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界소식] 지역장벽 뚫고 중앙무대로 돌아온 정운천(鄭雲天) 당선자 : 월간조선

그가 돌아왔다. 2008년 8월 6일 ‘광우병 사태’ 와중에 임명 5개월여 만에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직을 떠났던 정운천(鄭雲天) 전 장관이 20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되어 중앙무대로 돌아왔다. 그것도 새누리당으로서는 험지 중의 험지라고 할 수 있는 전북 전주을에서 말이다.

전북 유일의 새누리당 소속 당선자임은 물론이고 호남에서도 단 두 명밖에 없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다. 전북에서는 1996년 강현욱(姜賢旭) 전 전북지사가 군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20년 만이고 전주에서는 임방현(林芳鉉) 당선자를 낸 뒤 32년 만이다. 20년 만 또는 32년 만이라는 기록을 세우기 위해 정 당선자는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12년 총선에서는 전주 완산을에 출마했다가 역시 낙선하는, 쓰라리지만 어쩌면 당연한 경험을 했다.

2010년에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잠시 중앙무대에 이름을 걸쳐 놓은 적이 있지만 그 시절에도 그의 몸은 고향인 전북을 떠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거의 8년여 만에 중앙무대로 돌아온 것이다.

정 당선자를 4·13 총선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4월 25일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만났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친박(親朴)으로 알려진 조원진(趙源震) 의원이었다. 정 당선자는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시절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 소위 친이(親李)계로 분류돼 왔다.

— 이 방을 인터뷰 장소로 쓰는 걸 보니까 당선 후 친이에서 친박으로 바꾼 것 같습니다.

정 당선자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많은데 기자들이 시내 커피숍이나 이런 데보다는 국회에서 인터뷰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하더군요. 국회 내에서 마땅한 장소를 찾다 보니 여기를 고르게 된 것뿐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축하전화

정운천 당선자는 유권자들과 2만5000장의 셀카를 찍었다며, 기자와도 선뜻 그렇게 했다.

— 국회의원 당선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축하전화는 있었습니까.

“당연히 왔죠. 당선된 그 이튿날인가, 그 다음 날인가였는데 축하전화를 주셨습니다. 저와 축하통화를 하는 자리가 식사 자리였는지 이 대통령이 통화 중에 ‘정 장관 당선 축하 박수를 쳐 주라’고 하니까 ‘와’ 하는 소리와 함께 요란한 박수 소리가 들리더군요.”

— 친이계 중 정 당선자가 몇 안 되는 당선자였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더 기뻤던 모양입니다.

“얼마나 좋겠어요. 촛불(광우병 시위)에 데 가지고 내려간 놈이 오랜 분투 끝에 당선됐으니까. 또 제가 그냥 출마하겠다고 자발적으로 고향으로 간 게 아니라 이 대통령이 출마하라고 해서 내려갔던 것 아닙니까. 그런 제가 당선되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 여전히 친이로 불리길 원합니까.

“뭐, 저는 친이도 아니죠.”

— 그럼 친박요.

“용병 정운천일 뿐이죠(웃음). 저는 그 누구한테도 걸림돌이 되지 않고 걸림돌도 없는 용병이에요.”

— 신세진 사람이 없다는 뜻이죠.

“네. 진짜 아무한테도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 신세진 게 없어요. 물론 저를 도와 선거운동에 뛰어든 분들과 유권자 한분 한분 모두에게는 신세를 졌지만요.”

— 힘 있는 분들에게는 신세를 지지 않았다는 말인 거죠.

“그렇죠.”

— 신세진 사람이 없어서 의정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겠습니다.

“저에게는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가 아예 없으니까 적어도 계파로부터는 자유롭겠죠.”

정 당선자는 더민주 최형재 후보를 111표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개표가 시작된 후 자정 무렵이 됐을 때는 상대 후보를 3000여 표 차로 앞서며 여유 있게 당선되는 줄 알았지만 상대 후보의 막판 추격이 맹렬했던 것이다.

— 접전은 처음부터 예상했습니까.

“아뇨. 처음에는 제가 몇천 표는 이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재자투표를 생각하지 못했어요. 열심히 전주에서만 돌아다녔기 때문에 외지에 나가 있는 분들은 저를 잘 모르잖아요. 부재자투표함 개표가 시작되면서 상대 후보가 턱밑까지 추격해 올 때는 진땀이 났죠(웃음). 다행히 개표 시작 후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한 적은 없었어요. 제가 새누리당 민생119 전북본부장을 하면서 민생 현장을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개표가 끝나니까 119표로 제가 이긴 거예요.”

— 111표 차가 아니라 119표 차였나요.

“처음 개표 완료 후에는 119표 차였는데 재검을 하니까 8표가 깎여서 111표 차가 됐어요. 상대 후보가 재검표를 요구했죠.”

— 재검표 때 초조했겠네요.

“주변에서는 ‘혹시 뒤집히면 어쩌나’ 걱정하는 분들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결과가 뒤집힐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 재검이 끝난 후에는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입에 발린 소리 같겠지만 정말 국민 한분 한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제가 받은 표가 4만1000여 표 정도인데 그 가운데 56명만 마음을 바꿔 상대방을 지지했다면 저는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 새누리당이 32년 만에 전주에서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했다는 역사가 그 60명도 안 되는 분들한테 달려 있었던 거예요. 한표 한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죠.”

대사직, 비례대표, 공기업 사장 자리 거부한 이유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한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자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 전북도지사 선거를 포함해서 이번이 3번째 도전이었는데 어느 선거가 제일 어려웠습니까.

“아무래도 이번 선거가 마지막 배수진을 치고 한 선거였기 때문에 제일 힘들었죠. 힘든 만큼 의미도 있었고요.”

— 배수진이라면 이번 선거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인가요.

“네. 제가 아내하고 약속했어요. 이번에 떨어지면 은퇴한다고요. 제가 해 왔던 본연의 농업으로 돌아간다고 약속했죠.”

— 세 번 도전하면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죠.

“제가 지난번 19대 총선에서 전주 완산을에서 얻은 득표율이 35.8%였어요. 호남에서 새누리당 누가 나와도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기 힘든 때였는데도 말이죠. 당시 제가 여론조사에서 12% 정도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는데 그놈의 ‘포장 속 귀신’이 또 나와 가지고….”

— ‘포장 속 귀신’요?

“아, 기표소를 말하는 겁니다. 저를 찍을 결심을 했다가도 그 포장 속에만 들어가면 자동으로 2번을 찍은 거예요. 30년 동안 50번 정도의 선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2번만 찍어 왔으니까 일종의 습관이 된 거죠. 저는 그걸 포장 속 귀신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그때 11% 차로 졌죠.”

— 그 당시 받은 35.8%가 한 번 더 도전할 힘을 준 것은 분명하네요.

“저는 그때 가능성을 봤죠. 그런데 아내가 ‘여기는 도저히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당신은 얼마든지 다른 길이 있으니까 그만 접자’고 하고 저는 더 도전해 보고 싶었죠. 아내가 완강하게 더 이상의 출마를 반대하기에 제가 ‘내가 대학에 갈 때 3수해서 가지 않았느냐. 다음에 떨어지더라도 원이 없게 한 번만 더 해 보자’고 해서 아내가 결국은 받아들였던 거예요.”

— 차라리 수도권에서 출마지를 물색해 보지 그랬어요.

“사실 다른 길도 있었습니다. 두 번의 선거를 마치기 전후해서 대학 총장으로 가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네덜란드 대사, 공기업 사장, 비례대표 등등 제안도 받았습니다.”

— 저라면 어차피 안 되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그 제안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다 거절했어요. 거절했으니까 지금 이렇게 당선자 신분이 돼 있는 것이고요. 제가 한눈팔지 않고 뚝심 있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농사를 지어 봤고 그 농사 지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남에서 참다래(키위) 농사를 지을 때 ‘수입개방이 돼서 다 망하는데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느냐, 그냥 털고 서울로 가는 게 낫지 않으냐’ 하고 말렸어요. 하지만 저는 참다래 농사를 성공시켜서 우리 농업에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소명의식이 있었습니다.”

‘농부 정운천’. 정 당선자가 농부였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5개월 남짓 장관직을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그를 장관으로 또는 정치인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만 54세에 장관이 되기 이전까지 농부로서의 삶을 산 사람이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88쪽에 실린 ‘참다래 아저씨’라는 글의 주인공이 정 당선자다. 그 글의 한 토막을 소개한다.

〈전라남도 해남에 살고 계신 참다래 아저씨는 외국에서 수입하던 키위를 생산하여 참다래라는 이름으로 발전시킨 분이다.

주위 사람들이 그것으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고 말렸지만, 아저씨는 18년 동안 참다래 재배에만 매달려 지금은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아저씨는 남해안 지역의 많은 농가를 참다래 재배농가로 만들었고, 이들 농가에서도 참다래를 수출하고 있다.〉

정 당선자가 말하는 ‘농부의 마음’과 ‘소명의식’이라는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정치를 하겠다고 작정하고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정치 언저리에 있다 보니 농사일을 하다가 생겼던 소명의식처럼 정치에서도 제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를 하고야 말겠다는 소명의식이 하나 생기더군요. 고향이 전북인 제가 지역장벽을 깨는 일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라를 잃었을 때는 독립운동이 최고의 가치이듯이 지금 우리 정치의 최고 가치는 지역장벽을 깨는 겁니다.”

— 누구나 지역장벽을 깨겠다는 말은 합니다.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을 자처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말이기는 하죠. 하지만 그분들과 저와의 차이는 그것을 신념화하고 행동으로 옮기느냐, 아니냐에 있다고 봅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매일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당선도 중요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제가 만나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기쁨도 크더군요. 선거에서 저를 찍게 만드는 게 지역장벽을 깨는 출발이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저를 지지하겠다고 마음을 바꿔 주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몇 배는 더 크게 다가오는 거예요. 그래서 늘 기쁜 마음으로 선거운동을 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제 얼굴이 하나도 상하지 않더군요.”

— 그렇다면 이번에 선거운동을 하면서 지역감정이 언제쯤 무너질 거라는 느낌이 들던가요.

“지금 그렇게 큰 변화는 없다고 보고요. 지역감정에 균열이 생겼다, 막 시작점에 왔다는 정도죠. 대구에서 야당인 김부겸 당선자가 나오고 호남에서도 새누리당의 이정현 당선자나 저 같은 사람이 나오고, 신호는 오고 있다고 봅니다.”

정 당선자의 별명 중 하나가 ‘쌍발통 정운천’이다. 스스로 그렇게 외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생소하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전주 지역에서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대부분의 사람이 안다. 야당의 ‘외발통’만으로는 지역이 발전할 수 없으니 새누리당을 당선시켜 ‘쌍발통’으로 지역발전을 외쳐야 한다는 뜻이다. 2010년 전북 지사 선거에 나설 때부터 그가 외쳤던 지역발전론 중 하나다.

새누리당은 무조건 싫다는데

— 선거운동 과정에 셀카 2만5000장을 찍었다는 게 화제가 됐는데.

“3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찍고 나서 반드시 사진과 문자를 보내 줬어요. 고맙다고 답장을 보내 주는 분들이 많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하면서 새누리당은 무조건 싫다는 거부감을 해소해 나갔는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새누리당은 싫지만 그래도 정운천은 좋은 것 같다는 말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으니까요.”

— 설마 그 2만5000명이 다 정 당선자를 찍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물론이죠. 그래도 그런 감동전략이 먹혔던 것 같아요. 제가 주로 택시기사나 이발소, 미용실 이런 데를 많이 공략했어요. 뭐라고 할까. 계층을 나누자는 것은 아닌데 우리 지역에서 중간 이상 되는 분들은 저를 잘 안 만나 줬어요. 그분들은 지난 30년 동안 ‘민주당 독재’와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주변에 눈치를 보는 분들이죠.”

— 미용실이나 이용실은 매일 이발을 할 수도 없고 어떻게 공략했습니까.

“이건 저만의 선거 노하우인데(웃음). 세탁소의 경우만 가르쳐드릴게요. 이거는 저보다 아내가 엄청 고생한 건데요. 세탁물을 2벌, 3벌씩 세탁소에 가져다줘요. 그렇게 20~30벌 가져다주면 10곳의 세탁소를 갈 수 있잖아요. 집사람이 그렇게 2, 3번 세탁소에 들르다가 3번째나 4번째에는 저와 함께 가요. 지역에서는 제 얼굴을 아니까. 많이 놀라워하고 그러면서 반가워하고 그러죠. 그런 식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갔습니다.”

—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크게 세 번의 파장이 있었는데 살생부, 욕설, 옥새 파문 중 어떤 파장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던가요.

“전라북도에서는 그런 파동들이 크게 영향을 안 미쳤어요. 왜냐하면 우리 지역 사람들은 이미 새누당을 무조건 싫어하니까요. 거기에 영향받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김무성 전 대표의 ‘배알 발언’은요.

정 당선자는 옅은 미소를 띠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약간은 있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그게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거든요. 전후 문맥을 보면 문제가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마침 앞자리에 김 대표도 낯익은 당원들이 많이 있었고, 그냥 전북에 대한 애정 표현을 그렇게 한 거였어요. 그걸 민주당이 앞뒤를 잘라내고 공격의 소재로 삼았던 것이지요.”

— 배알 발언이 영향은 주었다는 것이지요?

“조금은 있었다고 봅니다.”

— 《월간조선》 6월호가 나갈 때쯤이면 구문이 되겠지만 새누리당 선거 패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공천 파동 등 그런 여러 가지 일련의 과정이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었던 데 있다고 봐야겠죠. 민주당이 잘해서? 아니죠. 또 국민의당이 잘해서도 아니죠. 새누리당의 군림하고 오만한 자세가 국민들을 화나게 만든 거죠.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심판 받은 거고 민주당은 호남에서 심판 받은 거고, 저는 민주당이 호남에서 심판을 받은 덕을 봤죠.”

— 혹시 개인적으로 세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당의 입당 제의를 받은 적은 없습니까.

“없었어요. 국민의당에서는 제 얘기가 좀 나온 것으로 알지만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고요. 또 제가 오란다고 해서 갈 사람도 아니었으니까요.”

— 선거 결과를 놓고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과 비박간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기도 하는데요.

“우리 새누리당이 오만하게 군림한 것에 대해서 심판을 받았으면 거기에 걸맞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마땅하죠. 친박의 책임이 크다, 비박의 책임이 크다며 서로 책임전가를 할 게 아니라 새누리당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입니다. 친박은 그렇다 치고 비박은 뭐 책임이 하나도 없습니까. 다 같이 책임이 있는 거죠.”

— 새누리당 비대위 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까.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죠.”

— 새누리당을 탈당해 당선한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은요.

“현 시점에서는 저는 반대입니다. 지금 복당을 시키는 것은 국민의 뜻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거예요. 지금은 이 결과를 인정해서 여기에 맞는 해결을 하고 그걸 다 정리하고 난 다음에 들어와도 되는 것 아니에요. 그래야 뒷말이 없어요. 왜 그 뒷말을 만듭니까? 지금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요.”

‘광우병 사태’ 10주년이 되는 2018년에는…

정운천 당선자가 장관 시절인 2008년 5월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쇠고기시장 전면개방에 관한 청문회에서 그림판을 들고 나와 광우병 위험이 사라지는 통계 그림을 보이며 답변하고 있다.

— 연립내각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어쨌든 국민이 3당 체제를 만들어 줬잖아요. 여야 각 정당들이 국민을 위해서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철저하게 서로 협치 개념으로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명령인데 연립내각을 꾸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대통령중심제하에서 내각은 대통령의 통솔을 확실하게 받아야 하는 겁니다. 국회는 정말 서로 협치의 개념으로 3당의 원내대표단이 날마다 회의를 할 수 있는 정례 협의 체제를 갖추고 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립내각을 만들어서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당선자 정운천에게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서 맞았던2008년 ‘광우병 사태’는 인생 최대의 악몽이었다. 미국산 소 수입 문제로 불거졌던 ‘광우병 사태’ 와중에 그는 주무장관으로서 매국노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10년 후 광우병으로 인해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괴담도 횡행했고 그는 아니라고 맞섰다. 정 당선자는 그 광풍의 희생자가 되어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 국회에 들어가면 광우병 사태와 관련한 문제를 다시 제기할 생각인가요.

“2018년이 광우병 사태가 벌어진 지 10주년이 되는 해인데 그 시점에서 한 번 정리를 할 생각이에요.”

— 정리라면?

“제가 당시에 10년 후에는 광우병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을 했는데 그 말을 가지고 엄청 말이 많았잖아요. 이제 2년 남짓 남았네요. 제가 10년 후면 광우병이 사라진다고 하니까 ‘수십만 명의 광우병 환자가 생겨서 이 나라에 재앙이 올 것이다’, ‘나는 더 살고 싶어요’ 등등 얼마나 말이 많았어요. 그렇게 말씀하신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를 알아봐야죠.”

—자신들의 주장이 맞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누가 일부러 광우병을 퍼뜨릴 수도 있겠네요(웃음).

정 당선자는 정색을 하면서 말을 받았다.

“소 광우병이 없는데 사람 광우병이 있을 수가 없죠. 10년이 되는 2018년에 정리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광우병 괴담 같은 일을 저질러 놓고도 시간이 지나가면 책임지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게 우리 문화 아니에요? 그런 일이 광우병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책임을 지든 안 지든 한 번 걸러 봐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국회나 정치권에서 새누리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어라고 생각합니까.

“새누리당을 위해서요? 어쨌든 저는 소위 험지에서 당선됨으로써 새누리당을 위해서 큰 기여를 이미 했다고 생각하고요. 거기에서 출발해서 새누리당이 전국 정당으로 가는 데, 취약지역인 호남에서 영역을 더 확대해 가는 데 기여하는 게 첫 번째 역할이라고 봅니다. 두 번째는 지역균형 발전을 통해서 통일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죠. 통일로 가기 전에 동서화합의 무대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 토대 위에서 통일이 돼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통일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는 질문인데요.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국가안보가 0.0001%라도 위험하다고 하면 그건 국민의 안위에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감 놔라, 콩 놔라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봐요. 그런 전제에서 본다면 개성공단 폐쇄 문제도 마찬가지죠. 국가 안위를 위해서 폐쇄한다는데 무슨 시비를 걸 수 있겠습니까. 시비를 걸어서도 안 되죠. 다만 입주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더 이상은 없었나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활약하고 싶어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정운천 당선자는 키위를 재배하는 농부였다. 그의 키위 재배 성공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 국회에 들어가면 상임위는 농림수산식품 쪽을 선택하는 게 맞겠죠.

“아닙니다. 전주 시민들이 원하는 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쪽이더군요. 제가 농사꾼 출신이니까 농림수산식품위에 가면 편하게 일할 수는 있겠죠. 많이 아니까. 하지만 제 지역구는 농촌 지역이 별로 없어요. 전주가 문화와 전통의 도시잖아요.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고요. 그 지역에서 저를 뽑아 주신 거니까 지역민들이 원하는 대로 가도록 노력해야죠.”

— 몇 안 되는 농민 출신 국회의원인데 농민들이 서운해하겠네요.

“제가 농림수산식품위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관련법을 제안하거나 하는 일에는 앞장을 설 겁니다. 저는 국회에 들어가면 가칭 지역발전특별위원회 같은 걸 만들 생각입니다. 새누리당 의원 중 각 상임위에 소속된 12명의 의원들이 서로 각자의 지역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도록 할 겁니다.”

— 농업하고 정치 어느 쪽이 더 힘듭니까.

“(웃음)사실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굳이 비교한다면 농사가 더 힘들죠. 저에게 농사는 다른 분들과 함께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제 생존 문제가 다른 분들의 생존 문제와도 연결이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치는 선거에서 떨어지면 저 개인으로 끝나는 문제였기 때문에 피해가 덜 가잖아요.”

— 참다래 농사는 지금도 잘되고 있습니까.

“영농조합으로 규합해서 공개념적으로 운영체제를 구축했고 저는 지분을 갖고 있어요. 덕분에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죠.”

— 스스로 생각하기에 인생 최대 고비는 언제였나요.

정운천 당선자의 입에서 망설임 없이 답이 나왔다.

“광우병 사태였죠. 정말 광풍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정 당선자는 기자에게 다가와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셀카를 찍었다. 아무래도 그의 셀카 찍기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