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누군가와 첫 대면 최초 10분 동안 평균 3회 거짓말”
⊙ “‘모든 사건이 물적 증거를 남긴다’는 말은 속설일 뿐”
⊙ “동물들도 거짓말한다”
⊙ 認知面談 등의 새로운 수사기법으로 피의자의 거짓말 찾아내
⊙ “‘모든 사건이 물적 증거를 남긴다’는 말은 속설일 뿐”
⊙ “동물들도 거짓말한다”
⊙ 認知面談 등의 새로운 수사기법으로 피의자의 거짓말 찾아내
2014년 한 해 전국에서 일어난 사기 사건은 24만4008건이다. 2분9초에 한 건씩 사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4%다. 사기 사건의 요체가 거짓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에 거짓말이 횡행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국민통합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여야 간 정치 갈등(51.9%)이라고 답했다. 또 국민통합에 저해가 되는 정치인의 유형으로는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24.5%로 가장 높게 나왔다.
거짓말을 싫어하지만 거짓말이 횡행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인 것이다. 거짓말을 싫어하는 우리는 하루에 몇 번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인간은 살 수 있을까. 범죄자들의 거짓말은 어떻게 들통이 날까. ‘거짓말 전문가’인 전우병(全禹炳) 전 경기대 대우교수를 만났다. 그는 범죄심리학 박사이기도 하다.
―인간은 하루에 몇 번의 거짓말을 합니까.
“‘거짓말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파멜라 메이어는 그의 저서 《거짓말 알아채기》에서 ‘인간은 하루에 10~200회 정도의 거짓말을 하며 누군가와 첫 대면을 하는 최초의 10분 동안 평균 3회의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감바 와타루는 ‘사람은 8분마다 거짓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인간이 하는 거짓말 횟수는 연구한 학자들마다 편차가 있습니다. 학자들마다 측정한 거짓말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가 다를지라도 ‘하루에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고한 연구는 없습니다. 인간은 매일매일 상황에 따라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건가요?
“사회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하는 다양한 ‘사회적 거짓말’부터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을 해치려는 ‘심각한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나 동기는 매우 다양합니다. 《거짓말의 심리학》의 저자인 찰스 포드는 ‘거짓말은 본능이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는 다양한 종의 동물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상대를 속이고 있는데 이는 거짓말이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동물도 거짓말을 합니까.
“그럼요. 한 예로 파수꾼 역할을 하는 새는 외부의 적이 침범하면 경고 소리를 내 무리를 사전에 안전하게 피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서식지에 있는 먹이가 충분하지 않을 때 파수꾼 역할을 하는 새는 무리가 흩어지도록 거짓 경고 소리를 내서 자신의 먹이를 확보한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구하거나 혹은 타인의 이득을 편취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동물들의 생존본능과 매한가지라는 것이 찰스 포드의 주장인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거짓말을 잘하거나 거짓말 탐지를 잘해야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인지적이고 정신적인 힘도 선택적으로 진화했다고 봅니다. 생존을 위해 자신의 거짓말은 발각되지 않게 정교하게 잘해야 하고, 타인의 거짓말을 잘 간파해야만 하는 게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국민통합에 저해가 되는 정치인의 유형으로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꼽혔는데 정치인들은 특별히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인가요?
“앞서도 언급했듯 모든 인간은 어떤 이유에서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본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어요. 유명 인사든 정치인이든 그 누구나 거짓말을 하는 본능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들의 거짓말이 유독 주목을 받는 것은 이들이 갖는 사회적 위치가 공인(公人)이기 때문이죠. 일반인들이 매일매일 하는 거짓말은 그 범위나 파급효과가 작을 수 있지만 공인의 거짓말은 그렇지 않죠. 특히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 각종 선거에서 정치인은 당선을 위해서라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각종 속임수와 거짓을 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선거 전략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에 싸여 있다 하더라도 어찌되었든 많은 부분 은폐와 속임수가 판을 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세(微細) 표정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에크만 박사는 정치든 외교든 ‘본인이나 자국의 이득을 위해 상대방에게 거짓 믿음을 주고 또한 상대방의 속임수를 정확히 간파하는 능력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거짓말 없는 정치’는 불가능한 셈이죠.”
거짓말과 음모론
―심리학적으로 거짓말이란 무엇입니까.
“에크만 박사에 따르면 거짓말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의도성이 있다는 것이죠. 거짓말은 상대방을 속이겠다는 의도를 미리 계획하고 있는 고의적인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거짓말의 두 번째 요소는 화자(話者)가 진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역시 미국의 심리학자인 프리맥 부부와 일본의 감바 와타루 역시 ‘거짓말이란 화자가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정의 내린 바 있습니다.”
―모르고 하는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게 봐야죠. 자신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이른바 자기기만이나 진실이라고 잘못 알고 말하는 ‘틀린 말’은 거짓말의 범주에서 제외됩니다. 거짓말의 세 가지 요소 중 마지막은 거짓말의 표적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거짓말의 표적이 되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그런 의도를 읽을 수 있을 만한 어떤 사전 언질도 받지 못한 상태여야 합니다.”
―쉽게 예를 든다면?
“예를 들어 배우들의 연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을 거짓말쟁이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배우의 연기에 속겠다고 동의한 상태에서 그 연기를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에크만은 이와 같은 거짓말의 세 가지 요소를 들어 ‘거짓말이란 상대가 속아주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고, 또 상대를 속일 것이라고 미리 알리지 않은 채 고의로 속이려는 의도’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우리의 이야기는 거짓말과 밀접한 음모론으로 넘어갔다.
―우리 사회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 세월호 침몰 사건 같은 대형사건 발생 후에는 항상 음모론이 등장하는데 거짓말이 횡행하는 사회이기 때문입니까.
“거짓말이 횡행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특성 때문이죠. 사람들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애매하거나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 분명하고 확실한 어떤 의미를 채워 넣음으로써 불편감을 해소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단 말이죠. 그런데 정부 등이 발표하는 천안함, 세월호 같은 대형사건의 원인은 거의 언제나 애매하거나 불확실한 부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를 접한 사람들은 정부 발표의 애매한 부분에 대하여 무엇인가 숨겨진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이 부분의 불확실함을 해소시킬 또 다른 미지의 정보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확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음모론이 등장하는 것으로 봅니다.”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입니까.
“모든 인류의 보편적인 속성이 확실성의 추구입니다. 세계 모든 사회에서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정도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불신의 골이 깊은 사회일수록 불확실성이 높기에 그만큼 음모론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왜 음모론을 믿는가
―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생길까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심리의 속성에다가 자기중심적 편향 때문에 음모론이 확산되고 그것을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지심리학(認知心理學)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사람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여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이성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도식을 통해 세상사를 재단하고 걸러내면서 선별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죠. 고정관념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런 인간의 속성 때문에 어떤 한 사건에 대해서 무엇인가 확신이 없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도식이나 고정관념 등 가설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취합하여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이를 다른 말로 ‘확증편향’이라고도 합니다. 음모론은 그 내용이 황당하다 하더라도 반박하기 힘든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신뢰가 가는 정보가 될 수밖에 없고 이를 토대로 믿음을 강화하게 마련입니다.”
―음모론의 배후로 보통 CIA나 국정원 같은 정보당국이 지목되곤 하는데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를 채워줄 의미 있는 정보가 필요하죠. 그 의미 있는 정보가 어디에 많겠습니까. 그래서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다양한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들이야말로 사람들이 갖는 갖가지 불확실함을 해소시켜 줄 가장 적합한 정보의 근원지로 여기는 것이죠.”
―화성 연쇄살인 같은 경우 북한 간첩의 소행이라는 음모론이 돌기도 했지만 이내 사라졌습니다. 반면 케네디 암살 사건이나 달 착륙같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음모론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모론의 생명력이 길고 짧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요.
“이것 역시 불확실성의 문제예요. 음모론 자체도 하나의 정보이므로 그것이 갖는 정보가(情報價)에 따라 반론의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반박하기 쉬운 음모의 경우는 그만큼 신뢰성이 떨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그 정보가 갖는 지속력과 영향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생명력이 긴 음모론은 그 내용이 황당하다 하더라도 반박할 여지가 없는 경우인데 사람들은 그 정보의 애매한 부분에 보다 확실한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점점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갑니다. 음모론이 진화하는 것이죠.”
―음모론 유포자들은 정말 그 음모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확산을 시도하는 건가요?
“그런 사람들도 있겠고 사회불안 조성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분명한 것은 음모론은 진화한다는 겁니다. 최초 유포자가 정부 등의 발표는 음모라는 확신을 가지고 확실한 내용을 최초로 생성한다기보다는 불확실한 수준의 반론, 즉 가설적인 수준의 정보를 생성합니다. 여기에 이를 믿고 싶은 사람들이 최초 음모론에 살을 붙이고 증거를 찾음으로써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죠.”
범죄자들의 거짓말 찾아내기
전우병 박사는 범죄심리학을 전공했다. 거짓말 중에서도 범죄자들의 거짓말을 찾아내는 전문가인 셈이다.
범죄심리학이란 말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생소한 용어였지만 표창원(表蒼園) 전(前) 경찰대 교수, 이수정(李水晶) 경기대 교수 등이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범죄심리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널리 알려진 학문 분야다. 표 교수나 이 교수가 범죄심리학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들의 박사 학위 분야는 각각 경찰학과 사회심리 분야다.
전 박사는 2003년 국내에서 범죄심리학과를 처음 개설한 경기대에서 최초로 범죄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짓말 전문가인 전 박사의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은 〈거짓말 탐지의 비언어적 지표 탐색과 훈련 효과〉이다.
범죄심리학은 경찰 및 검찰의 수사 과정의 수사심리학, 재판 과정에서의 법정심리학, 교정과 보호관찰 단계의 교정심리학으로 세분화하는데 ‘거짓말 전문가’인 전 박사는 수사심리학을 주로 연구했다. 그 일환으로 면담 대상자들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내기 위한 조사 기법인 인지면담(認知面談) 기법도 공부했는데 인지면담 조사 기법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를 국내 최초로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이 조사 기법은 수사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법이었다.
전 박사는 2005년부터 경찰 및 검찰에 이 기법을 소개하고 교육을 했다.
전 박사는 이 과정에서 진술타당도 분석(SVA·Statements Validity Analysis)도 접하게 됐다. SVA는 인지면담 등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피의자 진술의 진실성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전 박사는 2008년 5월부터 대검찰청 심리분석실과 함께 SVA 기법을 수사현장에서 활용했다. 전 박사는 그 후 5년간 전국을 누비며 500여 회의 인지면담과 진술분석을 했다고 한다. 전 박사는 그때의 활동을 이렇게 술회했다.
“처음 한 명뿐이었던 검찰의 진술분석관과 함께 사건이 발생한 전국을 찾아가며 제가 학문적으로 배운 진술분석과 인지면담을 실제 현장에 적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사 과정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사건 정보를 확보하고 그 진실성을 분석한 결과물을 사법부가 증거로 인정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검찰도 그 성과를 인정했는지 처음 시작할 때는 1명에 불과했던 진술분석관을 10명 이상으로 늘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기법을 거꾸로 검찰이 아닌 피의자 변호에 사용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SVA를 우리나라 사법부에서 증거로 채택한 사례가 많습니다. 진술만 존재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유망한 분석 기법으로 평가를 받게 된 거죠. 현재 SVA 기법은 민간 차원에서도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서비스를 수사기관에만 한정된 서비스가 아니라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찰 측에서는 싫어하겠군요.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의자 진술의 진위 여부를 분석하는 것은 감정(鑑定) 업무에 해당합니다. 진술분석은 사전에 엄격히 규정된 절차와 분석 준거를 사용함으로써 결론을 도출하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겁니다. 진술분석을 하는 감정인은 과학자로서 항상 중립적이기 때문에 변호인이든 검찰이든 같은 입장일 겁니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거짓말하는 피의자를 잡아내는 것이고 피의자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억울함을 방지하는 차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SVA 기법 서비스를 민간 차원으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의자를 조사할 때 사용하는 인지면담 기법과 SVA 기법은 별개의 수사 기법입니까.
“그렇지는 않고요. 쉽게 말하면 두 기법이 연동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지면담은 말 그대로 진술을 확보하는 과학적인 조사 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인지심리, 사회심리 등 다양한 심리학의 이론을 토대로 냄새, 색, 주변상황 등 자신이 경험한 피조사자의 기억을 더 많이 끌어내는 기법입니다. 여타의 다른 조사 기법보다 더 많은 양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 거죠. SVA는 진술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과학적 절차로서 진위 판단에 중요한 핵심 쟁점을 선정한 후 피조사자를 상대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면담을 실시합니다. 이 면담 과정에서 저는 인지면담 기법을 사용합니다. 그런 다음 면담에서 확보된 진술 내용을 다양한 진위 판단의 준거로 분석하는 것이죠. 인지면담을 SVA의 진단적 면담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이것이 여타의 조사 기법보다 훨씬 더 많은 이미지 정보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진술의 특징을 더 잘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전 박사는 “인지면담이나 SVA 기법을 통해 어떻게 거짓말인지 아닌지 가려내는지를 세세하게 말해 달라”는 질문은 웃음으로만 되받았다. 아마 영업 비밀(?)인 것 같았다. 대신 그는 이들 기법을 적용한 범죄 사례들을 소개했다.
잘못된 美 드라마 〈CSI〉 효과
―우리는 보통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실마리를 푸는 핵심 요소로 현장에서 어렵게 채취한 DNA 등을 분석해 증거로 제시하는 과학적 수사를 떠올립니다. 실제 사건 현장에서 과학적 수사가 사건 실마리를 푸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요.
“DNA, 족적, 지문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수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중요도의 비중이라고 할까요?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데는 그런 물증을 분석하는 과학수사의 영역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크지 않습니다. 실제 수사현장에서 사건의 실마리는 86%가 인적(人的) 요소에 있습니다. 즉 사건 관계인인 가해자, 피해자, 제3의 목격자 확보 등 사람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더 중요합니다. 물론 SVA 같은 기법도 과학적 기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과학수사를 좀 더 좁게 말한다면 이화학(理化學, 물리·화학)적 접근을 중심으로 하는 첨단 수사 기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인 〈CSI〉로 인해서 최근 미국에서는 ‘CSI 효과’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일반인들에게 ‘모든 사건은 물적 증거를 남긴다’는 잘못된 신념을 갖게 해 물적 증거가 없는 사건은 무조건 무죄 평결을 내리는 경향을 빗대어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민형사 사건 중 물적 증거가 남지 않은 경우는 허다합니다.”
―예를 든다면?
“대표적인 것이 성폭력 사건입니다. 원고 측은 ‘성폭력을 당했다’, 피고 측은 ‘화간이었다’고 주장하는 사건인 경우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도 희박할 뿐만 아니라 DNA 같은 물적 증거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는 성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 뿐 강제성을 입증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법정 공방은 누구의 진술이 사실이냐가 됩니다. 그동안 이런 사건의 경우 검찰 측은 2008년부터 도입한 SVA 결과를 증거로 제출하고 변호인 측은 반대신문을 통해 증거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어적인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민간기관에서도 SVA 감정 서비스를 시행함으로써 변호인 측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해 의뢰인의 무고를 입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 박사는 “SVA 기법이 실제 법정에서 유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들어달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사례1: 8세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피의자가 있었다. 이 피의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 측은 피해아동을 인지면담 기법으로 조사한 후 진술분석을 했다. 피의자의 의붓딸에 대한 상습적 성추행은 사실인 것으로 분석됐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피의자를 구속했고 법원은 진술분석 결과를 증거로 채택해 이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2008년 제주지법에서 있었다.
*사례2: 1심에서 준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있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이 피고인에 대해 인지면담 및 진술분석을 실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이 분석 결과를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 2009년 서울고법에서 다룬 사건이다.
위 두 사례와 달리 SVA 기법을 통해 무죄를 받은 사례도 있다. 변호인 측에서 이 기법을 활용한 사례다.
*두 살배기 아들이 시끄럽게 운다며 아버지가 아들을 때려 죽게 한 사망치사 사건이 있었다. 검찰에 구속된 이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변호인 측은 2심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에 대한 인지면담 결과와 진술분석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2심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도 인지면담과 진술분석 결과를 명시했다. 2011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있었던 사례다.
‘이태원 살인 사건’ 공소 유지에 적용
―인지면담이나 진술분석 기법이 첨단 기법이라고는 하지만 ‘거짓말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데 혹시 주관이 개입할 소지는 없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전통적으로 거짓말 탐지는 언어, 비언어, 정신생리 측면들을 분석하는 세 가지 접근으로 나뉩니다. 정신생리적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거짓말을 탐지하는 방법은 ‘거짓말 탐지기’라고 알려진 폴리그래프 검사가 대표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죠. 폴리그래프라는 용어는 신체의 여러 가지 변화를 측정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심장 박동수, 혈압, 피부전도성, 호흡 등 자율신경계의 활동 변화를 측정하기 때문에 폴리그래프가 측정하는 것은 거짓말 자체라기보다는 자율신경계에 나타나는 흥분 징후, 즉 정서가 고조되었을 때 일차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를 측정하는 겁니다. 이 폴리그래프 기법은 현재 경찰과 검찰, 국립과학수사원 등의 다수 검사관이 형사사건을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민간기관에서도 폴리그래프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나라 사법부에서는 폴리그래프 결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거짓말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폴리그래프는 자율신경계 중 특히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를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이 도구의 기본 원리는 일반인들에게는 양심이라는 도덕적 윤리적 기준이 있는데 그것을 위반할 때 부끄러움이나 죄책감 등 양심의 가책이 일어나고 이것이 생리적 신호로 나타나는 것을 측정하는 겁니다. 그러나 죄책감이나 부끄러운 정서는 누구나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얘기하는 ‘양심에 털 난 사람’인 사이코 패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모르죠.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폴리그래프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죠.”
―언어를 통한 거짓말 탐지에는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언어적 분석을 통한 거짓말 탐지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통상 진술분석 기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다시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19년 전의 ‘이태원 살인 사건’ 공소 유지에도 진술분석이라는 기법이 적용됐습니다. 사건 당시에는 없었지만 2008년에 이 기법을 도입하면서 이 사건에도 새롭게 적용한 것이죠.”
―‘이태원 살인 사건’에도 SVA 기법이 적용됐다는 뜻인가요?
“개념이 약간 다릅니다. 진술분석 기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태원 살인 사건’에서 사용된 진술분석 기법은 엄격히 말하면 과학적 내용분석(SCAN·Scientific Contents Analysis) 범주에 들어갑니다. 서면진술문의 언어적 특징을 분석해서 거짓말, 특히 은폐를 탐지하는 기법이죠. 우리나라 경찰에서 일부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SVA 기법입니다. SVA를 정확히 말하면 진술타당도 분석인데 글자 그대로 진술의 진실성을 분석하는 기법입니다. 진술의 내용이 실제 경험한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분석 절차입니다.”
―최근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이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말투와 행동을 분석한 것을 보면 거짓말하는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보다 양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생각 외로 상대방의 눈과 더 자주 마주치는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는데요. ‘인간 거짓말 탐지기’라는 별명을 가진 FBI 요원 출신 조 내버로는 “사람의 거짓말은 얼굴보다 몸짓에 나타난다”는 말도 했고요. 서면이나 음성 질문 못지않게 행동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 일 아닌가요?
“제가 앞서 거짓말 탐지는 언어, 비언어, 정신생리의 세 가지 측면을 분석한다고 했는데요. 행동을 분석하는 것은 비언어적 영역에 속하는 방법입니다. 진술자의 행동특성을 분석해서 거짓말을 탐지하는 건데 사람들이 비언어적 행동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진술의 진위 여부를 비언어적 행동에서 찾아보려는 접근입니다. 숨기고 싶은 사실을 거짓으로 진술하기는 쉽지만 그 과정에서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비언어적 행동단서들은 말하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숨기려 한다는 것을 나타내게 마련입니다. 이 기법은 우리나라 검찰에서만 운용되고 있는데 다수의 사건 해결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국민통합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여야 간 정치 갈등(51.9%)이라고 답했다. 또 국민통합에 저해가 되는 정치인의 유형으로는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24.5%로 가장 높게 나왔다.
거짓말을 싫어하지만 거짓말이 횡행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인 것이다. 거짓말을 싫어하는 우리는 하루에 몇 번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인간은 살 수 있을까. 범죄자들의 거짓말은 어떻게 들통이 날까. ‘거짓말 전문가’인 전우병(全禹炳) 전 경기대 대우교수를 만났다. 그는 범죄심리학 박사이기도 하다.
―인간은 하루에 몇 번의 거짓말을 합니까.
“‘거짓말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파멜라 메이어는 그의 저서 《거짓말 알아채기》에서 ‘인간은 하루에 10~200회 정도의 거짓말을 하며 누군가와 첫 대면을 하는 최초의 10분 동안 평균 3회의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감바 와타루는 ‘사람은 8분마다 거짓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인간이 하는 거짓말 횟수는 연구한 학자들마다 편차가 있습니다. 학자들마다 측정한 거짓말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가 다를지라도 ‘하루에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고한 연구는 없습니다. 인간은 매일매일 상황에 따라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건가요?
“사회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하는 다양한 ‘사회적 거짓말’부터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을 해치려는 ‘심각한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나 동기는 매우 다양합니다. 《거짓말의 심리학》의 저자인 찰스 포드는 ‘거짓말은 본능이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는 다양한 종의 동물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상대를 속이고 있는데 이는 거짓말이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동물도 거짓말을 합니까.
“그럼요. 한 예로 파수꾼 역할을 하는 새는 외부의 적이 침범하면 경고 소리를 내 무리를 사전에 안전하게 피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서식지에 있는 먹이가 충분하지 않을 때 파수꾼 역할을 하는 새는 무리가 흩어지도록 거짓 경고 소리를 내서 자신의 먹이를 확보한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구하거나 혹은 타인의 이득을 편취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동물들의 생존본능과 매한가지라는 것이 찰스 포드의 주장인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거짓말을 잘하거나 거짓말 탐지를 잘해야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인지적이고 정신적인 힘도 선택적으로 진화했다고 봅니다. 생존을 위해 자신의 거짓말은 발각되지 않게 정교하게 잘해야 하고, 타인의 거짓말을 잘 간파해야만 하는 게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국민통합에 저해가 되는 정치인의 유형으로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꼽혔는데 정치인들은 특별히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인가요?
“앞서도 언급했듯 모든 인간은 어떤 이유에서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본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어요. 유명 인사든 정치인이든 그 누구나 거짓말을 하는 본능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들의 거짓말이 유독 주목을 받는 것은 이들이 갖는 사회적 위치가 공인(公人)이기 때문이죠. 일반인들이 매일매일 하는 거짓말은 그 범위나 파급효과가 작을 수 있지만 공인의 거짓말은 그렇지 않죠. 특히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 각종 선거에서 정치인은 당선을 위해서라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각종 속임수와 거짓을 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선거 전략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에 싸여 있다 하더라도 어찌되었든 많은 부분 은폐와 속임수가 판을 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세(微細) 표정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에크만 박사는 정치든 외교든 ‘본인이나 자국의 이득을 위해 상대방에게 거짓 믿음을 주고 또한 상대방의 속임수를 정확히 간파하는 능력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거짓말 없는 정치’는 불가능한 셈이죠.”
거짓말과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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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을 해결할 때 지문, 족적, DNA 분석 등 물증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술 등 인적 증거가 사건 해결의 86%를 차지한다고 한다. 사진은 ‘용인 캣맘 벽돌 사건’ 현장에서 증거를 찾고 있는 수사요원들 모습. |
“에크만 박사에 따르면 거짓말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의도성이 있다는 것이죠. 거짓말은 상대방을 속이겠다는 의도를 미리 계획하고 있는 고의적인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거짓말의 두 번째 요소는 화자(話者)가 진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역시 미국의 심리학자인 프리맥 부부와 일본의 감바 와타루 역시 ‘거짓말이란 화자가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정의 내린 바 있습니다.”
―모르고 하는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게 봐야죠. 자신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이른바 자기기만이나 진실이라고 잘못 알고 말하는 ‘틀린 말’은 거짓말의 범주에서 제외됩니다. 거짓말의 세 가지 요소 중 마지막은 거짓말의 표적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거짓말의 표적이 되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그런 의도를 읽을 수 있을 만한 어떤 사전 언질도 받지 못한 상태여야 합니다.”
―쉽게 예를 든다면?
“예를 들어 배우들의 연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을 거짓말쟁이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배우의 연기에 속겠다고 동의한 상태에서 그 연기를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에크만은 이와 같은 거짓말의 세 가지 요소를 들어 ‘거짓말이란 상대가 속아주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고, 또 상대를 속일 것이라고 미리 알리지 않은 채 고의로 속이려는 의도’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우리의 이야기는 거짓말과 밀접한 음모론으로 넘어갔다.
―우리 사회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 세월호 침몰 사건 같은 대형사건 발생 후에는 항상 음모론이 등장하는데 거짓말이 횡행하는 사회이기 때문입니까.
“거짓말이 횡행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특성 때문이죠. 사람들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애매하거나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 분명하고 확실한 어떤 의미를 채워 넣음으로써 불편감을 해소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단 말이죠. 그런데 정부 등이 발표하는 천안함, 세월호 같은 대형사건의 원인은 거의 언제나 애매하거나 불확실한 부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를 접한 사람들은 정부 발표의 애매한 부분에 대하여 무엇인가 숨겨진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이 부분의 불확실함을 해소시킬 또 다른 미지의 정보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확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음모론이 등장하는 것으로 봅니다.”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입니까.
“모든 인류의 보편적인 속성이 확실성의 추구입니다. 세계 모든 사회에서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정도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불신의 골이 깊은 사회일수록 불확실성이 높기에 그만큼 음모론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왜 음모론을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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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는 증거로 채택하고 있지 않지만 진술분석은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 |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심리의 속성에다가 자기중심적 편향 때문에 음모론이 확산되고 그것을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지심리학(認知心理學)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사람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여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이성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도식을 통해 세상사를 재단하고 걸러내면서 선별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죠. 고정관념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런 인간의 속성 때문에 어떤 한 사건에 대해서 무엇인가 확신이 없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도식이나 고정관념 등 가설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취합하여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이를 다른 말로 ‘확증편향’이라고도 합니다. 음모론은 그 내용이 황당하다 하더라도 반박하기 힘든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신뢰가 가는 정보가 될 수밖에 없고 이를 토대로 믿음을 강화하게 마련입니다.”
―음모론의 배후로 보통 CIA나 국정원 같은 정보당국이 지목되곤 하는데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를 채워줄 의미 있는 정보가 필요하죠. 그 의미 있는 정보가 어디에 많겠습니까. 그래서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다양한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들이야말로 사람들이 갖는 갖가지 불확실함을 해소시켜 줄 가장 적합한 정보의 근원지로 여기는 것이죠.”
―화성 연쇄살인 같은 경우 북한 간첩의 소행이라는 음모론이 돌기도 했지만 이내 사라졌습니다. 반면 케네디 암살 사건이나 달 착륙같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음모론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모론의 생명력이 길고 짧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요.
“이것 역시 불확실성의 문제예요. 음모론 자체도 하나의 정보이므로 그것이 갖는 정보가(情報價)에 따라 반론의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반박하기 쉬운 음모의 경우는 그만큼 신뢰성이 떨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그 정보가 갖는 지속력과 영향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생명력이 긴 음모론은 그 내용이 황당하다 하더라도 반박할 여지가 없는 경우인데 사람들은 그 정보의 애매한 부분에 보다 확실한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점점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갑니다. 음모론이 진화하는 것이죠.”
―음모론 유포자들은 정말 그 음모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확산을 시도하는 건가요?
“그런 사람들도 있겠고 사회불안 조성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분명한 것은 음모론은 진화한다는 겁니다. 최초 유포자가 정부 등의 발표는 음모라는 확신을 가지고 확실한 내용을 최초로 생성한다기보다는 불확실한 수준의 반론, 즉 가설적인 수준의 정보를 생성합니다. 여기에 이를 믿고 싶은 사람들이 최초 음모론에 살을 붙이고 증거를 찾음으로써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죠.”
범죄자들의 거짓말 찾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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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19년 만에 재판이 재개된 ‘이태원 살인 사건’ 공소 유지에도 진술분석 기법이 활용됐다.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이태원 살인 사건’ 현장검증을 위해 지어진 화장실 세트장. |
범죄심리학이란 말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생소한 용어였지만 표창원(表蒼園) 전(前) 경찰대 교수, 이수정(李水晶) 경기대 교수 등이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범죄심리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널리 알려진 학문 분야다. 표 교수나 이 교수가 범죄심리학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들의 박사 학위 분야는 각각 경찰학과 사회심리 분야다.
전 박사는 2003년 국내에서 범죄심리학과를 처음 개설한 경기대에서 최초로 범죄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짓말 전문가인 전 박사의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은 〈거짓말 탐지의 비언어적 지표 탐색과 훈련 효과〉이다.
범죄심리학은 경찰 및 검찰의 수사 과정의 수사심리학, 재판 과정에서의 법정심리학, 교정과 보호관찰 단계의 교정심리학으로 세분화하는데 ‘거짓말 전문가’인 전 박사는 수사심리학을 주로 연구했다. 그 일환으로 면담 대상자들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내기 위한 조사 기법인 인지면담(認知面談) 기법도 공부했는데 인지면담 조사 기법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를 국내 최초로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이 조사 기법은 수사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법이었다.
전 박사는 2005년부터 경찰 및 검찰에 이 기법을 소개하고 교육을 했다.
전 박사는 이 과정에서 진술타당도 분석(SVA·Statements Validity Analysis)도 접하게 됐다. SVA는 인지면담 등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피의자 진술의 진실성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전 박사는 2008년 5월부터 대검찰청 심리분석실과 함께 SVA 기법을 수사현장에서 활용했다. 전 박사는 그 후 5년간 전국을 누비며 500여 회의 인지면담과 진술분석을 했다고 한다. 전 박사는 그때의 활동을 이렇게 술회했다.
“처음 한 명뿐이었던 검찰의 진술분석관과 함께 사건이 발생한 전국을 찾아가며 제가 학문적으로 배운 진술분석과 인지면담을 실제 현장에 적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사 과정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사건 정보를 확보하고 그 진실성을 분석한 결과물을 사법부가 증거로 인정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검찰도 그 성과를 인정했는지 처음 시작할 때는 1명에 불과했던 진술분석관을 10명 이상으로 늘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기법을 거꾸로 검찰이 아닌 피의자 변호에 사용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SVA를 우리나라 사법부에서 증거로 채택한 사례가 많습니다. 진술만 존재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유망한 분석 기법으로 평가를 받게 된 거죠. 현재 SVA 기법은 민간 차원에서도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서비스를 수사기관에만 한정된 서비스가 아니라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찰 측에서는 싫어하겠군요.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의자 진술의 진위 여부를 분석하는 것은 감정(鑑定) 업무에 해당합니다. 진술분석은 사전에 엄격히 규정된 절차와 분석 준거를 사용함으로써 결론을 도출하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겁니다. 진술분석을 하는 감정인은 과학자로서 항상 중립적이기 때문에 변호인이든 검찰이든 같은 입장일 겁니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거짓말하는 피의자를 잡아내는 것이고 피의자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억울함을 방지하는 차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SVA 기법 서비스를 민간 차원으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의자를 조사할 때 사용하는 인지면담 기법과 SVA 기법은 별개의 수사 기법입니까.
“그렇지는 않고요. 쉽게 말하면 두 기법이 연동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지면담은 말 그대로 진술을 확보하는 과학적인 조사 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인지심리, 사회심리 등 다양한 심리학의 이론을 토대로 냄새, 색, 주변상황 등 자신이 경험한 피조사자의 기억을 더 많이 끌어내는 기법입니다. 여타의 다른 조사 기법보다 더 많은 양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 거죠. SVA는 진술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과학적 절차로서 진위 판단에 중요한 핵심 쟁점을 선정한 후 피조사자를 상대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면담을 실시합니다. 이 면담 과정에서 저는 인지면담 기법을 사용합니다. 그런 다음 면담에서 확보된 진술 내용을 다양한 진위 판단의 준거로 분석하는 것이죠. 인지면담을 SVA의 진단적 면담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이것이 여타의 조사 기법보다 훨씬 더 많은 이미지 정보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진술의 특징을 더 잘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전 박사는 “인지면담이나 SVA 기법을 통해 어떻게 거짓말인지 아닌지 가려내는지를 세세하게 말해 달라”는 질문은 웃음으로만 되받았다. 아마 영업 비밀(?)인 것 같았다. 대신 그는 이들 기법을 적용한 범죄 사례들을 소개했다.
잘못된 美 드라마 〈CSI〉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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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들은 국민통합에 저해가 되는 정치인의 유형으로 ‘거짓말하는 정치인’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
“DNA, 족적, 지문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수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중요도의 비중이라고 할까요?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데는 그런 물증을 분석하는 과학수사의 영역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크지 않습니다. 실제 수사현장에서 사건의 실마리는 86%가 인적(人的) 요소에 있습니다. 즉 사건 관계인인 가해자, 피해자, 제3의 목격자 확보 등 사람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더 중요합니다. 물론 SVA 같은 기법도 과학적 기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과학수사를 좀 더 좁게 말한다면 이화학(理化學, 물리·화학)적 접근을 중심으로 하는 첨단 수사 기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인 〈CSI〉로 인해서 최근 미국에서는 ‘CSI 효과’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일반인들에게 ‘모든 사건은 물적 증거를 남긴다’는 잘못된 신념을 갖게 해 물적 증거가 없는 사건은 무조건 무죄 평결을 내리는 경향을 빗대어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민형사 사건 중 물적 증거가 남지 않은 경우는 허다합니다.”
―예를 든다면?
“대표적인 것이 성폭력 사건입니다. 원고 측은 ‘성폭력을 당했다’, 피고 측은 ‘화간이었다’고 주장하는 사건인 경우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도 희박할 뿐만 아니라 DNA 같은 물적 증거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는 성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 뿐 강제성을 입증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법정 공방은 누구의 진술이 사실이냐가 됩니다. 그동안 이런 사건의 경우 검찰 측은 2008년부터 도입한 SVA 결과를 증거로 제출하고 변호인 측은 반대신문을 통해 증거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어적인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민간기관에서도 SVA 감정 서비스를 시행함으로써 변호인 측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해 의뢰인의 무고를 입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 박사는 “SVA 기법이 실제 법정에서 유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들어달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사례1: 8세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피의자가 있었다. 이 피의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 측은 피해아동을 인지면담 기법으로 조사한 후 진술분석을 했다. 피의자의 의붓딸에 대한 상습적 성추행은 사실인 것으로 분석됐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피의자를 구속했고 법원은 진술분석 결과를 증거로 채택해 이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2008년 제주지법에서 있었다.
*사례2: 1심에서 준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있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이 피고인에 대해 인지면담 및 진술분석을 실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이 분석 결과를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 2009년 서울고법에서 다룬 사건이다.
위 두 사례와 달리 SVA 기법을 통해 무죄를 받은 사례도 있다. 변호인 측에서 이 기법을 활용한 사례다.
*두 살배기 아들이 시끄럽게 운다며 아버지가 아들을 때려 죽게 한 사망치사 사건이 있었다. 검찰에 구속된 이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변호인 측은 2심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에 대한 인지면담 결과와 진술분석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2심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도 인지면담과 진술분석 결과를 명시했다. 2011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있었던 사례다.
‘이태원 살인 사건’ 공소 유지에 적용
―인지면담이나 진술분석 기법이 첨단 기법이라고는 하지만 ‘거짓말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데 혹시 주관이 개입할 소지는 없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전통적으로 거짓말 탐지는 언어, 비언어, 정신생리 측면들을 분석하는 세 가지 접근으로 나뉩니다. 정신생리적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거짓말을 탐지하는 방법은 ‘거짓말 탐지기’라고 알려진 폴리그래프 검사가 대표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죠. 폴리그래프라는 용어는 신체의 여러 가지 변화를 측정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심장 박동수, 혈압, 피부전도성, 호흡 등 자율신경계의 활동 변화를 측정하기 때문에 폴리그래프가 측정하는 것은 거짓말 자체라기보다는 자율신경계에 나타나는 흥분 징후, 즉 정서가 고조되었을 때 일차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를 측정하는 겁니다. 이 폴리그래프 기법은 현재 경찰과 검찰, 국립과학수사원 등의 다수 검사관이 형사사건을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민간기관에서도 폴리그래프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나라 사법부에서는 폴리그래프 결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거짓말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폴리그래프는 자율신경계 중 특히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를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이 도구의 기본 원리는 일반인들에게는 양심이라는 도덕적 윤리적 기준이 있는데 그것을 위반할 때 부끄러움이나 죄책감 등 양심의 가책이 일어나고 이것이 생리적 신호로 나타나는 것을 측정하는 겁니다. 그러나 죄책감이나 부끄러운 정서는 누구나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얘기하는 ‘양심에 털 난 사람’인 사이코 패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모르죠.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폴리그래프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죠.”
―언어를 통한 거짓말 탐지에는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언어적 분석을 통한 거짓말 탐지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통상 진술분석 기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다시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19년 전의 ‘이태원 살인 사건’ 공소 유지에도 진술분석이라는 기법이 적용됐습니다. 사건 당시에는 없었지만 2008년에 이 기법을 도입하면서 이 사건에도 새롭게 적용한 것이죠.”
―‘이태원 살인 사건’에도 SVA 기법이 적용됐다는 뜻인가요?
“개념이 약간 다릅니다. 진술분석 기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태원 살인 사건’에서 사용된 진술분석 기법은 엄격히 말하면 과학적 내용분석(SCAN·Scientific Contents Analysis) 범주에 들어갑니다. 서면진술문의 언어적 특징을 분석해서 거짓말, 특히 은폐를 탐지하는 기법이죠. 우리나라 경찰에서 일부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SVA 기법입니다. SVA를 정확히 말하면 진술타당도 분석인데 글자 그대로 진술의 진실성을 분석하는 기법입니다. 진술의 내용이 실제 경험한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분석 절차입니다.”
―최근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이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말투와 행동을 분석한 것을 보면 거짓말하는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보다 양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생각 외로 상대방의 눈과 더 자주 마주치는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는데요. ‘인간 거짓말 탐지기’라는 별명을 가진 FBI 요원 출신 조 내버로는 “사람의 거짓말은 얼굴보다 몸짓에 나타난다”는 말도 했고요. 서면이나 음성 질문 못지않게 행동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 일 아닌가요?
“제가 앞서 거짓말 탐지는 언어, 비언어, 정신생리의 세 가지 측면을 분석한다고 했는데요. 행동을 분석하는 것은 비언어적 영역에 속하는 방법입니다. 진술자의 행동특성을 분석해서 거짓말을 탐지하는 건데 사람들이 비언어적 행동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진술의 진위 여부를 비언어적 행동에서 찾아보려는 접근입니다. 숨기고 싶은 사실을 거짓으로 진술하기는 쉽지만 그 과정에서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비언어적 행동단서들은 말하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숨기려 한다는 것을 나타내게 마련입니다. 이 기법은 우리나라 검찰에서만 운용되고 있는데 다수의 사건 해결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