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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웨덴에서 한국의 미래를 찾는 린네대학 최연혁 교수

국민의 화합과 신뢰에 화답하는 정치가 실종된 대한민국의 미래는?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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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된 사회가 경제위기도 극복하게 만드는 요인
⊙ “스웨덴 국민들, 정부에 대한 신뢰도 굉장히 높아”
⊙ “현 정부, 국민적 신뢰도 거의 상실했다”
⊙ “국민의 변화는 공동체적 시민의식의 회복부터 시작”
⊙ “여권 정당들만의 합의로 이뤄진 개혁은 개악이다”
⊙ “스웨덴 지방정치인들 無給… 저녁과 주말에만 일해”
⊙ “시민운동가가 정치에 참여하면 이미 변질된 사람”
⊙ “학생운동권이 정치 주류가 된 사회는 비정상적. 싱크탱크로 남아야”

崔淵赫
1960년생.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정치학 박사 / 미국 버클리대학 사회연구소 초빙연구원, 스톡홀름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장,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한양대·서울시립대·건국대·한국외국어대 등 초빙교수
  한국 사회에서 복지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때마다 복지 선진국 모델로 거론되는 국가가 바로 스웨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스웨덴 인구는 1009만명이지만 한국은 5178만명이다. 경제 규모를 봐도 2018년 기준으로 스웨덴은 5510억 달러지만, 한국은 1조7208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구나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스웨덴보다 앞선 한국이 왜 복지에는 뒤처지고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한국은행).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최연혁 교수다.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드림’을 주제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모색한 역저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를 쓴 저자다. 1988년 스웨덴으로 유학 간 뒤, 올해로 33년째 현지에서 살고 있다.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의 복지뿐 아니라 정치제도, 사회·문화를 오래 공부하면서 스웨덴 모델을 어떤 방법으로 한국에 접목시킬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연혁 교수와 스웨덴 복지와 정치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왜 지금 스웨덴을 주목해야 합니까.
 
  “스웨덴 모델을 세계에서 주목해야 할 이유는 바로 국민주권이 가장 강력하게 실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념에 가장 충실한 국가지요. 비교민주주의 평가에서 항상 1~3위를 차지할 정도로 민주주의의 질(質)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특히 노사 간의 평화적 관계는 1938년 이후 몇 번의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잘 작동되고 있습니다.”
 
  ― 스웨덴 모델은 어떤 것입니까.
 
  “모든 국민이 높은 시민의식을 지니고 정치인은 봉사하면서 부정부패가 거의 없는 것입니다. 정치는 정당 간 가치 중심의 토론과 합의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정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경제는 노사 평화가 꾸준한 경제성장으로 이어졌고, 노사 모두 사회적 책임감이 높아 노사갈등이 적습니다. 특히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누구도 낙오되지 않는 사회가 바로 스웨덴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시도에 있어서 큰 위기도 올 수 있지 않습니까.
 
  “어느 국가나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기술 혁신으로 낡은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변혁을 일으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즉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10년만 변화를 유지한다면 탄력이 붙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단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역사적 제도주의의 이론은 이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정책입안제도 한국에 도입해야”
 
여유를 즐기는 스웨덴 사람들. 사진=뉴시스
  ― 먼저 스웨덴 모델을 한 가지 한국에 도입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스웨덴 모델 중 우리나라에 접목시킬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정책조사특별위원회 제도(Statens Offentliga Utredinngar·SOU)’라는 겁니다. 이것은 정책의 과학화, 실명화, 책임화를 강조한 것입니다. 가령 특정 정권이 국가정책을 선거공약 등의 목적으로 섣부르게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어느 정책을 입안하는 데까지 최소 1~2년의 조사기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정책의 목표, 장단점 진단, 그리고 비용까지 산출해보는 거죠. 그렇게 마련한 정책은 국회의 동의절차를 받아 추진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이 제도를 통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예방하고 정쟁으로 인한 소모적 자원낭비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 그럼 한국이 스웨덴 모델을 받아들이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스웨덴 모델은 한국의 정치개혁, 민주주의 제도개혁, 노사관계, 조세개혁과 사회복지, 기술발전과 혁신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겠죠. 초기 어려움을 잘 극복한다면 스웨덴 모델은 충분히 한국에서 작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스웨덴 복지제도 금융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힘
 
  스웨덴은 재정 건전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경기부양책을 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찍 극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해답은 스웨덴이 1990년대 추진한 복지제도와 재정개혁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스웨덴은 1994년 사민당이 다시 집권하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재정 건전화와 복지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우선 스웨덴은 재정준칙을 도입해 지출삭감을 벌여나갔다. 재정수지를 국민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유지하고 중앙정부의 이자지출을 제외한 명목지출에 상한선을 설정해 통제했다. 이 결과 당시 1180억 크로나(GDP 대비 7.5%)에 달했던 적자를 감축해 1998년 재정균형을 달성했다.
 
  나아가 지방정부에 대해서도 지출한도를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2000년부터 균형재정 달성을 의무로 설정해 이를 위반한 경우 일반보조금을 감축하는 식으로 제재를 했다.
 
  스웨덴은 복지제도도 개혁했다. 연금의 경우 ‘필요한 만큼 지급’하던 방식에서 ‘기여한 만큼 지급’하는 제도로 바꿨다. 연금기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기금 적립금의 현재가치에서 미래 사회보장급여 지출의 현재가치를 나눈 값이 1보다 작을 경우 자동으로 급여 지급액을 줄이도록 했다.
 
  또한 연금 지급 수준도 실제 납부한 연금 기여액을 바탕으로 이후에 산정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처럼 재정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여나간 결과, 스웨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 당시 스웨덴은 경기부양책으로 GDP 대비 3.3%의 재정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2009년 -5.3%에서 2010년 5.3%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 스웨덴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도 피해갔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재정개혁이 가장 큰 역할을 했죠. 이 밖에도 여야의 신속한 협조와 타협, 복지의 일시적 축소, 사회안전망의 작동, 공적자금의 신속한 투입, 노사 평화체제의 작동과 노조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 등이 이유입니다. 그리고 타협과 대화의 정치로 최고의 정책대결을 의회에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스웨덴 정당들의 국가위기 대응방법 등은 한국 정치인들이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스웨덴의 담세율은,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조사대상 34개국 중 44%로 2위다. 1위는 프랑스(46%), 3위 이탈리아(42.4%), 4위 네덜란드(38.8%)이다. 한국은 26.9%로 30위다.
 
  ― 스웨덴은 담세율이 높음에도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낮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사회복지제도의 순기능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세행정이 투명하고 사회보장제도가 탄탄하니 국민들도 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수긍하는 것이죠. 낮은 부정부패, 국세청의 투명성, 사회보장청·사회서비스감독원 등의 복지서비스의 감독에 대한 만족 등으로 자신이 낸 세금이 다시 자신의 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실업보험 등의 혜택으로 환원될 것이란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얘기죠.”
 
 
  스웨덴 1990년 위기 황금기로 이어지다
 
스웨덴 연금제도. 사진=뉴시스
  1970년대 들어 학계에서는 스웨덴이 복지국가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중동의 불안한 정세에 따라 유가파동이 세계경제를 강타했고, 스웨덴도 이때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당시 스웨덴 사민당이 경제정책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보다는 좀 더 수월한 환율인하 정책을 선택해 단기적으로는 수출경제에 숨통이 트였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 및 기술개발 등의 소홀로 경쟁력을 잃었다. 1970~80년대는 이렇게 경제의 어려움이 있었다. 1977년 경쟁 국가들이 3%대의 성장률을 보일 때 스웨덴은 -2.6%를 기록했다.
 
  1982년도에도 OECD 국가들이 2.5%를 기록할 때 스웨덴은 0.5%를 기록했다. 스웨덴은 바로 1980년대의 주류였던 신자유주의 노선에 따라 자본자유화를 선언했다. 이것이 스웨덴의 ‘경제버블’을 만들었고, 1991년 사민당의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재정위기로도 치달았다. 실업률은 3% 내외에서 12%까지 치솟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였다.
 
  ― 1990년대 초 스웨덴에도 경제 위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위기에는 항상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당시 스웨덴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하나의 위기해결 모범이 되었습니다. 핵심부터 말씀드리면 1994년 다시 정권을 잡은 예란 페르손 전 총리의 발 빠른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예란 전 총리는 긴축재정, 국가채무 축소, 건전재정, 연금개혁 등 다양한 조치들을 실시해 다시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었습니까.
 
  “1991년 위기의 근본 원인은 자본자유화였습니다. 1985년까지 금융 부문을 국가가 통제하고 있었는데, 1980년대 들어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신자유주의로 급격히 선회했습니다. 스웨덴의 금융자유화 조치는 버블경제를 만들어냈고, 1991년 재정위기로 치달았습니다.”
 
  ― 스웨덴 정부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때 행한 조치들이 바로 구제금융과 공적자금 투입이었지요. 여야 합의에 의한 조치였기 때문에 국민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었지요. 또한 복지제도의 축소와 민영화, 개인기업의 사회기업 진출 허용이라는 신자유주의 변화도 이때 도입됐습니다. 복지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 경쟁력을 높여준 것이 핵심입니다.”
 
  ― 스웨덴도 처음부터 지금의 복지국가는 아니었을 텐데요.
 
  “네, 스웨덴도 여기까지 오는 데 뼈를 깎는 고통이 있었습니다.”
 
  ― 어떤 고통이었나요.
 
  “스웨덴은 1910년대까지 인구의 4분의 1이 미국으로 이민을 갈 정도로 가난한 농업 국가에 불과했지만 빠르게 진행된 산업화가 일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은 빠르게 이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의 반발로 노조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노사 간의 충돌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동손실률을 기록할 정도로 전국 파업이 확산됐습니다. 기업들은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극한 상황까지 갔었죠.”
 
  ― 충돌이 어느 정도 심했습니까.
 
  “1931년 총파업에서 당시 경찰의 발포로 5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았습니다. 역사에서 이 사건을 ‘오달렌의 비극’으로 서술합니다. 스웨덴만큼 노사 간의 갈등이 심했던 나라가 없었지요.”
 
  ― 어떻게 해결됐습니까.
 
  “1938년부터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살트셰바덴에서 마라톤회의 끝에 겨우 4개 항의 합의안에 이르렀지요. ▲중앙임금 협상 ▲노동쟁의 협상기구 설립운영 ▲노동환경 개선 ▲해고 시 직업교육과 추후 재고용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스웨덴의 노사문화는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직업교육과 취업알선에 대해 국가가 그 역할을 가져간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합의사항은 아직도 잘 작동되고 있습니다.”
 
 
  “한국, 스웨덴처럼 되려면 제도가 아니라 사람을 바꿔야”
 
  ― 일각에서는 교수님이 쓰신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가 너무 이상적이란 말도 있습니다.
 
  “책을 자세히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스웨덴 복지제도의 외형을 따르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변화시켜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도라는 외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적 변화의 모멘텀을 일궈낼 수 있는 사람이지요. 이 동력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 그러면 한국도 내적 변화를 이뤄내면 스웨덴처럼 복지국가가 될 수 있습니까.
 
  “복지국가는 속도와 수준의 문제입니다. 스웨덴식 복지는 엄청난 인적·경제적 자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개혁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한국은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앞서가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은 빚으로 복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웨덴은 1930년대에 시작해 1970년대까지 차분히 준비해 40년 만에 기초를 다져놓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경제에 재투입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교육복지 등으로 경제위기에 강한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복지는 한번 시작하면 다시 낮추는 데 엄청난 사회저항을 받게 됩니다.”
 
  ― 그럼 한국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먼저 세금제도부터 손을 봐야 할 겁니다. 안정적 복지재정 없이는 국가의 빚은 계속 늘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항도 있겠죠. 하지만 국민들을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하게 살게 할 겁니까. 또 국민들은 불안한 50~60대를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이에 동의해주어야 합니다. 그다음이 정치개혁입니다.”
 
  ― 세금제도부터 손을 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디를 어떻게 손을 봐야 합니까.
 
  “첫 번째로 세금징수의 형평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세금은 번 만큼 낸다’는 것이 안정된 조세국가의 철칙입니다. 세금을 회피할 수 있거나 이것을 방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스웨덴의 경우 연금, 실업급여, 출산급여, 결근수당 등의 사회급여에도 세금을 책정합니다. 최소수준을 정해 저소득층도 세금을 내도록 합니다. 대신 나중에 복지로 되돌려주는 형식입니다.
 
  두 번째로 투명성입니다. 우리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명확해야 합니다. 걷히는 경로와 지출하는 경로가 명확해야 합니다. 국민세금으로 벌이는 국책사업의 입찰, 조달 등의 업무가 모두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합니다. 다시 신뢰할 수 있는 교육과 복지의 질로 국민에게 되돌아간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세금저항이 낮아집니다.”
 
  ― 정치개혁은 무엇이 우선입니까.
 
  “먼저 사람개혁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봅니다. 미국은 1828년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이 당선된 이후 인적쇄신이 이루어집니다. 그 이전까지는 동부 출신 정치인이 주류를 이루었지요. 정치귀족을 바꾸지 않으면 정치개혁은 불가능합니다.”
 
  ― 사람개혁이요?
 
  “정책을 아는 사람, 소통을 잘하는 사람, 설득으로 정책의 비전을 보여줄 사람, 불확실한 미래를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 반칙하지 않고 정직하게 정치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정치에 투입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정치학교에서 정치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북유럽 정치인들은 대개 고등학교, 대학교 때 정치에 입문합니다. 그들은 20대부터 국내외 핵심 이슈 정책토론과 설득, 연설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더 나아가 지방정치에서의 다양한 정책 분야 위원을 거치며 중앙정치로 진출합니다.
 
  모든 운동과 기술이 그렇듯이 기초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정치적 연륜과 정책 실력과 정책 비전을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요.”
 
  ― 한국 정치인들과 스웨덴 정치인을 서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한국 정치는 세계 최고의 정치 안정과 효율을 보여주겠지만 스웨덴 정치는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질 겁니다. 갈등, 행복감, 반감, 양극화, 관료 부정부패 등도 맞바꾸겠지요.”
 
  ― 제도적 문제일까요 아니면 사람의 문제일까요.
 
  “저는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제도의 문제가 더 크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현재 국회의원에게 주는 특권을 스웨덴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스웨덴의 의원 지원법에는 ‘출장비는 가장 경제적이고, 환경적이며, 빠른 방법 중 미리 계획된 여행 목적에 가장 부합되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 말은 국회의원도 해외여행은 이코노미석으로, 국내여행은 기차로, 출근은 걷거나 자전거, 대중교통으로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고양이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아야 할까요? 정치인들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 자명한데 과연 가능할지가 의문입니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안 내려놓습니다.
 
  “새로운 제도는 항상 기득권이 반대합니다. 그리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만 등용을 시켜야죠. 그런 다음 순기능을 국민들에게 알려 개혁을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웨덴 정치인들은 아무런 특권도 바라지 않고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방정치인들은 월급을 받지 않습니다.”
 
 
  “스웨덴 지방정치인들 무급으로 일하면서 봉사해”
 
2014년 6월 스웨덴 정치박람회 모습.
  ― 월급을 안 받고 일하면 어떻게 먹고삽니까.
 
  “스웨덴 지방정치인은 무급(無給)으로 활동을 합니다. 그래서 기초와 광역정치인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습니다. 즉 본업(本業)이 따로 있고, 정치는 봉사로 생각하는 거죠.”
 
  ― 스웨덴 정치인들은 직업이 2개란 건가요.
 
  “네, 모든 지방의회 모임은 저녁과 주말에만 있습니다. 평일 낮에는 생업(生業)에 종사하고, 정치는 여가 시간에 합니다.”
 
  ― 그러면 상임위 활동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자신이 종사하는 업종에 유리한 표결을 하겠네요.
 
  “절대 그렇게 못 합니다. 자체 감사와 외부 감사를 강화해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이 이권에 개입 못 하도록 합니다. 특히 자신의 직장과 연관된 표결에는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이 제도를 한국에서 실행하면 어떨까요.
 
  “이런 스웨덴식 정치는 지방의 자치능력이 상당히 올라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떻게든 이권을 위해 정치하고자 할 텐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자체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중앙감사원 감사를 강화해 철저하게 통제해야 가능하리라 봅니다.”
 
 
  “한국엔 정치를 믿고 맡길 지도자 없어”
 
  ― 교수님은 한 칼럼에서 ‘한국 정부가 스웨덴의 역설 속에 숨은 그림에서 좀 더 배우기 바란다’고 했는데, ‘스웨덴의 역설 속에 숨은 그림’은 무엇입니까.
 
  “이 개념은 제가 스웨덴에서 31년 동안 생활하면서 정치인, 기업인, 노동자, 그리고 국민들의 행동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점을 이해하기 위해 도안해낸 개념입니다.”
 
  ― 어떤 개념입니까.
 
  “상호 신뢰를 통해 모두가 승자 되는 게임의 규칙을 알고 있는 것이었지요. 이론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없는지 찾다가 모두가 승자가 되는 논제로섬 게임(non-zero-sum game) 이론에서 찾았지요.”
 
  ― 스웨덴은 이 개념을 정치에 어떻게 적용합니까.
 
  “1991년 재정위기가 왔을 때 여야의 5개 정당이 모여 공동합의문을 발표하는 것이 이방인인 제 눈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상식적으로 과반을 차지한 여당이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손해 볼지도 모르는 타협을 왜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요.”
 
  ― 한국에서는 타협하지 않고 과반을 차지하는 여당이 결정해버립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제대로 된 정치지도자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정치지도자를 지속적으로 길러내는 주체와 제도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북유럽 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은 지금도 정당에 의해서 잘 훈련되고 길러집니다. 20대에 지방 정치인이 되어서 다른 정당 사람들과 토론하고 설득하다가 안 되면 합의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인이 많은 사회이기에 믿고 정치를 맡길 수가 있게 됩니다.”
 
  ― 현재 한국에는 믿고 맡길 만한 정치지도자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차기 대통령 후보자들은 각자가 준비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엇이 준비된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국민 앞에서 훌륭한 설득의 연설, 감동적 메시지, 실천하는 정치인이 있습니까? 그런 지도자가 보입니까? 좌를 봐도 우를 봐도 없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현 정부,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별로 없어”
 
  ― 우리 국민들은 현 정부를 얼마나 신뢰한다고 봅니까.
 
  “현 정부의 국민적 신뢰는 거의 상실되었다고 봅니다. 과거보다 지금이 나아진 것도 별로 없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 같다는 판단이 선다면 그래도 신뢰가 아주 바닥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거보다 지금이 나아진 것도 없고 미래도 칠흑같이 어둡다면 신뢰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현 정부는 후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신뢰가 최악이라고 말씀하시는 근거가 있습니까.
 
  “정부의 신뢰는 다음 6가지 기준으로 측정해볼 수 있습니다. 책임성, 질서유지와 폭력의 대처, 경제와 살림살이, 공권력의 정의로움, 법치, 부패와 특권입니다. 이는 세계은행이 정부 신뢰의 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척도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다양한 지표를 근거로,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OECD는 신뢰 회복을 위해 6가지를 확인해보라고 권고합니다.”
 
  ― 어떤 것이 있습니까.
 
  “첫째, 시행정책과 제도의 불확실을 줄일 것. 둘째, 행정부의 서비스 질을 개선시킬 것. 셋째, 정책결정을 개방적이고 합리적으로 할 것. 넷째, 법의 집행에 있어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게 적용할 것. 다섯째, 정책은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포용적으로 할 것. 여섯째, 말과 행동은 일치되도록 할 것입니다.”
 
  ― 문재인 정부가 임기가 끝날 때까지 6가지를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6가지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신뢰 회복 없이는 실패한 정부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할 수 있습니다.”
 
  ―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죠.
 
  “지금 당장의 권력과 이익에 눈이 멀면 국민은 갈라지게 되고, 정치는 분열됩니다. 정치 불안은 세계에 부정적 메시지를 내보내게 되고, 국가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입니다. 국회에서 보여주는 무질서한 모습은 바로 외신을 타고 세계로 송신됩니다. 결국 국가에 엄청난 손실을 입히는 셈이죠. 시간이 걸려도 어떻게든 여야 타협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금 범여권 정당들만의 합의로 이루어진 개혁은 개악(改惡)입니다.”
 
 
  “국민의 변화는 시민의식 회복으로부터 시작”
 
2014년 6월 스웨덴 정치박람회에 참가해 여성당(FI) 멤버들과 기념촬영하는 최연혁 교수와 명지대 김형준 교수.
  ― 교수님은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에서 국가를 제대로 만들려면 정치인들보다 국민이 변화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국민의 변화는 공동체적 시민의식의 회복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공동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누구의 통치를 받는 피(被)지배자가 아니라, 통치하는 사람을 뽑는 적극적인 시민이어야 합니다.”
 
  ― 국민들도 이걸 알 텐데요.
 
  “개개인의 시민은 이를 알지 못합니다. 일상에 함몰되어 가족과 직장, 혹은 공부 등으로 공동체에서 산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거나 신경을 쓰지 않게 되지요. 정치는 선거 때 한번 잘 뽑으면 알아서 잘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이는 상대적 가치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이럴 때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 어떤 반응이 나옵니까.
 
  “첫 번째는 ‘바꿔야겠다’입니다. 열심히 집회에도 참여하고 청원에도 참여하고 어떨 때 집단으로 몰려가 떼를 써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지요. 비폭력적이고 합리적 참여는 사회에 약이 되지만, 폭력적이고 집단 떼쓰기는 독이 됩니다.”
 
  ― 또 다른 반응에 뭐가 있습니까.
 
  “아예 ‘체념’하는 것입니다. 불만족의 표현 중 하나입니다. ‘그래 너희는 잘 먹고 잘살아라. 나는 내 삶에만 충실하겠다’라며 정치에 무관심하게 됩니다. 투표율이 저조한 것이 이를 입증합니다. 무엇을 해도 변할 것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오는 현상입니다.”
 
  ― 그럼 시민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까.
 
  “시민의식 개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장기적으로 공동체 개혁의 주춧돌 놓기라고 할 수 있죠. 시민교육은 사실 가장 좋은 모델은 공교육을 통한 어린이, 학생의 시민의식 개혁입니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반드시 교육은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는 교육으로 입시제도나 경쟁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 시민의식이 높은 국가, 국민들의 공통점이 있겠네요.
 
  “네, 5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참여하고, 책임을 지는 의식입니다. 적극적 참여를 하되 폭력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마하트마 간디의 저항이 비폭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폭력적 저항, 평화적 저항을 지향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려도 끝까지 비폭력으로 가야 합니다.
 
  둘째,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나와 나의 가족의 이익과 성공만 보지 말고 함께 잘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공동체 의식, 혹은 연대 의식이라고 하지요.
 
  셋째, 준법정신입니다. 지금의 법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사회의 약속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악법도 법’입니다. 법이 합리적이지 못하면, 법률개정이나 폐기를 위해 참여하고 바꿀 것을 요구해야 하지요. 악법은 안 지켜도 된다는 것은 잘못된 논리입니다.
 
  넷째, 비판하되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문제는 잘 봅니다. 그리고 바로 비판합니다. 제대로 된 비판으로 대안을 가지고 나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이 잘못되었으니 이것이 더 낫겠다’는 비판이 필요합니다. 비판의 홍수에서 대안은 가뭄입니다. 확실한 방향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좋은 비판입니다.
 
  다섯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존중해야 합니다.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적이 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어차피 한 국가에서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입장도 헤아려보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이를 관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5가지 조건을 갖춘 나라는 어딥니까.
 
  “순위를 보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등이 순서가 조금씩 바뀌지만 모든 민주주의 평가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국가들입니다. 이런 국가의 관용을 측정해보면 모두 최상위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민운동은 정치참여 지향하면 안 된다”
 
  ― 교수님은 시민의식이 뒷받침된 시민운동도 강조하셨더군요.
 
  “네, 공고화된 민주주의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자발적 시민운동이 강했던 나라들입니다. 평화적 시민운동이죠. 스웨덴의 경우 1800년대 금주(禁酒)운동을 시작으로 도수가 높은 술 판매를 금지하는 법까지 만들고자 시민들의 운동이 시작됐어요.”
 
  ― 이러한 시민운동이 유럽에선 지금도 진행되고 있죠.
 
  “네, 현재도 북유럽에서는 다양한 시민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의 클럽이 체육, 문화활동, 독서모임 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들어 성소수자 인권운동, 그레타 툰베리의 지구온난화 행동운동, 어린이 인권운동 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몇몇 깨어 있는 시민들이 모여 시작한 운동이 거대한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도 시민운동은 벌어지고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시민운동은 정치 참여를 지향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바로 정치활동으로 변질되지요. 민주주의가 안정적인 국가일수록 시민운동은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 그런데 한국에선 시민운동가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죠.
 
  “정치인 중 시민운동가 출신이 많죠. 잘못된 것입니다.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운동가들은 이미 변질된 사람들입니다. 학생 운동권들이 정치에 기웃거리고, 정치 주류가 된 사회는 비정상적입니다. 싱크탱크 등의 역할을 통해 시민운동에 남아 있어야 정상적입니다.”
 
  ― 왜 비정상입니까.
 
  “개혁을 원하는 사람은 더 깨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위치를 지켜야 합니다. 영국의 사회개혁가였던 새뮤얼 스마일스는 ‘남을 탓하지 마라. 모든 것은 자신이 책임지고 스스로 변해야 한다. 끊임없는 노력과 학습, 절제된 삶, 나누는 삶은 시민적 도리’라고 그의 저서 《자조론(Self-Help)》에서 주장합니다. 1850년대 영국을 개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저서이자 영국에서 시민의식 혁명을 이끈 운동가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회지도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서도 핵심적으로 바로 위에서 지적한 시민의식을 이야기합니다.”
 
  ― 이런 부분에서 스웨덴도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스웨덴이 세계에서 가장 책임적인 노조가 된 이유도 바로 영국의 영향을 받아 노동자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노동자교육협회를 만들어 ABF 운동을 전개한 덕입니다. 1938년 스웨덴의 노사문화를 바꾼 살트셰바덴협약은 바로 노동의 의식개혁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좋은 국가로 가는 길
 
  ― 이렇게 하면 책에서 강조한 좋은 국가가 됩니까.
 
  “물론 아니죠. 좋은 국가를 세우는 데 는 여러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합니다.”
 
  ― ‘좋은 국가’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좋은 국가의 정의는 3+3의 요소로 구성됩니다. 먼저 앞에 3은 주권, 국민, 영토를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해당 3가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3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 그 3가지가 뭡니까.
 
  “에이브러햄 링컨이 주장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가의 통치적 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1당 통치 국가나 독재국가는 절대로 자유주의를 담아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유민주 국가는 공산·사회주의 정당이 활동할 수 있도록 용인합니다. 즉 민주주의는 모든 사상을 담아내는 그릇이지만, 독재나 1당 체제에서는 절대로 민주주의를 담지 못합니다.
 
  두 번째는 법과 질서 속에서 사법적 정의를 추구하는 법치국가여야 합니다.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는 결정은 반드시 헌법과 법에 근거해야 합니다. 법치국가는 질서와 제도적 규칙성을 만들어내는 틀입니다.
 
  셋째는 효율적 국가 운영이 가능해야 합니다. 갑자기 물가가 오르고, 시중금리가 치솟고 물건이 없어서 사재기하는 상황에서는 국민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통치 세력을 믿지 못합니다. 잘 작동하지 않는 시장경제와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국민의 영토, 주권이 아무 소용이 없지요.”
 
  ― 3+3 요소가 서로 잘 작용해야 좋은 국가가 되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국가는 영토・국민・주권을 제대로 지켜주는 국가,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법치, 효율적 통치를 통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생명과 안전, 행복을 보장해주는 국가에 한합니다. 이런 나라는 전 지구적으로 상당히 드뭅니다.”
 
  최연혁 교수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앞으로 한국에서 정치해보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정치학교를 만들어 운영할 생각입니다. 타협의 정치, 설득하는 기술, 포용과 통합의 정치, 국가경영을 위한 정책의 스펙트럼,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제도의 혁신 등을 북유럽의 전 정치인들과 함께 논의하는 학교를 지향합니다. 이곳 청년정치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현실정치를 직접 체험하게 할 것입니다. 이미 상세한 수업내용을 구상하고 있고, 한국에서 함께 손잡고 일할 분도 있어 조만간 세상의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10년 내 정치 인재가 많이 나오면 언젠가 우리의 역동적 민주주의 모델과 정치를 세계에서 배우러 오는 날도 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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