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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年 인터뷰

세계적 명상 수행승 覺山 스님

“세월은 내가 무엇을 해도 가고, 안 해도 갑니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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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은 영원히 물들지 않는 ‘참된 나’, 명상으로 ‘참 나’를 찾아야 자유로워져
⊙ 모든 일은 구름에 달 가듯이 일어나 사라져… 화나는 감정은 사라지는 일시적 현상
⊙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예측불허,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야

覺山 스님
58세. 해인사 보광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 해인사승가대학 대교과 수료, 태국·미얀마·중국 숲속국제명상센터에서 정진, 아잔 브람, 파욱 사야도에게 사사 / 現 대한불교조계종 참불선원장, 아잔브람 보디냐나 명상센터 한국총본원장, 세계명상대전 조직위원장, 한국참선지도자협회 협회장 / 저서 《멈춤의 여행》 《성난 물소 놓아주기》 《시끄러운 원숭이 길들이기》 감수
사진=조현호
  인터뷰를 요청할 때 “종교 잡지가 아니기 때문에 쉬운 말로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을 기억했던지 각산(覺山) 스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기자를 보며 말했다.
 
  “어렵게 말을 할라케도 제가 그래 몬합니다. 아는 것도 없고 무식해요, 지가. 그냥 편하게 하입시더.”
 
  불교계에 ‘참선 열풍’을 일으키며 조계종 종단 내에서 가장 ‘핫’한 스님 중 한 명이라는 명상대가인 그가 스스로를 “무식하다”며 낮췄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체면 같은 것은 아랑곳 않는 신세대 스님이다 싶었다.
 
  각산 스님은 출가(出家)한 후 오로지 수행의 한길만을 걸어온 전 세계의 풍부한 수행 경험을 갖춘 명상 수행승이다. 해인사로 출가해 송광사·범어사·통도사 등에서 수행했고, 태국·미얀마·중국·유럽·미국 등의 숲속 국제명상센터에서 정진했다. 이 시대의 최고 명상 승려로 꼽히는 영국 출신의 수행승 아잔 브람에게 수행의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그는 ‘생활 속 수행 불교’를 기치로 내걸고 도심지에서 참선과 명상 열풍을 불러일으켜 교계(敎界)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주최한 ‘세계 명상대회’에는 매년 수천 명의 시민이 참여한다. 수천 명이 떼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한자리에 앉아 묵언 명상을 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참불선원에서 각산 스님을 만났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짙은 부산 사투리를 쓰는 그의 언어는 ‘꼰대의 잔소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박함 그 자체였다.
 
 
  “모든 일은 마음이 한다”
 
  ― 산골 절로 찾아가야 할 줄 알았는데 강남 한복판에 명상센터가 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달마 대사의 제자들은 1600년 전에 도심 불교를 펼쳤습니다. 대부분의 승려가 산중 불교에 치중하던 때였습니다. 달마 대사는 불법(佛法)은 세속과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생활 속 불교의 시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조계종 원로 스님들께서 대형 교회가 있는 강남 도심에서 ‘수행 불교’를 펼쳐보자고 권하셨습니다. 가장 바삐 돌아가는 세상 한가운데에서 멈춤의 여행을 하는 것이 퍽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 생활 속 불교의 하나로 명상을 전파하고 계십니다.
 
  “불교의 고유 영역은 수행입니다. 세속에서는 명상이라고 하고, 프로는 참선이라고 합니다. 수행을 하게 되면 항상 고요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고, 마음이 맑으면 달빛이 천강의 물을 비춥니다. 인간의 정신과 영혼이 치유됩니다.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게 되죠. 모든 일은 마음이 하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도 마음의 지배를 받습니다.”
 
  ― 머리가 마음에 따라 움직입니까.
 
  “뇌는 마음과 유기적 관계입니다. 세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항상 시련을 당합니다. 하지만 시련을 당해도 좌절만 하지 않는다면 그 시련은 결국 힘이 됩니다. 시련은 다른 말로 하면 시간의 경험이니까, 그 경험이 쌓이면 인생을 살아내는 힘이 되는 겁니다. 더위가 있어야 시원함이 있습니다. 시련이 왔을 때 내 마음이 ‘괴롭다’고 느끼면 뇌가 마음에 길들어 ‘괴롭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내가 괴롭다고 느끼는 순간에조차 ‘재밌다’고 말을 하면 뇌에 혼란이 생깁니다. 혼란을 반복하던 뇌는 결국 그 순간을 ‘재밌다’고 인식합니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 심장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인체 기관인데 그렇다면 마음은 무엇입니까.
 
  “마음은 육신(肉身)의 지배자요, 우주 법계(法界)의 주인입니다. 영원히 물들지 않는 ‘참된 나’입니다. 마음의 본바탕은 큰 바다의 고요한 물이고, 생각은 바다 위의 거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려놓기 연습이 명상의 출발, 명상은 비움의 미학”
 
  각산 스님의 ‘마음’ 설명을 들으면서 문득 우리가 어떨 때 이 단어를 쓰고 있는가를 생각해 봤다. ‘마음대로 한다’ ‘속마음’ ‘마음고생’ ‘감사한 마음, 송구한 마음’….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는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서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이라고 정의한다. 영어로는 ‘마인드(mind)’ ‘하트(heart)’ ‘필링(feeling)’ 등으로 표시한다. 명확하게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마음’이라는 주제로 우리는 한참 대화를 나눴다.
 
  “마음이 육신의 지배자인데 몸과 마음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육체는 없는데 마음만 있으면 ‘귀신’이라고 하고, 마음은 없는데 육체만 있으면 ‘넋 빠진 놈’이라고 합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가는 것인데 육체는 우리 마음과 좀 다릅니다. 때가 되면 음식을 넣어줘야 하고, 세월이 지나면 병들고 약해집니다. 하지만 마음은 수행을 통해 다스릴 수 있습니다.”
 
  ― ‘마음’이라는 단어는 ‘마음이 좋다’ 보다는 ‘마음 아프다’ ‘마음이 흔들린다’ 같은 부정적인 형용사로 더 많이 쓰는 듯한데요.
 
  “마음은 원래 텅 비어 있습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하는 그 고통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습니다.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무언가에 집착할 때 고통이 됩니다. 마음을 좋은 곳에 두면 좋아지고, 나쁜 곳에 두면 나빠집니다.”
 
  ― 요즘 현대인들은 마음이 좋을 때보다 나쁠 때가 더 많아 보입니다.
 
  “이 마음은 본래 잘못이 없고 평화롭고 자유롭습니다. 파도는 스스로 일지 않아요. 번뇌는 마음 밖 인연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입니다. 마음이 시끄럽고 화가 날 때 무조건 참는 것이 답이 아닙니다. 분노는 억제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억지로 참으면 화병(火病)이 됩니다. 분노의 실체를 이해해야 풀립니다. 화가 나면 그냥 ‘화가 난 감정이 생겼구나’고 알아차리면 그뿐입니다. 이 마음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허상과 같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십시오. 모든 일은 구름에 달 가듯이 일어나 사라집니다. 화가 나는 감정은 사라져 버리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객관적으로 알아차릴 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 있습니까.
 
  “아무리 뜨거운 열기도 차가운 기운을 만나면 차가워지게 마련입니다. 우리 마음도 뜨거운 열기로 들떠 있다가 명상의 차분한 기운을 만나면 고요하게 가라앉습니다. 들뜬 열기를 내려놓을 때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혜가 생깁니다. 내려놓기 연습은 명상의 출발입니다. 명상은 비움의 미학입니다.”
 
  ―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군요.
 
  “수행은 자기가 하는 것입니다. 인생 대자유의 길은 이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명상으로 ‘참 나’를 찾는 것에 있습니다. 직접 체험해야만 터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종교 갖고 있든 명상할 수 있어”
 

  각산 스님이 이끄는 ‘참불선원’에서는 ‘참선아카데미 강좌’ ‘명상불교대학’ ‘명상입문반’ ‘5일 집중수행’ 등 각종 명상 수행반을 운영한다. 강좌는 사전에 수강생을 모집해 몇 달 코스로 이어지는데 매번 매진이다. 최근에는 사단법인 한국참선지도자협회를 창설했다. 좀처럼 세속에 발을 내딛지 않는 고승(高僧)들이 협회를 돕겠다며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수좌계 어른인 봉암사 조실 적명 스님, 오로지 산중에 머물며 불법의 진리를 터득한 해인사 고승 보광 스님, 태백산 도솔암에서 2년 7개월간 솔잎과 쌀로 생식하며 장좌불와(長坐不臥·눕지 않고 늘 좌선함)로 정진한 간화선 대종사 혜국 스님 등이 힘을 실어줬다. 협회는 1700년 된 한국 불교의 정신문화와 전통 수행법인 ‘선(禪)’의 대중화로 국민의 행복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 좀처럼 속세에 내려오지 않으시는 고승들께서 명상 포교를 위해 내려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큰 은혜죠. 어렵고 힘들어진 세상에서 중생들에게, 국민들에게 행복을 찾아준다는 심정으로 다들 나서주셨습니다. 명상을 통해 힐링을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개개인의 목표가 성취될 수 있습니다. 충만한 행복의 삶을 찾는 길이 바로 명상입니다.”
 
  ― 명상은 어떻게 시작합니까.
 
  “명상은 그저 쉽습니다. 내 마음이 무엇을 하는지 아는 것입니다. 명상의 기본은 생각 내려놓기입니다. 고통과 번뇌의 시발점은 성급함과 욕심입니다. 무엇이든 놓아버려야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멀리 나는 새는 날개 외에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는 참 나를 찾을 수 없습니다.”
 
  ― 스님이신데 불교 얘기는 별로 안 하시고, 마음, 명상 얘기만 하시네요.
 
  “꼭 불교 신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십자가를 들고 기독교 신자가 오셔도 됩니다. 참불선원 문턱을 넘는 분 중에서 상당수가 이웃 종교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저는 모든 종교가 가야 할 길은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도 영성 수행을 하면 됩니다. 우리 불교에서는 참선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참선은 마음이 일으키는 장난에 구속받지 않고, ‘나는 왜 태어났는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를 묻든지 자기 호흡을 가만히 지켜봐 이뤄낼 수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수행법입니다.”
 
  ― 스님은 호흡을 통한 침묵의 명상법을 전파하시더군요.
 
  “숨은 수천 년 전부터 모든 수행자에게 중요했습니다. 사람은 죽기 전까지 자기가 알든 모르든 숨을 쉬고 있습니다. 단지 호흡을 마음에 챙기는 것만으로도 아주 유효한 수행이 됩니다. 숨 쉬고 있는 시간 그 자체가 훌륭한 명상입니다. 자신의 호흡만 잘 관찰해도 온 정신과 육신이 시원해지고 고결해집니다. 호흡을 보는 순간에 우리 마음의 잡다한 생각과 번뇌가 멈추고 고요히 안정됩니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마음의 소리가 들리고, 마음의 소리가 들리면 인생사 가닥이 잡힙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호흡을 쳐다봤을 뿐인데 세상사 모든 번뇌가 사라진 텅 빈 고요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호흡에 집중하고 머리를 비우면 이내 몸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
 
DMZ세계평화명상대전.
  각산 스님이 매년 하고 있는 ‘세계 명상대회’는 3무(無) 원칙을 지킨다.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서 음주, 흡연, 휴대폰은 사용 금지다. 짙은 화장을 할 수 없고 향수 사용도 허락되지 않는다. 일절 묵언이 원칙이다. 현대인들의 필수품이라는 휴대폰이 금지라는 것은 짧게는 3박 4일, 길게는 6박 7일의 명상 기간 동안 외부 세계와 철저히 단절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숙박비를 스스로 지불하며 ‘떼 명상’을 위해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연스레 얘기는 ‘명상의 효과’로 이어졌다.
 
  ― 행사가 매년 성황리에 열리는 것을 보면 뭔가 효과가 있어서겠지요. 명상을 얼마나 하면 마음의 평화가 오나요.
 
  “일주일 만에 삶이 바뀌는 깨침이 오는 사람도 있고, 삼칠일(21일)에 오기도 합니다. 언제 깨친다고 억지로 규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되는 대로 하면 됩니다.”
 
  ― 왠지 비장하게 각오를 하고 가야 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하면 처음부터 잘못된 겁니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운전을 왜 배웁니까. 면허증을 따야 하니까 배웁니다. 밥을 왜 먹나요. 안 먹고 살 수 있나요? 명상은 밥 먹는 것과 같습니다. 그냥 하는 겁니다. 세월은 내가 무엇을 해도 가고, 안 해도 갑니다. 어차피 가는 시간입니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인생의 진짜 공부인 ‘참 나’를 찾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습니까. ‘참 나’ 찾기는 고요한 명상 속에서 가능합니다. 비움의 미학은 내 안의 우주를 만나게 해줍니다. 우리가 애쓰지 않아도 삶의 방향을 잡아줍니다.”
 
  ― 명상은 밥 먹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영혼의 양식입니다. 어떤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얼마나 다리가 아플까 싶죠. 다리가 아프면 자세를 바꿔서 다시 편하게 앉으면 됩니다. 그냥 즐겁다, 편하다, 재미있다는 마음만 가지면 됩니다. 물론 처음 하면 어색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힘든 것이 아니라 길들지 않아서 어색하고 불편한 것입니다. 깊은 명상으로 들어가서 머리를 비우면 이내 몸이 사라져 버립니다. 명상에 깊이 빠진 이들을 바라보는 타인들은 ‘저들이 얼마나 힘들까’라고 생각을 할 겁니다. 하지만 정작 명상에 빠진 이들은 자신의 몸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몇 시간씩 앉아 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평온의 극치로 들어갑니다.”
 
  ― 명상하다가 졸아도 됩니까.
 
  “됩니다. 다만 명상의 주제를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명상은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잠이 와서 스르륵 잠이 들면 얼마나 개운한지 아십니까. 정작 그들에게 ‘잤느냐’고 물어보면 ‘안 잤다’고 말합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잠을 잔 것 같지만 그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상쾌함을 느낀 것일 뿐이니까요. 기가 막힙니다. 부딪치려고 하지 마십시오. 수행은 릴렉스입니다.”
 
 
  붓다의 명상법, ‘들숨과 날숨 지켜보는 호흡 관찰법’
 
  각산 스님이 대중에게 전파하는 명상은 붓다의 명상법과 간화선 통합수행이다.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호흡 관찰법이다. 마음을 관찰하고, 호흡을 관찰하고, 호흡 전체를 보고, 감미로운 호흡을 하고, 빛을 체험하고, 선정(禪定)으로 이어지는 여섯 단계를 거친다. 붓다의 명상 1단계는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앉고 서고 눕고 움직이는 일상사를 있는 그대로 객관화시켜서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는 마음이다. 각산 스님은 “현재에 떠오르는 생각을 관조한다. 떠오르는 생각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말고 그냥 ‘생각이 떠오르면 떠오르는구나’라고 알면 된다”고 설명했다. 마음 관찰이 끝나면 다음으로는 자신의 호흡을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지, 내뱉고 있는지 온전히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기가 마치 자기 숨을 바라보는 구경꾼이 되어, 타인을 보듯이 자기 숨을 봐야 한다. 숨은 자연스럽게 쉬어져야지, 호흡을 조절하거나 간섭하면 안 된다. 호흡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20~30분 집중할 수 있다면 호흡 전체를 보는 3단계로 넘어간다. 호흡의 전체 과정인 들숨과 날숨의 시작과 중간, 호흡이 끝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알아차리는 단계다. 각산 스님의 얘기다.
 
  “숨을 놓치지 않고 편안히 호흡의 전체 과정을 보게 되면 거칠었던 호흡이 매우 부드럽고 미세해지면서 점차 사라집니다. 호흡이 부드러워지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황홀한 호흡이 등장합니다. 허공과 하나가 된 감미로운 호흡 단계에 진입하는 순간입니다. 모든 호흡의 알아차림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은 상태로 한두 시간이 넘으면 그때 아름다운 마음의 빛인 심월(心月)이 일부 나타나기도 합니다. 감미로운 호흡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떤 인위적인 마음도 안 됩니다. 그냥 지켜만 봐야 합니다. ‘아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제 경험으로는 사통팔달이 다 뚫린 시원한 오장육부의 호흡이 허공의 공기 통로에서 숨 쉬는 것같이 우주와 한 몸이 된 호흡이었습니다. 황홀감의 극치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스님은 마치 그 순간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눈을 감고 몸을 양옆으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몸이 가벼운 솜털이 되어 바람 따라 흘러가듯, 작은 물방울이 되어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춤을 추듯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단전호흡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묻자, 스님은 “단전호흡과 명상은 정신세계가 다르다. 단전호흡은 기(氣) 수련”이라며 “기 수련은 마음이 편해지는 기본 바탕은 있는데, 단전이 사라지는 경지 이후의 세계를 논하지 않는다. 명상은 호흡도, 단전도, 몸도 사라지고 난 뒤에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아는 마음’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마음이 바뀌면 온 세상이 극락”
 
  얼마 뒤, 스님은 엄지손가락을 펴며 이렇게 물었다.
 
  “지금 이 손가락을 손가락이라고 말을 해도 틀리고 손가락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틀립니다. 뭐라고 부르겠습니까?”
 
  스님의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간혹 종교인을 인터뷰할 때 ‘선문답’이 오가면 팩트를 생명으로 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난처하기 십상이다. 다행히 각산 스님은 오랜 시간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말을 이어갔다.
 
  “황당하죠. ‘이 뭣고’라는 생각이 들지요. ‘이 뭣고’는 ‘이것이 무엇인가?’를 줄인 말인데 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법입니다. 간화선(看話禪)이라고 하는데 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참선 방법입니다. 우리나라 불교 역사 속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선 수행 방법입니다.”
 
  ― 결국 명상이 ‘이 뭣고’로 이어지는 겁니까.
 
  “명상의 첫 단계가 스스로에게 ‘숨 쉬고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고는 ‘음… 숨 쉬고 있구나’를 자각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호흡을 짧게, 또 호흡의 전(全) 과정을 지켜봅니다. 그런데 문득 질문이 듭니다. ‘이 숨 쉬는 것을 아는 마음이 뭣고’라고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이 숨 쉬는 것을 아는 마음’을 아는, 또 다른 ‘아는 마음’과 불현듯 만나게 되는 겁니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 마음과 만나게 되는 겁니다. 그것이 결국 ‘나는 누구인가’에서 시작해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달하는 물음을 던지게 됩니다.”
 
  ― 너무 심오한 얘기라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명상을 하다 보면 내 호흡에, 내 마음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집중하는 ‘내 마음’은 과연 무엇인가 궁금증이 이는 것이고, 그러면서 모든 것에 나라고 생각했던 존재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바뀐 것입니다. 마음이 바뀌면 온 세상이 극락이고, 처처안락(處處安樂·이곳저곳이 편하다는 뜻)입니다. 옳고 그름의 시비가 끊어집니다. 아상(我相)이 사라집니다.”
 
  ― 아상은 뭡니까.
 
  “아상의 아(我)는 자기 아닙니까. 자기 기준에 의해 사물에 잣대를 들이대고 나의 생각이 옳고, 나의 견해만 우월하다고 여기는 자기 중심적 사고입니다. 하지만 나는 없습니다. 행위는 있지만, 행위자는 없기 때문입니다. 주체가 없는데 행위만 있기 때문에 집착하는 자아가 없고, 자아가 없기 때문에 번뇌도 없습니다.”
 
 
  ‘영적 스승’ 아잔 브람 만나 초기 불교의 실체 깨우쳐
 
  각산 스님이 ‘명상’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어찌 보면 그의 운명이다. 그는 대승불교 《법화경》 음독을 기본적 수행으로 삼았고, 철학적으로는 천태학을 배웠다. 입산한 이후에 고승이었던 도상 묘련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선방(禪房)에서 3년 넘게 매일 14시간 이상을 기도에 매진했다. 총 6만9484자의 한문으로 된 《법화경》을 무려 1,000번 이상 독송했다. 《법화경》은 《반야경》 《유마경》 《화엄경》과 함께 초기에 생성된 대승 경전으로 한자본 한 권을 완독(完讀)하는 데에만 최소 9시간이 걸린다. 어느 정도 정진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해인사로 출가했는데 대중들과 부딪히면서 마음속 허함을 느꼈다고 한다. ‘기도로 성취한 것이 다가 아니다’ ‘아직도 고통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스님은 자연스럽게 참선으로 수행 방향을 틀었다.
 
  송광사, 범어사, 통도사 등 제방에서 수행을 했고, 해외와 인연이 닿았다. 각산 스님은 혼란의 ‘진짜’를 찾아서 지난 2003년, 남방 수행을 떠났다. 선배인 지산 스님과 함께 ‘이대로 도(道)를 깨치지 못하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미얀마의 밀림 속 선원에서 정진했다. 그렇게 10년을 동남아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수행했다.
 
  그러던 지난 2011년 스리랑카의 수행처에서 수행승을 만나 아잔 브람의 수행 얘기를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스승 100인’으로 꼽히는 아잔 브람은 고등학교 시절에 불교 서적을 읽고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이론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 뒤 태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살아 있는 부처’라 불렸던 아잔 차 스님의 제자로 들어가 수행한 뒤 호주로 건너가, 남반구 최초의 절을 세우고 전 세계인을 상대로 불교를 가르치는 고승이다.
 
  각산 스님은 그를 만나기 위해 호주숲속으로 떠났다. 전기도, 화장실도, 물도 부족한 곳에서 각산 스님은 하루에 한 끼를 먹고 땅을 파서 볼일을 봐가며 수행에 매진했다. 그리고 10일 만에 초기 불교의 실체인 “마음 작용은 없다. 마음은 텅 비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 마음은 지혜의 보고이며,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를 통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활발한 도심 불교 활동을 벌이게 됐다.
 
  “인연의 소치겠지요. 원래 3년 정도 수행을 더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흘러왔습니다. 제 무대는 산입니다. 이제는 사라지려 합니다. 이젠 제 이름의 모든 활동을 멈추고 수행자의 덕목을 닦고자 합니다. 세간의 인터뷰도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 불교에서는 매번 다 내려놓으라고만 합니다.
 
  “내려놓음이 중요하지만 사랑, 명예, 재물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영혼의 사랑을 하고, 재물을 가지되 남에게 베푸는 재물이 되게 하면 됩니다. 권력을 가지되 남용하는 권력이 아니면 됩니다. ‘권불 10년’이라고들 하는데 아닙니다. 세상사에 권세라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 그것을 제대로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옳은 방향으로 제대로 쓴다면 그 권세가 100년을 간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 사람 마음이 뜻대로 안 되는 것이지요.
 
  “내 방식으로 돼야 한다는 마음만 없으면 마음은 문제없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열망은 갖되 욕심은 내려놓으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할 뿐입니다. 거기에 욕심이 들어가면 인생이 피곤해집니다. 결혼을 하면 고부간의 갈등은 당연한 겁니다. 결혼을 할 때 ‘시어머니의 잔소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잔소리하는 시어머니가 밉기보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겁니다. 만약 잔소리가 없는 시어머니라면 행복한 것이고요. 얼마 전 직장 상사 때문에 고민이라며 한 신도가 찾아왔습니다.”
 
  ― 어떤 조언을 해주셨습니까.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래도 직장인데 어떻게 그만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럼 그냥 상사가 말을 하면 까짓 것 해줘 버리지 뭐’라고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애착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괴로운 겁니다. 그냥 주어진 일은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하면 됩니다.”
 
 
  “하루 1분 명상하라”
 
  각산 스님은 지난 10월 13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을 모아 명상대회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태국 불교의 전설로 ‘아라한(阿羅漢·최고의 경지에 오른 수행자)’으로 불리는 아잔 간하 태국 왓프레담마람 수도원장, 아잔 브람 스님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추미애 전(前)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상신 BBS불교방송 사장 등이 찾아와 성황리에 행사를 끝마쳤다. 시민 5000명은 풀밭에 자리 잡고 앉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단체 명상을 했다. 각산 스님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욕심을 내려두고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내라고 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의 일을 먼저 걱정하는 것은 기우입니다. 과거는 이미 지났습니다. 현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아무 이익이 없고 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정신적 에너지를 쓸데없이 소모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냥 주어진 현재를 묵묵히 살아가야 합니다.”
 
  ― 과연 각자 타고난 팔자가 있을까요.
 
  “운명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그것이 이 생에서의 ‘업’이 됩니다. 이 생에서 선한 업을 짓느냐, 악한 업을 짓느냐는 모두 각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애착화하지 않는 선한 행위는 서로 굴레를 만들지 않습니다. 선한 생각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되, 무엇을 잘 해내고자 하는 그 구속의 마음을 내려놓으십시오. 내려놓으면 다 얻을 수 있습니다. 명상은 어렵지 않습니다. 돈을 내고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하루 단 1분도 괜찮습니다. 유튜브를 보든, 책을 보든 호흡 명상법을 익혀서 딱 1분만 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의 삶을 바꿀 것입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스님의 뜻이 왜곡되지 않도록 ‘잘 정리해 보겠다’고 하자 스님이 말했다.
 
  “뭐하러 잘할라카요. 그 마음도 구속이고 욕심이라 안케요. 기냥 하는 깁니다. 주어진 대로, 기냥 되는 대로.(웃음)”⊙
 
각산 스님이 제안하는 걷기 명상법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눈을 지그시 반쯤 연 상태에서 걷는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푼 다음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왕복한다. 시선은 3~4미터 앞에 둔다. 이때 주의할 점은 주위를 산만하게 살피지 않는 것이다. 오른발과 왼발의 모든 움직임의 과정을 놓치지 않고 관찰한다. 7~8회 왕복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면 그다음에는 왼발의 움직임 전체를 관찰하는 걷기 수행을 한다. 왼발이 지면에서 들리는 순간부터 발의 움직임 전체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것으로 전환한다. 몸의 무게와 발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각을 느끼고 살피면서 다리를 들어 올리고, 앞으로 내디디면서 지면에 닿는 발의 동작을 면밀히 관찰한다. 20~30분 연속적으로 하면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같은 외부의 모든 소리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걷는 것을 아는 것 외에는 텅 빈 절대 고요다. 구름 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가볍고 기쁘다. 평화롭다. 즐겁다. 한적한 시골 풍경처럼 아름다운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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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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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독자    (2018-12-10)     수정   삭제 찬성 : 2   반대 : 0
아니, 지금 북한에서 김정은이가 내려온다는 데 팔자 좋게 종교 타령할 때입니까?
  soonsoo    (2018-12-08)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0

명상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인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네요! 헐!!

밥을 먹는데 이유가 없는것 처럼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명상은 선택하는 것이 아닌 숨 쉬는 것 처럼
살아있는 동안 모든 존재들이
종교와 무관하게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정신적으로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꼭 해야만 되는 것이었네요..!!

  toto    (2018-12-08)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1
충만한 행복의 삶을 칮는 길이 명상이라.,
아나빠나 삿띠. 화두선. 그리고 안반선이라 하셨지요?

나모땃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붓다사.

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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