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그 사람] 〈디워2〉로 재기 노리는 영화감독 심형래(沈炯來) : 월간조선

1982년 데뷔한 코미디언 심형래는 10년 동안 전성기를 누렸다. TV와 영화를 오가며 수많은 작품에서 성공을 거뒀다.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니 돈도 덩달아 굴러왔다. 1980년대 심형래는 연예인 중 ‘최고소득자’였다. 부와 인기를 거머쥐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심형래는 1990년대 들어 돌연 영화제작자 겸 감독으로 변신해 영화사 ‘영구아트무비’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20년 후, 심형래는 ‘알거지’처럼 변했다. 〈용가리〉〈디워(D-War)〉〈라스트 갓파더〉 등 만드는 영화마다 실패하면서 돈더미 대신 빚더미에 앉았다. 2013년 심형래는 179억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중국 업체가 제작비 전액 대… 국내 투자 필요 없다”

그런 심형래가 이번에 〈디워2〉를 들고 나왔다. 3월 19일 심형래가 만든 픽처랜드사(社)와 중국화인그룹은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디워2〉 제작을 선언했다. 화인그룹의 이신(李新) 회장은 “심형래 감독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엔터테이너”라며 “〈디워2〉 제작에 9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국내에선 “심형래가 국내 투자자를 끌어모으려 벌인 이벤트”라는 식의 의혹이 나왔다. 심형래는 울분을 토했다.

“내가 아무리 코미디언 출신이라고 해도 참…. 이번에 중국에서 〈디워2〉에 900억원 투자한다니까 그 회사에 전화해서 ‘다 망한 사람한테 왜 투자하느냐?’고 음해하고, 모략하고. 아니 내가 투자받아 영화 만들고 수출하겠다는데, 왜들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니까요.”

— 중국 업체가 정말 〈디워2〉에 900억원을 투자하는 겁니까.

“이미 계약 다 했어요.”

— 그걸 이용해서 국내 투자자 모집을 하려고 한다는데.

“화인그룹에서 이미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겠다는데 뭐하러 국내에서 또 투자자를 모집해요?”

— 이번 계약은 누가 제안한 겁니까.

“작년 11월에 화인그룹 측에서 먼저 〈디워2〉를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 심형래를 택한 이유를 뭐라고 합니까.

“‘아시아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심형래밖에 없다’고 했어요.”

심형래는 1980년대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다. 그는 데뷔 이후 10여 년 동안 ‘영구야 영구야’의 영구, ‘변방의 북소리’의 덜떨어진 병사, ‘벌레들의 합창’의 파리, ‘동물의 왕국’의 펭귄등으로 ‘최고스타’가 됐다. 1984년부터는 〈우뢰매〉〈영구와 땡칠이〉 등 어린이 영화 연작물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 1980년대에 많이 벌었죠?

“내가 용필이 형(가수 조용필)보다 더 많이 벌었으니까. 4년 동안 연예인 소득 1위였어요.”

심형래는 1993년 ‘영구아트무비’를 설립하고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영화감독 심형래’를 알린 영화는 〈용가리〉(1999년)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3차원 입체영상(3D) 기술을 이용한 괴수 영화 〈용가리〉를 만들었다. 국내엔 생소한 각종 고가 장비를 동원하고, 제작비로 7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당시까지의 국내 영화 제작비 중 최다 금액이다.

최첨단 기술력을 투입해 만들었다는 〈용가리〉는 심형래에게 ‘신지식인 1호’란 ‘명예’만 줬을 뿐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안겼다.

— 〈용가리〉는 왜 만들었습니까.

“〈대괴수 용가리〉란 영화를 어릴 때 봤는데 이게 일본의 〈고질라〉를 따라 한 거예요.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우리 기술로 만들어 보자고 해서 ‘용가리’란 캐릭터를 탄생시킨 겁니다.”

— 〈용가리〉가 ‘심형래표 괴수 영화’의 시초죠. 괴수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뭡니까.

“괴수 영화는 국적과 무관하게 세계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는 장르예요. 많은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요.”

— 〈용가리〉 만드는 데 몇 년 걸렸습니까.

“6년 정도요.”

— 최신 기술로 만들었다는 〈용가리〉의 그래픽 수준에 많은 사람이 실망했죠.

“주먹구구식으로 찍었어요. 용가리 속에 사람이 들어가서 움직이기도 했으니까요. 한계가 있었죠.”

— 개봉 전에는 그 한계를 느끼지 못했습니까.

“느꼈지만 이미 늦었죠. 제작 일정을 늦추면 비용이 늘어나니까 돌이킬 수 없었어요.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했고.”

— 내용 전개도 너무 어색했었죠?

“사람들은 핑계 댄다고 하겠지만 스토리를 재밌게 하려면 시나리오를 복잡하게 해야 하는데 제작비가 늘어나니까 그럴 수 없었어요.”

— 〈용가리〉 관객 수가?

“잘 모르겠어요.”

— 〈용가리〉는 실패한 영화죠?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 몇 점짜리 영화입니까.

“50점.”

“〈디워〉에서 ‘심형래’ 이름 지우면 평가 달라질 것”

심형래는 1980년대 특유의 바보 연기를 펼치며 가장 웃긴 코미디언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KBS》 ‘쇼 비디오자키(동물의 왕국)’ 화면 캡처. 심형래가 주연을 맡은 영화 ‘영구와 땡칠이(1989년)’의 포스터. 심형래가 연기한 ‘바보 영구’는 이후 심형래의 마스코트가 됐다. 영화감독 심형래가 제작비 7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3D 기술을 활용해 만든 〈용가리〉의 포스터(왼쪽부터).

심형래는 〈용가리〉 직후 〈디워〉를 제작했다. 340억원을 썼다. 거금을 투자한 만큼 〈디워〉는 〈용가리〉와 차원이 다른 영화였다.

2007년 7월에 나온 〈디워〉 예고편은 도심을 아비규환으로 만드는 괴물 군단, 고층 빌딩을 휘감은 이무기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화려한 영상을 구현한 심형래의 신작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무기’라는 한국적인 소재와 민요 ‘아리랑’을 영화 끝 삽입곡으로 넣은 점 때문에 “한국인이라면 의무적으로 〈디워〉를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애국심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디워〉를 놓고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지상파 방송사는 ‘디워 논쟁’을 주제로 토론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특정 영화의 작품성 등을 놓고 온 사회가 공방을 벌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2007년 8월 개봉한 〈디워〉는 최단 시간 매진 기록을 경신하면서 그해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만 총 860만명이 〈디워〉를 봤다. 미국에선 2277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다. 심형래가 6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심형래는 〈디워〉로 170억원을 날렸다.

— 왜 ‘이무기’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습니까.

“미국 영화 보면 전부 서양 용이잖아요. 난 한국 사람이니까 우리 용을 만들고 싶었어요.”

— 이무기가 세계 시장에서 먹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 겁니까.

“코브라 같은 형태에 용이 되기 전의 괴물, 멋있잖아요?”

— 인터넷상에선 〈디워〉 작품성에 대한 논쟁이 아직도 뜨겁습니다.

“세계가 공감하려면 선악의 대결처럼 구도가 단순해야 해요. 복잡하게 비비 꼬아서 만든다고 세계적인 영화가 되는 게 아니에요.”

— 단순한 구도를 떠나 이야기 진행이 매끄럽지 않던데요.

“〈디워〉를 본 860만명이 다 재미없다고 한 게 아니잖아요. 미국 메이저 영화사가 그런 영화를 만들면 대단하다고 하는데 내가 만들면 보기 전부터 ‘재미없다’에 초점을 맞추고 평론가란 사람들이 얘기를 하니까….”

— 코미디언 출신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본인의 영화가 저평가된다고 생각합니까.

“내가 어린이 영화에 출연했으니까 선입견이 굉장히 강한 거죠.”

— 〈디워〉에서 심형래란 이름을 뺀다면 평가가 달라질까요.

“완전히 달라지죠. 내 이름만 보고 쓰레기 영화 취급을 하는 거니까. 〈영구와 땡칠이〉로 애들 코 묻은 돈 벌던 놈이 무슨 영화를 만들어? 디즈니가 버는 건 거룩한 경제원리에 따른 거고, 내가 한 건 애들 코 묻은 돈이래. 사람을 그렇게 매도하면 안 돼요.”

심형래는 휴대전화를 꺼내 〈디워〉와 세계적인 공상과학영화(SF) 거장들이 만든 영화를 비교한 동영상을 틀었다. 그는 “이렇게 세계적인 감독들이 내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며 “〈디워〉가 진짜 쓰레기 영화면 이 사람들이 한두 컷도 아니고 신 전체를 카피하겠느냐?”고 역설했다. 그가 〈디워〉와 비교한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2009년 개봉작 〈아바타〉, 마이클 베이 감독의 2011년 개봉작 〈트랜스포머3〉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미국 할리우드 작품들이다.

“이거 보세요. 이 두 영화가 벌어들인 돈이 40억 달러예요. 아, 이거 지금 소송 준비 중이라서 아직 쓰면 안되는데, 영화 이름 빼고 쓰세요.(하지만 본지는 그의 말을 수용치 않기로 했다)”

심형래의 말처럼 〈디워〉와 할리우드의 거장들이 만든 영화의 주요 장면은 매우 흡사했다. 〈디워〉의 개봉 시기가 두 영화보다 2~4년 빠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이 터무니없게 들리진 않았다.

— 뒤에 나온 미국 SF영화와 〈디워〉의 그래픽 수준이 비슷하네요.

“편파적인 시각으로 보니까 그렇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니까요. 세계적인 감독들이 만든 영화하고 객관적으로 비교를 한 번 해 보라는 얘기예요. 내가 오죽하면 이런 것까지 보여주겠어요?”

—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 못했잖아요.

“말이 2277개 상영관이지, 우리나라에 그런 영화가 있습니까? 돈이 없어서 700곳에서만 상영하려고 했는데, 극장들이 서로 상영하겠다고 난리가 나서 2277개까지 늘어났어요.”

— 당시 실적은요.

“박스오피스 4위까지 했고, 1100만 달러 정도 벌었죠.”

— 〈디워〉로 170억원의 적자를 봤죠?

“쓸데없이 쓴 돈이 매우 많아요. 마케팅비나 이런 것들이 어디로 어떻게 나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 돈 관리를 직접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영화 만드는 데만 집중했으니까요. 돈 문제는 잘 몰랐어요.”

— 돈 관리가 경영의 기초 아닙니까.

“내가 바보였죠. 관리를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2010년 〈라스트 갓파더〉 실패 후 전 재산 날려

2010년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의 한 장면이다. 〈라스트 갓파더〉 실패 이후 심형래는 파산했다.

심형래는 〈디워〉 이후 200억원을 끌어모아 〈라스트 갓파더〉를 찍었다. 〈라스트 갓파더〉는 미국 암흑가의 한 두목이 한국에 왔다가 ‘실수’로 낳은 바보 영구가 조직의 후계자가 되는 과정의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결과는 참담했다. 〈라스트 갓파더〉 관객은 손익분기점인 500만명의 절반인 254만명에 그쳤다.

— 제일 자신 있는 코미디도 실패했습니다.

“〈덤앤더머〉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는데, 개봉할 때는 〈아버지와 아들〉이 돼 버려서 그래요.”

— 본인이 봐도 재미가 없었다는 건가요.

“시나리오가 재밌으니까 투자를 받았지. 내가 20년간 했던 슬랩스틱 코미디를 거기에 다 집어넣었는데, 나중에 이게 다 없어진 거야.”

— 왜 없어졌습니까.

“투자자들이 같은 시나리오를 20~ 30번 읽어 보니까 재미가 없는 거야. 아무리 재밌는 것도 그 정도 읽으면 당연히 재미없지. 그때부터 ‘이거 고쳐라, 저거 바꿔라’ 말이 많았어요. 그때 많이 흔들렸죠. 돈 가진 ‘갑’한테 맞추다 보니까.”

— 투자자들이 많이 간섭했습니까.

“내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웃긴 코미디언인데, 나를 가르치더라고. 나 그때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2010년 〈라스트 갓파더〉 실패 이후 심형래의 분신 ‘영구아트’의 재무 상태는 한계에 다다랐다. 직원들 월급조차 줄 수 없을 정도였다. 2011년 7월 심형래는 회사 문을 닫았다. 회사 운영자금을 빌릴 때 담보로 잡힌 자신의 타워팰리스 아파트(시가 80억원)와 모친의 압구정 현대아파트(시가 16억원)는 경매에 넘어갔다. 동시에 부인과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영구아트 직원들은 심형래를 임금체불 혐의로 노동청에 고발했다. 그중 일부는 언론에 심형래와 관련해서 ▲강원랜드 상습 출입 ▲불법 총기 개조 ▲투자자 협박 ▲직원 학대 ▲성(性) 로비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이 중 심형래가 인정하고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건 ‘임금 체불’뿐이다. 나머지 의혹에는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 영구아트의 재무제표를 보니 이익을 낸 해가 2007년밖에 없던데, 무슨 돈으로 운영했습니까.

“집 잡히고, 회사 주식 잡히고 해서 끌고간 거죠. 그렇게 했는데 나보고 횡령을 했네, 강원랜드에 가서 도박했네…. 애초에 횡령할 회삿돈이 없는데, 그게 말이 돼요?”

— 2011년 당시 영구아트 직원들이 카지노 출입 의혹을 제기했죠.

“4명이 그렇게 주장했죠. 참 나쁜 사람들이야. 자기들 봉급은 그럼 무슨 돈으로 받았는데? 거기서 돈 꿔다가 봉급 줬는데.”

— 강원랜드에서 돈을 빌렸다고요?

“거기 가면 돈 많은 형들이 있어요. 그 옆에서 ‘기쁨조’ 노릇하고, 대신 게임 해 줘 가면서 빌려온 돈으로 봉급 주고 그랬어요. 거의 2년을 그렇게 했어요.”

— 차라리 방송이나 행사를 뛰지 왜?

“그 정도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죠. 그때 나는 영화가 아니라 돈 꾸러 다니느라 바빴다니까요.”

— 불법 총기 개조 의혹도 사실이 아니란 결론이 나왔는데요.

“영화 소품으로 쓸 가스총을 갖고 왔는데 너무 장난감 같아 보였어요. 난 원래 그거 안 쓰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자기들이 개조한 거지.”

— 투자자를 총으로 위협했다고도 했죠.

“이걸 믿는 사람들이 있다니까. 그게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투자자가 갑인데 총으로 왜 위협해요? 그건 강도지. 말이 안 되잖아요.”

— 직원 학대 부분은요?

“자기들끼리 서바이벌 게임 하려고 비비총을 갖고 와서 사무실에서 막 쏘고 있더라고. 나도 몇 발 같이 쏘고 점심값으로 10만원 주고 나왔어요. 그걸 학대했다고 그러는데 자기들이 맞은 건 모멸감을 주는 거고, 내가 맞은 건 아무것도 아니고?”

“영화계 투신 후회한 적 없다”

심형래는 우리 전설 속 ‘이무기’를 소재로 한 〈디워(D-War)〉를 만드는 데 6년 동안 340억원을 썼다(왼쪽).
〈디워2〉 미스테리즈 오브 더 드래곤 영어 포스터 이미지(오른쪽).

— 연예인을 포함한 400명의 여성을 관리하면서 정·관계에 ‘성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있었습니다.

“참 나쁜 놈들이지! 내가 400명을 어떻게 관리해요? 그거 다 ‘무혐의’ 나왔어요.”

— 그 사람들이 뭘 얻으려고 그렇게 했을까요.

“그냥 미친놈들이지. 없는 얘기를 해서 경찰, 검찰, 법원에 만날 불려다녔잖아요. 난 4년 동안 재판받는 것만 언론에 나왔다니까.”

— 어떻게 견뎠습니까.

“나한테는 〈디워2〉가 있고, 앞으로 콘텐츠 소송도 해야 하고. 이제 더 큰 사업을 해야 하는데 내가 왜 절망해요? 이런 걸로 절망할 정도면 벌써 세상 하직했겠죠.”

— 2013년에 파산했죠?

“그때 심정으로는 웬만한 사람 같으면 살기 어려웠을 거예요.”

— 얼굴이 예전과 다른데 마음고생이 심했습니까.

“쌍꺼풀 수술을 해서 그래요. 성형외과 의사인 후배가 내 눈이 처졌다면서 공짜로 해 줬는데, 괜히 했어.”

— 자살 생각은 안 했습니까.

“콘텐츠가 있으니까 견딜 수 있었죠.”

— 집, 회사 다 날렸는데 허무하지 않던가요.

“깨끗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시원했어요.”

— 영화계 뛰어든 거 후회 안 합니까.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 일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가정을 잃었잖습니까.

“딸한테 제일 미안해요. 아빠가 나쁜 짓을 하다가 이렇게 된 건 아니니까 나중에 이해해 주겠죠.”

— 딸은 아빠 영화에 대해 뭐랍니까.

“관심이 별로 없어요.”

— 지금 혼자 지냅니까.

“누구는 ‘심형래가 위장이혼했다’고 그러는데, 햇수로 5년 됐어요.”

— 재작년엔 미성년자와의 술자리 사진으로도 언론에 등장했죠.

“예전에 데리고 있던 직원이 나이트클럽을 열었다고 한 번만 와 달라고 해서 갔어요. 거기 젊은 사람들이 팬이라면서 사진을 같이 찍자는 거예요. 나이도 어린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주니까 고마워서 그렇게 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미성년자하고 술을 마셨다느니 난리가 난 거야. 나 그거 보고 돌아버릴 뻔했다니까.”

— 올해 초엔 일본 파친코에 출입한다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윈넷이란 파친코 업체가 〈디워〉를 파친코 영상으로 쓰겠다고 제안해서 체험해 본 거예요. 그걸 뒤에서 찍어 모략하고 말이야.”

최종 목표는 ‘심형래 스튜디오’ 조성

심형래는 현재 〈디워2〉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시나리오 작업을 완료하고, 중국 화인그룹과 합작법인을 만든 다음 본격적으로 〈디워2〉를 촬영할 예정이다. 〈디워2〉 개봉 예정 시기는 2018년 여름이다.

— 왜 하필 〈디워〉의 후속작입니까.

“투자한다니까 만드는 거죠. 먼저 와서 투자하겠다는데 내가 그걸 왜 말려요?”

— 시나리오 작업은 누가 합니까.

“내가 팀을 이끌면서 하고 있어요. 우리만 재밌으면 안 되니까 작업한 걸 미국 작가들에게 보내서 ‘미국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지금 90% 정도 완성했어요.”

— 누구랑 작업하고 있습니까.

“예전 영구아트 직원들하고 작업하고 있어요. 그때 TV에 나와 인터뷰한 애들은 일부일 뿐이고요.”

— 이번에도 감독을 맡습니까.

“총감독이요. 기자회견 기사가 나가고 나한테 ‘감독 맡지 마라’ ‘제작만 하라’ 이러는데, 이거 감독 누굴 쓰면 좋겠어요? 있으면 말해 달라고. 내 콘텐츠인데, 누가 감독할 거냐고? 나는 이번에 제작만 하겠다고 했는데 중국 측에서 감독을 맡아야 한다고 계약서에 썼다니까요.”

— 〈디워2〉가 마지막 기회겠죠.

“그렇게 생각하고 ‘올인’하고 있어요.”

— 성공할 것 같습니까.

“성공해야죠. 내가 ‘신지식인 1호’라는 걸 이번에 보여주려고요. 〈디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나리오가 굉장히 좋아요.”

—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지금은 경험이 많이 쌓였잖아요. 기술도 많이 발전해서 좋은 소프트웨어가 많아요. 옛날하고 비교가 안 돼요.”

— 미·소 냉전 시기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데, 이무기는 어디 나옵니까.

“그런 걸 미리 쓰면 재미가 없잖아요. 영화 보면 아실 겁니다.”

— 〈디워2〉 성공하면 뭘 할 겁니까.

“〈디워2〉가 잘돼야 직원들 월급도 주고, 세금도 많이 낼 수 있잖아요. 고용 창출도 하고요.”

— 〈디워2〉 말고 다른 계획은 없습니까.

“영화인데, ‘피쉬 워(Fish War)’ ‘카오스(Chaos)’ ‘콘돌(Condor)’ ‘쉐도우 엔젤(Shadow Angel)’도 준비하고 있어요. ‘용가리팡’이라고 모바일게임도 생각하고 있고요.”

— 돈 때문에 계속 영화를 만드는 겁니까.

“그것도 맞지만, 우리나라에 진짜 테마파크가 뭐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요.”

— 무슨 테마파크요.

“심형래가 영화 하나 만들어서 단타로 돈 벌려고 한다는 식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에요. 영화 흥행은 일차적인 거고요. 제가 만든 〈용가리〉 모르는 사람 거의 없죠? 이렇게 영화를 만들고, 알리면서 나만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거예요. 이게 전 세계에 알려졌을 때 우리나라에 ‘심형래 스튜디오’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지금 ‘심 시네 파크(가칭)’를 구상하고 있어요.”

— 가능하겠습니까.

“시간은 걸리겠지만 몇 년이 되든 꼭 보여줄 거예요. 이제는 서두를 이유가 없는 거야. 옛날처럼 방만하게 안 하고,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내가 직접 관리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