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서울시의회 110석 중 6석 차지… 102석인 더불어민주당의 1/17 수준
⊙ “유세 당시 30·40대 유권자, ‘지금이 어느 때인데 ‘빨간 점퍼’ 입고 다니느냐?’고 따져”
⊙ “‘박원순 3선’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구청장이 지역 조직 장악한 덕분”
⊙ “민주당 시의원들, ‘대선주자 박원순’ 두고 ‘친박 對 반박’으로 갈린다”
⊙ “독자 견제 어렵지만, ‘시민 대리인’으로서 ‘박원순 시정’ 비판 계속할 것”
⊙ “유세 당시 30·40대 유권자, ‘지금이 어느 때인데 ‘빨간 점퍼’ 입고 다니느냐?’고 따져”
⊙ “‘박원순 3선’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구청장이 지역 조직 장악한 덕분”
⊙ “민주당 시의원들, ‘대선주자 박원순’ 두고 ‘친박 對 반박’으로 갈린다”
⊙ “독자 견제 어렵지만, ‘시민 대리인’으로서 ‘박원순 시정’ 비판 계속할 것”
- 사진=조현호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에서 자유한국당은 무너졌다. 서울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장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돼 사상 최초 ‘3선 서울시장’이 됐다.
서울시의회의 경우엔 전체 의석 110석 중 102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서울시의원은 6명(지역구 3명, 비례대표 3명)에 불과하다. 직전 9대 시의회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서울시의원이 29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의석 수가 1/5로 줄어든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서울시의회의 원내 교섭단체(시의원 10명)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이는 단순히 서울시의회에서 자유한국당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데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를 견제할 세력이 서울시의회에 없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시의원은 극소수이므로 존재감이나 영향력이 사실상 없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전체 102명 중 77명이 ‘초선’이다. 방대한 서울시정을 이해하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사실상 ‘대권’밖에 노릴 게 없는 박원순 시장이 만약 무분별하게 각종 정책이나 타당성 없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이를 막기는커녕 제대로 비판할 이들이 시의회 안에 많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그 대가는 전적으로 서울시민이 부담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와 그 산하기관의 예산 집행과 인사에 대한 검증 작업이 부실해진다면, 그에 따른 비용은 서울시민의 몫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자유한국당 시의원이 비록 6명에 지나지 않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책무’는 이전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 시의원은 앞으로 ‘박원순 서울시’를 어떻게 견제할까. 이와 관련해 9대 서울시의회 당시 ‘초선’으로서 ‘박원순 시정’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던 성중기 시의원에게 물었다. 성 시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강남 제1선거구(압구정동, 청담동, 신사동, 논현1동)’에서 무투표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48.1%를 득표해 39.2%를 얻은 권종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와 함께 지역구에서 당선된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은 김진수(강남 제5선거구, 5선), 이석주(강남 제6선거구, 재선) 시의원이 전부다.
“‘강남’에서 黨 지지율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 믿을 수 없었다”
—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까닭이 뭡니까.
“‘바람 선거’ 아닙니까? 인물론이 아닌 정치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와 자유한국당을 심판한다는 구도 속에서 진행됐다는 거죠?
“예, 적폐세력 그런 부분도 있고. 현 정부가 잘하는 건 잘하는 대로 칭찬하고, 못하는 건 지적해야 하는데 대안 없이 무조건적인 비판을 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줬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 자유한국당을 소위 ‘적폐’라고 여기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합니까.
“안 하죠.”
— 선거 당시 체감했던 민심은 어땠습니까.
“처음엔 제 득표율을 70%쯤으로 예상했습니다. 분위기를 보면 그런 오해를 할 만했어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자주 접하는 50·60·70대 유권자는 압도적으로 자유한국당을 지지했으니까요. 20대의 경우도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문제는 제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30·40대와 50대 초반이었습니다.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 이 연령층의 목소리를 선거 기간에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 자유한국당에 대한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는데, 왜 그런 분위기를 예상 못했습니까.
“믿고 싶지 않았죠. 여론조사 결과 ‘텃밭’인 강남에서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보다 10% 이상 적다고 나왔는데, 어떻게 믿겠습니까. ‘이건 관제 여론조사다’ ‘이런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 왜곡되고 조작된 여론조사다?
“아무리 이 정권의 인기가 높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홍준표 유세 방해하는 강남 주민 보며 ‘우리 당이 처절하게 죽는구나’ 한탄”
— 선거 유세 당시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 후보’가 돌린 명함을 면전에서 내던지진 않던가요.
“명함을 안 받는 건 흔한 일이죠. 아침에 학교 앞에서 명함 돌릴 때 30·40대 유권자가 ‘아직도 이런 것들이 있느냐?’ ‘지금이 어느 때인데 빨간 점퍼를 입고 다니느냐?’는 식으로 얘기할 때 당황스럽기도 했죠.”
— 그런 탓에 결국엔 소위 ‘표밭’인 서울 강남에서조차 자유한국당은 구청장 선거에서 지고, 시의원도 불과 3명(강남구의 시의원 선거구는 총 6개) 당선에 그쳤습니다.
“강남은 지난 23년간 보수의 텃밭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세곡동의 경우 임대주택 5만 세대가 새로 들어섰습니다. 이런 변화가 유권자 지형을 조금씩 바꿨고, 우리 쪽의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이 ‘공금횡령’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 영향도 컸어요. 언론에서 그 문제를 계속 다뤘으니까요.”
— 그 와중에 재선에 성공했습니다만, 사실 ‘강남 제1선거구’는 가장 안전한 지역구죠? 신규 인구 유입이 적은 전통적인 부촌 아닙니까.
“제 지역구가 청담동, 압구정동, 신사동, 논현1동입니다. 가장 유리한 선거구이긴 한데요. 많이 바뀌었습니다. 압구정동은 정말 자유한국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모인 곳이지만, 청담동과 신사동처럼 임대주택이 좀 들어선 곳은 이전보다 여당 지지층이 늘었습니다. 제가 거기서 49% 득표했거든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죠.”
— 이전 지방선거에서는 소위 ‘보수당’이 그 동네에서 표를 얼마나 받았습니까.
“적어도 55~60%였죠.”
— 이번 선거 때는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하는데도 강남 주민들의 반응이 안 좋았죠?
“홍준표 대표가 강남구청장 선거 유세 지원을 수차례 왔었는데요. 상식적으로 당 대표가 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런데 홍 대표가 유세만 하면 사람들이 방해하고, 빵빵거리고. 그걸 보면서 강남에서조차 ‘우리 당이 처절하게 죽어 가는구나’라고 느꼈죠.”
취미로 시작한 ‘성악’ 활용해 의정활동 홍보·선거 유세
— 그런 분위기 속에서 유세를 하면서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습니까.
“선거운동원을 20대로만 구성하고, 젊은이한테 인기 있는 ‘하늘바라기’란 노래를 유세 때 직접 부르면서 다녔습니다.”
— 녹음한 노래를 틀어 놓지 않고, 직접 불렀다고요?
“예, 제가 4년 동안 ‘성악’을 해서요. 작년에는 음반도 냈습니다.”
— 자신을 홍보하려고 성악 공부를 한 겁니까.
“시작할 때는 취미였죠. 지금처럼 저를 알리는 도구가 될 줄은 몰랐어요. 연설이나 축사보다 ‘노래’가 훨씬 더 효과적인 시민과의 소통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음역이 어떻게 됩니까.
“바리톤이요.”
— 기왕이면 대중성 있는 가요를 하지, 왜 ‘성악’입니까.
“어른들 앞에서는 대중가요를 부르지만, 사실 그런 노래는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 작년에 낸 음반은 몇 장이나 팔렸습니까.
“초판 1000장이 완판돼서 1000장을 더 찍었습니다. 그걸 가지고 지역을 돌면서 제 의정 활동을 소개하고, 노래도 하고, 시민과 대화하는 ‘토크 콘서트’를 하려고 합니다.”
성중기 시의원은 이 밖에도 의정활동과 함께 다수의 음악공연을 기획·개최한 바 있다. 서울시의원이 된 이후, 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음악회를 두 차례 열었다. 한강 아라호 선상음악회 역시 두 차례 개최해 수익금을 소아암 환아에게 기부했다. 지난해 3월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 순국 79주기 추모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박원순 유세장은 북적북적… 김문수 유세장엔 선거운동원뿐”
—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어떻게 예상했습니까.
“우리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단일화를 하면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누구로 하느냐가 문제였죠. 3자 구도에서 지지율은 김문수 후보가 높고, 박원순 시장과의 양자 대결에선 안철수 후보가 경쟁력이 있으니까. 당시 저는 서울시장 선거는 안철수, 서울시의원과 구의원 선거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단일화하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했다면 지금처럼 시의회를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겠지만, 저 같은 시의원에게 무슨 ‘힘’이 있습니까. 그런 일은 국회의원들이 중앙에서 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 선거 전부터 ‘박원순 3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셈이네요.
“예. ‘3선 확정이다’ ‘압도적이다’라고 생각했죠. 박 시장은 자기 선거보다 구청장 후보들 지원하러 다니느라 바빴잖아요? 선거 때 보면 박원순 시장 쪽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한데, 우리 당 후보 유세장엔 사람이 없었어요. 저 같은 시의원·구의원 후보가 자기 운동원들 몇 명씩 데리고 온 게 전부였어요. 김빠지는 거죠.”
— 서울시민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왜 다시 ‘박원순’을 선택했을까요.
“그게 왜 그렇겠습니까? 서울시의 25개 구 중에서 저쪽 구청장이 20명이었습니다. 그 구청장들이 가진 인맥과 지역 조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거죠. 구청과 연관된 단체들이 또 수십 개씩 있잖아요. 서울 지역 국회의원 대다수도 더불어민주당이고요. 지역 조직을 저쪽이 장악한 덕분에 박 시장이 당선됐지, 시민들이 인물을 보고 선택한 게 아니에요.”
— 지난 9대 시의회 당시 박원순 시장을 자주 비판했죠?
“많이 했습니다. 우리 다선 의원한테 야단도 자주 맞았어요. ‘예산 챙겨야 하는데 박원순을 까면 도움이 되겠느냐?’라고요. 저는 ‘내가 밥을 굶더라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원순 저격수’로 알려진 이노근 전 의원(자유한국당, 서울 노원갑)이 저번에 ‘김문수 캠프’에 들어간 후에 ‘박원순 관련 자료’를 달라고 해서 그동안 모아 놨던 걸 뽑아서 드리기도 했죠.”
— 4년 동안 ‘박원순 서울시’를 옆에서 보니 문제가 많던가요.
“잘한 게 별로 없죠. 못한 건 너무 많고. 제가 대표적으로 지적한 것은 인사 비리 의혹입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 얼마나 많습니까?”
— 박원순 시정 2기 때 산하기관이 많이 늘었죠? (서울공공보건의료재단, 서울50+재단,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서울디지털재단 등 신설)
“출연기관도 그렇고, 시민단체 예산 지원 문제도 있죠. 임직원이 2명뿐이고, 부채비율이 800%나 되는 단체에 100억원(성중기 시의원 보도자료상 금액은 202억원)을 줬어요. 우리 서울시민이 알면 기절할 일입니다.”
“전투력 약한 자유한국당과 ‘같은 당’ 내세우던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견제 세력’ 없었다”
— ‘박원순 시정 2기(2014년 7월~2018년 6월)’의 성적은 100점 만점에 몇 점일까요.
“40점밖에 못 주겠는데요.”
— 그렇게 문제가 많았다면, 그간 시의회는 왜 가만히 있었습니까.
“박원순 시장을 견제할 세력이 없었습니다.”
— 과거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제대로 싸웠다고 하긴 어렵죠?
“전투력이 없었죠. 보도자료 내봤자 시민 일부에게만 알려질 뿐이었고요. 결국 모든 건 본회의 표결로 결정되는데, 소수인 우리가 몸싸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었습니다.”
— 지난 9대 시의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73명, 새누리당이 29명이었기 때문에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는 얘기인가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서울시에 문제가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당론 때문에 찬성으로 돌아서는 일이 종종 있었죠. ‘당은 다르지만, 너희 주장에 일리가 있다. 나도 동의한다’면서도 표결만 하면 얘기가 달라졌으니까요. ‘우리도 반대다’라고 했는데도 결과가 눈앞에서 뒤집히는 걸 보면서 한계를 느꼈었죠.”
—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왜 그랬던 겁니까. 박원순 시장에게 밉보이면 지역 민원 해결이나 예산 유치가 어렵습니까.
“시장 역점사업이니까 정무부시장이 와서 ‘같은 당인데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설득하는 거죠.”
— 표결 결과를 떠나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이 강경하게 대응한 일도 없죠?
“우리 당은 국회의원도 그렇지만 서울시의원도 전투력이 약합니다. 왜 약하느냐? 온실에만 있었으니까요. 풍찬노숙(風餐露宿)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저 사람(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오랫동안 야전(野戰)에서 싸워 봤기 때문에 전투력이 넘치죠. 우리는 공천 과정을 봐도 전투력이 약할 수밖에 없어요.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야 하는데, 당장 자기(국회의원)가 선거 때 신세진 사람 위주로 공천하니까요.”
시의원 29명일 때도 견제 못한 ‘박원순 시정’… 6명으로 어떻게 할까?
— 자유한국당 소속 서울시의원은 현재 6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의회 당시 29명이었는데도 별다른 활동을 못했는데, 향후 ‘박원순 시정 3기(2018년 7월~2022년 6월)’는 어떻게 견제할 계획입니까.
“‘시민의 대리인’으로서 더욱 의정활동에 매진해야겠지만, 우리가 독자적으로 견제할 수는 없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는 세력이 생길 겁니다. 박 시장은 유력 대선 주자이니까, 그를 지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친박(親朴)’, 그렇지 않은 쪽은 ‘반박(反朴)’으로 갈릴 겁니다. 우리는 그쪽(반박원순)과 협조해서 목소리를 내야죠. 개인적으로도 끊임없이 박원순 시정의 문제점을 지적할 겁니다.”
— 4월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함께 서울시 산하기관 인사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었는데요.
“당시 같이했던 저쪽 시의원은 당적과 무관하게 ‘내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박 시장이 잘못했다면 비판해야 한다’면서 나섰는데요. 차기 서울시장으로 ‘박원순’보다는 ‘다른 사람’을 원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 앞으로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과 함께 ‘박원순 시정’을 비판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우리 힘이 약하니까 여야를 가리지 않고, 토론하고 의견 교환을 하면서 협조 체제를 구축해야죠. 당을 떠나 서울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게 서울시의원의 최종 활동 목표란 데 대해 공감하는 시의원 동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엔 전체 의석 110석 중 102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서울시의원은 6명(지역구 3명, 비례대표 3명)에 불과하다. 직전 9대 시의회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서울시의원이 29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의석 수가 1/5로 줄어든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서울시의회의 원내 교섭단체(시의원 10명)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이는 단순히 서울시의회에서 자유한국당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데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를 견제할 세력이 서울시의회에 없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시의원은 극소수이므로 존재감이나 영향력이 사실상 없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전체 102명 중 77명이 ‘초선’이다. 방대한 서울시정을 이해하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사실상 ‘대권’밖에 노릴 게 없는 박원순 시장이 만약 무분별하게 각종 정책이나 타당성 없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이를 막기는커녕 제대로 비판할 이들이 시의회 안에 많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그 대가는 전적으로 서울시민이 부담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와 그 산하기관의 예산 집행과 인사에 대한 검증 작업이 부실해진다면, 그에 따른 비용은 서울시민의 몫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자유한국당 시의원이 비록 6명에 지나지 않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책무’는 이전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 시의원은 앞으로 ‘박원순 서울시’를 어떻게 견제할까. 이와 관련해 9대 서울시의회 당시 ‘초선’으로서 ‘박원순 시정’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던 성중기 시의원에게 물었다. 성 시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강남 제1선거구(압구정동, 청담동, 신사동, 논현1동)’에서 무투표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48.1%를 득표해 39.2%를 얻은 권종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와 함께 지역구에서 당선된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은 김진수(강남 제5선거구, 5선), 이석주(강남 제6선거구, 재선) 시의원이 전부다.
“‘강남’에서 黨 지지율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 믿을 수 없었다”
—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까닭이 뭡니까.
“‘바람 선거’ 아닙니까? 인물론이 아닌 정치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와 자유한국당을 심판한다는 구도 속에서 진행됐다는 거죠?
“예, 적폐세력 그런 부분도 있고. 현 정부가 잘하는 건 잘하는 대로 칭찬하고, 못하는 건 지적해야 하는데 대안 없이 무조건적인 비판을 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줬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 자유한국당을 소위 ‘적폐’라고 여기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합니까.
“안 하죠.”
— 선거 당시 체감했던 민심은 어땠습니까.
“처음엔 제 득표율을 70%쯤으로 예상했습니다. 분위기를 보면 그런 오해를 할 만했어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자주 접하는 50·60·70대 유권자는 압도적으로 자유한국당을 지지했으니까요. 20대의 경우도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문제는 제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30·40대와 50대 초반이었습니다.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 이 연령층의 목소리를 선거 기간에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 자유한국당에 대한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는데, 왜 그런 분위기를 예상 못했습니까.
“믿고 싶지 않았죠. 여론조사 결과 ‘텃밭’인 강남에서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보다 10% 이상 적다고 나왔는데, 어떻게 믿겠습니까. ‘이건 관제 여론조사다’ ‘이런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 왜곡되고 조작된 여론조사다?
“아무리 이 정권의 인기가 높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홍준표 유세 방해하는 강남 주민 보며 ‘우리 당이 처절하게 죽는구나’ 한탄”
— 선거 유세 당시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 후보’가 돌린 명함을 면전에서 내던지진 않던가요.
“명함을 안 받는 건 흔한 일이죠. 아침에 학교 앞에서 명함 돌릴 때 30·40대 유권자가 ‘아직도 이런 것들이 있느냐?’ ‘지금이 어느 때인데 빨간 점퍼를 입고 다니느냐?’는 식으로 얘기할 때 당황스럽기도 했죠.”
— 그런 탓에 결국엔 소위 ‘표밭’인 서울 강남에서조차 자유한국당은 구청장 선거에서 지고, 시의원도 불과 3명(강남구의 시의원 선거구는 총 6개) 당선에 그쳤습니다.
“강남은 지난 23년간 보수의 텃밭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세곡동의 경우 임대주택 5만 세대가 새로 들어섰습니다. 이런 변화가 유권자 지형을 조금씩 바꿨고, 우리 쪽의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이 ‘공금횡령’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 영향도 컸어요. 언론에서 그 문제를 계속 다뤘으니까요.”
— 그 와중에 재선에 성공했습니다만, 사실 ‘강남 제1선거구’는 가장 안전한 지역구죠? 신규 인구 유입이 적은 전통적인 부촌 아닙니까.
“제 지역구가 청담동, 압구정동, 신사동, 논현1동입니다. 가장 유리한 선거구이긴 한데요. 많이 바뀌었습니다. 압구정동은 정말 자유한국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모인 곳이지만, 청담동과 신사동처럼 임대주택이 좀 들어선 곳은 이전보다 여당 지지층이 늘었습니다. 제가 거기서 49% 득표했거든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죠.”
— 이전 지방선거에서는 소위 ‘보수당’이 그 동네에서 표를 얼마나 받았습니까.
“적어도 55~60%였죠.”
— 이번 선거 때는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하는데도 강남 주민들의 반응이 안 좋았죠?
“홍준표 대표가 강남구청장 선거 유세 지원을 수차례 왔었는데요. 상식적으로 당 대표가 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런데 홍 대표가 유세만 하면 사람들이 방해하고, 빵빵거리고. 그걸 보면서 강남에서조차 ‘우리 당이 처절하게 죽어 가는구나’라고 느꼈죠.”
취미로 시작한 ‘성악’ 활용해 의정활동 홍보·선거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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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중기 시의원은 서울시의회 본회장에서 두 차례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각종 공연을 기획하고, 참여했다. 사진=뉴시스 |
“선거운동원을 20대로만 구성하고, 젊은이한테 인기 있는 ‘하늘바라기’란 노래를 유세 때 직접 부르면서 다녔습니다.”
— 녹음한 노래를 틀어 놓지 않고, 직접 불렀다고요?
“예, 제가 4년 동안 ‘성악’을 해서요. 작년에는 음반도 냈습니다.”
— 자신을 홍보하려고 성악 공부를 한 겁니까.
“시작할 때는 취미였죠. 지금처럼 저를 알리는 도구가 될 줄은 몰랐어요. 연설이나 축사보다 ‘노래’가 훨씬 더 효과적인 시민과의 소통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음역이 어떻게 됩니까.
“바리톤이요.”
— 기왕이면 대중성 있는 가요를 하지, 왜 ‘성악’입니까.
“어른들 앞에서는 대중가요를 부르지만, 사실 그런 노래는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 작년에 낸 음반은 몇 장이나 팔렸습니까.
“초판 1000장이 완판돼서 1000장을 더 찍었습니다. 그걸 가지고 지역을 돌면서 제 의정 활동을 소개하고, 노래도 하고, 시민과 대화하는 ‘토크 콘서트’를 하려고 합니다.”
성중기 시의원은 이 밖에도 의정활동과 함께 다수의 음악공연을 기획·개최한 바 있다. 서울시의원이 된 이후, 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음악회를 두 차례 열었다. 한강 아라호 선상음악회 역시 두 차례 개최해 수익금을 소아암 환아에게 기부했다. 지난해 3월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 순국 79주기 추모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어떻게 예상했습니까.
“우리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단일화를 하면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누구로 하느냐가 문제였죠. 3자 구도에서 지지율은 김문수 후보가 높고, 박원순 시장과의 양자 대결에선 안철수 후보가 경쟁력이 있으니까. 당시 저는 서울시장 선거는 안철수, 서울시의원과 구의원 선거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단일화하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했다면 지금처럼 시의회를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겠지만, 저 같은 시의원에게 무슨 ‘힘’이 있습니까. 그런 일은 국회의원들이 중앙에서 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 선거 전부터 ‘박원순 3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셈이네요.
“예. ‘3선 확정이다’ ‘압도적이다’라고 생각했죠. 박 시장은 자기 선거보다 구청장 후보들 지원하러 다니느라 바빴잖아요? 선거 때 보면 박원순 시장 쪽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한데, 우리 당 후보 유세장엔 사람이 없었어요. 저 같은 시의원·구의원 후보가 자기 운동원들 몇 명씩 데리고 온 게 전부였어요. 김빠지는 거죠.”
— 서울시민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왜 다시 ‘박원순’을 선택했을까요.
“그게 왜 그렇겠습니까? 서울시의 25개 구 중에서 저쪽 구청장이 20명이었습니다. 그 구청장들이 가진 인맥과 지역 조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거죠. 구청과 연관된 단체들이 또 수십 개씩 있잖아요. 서울 지역 국회의원 대다수도 더불어민주당이고요. 지역 조직을 저쪽이 장악한 덕분에 박 시장이 당선됐지, 시민들이 인물을 보고 선택한 게 아니에요.”
— 지난 9대 시의회 당시 박원순 시장을 자주 비판했죠?
“많이 했습니다. 우리 다선 의원한테 야단도 자주 맞았어요. ‘예산 챙겨야 하는데 박원순을 까면 도움이 되겠느냐?’라고요. 저는 ‘내가 밥을 굶더라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원순 저격수’로 알려진 이노근 전 의원(자유한국당, 서울 노원갑)이 저번에 ‘김문수 캠프’에 들어간 후에 ‘박원순 관련 자료’를 달라고 해서 그동안 모아 놨던 걸 뽑아서 드리기도 했죠.”
— 4년 동안 ‘박원순 서울시’를 옆에서 보니 문제가 많던가요.
“잘한 게 별로 없죠. 못한 건 너무 많고. 제가 대표적으로 지적한 것은 인사 비리 의혹입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 얼마나 많습니까?”
— 박원순 시정 2기 때 산하기관이 많이 늘었죠? (서울공공보건의료재단, 서울50+재단,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서울디지털재단 등 신설)
“출연기관도 그렇고, 시민단체 예산 지원 문제도 있죠. 임직원이 2명뿐이고, 부채비율이 800%나 되는 단체에 100억원(성중기 시의원 보도자료상 금액은 202억원)을 줬어요. 우리 서울시민이 알면 기절할 일입니다.”
“전투력 약한 자유한국당과 ‘같은 당’ 내세우던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견제 세력’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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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중기 시의원은 지난 9대 시의회 당시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 문제점을 자주 지적한 시의원 중 한 명이다. 사진=성중기 의원실 제공 |
“40점밖에 못 주겠는데요.”
— 그렇게 문제가 많았다면, 그간 시의회는 왜 가만히 있었습니까.
“박원순 시장을 견제할 세력이 없었습니다.”
— 과거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제대로 싸웠다고 하긴 어렵죠?
“전투력이 없었죠. 보도자료 내봤자 시민 일부에게만 알려질 뿐이었고요. 결국 모든 건 본회의 표결로 결정되는데, 소수인 우리가 몸싸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었습니다.”
— 지난 9대 시의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73명, 새누리당이 29명이었기 때문에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는 얘기인가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서울시에 문제가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당론 때문에 찬성으로 돌아서는 일이 종종 있었죠. ‘당은 다르지만, 너희 주장에 일리가 있다. 나도 동의한다’면서도 표결만 하면 얘기가 달라졌으니까요. ‘우리도 반대다’라고 했는데도 결과가 눈앞에서 뒤집히는 걸 보면서 한계를 느꼈었죠.”
—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왜 그랬던 겁니까. 박원순 시장에게 밉보이면 지역 민원 해결이나 예산 유치가 어렵습니까.
“시장 역점사업이니까 정무부시장이 와서 ‘같은 당인데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설득하는 거죠.”
— 표결 결과를 떠나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이 강경하게 대응한 일도 없죠?
“우리 당은 국회의원도 그렇지만 서울시의원도 전투력이 약합니다. 왜 약하느냐? 온실에만 있었으니까요. 풍찬노숙(風餐露宿)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저 사람(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오랫동안 야전(野戰)에서 싸워 봤기 때문에 전투력이 넘치죠. 우리는 공천 과정을 봐도 전투력이 약할 수밖에 없어요.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야 하는데, 당장 자기(국회의원)가 선거 때 신세진 사람 위주로 공천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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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대 시의회 당시 새누리당 소속 서울시의원은 29명이었지만, ‘박원순 시정’을 제대로 견제하진 못했다. 사진=뉴시스 |
“‘시민의 대리인’으로서 더욱 의정활동에 매진해야겠지만, 우리가 독자적으로 견제할 수는 없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는 세력이 생길 겁니다. 박 시장은 유력 대선 주자이니까, 그를 지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친박(親朴)’, 그렇지 않은 쪽은 ‘반박(反朴)’으로 갈릴 겁니다. 우리는 그쪽(반박원순)과 협조해서 목소리를 내야죠. 개인적으로도 끊임없이 박원순 시정의 문제점을 지적할 겁니다.”
— 4월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함께 서울시 산하기관 인사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었는데요.
“당시 같이했던 저쪽 시의원은 당적과 무관하게 ‘내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박 시장이 잘못했다면 비판해야 한다’면서 나섰는데요. 차기 서울시장으로 ‘박원순’보다는 ‘다른 사람’을 원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 앞으로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과 함께 ‘박원순 시정’을 비판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우리 힘이 약하니까 여야를 가리지 않고, 토론하고 의견 교환을 하면서 협조 체제를 구축해야죠. 당을 떠나 서울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게 서울시의원의 최종 활동 목표란 데 대해 공감하는 시의원 동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