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저승사자’ CEO가 된 전직 검사 咸承熙 강원랜드 대표

“사북 탄광촌을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재”

  •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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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수료. 서울·제주·수원지검 검사, 대전지검 지청장,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美 스탠퍼드大 객원교수, 제16대 국회의원 역임.
    現 ㈜강원랜드 대표이사 겸 (사)포럼오래 이사장.
“서울에서 정선으로 내려가는데 ‘강원랜드 사장, 뇌물수수’라는 뉴스가 떴습니다. 자세히 보니 강원랜드 자회사 사장이 하청업자에게서 돈을 받았더군요. 첫 출근길에 들은 첫 뉴스였습니다.”
 
  함승희(咸承熙) 강원랜드 대표이사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함 대표의 웃음을 그냥 넘겨버릴 수는 없었다.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는 뉴스를 보면서 ‘강원랜드 사장은 내 운명’이라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지난해 11월, 함승희 전(前) 국회의원, 전 검사가 강원랜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가 누구인가. 후배인 홍준표(洪準杓) 현 경남도지사와 함께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때 1년 만에 280명을 구속했던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검사, 국회의원을 지낸 그가 난데없이 강원랜드 대표를 맡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말들이 많았다. ‘검사 출신이 카지노 회사의 대표를 맡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는 식(式)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 후 강원랜드에, 그리고 함승희 대표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취임 한 달 만에 비리 직원 6명 검찰에 고발
 
  기자와 마주앉은 함승희 대표가 ‘출근 첫날’ 얘기를 꺼낸 것은 그간의 행보 때문이었다. 그는 정선으로 내려가자마자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검찰 슬로건도 영화 제목도 아니다. 공기업 수장의 취임식장에서 나온 얘기다. 함승희 대표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패거리 문화를 청산하겠다. 금품수수, 횡령 등 부패 범죄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엄하게 다스리겠다”고 선언했다.
 
  함 대표의 공언은 사실이었다. 그는 국정원 출신을 강원랜드 감사직에 앉히고, 감사를 임원으로 격상시켰다. 그의 지시로 감사실은 그간의 사내 비리를 되짚었다. 14명의 직원이 무려 7년 동안 금품수수, 횡령을 저질렀다. 함 대표는 이들 중 죄질이 나쁘고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힌 직원 6명을 강원도 영월지청에 형사 고발했다. 강원랜드 대표 자리에 앉은 지 고작 한 달 만이었다. 고발당한 직원 중에는 이미 회사를 떠난 이도 있었다.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사람들을 고발했습니다. 3000만원이나 횡령했는데 내부에서 솜방망이 처벌로 징계하고 끝내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검사 시절의 습관을 못 버린 겁니까.
 
  “제가 제일 잘하는 게 그거이기는 합니다(웃음). 하지만 검사 물을 못 뺀 것은 아니고, 강원랜드 사장을 맡아서 제일 처음 할 일로 부정부패 척결을 꼽았거든요. 잊힐 만하면 뉴스에 ‘강원랜드 직원의 횡령, 뇌물수수’가 나오잖습니까. ‘내가 저것만큼은 뿌리 뽑겠다’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래도 대표가 되자마자 처음 한 일이 직원 고발이라니요.
 
  “비리를 저지르면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두 번 다시 그런 생각을 안 할 테니까요. 직원들한테 ‘내가 저승사자다. 돈 받아먹다 걸리면 다 잡아넣는다’고 했습니다.”
 
  —검사 시절에 얻은 ‘저승사자’ 타이틀이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마음에 든다기보다 친숙합니다. 표현이야 어찌 됐든 부패와의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장이 아니라 검사가 수장으로 왔다고 직원들은 생각했겠는데요.
 
  “그게 강원랜드가 살길입니다. 그러잖아도 카지노 회사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데 직원들까지 비리를 저지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정부패 척결은 강원랜드가 10년, 20년 지나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검사 출신’ 함승희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회사 내에 익명신고 시스템인 ‘헬프라인’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사내 임직원뿐 아니라 일반인 누구라도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PC, 스마트폰을 이용해 내부 부정행위를 익명으로 제보하는 시스템이다. 신고자의 신분노출을 막기 위해 신고접수와 전달, 시스템 운영관리 일체를 외부 업체에 맡겼다. 함 대표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지난 1년 동안 강원랜드에서는 단 한 건의 부정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강원도 출신이 강원랜드 사장을 맡는 이유
 
함승희 대표이사는 취임식장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함승희 대표가 단순히 강원랜드의 비리척결을 위해 부임하지는 않았을 터다. 노련한 특수부 검사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 자리에 앉았을까. 기업체에 몸 담은 적도 없고, 카지노 업(業)과는 더군다나 거리가 멀다. 스스로 “살면서 카지노에서 블랙잭, 바카라 등 갬블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굳이 강원랜드와의 연결고리를 찾자면 강원도 양양 출신이라는 점이다. 함 대표의 부친은 농촌 공무원을 지냈고 강원도에서 근무했다. 그는 부친을 따라 강원북도에서 초등학교만 세 곳을 다녔고, 홍천중학교를 나왔다.
 
  “처음에 강원랜드 사장을 제안받았을 때 웃었습니다. ‘내가 거기를 왜 가나’였습니다. 예전에 홍준표랑(그는 후배 검사인 홍 지사를 이렇게 지칭했다) 파친코 다 잡아넣었는데 말입니다. 주변에서도 ‘그 도둑놈들 소굴에 가서 뭐하려고 하느냐’는 투였습니다.”
 
  —왜 마음을 바꾸었습니까.
 
  “우선 부패 때문에 기업 이미지가 나쁘니까 그것을 한 번 바꿔 보라는 제안에 솔깃했습니다. 강원도 출신이 가야 한다는 점도 수긍이 갔습니다.”
 
  —꼭 강원도 출신이 사장을 해야 합니까.
 
  “강원랜드가 공기업이지만 정서적으로는 지역 주민의 소유입니다. 폐광지역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카지노 허가를 내준 것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먹고살 거리를 일정 부분 책임지다 보니 지역민들의 요구가 상당하다고 합디다. 그렇다고 지역민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잖습니까. 그런데 비(非) 강원도 출신이 이 자리에 앉아서 거절하면 ‘당신은 도에 애정이 없다’고 매도하는 겁니다. 적어도 ‘나도 강원도지만 이건 곤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겁니다. 노조도 민주노총 소속으로 강성입니다. 도지사나 국회의원 출마할 사람들이 사장을 맡으면 임기를 채우기 어렵고, 또 강원랜드의 사회공헌기금을 지역인심 쓰는 데 함부로 쓸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강원북도에서는 살아 봤는데 강원남도에서는 지내 보지 못했습니다. 인생 후반기에 또 다른 즐거움이겠구나 싶기도 했고(웃음), 여러모로 제가 할 일이 있겠구나 느꼈습니다.”
 
  —자산만 3조5000억원이 넘는 회사인데, 회사 경영 경력이 전무(全無)해 고민되지 않았습니까.
 
  “사업은 안 해 봤지만 카지노는 놔둬도 돈을 버는 사업이잖습니까. 돈 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공헌기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지역 주민들과 어떻게 융화할 것인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사기업의 영역을 業으로 하는 공기업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는 하이원리조트 ‘트레킹 페스티벌’.
  강원랜드는 태생부터 특이한 회사다. 카지노 사업은 폐광지역 발전을 위해 정부와 강원도가 지난 1998년에 시작한 범국가적 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국광해관리공단(전체의 36.27%), 강원도에서 설립한 강원도개발공사(6.11%), 그리고 폐광지역 4개시·군(정선·태백·영월·삼척)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이 전체 지분의 51%를 갖고 있다. 하지만 상장회사인지라 외국인(28%)과 국내 기관(10.77%) 외에 일반투자자가 주인이다.
 
  “학교 다닐 때 배운 공기업은 전기, 수도 등 공공재를 다루는 곳이었습니다. 강원랜드는 공기업인데, 사기업의 영역인 리조트, 호텔, 스키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특이한 구조죠. 그렇다 보니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외부인은 그들대로 기업의 정체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요.
 
  “외부에서는 공기업이니 공적 영역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치 한국전력처럼 말입니다. 가령 1000억원을 투자해서 스키장을 만들었으면 주위의 스키장과 경쟁해서 수익 낼 궁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또 직원들은 공기업이라는 인식 없이 ‘수당을 더 달라’는 등 사기업적 성격을 강요했습니다. 외부에는 강원랜드가 공기업이지만 사기업의 영역을 다루는 특수한 처지라고 얘기하고, 내부 직원들에게는 리조트업을 해서 사기업처럼 느낄 수 있지만 우리는 공기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딜레마죠. 하지만 어쩝니까. 그게 강원랜드 사업의 본질인 것을요. 공기업이지만 사기업 영역을 적당히 충족시키는 것이 수장의 몫입니다.”
 
  —요즘은 해외 원정 도박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카지노에서 갬블링하는 것이 권장할 일은 아니잖습니까. 부부, 친구들끼리 재미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요.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국내에 내국인을 위한 카지노를 더 오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선상 카지노를 허가하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절대 안 됩니다. 강원랜드만 카지노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을 보세요. 돈이 된다면 가짜 계란도 만들어 파는 중국이 본토에 카지노를 만드는 것은 절대 불허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1년에 유출되는 도박자금이 50조~70조원이라고 합니다. 그걸 알면서도 카지노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못하게 하는 것이 중국인들입니다. 마약과 도박은 망국의 길이라는 것을 아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도 중국인 못지않게 올인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카지노를 추가로 허용하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강원랜드 카지노의 분위기가 삭막한 수준이 아니죠. 살벌하다고 봐야 하는데요.
 
  “고민입니다. 라스베이거스, 마카오와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거기서는 게임을 해서 돈을 따면 주위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축하해주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돈 땄다고 손뼉을 치면 아마 주위 사람들에게 맞아 죽을 겁니다.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갬블링에 목을 맵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카지노를 새벽 2시에 문을 닫고 오전 10시쯤 다시 개장하는 겁니다. 하루 종일 머무르는 갬블링장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퍼지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랬다가 카지노 수익이 뚝 떨어지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생각뿐입니다. 그래서 강원랜드의 수익구조 개선에 관심이 많습니다. 카지노 대(對) 비카지노 매출이 현재 9 대 1입니다. 이것을 7 대 3으로만 바꿀 수 있다면 강원랜드 카지노 분위기가 바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종합리조트 회사로의 변신이 시급합니다.”
 
 
  천혜의 자연환경
 
산악에서 말을 타는 ‘산악승마’를 고안한 함승희 대표.
  사실 강원랜드에서 카지노라는 겉을 한꺼풀 벗겨 내면, 리조트로서 이보다 훌륭할 수 없다. ‘하이원스키’는 국내의 대표적인 명품 스키장이다. 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하고, 국내 최초로 장애인 스키학교를 만들었다. 통상 스키리조트는 산을 깎아 만들기 때문에 산 밑의 슬로프는 초보자용, 정상 슬로프는 상급자용이다. 초보자들은 산 정상에 올라 산 아래 경관을 내려다보며 스키를 탈 기회가 좀처럼 없다. 몇몇 스키장들이 ‘파노라마’라는 코스를 만들어서 초보자들이 산 정상에서 지상까지 돌고 돌아 내려가는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상급자용 옆에 끼워넣은 ‘깍두기’ 정도다. 그러나 하이원스키장은 설계부터가 전혀 다르다. 높은 고원 지대를 평평하게 깎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초보자나 상급자 모두 정상에 오른 다음에, 각자 자신의 능력에 맞는 코스로 내려올 수 있다. 하이원스키장의 정상에서 지상까지 내려가는 초보용 슬로프의 길이는 무려 4.2km다. 초보자들이 산 정상에서 풍광을 즐기며 스키를 탈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해외 유수의 스키장 중에도 이 같은 스키장 지형 설계를 한 곳은 흔치 않다. 하이원골프클럽은 무려 해발 1137m에 있다. 넓은 고원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라운딩을 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여기뿐이다. 함승희 대표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자연환경으로만 치면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강원랜드는 해발 1200m에 200만평의 땅을 갖고 있습니다. 여수, 부산, 인천 모두 종합리조트를 내세우지만 우리는 이들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산과 눈을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카지노라는 것을 살짝 접으면 대한민국 최고의 리조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함승희 대표가 취임한 후에 하이원리조트는 몇몇 파격적 실험을 했다. ‘산악승마’와 ‘야생화축제’는 대표적이다. ‘산악승마’는 해발고도 1000m의 ‘하이원하늘길’에서 말을 타고 자연환경을 즐기는 승마코스다. ‘야생화축제’는 봄, 여름 기간 동안에 운영이 불가능한 스키슬로프에 각양각색의 야생화를 심어 ‘꽃길걷기’ 코스로 개조한 행사였다. 이 모든 것은 함승희 대표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검사, 국회의원으로 ‘워커홀릭’의 삶을 산 줄만 알았던 그는 의외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놀 줄 아는 남자였다.
 
  “애들 어릴 때 대관령스키장을 많이 다녔습니다. 터미널에서 새벽 4시에 버스를 타고 대관령스키장에 가서 신나게 스키 타고 밤에 올라왔습니다. 스키를 직접 들고 다녀야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꽤 예전부터 스키를 좋아하셨군요.
 
  “많이 좋아했습니다. 요즘은 무릎이 아파서 잘 안 타는데 그래도 살살 타라면 탈 겁니다. 미국에 있을 때도 스키장에 갔었고, 산악승마도 그때 해 봤습니다.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워낙 좋아합니다. 강원랜드에 와서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던 것도 그때의 경험 덕분입니다.”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 낙마시킨 것 후회
 
  이 대목에서 함승희 대표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바로 이런 것일 게다. 사실 그는 무엇을 하든지 ‘올인’하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청문회 저격수’로 총 9번에 걸쳐 청문회 간사를 맡았다. 당시 국무총리 후보였던 장상(張裳) 전 이화여대 총장, 장대환(張大煥) 매일경제신문 회장을 낙마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 함 대표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럴 일은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제가 청문회 간사 자격으로 하도 공격을 하니까 두 분이 결국 총리가 못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지적한 것이 딱히 국무총리를 못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를 무난하게 넘길 수 있는 김석수(金碩洙) 총리가 선임됐습니다. 그런데 김 총리가 총리를 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디다. 총리 자리에 의욕이 있었던 사람들이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후보자들의 작은 흠집을 너무 크게 부각시켰어요.”
 
  —지금이라면 그렇게 안 하시겠습니까.
 
  “일을 잘할는지 그런 것을 우선 볼 겁니다. 무조건 물고 늘어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장대환 회장이 총리대행을 지낼 때 홍수가 나서, 장 회장이 장화 신고 지역 주민들을 위로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청문회에서 그 사진을 놓고 ‘총리는 집안도 좋고 유복하게 살았는데 수해민들 라면이나 몇 봉지 나눠줬다고 아픈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장 회장이 아무 말을 못하더라고요. 그런 걸 굳이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함승희 대표는 인터뷰 중에 수시로 ‘나이가 먹어서 편해진 것’이라는 표현을 했다. 어느새 인생을 되돌아볼 만한 때가 된 모양이다.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에 관해서도 ‘나이가 먹었으니 편하게 대화한다’고 했다. 요즘 그의 관심은 ‘도시재생 사업’이다.
 
  “이 지역이 언제까지나 강원랜드 하나만으로 먹고살 수는 없잖습니까. 어떻게 하면 이 지역을 재생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일본에 가서 도시재생 전문가도 만나 보고요.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고, 지역 자치단체가 후원하는 형태를 생각합니다. 사북 탄광촌을 유네스코 산업유산에 등재하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직접 시도하고 있습니까.
 
  “강원랜드 인근에 사북석탄유물종합전시관이 있습니다. 지난 2004년까지 채탄이 이뤄진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있던 곳으로 실제 탄광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돼 있습니다. 철거현장에서 발굴한 2만점의 유물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폐광은 우리의 소중한 유산입니다. 관광용으로, 교육용으로 꼭 필요합니다.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는 점, 또 상징성을 고려해서 이 탄광 일대를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유네스코 본부와 협의했고,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들었습니다. 강원랜드는 앞으로 예전의 탄광촌 느낌을 간직한 채, 현대인이 즐기기에 좋을 정도로 깨끗한 도시로 거듭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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