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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국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 명예원장

전쟁에 죽어가던 아이들 품어 살려낸 ‘6만 입양아의 어머니’

글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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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없는 제게 원장님은 어머니와도 같은 분이죠.”
 
  만해축전조직위원회가 지난 8월 12일 강원 인제군 하늘내린센터에서 ‘제22회 만해대상 시상식’을 열었다. 한 달 전 발표한 수상자 및 수상단체 관련자들을 초대한 자리였다.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아이와 어른 30여 명으로 구성된 장애인 합창단의 구슬픈 ‘아리랑 곡조’가 흘렀다. 평화·실천·문예 3부문 중 실천대상을 받은 조병국(85)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 명예원장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뇌병변·뇌전증·백색증·지적장애 등을 앓고 있는 이들은 팔다리가 뒤틀려 가만히 서 있지도 못할 정도였으나 한마음으로 노래했다. “홀로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다 함께 가보자.” 가슴이 뭉클해진 조 원장은 자신이 돌보고 있는 단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포옹했다. 그는 “1999년 합창단이 만들어지고 첫 공연을 관람했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순간이 기억난다”고 했다.
 
  조 원장은 성장하면서 의술의 도움을 받지 못해 두 동생을 잃었다. 한국전쟁 때는 버려진 아이들의 참상을 목도했다. 그때 ‘의료봉사에 일생을 투신하리라’ 마음먹었다. 195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 5년 뒤 소아과 전문의 자격증을 땄다. 서울시립아동병원,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근무하며 반세기 동안 버려진 아이들, 입양아들을 돌보며 살아왔다. 국내 환경이 열악해 아이들의 병증이 악화되자, 독일·미국·캐나다·노르웨이로 건너가 ‘의료 기부’를 호소했다. ‘국제거지’란 별명도 얻었다. 군사정권 시절 ‘국격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압력까지 받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6만명이 넘는 장애·입양아들이 그녀의 품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1993년 정년퇴임 후, 뒤를 이을 의사가 없어 15년 동안 ‘전(前) 원장’으로 지냈다. 2010년부터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장애를 앓는 어른·아이 230여 명을 보살피고 있다.
 
  조 원장은 시상식에서 “치료받고 새 가정을 찾아 입양된 아이들이 이젠 할머니·할아버지, 혹은 어머니·아버지가 돼서 자녀들을 데리고 모국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시상식에는 홀트아동복지회 설립자 고(故) 해리 홀트의 딸인 말리 홀트 현 이사장도 참석했다. 혈액암 투병 중이었지만 평소 친자매처럼 지낸 조 원장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왔다. 그는 “전쟁 통에 부모를 잃고 죽어가던 아이들을 조 원장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려낸 덕에 오늘의 아름다운 순간을 맞았다”고 했다. 조 원장은 2009년 책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를 펴낸 ‘삼성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일 사망진단서를 쓰고, 아픈 아이들을 진단하는 일은 고통스러웠지만 부모를 만나 다시 웃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말로 할 수 없는 보람이 있었다. ‘저 아이는 어떡하나’ 걱정했던 아이들이 좋은 부모를 만나서 행복해하고, 훌륭한 삶을 이뤄가는 것을 보며 감사했다. 그런 감동이 일 년에 또 대여섯 번씩 일어나니 그만둘 수가 없었다. 놀라운 기적이 자주 일어나는데 ‘내가 어찌 아이들을 두고 낙담하고 단정 지었을까’ 반성했다. 입양을 갔던 아이들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만들고, 다시 입양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았던 사람들은, 그 사랑을 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사이클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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