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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 재즈계 ‘새 얼굴’ 최윤화

늦깎이 도전… 반복된 연습 후 찾아온 재즈의 맛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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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집 앨범 〈永郎詩吟〉으로 주목받아… 詩가 가진 음률을 재즈적으로 표현
⊙ 서른이 넘어 美 유학… 4세 때 피아노 입문, 학부 때 클래식 전공

崔允華
1982년생. 동덕여대 피아노과, 미국 버클리음대·맨해튼음대(석사) 졸업 / 앨범 1집 〈소리풍경〉, 2집 〈영량시음〉 발표 / 現 백석예술대, 계원예고 출강
사진=조현호
  재즈 피아니스트 최윤화(崔允華·39)는 최근 EBS TV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共感)〉이 선정한 ‘2019 한국 재즈의 새 얼굴’이 되었다.
 
  고전음악 엘리트들이야 전혀 관심 없겠지만 재즈업계(?) 내에서 EBS의 ‘새 얼굴’은 영광스러운 등극이다. 최윤화도 처음 재즈에 입문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새 얼굴이 될 수 있을까?’
 
  지나가는 말로 읊조린 독백이 10년 만에 실현됐다. EBS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10년 동안 땀 흘린 대가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제는 수줍게 재즈 스타를 연모하지 않는다. 스타 자리를 넘볼 각오다.
 
  재즈의 ‘새 얼굴’ 최윤화는 작년 11월 2집 앨범 〈영랑시음(永郎詩吟)〉을 냈다. 데뷔앨범 〈소리풍경〉을 낸 지 1년 만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김영랑(金永郎·1903~1950)의 시(詩)에다 가락을 붙였다. 그는 “시가 가진 음률을 재즈적으로 표현하고 재즈언어로 시를 읊었다”고 말했다. ‘사랑은 깊으기 푸른 하늘’ ‘내 마음 아실 이’ 등 모두 8곡이 앨범에 담겼다. 그가 맡은 피아노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곡 전체를 이끈다고 할까.
 
  강력한 서정(抒情)의 무기인 피아노는 절제된 박자로 음을 부드럽게 연주하거나 이어주고 때로 박자 주위를 맴돌지만, 즉흥연주에서는 박자를 아예 벗어날 정도로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그런 맛 때문에 마니아층이 유독 재즈 장르에 많은가 보다.
 
  최윤화는 자신의 이름을 딴 ‘최윤화 그룹’을 이끌고 있다. 멤버는 보컬 이지민, 기타 이수진, 베이스 김도영, 드럼 서주영으로 5명이다. 그들의 아지트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지하 연습실을 찾았다. 공간이 습하고 한쪽에 악기가 뒹굴고 있을 것으로 상상했는데 깜짝 놀랐다. 너무나 산뜻했기 때문이었다.
 
 
  클래식 피아노 전공… 쇼팽을 즐겨 쳐
 
최윤화는 “재즈는 모든 음을 코드화해 자신만의 개성과 색깔을 담아낼 수 있다”며 재즈의 매력을 설명한다. 사진=조현호
  최윤화는 4세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중학교 때 예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클래식에 입문했다. 계원예고, 동덕여대 피아노과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쇼팽을 무척 좋아했다. 쇼팽의 서정적 감성이 가득한 ‘녹턴’ 같은 곡에 흠뻑 젖었다. 지금 최윤화 재즈의 서정성이나 작곡·연주에도 흠모하던 쇼팽의 느린 심장 박동수가 기록돼 있으리라.
 
  “곡을 만들 때 쇼팽 분위기가 나왔을 수도 있어요. 쇼팽 원곡은 코드가 없잖아요. 그의 곡을 코드화해 분석한 적이 있어요. 음표 위에 코드를 써서 쳐보기도 하고….”
 
  그러던 중, 친구가 권해 취미로 재즈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매력의 저수지에 풍덩 빠졌다.
 
  ― 재즈의 매력은.
 
  “클래식은 해석 차이가 있으나 음은 다 정해져 있잖아요. 그러나 재즈는 모든 음을 코드화해서 자신만의 개성과 색깔을 담아낼 수 있어요. 오선지 없이 코드만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쳐야만 하는 상황이 흥미로웠습니다.”
 
  ― 코드만 있으면 계속 변주가 가능하나요.
 
  “네. 어떻게 변형해서 치는지를 배우긴 하는데, 전반적으로 그 코드를 기반으로 조금씩 발전시켜서 친다는 사실이 처음엔 신비했어요.”
 
  즉흥연주는 재즈만이 갖는 난장(亂場)이지만 모두 하나가 되는 마당놀이다. 흥분의 도가니다. 재즈의 즉흥연주는 글자 그대로 순간예술이다. 즉흥적인 창조성에 기반해 몇 개의 음표만 연주한 후 이를 변주하거나, 바로 전에 연주한 것을 변주하면서 차례대로 주제의 변주를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만의 형식과 표현을 적용해 창조적인 곡으로 완성한다.
 
  ― 즉흥연주는 악보가 없지요.
 
  “따로 악보가 없고 멜로디 부분이 코드를 계속 변주하는 식입니다. ‘필(느낌)’ 받으면 16마디를 열 번 돌릴 수도 있어요. 속으로 ‘오늘은 다섯 번만 할까’… 이러면 오래 끌지는 않죠. 우리 팀은 연습을 하도 많이 해서 눈빛만 봐도 어디쯤 끝내야 할지 짐작할 수 있어요. 재즈는 즉흥연주가 반드시 들어가는데, 그게 재즈의 매력이죠.”
 
  - 클래식 전공할 때 흑인음악을 좋아했나요.
 
  “아예 안 들었죠. 그러다가 라이브 공연에서 드럼 치는 것을 보고 가끔 멋있다는 생각만 있었지요. ‘저걸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 하다가 ‘하면 재미있겠다’로, 결국엔 ‘내가 할 수 있을까’ ‘해보자’로 바뀌게 되었죠.”
 
 
  서른 넘어 美 유학길… “안 보이던 게 보이더라”
 
최윤화의 1집 앨범 〈소리풍경〉(2017).
  재즈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으로 떠났다. 서른이 넘은 2011년의 일이다. “더 늦으면 도전을 못 할 것 같았다”고 한다. 다행히 ‘CJ 대중음악 장학생’으로 선정되었다.
 
  명문인 버클리음대를 2년 만에 끝냈다. 그리고 화려한 뉴욕으로 건너갔다. 맨해튼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보스턴이 약간 시골 분위기가 나잖아요. 하지만 버클리 학생 수가 3000~4000명에 이를 정도로 온갖 음악·소리와 관련된 모든 과가 있더군요. 심지어 음악치료, 음악 매니지먼트 관련 과도 있었어요.
 
  모든 장르의 음악을 다 접하고 배울 수 있었고, 특히 작곡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짧았지만 버클리 시절, 수상(Berklee College of Music Professional Music Achievement Award) 경험도 있고, 이름을 앞세운 공연(Berklee Performance Center ‘Yoonhwa Choi Concert’)도 했다.
 
  ― 유학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은 점은.
 
  “악기 연주는 개인연습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래도 영 다른 길로 가지 않거든요. 작곡은 개성이 완전히 드러날 수 있는데 (국내에선) 그런 수업이 많이 없어요.
 
  서른이 넘어 유학하기란 쉽지 않았죠. 대개 입학생 나이가 열아홉이거나 스물이었으니까요. 6년 가까이를 보내며 고생을 엄청 했어요.”
 
  하지만 “점점 내 시선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과거엔 ‘이 사람은 잘 치고 저 사람은 못 친다’는 정도의 안목이었다면, 이젠 ‘이 사람에게 다른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시선과 호기심이 생기고 ‘테크닉이 나쁠 수는 있지만 곡은 참 좋다’는 식의, 남이 잘 보지 못하는 부분이 보이게 되더라고요.”
 
  최윤화는 늦게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빨리 흡수했다.
 
  “클래식을 배운 것이 아무래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악보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뒤늦게 하다 보니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재즈를 같이 시작한 친구들이랑 합주도 많이 하고, 유명 연주자들의 곡을 똑같이 쳐보고… 그런 작업을 반복했어요.”
 
  당시 자주 연습하던 곡이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의 ‘트링클 팅클(Twinkle Tinkle)’이었다고 한다.
 
  그가 좋아하는 재즈음악가는 브래드 멜다우(Brad Mehldau), 허비 행콕(Herbie Hancock), 아론 팍스(Aaron parks), 이던 아이버슨(Ethan Iverson) 등이다. 모두 재즈 피아니스트다. 지금 그의 연주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최윤화가 좋아하는 앨범은 브래드 멜다우의 〈라고(Largo)〉(2002)와 〈하이웨이 라이더(Highway Rider)〉(2010), 허비 행콕의 〈리버(River)〉(2007) 등이다. 재즈 초심자를 위해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1959), 행크 모블리(Hank Mobley)의 〈솔 스테이션(Soul Station)〉(1960)을 추천한다.
 
  “재즈는 리듬의 장르이고 리듬에 생명이 있어요. 리듬에 생명을 불어넣는 연주자에게 경이로운 리듬이 탄생합니다. 비트를 다듬고 손질하여 끈적끈적한 엿가락을 뽑아내는 손길이 연주자의 몫이자 재즈 탐험가들의 여정이죠.”
 
 
  “앨범 100만 장 판매? 와!”
 
최윤화의 2집 앨범 〈영랑시음(永郎詩吟)〉(2018).
  재즈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재즈의 역사, 미국 흑인 노예의 간절함을 이해해야 한다. 목화밭에서 일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필드 할러(Field holler), 노예들이 주거니 받거니 부르는 콜 앤드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를 이해해야 한다.
 
  재즈를 통해 미국의 노예제도나 대공황의 절망을 이해하는 일은, 평면적으로 책을 읽는 것보다 쉬울지 모른다. 빌리 홀리데이, 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츠제럴드, 냇 킹 콜의 음악을 듣기만 해도 미국 근대사를 간접 경험하게 된다. 최윤화의 말이다.
 
  “한국인은 재즈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각자 자신이 가진 느낌으로 듣습니다. 미술 작품을 볼 때 무슨 물감을 섞는지 일반인은 모르듯이 말이에요. 음악을 들을 때 안 와닿으면 그 사람에게 맞는 음악이 아닌 것이죠. 저는 꼭 설명을 드려요. ‘이 곡은 이렇게 작곡했다’고.
 
  배경을 설명하면 관객 반응이 달라져요. 앨범 〈영랑시음〉에 나오는 곡을 설명하고 들려줬더니 ‘연주 테크닉은 모르겠지만 시랑 곡의 느낌이 잘 맞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까지만 들어주셔도 저는 굉장히 감사하죠.”
 
  ― 수입은 괜찮습니까.
 
  “연주마다 다르긴 한데 큰 공연장에서의 연주는 수입이 나쁘지 않아요. 재즈클럽에서의 연주 수입은, 미국도 비슷한데, 수입을 바라고 하지는 않지요.”
 
  ― 재즈클럽이 많이 있나요.
 
  “많이 없어지기는 했어요. 서울의 경우 홍대 앞에 ‘에반스’, 이태원에 ‘올댓재즈’, 청담동에 ‘원스인어 블루문’, 교대 앞에 ‘야누스’ 등이 있죠. 에반스와 야누스에서는 매달 연주를 하는데 부킹이 빡빡해요. 또 혼자 연주하는 게 아니니까 다른 멤버의 일정도 봐야 해요. 전체적으로 보면 한 달에 5~6차례 공연을 하고 있어요.
 
  어떤 땐 일정이 안 맞아 기타 연주자를 빼고 하거나 게스트 드럼 주자를 모시기도 하고 그래요.”
 
  ‘새 얼굴’ 최윤화는 관객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일만 남았다. 아방가르드 성격의 소수 음악인 재즈는 지식인과 재즈광, 그리고 일부 애호가 사이에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장르가 어떻게 분위기를 탈지 알 수 없다.
 
  “사실 재즈가 국내에선 대중적 장르가 아니잖아요. 음악방송에서 자주 틀어주거나 대중가요처럼 따라 부르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제 색깔을 잃지 않고, 지금 해온 것처럼 작곡하고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리라 믿어요.”
 
  ― 앨범 100만 장 판매를 목표로 하면….
 
  “와! 이뤄질 것 같지 않은데…. 방탄소년단도 겨우 넘겼는데….”
 
  ― 그래도 그렇게 하시죠.
 
  “정말요?”
 
  ― 중간목표로 ‘최대 재즈 음반 판매량’은 어떤가요.
 
  “잘 될지 모르지만, 그걸 목표로….(웃음) 그런데 한국대중음악상은 꼭 받고 싶고,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 꼭 참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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