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인천대망론’ 선언한 유정복(劉正福) 인천광역시장 : 월간조선

내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최근 몇몇 광역단체장은 대권에 도전할 ‘잠룡(潛龍)’으로 분류된다. 그중 하나가 유정복(劉正福·59) 인천광역시장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총선 패배로 차기 대권 주자들을 잃으면서 차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유 시장과 남경필(南景弼) 경기도지사, 원희룡(元喜龍) 제주도지사 등의 조기등판론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복 시장은 3선 의원에 안전행정부장관·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지냈고 광역자치단체장인 인천시장까지 당선되면서 ‘정치의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했다. 보기보다는 행정경력이 탄탄한 인물이다.

유정복 시장은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과 전국 시·도지사연합회 회장직을 놓고 경합을 벌여 만장일치로 추대될 정도로 저력도 있다. 22세 대학생 신분으로 행정고시(23회)에 합격, 강원도에서 일선 공무원으로 출발해 각지에서 35년간 행정경험을 축적했다.

10월 4일 인천광역시청 접견실에서 만난 유 시장은 ‘성장잠재력이 큰 인천이라는 도시에서 광역단체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유리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인천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분이 많고, 중요한 미래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인천은 소중한 지역”이라며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시점에 내가 목표로 한 문제를 풀고 인천의 희망을 열어가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김포시장, 국회의원, 장관직에 이어 인천시장 직까지 당시 정치 상황의 흐름에 따라 역할을 맡아왔다”면서 “앞으로도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마찬가지일 것이고,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권 도전의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인천대망론

인구 300만 시대를 맞이한 인천은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3대 도시다. 그러나 인천은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30년 동안 사실상 중앙의 ‘들러리’로 살아왔다. 2013년 박근혜(朴槿惠)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천 지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친박계’ 정치인들의 등장이다.

2014년 19대 국회 당시 인천 정치권은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해 황우여(黃祐呂) 교육부 장관 및 사회부총리, 이학재(李鶴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윤상현(尹相現) 전 사무총장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로 최강의 진용을 구성하며, 인천대권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유정복 시장은 “지금은 수도권대망론, 인천대망론이 나올 시기”라며 “우리 정치 현실에서 영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이 없으면 대권을 노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런 측면에서 충청대망론이 나오는 것 아니냐. 인천도 여야 없는 범(汎)인천 차원의 결집이 있어야 큰 정치인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인천주권시대 선언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발 KTX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6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함으로써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사업비 3833억원의 사업이 전액 국비로 추진된다. 사진=인천광역시청

유 시장은 기자가 ‘1980년부터 3년간 인천 간석동에서 자취와 하숙을 하며 고교(동인천고)를 다녔다’고 하자, “사람들은 나를 김포에서 시장과 국회의원을 해 김포 사람으로 아는데 실은 인천 송림동에서 태어나 간석동에서 살았고, 제물포고를 나온 ‘인천 토박이’”라고 했다.

유 시장은 지난 2년을 회고하며 “장밋빛 청사진보다 부채를 줄이는 데 골몰했던 시기”라고 했다. 그는 “부임했을 때 13조원의 부채(부채율 39.9%)로 인천시는 ‘재정위기 주의단체’로 경고를 받은 상황이었다”며 “이후 부채를 2조원쯤 줄였다”고 했다. 특히 철도의 혜택에서 소외된 인천에 ‘인천발 KTX’와 같은 굵직한 공약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등 시정에 자신감도 붙었다고 했다.

유 시장은 “하지만 아직도 과제는 차고 넘친다”고 했다. 제3연륙교 건설이나 루원시티를 비롯한 각종 개발사업은 아직 실타래가 풀리지 않았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우는 일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고 임기 후반기에도 최근 새롭게 제시한 ‘인천주권시대’를 기반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2014년 7월 23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 인천광역시장, 경기도지사 간담회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왼쪽부터)이 인천아시안게임 마스코트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세 사람은 수도권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1년에 두 차례 정례모임을 갖기로 합의했다.
사진=조선일보

― 후반기 정책의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

“전반기 인천 발전의 기틀을 닦았다면 앞으로는 ‘시민 행복 더하기’ ‘인천주권시대 열기’에 집중할 것이다.”

― 올 7월 ‘인천주권시대’를 선언했다. 대한민국의 중심에 인천이 있음을 대내외에 선포했는데.

“300만 대도시 인천이 대한민국 미래의 이정표라는 사명감을 확산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인천을 서울의 ‘관문도시’라고 하는 서울 중심적 사고를 깨버리고 인천이 ‘목적지’가 되려는 거다. 구체적으로 ‘민생주권’ ‘교통주권’ ‘해양주권’ ‘환경주권’을 민선6기 후반기 인천시의 핵심 과제로 정했다. 민생주권은 인천형 복지모델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시민의 삶이 직결된 곳에 재정투입을 늘릴 생각이다.”

― ‘교통주권’과 ‘해양주권’ ‘환경주권’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교통주권은 인천발 KTX를 비롯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서울 7호선 청라 연장 등 인천 중심의 철도 체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항과 항만을 가진 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향후 하늘길, 바닷길, 육상길 등 모든 길을 인천으로 통하도록 하겠다. 해양주권은 섬 프로젝트 활성화와 서해5도 안전관리에 힘쓰자는 취지로 마련했고, 환경주권의 일환으로 수도권매립지 정책의 일관된 추진과 녹색기후기금(GCF) 본부도시에 걸맞은 글로벌 녹색도시 건설에 힘쓰겠다.”

인천은 서울의 위성도시 아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국제도시의 모습. 사진=인천광역시청

― 인천에서 생활해 보면, 봄가을이 없는 황량한 도시라는 느낌을 준다.

“인천은, 외형이 대한민국 3대 도시로 커졌음에도, ‘인천은 무엇이다’는 정체성이 없이 수도 서울의 주변 기능을 수행하는 관문 정도로 인식됐다. 그렇다 보니 시민들은 인천에 대한 애정이 타 시도에 비해 낮았다. 인천은 수도권의 위성도시로 취급되는데, 인천의 가치 재창조는 그것에 대해 ‘노’라고 말하려는 정책이다.”

―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인천은 유난히 최초·최고가 많다. 고인돌에서부터 근현대사까지 아우르는 역사, 백령도 등 168개의 섬과 같은 천혜의 환경, 공항·항만 등 인천만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원들이 상당하다. 이런 자원을 스토리텔링화·콘텐츠화 등의 창의적 방법으로 실용적·현실적 가치로 만들자는 것이다.”

수산시장을 방문한 유정복 시장이 활어를 손으로 잡아보고 있다. 사진=인천광역시청

인천시는 ▲근대 역사의 중심지를 개항창조도시로 재생 ▲역사·문화적 가치가 반영된 경인고속도로 주변 도시재생 프로젝트 ▲인천발 KTX 등 인천 중심의 교통망 구축 ▲단절된 녹지축 연결(문학산 개방) 등 자연과 문화의 공존도시 조성 ▲인천 인물 네트워크 활성화와 교류 촉진 등을 ‘2016 가치 재창조 5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유 시장은 “인천발 KTX는 가치 재창조 정책의 첫 작품”이라며 “인천은 통로가 아닌 주인이기 때문에 인천에서 KTX를 출발시켜야 한다는 발상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올해 기본계획 용역비 35억원을 투입하는 등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4년 후면 인천-부산 2시간40분, 인천-광주 1시간55분으로 인천과 영호남 지역이 ‘2시간 생활권’으로 묶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 1969년 개통된 경인고속도로는 50년간 인천항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도로로 기능했다. 극심한 교통정체로 기능을 상실한 경인고속도로를 일반도로화한다고 들었다. 일반도로화에 따른 부작용은 없나.

“경인고속도로의 일반도로화는 인천 기점부터 서인천IC까지 기존 고속도로를 일반도로로 전환하면서 고속도로로 인해 단절된 도심을 연결해 시민에게 공공시설 등으로 되돌려주고자 하는 사업이다. 교통정체나 화물차 통행 등으로 인한 차량 소음과 분진 등 부작용들을 해결할 대책들을 마련해 놓았다. 일반도로화 사업을 통해 인천은 사람 중심의 활기찬 도시가 될 것이다.”

장봉도로 휴가 다녀와

유정복 인천시장은 올여름 휴가를 장봉도로 다녀올 만큼 섬 관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시는 관내 168개 섬의 가치를 재조명, 섬을 보전, 발전시키기 위해 ‘인천도서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사진=인천광역시청

― 지난 5개월간 13개 섬을 방문하셨다고 들었다. 올여름 장봉도로 여름휴가까지 다녀올 정도로 섬 관광에 관심을 갖고 계신데, 인천의 섬이 다른 지역의 섬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섬 투어를 하면서 우리가 천덕꾸러기 취급하던 것들이 ‘인천의 보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울 중심에 덕적도(德積島) 하나만 있어도 난리가 날 것 아닌가. 인천시는 ‘인천 도서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해 관내 168개 섬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하고, 섬의 특성에 맞게 지속가능한 발전방안과 보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평화와 안보의 섬인 서해5도 주민의 정주(定住)여건 개선과 소득확대를 위해 400여억 원을 투자했다.”

―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이나 어민 피해지원, 서해5도 특별경비단 신설 등 안보도 챙겨야 하고 어민들의 민원도 살펴야 하는 등 현안이 많은데.

“이를 위해 여야 의원과 현안을 풀어가기 위한 협의체 구성에도 합의했다. 지방정부는 살림을 하는 곳이고 정치적 행보보다 시민들의 생활안정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2016년 4월 23일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미기해안 앞 바다에서 우리 해군과 해경이 출동하자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들이 선단을 이루어 대항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 6월 19일 연평도를 방문,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어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 어업인들이 잡은 수산물을 남북 중간 수역에서 만나 우리나라 어업인이 인수한 뒤 판매하는 ‘남북 어민 수산물 공동 판매’를 적극 추진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다”고 밝혔는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서해5도 어업인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인천시 자체의 지원대책만으로는 어업인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부족해 정부와 국회 등에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건의하는 과정에서 ‘남북한 어민의 수산물 공동 판매’를 제안했던 것이다. 남북 수산물 공동 판매는 북한산 수산물 반입을 금지하는 ‘5·24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 진전이 있어야만 추진할 수 있다. 북한 어민의 수산물 판로가 확보되면 남북이 공동으로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접적 지역인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를 관할하는 광역단체장으로서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일관된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한 방어적 무기인 사드 배치에 대한 것은 정쟁(政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차이나 프로젝트’로 대중국 비즈니스 교류 선점

지난 9월 9일 월미도에서 열린 제66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에서 유정복 시장이 공정식 전 해병대사령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 한·중 FTA 발효에 따라 대중국 인적·물적 교류가 급증할 것이 예상되고, 중국과의 관계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신창타이(新常態),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 등 대중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한중 관계 교류 비즈니스의 이니셔티브를 선점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2015년 7월 중국협력담당관실을 설치했다. 중국과의 경제·문화·관광·교육 분야 교류 확대의 발판이 될 ‘인차이나 프로젝트(In-China Project)’를 가동 중에 있다.”

― ‘인차이나 프로젝트’의 내용은.

“대중국 교류·비즈니스 기반 구축, 중국 소비·내수 시장 선점, 상호 교류협력 체계 강화 등 3대 분야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인천과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며, 인차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인천 안의 중국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인천시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과 공항을 기반으로 기업 하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최근 해외 투자유치 진행 상황은.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세계부동산엑스포를 개최해 인천의 탁월한 입지와 개발 프로젝트를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인천항 야경. 인천시는 월미도, 내항, 인천역 일원을 인천 개항창조도시 프로젝트로 개발에 나서 2021년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입한다. 근대개항기 역사와 관광을 결합하는 프로젝트다. 사진=인천광역시청

2013년 9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에 처음으로 반도체 생산시설을 착공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작년 7월 20일 인천시와 글로벌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한 2억 달러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축구장 17개 규모의 약 127,010m2(4만 평) 부지에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 공사를 시작해 2018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엠코테크놀로지, 스태츠칩팩코리아, 일본의 TOK, 미국 에이원머신 등 세계적인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계속된 입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22일 검단스마트시티에 두바이 국영기업 스마트시티가 투자하기로 하는 등 인천시는 현재 1500개의 국내외 기업과 10만명의 근로자, 연간 3000만명의 방문객, 50개의 교육기관, 2만명의 학생, 20~30개의 글로벌 파트너의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원도심과 송도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신도심 간 격차가 우려할 수준이다. 원도심 개발에 대한 복안은.

“인천은 1883년 개항 이후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항만·물류 위주의 정책, 수출산업 기지로서 역할을 했으나, 그에 따른 소음·분진에 의한 환경피해, 시가지의 계획적 개발에 제약이 많았다. 얼마 전 경제자유구역 개발로 주변 원도심은 인구감소와 공동화(空洞化)를 겪으면서 도시의 쇠퇴가 심각한 수준이다. 인천시는 원도심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지역 전체(820km2)를 대상으로 ‘2025년 인천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했다. 인천항을 물류 중심의 닫힌 공간에서 사람 중심의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공동으로 ‘인천 내항 종합마스터 플랜’을 기획 중이다.”

― 인천시 인구는 곧 300만 시대를 맞게 된다. 어떠한 미래비전을 준비하고 있나.

“인천시는 특·광역시 중 인구 증가율이 최고다. 올해 말에는 인천이 대한민국에서 36년 만에 찾아오는 300만 도시이자 사실상 마지막 300만 도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300만 시민이 더불어 살아갈 인천시 미래전략 종합계획인 ‘인천비전 2050’, 즉 2050년 무렵의 바람직한 인천의 모습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 중에 있다. 2012년 기준 세계 도시경쟁력 56위에서 2050년에는 초일류 세계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친박은 소멸할 것”

2007년 8월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 개표결과 발표를 기다리면서 박근혜 후보와 캠프의 유정복 의원이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 정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인연을 이어오셨는데, 처음 박 대통령을 대면한 건 언제인가.

“17대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새 대표를 뽑는 한나라당 임시전당대회가 2004년 3월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그때 박근혜 후보가 축사를 하러 나가려는데 한 사진기자가 ‘나란히 서서 사진 한 장 찍자’고 해서 사진을 찍게 됐다. 파란 점퍼를 입은 사진인데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다음달 4월 9일 김포에 손에 붕대를 감고 지원유세를 오셨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 역풍을 뚫고 국회에 입성해 대표와 초선의원 신분으로 만났는데, 초선임에도 제1정조위원장을 맡기셨다.”

― 유정복 이미지를 떠올리면, 투쟁적이기보다 젠틀한 참모역이 더 어울린다. 정치인으로서 확장성을 가지려면 강한 이미지를 풍겨야 하는 거 아닌가.

“시도지사들이 정치적 행보를 하는 것은 각자 가치관의 문제라 왈가왈부할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장이란 자리는 나 개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300만 인천시민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된다. 나는 우직하게 일에 초점을 맞춰왔고, 그러한 점을 시민들이 인정해 준 것 아닌가?

그리고 과거 김포에 연고도 없었는데 불가피하게 인천 구청장을 그만두고 김포시장에 출마한 적도 있었다. 인천시장 출마도 직전까지 나가겠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인천시장 출마하려고 국회의원 사퇴하고 나올 정도의 정치적 결단력을 가진 사람에게 리더가 아니라 참모역이 어울린다고 하면 어떡하느냐”.

― 내년 대선도 지역구도가 재연될까.

“한국 정치가 어느 날 갑자기 변모할 수 없듯, 지역구도는 일정 부분 존재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과거보다 강도가 완화될 조짐은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부겸 더민주당 의원,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 등 지역구도를 깬 인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민 정서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정치인들은 시대정신을 읽어야 하고 국민들은 미래에 희망을 주는 지도자를 갈구할 것이다.”

― 친박계 쪽에서 볼 때, 반기문(潘基文) 유엔사무총장을 빼놓고 가장 표의 확장성을 가진 인물은 누구라고 보나.

“김무성 대표가 1위를 고수하다 어느 날 갑자기 지지율 3% 이하로 고꾸라지는 현실을 보라. 확장성을 가진 후보가 얼마든지 혜성처럼 등장할 수도,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 대선 이후 친박(親朴)은 소멸할까.

“친박이니 친노(親盧)니 하는 것, 권력이 현재진행형일 때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친이(親李)들이 존재하나. 언론이 너무 친박, 비박 하다 보니 줄서기가 굳어지는데 정치인들은 ‘친국민(親國民)’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