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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식량기지 개척자 이병화(李秉華) 국제농업개발원 연구소장

“푸틴 대통령, 남북한 연해주 공동 진출하면 통일 도울 것”

글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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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1990년대 경협차관 14억 달러 상계용으로 토지 제공 제안
⊙ 10여 개 기업이 진출해 3만6000ha 경작 중… 경제특구 지정하면 농산물 무관세 반입 가능
⊙ “연해주 개발 성공하려면 한·러 양국 특별법 제정해 국가 건설 차원에서 추진해야”

李秉華
1945년생. 건국대 농과대 3년 수학, 러시아 프리모리스키 농업아카데미 농업경영학 박사,
하바롭스크기술대 경제학 박사 / 대통령 특별보좌관실 농업담당관(새마을 담당),
러시아연방정부 극동지역 대통령 농업자문위원 역임 / 현 국제농업개발원 연구소장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9월 초 러시아가 주최한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다녀오면서 식량기지로서의 연해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로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의 진행이 어렵지만 장애가 제거되면 포괄적 사업으로 재점화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농업개발원 이병화(李秉華·71) 연구소장은 25년 전부터 연해주와 인연을 맺고 150여 차례나 이곳을 드나든 ‘연해주 전문가’다.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극동러시아 지역 대통령 농업경제 자문위원을 지냈고 러시아 국립하바롭스크기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9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의 재단법인 국제농업개발원을 설립해 원장에 취임했다. 현재 국제농업개발원은 세계 32개 국가에 지사를 두고 교육사업, 한국 농민들의 해외 농토 확보에 따른 진출과 정부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8월 25일 스스로 ‘농사꾼’임을 자처하는 이 소장을 만났다.
 
  연해주 농업 특구는 한국과 러시아가 협력해 연해주 한카 호수 부근의 호룰 지역을 농업 기지화하는 사업이다. 연해주 사업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은 한국이 1990년 국교 수립 당시 소련에 빌려준 차관 14억7000만 달러를 연해주 토지로 상계하자고 제안했다.
 
  이병화 연구소장은 “연해주는 1930년대 고려인들이 개간한 역사적인 땅으로 극동러시아의 중심”이라며 “여의도 600배에 이르는 지역을 국제농업특구로 개발하면 콩과 벼, 사료를 무관세로 국내에 들여올 수 있어 북한 식량 문제도 해결하고 국내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해주는 1990년대부터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했다. 현재 10여 개 기업이 진출해 3만6000ha를 경작 중이다. 현대중공업, 남양, 서울사료 등이 옥수수와 콩, 조사료 등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겨울이 긴 현지 특성상 경제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들어 신중한 입장이다.
 
 
  고르비 측근 데민 총장과의 만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3일(현지시각)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업무오찬 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쓴 신년휘호를 선물 받았다. 휘호는 ‘총화전진’으로 1979년 박정희 대통령 타계 전 쓴 마지막 신년휘호이며, 푸틴 대통령이 미술품 시장에서 구입한 것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병화 소장은 연해주의 농업 경쟁력에 대해 “지력도 좋고 논밭 구획 정리와 관개 체계 등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옛 소련 시절 효율을 고려하지 않고 엄청난 사회간접자본을 투자한 결과로서, 임차료도 ha당 연 30~70달러면 되고 한 번 계약하면 49년간 임차해 쓸 수 있다”고 했다.
 
  한·소 수교 두 달 전인 1990년 7월 30일, 이 소장은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소재한 프리모리예(연해주) 농업아카데미를 방문한다. 알렉산더 데민 총장은 그를 보자마자 “이곳은 당신들의 조상과 고려인들이 개척한 땅이니 빨리 확보하라”면서 “모스크바로부터 당신이 이곳에 온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 청와대 농업생산담당관으로 근무했던 이 소장은 박 대통령 서거 후 국제농업개발원을 설립했다. 그 무렵 고르바초프의 소련 정부가 국영농장(소포즈)을 협동농장(콜호즈)으로 전환하면서 농업 생산력을 증대하는 방안을 공모했고, 이 소장은 획기적 아이디어로 1등으로 당선된다.
 
  이병화 소장은 “1989년 중앙시베리아의 비스크(일명 백색의 지하도시, 핵무기 제조 공장지대)에서 고르바초프를 만났다”며 “고르비는 내가 토마토에 면도칼 자국으로 생식성장을 유도해 며칠 만에 꽃이 피고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리는 것을 보자 ‘앞으로 잘 지도해 달라’며 나를 연해주로 불러들였다”고 했다.
 
  데민 총장은 김덕수 주체아카데미 부총장(망명한 김덕홍 전 여광무역 총사장 동생), 김종수 국가안전보위부 감독관, 문상주 주체아카데미연구위원 등 3명의 북한 교수를 소개해 줬다. 이 소장은 “당국에 사정을 설명했고 이듬해 박사과정에 입학했다”며 “한국인 최초로 북한 교수에게 강의를 받았다”고 했다.
 
  연해주는 시베리아 동남단 헤이룽강(黑龍江)·우수리강(烏蘇里江)·동해에 둘러싸인 곳이다. 원래는 여진(女眞) 땅으로 중국령이었다가 1860년 북경조약으로 러시아령이 됐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건설, 군사·무역의 근거지로 삼았다.
 
  우크라이나 태생인 데민 총장은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 당시 연해주의 농어업은 고려인들이 장악했고, 신문사(7개)와 학교(11개)를 건립하는 등 30만명이 거주했다”며 “이곳의 주인은 한민족이니 빨리 넓디넓은 연해주 농지를 확보하라”고 했다.
 
 
  러, 연해주 농지 불하 제의
 
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 소장이 연해주 대순진리회 농장에서 잘 자란 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브레이크뉴스
  — 1990년 9월 30일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하면서 30억 달러를 차관으로 제공하기로 했고, 소련 붕괴 직후인 1991년 12월 27일 러시아가 자동승계 하기까지 14억7000만 달러가 건너갔습니다. 그 후 러시아가 불곰사업으로 차관을 현물상환 했는데, 토지도 할애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992년 10월 고르바초프가 독립국가연합(CIS)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그는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노재봉(盧在鳳) 전 총리를 동경제국호텔에서 면담하면서 옐친이 승계한 차관 14억7000만 달러의 회수가 불가능할 테니 대신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사는 구역을 할애하겠다고 했습니다. 고려인들이 주장하는 발해국(고려인 자치구역) 건설이었습니다.”
 
  — 현지 조사단장으로 해당 지역을 시찰하셨지요?
 
  “고르비가 할애했다는 달레네골스키군(郡) 일대를 둘러보았죠.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헬기로 2시간 거리였고 경상북도 비슷한 넓이에 시호페알른 산맥을 끼고 있는 초원지대였습니다. 항구도 있고, 도로도 원만했지만 제가 찾는 논과 밭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 대통령께 ‘농지가 없어 고려인 정착과 북한 식량 지원을 위한 기지 구축은 불가능하다’며 ‘농지가 풍부한 다른 지역으로 다시 요구하자’고 보고했습니다.”
 
  이 소장은 “1991년 4월 제주도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만난 고르바초프는 이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고 들었다”며 “그곳은 극동러시아 지역 내 유일한 양질의 우라늄 광산이 있고,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는 고르비가 특별히 할애한 그야말로 엘도라도(황금의 땅)였다”고 했다.
 
  — 좋은 기회를 놓친 셈이네요!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대국민 사과를 했고 오늘 이 자리 또다시 어리석은 제가 고려인을 포함한 남북한 모든 분께 발해국 건설이 늦어지게 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의 ‘광개토대왕 프로젝트’
 
광개토대왕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권영해 전 안기부장. 사진=조선일보
  1995년 봄 이 소장은 전경환(全敬煥)을 통해 “전직 대통령이 세 명(최규하·전두환·노태우)이나 국내에 있으면 현직 대통령이 불편해하니 내가 이병화를 따라 연해주에서 농사를 지어 북한 식량난을 해결하겠다”는 전두환 대통령의 연해주 농지 확보 부탁을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흥개호(興凱湖) 프로젝트’다.
 
  — 1994년 무렵부터 시작된 북한의 ‘고난의 행군’에 전두환 대통령이 나섰던 것이군요.
 
  “당시 북한 식량 부족분은 매년 약 80만~100만 톤이었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제주도 크기만 한 면적(18만ha)의 구입비용 63억원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쌍용빌딩에 맡겼고, 저는 2억원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며칠 후 서울지검 특수부 김용철(金勇澈) 검사(삼성 비자금 폭로)에게 61억원을 비자금으로 압류당하면서 전 대통령의 연해주 개발의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이 소장은 연해주 개발의 선구자로 고합그룹 장치혁(張致赫) 회장을 꼽았다. 그는 “장 회장은 독립운동가이자 단국대 설립자인 장도빈(張道斌·1888~1963) 박사의 유지를 받들어 연해주 농지 확보에 열심이었고, 많은 고려인을 돌보았다”면서 “장 회장께서 산을 깎아 길을 만들었다면, 나는 그곳에 포장을 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2억원으로 계약을 한 농지를 승계하기 위해 모든 재단을 끌어모아 충당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르바초프의 심복인 데민 총장은 당시 연해주에서 가장 좋은 논과 밭을 보유한 소포즈(국영농장) 책임자 15명을 모아 한국과 공동으로 영농을 하도록 조치해 주었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해주 진출 꿈이 무산되자 국가안전기획부 권영해 부장은 옐친 대통령 포고령 제46호와 기타 법령에 근거해 일명 ‘광개토대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즉 연해주 호롤군(郡) 일대에 중앙아시아에서 귀향하는 고려인과 벌목공, 탈북자들을 위한 5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대단위 농장을 만들고 생산하는 농산물로 북한을 지원하자는 계획이었다.
 
  이병화 소장은 “남북한 공히 광개토대왕 프로젝트라고 부르고, 북측 담당자는 극동러시아 파견 총책 최진철(가명) 대좌, 남측 담당자는 당국에서 내가 맡도록 했다”고 말했다.
 
  — 북한 노동력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북한 벌목 일꾼들은 5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의 녹음기(綠陰期)에는 할 일이 없습니다. 북한과 계약해 농번기인 5월 이후 이들을 농장에서 일하게 할 수 있습니다. 기계화가 된 대규모 농장들이기 때문에 북한이 추가로 인력을 파견할 필요는 없습니다.”
 
  광개토대왕 프로젝트도 파국을 맞는다. 1996년 10월 1일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한국 총영사관의 최덕근 총영사(안기부 백색요원)가 벌목공으로 위장한 북한 국가보위부 요원에게 피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와 함께 1년 전 하바롭스크에서 재미교포 이주현 박사 부부가 북측의 소행으로 피살당하고, 나홋카 주재 토지공사 요원 2명도 사망하는 등 복잡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이에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연해주 농업 개발을 중단한다. 이후 북측의 최진철은 아무르강 건너 유대인자치주로 피신한 후 모사드의 안내로 이스라엘로 망명했다.
 
 
  북한에 처음으로 곡물 전달
 
연해주 아누치스키군 모로초프 블라디미르 군수, 호롤스키군 안드레이첸코 발레리 군수와 함께한 대순진리회 이유종 종무원장(중앙). 사진=브레이크뉴스
  — 이후 정부 차원의 연해주 개발은 사실상 중단됐군요.
 
  “1997년 10월 대우재단 후원으로 ‘러시아 연해주 강제이주 60년’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연해주 지방정부 소수민족 국장 자이카 지나이다 여사는 1500명 정도의 고려인과 남북한 사람들로 구성된 30개의 마을을 만들면 고려인 특별구역(준자치구역)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안기부와 외무부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는 바람에 수면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 우리나라의 종교단체와 민간기업들이 이미 많이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국제농업개발원 3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의근(朴義根) 전 보나에스 회장이 연해주 개발의 필요성을 김수환(金壽煥) 추기경과 대주교에게 건의했습니다. 가톨릭재단은 거금을 투입해 농촌후계자들에게 제가 확보한 농지를 공여하려 했으나, 농림부 장관 등 공무원들은 당시 한국에 남아도는 쌀을 북한으로 보내기 위해 거부했습니다. 박의근 이사장은 벌목공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줘 남북 관계를 원만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병화 소장은 “현재 이들 단체들이 제주도 면적의 2.5배에 해당하는 땅을 확보해 두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절반 이상의 땅을 놀리고 있다”고 했다.
 
  1997년 10월 말 연해주 국제적십자협회 총재 코코노프 박사, 호롤 군수 알렉산드로 야쿠샤, 이병화 소장 등 세 사람은 연해주에서 생산한 벼 3개 화차분을 함경북도 적십자사 총재 허길수(함경북도 불교연맹 회장 겸직)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 처음으로 북한에 곡물을 전달하는 것이군요.
 
  “러시아와 남북한 허가와 식물검역, 국제운송규정 각서와 국제보험 등 준비서류를 마련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습니다. 결국 북한 민경련 정운업 회장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이 사건을 눈여겨본 사람은 종단 임원들과 15대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金大中) 당선자였습니다.”
 
  — 대순진리회의 연해주 진출이 두드러진 것 같습니다만.
 
  “이유종 종무원장은 과감히 연해주 농업 투자를 지시했고, 농장의 중요 건물은 러시아 민병대가 지켜주었습니다. 대순진리회가 확보한 농장과 철도역, 주유소, 도정공장, 곡물창고, 축산기지 등의 면적은 제주도 넓이보다 훨씬 큽니다. 초창기 가우디, 남양알로에 등이 진출했으나 법령 미비로 중도에 포기했고, 현재 푸틴 정권의 농지법 개정으로 현대중공업, 인탑스 등 국내 유명 기업들이 연해주 농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병화 소장은 “분명한 것은 연해주 농지 확보의 첫째 목적은 북한 식량난 해결이고, 둘째가 투자가들의 이익 창출”이라며 “현재 연해주는 한국 정부의 농무관도 파견돼 있고, 농지 구입에 정부가 지원도 해주는 등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 당선자, “북한에 가급적 많이 보내주라”
 
  —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았던 김대중 정부는 연해주 개발에 대해 어떻게 나왔습니까.
 
  “김대중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한국프레스센터 19층 식당에서 김대중 당선자, 이종찬(李鍾贊) 안기부장 내정자, 김성훈(金成勳) 교수(농림부 장관 내정자), 김중권(金重權) 비서실장 내정자 등과 만났습니다. 김 당선자는 ‘향후 이종찬 동지가 지원할 것이니 이 소장은 연해주 생산 곡물(벼)을 북한에 가급적 많이 보내주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병화 소장은 김대중 정부가 끝날 때까지 27회, 약 9800톤을 북한에 보냈다. 북측 수취인은 평양과기대를 설립한 김진경 목사와 긴밀한 대외경제추진위원회, 김재왕 조선원예공사 사장, 정운업 민경련 회장, 조선불교총연맹 등이었다고 한다.
 
  —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어떻게 곡물을 실어 날랐습니까.
 
  “러시아 광궤철도가 가는 사선시 또는 두만강 구역까지 수송하면, 나머지 구간은 수취인들이 운송해 갔습니다. 주로 청진 이북 지역에만 공급했죠. 간혹 청진 아래에 위치한 어랑군 농업협동위원회에도 보냈어요. 이곳의 인민위원장이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의 아버지 이원철씨였습니다. 저와는 종친으로 간접적으로 내왕이 있었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해 연말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공언대로 경의선 철도 관통을 진행했다. 이때 연해주 쌀 생산 최대단지인 호롤군 알렉산드르 야쿠샤 군수는 극동철도위원회로부터 확인했다며 “연해주의 생산 곡물을 싣고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한국에 배달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병화 소장은 “그의 충격적인 이 말을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와 국제철도화물수송기구(SMGS)에 확인해 보니 사실로 판명됐다”며 “당장 실행이 가능했다”고 했다.
 
  — 어떤 방식으로 남한에 배달할 수 있다는 겁니까.
 
  “러시아와 북한은 국제철도협력기구 회원국이고, 한국은 비회원국입니다. 연해주에서 곡물을 실은 러시아 기관차가 핫산역에서 표준궤 기관차로 바꾸고 북한에 진입한 후 남한으로 가겠다고 하면 북한은 러시아 기관차를 막을 법적 대응수단이 없습니다. 북한 화물기관차가 러시아를 경유해 제3국으로 갈 수 있듯, 러시아 또한 북한을 경유해 한국에 얼마든지 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로지 러시아 기관차만 가능합니다.”
 
  — 북한 측은 러시아 열차 통과에 어떤 반응이었나요.
 
  “매우 반기는 기색이었죠. 10분의 1 배정까지 정했습니다. 11개 화차를 실으면, 10개는 북한 몫이고 1개는 남한 몫이라는 방식입니다. 남북통일을 위해 곡물수송 이벤트는 국민들에게 통일을 일깨워주는 이벤트임에 분명하고, 러시아도 환영할 것입니다.”
 
 
  푸틴 특사의 방문
 
  — 박근혜 대통령은 연해주 식량자원 개발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까.
 
  “박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타도대상, 인민은 구제대상’이란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 식량 지원은 반드시 연해주에서 생산한 곡물로 하자는 주장을 국회의원 시절부터 해왔습니다. 2012년 11월 23일 박사모와 공동으로 연해주 생산 보리 2개 화차를 나선시(市)에 보냈고, 그 대가로 북한은 60일 동안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난방송을 중단했습니다.”
 
  박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3년 2월 12일, ‘러시아 연해주 농업경제 특구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윤진식(尹鎭植) 새누리당 의원과 연해주국립농업아카데미가 공동으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타티아나 포텐코 부학장은 “푸틴의 극동러시아 개발 중 핵심은 연해주 개발이다”고 말했다.
 
  세미나 개최 3개월 후인 2013년 5월 23일, 푸틴은 비공개 특사를 국제농업개발원으로 보낸다. 이 소장의 말이다.
 
  “러시아 측은 대사관 통역을 대동하면서 권영해 전 안기부장을 동석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러시아 측은 재단 관계자들의 신분을 확인한 후, ‘푸틴 대통령은 절대적으로 연해주 농업경제특구 건설을 지지한다는 말을 전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대통령과 장관, 담당공무원은 교체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권영해 전 부장과 이병화 소장이 20년 이상 이 일에 매달리고 있으니 민간인 파트너로 최적이라고 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구호가 이 무렵 나왔습니다만.
 
  “러시아 측은 매우 희망적으로 관망했습니다. 푸틴 정부는 극동러시아 개발에 무엇을 원하는지 한국 측이 먼저 그림을 그려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는 러시아 전문가는 없고 중국 눈치만 보는 전문가들만 그득한 것 같습니다.”
 
  답답함을 느낀 푸틴 정부는 극동개발부 장관과 총통실을 동원해 극동러시아에 북한군 전현직 장령급(장성급) 1500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내용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것은 장령 1명당 100명 정도를 거느리는 회사를 15개 만들어준다는 의미다. 이병화 소장은 “푸틴은 극동개발 정책으로 남북한 통일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라며 “북한 전체 가정집에 극동러시아산 LPG가스를 3년 동안 무상공급 했다가 유상전환 하는 방법도 고려했다”고 했다.
 
 
  남북통일은 러시아의 이익을 보장
 
  — 러시아 프리모리스키 농업아카데미 석사논문으로 ‘삼위일체 공생농업’을 주장하셨죠?(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1999년 9월 이병화 소장이 논문에서 주장한 삼위일체 공생농업을 국가정책으로 채택했다.)
 
  “러시아 극동 지역 자원, 북한 노동력은 지구촌 최고의 블루오션입니다. 여기에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결합하면 금상첨화라는 거예요. 극동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들은 1970년대 중동의 열사에서 일하던 남한 노동자들의 모습으로, 매우 양질의 노동력입니다. 극동러시아 개발은 종합선물세트처럼 양국이 특별법으로 새로운 국가 건설 차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 푸틴은 남북통일을 극동러시아 자원개발 현장에서 예행연습을 하라고 했다면서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한국, 사회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섞여 국부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러시아,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국, 공산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북한 등 제각각인 체제 속에서 살던 한민족이 연해주에 모여 러시아의 모법(母法)을 중심으로 지구촌 최초로 남북한이 협력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곳의 성공은 지구촌 모두에게 주목을 받을 것이고, 곧 남북통일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이병화 소장은 “푸틴 대통령은 남북한이 극동러시아에 진출하는 대가로 통일에 절대적 기여를 하려 할 것”이라며 “남북통일은 러시아의 이익을 보장하고, 중국과 미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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