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 Insider

한국의 알파고 ‘돌바람’ 개발자 임재범(林在範) 누리그림 대표

“돌바람은 알파고 막냇동생 수준”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돌바람 실력은 아마 5단
⊙ “5년 안에 돌바람을 알파고와 대등한 실력으로 업그레이드시킬 것”
⊙ 페이스북에서 만든 바둑 인공지능 ‘다크포레스트’ 수준 기대 이하
⊙ 북한 은별 기력은 아마 2~3단 수준… 돌바람이 무조건 승리

임재범
1971년생. 선덕고등학교, 국민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 (주)한메소프트 선임연구원,
(주)위고바둑 개발이사, 현 모바일 게임 개발 업체 ㈜누리그림 대표이사.
  조선 11대 중종의 제2계비 문정왕후 윤씨가 잠든 태릉을 지나 삼육대학교 정문에 들어섰다. 목적지는 교내 창업보육센터.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을 따라 10분가량 걸으니, 5층짜리 하얀색 건물이 나타났다. 안으로 들어가 ㈜누리그림이란 회사를 찾았다. 518호였다. 사무실 문에는 누리그림이라고 쓰인 작은 간판이 걸려 있었다. 50m2(약 15평) 남짓한 공간에는 4대의 컴퓨터만 있었다. 사무실이라기보다, 대학교 동아리방 같은 분위기였다. 김승동 누리그림 기획팀장은 “대표님이 곧 오시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5분 뒤 180cm대 후반의 키에 마른 몸의 사내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국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돌바람’의 개발자 임재범 ㈜누리그림 대표였다.
 
  ‘돌바람’은 한국 최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2013년 KGS(온라인 바둑 사이트) 인공지능 바둑대회, 2015년 제1회 미림합배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실력을 입증했다. ‘돌바람’은 한국의 ‘알파고(AlphaGo)’인 셈이다.
 
  임 대표는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국에서 4:1로 승리, 전 세계를 ‘인공지능 충격’에 빠트린 알파고에 대해 “은인”이라고 했다.
 
  “돌바람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계기로 돌바람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돌바람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경기결과를 5번 모두 정확히 예측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연락도 많이 오고,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돌바람은 대국 중 승부의 향방이 걸려 있는 승부처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프로기사도 대답을 꺼리는 형세의 유불리를 수치화해 데이터로 보여줬다.
 
  “이세돌 9단이 처음 승리한 4국 중반 알파고 개발자인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9단이 훌륭한 경기를 하고 있다. 알파고가 79수에서 실수를 했고 이 사실을 87수에서 알아차렸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당시 대국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던 돌바람도 비슷한 결론을 냈지요. 돌바람에 따르면 79수 때만 해도 알파고의 승률이 67%였는데, 87수에선 갑자기 63%로 내려갔습니다. 허사비스의 글 때문인지 돌바람의 예측 능력에 관심을 가져주더라고요. 마지막 5국 때는 모 방송사에서 돌바람이 수마다 계산한 승률을 실시간으로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지요. 돌바람이 계산한 바로는 5국에서 알파고는 이 9단에 처음부터 끝까지 우세했습니다. 초반 42수 60%였던 알파고의 승률은 100수 이후 70%까지 증가했습니다. 266수 이후에는 알파고의 승률이 85%까지 올랐는데 결국 이세돌 9단이 280수에 돌을 던지더군요.”
 
 
  알파고와 돌바람의 차이
 
  ― 돌바람이 승패를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나요.
 
  “돌바람이 ‘알파고’의 수를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둘 다 몬테카를로 방식(Monte Carlo method)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 몬테카를로 방식이 뭡니까.
 
  “대부분의 AI(인공지능)가 채택하는 시뮬레이션 방식입니다. 폴란드계 미국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마르친 울람(Stanisław Marcin Ulam)’이 고안했지요. 수많은 모의실험을 통해 최선의 길을 찾는 방식의 알고리즘(문제를 푸는 절차나 방법)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은 대개 경부고속도로를 우선 떠올리지만, 몬테카를로 방식을 대입한 AI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모든 길의 소요 시간을 다 따져보고 가장 이른 시간을 택하는 것이죠.”
 
  바둑에선 돌을 놓을 수 있는 곳이 361칸이나 된다. 첫수를 주고받는 경우의 수만 12만9960가지가 있다.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이다. 이는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다. 매 수를 둘 때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려면 슈퍼컴퓨터도 대국 한 번에 수십억 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 바둑은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컴퓨터’로도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바둑의 경우는 ‘경우의 수’ 중 일부만을 무작위로 추출, 시뮬레이션한 뒤 그중 가장 승률이 높은 쪽을 선택합니다.”
 
  ― 돌바람과 알파고 모두 몬테카를로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데 기력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몬테카를로 방식을 근거로 한 통계 결과를 전달받은 AI가 어디에 돌을 놓아야 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할 때 돌바람은 제가 개발한 통계적인 추론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알파고는 보다 수준 높은 ‘딥 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쓰지요.”
 
  ― 알파고가 사용하는 ‘딥 러닝’ 방식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컴퓨터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보다 한 단계 더 진화했다고 볼 수 있지요.”
 
  ― 딥 러닝 방식을 사용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 지능을 키운다는 말씀이죠.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컴퓨터에 수천만 장의 개와 고양이 사진을 입력합니다. 1단계에서는 사진 밝기만 구별하고, 2단계에서 윤곽선을 구별하는 등 수십 단계를 거치면 점점 복잡한 형태를 구분할 수 있게 되고, 나중에 고양이 사진을 보고 이를 자동으로 ‘고양이’로 분류합니다. 인간의 뇌에서 이뤄지는 정보 처리 과정을 모방한 것이죠.”
 
  ― 알파고와 돌바람의 가장 큰 차이는 자습 여부네요.
 
  “그렇죠.”
 
 
  “몇천 번 대국한다면 한 번은 승리하겠지만…”
 
임재범 대표가 2015년 11월 중국에서 열린 제1회 미림합배 세계컴퓨터바둑대회 결승전 경기를 보고 있다. 이 대회에서 돌바람은 일본의 젠을 꺾고 우승했다.
  ― 바둑 전문 순위사이트 ‘고 레이팅(Go Rating)’은 알파고를 세계랭킹 2위에 올렸는데요. 알파고의 기력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합니까.
 
  “이세돌 9단에게 승리했으니, 프로 9단 이상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현재 알파고의 실력은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일 당시보다 더욱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구글 딥마인드의 2인자인 데이비드 실버(David Silver) 박사는 영국 런던대학교(UCL) 강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이후에도 강화학습을 통해 엄청난 실력 향상을 이루었다. 알파고의 현재 전력을 알려주는 엘로(Elo) 점수는 약 4500점 정도다.”
 
  현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柯洁) 9단의 엘로 점수는 3615점이다. 엘로 점수란 1500점에서 시작, 강한 상대를 이기면 점수가 많이 오르고 약한 상대를 꺾으면 점수가 적게 오르는 순위 산출 방식이다.
 
  ― 돌바람의 기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마지막으로 테스트했을 때가 아마 5단이었습니다.”
 
  ― 아마 5단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프로기사랑 4점 접바둑을 두는 실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반인과 대결하면 거의 지지 않는 수준이지요.”
 
  ― 알파고의 막냇동생 정도는 되는 실력이네요.
 
  “그렇게 설명하면 이해가 쉽겠네요. 기력 차이가 큰 게 사실입니다. 솔직히 알파고는 차원이 다른 바둑 AI 프로그램이죠.”
 
  ― 임 대표의 기력은 어떻게 됩니까
 
  “아마추어 7급 정도입니다.”
 
  바둑에서 아마와 프로의 급수와 단수 체계는 아마 급의 경우, 최하급 18급(級)에서 1급까지 있고, 단의 경우 초단부터 7단까지 단(段)이 있다. 급은 낮을수록 단은 높을수록 고수(高手)다. 6단까지는 한국기원이 인정해 준다. 7단은 아마 전국대회에서 3회 우승(1회 우승하면 6단)을 해야 받을 수 있다. 프로는 초단부터 9단까지 있고 입단대회 등을 통해 매년 15명씩 뽑는다. 과거에는 별도 승단대회가 있었으나 최근엔 각종 대회 성적으로 점수를 매겨 승단시킨다.
 
  ― 돌바람은 알파고를 절대 이길 수 없나요.
 
  “당장은 그렇겠지요.”
 
  ― 혹시 대국을 천 번쯤 하면 한 번은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몇천, 몇만 판 하면 한두 번은 승리할 수도 있겠죠. 아주 강력한 챔피언이랑 도전자가 권투 경기를 하는데 계속 밀리던 도전자가 무심코 휘두른 펀치에 맞아 챔피언이 쓰러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이기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나요.”
 
  ― 언제쯤 돌바람이 알파고와 대등한 대국을 펼칠 수 있을까요.
 
  “빠르면 2년에서 늦으면 5년 사이에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 5년 안에 알파고와 비슷한 수준의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네요.
 
  “알파고가 사용한 딥 러닝 방식은 예전부터 사용해 왔던 알고리즘입니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가치망 때문이죠. 쉽게 설명하자면 알파고의 딥 러닝은 정책망과 가치망으로 구축돼 있습니다. 정책망은 바둑돌을 어디에 두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큰지(좋은 수인지) 판단합니다. 이 기술은 지금 당장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바둑 AI 프로그램도 많고요.
 
  문제는 가치망입니다. 가치망은 정책망을 통해 추려낸 수 중 가장 좋은 수를 선택하는 것인데 알파고는 이 성능이 정말 좋습니다. 애매한 상황에서 형세를 판단하는 가치망이 잘 구축돼 있는 것이지요. 알파고에 연결된 1202대의 CPU(중앙처리장치) 있지 않습니까. 이게 가치망 역할을 합니다. 돌바람도 성능 좋은 CPU를 연결하면 알파고와 비슷한 수준의 가치망을 구축할 수 있지요.”
 
  ― 웹(WWW)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는 알파고를 만든 허사비스를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했는데요. 본인도 ‘천재류’라고 생각하나요.
 
  “그분(허사비스)은 예전부터 게임 인공지능 쪽에서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어요. 저는 그냥 바둑과 프로그램 개발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이름을 ‘돌바람’으로 지은 이유
 
  바둑을 좋아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임 대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메소프트, 위고바둑 등에서 네트워크 서버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바둑을 좋아해 1997년 ‘바둑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바둑이’의 기력이 아마 초단도 안 됐어요. 당시는 더는 기력을 높이는 게 어렵다고 보고 바둑 인공지능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다시 도전한 계기가 있었다.
 
  “2012년 일본의 바둑 프로그램 ‘젠(ZEN)’을 알게 됐어요. 제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아마 4~5단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요. 충격이었습니다. 자극을 받아 저도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돌바람’을 개발한 것이지요. 다만 자료는 젠이 아닌 ‘크레이지 스톤(Crazy Stone)’ 것을 참고했습니다.”
 
  바둑 프로그램인 크레이지 스톤의 개발자는 프랑스의 레미 클롱(Remi Coulom)이다. 그는 알파고 공동개발자인 아자황(Aja Huang) 딥마인드 연구원(아마 6단)의 스승이다. 아자황 연구원은 알파고와 이 9단과의 대국 때 알파고 대신 바둑돌을 놓았다. 크레이지 스톤의 판권은 현재 일본 게임회사인 언발란스가 가지고 있다.
 
  ― 알파고라는 이름은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Alphabet)’ 또는 최고를 의미하는 ‘알파(α)’와 바둑을 뜻하는 영어 ‘고(Go·바둑 碁·기의 일본어 음독)’에서 따왔다고 하던데요. 이름을 ‘돌바람’이라고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바둑)돌로 바람을 일으키자는 뜻이에요. ‘바람’에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라는 의미도 있잖아요. ‘돌바람’이 최고가 되기를 바란다. 뭐 이런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요.”
 
  ― 돌바람의 개발비용은 얼마 정도 들었습니까.
 
  “돌바람은 저 혼자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큰 비용이 들지 않았습니다.”
 
  ― 그래도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이란 게 있잖아요.
 
  “컴퓨터는 있어야겠죠.”
 
  ― 컴퓨터 한 대로 돌바람을 만드신 거네요.
 
  “컴퓨터와 노하우만 있으면 만들 수 있습니다.”
 
  ― 돌바람으로 인한 수익은 어떻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 구글은 알파고 덕분에 시가총액이 58조원 증가했는데요. 수익 창출에도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돌바람의 기력 수준을 높이면서 AI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자면 바둑을 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바둑 학습 프로그램’ 같은 것이죠.”
 
 
  조치훈 9단과의 4점 접바둑에서 승리
 
돌바람은 2015년 11월 중국에서 열린 제1회 미림합배 세계컴퓨터바둑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의 젠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덤7.5집 돌바람(백) ZEN(흑) 백불계승)
  알파고 등장 이전 돌바람은 세계 최정상급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 2012년 처음 등장한 돌바람은 2013년 KGS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우승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5년 3월에는 일본 전기통신대학(UEC)이 개최한 제8회 UEC배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 처음 출전해 준우승했다. 당시 준우승 기념으로 조치훈 9단과 둔 4점 접바둑에서도 이겼다. 11월에는 한·중·일과 대만·미국·프랑스·체코 등 7개국 9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에서 열린 미림합배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돌바람이 등장 1년 만인 2013년 ‘KGS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우승했네요. 당시 현장 반응이 어땠습니까.
 
  “이변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 알파고는 차원이 다르니까 제외하고, 현재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바둑 프로그램은 무엇입니까.
 
  “앞서 언급한 크레이지 스톤과 젠입니다.”
 
  ― 돌바람은 크레이지 스톤, 젠보다 강한가요.
 
  “상대 전적은 비슷비슷합니다. 크레이지 스톤의 경우 2013년 결승에서는 이겼는데, 2년 뒤인 2015년 3월 일본 전기통신대학(UEC)이 개최한 제8회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는 졌습니다. 젠과는 2015년 11월 미림합배에서는 승리했지만, 2016년 제9회 대회에서는 패배했지요.”
 
2015년 3월 돌바람은 4점 접바둑에서 조치훈 9단에게 불계승했다. 돌바람(흑) 조치훈 9단(백).
  ― 돌바람이 조치훈 9단과 둔 4점 접바둑에서 이겨 화제가 된 적이 있던데요. 대국은 어땠습니까.
 
  “대국시간은 제한시간 30분에 초읽기 30초였습니다. 제한시간 때는 45초에, 초읽기 때는 29초에 수를 찾도록 프로그래밍했지요. 돌바람은 초당 4만 번 정도 모의 대국을 합니다. 모의 대국은 A라는 곳에 돌을 놓고 나서 끝까지 한판을 둔 것을 뜻합니다. 이때 승부 확률도 나오는데요. 29초 동안 거의 120만 번에 가까운 모의 대국을 두는 셈이지요. 조 프로는 114수부터 장고를 시작했는데 당황했는지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도 하고,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돌바람이 250수 만에 불계승했지요.”
 
  조치훈 프로 9단은 일본에서 유일하게도 7대 바둑 타이틀(棋聖·十段·本因坊·碁聖·名人·王座·天元)을 모두 획득한 경력을 가진 일본 최강의 프로 바둑기사다.
 
  조 9단은 이어 벌어진 크레이지 스톤과의 3점 접바둑에서는 승리했다. 당시 조 9단은 “돌바람은 중후반에 강점이 있고, 크레이지 스톤은 초중반을 짜나가는 방식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페이스북에서 만든 바둑 프로그램의 수준
 

  ― 페이스북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던데요.
 
  “다크포레스트(DarkForest)라는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었지요.”
 
  ― 실력이 어떻습니까.
 
  “딥 러닝 방식을 사용했는데, 실력은 별로입니다. 올해(2016년) 3월 열린 UEC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대진운이 좋았죠.”
 
  페이스북은 구글보다 먼저 뇌를 모방한 컴퓨터 시스템인 인공지능에 관심을 보였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인수전에도 페이스북이 구글보다 먼저 나설 정도였다. 하지만 인수전의 승자는 구글이었다. 구글은 6000억원 이상을 들여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 올해 UEC 대회에서 다크포레스트가 준우승을 차지했다면 우승은 어떤 프로그램이 했습니까.
 
  “일본의 젠이 우승했습니다.”
 
  ― 돌바람은요.
 
  “5위에 머물렀습니다.”
 
  ― 작년에는 준우승했잖아요. 성적이 하락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준비 기간이 짧아 개발 중인 딥 러닝 방식을 적용하지 못했습니다. 알파고의 선전에 충격을 받았는지, 다른 프로그램들은 나름 딥 러닝 방식을 잘 적용해서 나왔더라고요. 원래 젠도 아마 5단 실력이었는데 6단 정도로 는 것 같았습니다.”
 
  ― 북한의 바둑 프로그램 ‘은별’이라고 아십니까.
 
  “물론이죠.”
 
  ‘은별’은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KCC) 산하 삼일포정보센터가 만든 바둑 프로그램이다. 1998년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연속 UEC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 돌바람이 은별과 대결한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돌바람은 2012년에 나왔고, 은별은 2011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죠.”
 
  ― 일본에서는 은별을 판매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판매하는 것은 2011년 버전입니다. 기력이 낮고, 알고리즘도 굉장히 뒤처졌지요.”
 
  ― 지금 돌바람과 은별이 대결한다면 무조건 승리하겠네요.
 
  “그렇겠죠. 은별 수준이 아마추어 2~3단이니까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임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앞두고 《조선일보》 기자분이 저에게 결과 예상을 묻더군요. ‘이세돌 9단이 5:0으로 이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알파고가 정말 강한 겁니다. 충격이었습니다. 프로기사에게 접바둑이 아닌 호선(互先)으로 승리하는 바둑 프로그램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알파고 등장으로 인해 바둑 AI 프로그램 수준이 높아질 겁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겠지요. 그렇다고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돌바람이 알파고를 잡을 날을 향해 전진할 겁니다.”⊙
조회 : 18023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00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도서출간 배너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