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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합당은 할 것, 시기는 아직”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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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 나와… 대선 직전 합당해 극적인 효과 거두자는 의견도”
⊙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합당하면 당명은 미래한국당 돼야
⊙ 홍준표·권성동·윤상현·김태호 등 무소속 4명은 물론 여권 출신 이용호도 영입 가능
⊙ 당선인 19명은 당의 소중한 자산… 뜻 펼칠 수 있게 할 것
⊙ 4년 전 ‘새누리당 막장공천’ 再現 우려에 당대표직 받아들여
⊙ 미래한국당은 번뜩이는 아이디어 많은, 발랄하고 경쾌한 정당

元裕哲
1962년생. 고려대 철학과 졸업 / 15,16,18,19,20대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원장,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원내대표·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 역임
사진=정광성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4·15 총선 정당투표에서 944만 표, 19석을 얻어 비례대표 선거에서 35개 정당 중 1위를 차지한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형제정당’이다. 개정 선거법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한시적인 비례전용 정당으로 출범했고, 총선 후 미래통합당과 합당할 것을 공언해왔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과 유사한 탄생 과정을 거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지난 5월 12일 당원 투표와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합당 절차를 완료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아직 합당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선거법을 폐기해야 한다”며 선거법 폐지를 위해 미래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4당 회담을 제안했다. 미래한국당이 독자행보를 걷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원 대표는 5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합당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당내 의견을 모으면서 정무적으로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 개원 전엔 합당 사실상 불가능
 
  원 대표는 “당분간 미래통합당 내부 상황이 정리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4월 중앙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의결했지만,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몇 개월짜리 한시적 비대위원장은 맡지 않겠다”며 거절한 상태다. 이에 비대위 출범의 책임은 지난 5월 8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선출된 주호영 원내대표 몫이 됐다.
 
  ― 지난 5월 8일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주호영 의원이 당선돼 ‘주호영 체제’가 됐습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선출되면 합당 논의를 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주 원내대표와 독대를 안 했습니까.
 
  “주 원내대표가 부친상(지난 5월 9일)을 당해 그동안 정국에 대해 얘기할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미래통합당은 비대위도 출범시켜야 하고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찬반도 있고 해서 아직 해결할 일이 많은 걸로 압니다. 합당 논의는 통합당에서 만나자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 합당의 전제조건 등 사전조율 같은 과정은 없나요. 미래통합당이 합당하자고 하면 바로 하는 겁니까.
 
  “제가 그 당에서 5선까지 했는데 조율이랄 게 있겠습니까. 형제정당이니 조율할 것도 없고 언제든지 소통이 가능합니다. 통합당 내부가 정리되면 합당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미래통합당 상황이 정리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후에도 물리적으로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우리도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이 있을 겁니다. 우리 의원과 당선인, 당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서 진행할 겁니다.”
 
  ―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는데, 아직 (합당에 대한) 의견이 모이지 않았습니까.
 
  “의견수렴 과정은 진행 중입니다. 당선자 총회는 4월에 한 번 했고, 5월 중 기존(20대 국회) 의원들과 21대 당선인, 사무처, 당원 등이 모두 모여 총의를 모으는 자리를 만들 겁니다.”
 
  ― 21대 국회 개원(5월 30일)이 얼마 안 남았는데요.
 
  “물리적으로 개원 전에는 합당이 어렵습니다. 합당하려면 법적인 과정도 있고 합당 절차가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다른 당과 합당하려면 전당대회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등으로 전당대회가 수개월 내에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미래통합당이) 전국위원회를 개최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건 우리 당이 얘기할 상황은 아니고요. 미래통합당의 절차가 끝나도 우리 당의 절차가 진행돼야 합니다.”
 
 
  “(합당은) 대선 직전 하자”는 의견도
 
4월 1일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나라살리기 경제살리기’ 공동선언식을 가졌다.
  원유철 당대표는 미래한국당 현역 의원(20대 국회의원 20명)과 당선인(19명), 사무처를 포함한 당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기간에도 “합당은 할 것이고 그 시기는 정무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총선 직후 합당을 약속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 19명의 당선인이 1명(정운천 의원)을 빼고는 모두 초선인 정치신인들인데요. 어떤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까.
 
  “일단 다들 궁금해하는 합당 시기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지난 4월 당선인 총회에서 나온 당선인들의 의견은 대략 세 가지로 모이는데, 첫 번째는 21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합당하자는 겁니다. 이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미래통합당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고 비대위가 정착되면 비대위와 차근차근 논의하며 하자는 겁니다. 이 경우 소요되는 시간을 특정할 수는 없죠. 세 번째는 대선 직전, 대선을 앞두고 (합당)하자는 겁니다. 과거 우리 정치사 사례를 들어가며 적극적인 토론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2002년 대선 직전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러브샷하며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않았습니까. 그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는 거죠. 지금 합당해서 무슨 실익이 있느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 대선 직전 합당도 고려 대상이군요.
 
  “1+1이 3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얻어야지 1+1이 1이 돼서는 곤란한 것 아니겠어요. 미래한국당이 언제까지 존재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존재하는 최후 순간까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 합당하지 말자는 얘기도 나왔습니까.
 
  “그런 얘기도 나오긴 했습니다. 야당이 강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한 개보다 두 개 있는 게 낫지 않으냐는 거죠. 두 개의 야당이 공존하면서 유사시 사이드브레이크 역할을 미래한국당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권이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당으로 슈퍼여당이 나왔는데, 우리가 그걸 따라 할 이유는 없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저도 당 안팎에서 그런 이야기는 무수히 많이 듣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결론을 내려 합니다.”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도
 
  ― 애초에 합당하기로 하고 만든 당이라면 빨리 합당하면 되지 않습니까. 의원과 당선인, 당원들 얘기를 다 듣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은데요.
 
  “우리 당은 20대 현역 의원 20명, 21대 당선인 19명, 사무처 당직자 이 세 그룹이 삼위일체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현역 의원들은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적을 변경한 분들이고요. 당선인들은 훌륭한 경력과 국정 수행 능력을 갖춘 분들입니다. 한국당 사무처는 10여 명에 불과한 당직자들이 일당백, 아니 일당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들은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 당을 지켜온 소중한 자산들이고, 비례정당 1등을 만든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의견은 깊이 존중해야 합니다.”
 
  ― 20대 국회에서 의원 20명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했고, 21대에서도 1명만 더 들어오면 교섭단체가 되는데요. 야당 출신 무소속만 해도 4명입니다.
 
  “한국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이 나옵니다. 현재 21대 당선인 중 무소속이 5명인데, 이들에게 문을 모두 열어놓자는 거죠. 홍준표·권성동·윤상현·김태호 당선인 4명 외에도 여권 출신 무소속 이용호 당선인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당내에서 ‘○○○는 절대 (입당해선) 안 된다’ ‘○○○가 입당하면 내가 탈당한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국민의당(3명)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있고요. 이 역시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할 계획입니다. ”
 
  ― 벌써 독자 야당으로서의 역할에 나선 것 같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포함된 현행 공직선거법을 폐기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선거제 폐기를 위해 여야 비례정당까지 포함시킨 ‘2+2’ 여야 회담을 제안했는데요. 미래한국당이 합당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가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선거제와 합당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대 국회서 여권이 ‘4+1’로 억지로 패스트트랙에 태워 만든, 나쁜 선거제입니다. 이걸 다음 선거 전에 폐기하겠다는 건 우리의 대국민 약속이었고요. 합당은 야권 내부의 문제입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제가 미래한국당 대표로 국민에게 약속한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이 선거법을 폐기하겠다는 것, 둘째는 미래통합당과 합당하겠다는 겁니다. 두 번째 약속은 저 혼자 결정할 수 없지만, 첫 번째는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약속입니다. 선거법 패스트트랙 당시 저도 앞장서서 악법을 막자고 투쟁했는데, 오히려 여당은 비난에 욕설에 고소고발까지 한 상태입니다. 선거제 폐기는 빠른 시일 내에 해야 됩니다.”
 
  ―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빨리 합당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요.
 
  “우리 당은 우리가 알아서 할 겁니다. 여당이 합당한다고 우리도 합당해야 하는 건 ‘내당간섭’이죠. 민주당이 정작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은 선거제 폐지입니다. 이 이상한 선거법 폐지 안 하면 4년 후에 또 여야가 비례정당 만들 거 아닙니까. 비례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민주당이 폐지해야죠. 이번 정당투표에 정당이 35개 나왔는데 이대로 가면 4년 후엔 50개도 넘어갈 겁니다. 이번 비례투표 용지 길이가 48cm라 기계개표가 안 돼서 수개표를 했는데, 다음엔 두루마리 투표 용지가 나올 수도 있어요.”
 
 
 
4년 전엔 원내대표, 이번엔 당대표로 총선 치러

 
  원 대표는 미래한국당 출범 당시 대표였던 한선교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파동으로 대표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급박하게 한국당 대표로 투입됐다. 원 대표의 친화력과 중재력은 정치권에서도 소문나 있다. 2016년 총선 때는 청와대와 여당의 중재 역할을 했고, 자유한국당 시절엔 총선을 앞두고 통합추진단장을 맡았다.
 
  ―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당대표직은 어떻게 맡게 됐습니까.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제 지역구 인수인계까지 다 하고 나서 좀 쉬려고 제주도로 갔어요.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돌고 있는데 전화가 계속 오는 겁니다. 미래한국당 비례 추천 때문에 미래통합당이 난리가 났다고요.”
 
  ― 그때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제 팔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년 전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 때 제가 원내대표를 하면서 공천파동을 한가운데서 겪었잖아요.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심하게 갈등했을 때 원내대표던 제가 조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김 대표는 ‘옥새 들고 나르샤’ 하고 저는 ‘도장 찾아 삼만리’ 하고…. 그때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땐 급하게 부산 가는 비행기를 타더니 이번엔 급하게 제주에서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된 거죠.”
 
  ― 황교안 대표가 뭐라고 했습니까.
 
  “한선교 대표가 연락이 안 된대요. 형제정당이니까 소통해야 하는데 어렵게 인재영입 한 분들을 어떻게 한 명도 넣지 않았느냐고 하소연하는 겁니다.”
 
  ― 한선교 대표는 원 대표에게 연락을 했나요.
 
  “얼마 후 한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황 대표가 50번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황 대표가 이미 마음을 결정한 상태였던 거죠. 진즉 소통을 좀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더라고요. ”
 
  ― 당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또 우리 당이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견마지로(犬馬之勞·하찮은 힘이지만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함)의 심정으로 나서기로 한 겁니다. 우리 당이 망하면 저도 망하는 것 아니겠어요. 제가 당장 정치를 그만둘 것도 아니고 정계은퇴한 것도 아닌데 당이 잘돼야 저도 후일을 기약할 수 있겠죠.”
 
  ― 4년 전엔 청와대와 당의 중재자로, 이번에도 중재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자유한국당 시절엔 통합추진단장을 맡았죠.
 
  “정식 통합추진위원회가 시작되기 전에 황교안 대표가 통합추진단장을 맡아 달라고 해서 유승민계와 통합을 추진했습니다. 이번에 이런 일이 생기고 나서 제가 미래한국당으로 간 건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서였어요.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 정갑윤 고문, 장석춘 의원도 모시고 갔죠.”
 
  ― 대표직을 제안받고 간 겁니까.
 
  “그건 아니고요, 사실 정갑윤 의원이 5선이고 연배도 있으니 대표를 하는 게 맞는데, 내부에서 양당 간 소통을 이유로 저를 대표로 추대했습니다. 제가 원내대표와 대표권한대행 경력도 있고 소통이 원활하다는 이유였어요. 대표가 되자마자 바로 그날 지도체제 만들고 공관위 구성하고 저녁부터 공관위 회의를 시작했죠.”
 
  ― 2016년, 2020년 연달아 공천파동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솔직히 야당이 파동을 겪게 된 것은 이런 선거법을 만든 여당이 원인 아닙니까. 정말 나쁜 사람들입니다. 공수처법 통과시키려고 선거법까지 ‘4+1’ 패스트트랙에 태워서 민의를 짓밟은 거잖아요. 우리가 할 수 없이 비례정당을 만들었더니 따라 만들고, 선거 끝나니 자기들이 이겼다고 또 우리한테 합당하라 운운하고. 우리 당이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기소돼서 재판받는 의원들이 한두 분입니까. 생각할수록 화가 나요. 그래서 제가 선거법 폐지를 밀어붙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여곡절 선거운동
 
원유철 대표(가운데)가 4월 6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핑크챌린지’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미래한국당은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국민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이 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 최초의 비례전용 정당이라 선거운동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들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선거법 위반 여부도 판단하기 어려웠고… 선거법 어기지 않으려고 미래통합당의 핑크 점퍼를 제가 입으면 안 되니 뒤집어 입고, 지퍼가 안 잠겨서 고생하기도 했고요. ‘핑크챌린지’는 우리 정치에서 부족한 ‘웃음’을 채우려고 기획했던 겁니다. 코로나19에 경기는 좋지 않고 국민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받는 상황입니까. 정치는 국민들에게 웃음을 줘야 하는 거예요.
 
  제 별명이 ‘시골황소’인데 핑크 가발을 쓰고 등장했더니 ‘핑크황소’라는 별명이 새로 생겼어요. 소품이 잘 안 맞아서 가발을 붙들고 있었더니 토끼같이 보여 사람들이 더 많이 웃은 것 같습니다. 여성과 청년 유권자들에게서 반응이 좋았어요. 시각장애인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에게 비례대표 0번 목걸이를 걸어준 캠페인도 호응을 많이 얻었죠. 그동안 딱딱했던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이미지가 우리 당의 다이내믹하고 발랄한 선거운동으로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 선거기간에 취약지역인 호남에도 수차례 방문했는데요.
 
  “미래통합당은 호남에서 1석도 얻지 못했죠. 우리 당은 당선인 19명 중 5명이 호남 출신입니다. 당선되지 못한 후보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고요. 그래서 호남 후보들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국민통합열차’를 만들었습니다. 호남 출신 5명과 호남선을 탔죠. 5·18민주화운동 묘지에도 가서 참배하고 김순례·이종명 의원 논란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옥석을 가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 외에 유세도 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캠페인도 다 했어요. 우리 당에도 호남 사람 많으니 도와달라고 했죠. 미래한국당은 지금까지의 보수당과 달리 여성, 청년, 호남 등 세력에게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정당입니다.”
 
  ― 미래한국당이 기호는 4번, 칸은 둘째 칸이라서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가 어려웠습니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얼마나 헷갈리겠어요. 처음에 ‘이판사판’(지역구는 2번, 비례는 4번)을 강조했더니 비례투표 용지에 네 번째를 찾아 찍는 분들이 생기겠더라고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형제정당이니까 ‘둘 다 둘째 칸’을 강조했는데 그래도 잘못 찍은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선거제를 혼란스럽게 만든 여당 때문에 열 받을 수밖에 없었죠.”
 
 
 
미래한국당의 미래는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4월 2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국회의원-당선자 합동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에 비해 공천이 잘 됐다는 평가가 많고, 득표율도 높았습니다.
 
  “기존 비례대표 명단을 뒤엎고 다시 공천할 때 정말 객관적으로 사심 없이 했습니다. 야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지, 야당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지,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지,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했습니다.”
 
  ― 주변에서 미래한국당의 독자생존을 추천하는 의견이 많지 않습니까.
 
  “우리 집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주민이 저에게 미래한국당이 여당을 이겨줘서 고맙다, 잘 해달라 당부를 하시더라고요. 주변의 많은 분이 ‘미래한국당이 새로운 희망이 돼 달라’고 말합니다. 또 ‘미래통합당을 흡수하라’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웃음)”
 
  ― 미래통합당에도 그런 의견을 가진 분들이 있다는데요.
 
  “통합당 몇몇 분이 통합과 관련해서 전화해왔기에 ‘당명부터 바꾸자’고 했어요. 미래통합당이라는 당명은 이미 수명이 다한 겁니다. 통합은 끝났고 통합당이라는 명칭에서 우리 당 이미지가 전혀 연상 안 됩니다. 미래한국당은 미래의 한국을 이끄는 당, 얼마나 좋아요.”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소셜미디어에서 그런 얘길 했는데요.
 
  “제가 ‘당명은 미래한국당’ 얘기를 몇 분에게 하고 나서 보니 그런 얘길 쓰셨더라고요. 저를 많이 의식하는 걸까요. 또 미래한국당이 안철수 국민의당과 합칠까 봐 저에게 ‘손학규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했더군요. 정치 단수가 높은 분입니다. 학교(고려대) 선후배 사이에 과거 당대표 선거에서 세게 붙은 적도 있고… 아무튼 미묘한 관계입니다.”
 
  ― 홍 전 대표는 대권을 생각하고 있는데, 원 대표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제 모든 관심과 계획은 차기 대선에서 우리 당이 집권하는 겁니다. 당이 잘 돼야 저도 잘 되지 않겠습니까. 제 모든 시간표는 대선에 맞춰져 있습니다.”
 
  ― 눈여겨보고 있는 대권 후보가 있습니까.
 
  “지금은 총선에서 대권주자들이 너무 많이 낙선해서 누구를 언급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 합당 시기는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합니까. 당원 투표나 의원총회 다수결로 합니까.
 
  “의견을 모아서 투표할 수도 있겠죠. 여당은 17만명이 투표해서 합당하기로 했다는데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밀도 있게 투표할 수 있습니다.”
 
  ― 여당이 빨리 합당하라고 압박하는데요.
 
  “제가 여당을 향해 ‘내정간섭이 아니라 내당간섭이냐’라는 얘기도 했는데요. 여당이 우리 당에 대해 말할 계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530여 명이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해 모두 철저히 면접을 하고 그중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모신 건데, 여당의 비례정당은 급조된 후보들이다 보니 국회 개원 전부터 양정숙이니 윤미향이니 계속 당선인들이 논란이 되지 않습니까.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당 자체가 비례정당을 맹비난하던 여당이 급조한 거죠. 그러다 보니 후보들도 급조된 후보들이고요. 우리처럼 준비된 후보들과는 다릅니다.”
 
 
  김종인과의 인연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미래한국당 원유철 총괄선대위원장은 4·15 총선 기간 동안 ‘따로 또 같이’ 선거운동을 펼쳤다.
  ― 앞으로 합당 논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하게 될 텐데, 김 위원장과 관계는 어떻습니까.
 
  “총선 기간에 김종인 위원장은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저는 미래한국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따로 또 같이’ 전국에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오전에는 두 당이 합동으로 선거대책위를 하고, 오후엔 후보들 지원유세를 다녔습니다. 김 위원장이 그 지역 대부분의 지역구를 돌고, 저는 김 위원장이 가지 않는 다른 곳을 돌았죠. 그 과정을 겪어보니 김 위원장의 체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신체나이만 젊은 게 아니라 사고도 젊어요.”
 
  ― 그래도 80대가 세대교체를 논하는 건 국민들에게 반감을 가져오지 않을까요.
 
  “나이가 있으니 더 사심 없이 세대교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젊은이들이 세대교체하자면 자기가 권력을 잡고 싶어 하는 걸로 보일 수 있는데, 김 위원장은 정말 사심 없이 객관적으로 세대교체하려고 하는 겁니다. 진정성이 있다고 봐요.”
 
  ― 황교안 대표가 삼고초려한 이유가 그런 겁니까.
 
  “사실 저는 황 대표가 왜 그렇게 모시고 오려 하는지 이해를 못 했습니다. 저는 김종인 위원장과 19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선대위에서 같이 일했고, 더불어민주당에 있을 때도 카운터파트로 접점이 많았습니다. 제가 2016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낼 때 저와 김무성 대표의 상대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와 문재인 대표여서 넷이 상의할 일이 많았고, 당대표가 문재인 대표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으로 바뀌면서 두 달 정도 카운터파트로 일했죠. 그때부터 대화해보니 굉장히 예리하고 합리적인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저렇게 삼고초려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있었는데, 선거운동을 같이 해보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아는 분입니다. 당을 맡으면 잘 하실 분이죠.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유철 대표는 “합당을 해도 이름은 미래한국당이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의 중심은 어떤 형태든 미래한국당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교섭단체 구성은 물론 ‘미래통합당 흡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미래한국당이 야당 중심 돼야
 

  ― 미래통합당은 낙천해 출마한 사람의 복당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미래한국당은 어떻습니까.
 
  “당 구성원들 생각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저도 무소속 당선인들도 정치를 오래한 사람들이라 소통이 가능할 겁니다.”
 
  ― 계속 당선인 등 당 구성원들의 의견대로 하겠다는 입장인데요. 당대표로서 입장은 없습니까.
 
  “미래한국당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 (비례) 1위를 한 정당이기 때문에 대표인 저의 행동이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늘 살얼음판을 걷는 마음입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면 안 되니까요. 지금까지 좋은 분들 잘 모셔와서 선거 잘 치렀는데, 저는 그분들을 잘 모시고 보호하고 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당선인들 면면을 보세요. 윤봉길 의사의 손녀로 독립운동 정신을 이어갈 윤주경,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비전을 가진 ‘민부론’을 집대성한 학자 윤창현, 외교전문가 조태용, 안보전문가 신원식, 장애인을 대변하는 이종성, 여성 인권변호사 전주혜, 사회통합과 지역통합의 정운천 등 너무나 보석 같은 분들이 우리 미래한국당의 구성원입니다. 이분들을 잘 모시고 가려니 한걸음 한걸음이 늘 조심스러워요. ”
 
  ― 지성호 당선인이 김정은 사망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됐는데요.
 
  “그 발언을 하기 전에 제가 확인 전화를 했는데 맞다고 했거든요. 그 후에 ‘이제 당선인은 탈북 인권운동가가 아니고 헌법기관이다. 모든 언행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얘기하기에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다. 한 골 먹었으면 두 골 넣어야 한다고 했죠.”
 
  ― 미래한국당이 자유우파 정당으로서 정체성도 뚜렷하고 미래통합당보다 낫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념적으로야 두 당 모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기초한 정당인 건 명백합니다. 이념 문제는 물론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은 알아듣지도 못하고요. 미래한국당의 장점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비례정당 1등을 차지한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 미래한국당의 장점을 소개한다면.
 
  “전문가 집단으로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선거는 정책과 대안으로 승부하는 겁니다. 예전 한나라당 시절인 2008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한 적이 있죠. 그때 승리 요인은 ‘뉴타운’이었습니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뉴타운 정책으로서 아파트 밀집지역 표를 쓸어올 정도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이 분명히 효과 있습니다. 또 제가 경기도당 위원장으로 있을 때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있었는데, 무상급식이 이슈가 되면서 김상곤 후보가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고, 무상급식 이슈로 우리는 지방선거에서 진 겁니다. 뉴타운과 무상급식 같은 국민의 피부에 실질적으로 와 닿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돼요. 이번에 야당이 패배한 것도 그런 이유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미래한국당은 이걸 할 수 있습니다. 당선인들의 면면은 생활정치에 적합하고, 발빠르고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번 당선인들은 경쾌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어요. 이런 자원들을 사장시킬 순 없지 않습니까. 합당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당직 욕심 없어… 대선에 집중
 
  원 대표는 정가에 떠도는 미래한국당 독자생존설, 미래통합당 흡수설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듣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당원들의 의견’을 강조한 원 대표가 당분간 당대표직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 총선 불출마로 이제 의원직을 내려놓았는데, 개인적인 계획은 있습니까.
 
  “이 나이에 운이 좋아 5선까지 하고 여당 원내대표도 해보고 대표권한대행도 해봤잖아요. 더 이상 당직에는 욕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관심은 우리 당의 다음 대선 승리입니다. 당이 4연패 했으면 됐지 더 이상 질 순 없습니다. 파부침주(破釜沈舟·밥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의 심정으로 대선을 향해 뛸 겁니다. 어디서 어떤 역할을 할 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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