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은 ‘깨진 바가지’… 송사리밖에 올라탈 수 없어
⊙ 반기문 총장은 ‘1만 시간의 법칙’에 해당 안돼… 작두 위에서 얼마나 버틸지 궁금
⊙ 개헌은 필요… 한국형 개헌으로 연정聯政가능케 해야
⊙ “문재인은 매우 겸손, 안철수는 잘 모르겠다”
⊙ 공유적 시장경제가 한국이 살길… 박근혜 대통령도 수긍했다
⊙ 반기문 총장은 ‘1만 시간의 법칙’에 해당 안돼… 작두 위에서 얼마나 버틸지 궁금
⊙ 개헌은 필요… 한국형 개헌으로 연정聯政가능케 해야
⊙ “문재인은 매우 겸손, 안철수는 잘 모르겠다”
⊙ 공유적 시장경제가 한국이 살길… 박근혜 대통령도 수긍했다
남경필(南景弼·51) 경기도지사가 인터뷰 장소로 선택한 곳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었다. 약속보다 조금 빨리 도착해 벽을 훑어보니 이름을 알 만한 만화가들이 그곳에 작업실을 두고 있었다. 김성모·장태산 작가 등으로, 성인들이나 읽을 법한 자극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는 이들이었다.
“오늘, 만화 같은 발언들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에 이어 3탄으로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인터뷰하기에 앞서 내가 한 말은 한 가지였다. “세 지사를 다루며 분량도 같다. 내용에 따라 비교가 될 테니 알아서 하시라”는 것이었다. 세 지사 모두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요즘 차기 대통령 후보 출마 여부로 화제가 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러는 것이었다. “훌륭한 분이시죠. 끝까지 완주(完走)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고요? 본인에게 달렸죠. 끝까지 가느냐, 중도에서 포기하고 마느냐는. 그런데 정치에는 이런 게 있어요. 작두 위에 올라탄 것과 같다는 ….”
그 말에 갑자기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작두와 함께 그 위에서 춤추는 무당이 연상됐다. 그 순간 남 지사는 이러는 것이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요. 적어도 그 정도는 내공을 쌓아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분(반기문 총장), 외교관으로는 1만 시간이 훨씬 넘었겠지요. 그런데 정치인으로서는 ….”
‘새는 바가지’에는 송사리만 올라탄다
반 총장을 이렇게 평하더니 그는 “정치를 하려면 결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기를 국어사전은 이렇게 풀이한다. 첫째 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성을 내거나 왈칵 행동하는 성미, 둘째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다. 남 지사는 반 총장이 외교관으론 베테랑일지 몰라도 정치인으론 초보라는 걸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반 총장’이라는 1번 문제를 이렇게 정리하더니 그는 새누리당의 상황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요약하기 시작했다. “제가 반 총장이라도 ‘새는 바가지’에 올라타겠어요? 지금 새누리당은 다 부서진 것을 얼기설기 테이프로 겨우 봉합해 놓은 것에 불과한데. 깨진 바가지에 뭘 담을 수 있겠어요? 송사리나 올라타면 모를까.”
질문을 할 새도 없이 그의 말을 받아 적기에 바빴다. “지금의 혁신위원회, 기대할 게 없어요. 지난번 모임, 그건 외부에 말 안하기로 했으니 양해해 주세요.” 지난번 모임이란 앞서 원 제주지사 기사에도 등장한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희옥 혁신위원장이 남 지사, 원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초대한 자리를 말한다.
“국민들이 이번에 새누리당에 질문을 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너 지금 상황이 위기인 것을 아느냐. 둘째 왜 총선에서 졌는지 아느냐. 세 번째 너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느냐.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뭐하고 있습니까. 국민들의 첫 번째 질문에도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잖아요. 이런데 무슨 개혁을 바라겠어요.”
남 지사에 따르면 지금의 새누리당은 국민들 앞에서는 위기라고 하는데, 말은 그렇게 하는데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 총선에서 졌는지 진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암인지 감기인지 알아야 수술을 할지 약을 먹을지 결정할 게 아닙니까? 암에 걸렸는데 감기약만 먹고 있다면 그게 제대로 치료가 되겠습니까?”
남 지사는 “제가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을 이렇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졌습니다’ 하고 반성하는 것, 둘째 지금 상황으로 가면 새누리당의 위기가 아니고 보수(保守) 전체가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것, 셋째 외연(外延)을 확대하기는커녕 지지층도 잃어버리고 있는 것. 이걸 인정해야 혁신위가 해야 할 일이 나오지요.”
‘총선 실패 백서’? 일서나 이서면 족해
— 새누리당에서는 총선 패배의 원인을 담은 백서(白書)를 내겠다고 합니다.
“백서요? 필요없어요. 일서(一書), 이서(二書)면 족해요. 무슨 백서까지….”
— 지금 상태로 간다면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할 확률을 어떻게 봅니까.
“지금 상태로간다면 90% 이상 질 확률이 높지요.”
— 바꾼다면?
“바꾼다면 해볼 만하지요. 그런데 아까도 제가 말했잖아요.”
— 깨진 바가지요?
“(손바닥으로 바가지 모양을 만들더니) 요만한 바가지에 붕어라도 올라타겠어요? 피라미나 올라탈까? (피라미보다 송사리가 더 실감난다고 하자) 흐흐흐. 맞아, 송사리요.”
— 그 말은 반기문 총장 같은 분들도 새누리당의 상황을 저울질하고 올라탈까 말까 하고 계산을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만.
“전 깨진 바가지 얘기만 할게요.”
— 일각에서는 반 총장을 빨리 등판시켜 맷집을 테스트한 뒤 안 되겠다 싶으면 다른 주자를 영입하려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같은.
“정치권에서야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 차기 대통령에 도전할 겁니까.
“대통령 출마는 제가 한다 안 한다 말할 수가 없는 거지요.”
—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정치인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라고 했잖아요.
“그거 밥 먹으면서 한 말인데 섬데이(Someday·언젠가)라는 얘기였어요.”
—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같은 분을 영입한 게 대권 캠프 꾸리기로 비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요, 팩트와 사람들의 인식이 참 달라요. 윤 전 장관 같은 분이 그렇습니다. 총선 전에 그분을 영입하려 했는데, 대권 캠프가 아니고 실무자 같은 자리였는데 그분이 선뜻 ‘해 보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런 사실을 기자들도 다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기사는 멘토를 모셔왔네, 대권 도전 캠프를 가동했네, 이렇게 나가더군요.”
— 왜 윤 전 장관 같은 분을 영입하려 한 겁니까.
“제가 지사가 되고 난 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한 말이 계속 생각났어요. 집채만 한 파도가 덮치면 2~3일 정도 정신을 못 차리는데 정신을 차리려고 하면 다시 파도가 덮친다는. 경기도지사 하면서 그런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메르스 사태였지요. 그래서 조기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이나 빅데이터를 구축하려는 차원에서 여러 인재들을 모셔오기로 한 겁니다. 윤 전 장관뿐 아니라 경기도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 또 누가 있습니까.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화수 전 잡코리아 대표 같은 분들이지요.”
— 말씀하는 걸 들으니 윤여준 전 장관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전 그분이 겸손하고 지적이고 유연하다고 보는데요?”
— 제 시각과 정반대네요. 전 그분이 욕심 많고 노회하고 권력만 좇는 것 같은데, 그분이 지원해서 대통령 된 분이 있나요? 이회창씨처럼 다 실패한 거 같은데.
“저는 사람을 볼 때 장점만을 보는 스타일입니다. 모든 사람이 장단점이 있지요. 그럴 때는 장점을 부각시켜 힘을 내게 하는 게 리더의 역할입니다.”
— 남 지사 본인의 장점은 뭔가요.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지요.”
— 그거 ‘접대용 멘트’ 같습니다만.
“진짭니다. 저라는 인간 자체가 불안하다는 것을 전 잘 알고 있어요. 그럴 때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게 정(正)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하게 됩니다. 그런 게 바로 민주주의의 시작이고요.”
— 이번 국회 시작부터 개헌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개헌은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나오는 개헌론은 방향을 잘못 잡은 거지요.”
— 왜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합니까.
“지금 등장한 개헌론의 주제는 권력구조 개편인데 이게 국민들에게는 ‘넌 오브 마이 비즈니스(None of my business·내 알 바 아니다, 관심없다는 뜻)’거든요. 그래서 이런 식의 개헌은 안 될 거라고 봅니다.”
— 그럼 남 지사께서 생각하는 개헌은 어떤 겁니까.
“전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던진 메시지가 두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 양당제를 그만해라. 양당제 시켜 놓았더니 만날 싸우고 권력만 서로 주고받는다. 그러니 3당, 4당 체제로 가라는 거지요. 그것은 또한 지금의 영남·호남 기득권 체제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국민의 꾸짖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1표만 이기면 독식하는 소선거구제보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신설해야 한다고 봐요. 한마디로 ‘양당제 그만해’ 식의 개헌이요.”
— 개헌을 한다면 아무래도 지금의 대통령제에 손을 대야 할 텐데요.
“손을 대긴 해야죠. 제가 생각하는 것은 대한민국형 정치구조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예를 들면 저는 연정(聯政)이 가능하도록 정치구조를 바꿨으면 해요. 대통령은 직선제로 가야죠. 국민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뽑고 싶어하니까요.”
국민의 요구는 양당제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것
— 연정이 가능하다는 게 ….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민주당에 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안 되면 곧 신설된다는 정무장관으로 야당 출신을 임명하거나. 권력은 놓으면 되는 겁니다. 그래야 연정도 되고 협치(協治)도 되지요.”
— 그게 가능합니까.
“분권형 대통령제, 이게 제가 그리는 개헌인데 이원집정부제랑은 조금 달라요. 예를 들면 내각을 정당의 득표 수에 따라 임명하는 식이면 연정도 되고 협치도 가능해집니다.”
— 말은 근사한데 어째 안 될 거 같은데요.
“경기도 의회를 보세요. 본회의장이 너무 무료해요. 지난번에 누리과정 때문에 시끄러워지자 기자들이 ‘드디어 경기도 의회가 정상화됐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 경기도 의회가 정말 그렇습니까.
“진짜라니까요. 일단 부(副)지사가 민주당이잖아요. 제가 앞으로 지방장관 제도를 곧 도입할 건데 그게 사실 법으로 금지돼 있어서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려고 합니다. 그 자리도 야당에게 줄 생각입니다.”
— 지방장관을 몇 자리나.
“5개 정도 만들려고 합니다. 경제·복지·환경 같은. 그렇게 하면 제가 편해요.”
—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정확히 일합니다. 저녁에는 주로 혁신가들을 만나지요. 저녁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서 아이디어를 얻고 쓸 만한 게 있으면 정책실장에게 검토해 보라고 합니다. 검토 후 해 볼 만하다 싶으면 팀을 구성하고요. 저는 회의도 결재도 한꺼번에 모여서 합니다.”
— 한꺼번에 모이다뇨.
“따로 해 보니까 부처간 칸막이가 있어서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국장들에게 현안이나 계획을 프레젠테이션해 보라고 시켰어요. 처음에는 진땀들을 뻘뻘 흘렸어요. 실력이 다 드러났지만 전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장이면 앞으로 부지사 될 분들이 아니냐. 협업을 해야 한다’고요. 국장들 다음에는 과장을 시켰고 지금은 팀장들을 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회의와 결재는 TV로 생중계됩니다.”
— 무슨 효과가 있던가요.
“모든 게 투명하게 공개되니 인사철에 청탁을 할 수가 없게 되지요. 전 발표나 좋은 아이디어를 낸 분들에겐 동네에서 피자나 통닭이나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보내 줍니다.”
오렌지족도 맞고 금수저도 맞지만 내가 선택한 건 아냐
—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오렌지족’이니 ‘금수저’니 하는 말들을 들으면 억울하지 않습니까.
“오렌지족도 맞고 금수저도 맞는데요, 뭘. 그런데 한 가지 말할 건 있습니다. 오렌지족도 금수저도 제가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좋은 집안 잘사는 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히 여기고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있어요. 혁신을 원래 금수저 출신들이 잘하거든요.”
— 금수저가 혁신을 잘합니까.
“뉴딜 정책을 내놓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유명한 금수저잖아요. 인도의 간디 역시 거의 왕자(王子) 출신이었고요.”
— 남 지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옳은 거 같지만 현실정치는 진흙탕 싸움 아닙니까. 금수저가 버틸 수 없을 거 같은데….
“저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스스로 약속한 게 있어요. 출마를 결심했더니 온갖 일들을 다 걸어 공격해 오더군요. 저도 대응하려 했지요. ‘나도 당신들이 지난 여름에 한 일을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밤 꿈을 꿨어요. 에이, 이런 이야긴 안 해야 하는데.”
— 해 보세요.
“반격 준비를 단단히 하다 잠이 들었는데 하나님께서 꿈에 나타났습니다. 그 순간 제가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온몸이 다 땀에 젖었습니다. 그후 제가 읽은 성경 구절이 있습니다. 마태복음 6장입니다. 그 이후부터 저는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실천했습니다. 야당 후보로 경쟁했던 김진표 선배와 누가 당선되든지 이런 것은 실천하자는 연정(聯政) 합의서도 썼고 그것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연정 합의만 실천하는 데도 1년에 1조원이 듭니다.”
— 그건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안 해도 남 지사가 승리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 아닙니까.
“무슨 말씀을요, 겨우 0.8% 이겼는데. 그때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어요. 연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말했던 민주당 출신인 이기우 부지사를 임명한 건데요. 그분이 옆에 있으면 저 스스로 굉장히 조심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게 되고요. 연정에 대해 독일 아데나워 수상이 한 말 아십니까?”
반대 목소리가 없는 정권은 외눈박이 되기 쉬워
— 모르죠.
“아데나워 수상이 어느 해 선거에서 연정을 안 해도 될 만큼 압도적인 의석을 얻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제야 단독 내각을 구성하겠다’며 기대했는데 아데나워 수상은 연정을 했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부에 반대 목소리가 없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요. 반대 목소리가 없으면 외눈박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 혹시 대통령이 돼서도 연정을 할 생각입니까.
“저는 대통령 후보 경선부터 옛날 방식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제가 보여주려는 정치는 결과와 상관없이 새로운 선거예요. 전 국가적 과제를 놓고 후보들이 토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에 대해서는 누가 후보가 되느냐,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관계없이 연정합의서를 만들고 그대로 추진하면 되고요. 만날 도덕 검증이나 해서야 되겠습니까?”
— 그건 남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가능하겠지만 야당 후보가 되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께서 경기도청을 두 차례나 방문했는데 제가 하고 있는 연정, 협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해 주셨습니다. 권력은 나눠야 합니다. 혼자 독식하려고 하면 탈이 나지요”
— 문 전 대표가 남 지사를 포섭하려고 일부러 치켜세운 거 아닐까요.
“하하. 포섭하면 제가 문 전 대표를 하지요. 제가 당하겠습니까?”
— 문재인씨와 안철수 의원 가운데 누가 더 연정과 협치가 가능한 인물이라고 봅니까. 즉 권력을 독식하지 않을 사람이 누구 같아 보입니까.
“문 전 대표는 정말 괜찮은 분이던데요. 생각보다 굉장히 겸손하시고. 안 의원은 잘 모르겠고.”
— 그 말은 안 의원이 더 욕심이 많아 보인다는 뜻입니까.
“그런 뜻은 아니고요. 안 의원과는 깊은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어서요. 사람을 알려면 역시 둘이서만 깊은 이야기를 해 봐야 해요.”
— 다시 대선 이야깁니다만 제가 굉장히 의문을 가진 분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입니다. 전 그분의 노동운동 경력 때문에 기대를 걸었는데 의외로 지지율이 끝내 오르지 않더군요.
“두자릿수로 가려면 뛰어오르는 부분이 있어야 해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요. 밋밋해선 안 됩니다.”
— 본인이 보는 남경필의 장점이라면.
“아까 말했듯 제가 못난 걸 안다는 것, 제 부족한 부분을 타인(他人)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 아닐까요.”
— 단점은.
“오렌지족, 금수저 외에는 아들 문제? 그리고 이혼했다는 것 정도 아닐까요?”
— 아들 문제라면 몇 년 전 물의를 일으킨 그분?
“그 아이는 지금도 반성하고 있어요. 중국 칭화대도 자퇴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해 보고 싶다며 모색하는 중입니다.”
— 이혼이 왜 흠이 됩니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하지 못했으니까요.”
— 에이, 지금 세상에 무슨 수신제가를. 그리고 이혼한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그렇겠네요. 이혼한 분들이 많으니 ….”
— 말씀하는 걸 들으니 대권 도전을 이미 결심한 거 같은데.
“결단은 이미 하고 있지요. 그런데 용어에 수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말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경기도 리빌딩(Rebuilding)에 성과가 나면 국민들이 ‘경기도에서 성공했으니 대한민국도 리빌딩해 봐라’ 하고 권하지 않을까 합니다. 경기도 인구가 우리 국민 전체의 4분의 1인데 자연스럽게 그런 권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 야구로 치면 구원투수인 셈인가요.
“구원인지 주전(主戰) 투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돼야 한다고 봅니다.”
— 7월 1일이면 경기도지사가 된 지 정확히 2년이 되는데 그동안의 성적표를 스스로 매긴다면.
“한 70점 정도 될까요?”
공유적 시장경제가 우리의 살길
— 속으로는 95점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건설 계통은 결실을 보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대신 소프트한 것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임(前任) 지사가 해 놓으신 것도 있으니까요. 일례로 ‘스타트업 캠퍼스’라든가 ‘경기도 주식회사’ 같은 것은 ‘공유적(共有的) 시장경제’의 징표입니다.”
— 공유적 시장경제가 뭡니까.
“내년에 제2판교에 자율자동차 테스트 베드(Bed)가 생깁니다. 기본은 우리가 깔아 주고 일자리 만들어서 돈벌고 세금 내는 것은 기업이 맡는 것, 쉽게 말하면 그게 공유적 시장경제지요.”
— ‘스타트업 캠퍼스’나 ‘경기도 주식회사’나 모두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만.
“전 개인의 행복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이 행복해야 나라도 행복해지니까요. 행복의 첫째 조건은 일자리예요. 제가 경기도지사가 된 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생기는 일자리의 50%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 사실 일자리 창출이나 저출산·결혼기피 같은 것들이 따지고 보면 부실한 교육정책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 교육에 두 가지 병목이 있다고 봐요. 하나가 대학입시, 또 다른 게 취업인데 지금까지는 대입(大入)에 포커스가 맞춰졌잖아요. 그게 잘못된 거죠. 취업에 맞춰져야 하는데. 그 병목을 단번에 깨려면 고졸 출신도 삼성그룹에 입사하거나 경기도청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도 삼성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 되면 뭐 하러 명문대학 들어가려고 기를 쓰겠습니까.”
처음 인터뷰에 40분을 할애했던 남경필 지사는 “이제 그만 됐다”고 일어서려는 기자를 오히려 붙잡았다. 뭔가 흥이 났는지 몇 가지를 더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언론 용어로 치면 ‘제목거리’를 주겠다는 듯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저는 수도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자는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 서울에서 세종시로 수도를 완전히 옮기자고요?
“청와대와 국회 모두 세종시로 가야 합니다. 작게 보면 비효율이고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자랑스러운 현대사의 양 축이었던 정치와 경제 가운데 정치가 이제는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됐기 때문에 서울에서 분리시켜야 한다는 거죠”
수도 이전은 기득권 깨기… 노무현도 생각은 했지만 밝히진 못해
— 수도 완전 이전이 다음 대선에서 어젠다가 될 거 같은데, 명분만 그렇지 실제는 충청도민 마음 사로잡기로 보입니다.
“사실은 기득권을 깨자는 거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세종시에 행정수도를 세울 때 이런 말을 못했어요. 기득권 깨기라고 속으로 생각은 했지만요.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것이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전 그 길이 공유적 시장경제라고 생각하고요.”
— 공유적 시장경제에 집착이 많은 거 같습니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에 들어섰습니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오픈 플랫폼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새로운 권력이 됐지요. 전 그게 불만입니다. 그들이 수집한 정보로 뭘 할지 모르는데 왜 우리 운명을 페이스북이나 애플이나 아마존에 맡겨야 합니까? 제가 우리 경제를 축구에 비교해 볼까요?”
— 축구요?
“전 우리 경제의 스트라이커는 괜찮다고 봅니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가 있으니까요. 공격형 미드필더는 바이오산업처럼 강하고 도전적인 기업을 말합니다. 제가 박근혜 대통령한테 ‘창조경제의 아들을 낳자’고 해서 허락을 얻었어요. 그게 제2판교에 들어설 자율운행 자동차 테스트 베드입니다.”
— 처녀 대통령께 아들을 낳자니요.
“아! 그건 잘못됐다. 어쨌건 BMW, 테슬러, 도요타 같은 빅4 자동차업체들을 찾아다니며 ‘너희가 자율운행 자동차를 개발 중인데 우리가 실험용 도시를 만들려 한다. 뭐가 필요하냐’고 묻고 다닙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다 해 주려고요. 그러면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 공격형 미드필더는 그렇다 치고 수비형 미드필더는요.
“전통적인 중소기업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기도가 지원해 주려 합니다. 앞서 말한 ‘경기도 주식회사’는 상법에 해당되는 회사입니다. 경기도가 생산만 안 할 뿐이지요. 중소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진출시키려 하는데 그런 네트워크가 경기도에는 이미 만들어져 있어요.”
— 수비수는?
“자영업자나 은퇴자들입니다. 그분들도 분명 사회의 일원인데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안 되지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 협동조합 공동체를 만들려 합니다.”
40분 정도로 할애하겠다던 인터뷰 시간이 1시간2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남경필 지사는 찬스를 잡으면 놓치지 않는 장기(長技)가 있는 듯했다.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나도 공기 좋은 경기도에서 살고 싶다”고 했더니 눈을 번쩍이며 “예산이 얼마 있느냐”고 묻더니 자신이 사는 흥덕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가 보고 싶어졌다.⊙
“오늘, 만화 같은 발언들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에 이어 3탄으로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인터뷰하기에 앞서 내가 한 말은 한 가지였다. “세 지사를 다루며 분량도 같다. 내용에 따라 비교가 될 테니 알아서 하시라”는 것이었다. 세 지사 모두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요즘 차기 대통령 후보 출마 여부로 화제가 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러는 것이었다. “훌륭한 분이시죠. 끝까지 완주(完走)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고요? 본인에게 달렸죠. 끝까지 가느냐, 중도에서 포기하고 마느냐는. 그런데 정치에는 이런 게 있어요. 작두 위에 올라탄 것과 같다는 ….”
그 말에 갑자기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작두와 함께 그 위에서 춤추는 무당이 연상됐다. 그 순간 남 지사는 이러는 것이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요. 적어도 그 정도는 내공을 쌓아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분(반기문 총장), 외교관으로는 1만 시간이 훨씬 넘었겠지요. 그런데 정치인으로서는 ….”
‘새는 바가지’에는 송사리만 올라탄다
반 총장을 이렇게 평하더니 그는 “정치를 하려면 결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기를 국어사전은 이렇게 풀이한다. 첫째 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성을 내거나 왈칵 행동하는 성미, 둘째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다. 남 지사는 반 총장이 외교관으론 베테랑일지 몰라도 정치인으론 초보라는 걸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반 총장’이라는 1번 문제를 이렇게 정리하더니 그는 새누리당의 상황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요약하기 시작했다. “제가 반 총장이라도 ‘새는 바가지’에 올라타겠어요? 지금 새누리당은 다 부서진 것을 얼기설기 테이프로 겨우 봉합해 놓은 것에 불과한데. 깨진 바가지에 뭘 담을 수 있겠어요? 송사리나 올라타면 모를까.”
질문을 할 새도 없이 그의 말을 받아 적기에 바빴다. “지금의 혁신위원회, 기대할 게 없어요. 지난번 모임, 그건 외부에 말 안하기로 했으니 양해해 주세요.” 지난번 모임이란 앞서 원 제주지사 기사에도 등장한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희옥 혁신위원장이 남 지사, 원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초대한 자리를 말한다.
“국민들이 이번에 새누리당에 질문을 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너 지금 상황이 위기인 것을 아느냐. 둘째 왜 총선에서 졌는지 아느냐. 세 번째 너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느냐.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뭐하고 있습니까. 국민들의 첫 번째 질문에도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잖아요. 이런데 무슨 개혁을 바라겠어요.”
남 지사에 따르면 지금의 새누리당은 국민들 앞에서는 위기라고 하는데, 말은 그렇게 하는데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 총선에서 졌는지 진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암인지 감기인지 알아야 수술을 할지 약을 먹을지 결정할 게 아닙니까? 암에 걸렸는데 감기약만 먹고 있다면 그게 제대로 치료가 되겠습니까?”
남 지사는 “제가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을 이렇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졌습니다’ 하고 반성하는 것, 둘째 지금 상황으로 가면 새누리당의 위기가 아니고 보수(保守) 전체가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것, 셋째 외연(外延)을 확대하기는커녕 지지층도 잃어버리고 있는 것. 이걸 인정해야 혁신위가 해야 할 일이 나오지요.”
‘총선 실패 백서’? 일서나 이서면 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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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5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연정 관련 국회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백서요? 필요없어요. 일서(一書), 이서(二書)면 족해요. 무슨 백서까지….”
— 지금 상태로 간다면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할 확률을 어떻게 봅니까.
“지금 상태로간다면 90% 이상 질 확률이 높지요.”
— 바꾼다면?
“바꾼다면 해볼 만하지요. 그런데 아까도 제가 말했잖아요.”
— 깨진 바가지요?
“(손바닥으로 바가지 모양을 만들더니) 요만한 바가지에 붕어라도 올라타겠어요? 피라미나 올라탈까? (피라미보다 송사리가 더 실감난다고 하자) 흐흐흐. 맞아, 송사리요.”
— 그 말은 반기문 총장 같은 분들도 새누리당의 상황을 저울질하고 올라탈까 말까 하고 계산을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만.
“전 깨진 바가지 얘기만 할게요.”
— 일각에서는 반 총장을 빨리 등판시켜 맷집을 테스트한 뒤 안 되겠다 싶으면 다른 주자를 영입하려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같은.
“정치권에서야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 차기 대통령에 도전할 겁니까.
“대통령 출마는 제가 한다 안 한다 말할 수가 없는 거지요.”
—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정치인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라고 했잖아요.
“그거 밥 먹으면서 한 말인데 섬데이(Someday·언젠가)라는 얘기였어요.”
—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같은 분을 영입한 게 대권 캠프 꾸리기로 비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요, 팩트와 사람들의 인식이 참 달라요. 윤 전 장관 같은 분이 그렇습니다. 총선 전에 그분을 영입하려 했는데, 대권 캠프가 아니고 실무자 같은 자리였는데 그분이 선뜻 ‘해 보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런 사실을 기자들도 다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기사는 멘토를 모셔왔네, 대권 도전 캠프를 가동했네, 이렇게 나가더군요.”
— 왜 윤 전 장관 같은 분을 영입하려 한 겁니까.
“제가 지사가 되고 난 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한 말이 계속 생각났어요. 집채만 한 파도가 덮치면 2~3일 정도 정신을 못 차리는데 정신을 차리려고 하면 다시 파도가 덮친다는. 경기도지사 하면서 그런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메르스 사태였지요. 그래서 조기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이나 빅데이터를 구축하려는 차원에서 여러 인재들을 모셔오기로 한 겁니다. 윤 전 장관뿐 아니라 경기도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 또 누가 있습니까.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화수 전 잡코리아 대표 같은 분들이지요.”
— 말씀하는 걸 들으니 윤여준 전 장관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전 그분이 겸손하고 지적이고 유연하다고 보는데요?”
— 제 시각과 정반대네요. 전 그분이 욕심 많고 노회하고 권력만 좇는 것 같은데, 그분이 지원해서 대통령 된 분이 있나요? 이회창씨처럼 다 실패한 거 같은데.
“저는 사람을 볼 때 장점만을 보는 스타일입니다. 모든 사람이 장단점이 있지요. 그럴 때는 장점을 부각시켜 힘을 내게 하는 게 리더의 역할입니다.”
— 남 지사 본인의 장점은 뭔가요.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지요.”
— 그거 ‘접대용 멘트’ 같습니다만.
“진짭니다. 저라는 인간 자체가 불안하다는 것을 전 잘 알고 있어요. 그럴 때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게 정(正)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하게 됩니다. 그런 게 바로 민주주의의 시작이고요.”
— 이번 국회 시작부터 개헌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개헌은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나오는 개헌론은 방향을 잘못 잡은 거지요.”
— 왜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합니까.
“지금 등장한 개헌론의 주제는 권력구조 개편인데 이게 국민들에게는 ‘넌 오브 마이 비즈니스(None of my business·내 알 바 아니다, 관심없다는 뜻)’거든요. 그래서 이런 식의 개헌은 안 될 거라고 봅니다.”
— 그럼 남 지사께서 생각하는 개헌은 어떤 겁니까.
“전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던진 메시지가 두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 양당제를 그만해라. 양당제 시켜 놓았더니 만날 싸우고 권력만 서로 주고받는다. 그러니 3당, 4당 체제로 가라는 거지요. 그것은 또한 지금의 영남·호남 기득권 체제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국민의 꾸짖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1표만 이기면 독식하는 소선거구제보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신설해야 한다고 봐요. 한마디로 ‘양당제 그만해’ 식의 개헌이요.”
— 개헌을 한다면 아무래도 지금의 대통령제에 손을 대야 할 텐데요.
“손을 대긴 해야죠. 제가 생각하는 것은 대한민국형 정치구조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예를 들면 저는 연정(聯政)이 가능하도록 정치구조를 바꿨으면 해요. 대통령은 직선제로 가야죠. 국민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뽑고 싶어하니까요.”
국민의 요구는 양당제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것
— 연정이 가능하다는 게 ….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민주당에 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안 되면 곧 신설된다는 정무장관으로 야당 출신을 임명하거나. 권력은 놓으면 되는 겁니다. 그래야 연정도 되고 협치(協治)도 되지요.”
— 그게 가능합니까.
“분권형 대통령제, 이게 제가 그리는 개헌인데 이원집정부제랑은 조금 달라요. 예를 들면 내각을 정당의 득표 수에 따라 임명하는 식이면 연정도 되고 협치도 가능해집니다.”
— 말은 근사한데 어째 안 될 거 같은데요.
“경기도 의회를 보세요. 본회의장이 너무 무료해요. 지난번에 누리과정 때문에 시끄러워지자 기자들이 ‘드디어 경기도 의회가 정상화됐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 경기도 의회가 정말 그렇습니까.
“진짜라니까요. 일단 부(副)지사가 민주당이잖아요. 제가 앞으로 지방장관 제도를 곧 도입할 건데 그게 사실 법으로 금지돼 있어서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려고 합니다. 그 자리도 야당에게 줄 생각입니다.”
— 지방장관을 몇 자리나.
“5개 정도 만들려고 합니다. 경제·복지·환경 같은. 그렇게 하면 제가 편해요.”
—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정확히 일합니다. 저녁에는 주로 혁신가들을 만나지요. 저녁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서 아이디어를 얻고 쓸 만한 게 있으면 정책실장에게 검토해 보라고 합니다. 검토 후 해 볼 만하다 싶으면 팀을 구성하고요. 저는 회의도 결재도 한꺼번에 모여서 합니다.”
— 한꺼번에 모이다뇨.
“따로 해 보니까 부처간 칸막이가 있어서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국장들에게 현안이나 계획을 프레젠테이션해 보라고 시켰어요. 처음에는 진땀들을 뻘뻘 흘렸어요. 실력이 다 드러났지만 전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장이면 앞으로 부지사 될 분들이 아니냐. 협업을 해야 한다’고요. 국장들 다음에는 과장을 시켰고 지금은 팀장들을 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회의와 결재는 TV로 생중계됩니다.”
— 무슨 효과가 있던가요.
“모든 게 투명하게 공개되니 인사철에 청탁을 할 수가 없게 되지요. 전 발표나 좋은 아이디어를 낸 분들에겐 동네에서 피자나 통닭이나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보내 줍니다.”
오렌지족도 맞고 금수저도 맞지만 내가 선택한 건 아냐
—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오렌지족’이니 ‘금수저’니 하는 말들을 들으면 억울하지 않습니까.
“오렌지족도 맞고 금수저도 맞는데요, 뭘. 그런데 한 가지 말할 건 있습니다. 오렌지족도 금수저도 제가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좋은 집안 잘사는 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히 여기고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있어요. 혁신을 원래 금수저 출신들이 잘하거든요.”
— 금수저가 혁신을 잘합니까.
“뉴딜 정책을 내놓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유명한 금수저잖아요. 인도의 간디 역시 거의 왕자(王子) 출신이었고요.”
— 남 지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옳은 거 같지만 현실정치는 진흙탕 싸움 아닙니까. 금수저가 버틸 수 없을 거 같은데….
“저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스스로 약속한 게 있어요. 출마를 결심했더니 온갖 일들을 다 걸어 공격해 오더군요. 저도 대응하려 했지요. ‘나도 당신들이 지난 여름에 한 일을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밤 꿈을 꿨어요. 에이, 이런 이야긴 안 해야 하는데.”
— 해 보세요.
“반격 준비를 단단히 하다 잠이 들었는데 하나님께서 꿈에 나타났습니다. 그 순간 제가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온몸이 다 땀에 젖었습니다. 그후 제가 읽은 성경 구절이 있습니다. 마태복음 6장입니다. 그 이후부터 저는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실천했습니다. 야당 후보로 경쟁했던 김진표 선배와 누가 당선되든지 이런 것은 실천하자는 연정(聯政) 합의서도 썼고 그것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연정 합의만 실천하는 데도 1년에 1조원이 듭니다.”
— 그건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안 해도 남 지사가 승리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 아닙니까.
“무슨 말씀을요, 겨우 0.8% 이겼는데. 그때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어요. 연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말했던 민주당 출신인 이기우 부지사를 임명한 건데요. 그분이 옆에 있으면 저 스스로 굉장히 조심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게 되고요. 연정에 대해 독일 아데나워 수상이 한 말 아십니까?”
반대 목소리가 없는 정권은 외눈박이 되기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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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정 파트너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가 경기 군포의 한 업체를 방문해 신생아 이불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
“아데나워 수상이 어느 해 선거에서 연정을 안 해도 될 만큼 압도적인 의석을 얻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제야 단독 내각을 구성하겠다’며 기대했는데 아데나워 수상은 연정을 했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부에 반대 목소리가 없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요. 반대 목소리가 없으면 외눈박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 혹시 대통령이 돼서도 연정을 할 생각입니까.
“저는 대통령 후보 경선부터 옛날 방식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제가 보여주려는 정치는 결과와 상관없이 새로운 선거예요. 전 국가적 과제를 놓고 후보들이 토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에 대해서는 누가 후보가 되느냐,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관계없이 연정합의서를 만들고 그대로 추진하면 되고요. 만날 도덕 검증이나 해서야 되겠습니까?”
— 그건 남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가능하겠지만 야당 후보가 되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께서 경기도청을 두 차례나 방문했는데 제가 하고 있는 연정, 협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해 주셨습니다. 권력은 나눠야 합니다. 혼자 독식하려고 하면 탈이 나지요”
— 문 전 대표가 남 지사를 포섭하려고 일부러 치켜세운 거 아닐까요.
“하하. 포섭하면 제가 문 전 대표를 하지요. 제가 당하겠습니까?”
— 문재인씨와 안철수 의원 가운데 누가 더 연정과 협치가 가능한 인물이라고 봅니까. 즉 권력을 독식하지 않을 사람이 누구 같아 보입니까.
“문 전 대표는 정말 괜찮은 분이던데요. 생각보다 굉장히 겸손하시고. 안 의원은 잘 모르겠고.”
— 그 말은 안 의원이 더 욕심이 많아 보인다는 뜻입니까.
“그런 뜻은 아니고요. 안 의원과는 깊은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어서요. 사람을 알려면 역시 둘이서만 깊은 이야기를 해 봐야 해요.”
— 다시 대선 이야깁니다만 제가 굉장히 의문을 가진 분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입니다. 전 그분의 노동운동 경력 때문에 기대를 걸었는데 의외로 지지율이 끝내 오르지 않더군요.
“두자릿수로 가려면 뛰어오르는 부분이 있어야 해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요. 밋밋해선 안 됩니다.”
— 본인이 보는 남경필의 장점이라면.
“아까 말했듯 제가 못난 걸 안다는 것, 제 부족한 부분을 타인(他人)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 아닐까요.”
— 단점은.
“오렌지족, 금수저 외에는 아들 문제? 그리고 이혼했다는 것 정도 아닐까요?”
— 아들 문제라면 몇 년 전 물의를 일으킨 그분?
“그 아이는 지금도 반성하고 있어요. 중국 칭화대도 자퇴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해 보고 싶다며 모색하는 중입니다.”
— 이혼이 왜 흠이 됩니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하지 못했으니까요.”
— 에이, 지금 세상에 무슨 수신제가를. 그리고 이혼한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그렇겠네요. 이혼한 분들이 많으니 ….”
— 말씀하는 걸 들으니 대권 도전을 이미 결심한 거 같은데.
“결단은 이미 하고 있지요. 그런데 용어에 수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말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경기도 리빌딩(Rebuilding)에 성과가 나면 국민들이 ‘경기도에서 성공했으니 대한민국도 리빌딩해 봐라’ 하고 권하지 않을까 합니다. 경기도 인구가 우리 국민 전체의 4분의 1인데 자연스럽게 그런 권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 야구로 치면 구원투수인 셈인가요.
“구원인지 주전(主戰) 투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돼야 한다고 봅니다.”
— 7월 1일이면 경기도지사가 된 지 정확히 2년이 되는데 그동안의 성적표를 스스로 매긴다면.
“한 70점 정도 될까요?”
공유적 시장경제가 우리의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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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총선 직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경기도내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굿모닝하우스(구 경기도지사 공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
“건설 계통은 결실을 보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대신 소프트한 것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임(前任) 지사가 해 놓으신 것도 있으니까요. 일례로 ‘스타트업 캠퍼스’라든가 ‘경기도 주식회사’ 같은 것은 ‘공유적(共有的) 시장경제’의 징표입니다.”
— 공유적 시장경제가 뭡니까.
“내년에 제2판교에 자율자동차 테스트 베드(Bed)가 생깁니다. 기본은 우리가 깔아 주고 일자리 만들어서 돈벌고 세금 내는 것은 기업이 맡는 것, 쉽게 말하면 그게 공유적 시장경제지요.”
— ‘스타트업 캠퍼스’나 ‘경기도 주식회사’나 모두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만.
“전 개인의 행복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이 행복해야 나라도 행복해지니까요. 행복의 첫째 조건은 일자리예요. 제가 경기도지사가 된 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생기는 일자리의 50%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 사실 일자리 창출이나 저출산·결혼기피 같은 것들이 따지고 보면 부실한 교육정책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 교육에 두 가지 병목이 있다고 봐요. 하나가 대학입시, 또 다른 게 취업인데 지금까지는 대입(大入)에 포커스가 맞춰졌잖아요. 그게 잘못된 거죠. 취업에 맞춰져야 하는데. 그 병목을 단번에 깨려면 고졸 출신도 삼성그룹에 입사하거나 경기도청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도 삼성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 되면 뭐 하러 명문대학 들어가려고 기를 쓰겠습니까.”
처음 인터뷰에 40분을 할애했던 남경필 지사는 “이제 그만 됐다”고 일어서려는 기자를 오히려 붙잡았다. 뭔가 흥이 났는지 몇 가지를 더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언론 용어로 치면 ‘제목거리’를 주겠다는 듯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저는 수도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자는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 서울에서 세종시로 수도를 완전히 옮기자고요?
“청와대와 국회 모두 세종시로 가야 합니다. 작게 보면 비효율이고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자랑스러운 현대사의 양 축이었던 정치와 경제 가운데 정치가 이제는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됐기 때문에 서울에서 분리시켜야 한다는 거죠”
수도 이전은 기득권 깨기… 노무현도 생각은 했지만 밝히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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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와 제주도 간 상생협력 협약을 하기 위해 제주도청에서 만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사실은 기득권을 깨자는 거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세종시에 행정수도를 세울 때 이런 말을 못했어요. 기득권 깨기라고 속으로 생각은 했지만요.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것이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전 그 길이 공유적 시장경제라고 생각하고요.”
— 공유적 시장경제에 집착이 많은 거 같습니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에 들어섰습니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오픈 플랫폼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새로운 권력이 됐지요. 전 그게 불만입니다. 그들이 수집한 정보로 뭘 할지 모르는데 왜 우리 운명을 페이스북이나 애플이나 아마존에 맡겨야 합니까? 제가 우리 경제를 축구에 비교해 볼까요?”
— 축구요?
“전 우리 경제의 스트라이커는 괜찮다고 봅니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가 있으니까요. 공격형 미드필더는 바이오산업처럼 강하고 도전적인 기업을 말합니다. 제가 박근혜 대통령한테 ‘창조경제의 아들을 낳자’고 해서 허락을 얻었어요. 그게 제2판교에 들어설 자율운행 자동차 테스트 베드입니다.”
— 처녀 대통령께 아들을 낳자니요.
“아! 그건 잘못됐다. 어쨌건 BMW, 테슬러, 도요타 같은 빅4 자동차업체들을 찾아다니며 ‘너희가 자율운행 자동차를 개발 중인데 우리가 실험용 도시를 만들려 한다. 뭐가 필요하냐’고 묻고 다닙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다 해 주려고요. 그러면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 공격형 미드필더는 그렇다 치고 수비형 미드필더는요.
“전통적인 중소기업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기도가 지원해 주려 합니다. 앞서 말한 ‘경기도 주식회사’는 상법에 해당되는 회사입니다. 경기도가 생산만 안 할 뿐이지요. 중소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진출시키려 하는데 그런 네트워크가 경기도에는 이미 만들어져 있어요.”
— 수비수는?
“자영업자나 은퇴자들입니다. 그분들도 분명 사회의 일원인데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안 되지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 협동조합 공동체를 만들려 합니다.”
40분 정도로 할애하겠다던 인터뷰 시간이 1시간2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남경필 지사는 찬스를 잡으면 놓치지 않는 장기(長技)가 있는 듯했다.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나도 공기 좋은 경기도에서 살고 싶다”고 했더니 눈을 번쩍이며 “예산이 얼마 있느냐”고 묻더니 자신이 사는 흥덕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가 보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