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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연구

김문수(金文洙) 전 경기지사가 밝힌 ‘오해’와 ‘진실’

“차기 정권 야권으로 넘어갈 가능성 커”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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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반대하는 의원들, 어떻게 반미·친북 세력과 똑같은 주장을 할 수 있나”
⊙ 2014년 7·30 동작을 재·보선 출마 안 한 이유… 더 좋은 기회 올 것으로 판단했었다
⊙ 대구 수성갑 ‘험지’라 해서 나섰는데, 패배하니 텃밭 뺏긴 정치인으로 낙인
⊙ “나의 전대(全大) 출마 청와대도, 김무성 전 대표 쪽도 원치 않았던 것 같다”
⊙ 청와대서 직접 국무총리 제안 온 적 없어… 2012년 홍보 동영상에 최태민 목사 나오는
    사실 알지 못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만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의 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두 달 전쯤 우연히 사석에서 만난 차 전 의원은 여권 대선 주자인 김 전 지사의 지지율이 3%에 머무는 것을 아쉬워하며 “문수 형이 세 번의 판단 착오를 했다. 보좌했던 나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차 전 의원은 김 전 지사의 최측근이다. ‘김 전 지사의 장남’이라고 불릴 정도로 25년 넘게 인연을 맺어왔다. 차 전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사회·노동 운동을 할 당시부터 곁을 지켜왔고 김 전 지사의 의원 시절엔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2006년 김 전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차 전 의원은 김 전 지사의 지역구였던 경기 부천 소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차 전 의원이 이야기한 세 번의 판단 착오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후보였던 김 전 지사가 민주화와 노동운동을 해온 자신의 삶과 상대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삶을 비교하는 동영상을 틀면서 박 대통령과 고(故) 최태민 목사가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을 삽입한 것이었다. 차 전 의원은 “당시 나는 최 목사 장면을 빼자고 말렸는데 강경파한테 밀렸다. 이 사건으로 문수 형이 국무총리가 되지 못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두 번째는 2014년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 출마 고사였다. 당시 재·보선은 전국 14개 지역구에서 치러진 미니 총선이었다. 14곳 중 8곳을 되찾는 게 새누리당 목표였다. 승리가 절실했던 새누리당은 김 전 지사에게 험지인 서울 동작을 지역에 출마해 달라고 ‘SOS’를 쳤다.
 
  김 전 지사는 끝내 출마를 고사하고 소록도 봉사활동을 떠났다. 차 전 의원은 “문수 형은 선거 출마보다는 낮은 자세로 민심을 살펴보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갈수록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니, 그때 구원투수로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 대신 출마한 나경원 의원은 33개월 만에 3선으로 화려하게 국회에 복귀했다. 나 의원은 20대 총선에서도 동작을 지역에서 승리, 4선 의원이 됐다. 결과론이지만 동작을 불출마는 득보다 실이 컸다.
 
  마지막 세 번째는 20대 총선에서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갑에 출마한 것이었다. 차기 대선에 도전하기에 앞서 먼저 새누리당 텃밭에서 대선 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겠다는 의도였다. 김 전 지사는 이곳에서 4년 전인 19대 총선 때부터 바닥을 다져온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에게 패했다.
 
  야권 불모지인 대구에서 정통 야당 후보가 총선에서 당선된 것은 중선거구제로 치러진 1985년 12대 총선 때 신한민주당 후보 2명이 당선된 이후 31년 만이었다. ‘장남’이라고 불리는 최측근의 분석을 김 전 지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반미·친북 세력과 같은 주장”
 
2012년 8월 6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새누리당 18대 대통령 후보자 서울 합동연설회가 열렸을 때 모습.
  ― 인터뷰를 결심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드 문제 때문에 답답해서요. 북이 보유한 1000여 기의 탄도미사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사드 도입이 불가피합니다. 사드 문제는 5천만 국민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죠.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야당은 사드 설치를 반대하고 있어요. 반미·친북 세력과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죠.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선전·선동 포퓰리즘에 따라가서 되겠습니까.”
 
  김 전 지사는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핵무장을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당장 핵무장을 시작해야 합니다. 북한 핵미사일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이 앞으로 계속 살아남으려면 대등한 핵 억지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8·9 새누리당 전당대회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정현 대표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이 대표가 많이 앞서더군요. 비주류가 단일화에 성공, 마지막 조직표의 행방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주류 쪽으로 쏠리더군요. 이 대표가 제 생각보다 많은 표를 받았어요.”
 
  ― 친박이 다시 당을 좌지우지하게 됐습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것 아닌가요.
 
  “당원들이 위기의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비주류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이 깨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당·청 관계가 완전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원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류, 비주류 모두 나의 전대 출마에 부정적”
 
  ― 주류가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견디다 못한 비주류가 당 밖으로 나갈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당이 분당까지 가지 않도록 지도부가 잘해야겠지요. 대통합을 이뤄야 정권 재창출을 이룰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보수층에서조차 정권 재창출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도 70% 정도는 야권에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희망이 있다면 사드 문제에서 보듯 야권은 안보 의식이 형편없습니다. 이런 세력에 대한민국을 맡기는 것은 ‘나라 그만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외연을 확장하고, 혁신을 거듭해 나간다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요.”
 
  ―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하셨죠.
 
  “총선에서 패배하고 나서 좀 쉬고 있었는데, 《조선일보》 보도(7월 25일) 나오기 며칠 전부터 기자들이 전화해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더군요. 출마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자들이 여론조사 결과가 상당히 좋은데, 왜 출마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결과가 있으면 좀 보여달라고 했어요. 보여준다는 사람도, 그 결과를 보도하는 사람도 없더군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여론조사 하는 지인이 전화해서 저를 후보로 넣겠다는 거예요.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이미 제 이름을 놓고 여론조사를 돌렸더라고요. 어떻게 합니까. 결과 나오면 좀 보자고 했죠.”
 
  ― 결과가 좋았군요.
 
  “제가 많이 나왔더라고요.”
 
  ―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였습니까.
 
  “당원을 포함한 조사였습니다.”
 
  ― 자신감이 생기셨겠네요.
 
  “이 정도 결과면 무난히 승리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측근들을 불러 상의를 했죠. 이 시점에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출마하지 말라고 하던가요.
 
  “아니요. 《조선일보》 보도를 보고 전화를 했다더군요. 제 의중을 대통령께 보고해야 한다면서 진짜 출마하시냐고 묻기에 ‘여론조사가 좋게 나와서 검토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좀 떠봤죠. 제가 김 수석이랑 개인적으로 가깝거든요. 17대 때 김 수석에게 공천을 준 사람이 저이기도 하고(김 전 지사는 당시 한나라당 공심위원장이었다). 어쨌든 제 질문에 김 수석이 본인이 답을 하면 청와대에서 전당대회에 관여한 것이 되기 때문에 말 못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내가 만약 출마를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내 이야기를 잘 전해달라’고 했어요.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더군요.”
 
  ― 비주류 최대 주주인 김무성 전 대표와는 출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제 지인 중에 김무성 대표와 아주 가까운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연결해 줘서 김 대표와 통화를 했죠. 제가 물었어요. ‘나가도 괜찮겠느냐’고.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답변을 기다렸는데, 답이 없더라고요. 그러는 와중에 김용태 의원, 정병국 의원을 돕는 제 지인들이 연락해 출마를 말렸습니다. 어느 쪽도 내가 나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구나’라고 느끼고 출마를 접었죠.”
 
  ― 여론조사 결과가 좋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대표 경선은 ‘세(勢)’가 있어야 합니다. ‘세’는 유력자 또는 국회의원의 확고한 뒷받침이죠.”
 
  ― 현역 중 ‘김문수계’는 없습니까.
 
  “차명진, 안병도 다 떨어졌죠. 이번 20대 총선에서 전멸했습니다. 저도 떨어졌으니, 참 답답한 상황이죠.”
 
  ― 당권 도전을 고민했다는 건 대선 불출마까지 생각했다는 이야긴데요.
 
  “당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대권 불출마를 생각했죠. 많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이대로 가면 당이 깨진다고 걱정했어요. 제가 당을 공명정대하게 운영하면 분당은 막을 수 있다 판단했죠. 결과적으로 불출마했지만요.”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권·대권 분리 규정으로 인해 당권을 쥐게 되면 대권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
 
  ― 불출마했으니, 대권에 도전하시겠네요.
 
  “길은 하나죠. 그런데 제가 대구에서 깨졌잖아요. ‘고향 가서 진 사람이 대권을 거머쥘 수 있겠느냐’ 이런 비판이 나오죠. 제 개인적으로야 대권에 도전하고 싶지만, 객관적 여건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죠.”
 
  ― 애매한 답변이시네요.
 
  “치명타를 입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상황을 지켜봐야겠죠.”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이유
 
김문수 전 지사는 제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19대 총선 때부터 이 지역에서 바닥을 다져온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에게 패했다. 20대 총선 직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김 전 지사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 왜 깃발만 꽂으면 승리한다는 ‘어당새(어차피 당선은 새누리)’ 지역인 대구 수성갑에 나온 겁니까. 경기도 등 좀 어려운 지역에 출마했으면 패배했어도, 지금보다는 타격이 덜했을 텐데요.
 
  “대구 수성갑으로 간다고 하니까 모두 김문수는 꽃가마만 타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하나만 물어볼게요. 4년을 준비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출마하는 수성갑이 ‘어당새’ 지역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수성갑은 험지였습니다.”
 
  ― 당을 위해 험지에 출마하셨다는 이야기인데, 오해받지 않을 험지도 많지 않았습니까.
 
  “재작년(2014년) 가을에 수성을 지역의 주호영 의원이 저한테 수성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수성갑 지역의 이한구 의원에 대한 여론이 정말 좋지 않아 김부겸 의원에게 100% 지니까 와달라는 거였죠. ‘대구의 강남’ 격인 수성갑을 야당에 내줄 경우 정치적 타격이 큰 만큼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였어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죠. 정말 수성갑 출마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계속 와달라는 거예요. 저 외에 대안이 없다고 하면서. 도대체 그렇게 이야기하는 근거가 뭐냐고 물으니, TK 출신 중앙언론 기자들이 김문수 아니면 새누리당에서 김부겸 의원을 이길 사람은 없다고 분석한다는 겁니다. 그걸 알아서였는지 수성갑 지역의 이한구 의원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더라고요. 내 고향이 TK(경북 영천)잖아요. 마지막으로 고향을 위해 봉사하자는 마음에서 수성갑 출마 선언을 했죠.”
 
  ―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 반응은 어땠습니까.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할 때예요. 유 의원에게 대구 지역 의원들은 내가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죠.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출마하지 않으려고요. 유 의원이 한 명도 반대하는 의원이 없었다고 전해주더군요. 대구 의원 중 고등학교(경북고등학교) 후배들 외에는 저와 인연이 있는 분이 거의 없는데 만장일치라고 하니, 출마해도 되겠구나 했죠.”
 
  ― 왜 패배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중앙언론은 꽃가마 타려 한다고, 지역언론은 수도권 규제 완화로 경기도 발전시킨 사람은 대구를 황폐화시킨 장본인이라고 비판했어요. 김부겸 의원이 4년 이상 지역구를 닦아놔서 안 그래도 불리했는데, 더 불리해졌죠. ‘너 뭐하러 여기에 왔느냐’는 소리를 하루에도 수백 번은 들은 것 같아요. 안타까웠죠. (전직 의원의) 조직도 하나도 없었어요. 대구에서 활동하는 의원들은 조직 관리를 잘 안 하잖아요. 씨만 뿌려놓으면 되니까요. 인제 와서 이런 분석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 제가 부족했던 것이죠.”
 
  ― 공천 파동 영향은 없었습니까.
 
  “수성갑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지역구였잖아요. 또 수성갑이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인 경산이랑도 붙어 있어요. 애매하게 공천을 못 받은 주호영(수성을), 류성걸(동구갑), 유승민(동구을) 의원 지역구와도 붙어 있고. 참 갑갑한 상태였죠.”
 
 
  동작을 보궐선거에 나서지 않은 이유
 
  ― 2014년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다면 탄탄대로를 걸으셨을 것 같습니다.
 
  “정치인은 자신이 한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2014년 동작을 보궐선거가 7월 30일에 있었어요. 저한테 제안이 온 게 6월이었는데, 제 경기도지사 임기가 6월 말까지였어요. 도지사를 그만두자마자 선거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도지사직 유종의 미도 거두고 싶었고요.”
 
  ―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월간조선》(2014년 11월호) 인터뷰에서 지사님께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요청하면 출마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던데요.
 
  “제 기억으론 대통령이 아니라, 대표가 직접 요청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 그때 대표가 누구였습니까.
 
  “황우여 대표였습니다.”
 
  ― 황우여 대표가 요청했다면 출마하셨겠네요.
 
  “당 대표 이야기는 도지사 임기가 끝나자마자 선거에 출마하라는 당의 요구가 난감하다는 뜻에서 한 겁니다. 도지사 관두고 바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제가 생각한 코스가 아니었습니다. 3선 국회의원에 재선 도지사까지 20년 가까이 쉼 없이 달려온 만큼 민생을 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측근들도 재·보선 출마보다 쉬면서 정비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고요.”
 
  ― 1년 후인 2015년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러브콜이 왔는데, 그것도 거절하셨어요.
 
  “당에서 성남 중원에 나가라고 했죠. 성남은 저와 인연이 있는 지역입니다. 제 인생에 가장 큰 은인이 이영숙 소피아 수녀님이십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해고노동자이자 삼청교육대상자로 도피 중이었습니다. 그 당시 친구의 소개로 소피아 수녀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성남에서 노동운동을 할 때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성남 공단 소재 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는 신상진을 만났습니다. 열심히 하는 후배였어요. 저랑 아주 가까워졌죠. 성남 중원은 신상진이 오랫동안 닦아놓은 지역구였습니다. 저랑 친한 운동권 후배 신상진을 밀어내고 제가 나가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신 의원은 김 전 지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15년 만에 의대를 졸업하고 나서도 지역 시장 인근에 조그만 병원을 개원, 형편이 어려운 노동자들의 무료 진료를 도맡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김문수 지사가 저한테 ‘성남 슈바이처’라는 별명을 붙여주셨죠. 김 전 지사는 저에게 정말 고마운 선배입니다.”
 
  신 의원은 4·29 재·보선에 이어 20대 총선에서도 승리, 4선 고지를 밟았다.
 
  ― 20대 총선 때는 종로 출마설도 있었습니다.
 
  “거기 당협위원장이 정인봉입니다. 정인봉 친형이 제 서울대학교 선배인데, 운동권 서클에서 같이 활동했죠. 선배 집에 놀러가면 정인봉이 형님, 형님 하면서 따랐죠. 그런 연이 있는데 제가 어떻게 종로에 갑니까.”
 
 
  반기문 총장과의 인연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을 보면 여권(與圈)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야권(野圈)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반 총장과 예선에서 대결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지사는 잠재적 라이벌인 반 총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반 총장은 좌편향 된 사람이 아니다”며 “좌파 정권 때 턱도 없는 이야기하는 고위 공무원이 많았는데, 반 총장은 그렇지 않았다. 지도자의 자격을 갖춘 분”이라고 했다.
 
  ― 좌파 정부 때 턱도 없는 이야기하는 고위 공무원이 많았다고 했는데, 대표적 인사가 누굽니까.
 
  “실명을 밝혀서 좀 그렇지만 임동원씨 같은 분이 NLL 포기를 추진하려고 하고 그랬죠.”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인연이 있습니까.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당선되는 데 한몫했죠.(하하)”
 
  ― 한몫했다는 분들이 많던데요.
 
  “라난 루리(Ranan Lurie)라고 아주 유명한 시사만화가가 계세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분이죠. 이분이 2006년에 유엔이 정한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경기도를 방문하셨어요. 제가 도지사였는데, 외교부에서 전화가 왔어요. 그분 좀 잘 모셔달라고요. 그래야 반 총장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도 도움이 된다고. 그분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줬죠.”
 
  ― 뭘 요구하던가요.
 
  “DMZ를 방문하고 싶어 했어요. 제가 안내를 해드렸죠.”
 
  라난 루리는 이집트 출생으로 예루살렘대학을 졸업하고 20세에 이미 시사 만화집을 발간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1974년 미국으로 귀화한 그는 《뉴스위크》를 비롯한 유력지에 시사만화 칼럼을 기고했다. 또 웨스트포인트, 스탠퍼드대학 등에서 시사만화철학을 강의했다. 그는 2006년 말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취임을 축하하는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테러(TERROR), 기아(HUNGER),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량학살(GENOCIDE) 등 반 총장이 해결해야 할 국제 과제를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나쁘게 지낸 적 없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10월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당 대통령선대위발대식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이야기하는 모습. 김 전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나쁘게 지낸 적 없다”고 했다.
  ―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반 총장과의 대결이 불가피합니다. 주류 측은 반 총장을 지지해 줄 것 같은데요.
 
  “저는 주류 측의 지원을 못 받을까요. 저도 받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 박근혜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 아닌가요.
 
  “제가 새누리당에 들어온 지 23년 됐습니다. 이 기간에 박근혜 대통령과 나쁘게 지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나왔을 때 성심성의껏 도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로서 2004년 천막당사 할 때는 제가 공천심사위원장이었고요. 사이가 나쁠 리 없죠.”
 
  ―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지사님 캠프에서 튼 홍보 동영상에 고 최태민 목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박 대통령이 상당히 분노했다던데요.
 
  “그 일로 김천에서 멱살까지 잡혔죠. 한 남성분이 ‘네가 뭔데 박근혜를 욕하느냐. 너 같은 × 때문에 당 지지율이 안 오른다’고 욕을 했지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생활한 분이라면 저는 밑바닥 공장에서 자란 사람이라는 것을 대비시키는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의견이 있었어요. ‘오케이’ 했지요. 그런데 동영상을 제작하는 쪽에서 박 대통령의 청와대 활동 모습을 찾다가 최 목사와 같이 앉아 있는 사진을 삽입했나 봐요. 저는 몰랐죠. 제가 제작에 참여하는 게 아니니까요. 당사자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고의가 아니었죠.”
 
  당시 박 대통령 캠프 측은 이 동영상에 대해 “최 목사와의 ‘부적절한 관계’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려는 네거티브”라며 흥분했다.
 
  ― 이 일 때문에 앙금이 남아 국무총리에 임명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알고 계셨는지요.
 
  “그런가요? 저는 몰랐습니다.”
 
  ― 신임 국무총리를 임명할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는데, 실제 청와대에서 연락받은 적 있나요.
 
  “한 번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총리 단수 후보로 올라간 적이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저와 가까운 여권 핵심 관계자가 단수 후보니 조금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전해줬어요. 공식 통보는 아니었고요.”
 
  ― 왜 안 됐을까요.
 
  “대통령 뜻이겠죠.”
 
  ― 국무총리직 말고 다른 요직을 제안받은 적은 없습니까.
 
  “없어요.”
 
  ― 2014년 말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여러분의 동문이다. 동문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조상 욕하고 대통령 욕하는 것은 참 지성이 아닌 가짜 지성”이라고 말씀하셔서 논란이 됐습니다.
 
  “아직도 대통령 당선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한테 당선무효 책 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선거에 의한 대통령을 인정 안 하면 되나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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