행 후에 체결하는 계약부터 적용해야 되는 거예요. 현재 계약 기간인 전세까지 소급 적용한다는 건, 과거에는 생각지 못한 겁니다. 벌써 헌법이 장식규범화됐다는 말입니다.”
 
 
  평등의식 자극해 집권 연장 시도
 
  ― 이 정권과 여당에도 법률가 출신이 많습니다. 대통령부터 법조인 출신인데, 위헌이라는 걸 모를까요.
 
  “인간의 맹점 중 하나가 평등의식입니다.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처럼 국민의 평등의식이 강한 나라도 없습니다.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 가면 잘살면 잘사는대로 못살면 못사는대로 팔자 소관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요. 우린 그게 아닙니다. ‘내가 못사는 건 저놈이 뺏어가서다’ 이걸 정치권력이 자극해서 표로 연결시키려는 겁니다.”
 
  ― 집권 연장을 위해 위헌쯤은 얼마든지 감수한다는 말씀이군요.
 
  “현 집권 세력은 평등, 분배를 강조합니다. 잘나가는 사람, 중산층들을 끌어내려서 다수 국민의 배아픔을 해소하려는 정책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부동산정책, 경제정책은 실패했잖아요? 국면 전환용 편 가르기 이슈로 수도 이전을 갑자기 꺼내든 겁니다.”
 
  ―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것 같진 않네요.
 
  “윤동주 시인이 이런 시를 썼습니다. ‘인생은 살기 힘들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쉽게 쓰여진 시’ 중)
 
  우리 국민들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지요. 소득은 줄고 경제는 불안하고, 수재(水災) 때문에 힘들지요. 남북 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 수도 이전 다시 꺼내서 부동산값 들썩이게 하고, 남쪽 북쪽 편 가르기 하고 있어요. 대통령과 집권당에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왜 실패했을까요.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경제학자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지금까지 정부가 부자를 희생시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더니, 이들이 잘살게 된 예를 본 적이 없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권력만 살찌웠다고 했어요. 부자가 되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에요. 이걸 외면하는 정책이니 실패하지요.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문재인 정권이 부동산값 잡아서 서민들 기 살린다 했는데, 집값이 제일 많이 올랐잖아요. 집값은 집값대로 엄청 오르고, 각종 위원회와 전국 기구 늘리면서 공무원을 늘리고 있어요. 이건 나중에 국가적 재앙이 될 겁니다.”
 
 
  “문 대통령, 자기 확신에 빠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8월 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의미 있는 얘기를 했다.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 민주주의의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게 진짜 민주주의다’. 이 변호사는 이 말에 한 가지가 빠졌다고 한다.
 
  “옳은 말인데 한 가지가 더 들어가야 해요. ‘인권을 살리겠다며 인권의 허울을 쓴 전체주의 독재를 하면 인권이 죽는다.’ 지금도 인권의 어떤 부분은 고사했어요. 북한 인권이 죽었지요. 여성 인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원순·오거돈 사태 후에 대통령이 한 번이라도 사과했습니까? 가만히 있잖아요. 오죽하면 뉴질랜드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직접 성추행 의혹이 있는 한국 외교관을 뉴질랜드로 송환해달라고 하겠어요? 창피한 줄 알아야지요.”
 
  그는 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자기 확신에 빠진 몽환적 통치’라 표현했다.
 
  “자기 확신이 뭐냐. 자기들만이 정의를 독점하고 구현할 수 있다는 천박한 영웅주의입니다. 그 패거리끼리 하고 있는 거예요. 적극적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창출하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보세요.
 
  ‘국민 전체의 봉사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특정 집단이나 정당이나 단체를 위해서 국정을 수행하는 것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것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이게 탄핵 사유라면 현 정부가 더한 거 아닙니까?”
 
 
  “절대권력은 내부로부터 붕괴”
 
  그의 어조가 단호해졌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내부로부터 붕괴합니다. 역사적 필연이에요. 부패 스캔들 곧 터질 겁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보세요. 도덕성이 무너지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절대권력을 만들어준 우리 국민들이 절대권력의 일탈을 감시하고 방지할 의무가 있어요.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법 만들어서 체제를 변질시키라고 국민들이 의석을 준 게 아니거든요. 지금 국민들도 ‘이게 아닌데…’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이 변호사는 2017년 대선 직전 문재인 당시 대선 예비후보를 만났다.
 
  ― 무슨 얘기를 했나요.
 
  “그때는 그가 아직 대선 예비후보였어요. 최재성 의원을 보내서 꼭 좀 만나 조언해달라 하기에 만났어요. 40~50분 동안 둘이 여러 얘기를 했어요. ‘꼭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나중에 유야무야됐지만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내 주변에선 문 후보가 빨갱이라는 사람도 있다. 안보관을 우려해서다’라고요.”
 
  ― 뭐라 답하던가요.
 
  “허허, 웃으면서 그러더군요. ‘내가 월남 가족이다. 나도 법조인인데 (체제를) 부인하겠느냐’고. 또 노무현 정부 때 이러이러한 실정과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하니, ‘학습효과가 있지 않느냐. 그걸 바탕으로 잘 해나가겠다’고 하더군요.”
 
  ― 학습효과요?
 
  “지금 보면 못된 것만 학습한 거 같아요. 노 대통령은 욕도 먹었지만 국민 의견도 많이 따랐어요. 한미 FTA 같은 정책 결정도 그렇고, 인사 기용에도 귀를 기울였다고요. 이 정권은 절대 그러지 않잖아요. 더 이상 기대를 못 하겠습니다.”
 
  어쨌든 권력 구조 내에서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집단은 지금으로선 미래통합당이 유일하다. 통합당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분들 하는 걸 보면 정권을 쥐고 있다 뺏긴 당인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양지(陽地)만 찾는 기회주의적 속성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어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질 못해요. 지지했던 국민들은 이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데 통합당, 특히 현역의원들은 변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궁리하지 않고 위임통치, 신탁통치 상태에 있잖아요. 능력이 없으니 김종인 위원장 모셔다 위임통치를 받고 있죠.”
 
  ― 의석수가 적으니 국회 안에서 당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103석이지요. 무소속 의원이나 국민의당 의원 다 주워 모으면 110석가량 됩니다. 적은 의석 아닙니다. 어줍잖은 130, 140석보다 훨씬 더 투쟁하기가 좋습니다. 유신 시기 신민당을 떠올려보세요. 오십 몇 석 가지고 할 거 다했잖아요. 김영삼 당시 총재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강하게 저항했잖아요. 총선에 졌다고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일단 몸을 던져 사지에 들어가야 살길이 나오는 거예요.”
 
 
  “막천·사천… 순전히 거짓말”
 
이 변호사(왼쪽)는 21대 총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공천심사를 했다. 사진=조선DB
  ― 지난 총선 전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엔 희망이 없다, 자연스럽게 소멸되어야 할 당’이라고 하셨는데 왜 공관위에 들어가셨나요.
 
  “희망이 없기 때문에 새롭게 바꾸려고 들어갔어요. 공천으로 바꿨습니다. 영남은 70% 이상을 바꿨어요. 서울도 바꿨는데 공천 막판에 황교안 쪽에서 뒤집어엎었어요. 그 바람에 차명진 후보 같은 이들이 공천 명단으로 들어온 거예요. 전 그런 사람들을 막기 위해 들어갔는데….”
 
  ― 공천 초기엔 반응이 좋았어요. 마지막엔 막천·사천이란 말까지 나왔지만요.
 
  “막천·사천 그건 순전히 거짓말이에요. 김형오 의장도 그런 생각으로 절대 공천 안 했습니다. 우리가 물갈이를 하니까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반대 세력, 극우 세력들이 우리를 공격했어요. 오랫동안 당협위원장 하던 사람들이 잘려 나가니까요. 제가 빨갱이 공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서초갑 윤희숙 의원을 두고도 빨갱이 공천이라면서, 같은 지역구 공천에서 떨어진 전옥현 후보가 강하게 반발했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내부에서 반발이 거셌어요.”
 
  ― 주호영 원내대표 같은 경우 옆 지역구로 옮겨서 공천을 줬지요.
 
  “주 대표는 처음부터 컷오프 대상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 정도면 의정활동 잘했다고 봤어요. 여러 기준상 기존 지역구에선 안 된다고 결론이 났기 때문에, 기세가 셌던 김부겸과 맞붙게 한 거예요. 옮겨 가서 노력해서 살아났어요. 거물을 꺾으니 거물이 됐어요. 그게 뭐가 잘못된 겁니까.”
 
  ― 대구 지역에선 이두아 후보 공천을 두고 다소 의아하다는 시각이 있었지요.
 
  “김형오 의장에게 그런 구상이 있었어요. 대구에선 이두아로, 부산에선 이언주로 여성 후보 붐을 일으켜보자는 구상이었어요. 한 사람은 경선, 한 사람은 본선에서 떨어졌지만요.”
 
  ― 공천관리위원회에 들어간 걸 후회하시나요.
 
  “글쎄요, 사심 없이 했는데 결과적으론 후회가 됩니다. 가서 보니 정치라는 것은 결국 끝까지 비정하고 끈질긴 사람이 됩디다. 정치판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인격적으로, 도덕적으로 존경하고 싶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요. 정치 안 하기 잘했다 싶습니다.”
 
 
  박근혜 옥중 서신에 절망
 
  ―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이며 유난히 외부적 요인이 많았던 선거였습니다. 그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의 옥중 편지도 공개됐지요.
 
  “저녁 때 (옥중 편지) 나오는 걸 보고 ‘큰일났다 선거 망쳤구나’ 했어요. 주변에선 다 박수치는데 저는 절망했습니다.”
 
  ― 왜요?
 
  “핵심이 빠졌어요. 편지 첫머리에 ‘제 잘못으로 국가적 혼란이 오고 이런 선거를 하게 되고, 나라가 이렇게 된 점을 국민들한테 사죄드린다. 나라를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길에 올리기 위해 뭉치자’ 했으면 표가 다 통합당으로 왔어요. 그런데 ‘거대 야당 중심으로 뭉쳐라’가 다였어요.”
 
  ― 통합당으로 오려던 중도 세력이 편지 때문에 다시 등돌렸다는 말씀이군요.
 
  “저는 보수, 진보, 중도, 우파, 좌파 등 다양한 분들과 친분이 있어요. 저도 호남 출신이니까요. 당시 중도, 합리적 보수들이 통합당에 약간 돌아선 참이었어요. 편지 내용을 듣고 제 주변 분들이 ‘이 당은 도저히 안 되겠다, 더 고생해야 한다’ 이러는 거예요. 그 편지 때문에 뭉치러 온 사람들은 태극기 부대 몇 분이에요.”
 
  ― 편지 때문이든 아니든, 야당은 총선에서 지고 박 대통령은 지금도 감옥에 있습니다.
 
  “이제는 풀어주라는 겁니다. 얼마든지 석방할 수 있어요. 형이 확정 안 됐다? 형 확정된 것만 사면하면 됩니다. 확정 안 된 건 검찰이 구속 취소하면 되잖아요. 저도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이었어요. 탄핵에도 찬성했지만, 탄핵 사유 하나하나 보면 이 정도 대가 치를 만큼은 아니에요. 전직 대통령을 이렇게 대우하면 안 되는 겁니다. 결국 자기한테 돌아옵니다.”
 
 
  북한이란 존재가 걱정
 
  ― 세상 보는 시선을 좀 올려, 역사의 맥락에서 현 상황을 보면 어떨까요.
 
  “반드시 우리 국민들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찾아, 세계사가 가는 올바른 길로 다시 들어설 거라 봐요.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희생이 따르면서 하느냐 한두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느냐의 차이겠지요. 우리가 북한 체제로, 사회주의 체제로 가는 건 역사의 퇴행이고 인류 보편의 가치를 저버리는 겁니다. 그렇게 간다 하더라도 오래 못 갑니다.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가고 있어서 저도 절망스럽습니다. 제가 죽고 나서, 다음 세대에서라도 나라에 헌신할 인물이 나올 거라 봅니다.”
 
  ― 함석헌 선생은 한반도를 두고 ‘고난의 여왕’이라고 표현하셨지요. 지금 우리도 고난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함석헌 선생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역사란 무엇인가. 한 사람이 잘못한 것을 모든 사람이 물어야 하고 한 시대의 실패를 다음 시대가 회복할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역사다.’ 이 정권 한두 사람이 잘못한 걸 다음 세대, 다음 대통령이 떠맡고 갚아야 한다는 겁니다.”
 
  ― 지금 우리는 후손에게 짐을 더해주고 있는 거군요.
 
  “역사라는 건 한 사건에 대한 계산서를 외상으로 발부하기도 합니다. 그때는 반드시 이자에 이자가 더해집니다. 다음 세대가 그걸 다 갚아야 합니다. 역사를 보면, 엉망이 된 걸 보수나 중도가 일으켜 세워놓으면 진보·좌파 세력이 들어서서 다시 망쳐놓는 게 되풀이되는 거 같아요. 우리가 어느 정도 이뤄놓은 걸 현 집권 세력이 들어서서 망치고 있는데, 언젠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겁니다.”
 
  ― 과연 그렇게 될까요.
 
  “그렇지요. 다만 염려스러운 건 우리에겐 체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북한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겁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같은 나라와 우린 달라요. 그 나라에는 그런 존재가 없잖아요. 그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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